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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열면 밝은세상으로 <무문관> 열어보기 10<무문관 제2칙> 백장야호(百丈野狐)

통융 2021. 4. 3. 10:47

문열면 밝은세상으로 <무문관> 열어보기 10

<무문관 제2> 백장야호(百丈野狐)

 

여행자여!

 

 

 

멈춤을 찾아 떠나는 자여

그대가 지금을 알아차리는 순간이 멈춤이니 어디를 또 여행하시려 하는가!

 

 

 

<무문관 제2> 백장야호(百丈野狐) 百丈和尚凡參次, 有一老人, - 中略 - 合作箇甚麼. 師云, 近前來與伊道. 黃蘗遂近前, 與師一掌. 師拍手笑云, 將謂胡鬚赤, 更有赤鬚胡. 백장 화상이 설법할 때마다, 어떤 노인이 항상 대중을 따라 법문을 듣는다.

하루는 선사께서 물었다. “거기 서 있는 자는 누구인가?”

저는 과거 가섭불(迦葉佛) 때에 이산에 살았는데 한 학인(學人)이 묻기를 많이 수행한 사람도 인과(因果)에 떨어집니까? 떨어지지 않습니까?’ 질문에 인과에 떨어지지 않는다(不落因果)’라고 대답하여 5백 생의 여우의 몸이 되었습니다.

오늘 화상께 청하오니? 한마디로 깨닫게 해주십시오.“

백장선사가 말했다. “그대가 물어보시오.” 노인이 곧 묻기를

크게 수행한 사람도 인과에 떨어집니까? 떨어지지 않습니까?”

선사가 답했다. “인과에 어둡지 않습니다(不昧因果)”

노인은 이 말에 크게 깨닫고 선사께 절을 하고는 저는 이제 여우의 몸을 벗고 산 뒤에 있으니 죽은 여우를 화장하여 보내주시기 빕니다.” 백장선사는 약속대로 대중들에게 시켜 뒷산에 동굴에서 한 마리 죽은 여우를 꺼내고는 의전의 예를 지켜 화장하였다. 스님께서 저녁에 상당하시어 앞서의 인연을 이야기하자 황벽스님이 바로 질문했다. 옛날 분이 한마디 말씀을 잘못 대답하여, 5백 생을 여우 몸에 떨어졌는데, 한 마디도 어긋나지 않았다면, 도대체 무엇이 되었을까요? 스님께서 가까이 오너라. 너에게 말해주겠다. 황벽이 앞으로 가까이 가서 백장스님의 뺨을 한 대 때렸다. 스님께서는 손뼉을 치고 웃으며 달마의 수염만 붉다고 여겼는데 여기 붉은 수염 달마가 또 있구나라고 했다.

 

<무문> 不落不昧, 兩采一賽. 不昧不落, 千錯萬錯. 떨어지지 않고 얽매이지 않아도, 한 주사위에 두 가지 무늬요. 어둡지도 않고 떨어지지 않아도, 천 번 틀리고 만 번 어긋난다.

 

<덧말> 불락인과(不落因果)는 인과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고, 불매인과(不昧因果)는 인과에 어둡지 않다는 말이다. 무엇이 다른가. 말이 다르다고 의심하지 마라. 공부하는 사람들의 의심병을 지적하기 위해서 여우 몸이 된 노인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가. 인과를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조건에 따라 결과를 얻는 것이 인과법이다. 무엇에 벗어난다. 얽매 인다.’ 고 의심하는 생각만 내려놓으면 산은 푸르고 강물은 흐른다. 불락(不落)이면 어떻고 불매(不昧)면 어떤가 있는 그대로 믿어라.

여우는 본래 의심이 많다고 치고, 황벽의 의심은 어떻게 풀어줘야 하느냐? 스승의 뺨을 한 대 후려친다. 이 뜻을 바로 알면 스승처럼 기뻐서 웃을 것이지만, 여우처럼 의심한다면 황벽에게 선종 황제가 사미(沙彌) 시절 뺨을 맞고 너무 거칠다라고 반문하며 스승을 욕보이는 불한당이 된다.

의심한다는 것은 스스로 진실하지 못하다는 증거다. 요즘 세상은 온통 의심하고 남을 속이다 못해 스스로에게도 진실하지 못한 세상을 살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부처님은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게 사는 삶이 참살이라 했다. 이것이 불법의 큰 뜻이다. 오직 지금을 깨어서 사는 순간순간이 진실일 때 야호도 백장도 어디서 과거에 노인이 여우가 되고 마구 하겠느냐! 지금 이 자리에서 일러보라. 햇살이 비치니 방 안이 밝다. 이 몸뚱이는 지금 소식에 울고 웃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