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화경

삼관,십경십승관법의 깨달음

통융 2020. 3. 16. 15:25


⑴삼관(三觀) : 깨달음을 이루는 세 단계

 이병욱 저 / 천태사상연구 경서원 / 2000.

삼관은 다음의 세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단계는, 종가입공관(從假入空觀)이고, 둘째 단계는, 종공입가관(從空入假觀)이며, 셋째 단계는, 중도제일의관(中道第一義觀)이다. 이것에 대해 순서대로 살펴보겠다.

첫째, 종가입공관은 현실세계에서 공을 깨닫는 것이다. 집착의 대상에 대해 범부는 욕심을 내고, 그 욕심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범부는 절망하고, 또한 그 욕심이 이루어졌다해도, 다른 욕심을 위해서 불에 달려드는 나방과 같이 뛰어다닌다. 그러다가 비로소 무집착의 세계인 공을 깨닫고서 마음의 평안을 찾는다. 다시 말하면, 종가입공관은 현실세계의 집착이 공(空)함을 깨닫는 것이다. 그리고 종가입공관에서 공(空)에 들어가기 위해 가(假)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즉, 가(假)를 잘 살펴서 가(假)에 집착하지 않아야 공(空)을 체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종가입공관을 2제관(二諦觀)이라고도 하는데, 그 이유는 가(假)는 현상세계의 영역인 속제(俗諦)에 속하고, 공(空)은 진실한 세께의 영역인 진제(眞諦)에 속하기 때문이다.

둘째, 종공입가관은 공을 체득해서 현실세계에 활용하는 것이다. 즉, 현실세계에 돌아와서 중생을 구제하는 것이다. 아무나 중생을 구제하겠다고 해서 그것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기도 진리에 어두운데, 누구를 가르치겠다고 나서겠는가? 만약 진리에 어두운 채, 중생구제에 나선다면, 그 의도는 숭고한 것이지만, 그 결과는 뜻한 것만큼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종공입가관에서는 진리를 깨달아야, 비로소 중생을 구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종공입가관에서 '종공(從空)'은 앞의 종가입공관을 방편으로 따른다는 뜻이며, '입가(入假)'는 중생의 소질을 뜻하는 근기에 따라 알맞은 가르침을 베풀어준다는 뜻이다. 그리고 종공입가관을 평등관(平等觀)이라 이름하는데, 그 이유는 종공입가관이 종가입공관보다 평등하기 때문이다. 즉, 앞의 종가입공관은 가(假)에서 벗어나 공(空)에 들어가므로, 버려야 할 가(假)가 있지만, 종공입가관에서는 방편으로 공(空)을 받아들이고 가(假)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셋째, 중도제일의관은 공과 가의 중도를 깨닫는 것이다. 공에 집착하면, 현실에 뛰어들어 중생을 구제하는 것에 소홀히 하기 쉽고, 가에 집착하면, 중생구제만을 강조하여 진리의 세계를 소홀히 하기 쉽고, 가에 집착하면, 중생구제만을 강조하여 진리의 세계를 소홀히 하기 쉽다. 이 둘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중도제일의관을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종가입공관은 생사를 넘어서서 열반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고, 종공입가관은 열반도 뛰어 넘는 것이다. 즉, 열반에 집착해서도 안 된다. 따라서 중도제일의관은 앞의 두 관을 방편의 길로 삼아 중도를 깨닫는 것이라고 한다.

이상으로 살펴보았듯이, 관이 깊어지는 단계는 공을 깨닫고, 그 공의 힘에 의지해서 세간에서 중생을 구제하고, 그 다음 완전한 깨달음을 얻는 것이다.


 

           


⑵십경십승관법 : 깨달음을 이루는 방법

 

십경십승관법에서 십경은 지관의 대상인 열 가지 경계이고, 십승은 지관을 닦는 사람이 행하는 열 가지 방법이다. 십승이라 한 것은, 이것이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마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십경의 하나 하나에 대해서 십승관법을 행하는 것이 십경십승관법이다.

  가) 십경(十境) : 관찰할 대상
우선 10경부터 살펴보자. 첫째, 음계입경(陰界入境)이다. 음은 오음(五陰)이고, 계(界)는 십팔계(十八界)이며, 입(入)은 십이입(十二入)이다. 

그런데 이 음계입경이 처음에 제시된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현전(現前)의 의미인데, 늘 눈앞에 펼쳐 있다는 뜻이다. 즉, 음계입경은 늘 눈앞에 펼쳐져 있으므로, 항상 관(觀)의 대상이 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수행인의 몸은 음계입경으로 이루어졌으므로, 맨 처음 이것을 관찰한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경(經)에 의지한다는 것인데, 이는 음계입경이 앞에 오는 이유를 경전에 근거해서 설명한 것이다.

