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열면 밝은 세상으로 <무문관> 열어보기 8
<무문관 제12칙> 암환주인(巖喚主人)
허수아비와 참새
사람 옷을 입었다고 허수아비가 사람인줄 착각하는
너는 너는 참새
<무문관 제12> 암환주인(巖喚主人) 瑞巖彥和尚, 每日自喚, 主人公, 復自應諾. 乃云, 惺惺著, 喏, 他時異日, 莫受人瞞, 喏喏. 서암 언화상은 매일 자신을 주인공아! 하고 부르고 다시 스스로 예! 하고 대답한다. 늘 깨어있어라!, 예!, 남들에게 속지 마라!, 예, 예!
<무문頌> 學道之人不識真, 只為從前認識神. 無量劫來生死本, 癡人喚作本來人. 도를 배우는 사람이 진실을 알지 못하는 것은, 다만 예전부터 인식한 신을 자기로 알았기 때문이다. 무량한 과거부터 생사의 근본을, 어리석은 사람들은 본래의 자기라고 부른다.
<덧말> 참 주인공은 어디에 있는가? 한 주인이 각각 다른 곳에 집을 두고 머슴을 각각 두면 주인은 하나인데 두 머슴은 각각 자기가 바라보는 주인이 이렇다며 싸운다.
『전등록』에 육긍대주가 남전 보우선사에게 유리병 속에 갇힌 거위를 병도 깨트리지 않고 어떻게 거위를 꺼낼 수 있는가?하니 남전이 즉시 ‘육긍대주’ 하고 부른다. 육긍대주가 ‘네’ 하니 남전스님이 ‘이미 나왔느니라…….’ 유리병 속에 잠들거나 꿈속에 헤매고 있는 영혼을 깨워내는 천둥 같은 소리다. 온갖 번뇌 망상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아상(我相)의 감옥에서 벗어나는 소리다. 내 집에 문을 여는 열쇠이다. 『화엄경』 야마천궁품에서 마음은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와 같아서 이 세상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 다 그려낸다고 했다. 한 마음 안에 온 우주가 들어있고 그 한 마음으로 깨어 있을 때 그대는 없다. 우주만 있을 뿐이다. 천년동안 어둡던 동굴이 횃불 하나로 찰나에 천년의 어둠을 걷어내듯 아무리 겹겹이 쌓인 무명의 업장이 은산철벽 같고 99명을 살인한 앙굴라마의 살기도 주인공아! 부르는 그 소리에 박살이 날 터이니 참새처럼 허수아비가 사람 옷을 입었다고 속지는 마라야지. 짹! 짹!
소승이 국제선방에서 독참을 하면서 선원장 스님과 서암화상의 “예” “예” 공기를 주고받던 생각이 난다. ‘스님요’ “예” ‘대답하는 그놈이 주인공입니다. 그놈은 항상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하면 신(神)이 되고 아트만에 집착하게 되는 주권 없는 사람이 됩니다. 늘 그대 주인공은 활발발(活潑潑)하여 머뭄 없이 살아 있는 주인공임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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