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시 17

길은 길이다. 누군가 걷기 때문에 길이다. 누군가에게는 시작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끝이다. 길은 땅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도 마음에도 길이 있고 멋대로 꼴 대로 길은 길이 있다. 누군가 사랑하게 되면 사랑의 길이 되고 누군가 웜망하고 미워하면 괴로움의 길이 된다. 그 누군가는 바람도 물도 별빛 까지 그 모든 존재 이것이 있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소멸하면 저것이 소멸하듯 오직 뭇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자는 진리의 길이라 칭하니 길 한 소식이여!

짧은시/자연시 2024.02.19

낭만 찾기

낭만 찾기 그래 소풍와서 숨겨놓은 보물 낭만 쪽지를 찾지 못한다면.. 아쉬움이 아닌거다. 슬픈 자화상의 낙서다. 누가 말 하듯 인생 뭐 별거 있어 한 판 낭만 부르스 춤을 추는 거지. 그거 없는 삶은 황량한 모래 사막위를 걷는 뱀이다. 질퍽한 씨레기 국물에 쏘주 한 잔 걸치는 노래 가락처럼 돌이켜 찾지말고 지금 송풍처럼 울어라. 육십키로의 속도라도 잃어버린 낭만의 보물을 찾아야 할 말이 있다. 선생님이 숨겨놓은 거울 속에서 아사달의 달빛은 차가운데 남천 물빛은 뜬 달처럼 그리웠다고 그래. 그렇다구요. 라이브로 할 말이 생긴다. 낭만이 있을 때... 지금 깨어 있는 낭만이다.

짧은시/선시 2023.09.10

석류꽃 시위

석류꽃 시위 온전히 푸른 날인줄 알았더니만 저 유월 가지에 저항 없이 무너져 내리는 적요(赤搖) 성급히 붉은 깃발 두어 개 다투어 나서더니 밤 새 달빛에 터져나온 깃발들 가지 가지마다 술렁인다. 어느 시위가 이보다 더 싱싱한 붉은 도전일까. 민중을 이끄는 저 자유의 여신*보다 지구별을 흔들던 붉은 치우*들의 함성보다 씨알 하나씩 품어 감추고 거침없이 하늘을 향하는 無心의 한 소식 어느 투쟁이 이보다 더 그러하겠는가.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드라크르와가 1830년 파리 시민자유혁명을 삼색기를 들고 군중들 앞에 나아가는 여신을 유화로 그린 그림 *치우(蚩尤) :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의 상징, 치우천왕으로 동이족의 제왕이며 전쟁의 신, 승리를 상징.

짧은시/자연시 2022.08.23

봄이 시웃다

봄이 시웃다 춘.래.여.시春來如詩 시눈 열면 시 아닌게 있나, 본래 그러한데 뭘! 짓다 세운다 같다 하지. 흰소*에 고삐 매 듯 봄은 이미 여기 있다고 탐(探春)*하지 말라 않던가! 봄이 시웃다. *흰소(白牛)- 불교의 대승경전인 에 나오는 대백우로 대자유를 상징한다. *탐춘(探春)-송나라 대익(戴益)이 쓴 탐춘(探春)이라는 한시. 온종일 봄을 찾았 돌아다니다가 집에 와 보니 뜰 앞 매화 가지에 봄이 있더라는 내용이다.

짧은시/자연시 2021.11.15

늙은시와 시인

늙은 시와 시인 시는 나이가 없다. 글발로 서서 글눈이 성성한디 그대가 견성(見性)하는 찰나 벌떡 일어난다. 기억, 생각이라는 뱀이 새벽을 깨우는 미명처럼 슬금슬금 관능을 깨운다. 詩가 늙었다고 그 놈은 나이가 없어. 이력과 완장은 할베인데 한설청풍에 세한도는 나이가 없다 원수 같은 사람이 그립다 누굴 미워라도 해야 살겠다는 고독은 절대 죽지 않듯

짧은시/선시 2021.04.13

한 소식

한 소식 봄 햇살이 선방禪房에 들어선다. 수좌야, 동안거冬安居* 내 묵언수행默言修行한 소식 일러라! 향적전 뒤뜰에 늙은 매화가 활! *동안거(冬安居)―스님들이 선방에서 겨울 3개월 동안 바깥출입을 금하고 참선 수행 정진 하는 것을 말한다. *고불매(古佛梅)-전남 장성 고불총림 백양사 선방인 향적전(香績殿) 옆에 있는 360여 년된 홍매화나무로 천연기념물 제486호로 지정되어 있다. 강릉 오죽헌의 율곡매, 화엄사의 백매, 선암사에 선암매를 우리나라 대표적인 4대 매(梅)라 한다.

짧은시/선시 2020.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