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정식 이름은 《묘법연화경현의(妙法蓮華經玄義)》인데 그 이름이 말하는 바와 같이 법화경의 본지(本旨)를 직접 설시하고자 저술한 책이다. 물론 앞의《법화문구》도 그런 종류의 책이지마는 그것과는 주석의 형식을 달리하고《법화경》의 경제(經題)를 해석하는 체제를 취하여 그 경의(經意)의 본지(本旨)를 설시하고자 한 것이 이 책이다. 또한 이 책은《법화문구》와 서로 어울려서 대사의 법화경관(法華經觀)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교학사상의 기본을 표시하는 것이기도 한데 내용면에서 두 저서를 비교해볼 때 이 책이 보다 중후(重厚)하게 깊어진 대사의 사색내용을《법화문구》이상으로 농밀(濃密)하게 전해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 책의 성립은 이제까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개황(開皇) 13년(서기593) 하안거(夏安居)때로부터 같은 해 연말까지의 사이로 추정되고 또한 대사 생존 중에 저술로서의 형태가 갖추어지도록 정리되어 있었던 것 같다. 다만 현존하는《법화현의》는 제자 관정에 의해 손질되고 종합된 것으로서 이것은 개황 17년 가을부터 인수(仁壽) 2년(서기602) 8월경 사이에 완성된 듯하다. 이 책은 구마라습 번역의《묘법연화경》다섯 자의 경제(經題)를 차례로 해석하는 구성으로 저술되어, 이것 또한 대사의 독자적인 구성을 가진 법화석인데 이러한 석풍(釋風)이 채용된 것은 경제가 경의 뜻을 집약적으로 응축하여 나타낸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 조직을 보건대 ① 경제의 명의(名義)를 해석하는 <석명(釋名)> ② 경의 체(體)의 본의(本意)를 변술(辯述)하는 <현체(顯體)> ③ 경의 종지(宗旨)를 밝히는 <명종(明宗)> ④ 경이 지니고 있는 공덕을 논하는 <논용(論用)> ⑤ 권(權)ㆍ실(實)ㆍ추(추)ㆍ묘(妙)의 교상을 판별하는 <교판(敎判)> 의 5장(五重玄義라고 함)으로 되어 있고 이 5장이 통석(通釋)과 별석(別釋) 두 항목에 나뉘어지고 이로 하여 경의(經意)의 총합적인 표출을 기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먼저 통석이란 앞에 말한 5장 중에서 개별적으로 자세히 논술해나간 경의의 해설 나아가서는 스스로 구상한 교학사상을 개진하기에 앞서 미리 일반적으로 그러한 해설을 해놓은 한 항목이다. 여기서는 ① 표장(標章) ② 인증(引證) ③ 생기(生起) ④ 개합(開合) ⑤ 요간(料簡) ⑥ 관심(觀心) ⑦ 회이(會異) 의 7항목을 세워서 그 개요를 설명한다. 이 부분은 <칠번공해(七番共解)>라 일컬어지는 것인데, 여기서의 설명을 통하여 법화경의 주제가 모든 사물의 <실상>을 전시(詮示)함에 있고 그리하여 그 미묘한 이치를 체득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고 그 목표를 실현시켜주는 것은 일승(一乘)이고 또한 그 길을 지시해 주는 것이 곧《법화경》이라는 점이 간결 명료하게 논술되어 있다. 다음 별석이란, 이 항목이《법화현의》의 중심을 이루고 있고 양적으로도 가장 많다. 석명(釋名)ㆍ현체(顯體)ㆍ명종(明宗)ㆍ논용(論用)ㆍ판교(判敎)의 5장 아래 상세하게 논술된다. 특히 처음의 석명장(章)은 법ㆍ묘ㆍ연화ㆍ경의 4절로 나뉘어《묘법연화경》다섯 자의 경제(經題)해석을 주제로 삼은 장으로서 이 책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이 장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보인 부분인 <법>과 <묘(妙)>두 글자의 해설을 추진하는 각 절(節)인데 이 부분의 해설은 자그마치 이 책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천태대사의 교학사상의 골격이 여러 각도로 자세히 설해져 있다. 