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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거가 그린 솔을 찾아 떠나는 길에서 만난 마음들

통융 2014. 12. 9. 17:06

 

 

 

솔거가 그린 솔을 찾아 떠나는 길에서  만난 마음들

 

책 갈피 속에는 지식이 들어있고 자연의 갈피 속에는 지혜가 들어 있다는 말처럼

넓은 자연의 세상 속으로 길 떠난다는 것은 '열려진 학교로 등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2002년10월1일부터 2003년10월1일까지 <솔거가 그린 솔을 찾아 떠나는 길>이라는 주제를 갖고

전국의 솔나무를  찾아 기행 하면서

고귀한 마음들을 내어주시고 도움주신 분들의 참 뜻을 거두어 삶의 스승과 귀한 마음들을 많이 만나고 공부하고 돌아왔다.

특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천년기념물 소나무 39그루를 만나고 비록 미숙한 솜씨이지만

비디오 테이프에 담고 화폭에 심어 우리솔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보여 줄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대표적 솔나무  40여그루를

대작으로 작업중이며 우리 솔사랑과 보호운동을 함께 병행 해 국내외에 선보일 계획등이 무엇보다 뜻 깊었다.

그리고 길에서 만난 또 다른 나와, 뭇 이웃들과 글마음을 만저보며 나누던 이야기도 너무나 소중한 삶의 경험들이었기에

이러한 마음들을 모아 내려놓아본다.

다시 한 번 길 다니는데 마음 내어 주신 분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1,우리민족 정신의 뿌리인 솔나무를 찾아서

 

지난 1년 동안 <솔거가 그린 솔을 찾아 떠나는 길>의 전국 솔나무를 찾아다니는 기행을 통해 우리나라 산하에 솔나무가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과 울창한 솔숲을 볼 때마다 역시 우리민족의 문화를 솔나무 문화라 할 만큼 솔나무는 우리민족을 대표하는 나무임에 틀림이 없으며 솔나무를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는 민족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며 실감했다.
그러면 우리나라에 솔나무는 언제부터 자생하게 되었으며 현재는 몇 종류의 솔나무가 자라고 있을까.
지구상에 솔나무가 출현하기 시작 한 것은 약 1억7천만년 전인 중생대 삼첩기 말기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에는 약2-3천년 전에 자생했다고 보고 있다. 지구상에 서식하는 솔나무의 종류는 약80여종으로 분류하고 우리나라에는 변종, 품종을 합해서 40종이 현재까지 알려져 있다.
특히 해안을 중심으로 많이 분포되어 있는 해송과 내륙 지방에서 자라는 육송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었다. 육송에서도 홍송 즉 금강송과 일반 홍송으로 구분된다.

 

<울진 행곡리의 처진솔 천년기념물

 제409호,화선지 수묵 >

<함양군 개평리의 군 보호수인 솔 위에서>

그리고 우리나라에 자라고 있는 솔나무 형태 분류를 살펴보면 일본인

 식물학자인 우에키 교수가 1928년 <조선산 적송의 수상과 개량에 관한

조림학적 고찰>에서 분류한 동부형,금강형,중남부평지형,위봉형,안강형,

중남부고지형으로 지금까지 구분되고 있으나 제가 다녀본 결과로 현재의

 생육상태나 지역적인 형태 분류가 합당하지 않은 것 같았다. 위에서도 언급

했듯이 과거의 자연서식 분포가 아닌 조림사업으로 솔나무의 군락분포와

성장형태가 변했기 때문이다.
나름 데로 몇 가지 유형을 구분해 보면 크게 고산형과 평지형으로 나눌

수 있고 세부적으로는 조림 밀집형, 자연 밀집형, 독립형으로 나눌 수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에 솔나무는 강원도나 울진 안면도 등 특별히 보호해 왔던 지역과 일부 높고 험준한 산악지대를 제외하