둘째, 번뇌경(煩惱境)이다. 이는 오음의 과(果)를 관찰하면, 비로소 번뇌가 발동하는 것이다. 보통 때에도 우리 마음속에 번뇌가 움직이고 있지만, 이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러다가 오음을 관찰할 때, 그 속에서 번뇌가 활동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음계입경 다음에 번뇌경이 일어나는 것이다.

셋째, 병환경(病患境)이다. 병을 이루는 요소를 살펴보면, 사대(四大:지(地), 수(水), 화(火), 풍(風))는 몸의 병을 이루는 것이고, 삼독(三毒:탐(貪), 진(嗔), 치(癡))은 마음의 병을 이루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들이 평소에는 섞여 있어서 잘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가 번뇌경으로 인해서 사대가 어지럽게 날뛰고, 그것이 맥과 장기에 충격을 주어 병환이 생긴다. 이것이 병환경이다.

넷째, 업상경(業相境)이다. 이는 병환이 제거된 다음에, 몸이 튼튼해져 업을 짓는 것이다. 즉, 선을 행하기도 하고, 악을 행하기도 해서, 업을 짓는다. 그래서 병환경 다음에 업상경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업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업이 있다.

다섯째, 마사경(魔事境)이다. 이는 도를 장애하는 경계이다. 앞의 업상경에서 수행자는 악이 생기면 없애려고 하고, 선이 생기려고 하면, 그것을 더욱 확장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마(魔)는 수행자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서, 도를 장애하는 경계를 나타낸다. 그래서 업상경 다음에 마사경을 말하는 것이다.

여섯째, 선정경(禪定境)이다. 이는 정신이 통일되어 삼매에 들어간 상태에서 생기는 것이다. 즉, 마사경을 넘어서면 공덕이 생기는데, 마의 유혹을 이겼으므로, 이번에는 모든 선정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이선정은 과거에 닦은 인(因)에 의해서 생긴다. 그리고 선정에 들어간 모습도 매우 다양하다.

일곱째, 제견경(諸見境)이다. 이는 선정경에서 삿된 지혜가 생김을 말하는 것이다. 즉, 법을 잘못 관찰해서 뒤집어진 생각인 전도(顚倒)를 일으킨다. 그러면 삿된 생각이 넘치는데, 이것이 제견경이다.

여덟째, 증상만경(增上慢境)이다. 이는 얻지 못한 것을 얻었다고 잘못생각하는 것이다. 즉, 앞의 제견경에서 생긴 치우친 견해가 잘못된 줄 알아서 집착을 그치면, 욕심인 탐(貪)과 성냄인 진(瞋)이 일어나지 않지만, 소질을 뜻하는 근기가 둔한 사람은 이 탐과 진이 없는 상태를 불교의 최고 경지인 열반으로 착각한다. 그 결과, 아직 얻지 못한 것을 얻지 못했다고 잘못 생각한다. 이것이 증상만경(增上慢境)에 빠진 것이고, 이런 사람이 증상만인이다.

아홉째, 2승경(二乘境)이다. 이는 2승의 견해에 떨어지는 것이다. 즉, 제견경과 증상만경을 넘어 서서 마음이 고요한 경지에 들어갔더라도, 문제가 생기는데, 그것은 과거세의 익힌 소승의 기질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대승의 마음을 일으키지만, 결국 2승에 떨어지고 만다. 이것이 2승경이다.

열번째, 보살경(菩薩境)이다. 이는 보살이 떨어지지 쉬운 경계이다. 즉, 보살이라면 본래부터 서원한 본원을 중시해서 이승과 같이 공(空)에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방편도를 중시하는 보살의 경계가 나타난다. 그리고 이 보살에도 차별이 있다. 즉, 6바라밀을 조금 수행한 보살은, 깊은 가르침을 들으면 오히려 비상을 하고, 통교(通敎)보살은 진정한 도에 들어가지 못했으면, 깊은 가르침을 들을 때 오히려 비방을 한다. 그러나 별교(別敎)보살은 처음부터 깊은 법이 있는 줄 알고, 비방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별교보살이 비방을 하지 않더라도, 별교보살은 아직 방편의 가르침인 권교(權敎)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이 모든 보살이 권교의 선근(善根)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보살경을 말하는 것이다.

이 10경 중, 음계입경은 항상 현전한다. 즉, 음계입경은 일어나든, 일어나지 않든 간에, 관찰의 대상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나머지 9경은 일어나야 관찰할 대상이 된다. 그리고 이 10경 하나 하나에 십승관법이 행해진다. 그래서 십경십승관법이라 한다.

