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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내가 아니고 우리인가? ...소설 연재. 초고 20

이야기를 다 들은 노장은 내가 한 체험이 매우 귀한 것이었다고 하면서도, 붓다가 깨달은 연기법의 참진리는 경험하지 못했다고 했다. 내가 체험한 것은 연기법의 가장 기초적인 단계이며, 법의 본성은 본래 공(空)한 것인데, 그 공한 이치를 나는 아직 온전히 열어보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그대는 진리를 이해한 해오(解悟)는 했지만, 단박에 알아차리는 돈오(頓悟)는 하지 못했어요.” 노장은 손가락을 구부렸다 펴 보이며 “이 답을 못한 것은 몸과 마음이 하나 된 심신불이(心身不二)에 이르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대가 당시 체험한 것은 이와 같소.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은 어떤 조건에 의해 명령하고 따르는 이분법적 실행이 아니라, 인과 연에 의해 조건 없이 그냥 일어나는 작용, 그것이 ..

나는 왜 내가 아니고 우리인가? ...소설 연재. 초고 19

동국대 간화선 집중수행기> 10여 년 전, 나는 서울 동국대학교 국제선센터에서 간화선 집중수행을 체험했다. 당시 지도법사는 수불 스님이었다. 나는 그때 화두 참선에 대한 열정과 의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수불 스님은 한국 불교의 대표적인 간화선 수행자이고 선사이시다. 간화선의 대중화를 위해 부산과 서울에 안국선원을 개설했다. 그동안 수만 명의 수행자를 배출하며, 지금도 간화선 보급과 다양한 사회활동을 이어가고 계신다. 나는 스님의 법문을 직접 듣고 싶어, 큰 기대를 안고 수행에 참가했다. 입제. 첫째 날 토요일 오후 1시, 나는 동국대학교 국제선센터에 입제했다. 이 대학은 1980년, 내가 미술대학 입시를 치렀던 곳이었다. 그날, 붓끝에 고드름이 맺힐 정도로 추운 날씨 속에서 실기 시험을 치렀고, 교..

나는 왜 내가 아니고 우리인가? ...소설 연재. 초고 18

나는 기거하는 방으로 돌아와 주변을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방의 한쪽 모퉁이에는 작은 문이 있었다. 문을 열어보니, 법계의 방과 마찬가지로 용담으로 이어지는 굴이 나왔다. 바닥 한쪽에는 길게 연결된 대나무 관이 놓여 있었다. 아마 온천수를 끌어들여 겨울에는 방을 데우는 용도로 사용하는 듯했다. 이곳에서의 생활은 수행에 집중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오후 불식을 하니 하루가 길게 느껴졌다. 시간이 더디게 흘러갔다. 해가 지고, 나는 저녁 참선을 마친 후 밖으로 나왔다. 도원의 밤공기는 낮 동안 데워진 대지 덕분에 훈훈했다. 어젯밤, 동굴 위에서 내려다본 도원의 풍경도 아름다웠지만, 지금 내 두 발로 직접 서서 바라보는 이곳의 달밤은 더욱 황홀했다. 도회지의 밤은 인공조명으로 휘황찬란하지만, 그 빛은 건..

카테고리 없음 2025.06.15

나는 왜 내가 아니고 우리인가? ...소설 연재. 초고 17

꿈속에서, 내가 태어난 시골 마을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왔다. 천둥과 번개가 휘몰아치더니, 마침내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니, 폭우라고 하기엔 역부족이다. 마치 하늘에서 폭포가 쏟아지는 듯한 광경이었다. 물이 순식간에 차오르며 낮은 지대부터 잠기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급히 높은 곳으로 피하려 했지만, 마치 쓰나미처럼 물살이 너무 빨라 대부분이 그 자리에서 휩쓸려갔다. 나와 몇 명은 간신히 마을에서 가장 높은 동쪽 달산(月山) 꼭대기로 달렸다. 그러나 그곳조차도 이내 물이 차올랐고, 우리는 더 피할 곳이 없었다. “이제 끝이구나……”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기적처럼 비가 뚝 그치면서 더는 물이 불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먹구름이 급격히 걷히기 시작하더니, 하늘이 열리고 푸른빛이 드러났다. 서..

