신문 연재글 59

문 열면 밝은 세상으로 <무문관> 열어보기 9<무문관 제13칙> 덕산탁발(德山托鉢)

문 열면 밝은 세상으로 열어보기 9 덕산탁발(德山托鉢) 하늘 귀 沈黙침묵이 말을 하는 소식 덕산탁발(德山托鉢) 德山一日托缽下堂, 見雪峰問, 者老漢, 鐘未鳴, 鼓未響, 托缽向甚處去, 山便回方丈. 峰舉似巖頭, 頭云, 大小德山, 未會末後句. 山聞, 令侍者喚巖頭來, 問曰, 汝不肯老僧那. 巖頭密啟其意, 山乃休去. 明日陞座, 果與尋常不同. 巖頭至僧堂前, 拊掌大笑云, 且喜得, 老漢會末後句. 他後天下人, 不奈伊何. 덕산이 하루는 발우를 들고 식당으로 내려가는 것을, 보고 설봉이 물었다. 스님은 종도 아직 울리지 않고, 북도 치지 않았는데, 발우를 들고 어디로 가십니까? 하니, 덕산은 곧장 방장으로 돌아갔다. 설봉이 이 일을 암두에게 말하자, 암두는 큰 스님도 아직 말후구를 모르는구나! 라고 말했다. 덕산이 그 소문을 ..

신문 연재글 2022.11.10

문열면 밝은세상으로 <무문관> 열어보기 14<무문관 제44칙> 파초주장(芭蕉拄杖)

문열면 밝은세상으로 열어보기 14 파초주장(芭蕉拄杖) 할!은 몇 근인가? 그대 생각이 몇 근인지 달아보게. 할! 파초주장(芭蕉拄杖) 芭蕉和尚示眾云, 爾有拄杖子, 我與爾拄杖子, 爾無拄杖子, 我奪爾拄杖子. 파초혜청 화상이 대중에게 말씀하였다. 그대에게 주장자가 있으면, 내가 그대에게 주장자를 줄 것이고, 그대에게 주장자가 없으면, 나는 그대의 주장자를 빼앗을 것이다. 諸方深與淺, 都在掌握中. 撐天并拄地, 隨處振宗風. 제방의 깊고 얕음이, 모두 이 손아귀 가운데 있다. 하늘을 받치고 땅을 지탱하니, 어디서나 종풍을 떨치도다. 파초화상은 너무 친절하다. 뭣이 있느니 없느니 하면서 알뜰살뜰 살피라고 하시는가. 순진한 사람은 그대로 믿지만, 안다고 알음알이 내며 분별하는 사람은 더욱 망상을 쫓아가다 어느 세월에 주..

신문 연재글 2022.11.10

문열면 밝은세상으로 <무문관> 열어보기 13<무문관 제23칙> 불사선악(不思善惡)

문열면 밝은세상으로 열어보기 13 불사선악(不思善惡) 앎 깨달음은 노력으로 무엇을 얻는 것이 아니라 이미 깨달아 있다는 것을 지금 알아차리는 것이라네. 불사선악(不思善惡) 六祖因明上座趁至大庾嶺, 祖見明至, -中略- 祖云, 汝若如是, 則吾與汝同師黃梅. 善自護持. 육조는 명상좌가 대유령까지 따라온 것을 보고, 즉시 의발을 돌 위에 놓고 이 가사는 믿음의 징표이니, 어찌 힘으로 다투겠는가? 그대 뜻대로 하시오. 명상좌가 그것을 들어 올리려 했으나 산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어찌할 줄 모르고 벌벌 떨면서 명상좌가 말했다. 저는 법을 구하러 왔지, 가사를 가지러 온 것이 아닙니다. 원하옵건대 행자께선 법을 보여 주십시오. 육조가 말했다. 선도 생각하지 말고, 악도 생각하지 마시오. 바로 이러한 때, 어느 것이 명상..

신문 연재글 2022.09.15

문 열면 밝은세상으로 <무문관> 열어보기 12<무문관 제18칙> 동산삼근(洞山三斤)

문 열면 밝은세상으로 열어보기 12 동산삼근(洞山三斤) 눈雪 눈은 쓰레기 더미 위에도 하얗게 내려앉네. 동산삼근(洞山三斤) 洞山和尚, 因僧問, 如何是佛. 山云, 麻三斤. 동산 화상에게 어떤 스님이 물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동산이 말했다.‘마 삼 근’ 突出麻三斤, 言親意更親. 來說是非者, 便是是非人. 갑자기 뱉은 마 삼 근, 말도 가깝지만 뜻은 더욱 가깝도다. 와서 말로 시비하는 자가, 바로 시비에 떨어진 사람이다. 온 대지를 하얗게 뒤덮어 버리는 눈을 보라. 높고 낮고 더럽고 깨끗하고 산이나 강이나 그 어디에도 분별하지 않고 걸림 없이 무시로 내리는 것이 제법실상(諸法實相)이다. 그래서 『금강경』에서는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以生基心)이라 머무는 바 없이 머물고 행함이 없이 행한다 했다. 관념..

