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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열면 밝은 세상으로 <무문관> 열어보기 9<무문관 제13칙> 덕산탁발(德山托鉢)

통융 2022. 11. 10. 16:58

문 열면 밝은 세상으로 <무문관> 열어보기 9

<무문관 제13> 덕산탁발(德山托鉢)

 

 

 

하늘 귀

 

 

沈黙침묵이 말을 하는 소식

 

 

<무문관 제13> 덕산탁발(德山托鉢) 德山一日托缽下堂, 見雪峰問, 者老漢, 鐘未鳴, 鼓未響, 托缽向甚處去, 山便回方丈. 峰舉似巖頭, 頭云, 大小德山, 未會末後句. 山聞, 令侍者喚巖頭來, 問曰, 汝不肯老僧那. 巖頭密啟其意, 山乃休去. 明日陞座, 果與尋常不同. 巖頭至僧堂前, 拊掌大笑云, 且喜得, 老漢會末後句. 他後天下人, 不奈伊何. 덕산이 하루는 발우를 들고 식당으로 내려가는 것을, 보고 설봉이 물었다. 스님은 종도 아직 울리지 않고, 북도 치지 않았는데, 발우를 들고 어디로 가십니까? 하니, 덕산은 곧장 방장으로 돌아갔다. 설봉이 이 일을 암두에게 말하자, 암두는 큰 스님도 아직 말후구를 모르는구나! 라고 말했다. 덕산이 그 소문을 듣고, 시자에게 암두를 불러오라고 해서, 암두에게 물었다. 네가 이 노승을 긍정하지 않느냐? 암두가 귓속말로 그 뜻을 말씀드리자, 덕산은 금방 이해하고 풀어졌다. 다음날 법좌에 올라, 과연 법문이 평소와는 같지 않았다. 암두가 승당에 이르러, 손뼉을 치고 크게 웃으며 말했다. 기쁘구나! 노화상이 이제야 마지막 구절을 알았도다. 이후부터 천하의 사람들도, 그를 어쩌지 못하리라!    

<무문> 識得最初句, 便會末後句, 末後與最初, 不是者一句. 최초구절을 알 수 있다면, 곧바로 말후구를 알겠지만, 마지막 구절과 맨 처음 구절도, 이 한 구절은 아니로다!

<덧말> 말후구는 부처님의 깨달은 진리인 중도실상이다. 그 말후구는 말 이전의 한 소식이고 말 없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의 삶은 심여공화사 능화제세간(心如工畵師 能畵諸世間) 마음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같아서 모든 세상사를 다 그린다라는 화엄경의 유심게(唯心偈)에 나오는 말이 있듯이 늘 말에 속아 온갖 망상을 그려낸다. 법은 정확한 상황(situation)과 정확한 판단의 관계(relation)와 정확한 기능인 행동(function)이 있어야 한다. 위에 문책에서도 저녁 공양을 알리는 북을 치고 종을 울리면 바리를 옆에 끼고 공양간에 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덕산스님은 공양 시간을 엄수하지 않고 늘 미리 가서 앉아 있다. 즉 규율을 어기고 있으니 어찌 해야겠는가. 하지만 나이가 들면 눈도 어둡고 귀도 잘 들리지 않는다. 가는 세월을 누가 막으리……. 그렇다 치더라도 규칙은 규칙이니 아무 때나 나서면 노망들었다고 하지,

그래도 스승을 존경하고 후배를 가르치는 암두가 훌륭한 것이네. 이 칙에는 여러 개의 공안이 나온다. 비록 녹록지 않은 공안들이라 하지만 평상심을 읽지 않고 늘 깨어서 알아차리는 삶이라면 문제 될 것이 있겠는가. 귓속말(密啟)그래도 눈이 밝으면 달빛에 손에 박힌 가시가 훤하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