나는 왜 내가 아니고 우리인가? ...소설 연재. 초고 16

용담(龍潭)의 신비> 다음 날 점심 때가 되어 아침을 먹었던 법계로 올라갔다. 집 안은 조용했다. 아침처럼 탁자 위에는 음식이 차려져 있었고, 방 위쪽 작은 문이 열리면서 노장이 나왔다. 그 뒤를 따라 어젯밤 나를 안내했던 젊은이가 허리를 숙이며 따라 나왔다. 나는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봤다. 노장은 젊은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구면이지요? 앞으로 그대가 여기서 생활하는 데 도움을 줄 겁니다.” 젊은이는 어젯밤과는 달리 공손하게 목례를 하며 “오탁이라고 합니다.”라고 소개했다. 나도 미소를 띠며 목례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성진입니다만, 통융으로 불러 주세요. 잘 부탁합니다.” 노장이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성진은 뭐고, 통영은 뭡니까?” “성진은 비구계를 받을 때 받은 계명이고, 통영이 아닌 통융..

나는 왜 내가 아니고 우리인가? ...소설 연재. 초고 15

단전호흡 명상> 나는 경전을 덮었다. 분별심을 내려놓고 가만히 호흡을 챙기며 반가부좌를 했다. 나는 단전(丹田)호흡법으로 앉아서 하는 좌선(坐禪) 수행을 한다. 통도사 사하촌에서 전통찻집을 할 때 어떤 도인으로부터 단전호흡을 배웠다. 단전은 배꼽 아래 기해혈과 석문혈 주위를 말하며 기(氣)의 밭이라는 뜻으로 몸의 기운을 운용하는 곳이다. 우리 인체는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영양분과 에너지를 기혈(氣血)이라 하고 그것을 순환하는 경로가 경락(經絡)이라 한다. 경락은 12 경맥과 임 동맥으로 360혈처가 있다. 인도에서는 8만8천 개 중에 대표적인 8개의 차크라로 설명한다. 제1차크라는 기초 에너지로 회음에서 시작하여, 제2차크라 감정과 창조에너지인 단전, 제3차크라 소화와 의지 에너지인 배 부위인 중..

나는 왜 내가 아니고 우리인가? ...소설 연재. 초고 14

心行處經(심행처경)> 마음이 복잡했다. 이럴 때일수록 평정심을 갖고 차분해야 한다. 어쨌든 며칠은 이곳에 머무르며 유성장터에서 만난 어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시 법계(法界) 집으로 돌아왔다. 집안을 둘러보니, 좀 전에 미처 보지 못했던 소품들이 많았다. 한쪽에는 소소한 농기구들도 있었다. 방문 옆 모퉁이에 작은 문이 하나 더 있었다. 나는 다가가 문을 열었다. 조그마한 방이었다. 깨끗했다. 방 반대쪽 벽에 또 다른 문이 있었다. 저쪽 문 너머에도 방이 있는 것일까? 마치 미로를 찾는 기분이었다. 방문을 닫고 홀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어떻게 하면 어른을 만날 수 있을까? 이곳 분위기가 함부로 찾아다니기에는 조심스러웠다. 이름도 모르고, 아는 이도 두 명뿐인데, 그들 모두 인정머리라곤 ..

대통령은 아무나 하나.

대통령은 아무나 하나. 인기가 있다고 대통려이 되어서는 안된다.인격이 있어야 한다. 인기는 권모술수에서 나오는 것이고 인격은 자질에서 나온다.인기는 자신을 앞세우고 자기도취형이라면인격은 상대를 존경하고 배려하는 자비에서 나온다. 인기로 이룬 성공은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사라질 수 있지만 인격으로 쌓은 성공은 실수도 용서할 만큼 후대에 까지 남는다.나라의 선장이 되려는 사람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지금 내가 인기로 대통령 후보인지 아니면 인격이 갖춘 후보인지를 리더자는 자신을 앞세우면 독제가 되고 자신을 낮추면 민주가 된다.