이 책을 통해 설시되는 대사가 이해한 《법화경》의 경지(經旨), 나아가서는 그의 교학사상의 근간을 이 법ㆍ묘를 해석한 각 절의 설명에 따라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법>을 해석한 1절부터 보건대, 여기서는 모든 사물의 <실상>을 교시하는 것으로서《법화경》을 규정하고 그러한 인정 위에 서서 대사의 독자적인 방법으로 실상의 내적 구조의 개진(개진)에 최대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설명방법은 남악ㆍ혜사가 시도했다는 마음ㆍ부처ㆍ중생 3법에 따라 일체법을 해석하는 방법을 따른 것으로서 이 3법에 의거하여 <법> 한 자를 해석하고, 그리하여 일체법의 존재하는 상(相;實相)을 밝히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그 논술의 과정에서 《묘법연화경》방편품에 말하는 <십여시(十如是)>의 설이 주목되고 또한 그것이 대사에게 그의 독자적인 방법으로 이해되어, 모든 사물의 존재가 독특한 방법으로 논술된다. 이 방면의 대사의 목표나 설명방법은 이미 말한 바와 같다. 아무튼<법>한 자를 해석하여 <실상(實相)>을 교시하는 것으로서의《법화경》의 성격 그리고 스스로 해석한 실상의 내적 구조가 이론적으로 논술되어 있는 것이다. 다음 <묘>자의 해석을 통해 명시(明示)되는 바를 일별한다. 통ㆍ별 두 가지의 해석이 시도되는데 처음 통석(通釋)에서는《법화경》의 유래없는 절묘한 성격과 거기에 설시되는 절대의 경계의 내적 양상이 개설된다. 다시 계속되는 별석에서는 <적문의 십묘> <본문의 십묘>양면으로 <묘>의 뜻이 자세히 논구(論究)된다. 먼저 적문 십묘의 항목에서는 묘란 구체적으로는 경(境)ㆍ행(行)ㆍ위(位)ㆍ삼법(三法)ㆍ감응(感應)ㆍ신통ㆍ설법ㆍ권속ㆍ이익의 10묘로서 나타나는 의취(意趣)를 포함하는 것이라 하고 그들 10묘의 의미의 명확화(明確化)를 통하여 <묘> 한 자가 나타내는 바가 총괄적으로 제시된다. 그러므로 묘의 뜻의 논구(論究)는 대사가 이해한 실상의 경지의 내적 구조(境妙), 그것의 득지(得知)를 실현하는 방법(智妙ㆍ行妙), 그리고 실상의 경의 득지가 깊어지는 과정(位妙), 거기에다 이들 4묘에 의해 얻어지는 과덕(果德;三妙法)을 밝혀 주게 된다. 또한 그러한 것은 다시 중생의 교화를 둘러싼 이론적 문제를 분명하게 하기도 한다. 우선 중생에 있어서의 깨달음에의 길의 성립관계(感應妙), 이어서 불타에게 갖추어져 있는 중생구원을 위한 모든 능력(神通妙), 중생제도를 위해 주어지는 불타의 설법의 내적 성격(說法妙), 그리고 교익(敎益)을 입은 중생의 여러 가지 양태(眷屬妙)또한 부처의 교화로 얻는 중생들의 갖가지 공덕(利益妙), 이러한 것들을 밝히게도 된다. 아무튼 적문의 10묘(十妙)를 통하여 교시되는 교법(敎法)의 세계는 모든 사물의 실상의 존재의 구체상과, 그것이 중생에게 있어서 득지(得知)되는 이론적 관계와 그 실현의 경위 그리고 실상을 관득(觀得)하여 획득하는 종교적 경지 등 이러한 점들이다. 적문의 10묘에 이어 본문의 10묘가 논술되는데 이 항목에서 주되는 관심은 적문의 10묘를 통하여 자세히 설해온 실상의 구극(究極)에의 길의 배후에 실은 그 전체의 진실성을 완전히 보장하는 부동(不動)의 진리의 당체가 엄연히 가로놓여 있음을 명시하는 점이다. 깨달음에의 길을 배후에서 지탱해 주고 실상에의 길임을 확실하게 보장을 주어 포착될 것으로서 말하자면 우리들의 경험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진리를 보이고자 하는 것이 본문 10묘를 논술하는 주제인 것이다. 《법화현의》의 내용의 중심을 차지하는 오중현의, 별석의 석명의 항목 중의 법ㆍ묘의 해석에 있어서 주제로 논술되어 있는 것을 극히 간단히 소개하였는데 그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대사가 이 책의 강설을 통해 의도(意圖)한 바는 바로 <모든 사물의 실상>을 둘러싼 교학적 여러 문제를 이론적으로 정리ㆍ논술해 보이는 데 있었다고 하여 무방할 것이다. 이 책은 다음에 말하는 《마하지관》과 함께 대사의 실상론(實相論)의 골격을 아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