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시/자연시

석류꽃 시위

통융 2022. 8. 23. 09:15

석류꽃 시위

온전히 푸른 날인줄 알았더니만
저 유월 가지에

저항 없이 무너져 내리는 적요(赤搖)


성급히 붉은 깃발 두어 개 다투어 나서더니
밤 새 달빛에 터져나온 깃발들
가지 가지마다 술렁인다.


어느 시위가 이보다 더 싱싱한 붉은 도전일까.

민중을 이끄는 저 자유의 여신*보다
지구별을 흔들던 붉은 치우*들의 함성보다


씨알 하나씩 품어 감추고

거침없이 하늘을 향하는 無心의 한 소식

어느 투쟁이 이보다 더 그러하겠는가.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드라크르와가 1830년 파리 시민자유혁명을 삼색기를 들고 군중들 앞에 나아가는 여신을 유화로 그린 그림
*치우(蚩尤) :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의 상징, 치우천왕으로 동이족의 제왕이며 전쟁의 신,  승리를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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