카테고리 없음 2025.05.07

나는 왜 내가 아니고 우리인가? ...소설 연재. 초고 13

**************** 창틈 사이로 햇살이 비쳤다. 유난히 맑은 아침이었다. 새벽 참선을 마친 후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왔다. 대문 없는 마당에는 매실나무들이 울타리를 이루고 있었다. 이미 매화는 지고, 콩알만 한 매실들이 조롱조롱 매달려 있었다. 마당에 서니 어제 본 달밤의 풍경과 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계룡산 천왕봉에서 내려온 용의 기세가 잠시 똬리를 틀고 쉬어가는 듯한 이곳은, 넓은 터와 겹겹이 둘러싼 암벽들이 마치 병풍처럼 감싸고 있었다. 소나무와 기형의 바위들이 조화를 이루며, 층층이 다양한 유실수와 꽃들이 어우러져 있었다. 아래로 깊은 계곡이 펼쳐지고, 그 너머로 반달 눈썹 같은 아미산이 보였다. 그 뒤로 겹겹이 이어진 산들의 형상이 완벽해 보였다. 흔히 말하는 좌청룡과 우백호가 ..

나는 왜 내가 아니고 우리인가? ...소설 연재. 초고 12

불교는 무엇입니까? 불교(佛敎)는 부처님이 깨달은 진리를 공부하고 깨달아 자비를 나눔 하는 종교다. 불법(佛法)은 부처님의 가르침이나 진리(法, dhamma)인 연기작용인 중도를 말한다. 붓다가 깨달은 진리는 사성제(四聖諦), 팔정도(八正道)라 하며 중도(中道)=연기법(緣起法)이라고도 한다. 붓다는 누구입니까? (도솔래의兜率來儀…. 도솔천에서 내려오다.) 참 진리를 깨달아 불교를 만든 성자를 석가모니, 佛(부처), 붓다(buddha), 세존(世尊) 등의 10가지 호칭으로 부른다. 붓다의 어머니인 마야부인의 태몽은 하얀 코끼리가 그녀의 옆구리를 통해서 자궁 속으로 들어오는 꿈을 꾼다. 전생에 부처님으로 도솔천 내원궁에 계시다가 내려오신 것이다. 언제 어디서 태어났습니까? (비람강생毘藍降生…. 룸비니..

나는 왜 내가 아니고 우리인가? ...소설 연재. 초고 11

일단 출발하면 뒤돌아갈 수 없다. 오직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위빠사나 걷기 명상을 하듯, 발을 들면 드는 것을 알아차리고, 발을 내디디면 나아감을 알아차리고, 놓으면 놓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매 순간 깨어 있어야 한다. 나는 몸을 암벽에 바싹 붙이고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내디뎠다.  몸과 마음이 한곳에 집중되고 몇 걸음 떼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대략 10미터쯤 갔을까. 다행히 암벽의 경사가 완만해지고 돌계단의 폭이 넓어져 발을 디디기가 수월해졌다. 하지만 다리는 후들거렸다. 조금의 여유가 생기자 바위에 몸을 붙이고 잠시 숨을 골랐다. 아직 남은 거리는 10미터가량. 어느 순간부터 뻐꾹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적막한 산중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위로가 되었다. 다..

카테고리 없음 2025.04.13

나는 왜 내가 아니고 우리인가? ...소설 연재. 초고 10

************ 동굴 벽에 커다란 그림자가 벽화처럼 드리워졌다. 내 움직임에 따라 그림자는 일렁였다. 그 순간, 그림자를 바라보며 이데아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플라톤의 대표적 철학 사상인 ‘이데아(Idea)’. 이데아는 모든 존재와 인식의 원형으로, 변하지 않는 초월적 실재(實在)를 뜻한다. 이는 단순한 관념이나 이념으로는 볼 수 없으며, 오직 순수한 이성(本性)으로만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즉, 내가 지금 존재하는 이 현실이 이데아라면, 빛에 따라 동굴 벽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허상에 불과하다. 그림자는 곧 우리의 감각과 생각이 만들어낸 관념일 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데아인 ‘참된 나’를 보지 못한 채, 감각기관을 통해 인식한 그림자와 같은 허상을 실재라고 착각하며 살아간다.플라톤은 동굴..

