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융스님
매화나무 어깨위로 / 봄 햇살이 내리치는 죽비
한 마디 일러라,/ 허공 꽃을 펼칩니다./ 붉은 파문이 번지는 소식
봤소! 지금
소승의 졸시'봤소! 홍매 소식'이다. 매화꽃은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주는 전령사다. 움츠려 있던 겨울 기운들을 새로운 희망의 에너지들로 파문이 일어 온 동네 온 나라 온 우주로 소식에 소식을 타고 번져간다.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불쑥! 붉은 꽃망울을 터트리면 꽃 핀 한 소식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본 그 꽃은 벌써 지나가 버린 전생의 꽃이 되어 서성이다 꽃 떨어진 허공은 언제 꽃이 있었냐는 듯 텅 빈 허공(虛空)만 깨어 있다.
수 백 년 땅에 발을 내리고 하늘로 솟은 빌딩들도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고 나면 언제 무엇이 있었느냐는 듯 텅 빈 허공만 남아 있는 이러한 현상을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한다.
모든 것은 한 찰나도 고정되어 있지 않고 시절 인연된 것들로 만났다가 헤어지며 변해가기 때문에 시간이 공간이요 공간이 시간이다. 극락이 지옥이요 지옥이 극락이다.
있는 것은 없는 것이요 없는 것이 있는 것이다.(色卽是空 空卽是色)
또한 이름과 모양을 가지고 있는 모든 존재는 시시각각 변하는 무상의 세계로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없으며 ‘나’라고 하는 실상도 존재하지 않는 것을 .제법무아(諸法無我)라 한다.
우리 중생들의 삶도 이와 같아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진리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눈으로 보고 듣고 냄새 맞고 맛보며 느껴지는 것이 있는데 어째서 없다고 하느냐고 의문을 한다.
그것은 시공간에 대한 철저한 탐구가 없어서 그렇다.
우리는 지금의 시간을 고정되어 있는 현재라고 생각하는데 실상은 내가 인식하는 순간에 지나가 버린 과거가 되어버린다. 시간은 오직 관념인 생각으로 미래와 과거만 있을 뿐 고정된 현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찰라 찰라가 연기되어 나타난 순간의 작용(作用)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금강경에 보면 과거심불가득(過去心不可得) 현재심불가득(現在心不可得)
미래심불가득(未來心不可得)이라, 과거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으며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대부분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나 오지도 않은 미래 생각에 집착하여 현재의 시간을 허비한다. 그러한 집착과 분별심으로 인해 탐진치(貪瞋痴)인 화를 만들고 괴로워하고 탐욕과 어리석음으로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을 일체개고(一切皆苦)라 한다.
그러면 우리의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하느냐?
오직 지금 여기서 숨 쉬고 있는 이 순간을 100프로 쓰는 것 ‘오직 일 뿐!‘이요. ‘오직 할 뿐!’ 일 때 늘 깨어서 사는 삶이 된다.
시공간의 분별심인 생각이 끊긴 자리이며 주체와 객체가 없어지고 나와 대우주가 둘이 아닌 온전한 ‘참나’이며 부동의 마음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머문바 없이 머무는 마음자리를 찾아 내가 숨 쉬며 깨어있는 이 순간순간을 알아차릴 때가 참살이 이며 깨달음이라 한다.
꽃핀 한 송이 매화가 진리이며 허공이고 시공간을 초월한 온갖 우주 만물이 연기된 상호 관계성으로 숨 쉬고 있는 또 다른 나의 존재임을 인식하는 찰나, 깨달은 한 소식이 번지는 것이다.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자각하고 있을 때 나는 이 우주에 주인공임을 알게되며 온전한 사랑과 자비심으로 살아가게 된다. 생명 있는 것이나 없는 것이나 모든 것이 또 다른 나임을 알고 너와 내가 둘이 아닌 우리 존재로 내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참된 진리는 유일신을 신앙하든 우상숭배의 무속이든 무신론자든 그것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사상과 종교를 초월해서우리 현실의 삶 속에 객관적으로 진실(眞實)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만인(萬人) 만물(萬物)에게 차별 없이 평등하게 나눔하고 이롭게 쓰여 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누구나가 진리를 바르게 체득하여 스스로 쓸 때
봤소! 지금 여기, 내가 깨어 있기에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通
대경일보 dkilb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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