신문 연재글 2022.01.02

문열면 밝은세상으로 <무문관> 열어보기 11<무문관 제43칙> 수산죽비(首山竹篦)

문열면 밝은세상으로 열어보기 11 수산죽비(首山竹篦) 진리의 말씀 달마는 면벽을 하고, 가섭은 웃고! 예수는 십자가에 못 박힌다. 수산죽비(首山竹篦) 首山和尚, 拈竹篦示眾云, 汝等諸人, 若喚作竹篦則觸, 不喚作竹篦則背. 汝諸人, 且道. 喚作甚麼. 수산 화상이 죽비를 들어 대중에게 보이고는 말했다. “너희들이 만약 죽비라고 부른다면 (법에) 저촉되는 것이고, 죽비라고 부르지 않는다면 (사물에) 어긋나는 것이다. 너희들은 한번 말해 보라. 무엇이라 부르겠느냐?” 拈起竹篦 行殺活令. 背觸交馳 佛祖乞命. ‘죽비를 들어 올려 죽이고 살리는 명령을 행하도다! 위배와 저촉이 번갈아 쫓으니 부처와 조사도 목숨을 비는구나!’ 수산성념(首山省念:926-993)은 임제 선사의 선풍이 쇠퇴하기 시작하던 송나라 초기에 다시 임제..

신문 연재글 2021.10.05

문열면 밝은세상으로 <무문관> 열어보기 10<무문관 제2칙> 백장야호(百丈野狐)

문열면 밝은세상으로 열어보기 10 백장야호(百丈野狐) 여행자여! 멈춤을 찾아 떠나는 자여 그대가 지금을 알아차리는 순간이 멈춤이니 어디를 또 여행하시려 하는가! 백장야호(百丈野狐) 百丈和尚凡參次, 有一老人, - 中略 - 合作箇甚麼. 師云, 近前來與伊道. 黃蘗遂近前, 與師一掌. 師拍手笑云, 將謂胡鬚赤, 更有赤鬚胡. 백장 화상이 설법할 때마다, 어떤 노인이 항상 대중을 따라 법문을 듣는다. 하루는 선사께서 물었다. “거기 서 있는 자는 누구인가?” “저는 과거 가섭불(迦葉佛) 때에 이산에 살았는데 한 학인(學人)이 묻기를 ‘많이 수행한 사람도 인과(因果)에 떨어집니까? 떨어지지 않습니까?’ 질문에 ‘인과에 떨어지지 않는다(不落因果)’라고 대답하여 5백 생의 여우의 몸이 되었습니다. ”오늘 화상께 청하오니? ..

신문 연재글 2021.04.03

문 열면 밝은 세상으로 <무문관> 열어보기 8

문 열면 밝은 세상으로 열어보기 8 암환주인(巖喚主人) 허수아비와 참새 사람 옷을 입었다고 허수아비가 사람인줄 착각하는 너는 너는 참새 암환주인(巖喚主人) 瑞巖彥和尚, 每日自喚, 主人公, 復自應諾. 乃云, 惺惺著, 喏, 他時異日, 莫受人瞞, 喏喏. 서암 언화상은 매일 자신을 주인공아! 하고 부르고 다시 스스로 예! 하고 대답한다. 늘 깨어있어라!, 예!, 남들에게 속지 마라!, 예, 예! 學道之人不識真, 只為從前認識神. 無量劫來生死本, 癡人喚作本來人. 도를 배우는 사람이 진실을 알지 못하는 것은, 다만 예전부터 인식한 신을 자기로 알았기 때문이다. 무량한 과거부터 생사의 근본을, 어리석은 사람들은 본래의 자기라고 부른다. 참 주인공은 어디에 있는가? 한 주인이 각각 다른 곳에 집을 두고 머슴을 각각 두면..