카테고리 없음 2025.04.11

나는 왜 내가 아니고 우리인가? ...소설 연재. 초고9

- 2부-계룡도원(鷄龍桃園)> 계룡도원의 만남> 소낙비가 후드득! 후드득! 나뭇잎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바랑을 멘 채 바위에 기대앉았다. 소나기는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다. 잠시 기다리며 바위 안쪽을 살펴보았다. 그곳에는 한 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정도의 틈이 있었고, 그 사이로 깊은 동굴이 이어져 있었다. 보통 바위굴은 햇빛과 물이 부족해 풀이 자라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동굴 안쪽에는 내 키만 한 수풀이 무성했다. ‘무언가 특별한 곳인가?’ 나는 바랑을 내려두고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은 예상보다 깊었고, 안쪽 끝에서 반대편의 빛이 희미하게 보였다. ‘통과할 수 있는 곳인가?’ 천천히 기둥 사이 잡풀을 헤치며 나아갔다. 그러나 동굴 끝에 다다랐을 때, 나는 숨을 삼켰다. 눈앞에는 수십..

나는 왜 내가 아니고 우리인가? ...소설 연재. 초고8

반가사유상의 미소>  오늘 길을 나선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하나는 오랫동안 미뤄왔던 어르신을 찾아 뵙고 확실한 내가 왜 ‘우리’인가를 듣기 위해서다.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내가 공부해 온 것들을 다시 점검하고, 더 깊은 깨달음을 체험하기 위한 구도(求道)의 여정이었다. 신원사를 지나 고왕암까지는 큰 무리 없이 올 수 있었다. 암자에 들러 약수 한 잔을 마시고, 잠시 쉬었다가 다시 길을 재촉했다. 그러나 고왕암을 지나자 본격적인 가파른 산길이 펼쳐졌다. 다행히 요즘은 위험한 구간마다 목재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그나마 수월하게 산 고개까지 오를 수 있었다. 천왕봉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에는 군사시설인 레이더 기지가 있어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가야 할 길은 정해진 등산로가 아니었다. 나..

나는 왜 내가 아니고 우리인가? ...소설 연재. 초고7

노인은 다시 찻잔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요즘 기후 변화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도 인간의 오만 때문이지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생각으로 자연을 정복하려 하고, 동물을 학대하며, 환경을 파괴한 결과가 지금의 이상기후와 각종 재해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신이 뿌린 씨앗을 돌아보지 않고, 그저 운이 나쁘다고만 하지요. 하지만 인과(因果)의 법칙은 절대 오차가 없습니다. 다만 빠르게 혹은 늦게 나타날 뿐이지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하지만 세상을 보면 온갖 나쁜 짓을 하면서도 부귀영화를 누리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까?” 어르신은 조용히 웃으며 대답했다. “그들은 아마도 과거에 저축해 놓은 복이 있어서 지금 찾아서 쓰느라고, 잘살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나는 왜 내가 아니고 우리인가? ...소설 연재. 초고6

*********** 이 광대한 우주 속에서, 나는 과연 누구인가? 전생이 있다면,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무엇이었을까? 나는 왜 이 세상에 태어났으며,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가? ‘우리’라는 관계는 왜 존재하며, 그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그리고 내생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끝없는 질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의 사상가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나는 누구인가?’ 를 탐구해 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나의 존재는 무엇인지, 나를 둘러싼 세계는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깊이 고민하게 된다. 이러한 ‘나’를 찾는 질문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러면 이러한 궁금증과 질문은 나만의 사치스러운 생각일까?깊이 사고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철학적 물음..

