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불교/통융스님의 반야심경 해석

14. 우리말 반야심경 -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와 <반야심경> 4

통융 2022. 4. 4. 11:42

14. 우리말 반야심경

 

<바른 깨달음을 이루는 참된 말씀(摩訶般若波羅蜜多心經)>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와 <반야심경> 4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말로

허당화상(虛堂和尙) 어록에 나오는 글귀다.  

 

<반야심경>의 내용과

공수래공수거를 비유해서 이야기를 꾸며본다.

 

<광본 반야경>에서 부처님은 편안하게 선정에 들어 계시고

관자재보살도 평화롭게 앉아 있었다.

 

이에 사리자가 관자재보살에게 질문했다.

어떻게 하면 당신처럼 평화로울 수 있습니까?

 

그러자 관자재보살이 말한다.

나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삶의 진리를 깨달았느니라.“

 

그러자 사리불이 아니, 그것은 누구나가 다 알고 있는 것 압니까?“

맞다. 하지만 참되게 깨달아 스스로 행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인생을 살면서 대부분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이치를

다 아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대부분 스스로 깨달아 느낄 때는 큰 병이나 죽음을 맞이할 때

큰 고난을 겪거나 가까운 사람이 그런 어려움을 당하는 것을 보고 깨닫는다.

 

그때는 안타깝게도 이미 늦거나 후회하게 된다.

 관자재보살이 이어서 설명한다.

 

우리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

빈손이 <반야심경>에서 말하는 공()의 진리이다.

 

갓난아이가 세상에 첫울음을 울고 나올 때

두 손은 빈손이지만 꼭 쥐고 나온다.

 

인간이 움켜잡아야 사는 생존의 법칙이듯

내 것 나의 것으로 만들려는 탐욕의 상징이다.

 

그 움켜잡으려는 마음(탐진치)에 노예가 되어

늘 내 것, 우리 것들로 존재한다고 착각하고

 

한평생을 움켜잡은 손을 놓을 줄 모른다.

그것이 괴로움에 원인이 되었다.

 

하지만 사람이 죽으면 두 손을 편다.

모든 생존을 놓아버리고 비워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빈손은 내 것이 없다는 것이고

빈손은 늘 움켜쥐는 욕심의 마음을 하심한다는 말이다.

 

즉 빈손은 언제든지 탐욕과 집착에서 벗어난다는 말이고

버리고 비우며 나눠주는 대자비의 손이 늘 빈손이다.

 

또한, 비워야 채우듯이

빈손은 비어 있으므로 채워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부처님이 온갖 재주를 부리는 손오공에게

손바닥 안이라고 말하듯이

 

빈손의 진리가 한 손에 한 마음이고

행하되 행함이 없이 하는 이치다.

 

이렇게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진리를 철저히 알아차리면

 

모든 존재는 한순간도 머물지 않고

변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내 것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도 안다.

 

모든 존재는 따로 나타나 다른 모양을 하지만

본래는 서로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도.

 

그래서 너와 나는 둘이 아니란 것을 깨달아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존재의 모두가 내 삶이고

내 삶이 이미 보시이고 자비이니

 

이웃과 함께 나눔 하며 즐겁게 살아가는

이고득락과 자비희사의 '아뇩다라삼약삼보리'를 하게 된다.

 

이것이 <심경>의 핵심 사상인 반야의 지혜이다.

나도 이것을 깨달아 스스로 내 몸과 마음의 집착에서 벗어났느니라.

 

이에 지혜제일 사리불은 아라한이지만

대자비의 보리행(同體大悲)이 참 중도(中道)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은 <공수래공수거>를 보여주는

선사와, 부처님의 빈손 법문을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