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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추운 겨울밤의 들길입니다.

통융 2014. 12. 9. 17:14

 

 

 

4,어머니! 추운 겨울밤의 들길입니다.

 

 

     <강진 들녘 눈보라 속의 쌍 솔나무>



달 앞을 지나는 구름아
이 추운 밤
어딜 그리 바삐 가니.
                       -그리움-


눈보라 치는 밤인데도
차안에서 잠을 청 할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바쇼씨!
                             -바쇼씨-
<바쇼:일본 하이쿠의 이싸, 부손과 함께 대표작가>

이렇게 추운 겨울밤은 어머님이 그립습니다.
품속에 묻어두었던 따스한 손길로
언 발을 꼬옥 싸잡아 주시며 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사람은 잠을 잘 때는 늘 발이 따뜻해야 하는 거다.'
지금도 나는 가끔 잠을 청할 때마다 어머니의 말씀이 살아납니다.
오늘밤같이 무척 추운 날이면요.
차창 밖에 눈보라까지 휘몰아치는걸 보면 ...

오늘은 잠자리 터를 찾아다니다가
어둠에 갇혀 논길에다 차를 세웠습니다.
이런 겨울에는 논길을 다니는 차량이나 인적이 없어 차를 세우고 하룻밤을 지낼 수 있으니까요.

다행히 논 가운데 비닐 하우스가 있고
그 옆에는 다 허물어진 농막이 있어 위안이 됩니다.
허허 들판 보다가는 한 부분이라도 바람을 막아 줄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솔을 찾아 길 다니면서
오늘처럼 추운 날 밤은 없었던 것 갔습니다.
차안에서 한 밤을 지새우려면 난로에 불을 지펴야 될 것 갔습니다.
늘 준비해 다니는 솔 나무 등걸 이를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도끼로 깨어 난로에 불을 지폈습니다.
연탄 난로를 개조해서 나무를 땔 수 있게 만든 난로라 좀 엉성합니다만
불을 붙일 때 연기가 나서 잠시 고생스러운 것 제외하면
일단 불만 붙으면 차안이 참 따뜻합니다.
이런 추운 날씨에는 불기운만 봐도 한결 마음이 포근해 지거든요.
불은 참 위대한 힘을 갖고 있나봐요.
어머니의 손길처럼 너무나 따스하니 말입니다.




해 살 먹었던 장작은
아궁이 안에서
살을 뱉어낸다.
             -장작1-

내 생의 마지막이
저 아궁이 안에
장작처럼 따스함을 주려나...
              -장작2-


눈은 아무데나
하얗게 내려앉네
쓰레기 더미 위에도.
                -눈-

  <화선지 먹 채색 / 시화 (장작)30*30>

분주한 불피우기 작업이 끝나고
이젠 제법 불기운이 난로를 데우고 있어서 차안이 한결 훈훈해 졌습니다.
불을 피우고 나니 배가 고파 오네요.
아직 저녁을 먹지 못했거든요.
아침에 해 놓은 찬밥과 먹다 남은 된장찌개에다
칼국수를 넣어 끓여 먹을까 합니다.
가끔 해 먹는 일급 메뉴이거든요.
옛날 추운 겨울날 어머니가 해주시던
갱죽(솥에 물을 차 반하게 붓고 김치와 기타 양념을 넣어
끓이다가 칼국수와 식은 밥을 함께 넣어 끓여서 먹는 죽)이
생각나서 한번 해본 요리입니다.
특히 추운 겨울철에는 뜨끈뜨끈하게 한 사발 먹고 나면 추위가 달아났던 기억이 나서요.

차가 흔들릴 만큼 눈보라는 점점 기세를 더하는 것 같습니다.
벌써 차창 밖 들판에는 흰눈들로 쌓여가고 있습니다.
눈이 너무 많이 내릴까봐 걱정이 됩니다.
눈 길을 다닐 차량장비가 하나도 없거든요.
하늘이 하는 일이라...


다행히 난로에는 불이 잘 타고 있어요.
오늘밤도 긴 잠은 잘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불을 꺼트리지 않고 난로를 계속해서 피우려면
두 세시간 간격으로 난로에 나무를 넣어줘야 하거든요.
그러니 선잠 덕분에 책도 보고 내 시간을 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차안에 부착된 조명의 밝기는 정확한 와트(kw)수는 모르지만
작은 형광등 두개로 밝기를 몇 단계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합니다.

가까이서 고양이 소리가 바람소리를 차갑게 자르고 있습니다.
옆집 허물어진 농막에 들고양이가 추위를 피해 들어 왔나봅니다.
오늘밤은 이웃하는 친구가 있어서 덜 심심할 것 같습니다.
창문을 커튼으로 가리고 몇 겹의 이불을 깔고 침낭 속으로 몸을
밀어 넣으면 그런 데로 안락한 침실이 되거든요.
난로에 불씨가 있을 때까지는...
그리고 글 마음을 만져봅니다.
어머니!

<솔거가 그린 솔을 찾아 떠나는 길>에 눈보라가 심하던 강진의 들 밤에서>

   <차 안에 설치한 장작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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