나는 왜 내가 아니고 우리인가? ...소설 연재. 초고5

*********** 그런데 어르신 말씀처럼 진리는 굳이 찾을 필요가 없다면, 내가 그동안 궁금해하고 찾아왔던 진실은 무엇이란 말인가?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문득 ‘왜 일어난 모든 것이 진리라고 하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나는 노인을 바라보며 다그치듯 다시 물었다. “세상 모든 것이 진리라면, 굳이 진리를 찾을 필요가 없겠네요?” 어르신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요. 이제 답을 아셨네요. 진리는 찾고 자시고 할 것이 없어요. 그냥 바르게 알아차리면 됩니다.” ‘알아차린다’는 말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세상 사람들 누구나 알아차리면서 살고 있지 않은가? 내가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을 계속 궁금해하는 것도 일종의 알아차림이 아닌가? “바르게 알아차린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뭘 알아차려야 한다는 말씀..

나는 왜 내가 아니고 우리인가? ...소설 연재. 초고4

*********** 마음을 다잡고 약재상으로 갔다. 오래된 듯한 여닫이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자, 문에 달린 풍경이 요란하게 울렸다. 약재 냄새가 가득한 가게 안은 서늘하고 어두컴컴했다. "계십니까?" "어서 오세유~" 사십 대쯤 되어 보이는 중년 남성이 특유의 충청도 사투리로 가게 뒤편에서 걸어 나왔다. 몸집보다 머리가 보통 사람의 두 배는 될 만큼 커서 순간 놀랐다. 나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려 옅은 미소를 지었다. "주인장 되십니까?" "그렇게 돼유~" 주인이면 주인이지 ‘그렇게 돼유’는 뭔 뜻인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다시 물었다. "조금 전에 들어오신 어르신을 좀 뵙고 싶어서 왔습니다." 주인은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의아한 듯 서성이다가 "잠깐 기다리시유, 여쭤보고 올게유."라며 뒷간으로 들어갔..

나는 왜 내가 아니고 우리인가? ...소설 연재 ,초고3

*********** 오늘은 평일이라 그런지 등산객들이 보이지 않았다. 혼자서 호젓하게 흙길을 밟는 기분이 참 좋다. 자연으로 나오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열린 학교로 등교하는 기분이다. 그리고 ‘자연은 펼쳐진 경전’이다. 한순간도 머물지 않고 진실의 책장을 넘기며 생생하게 살아 있는 진리다. 모든 알음알이를 내려놓고 경전 속으로 걸어 들어가 가만히 하나가 되어 보면, 자연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존재하지 않는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태어나고 소멸하며, 시작도 끝도 없이 변화하는 인과의 바퀴는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굴러간다. 흐르는 강물을 보며 세월의 무상함을 깨닫고, 수백 년을 도도하게 지켜온 소나무를 보며 인내와 끈기를 배운다. 눈보라의 추위를 견디고 핀 꽃 한 송이가 우주를 깨우는 기적임을 알게 된..

나는 왜 내가 아니고 우리인가? ...소설 연재, 초고2

첫 번째로 기억에 남는 것은 유년 시절, 내 인생의 좌표를 정하는 계기가 되었던 만남이다. 텔레비전에서 본 청소년 범죄 드라마였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늘 말썽을 일으키는 문제 소년과 그를 지도하는 교도관이었다. 문제아는 교도소를 마치 자기 집처럼 드나들었고, 어느 날 교도관은 그를 사무실로 불렀다. 여러 가지 교육적인 훈시를 했지만, 소년은 무반응이었다. 화가 난 교도관은 책상 위의 꽃병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꽃을 봐라. 아무 쓸모없는 들꽃 같지만, 이웃에게 향기와 기쁨을 주는 가치가 있다. 그런데 너는 인간으로 태어나서도 저 꽃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지 않았느냐? 늘 이웃에게 피해를 주고 악취를 풍긴다면, 얼마나 한심한 인생이겠느냐!" 그 문제 소년은 그 순간 마음이 움직였고, 이후 모범수로 생활..