  나) 십승관법 : 관찰하는 방법
앞에서 10경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러면 십승관법에 대해 살펴보자.

첫째, 관불사의경(觀不思議境)의 내용은 앞에서 소개한 일념삼천설과 삼제원융이다. 

둘째, 발진정보리심(發眞正菩提心)이다. 진정보리심(眞正菩提心)을 일으키는 상황은, 불사의경(不思議境)을 바르게 알지 못하고, 도리어 거기에 빠져 집착할 때이다. 바르게 불사의경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진정보리심을 일으킬 필요가 있다. 그런데 진정보리심의 내용은 4홍서원(四弘誓願)으로 정리된다. 그 내용은 모든 중생을 구원하겠다는 것, 모든 번뇌를 끊겠다는 것, 모든 가르침을 배우겠다는 것, 완전한 깨달음을 얻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보리심에서 '진(眞)'과 '정(正)'이 의미하는 것은 일심삼관에서 말하는 중도(中道)이다.

셋째, 선교안심(善巧安心)이다. 선교안심은 지관(止觀)으로 진리의 본성인 법성(法性)에 안주하는 것이다. 이것은 원(願)을 세우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실천은 지관이다.

넷째, 파법편(破法遍)이다. 파법편은 중생이 전도(顚倒)됨이 많고, 전도되지 않음은 적으니, 중생이 전도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앞에서 지관으로 마음을 편안히 하였다면, 선정과 지혜가 열리어 다시 깨뜨릴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법성과 상응하지 못했으면, 선정을 함축한 지혜를 사용해서, 모두 다 정화시켜야 할 것이다. 그래서 전도를 깨뜨림을 말하는 것이다.

다섯째, 식통색(識通塞)이다. 파법편이 철저하다면, 생겨남이 없는 본래의 경지인 무생(無生)에 들어가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무생에 들어가지 못했다면, 왜 그런지 이유를 살펴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옳고 그름에 막혀서 분명하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통색에서는 자기가 어디서 막히고, 어디는 통햇는지를 돌이켜 본다.

여섯째, 도품조적(道品調適)이다. 도품조적은 37도품(道品)으로 조절하는 것이다. 37도품은 지혜를 얻기 위한 여러 종류의 수행체계이다. 이관법이 필요한 이유는, 파법편과 식통색을 잘 사용하였다 해도, 도품을 잘 조절하지 않으면, 진실한 법과 빨리 상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곱째, 조도대치(助道對治)이다. 근기가 둔하고 번뇌가 두터운 사람의 경우, 근기가 둔하므로 3해탈문(三解脫門)을 곧 열지 못하고, 번뇌가 두터우므로 마음을 관조하는 것인 관심(觀心)을 억지로 깨뜨린다. 그러므로 번뇌를 끊는 대치(對治)의 도로써 번뇌의 장벽을 깨뜨려야 한다. 그러므로 3해탈문에 편안히 들어갈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3해탈문은 공(空)·무상(無相)·무원(無願)의 해탈문이다.

여덟째, 명차위(明次位)이다. 명차위는 자기가 어느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는지를 분명히 아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수행이 어느 정도 익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수행계위가 필요한 이유는 자기가 증득한 것과 증득하지 못한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이다.

아홉째, 능안인(能安忍)이다. 처음 관불가사의경부터 명차위까지 수행해서 장애를 지혜로 바꾸었으나, 어떤 사람은 수행계위의 하나인 초품제자위(初品弟子位)에 들어가지 못하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초품제자위에 들어가서 지혜가 밝고 분명하기도 하다. 초품제자위는 범부가 닦는 다섯 단계의 수행단계를 지칭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혜가 밝고 분명하다면, 이러한 사람은 중생을 널리 이롭게 해야 할 것이다. 이는 마치 큰 코끼리가 무리를 단속함과 같다. 그러나 지혜가 분명하지 않다면, 안인(安忍)해서 깊이 삼매를 닦아야만 한다. 행이 이루어지고 힘이 드러날 때, 교화를 행해도 늦지 않다. 그리고 안인(安忍)하는 경우, 사양하고 은둔하고 떠나는 것이고, 내부의 번뇌에 대해서는 즉공(卽空)·즉가(卽假)·즉중(卽中)이라고 관찰하는 것이다.

열번째, 무법애(無法愛)이다. 무법애는 법에 대한 애착(愛着)이 없는 것이다. 위의 아홉 가지 관법을 닦으면, 모든 장애를 넘어서서 참된 세계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나 참된 세계에 들어가지 못했다면, 그 이유는 부처님의 가르침인 법(法)에 애착해서 거기에 머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진정한 중도를 일으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히 모든 지혜에 들어가서, 불교 최고의 경지인 무생법인(無生法忍)에 머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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