고는 대부분 나무 수령이 30-40년 된 것들이 가장 많이 자라고 있었다.
이는 우리 아궁이 문화와 건축문화의 변화에 깊은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땔감을 나무에만 의존했던 온돌 아궁이가 온 산에 나무들을 다 베어 삼키고 산들을 벌거숭이로 만들다가 지난 70년을 전후해서 농촌 새마을 사업과 맞물려 나무 아궁이인 온돌에서 연탄아궁이와 석유를 사용한 보일러문화로 바뀌면서 산에 나무들이 베어지지 않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되었다.
또한 나무에 만 의존했던 건축자재와 건축형태의 변화로 철골과 시멘트 등의 건축자재들이 생산되면서 나무의 벌목이 줄어들었고 때 맞춰 국가에서 실시한 살림보호 정책과 조림사업이 실행되어 산에 나무들이 보호 관리되고 현재와 같은 울창한 산림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우리민족들은 애국가 가사에서 등장 할 만큼 솔나무를 좋아하고 신성 스럽게 보호해 왔던가.

그리고 솔밭에서 태어나 솔나무로 만든 집에서 생활하다가 솔나무 관으로 들어가 다시 솔밭에 묻힐 때까지 우리의 생활 속에서 솔과는 떼어놓을 수 없을 만큼 가깝게 생활하고 사랑하며 아끼는 우리 민족의 심성은 무엇이며 그 근본 정신과 상징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지리산 와운의 천년송 천년기념물 제 424호>


첫째는 환경적 요인으로 우리 산하에서 가장 많이 분포해 자라고 손쉽게 목재나 땔감으로 생활에 이용하게 활용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 될 것이다.

특히 나무가 갖는 재질이나 특성이 어떤 나무보다도 뛰어나고 우수했다는 것이 아마 다른 나무들 보다 솔나무를

보호하고 아끼며 키워왔다고 보겠다.


둘째는 외형 적인 모습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상징성이라 하겠다.
솔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해 사시사철 늘 푸른 다는 것이며, 서식하는 곳도 바위나 험준한 어떤 환경에도 아량 곳 하지

않으며 폭풍우나 눈보라 속에서도 꿋꿋하게 잘 자란다는 것이다.
이러한 외형적 모습에서 절개와 지조의 상징성인 늘 푸르름과 꿋꿋하게 버티며 의연하게 자라는 모습등이 군자의 덕(德)과

미(美)를 찾아냈던 것이다. 또한 솔나무가 갖고 있는 특징 중에 가장 인상적인 것이라면 껍질과 나무 가지의 생긴

모습,그리고 뿌리를 땅 밖으로 내어놓는

모습 등일 것이다. 나무가 오래되면 될 수 록 껍질의 모양이 우리 동양인들이 가장 신성시하고 두려워하면서도 성스러운

 존재인용의 비늘이나 거북등껍질의 모양을 닮고 있다는 것이다. 나무 가지나 뿌리 또한 자유롭게 휘어져 서로의

 몸을 감고 있는 모습이나 하늘로 향해 뻗어나간 형상 등은 분명 용이 또아리를 틀거나 힘차게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모습들로 비쳐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나무에 붙여진 이름 구(龜)룡(龍)솔, 반용(蟠龍)솔, 영(靈)솔 등에서도 찾아

 볼 수 있듯이 한 그루의 솔나무 이기 전에 살아서 움직이는 신성한 상징물이며 수호신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셋째 특징은 수백 세월을 변함 없이 한자리를 지키며 인간들의 삶보다 수 십 배 오래 살고 있는 신성한 신앙적 숭배

 물이라는 것이다. 솔나무의 평균 수명이 500년이라 하듯이 인간들의 삶을 몇 배나 살고 있으면서 아버지의 아버지

세월과 자신들이 알지 못한 마을의 온갖 애환과 과거의 역사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 두려울 뿐만 아니라 그러면

서도 그 모든 역사 속에 희노애락을 함께 나누고 있었다는 것이 친근한 할아버지 할머니쯤으로 가깝게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일반 나무들은 아무리 오래되고 마을 동신목이라

해도 따로 이름을 붙여주는 예가 극히 드물지만 솔나무는 만지솔, 의암솔 , 쌍군솔, 형제솔,천년솔, 효자솔, 웅솔,

장사솔 등의 상징적 이름을 붙여줄 만큼 그 나무를 터주대감으로 가장 윗 어른으로 모시며 마을의 동사목으로 혹은

사당목으로 무덤을 지키는 두레목으로 신성한 기원의 대상이며 숭배물로 여겼다고 볼 수 있다.