나는 왜 내가 아니고 우리인가? ...소설 연재.초고1

- 제1부 -     대자유를 찾아 만행을 나섰다. 묵직한 바랑을 메고 산길을 오른다. 공주 계룡산이다. 산의 형세가 용의 모습과 닭의 볏 모양을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예언서로 유명한 에 등장한 계룡산은 한때 많은 도인이 수행했던 명산인 만큼 계곡이 깊고 산세도 수려하다. 특히 바위가 많은 산이라 산세가 험하고 기운이 좋다고 한다. 나는 계룡산 서남쪽에 있는 천년고찰인 신원사에서 점심을 먹고 길을 나섰다. 신원사는 갑사, 동학사와 함께 계룡산의 3대 사찰이다. 백제 의자왕 651년에 보덕 화상이 세운 사찰로 알려져 있다. 삼국시대부터 한반도 전체 산신들에게 제를 올리던 3곳이 있다. 북쪽에 묘향산은 상악, 남쪽의 지리산은 하악 그리고 가운데 중악은 계룡산 신원사에 있다. 특히 조선 시대에 명성 황후..

대중을 선점하는 프레임 전쟁

일반 대중은 진실보다 프레임을 즐긴다. 누가 더 프레임을 그럴듯하게 만들어 선점하느냐에 따라 대중의 민심이 움직인다.  경제학자인 갤브레이스는 통념을 이렇게 정의했다. "통념은 간단하고 쉽고 안락하고 편리한 경우에 만들어진다. 그것은 굳이 진실일 필요는 없다." 통념을 프레임으로 대입해 보자.프레임이 위험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있는 사건이든 조작된 사건이든 사건에 관한 과장 되거나 조작된 숱한 거짓말들이 대중 속으로 퍼져 나간다. 대중들에게는 재미있는 프레임으로 굳어져 거대한 파도를 타버리면  대중들은 그것의 진실 여부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 이러한 프레임은 계속해서 조작되는 또 다른 프레임들과 합쳐져 스폰지에 물이 스미듯 대중들은 세뇌되고 흡수된다. 따라서 진실을 마주 보고서도..

카테고리 없음 2024.11.06

양가 8식 태극권 용어 해석

8식 태극권에 대한 각 자세에 대한 한자 설명입니다. 기본자세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간단히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제1식  기세 (起势, 起勢)  권법을 하기 위한 기본자세. 양 손과 하체의 기마 자세로 천천히 내려가며 단전까지 충분히 양손이 내려 오도록 한 다음에  권굉세 동작을 한다.  제2식  권굉세 (卷肱勢)  말을권/팔뚝굉 : 팔뚝을 접어서 미는 자세. 모든 동작의 팔을 접을 때 완전히 꺽는 자세는 없다. 태극의 공간이 생기도록 유의한다. 모든 동작의 시선은 중심되는 동작을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제3식  루슬요보 (搂膝拗步, 褸膝拗步) 껴안을 루/무릎슬/꺽을요/걸음보: 손을 무릎아래로 걷으면서 요보(손발의 반대 쪽이 엇나가는 보법)를 한다는 의미제4식  야마분종 (野马分鬃, 野馬分鬃) [左右..

16식 태극권 자세 설명

16식 태극권에 대한 각 자세에 대한 한자 설명입니다. 기본자세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간단히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제1식  기세 (起势, 起勢)  권법을 하기 위한 기본자세제2식  야마분종 (野马分鬃, 野馬分鬃) [左右]– 갈기종: 야생마가 질주하듯 갈기가 좌우로 흩어지는 모습에서 유래했다고 함제3식  백학량시 (白鹤亮翅, 白鶴亮翅) 밝을량/날개시: 학이 날개를 펼치는 모습과 같다하여 유래됨제4식  루슬요보 (搂膝拗步, 褸膝拗步[左右] 껴안을 루/무릎슬/꺽을요/걸음보: 손을 무릎아래로 걷으면서 요보(손발의 반대 쪽이 엇나가는 보법)를 한다는 의미제5식  반란추 (搬澜捶, 搬瀾捶) 옮길반/물결란/종아리 칠(망치) 추 : 물결의 흐름과 같이 주먹을 망치와 같이 움직이는 자세.제6식  여봉사폐 (如封似闭, 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