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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열면 밝은세상으로 <무문관> 열어보기 14<무문관 제44칙> 파초주장(芭蕉拄杖)

통융 2022. 11. 10. 16:56

문열면 밝은세상으로 <무문관> 열어보기 14

<무문관 제44> 파초주장(芭蕉拄杖)

 

 

!은 몇 근인가?

 

 

그대 생각이 몇 근인지 달아보게.

!

 

 

<무문관 제44> 파초주장(芭蕉拄杖) 芭蕉和尚示眾云, 爾有拄杖子, 我與爾拄杖子, 爾無拄杖子, 我奪爾拄杖子. 파초혜청 화상이 대중에게 말씀하였다. 그대에게 주장자가 있으면, 내가 그대에게 주장자를 줄 것이고, 그대에게 주장자가 없으면, 나는 그대의 주장자를 빼앗을 것이다.

<무문> 諸方深與淺, 都在掌握中. 撐天并拄地, 隨處振宗風. 제방의 깊고 얕음이, 모두 이 손아귀 가운데 있다. 하늘을 받치고 땅을 지탱하니, 어디서나 종풍을 떨치도다.

 

<덧말> 파초화상은 너무 친절하다. 뭣이 있느니 없느니 하면서 알뜰살뜰 살피라고 하시는가. 순진한 사람은 그대로 믿지만, 안다고 알음알이 내며 분별하는 사람은 더욱 망상을 쫓아가다 어느 세월에 주장자가 되겠나, !

 

북송시대에 승호(承皓, 1011~1091) 스님과 소동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어느 날 당대 팔대 문장가 중 한 사람인 천재 소동파가 승호스님을 찾아왔다. 20세 약관의 나이에 고급관료시험에 급제했고 넷 지방의 감독으로 황제의 특사가 되었으니 그 도도함이 대단했다. 특히 가는 곳마다 고승들을 찾아다니며 소동파 자신이 <화엄경華嚴經> 80권을 다 외우다시피 기억하는 천재라서 화엄경 내용을 주로 외우고 기억하는 문제에 관해 묻기를 즐겼다.

스님이 찾아온 소동파를 보고 그대의 존함은 무엇인가?”

저는 ()’가 입니다.” 소동파가 세상의 내로라하는 도인을 달아보는 저울입니다.”라고 했다. ‘이라는 글자는 저울 칭자로 나는 사람들의 근기를 저울질해 보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승호 스님은 소동파의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 소리를 질렀다.

갑자기 한 소식에 깜짝 놀란 소동파는 어리둥절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스님이 소동파에게 되물었다.

그렇다면 이 은 몇 근이나 되는가?”

늘 지식의 말솜씨로 이리저리 나열하던 소동파도 깨어있는 한 소식의 진리 앞에서는

선뜻 답이 나오지 않고 앞이 캄캄했다. 그때 소동파는 스님의 선기(禪氣)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제자가 되어 참 법의 가르침을 청했다고 한다.

 

저울은 대상과 대상을 비교하여 크다 적다 무겁다 가볍다 맞다 틀린다 등 무엇을 분별하는데 쓰는 도구다. 다시 말해서 저울은 지식을 대표하는 시험 답과 같은 것이라면 참 진리인 지혜는 지식과 저울을 동시에 알아차리는 견성(見性)인 것이다. 법의 진리는 불입문자(不立文字)로 언어도단(言語道斷)이라 했는데 어찌 칭(), ()을 지식의 저울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주장자는 스님들이 법을 전달하는 대표적인 수단의 도구다. 스님들이 법문을 시작할 때 법상에 올라 주장자를 들어 보이고 바닥에 쿵! ! ! 세 번을 친다. 이로써 모든 법문은 마쳤다.

근기가 밝은 사람들이야 소식을 알아차리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들을 스님이 왜 저렇게 주장을 치켜들고 쿵쿵 소리를 내는지 알지 못한다. 불법은 즉심즉시(卽心卽是)로 연기작용으로 나타난 실용적 행동주의다. 불법인 연기작용의 진리는 나타나 있는 그대로의 알아차림이다. 말이나 설명이 아닌 지금의 실제이다. 그래서 견문각지(見聞覺知)로 직지인심(直指人心)하여 견성성불(見性成佛)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진리를 이해하지 못한 대중들은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뱀에 발을 달듯 덧말로 설명한 것이 법문이고 이것을 문자로 묶은 것이 경전이다.

 

대부분 경전에서 보면 부처님이 설법을 시작하시기 전에 말없이 선정 삼매에 드시어 광명과 신통 변화의 모습 등 상서로움을 일으키신다. 법화경도 그렇고 여래가 최초로 5명의 수행자 앞에서 초전법륜을 굴리실 때도 수인(手印=초전법륜인)을 통해 중도 정등각을 나타내 보이셨다. 이 초전법륜인이 선불교에서 말하는 공안으로 부처님이 최초로 제시한 화두이다.

한 수행자가 여래에게 질문했다. ‘불법은 중도를 바르게 앎이라 했는데 그 중도는 무엇입니까?’ 이에 여래께서는 가만히 오른손을 들어 시무 외인을 한 다음 전법륜인을 하시고 왼손은 펴서 허리 옆에 여원인을 했다.

이 뜻이 무엇인가?’

이 화두를 풀면 할! 이 몇 근인지, 주장자를 주고 뺏는 것을 단박에 알 것이네.

바람이 불어도 달빛은 흔들리지 않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