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를 다 들은 노장은 내가 한 체험이 매우 귀한 것이었다고 하면서도, 붓다가 깨달은 연기법의 참진리는 경험하지 못했다고 했다. 내가 체험한 것은 연기법의 가장 기초적인 단계이며, 법의 본성은 본래 공(空)한 것인데, 그 공한 이치를 나는 아직 온전히 열어보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그대는 진리를 이해한 해오(解悟)는 했지만, 단박에 알아차리는 돈오(頓悟)는 하지 못했어요.” 노장은 손가락을 구부렸다 펴 보이며 “이 답을 못한 것은 몸과 마음이 하나 된 심신불이(心身不二)에 이르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대가 당시 체험한 것은 이와 같소.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은 어떤 조건에 의해 명령하고 따르는 이분법적 실행이 아니라, 인과 연에 의해 조건 없이 그냥 일어나는 작용, 그것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