신문 연재글 2020.09.04

문 열면 밝은 세상으로 <무문관> 열어보기 7

문 열면 밝은 세상으로 열어보기 7 평상시도(平常是道) 平常心 평상심 추운 겨울밤인데 달은 알몸으로 서성이네. 평상시도(平常是道) 南泉因趙州問, 如何是道. 泉云, 平常心是道. 州云, 還可趣向否. 泉云, 擬向即乖. 州云, 不擬, 爭知是道. 泉云, 道不屬知, 不屬不知. 知是妄覺, 不知是無記. 若真達不擬之道, 猶如太虛廓然洞豁, 豈可強是非也. 州於言下頓悟. 남전에게 조주가 물었다. 어떤 것이 도입니까? 남전이 말했다. 평상심이 도이다. 조주가 말했다. 찾아 나아갈 수 있습니까? 남전이 말했다. 헤아려 나아가려 하면 곧 그르친다. 조주가 말했다. 헤아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도인 줄 알겠습니까? 남전이 말했다. 도는 아는 것에도 속하지 않고, 모르는 것에도 속하지 않으니, 안다고 하는 것은 망각이요, 모른다는 것은 ..

신문 연재글 2020.09.04

문 열면 밝은 세상으로 <무문관> 열어보기 3

문 열면 밝은 세상으로 열어보기 3 호자무수(胡子無鬚)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마음을 어떻게 깨끗하게 씻지? 어! 하마터면 속을 뻔 했네. 호자무수(胡子無鬚) 或庵曰, 西天胡子, 因甚無鬚. 혹암이 말했다. “서천(西天)의 달마(胡子)는 왜 수염이 없는가?” 參須實參, 悟須實悟. 者箇胡子, 直須親見一回始得, 說親見, 早成兩箇 무문은 말한다. 참구하려면 모름지기 실답게 참구해야 하고, 깨달으려면 모름지기 실답게 깨달아야 한다. 이 오랑캐를 한 번은 직접 만나 봐야 하지만, 직접 만났다고 하면 벌써 둘이 되어버린다. 癡人面前, 不可說夢. 胡子無鬚, 惺惺添懵. 어리석은 사람 앞에서는 꿈 이야기를 하지 말라. 오랑캐는 수염이 없다는 말, 밝고 분명한 것을 애매하게 만드네. 웃기지 마라, 어째서 있는 것을 없다고..

신문 연재글 2019.12.17

문 열면 밝은 세상으로 <무문관> 열어보기 2

문 열면 밝은 세상으로 열어보기 2 세존념화(世尊拈花) 봤소! 홍매소식 매화나무 어깨위로 봄 햇살이 내리치는 죽비 한 마디 일러라, 허공꽃을 펼칩니다. 붉은 파문이 번지는 소식 봤소! 지금 매화꽃은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주는 전령사다. 움츠려 있던 겨울 기운들을 새로운 희망의 에너지들로 파문이 일어 온 동네 온 나라 온 우주로 소식에 소식을 타고 번져간다.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불쑥! 붉은 꽃망울을 터트리면 꽃 핀 한 소식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본 그 꽃은 벌써 지나가 버린 전생의 꽃이 되어 서성이다 꽃 떨어진 허공은 언제 꽃이 있었냐는 듯 텅 빈 허공(虛空)만 깨어 있다. 세존념화(世尊拈花) 世尊昔在靈山會上, 拈花示眾. 是時眾皆默然. 惟迦葉尊者, 破顏微笑. 世尊云, 吾有正法眼藏, 涅槃妙心, 實相無相..

신문 연재글 2019.12.17

문 열면 밝은 세상으로 <무문관> 열어보기 1

문 열면 밝은 세상으로 열어보기 조주의 개(趙州狗子) 趙州和尚, 因僧問, 狗子還有佛性也無. 州云, 無. 조주 화상에게 어떤 승려가 물었다. “개에게도 불성(佛性)이 있습니까?” 조주가 말했다. “무(無)” 한설에 한국 불도 성전에는 눈 푸른 납자들이 각기 화두를 들고 앉아서 백척간두에 진일보(百尺竿頭에 進一步)의 의지로 각자의 자성불(自性佛)에 여래(如來)하기 위해 오늘도 각기 동안거 입방 중이리라. 소승도 그동안 늘 공부를 점검하시는 선사님의 독참을 통해 화두의 언저리를 기웃거리며 어줍게 읽혀진 소소한 생각들을 짧은 시로 표현 해 봤다. 특히 무문관을 쓴 무문혜개(無門慧開 1183~1260)선사의 은산철벽을 꿰뚫는 안목과 ‘대도는 문이 없다. 그렇지만 길은 또한 어디에나 있다(大道無門 千差有路)’는 말..

신문 연재글 2019.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