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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열면 밝은세상으로 <무문관> 열어보기 13<무문관 제23칙> 불사선악(不思善惡)

통융 2022. 9. 15. 08:46

문열면 밝은세상으로 <무문관> 열어보기 13

<무문관 제23> 불사선악(不思善惡)

 

 

 

깨달음은 노력으로 무엇을 얻는 것이 아니라

이미 깨달아 있다는 것을 지금 알아차리는 것이라네.

 

 

 

 

<무문관 제23> 불사선악(不思善惡) 六祖因明上座趁至大庾嶺, 祖見明至, -中略- 祖云, 汝若如是, 則吾與汝同師黃梅. 善自護持. 육조는 명상좌가 대유령까지 따라온 것을 보고, 즉시 의발을 돌 위에 놓고 이 가사는 믿음의 징표이니, 어찌 힘으로 다투겠는가? 그대 뜻대로 하시오. 명상좌가 그것을 들어 올리려 했으나 산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어찌할 줄 모르고 벌벌 떨면서 명상좌가 말했다. 저는 법을 구하러 왔지, 가사를 가지러 온 것이 아닙니다. 원하옵건대 행자께선 법을 보여 주십시오. 육조가 말했다. 선도 생각하지 말고, 악도 생각하지 마시오. 바로 이러한 때, 어느 것이 명상좌의 본래 면목입니까? 명상좌가 그 자리에서 크게 깨닫고, 온몸에 땀을 흘리고, 눈물을 흘리면서 절을 하며 물었다. 좀 전의 비밀한 말씀과 비밀한 뜻 이외 또 다른 가르침은 없습니까? 육조가 말했다. 내가 지금 그대를 위해 설한 것은 비밀이 아니오. 그대가 만약 자신의 본래 면목을 되 비추어 본다면, 비밀은 오히려 당신 쪽에 있소.

명상좌가 말했다. 제가 비록 황매에서 대중을 따랐으나, 실로 나의 본래 면목을 알지 못했는데, 이제 들어갈 곳을 가르쳐 주시는 은혜를 입으니, 마치 사람이 물을 마시고, 차고 따뜻함을 그냥 아는 것과 같습니다. 이제 행자께서 바로 저의 스승이십니다. 육조가 말했다. 그대가 만약 그러하다면, 곧 나와 그대는 황매를 함께 스승으로 모시는 것이니. 기쁘게 잘 지켜 가시길 바랍니다.

<무문> 描不成兮畫不就, 贊不及兮休生受. 本來面目沒處藏, 世界壞時渠不朽. 묘사할 수도 없고 그릴 수도 없고, 칭찬도 못 하니 헛수고하지 말게. 본래 면목은 숨길 곳 없으니, 세계가 무너질 때도 그는 없어지지 않네.

<덧말> 무문 노사가 망령을 했나, 본래 면목이 어디에 있다고 또 말을 엮는가. 본래는 없다. 그저 인연이 되면 나타나고 인연이 다하면 사라진다. 고정된 무엇이 있다고 착각하는 순간 이 세상은 분별 망상으로 분주해 진다. 욕심과 화가 생기고 어리석은 생각과 행동으로 아이고 아이고 죽을 맛이다.

옹달샘에 물을 독사가 먹으면 독이 되나 소가 마시면 우유가 되듯 사람도 마음에 선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인연에 따라 나타날 뿐 본래 결정된 것은 아니다. 순자는 성악설(性惡說)을 맹자는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하나 불교는 본래 면목이 공한 성공설(性空說)이다.

이런 성공설을 깊이 깨닫게 되면 모두가 부처가 되지만 그걸 쉽게 믿지 않고 뭔가 있다고 자꾸 분별하여 찾으려 하니 온갖 방편과 비유를 써서 알려준 것이 팔만대장경이다. 경전은 어디까지나 보물을 찾는 길을 안내하는 지도와 같다. 그런데 그것이 보물인 것처럼 주객이 전도되어서도 안 된다. 요즘은 길을 안내하는 GPS는 단박에 목적지를 안내하듯 부처 되는 방법도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물론 각자의 근기나 수준에 맞는 방법을 선택해서 사용하면 된다.

선불교에서 말하는 간화선 수행방법인 나타나 있는 그대로 알아차림을 통해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 하는 것이 GPS와 같은 빠른 깨달음의 길이다.

모든 법은 오직 지금 여기서연기작용성에 있다. 나타나 있는 그대로 보면 볼뿐, 들으면 들을 뿐, 하면 할 뿐으로 알아차리면 된다. 내 생각이 어떤느니 진리가 그렇다니 하면서 아는 척하는 생각만 일으키지 않으면 된다. 고봉 스님은 오직 모를 뿐일 때 몰록 참 앎이 있다고 했다.

내가 세상을 바라볼 때 뭇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라보고 싶은 것만 골라서 세상을 보지는 않은지 늘 자신을 알아차려라. 그러면 텅 빈 한마음 안에 세상사가 훤하여 비추는데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분별하고 시비할 것인가.

요즘같이 잘난 척, 아는 척하는 지식 홍수 시대에 바보가 되라고 하면 웃기는 이야기겠지만 진짜 나를 버린 바보는 온 우주가 내가 된다. 문 열변 맑은 세상에 사는 큰 바보 말이다. 그것이 참 앎이고 부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