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최고의 종교다.
새벽에 어둠을 걷어내며 펼쳐지는 산하대지의 화현을 화엄의 세상이라 한다.
대자연이 펼쳐내며 숨 쉬고 있는 것이 경전이고 그것을 바로 알아치리는 것이 종교다.
자연 만큼 순리의 진리를 가르켜 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흐르는 물을 보며서 연기법을 확인하고
수 백 세월을 한 곳에서 도올하게 지키고 서 있는 나무들을 보면서 인내와 끈기를 교훈 얻고
겨우내내 추위 속에서도 봄이 되면 꽃 한 송이로 우주를 깨워내는 기적을 알아치리고
대지를 적셔주는 촉촉한 빗물과 이슬들이 온 식물들과 생물에게 말 없이 나눠주는 자비를 배우고
또한 어둠의 말씀을 들어보자.
어둠은 모든 것을 잠재우며 겸손과 수용의 침묵을 설법하고
등불에 밝음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모든 사물들을 묵상하게 하는 페이지다.
태양의 법문은 그 어떤 말씀으로도 다 할 수 없는 대방광불 화엄의 위대함이 있지 않는가.
바람으로 인해 생명을 번식하는 꽃씨들의 춤 공양
웃자란 나무들이 비바람에 꺾기우는 것을 보면서 겸양을 배우고
모든 물을 하나로 받아주는 바다물을 보면서 자비를 느끼게 하고
천수천안의 대지의 넉넉함이 그 어느 경전 보다도 진실하게 전달하는 말씀으로 차곡차곡 페이지를 쓰는 법문이다.
거짓이나 조작이라는 말이 필요 없는 순수 그대로일 뿐,
자연은 어는 것 하나 허튼 것이 없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태어나고 소멸하고 시작도 끝도없이 변하는 인과의 바퀴는 한치의 삐뚬도 없이 바르게 굴러간다ᆞ
어떤 신앙처럼 어떤 대상이나 누구에 구속되거나 주종의 관계로 억압됨이 없이 시나브로의 있음 그대로일 뿐이다.
어느 것 하나도 각자의 쓰임되지 않는게 없이 다 하지도 덜 하지도 않으면서
서로서로 기대어서 있는 듯 없는 듯 있는 것이 자연이다.
이렇듯 자연은 보고 듣고 만지고 숨 쉬고 온 몸으로 읽혀지는 경전이다.
지식이 필요 없고 분별이 필요 없다. 오직 그냥 그대로 백프로 경전과 내가 하나되는 신앙이다.
책장 없이 펼처진 자연의 경전 속으로 걸어 보라.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경전의 주옥 같은 법문이고 잠언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더함도 덜함이 없이 전달하는 소식들
빛 소식, 소리 소식, 감촉, 느낌,맛 소식들 까지 모두가 늘 성성히 지금 살아 있는 소식들이다.
죽은 역사의 기억이 아닌 지금 여기서 펼쳐지는 소식,
이보다 더 완벽한 종교가 있겠는가!
동학사에서 법회에서 만화강주께서 법문을 하시기를
"나무도 삐뚤어지지 않고 곧게 커야 쓸모가 있고,
그릇도 찌그러지지 아니하고 반듯한 그릇이라야 쓸모가 있는 법이니,
사람도 이와 같아서 마음이 불량하지 아니하고 바르고 정직하고 착해야 하느니라...."
그 법문을 듣고 있던 경허선사가
" 한양으로 가야 할 사람에게 한양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는 법,
대중들은 이 길 저 길을 다 알아두었다가 자기 근기에 맞은 길을 택함이 좋을 것이니 그걸 알고 잘 들으시요.
삐뚤어진 나무는 삐뚤어진 나무대로 쓸모가 있고
찌그러진 그릇은 찌그러진 대로 쓸모가 있으니
이 세상 온갖 만물이 다 귀중하고 소중한것,
부처님 아님이 없고 관세음보살 아님이 없는 것이요. "
자연에 모든 곡식이나 열매들은 속이 익지않으면 입을 열지 않는다.
일년 내내 묵언하며 삭혀온 푸른 세월을
아무리 가을볕의 유혹에도 덜 익은 열매는 입을 열지 않는다.
만약 때 이르게 입을 열면 덜익어 떫은 맛을 낸다.
사람도 다를바가 없다.
인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내 뱃는 말들로 덜익은 감을 씹는 인상처럼 남을 찡그리게 한다.
요즘 정치판에 진보니 보수니하는 것도 자신의 생각 그릇에 갖혀진 마음들이다.
두루하지 못한 취우침이 편견을 만들고 분별로 너와 내가 다른 이념이나 사상으로 싸운다.
산하대지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기 시절인연에 따라 꽃피고 열매 맺는다.
참된 진리는 분별하지 않고 다름을 인정하고 나눔에 있다.
자연은 그러한 것이다.
자정기심 성본향이요 묘채담연 무처소라 산하대지가 현진광이로다.
붉게 웃는 알알이 영근 가을의 열매들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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