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와 우항리의 공용 발자국을 둘러보고 해남 땅 끝 마을로 방향을 잡고 있다. 보길도를 둘러볼 예정으로 반겨주는 이는 없지만 새로운 곳을 만난다는 가슴 두근거림으로 마음은 분주했다. 땅 끝 왠지 끝이라는 단어의 의미에서 신비스러움 아니면 아련한 느낌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진도에서 오후4시에 출발 곧장 달려왔는데도 밤 `0시가 넘어서야 땅 끝 마을에 도착했다. 전남 해남군 송지면 갈두리 땅 끝 마을이라고 해서 조용하고 조그마한 어촌쯤으로 기대 했으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휘황한 네온 빛과 요란한 숙박시설들의 조명으로 대낮같이 밝은 화려한 도회지의 어느 유흥가를 방불케 했다. 오늘이 크리스마스 이븐 날이고 내일은 공휴일이라서 그럴까? 많은 사람들이 조그마한 어촌 마을에 북적대고 있었다. 마을을 들어오면서 제일먼저 보였던 것이 마을 뒷산에 돌고래의 형상을 본 따서 만든 초현대식 전망대였다. 전망대는 화려하게 조명을 받고 어두운 하늘 높이 솟아 있었다. 시간이 늦은 탓에 통관 의례(입장료 징수)도 없이 바로 차를 몰고 전망대로 올랐다. 전망대에는 레스토랑과 찻집이 있었지만 모두 문을 잠근 뒤라서 사람들이 없었다. 혼자서 여기저가 기웃거리며 구경을 하고 다시 마을로 내려왔다. 많은 여관과 민박시설들의 불빛이 유혹하고 있었지만 나에겐 상관없는 곳이다. 길 떠나면서 나름 데로 철칙을 몇 가지 세워서 다닌다. 첫째 숙박은 돈을 주는데는 이용하지 않고 가급적 차에서 잘 것. 둘째 식사도 돈을 주고 사먹지 않고 직접만들어서 해결할 것. 셋째는 입장료를 내고 공원이나 시설물을 이용하지 않으며, 도로는 통행료를 내지 않는 곳으로 다닌다는 철칙을 세웠다. 물론 부득이한 경우는 제외되겠지만 그 동안은 잘 지켜오고 있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고 선착장에 가서 내일 보길도 가는 배 시간과 삯을 확인했다. 배 출항 시간은 아침 7시,8시20분,11시에 있었고 배 삯은 편도가 일반 6700원 이었다. 확인을 하고 이젠 하루 밤을 지낼 자리를 찾아 주차를 해야 한다. 차를 세우는 곳은 명당을 골라서 세워야 편하게 하룻밤을 지낼 수 있다. 명당이란 차를 세워서 북쪽이 막혀 있어야하고 조용한 곳은 물론 차량이나 사람의 통행이 없는 곳이어야 하며 남쪽 즉 앞쪽은 넓게 트여 있어야 한다. 그런 명당? 자리를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어쩌든 마을을 몇 바퀴 돌아서 겨우 마을귀퉁이 바닷가 도로에다 차를 세웠다. 날씨가 계속 좋지 않더니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차에 불을 피워야 할 만큼 춥지는 않을 것 같아서 그냥 옷을 많이 껴입고 잠을 청했다. 바람에 밀려오는 파도 소리가 점점 멀어질 때까지 땅끝 마을은 나그네의 밤을 지켜주고 있었다.
차가 흔들리며 차창에 부딪치는 바람 소리에 잠을 깨어 보니 벌써 새벽6시가 넘었다. 차 밖은 아직 어두웠다. 바람이 몹시 불었다. 이런 날씨에 배가 출항할 수 있을까. 손 전화로 일기예보를 알아봤다. 바람이 4~5m의 높은 파도가 일겠다고 했다. 그래도... 서둘러 선식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7시배를 탈려고 선착장엘 갔으나 역시 매표장구가 굳게 잠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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