다섯째 지리적 유용성으로 솔나무를 보호하고 아꼈던 부분은 솔나무가 늘 푸른고 억센 잎이나 가지들이 바람을

 사시사찰 막아 주는 방풍림 역활로 해안가 주변이나 논밭의 넓은 들판 마을 어귀 등에 많이 심어 졌고, 또한 풍수적

의미와 미관적 아름다움을 얻고자 마을 앞이나 정자, 집 주위 등에 솔나무를 심은 경우도 많았다.

여섯째 내용적인 측면인 솔나무의 이름자에 있다.
물론 소나무의 모습 등을 보면서 이름을 붙였겠지만
한자 어원에서도 찾아 볼 수 있듯이 송(松)자는 나무(木) 중에 군자(公)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 순 우리말인 '솔'

서는 '으뜸''우두머리'를 뜻하며 나무 중에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수리'라고 부르다가 '술'에서 '솔'로 변천하고

솔나무에서 'ㄹ'이 탈락하여 소나무로 부르게 되었다. 저는 소나무보다 솔의 의미가 더욱 우리의 정신에 익숙하다고

 느끼며 솔나무라는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즉 나무 중에서는 가장 으뜸나무라는 뜻으로 사용되면서 솔나무가 갖는 의미와 가치를 상승시켰다고 볼 수 있겠다.

다음은 우리나라에 솔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실태를 알아보면
전국에 39그루의 솔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 되어있고, 지역별로는 서울3그루(한 그루는 고사됨), 경기도3그루,

강원도 3그루,경북10그루, 경남4그루, 충북5그루, 충남2그루, 전북6그루, 전남1그루, 부산1그루, 제주1곳(8그루)

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특별히 솔나무 군락지를 보호하고 있는 곳이 안면도와 울진 소광리, 하동 송림숲과 수원의

 노송지대 등으로 지정되어 있다.
특히 천년기념물 솔나무 중에는 500년 이상이 17그루나 되며 대부분이 마을을 수호하는 동신목으로 구분되고 있다.
이름을 갖고 있는 나무가 12그루나 되고 주로 해안 가를 중심으로 분포해 있는 해송이 5그루, 서울과 경기 일대의

백송이 7그루 나머지가 육송이다.

 

 

<경북 예천의 석송령 천년기념물 제294호/ 화선지 수묵 채색 >

끝으로 왜 우리가 솔나무를 사랑하고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되느냐는 것이다.
자연보호와 산림보존 차원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특별히 솔나무를 보호해야 하는 첫째 이유는 솔나무는 우리민족

정신의 근본 정체성이기에 그 기운을 살리고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한민족의 강인하고 끈질긴 근성과 의지를 바탕으로 하는 기개와 풍유의 정신이 바로 우리 산하에서 춤추며

노래하는 솔나무에서 배우고 닮아 가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생활 속에서 솔나무는 아직까지 그 어느 나무 보다 친근하게 또 가까이에 이웃하고 목재 중에서 최고로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산림중에 에너지를 가장 많이 공급해 주는 생명수이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요즈음은 도시문화인 아파트의 확산으로 솔나무와 멀어져가고 솔나무 정신이 없어져서 안타까운일인데

생태학자들은 우리나라의 솔나무가 100년 안에 멸종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환경오염 등으로 발생하는 병충해와 미국이 고향인 재선충 등을 방치해 둔다면 우리나라에 솔나무는 수 십 년

안에 멸종 할 수도 있다고 한다.
벌써 부산과 경북지역에선 재선충으로 죽은 솔나무가 수 천 그루가 된다고 한다. 정부나 지방단체에서는 아직까지도

수 십 년 전부터 일본 전역을 휩쓸고 간 재선충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미흡한 조치로 일관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는 한민족 정신의 뿌리인 솔나무에 많은 관심을 갖고 보호하고 사랑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우리의 후손들에게 늘 싱싱한 정신과 기운을 이어줄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