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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당당한 주인공으로...

통융 2015. 10. 6. 17:25

 

[門열면 밝은 世上]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당당한 주인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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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2 14:12 입력

 

 

통융 세계불교세심종 황룡사포교원 주지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진흙에 더렵혀지지 않는 연꽃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불교 초기 경전인 <숫타니파타>의 무소의 뿔의 경(Khaggavisanasutta)에서 나오는 경구다. 우리 인생은 무소의 뿔처럼 오직 혼자서 어떠한 유혹이나 어두운 그림자에도 물들지 않고 고난과 어려움에도 걸림 없이 당당하게 주인공의 삶으로 살아가는 길이다.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네 삶은 시절인연 속에서 거대한 세상이라는 연극 무대 위에서 한바탕 놀다간다. 大자유인으로 멋지게 주인공의 삶으로 연극 한바탕 걸판지게 놀다 가느냐 아니면 엑스트라와 같은 늘 의존적이며 스스로의 자유를 포기하고 종으로 살다 갈 것인가는 자신의 의지와 선택의 몫이다.

 

중국 당나라의 고승 임제선사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 했다. 가는 곳마다 주안공이 되라. 그러면 서있는 곳 모두가 참된 것이다‘라는 뜻이다. 사람은 외물(外物)이나 탐진치의 삼독심(三毒心)에 휘둘려 몸과 마음의 노예가 되어선 안 되며, 모름지기 스스로 몸과 마음을 부리는 주인이 돼야 한다. 내 인생은 누구도 대신해 살아 줄 수 없는 살림살이 임을 자각하고 그 누구도 내 삶을 빼앗거나 구속 할 권리가 없다.

 

어떤 종교의 위대한 신이나 부모 형제 가족 친구가 있어도 결코 내 삶을 대신 살아 주지 못한다. 내가 목이 말라 갈증이 나는데 절대의 신에게 기도하고 빈다고 갈증이 해소 될 수 없고, 또한 누군가 대신 물을 먹어준다고 내 갈증이 해소 되지 않는다. 오직 내가 직접 물을 마실 때만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숨 쉬고 땅위를 걷고 경험함으로 우주의 모든 것과 하나 되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그렇듯 우리네 삶은 오직 시절인연 속에서 혼자서 길 떠나는 나그네다. 어떤 길을 선택하고 어떤 시절인연을 만나 길을 가느냐에 따라서 인생의 삶이 바꿔진다.

누군가는 어느 길 위에 서 있는지, 어느 길을 향해 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또 자신이 가는 길조차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루와 일 년을 누구나 똑같이 시간여행을 하고 쓰면서도 말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조고각하(照顧脚下)하여 자신을 돌아보고, 늘 깨어서 주인공의 삶으로 도전하고 나와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인공으로 당당하게 무소의 뿔처럼 나아가야 한다.

 

걸망을 풀어놓으면 / 無字하나 / 걸어 나온다. 

긴 여행 동안 / 너는 생각을 / 참 많이도 갈았구나.

                             

소승의 ‘강자갈‘이라는 졸시다. 돌멩이가 시절인연이라는 물길을 따라서 굽이굽이 굴러오면서 서로의 돌과 돌이 부딪쳐 모난 모서리는 깎기고 다듬어져서 어디에서도 걸림 없는  둥글둥글한 강자갈이 된다. 우리네 인생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 태어나는 순간부터 각자 인생살이 업보따리를 등에 메고 강물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거역할 수 없는 시절인연을 홀로이 여행하면서 각자의 인고와 세파의 길을 지나서야 성숙한 삶이 되듯이 말이다.

 

떠나 보시게 친구여! 

길은 걷는 자에게만 길이 있는 것이니 주저하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당당하게 걸음을 옮겨 놓아보시게.

지금 내가 숨 쉬고 있는 심장의 박동과  바람결에 스치는 풀 향기를 느끼며 걸을 수 있다는 것을.

그 순간 그대는 땅위를 걷는 기적을 경험할 것이네.

그리고 펼쳐진 자연의 법성(法性)에 존재의 희열과 함께 어우러 하나 됨을 깨달을 것이네.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인가.

 

그 느낌으로 내가 있고 또 다른 내가 서로를 나눔하는 사이 존재로 서성일 때

들풀과 햇살과 강가에 반짝이는 물결까지 모두가 너와 내가 따로 없는 한 우리로 깨어난다는 것을.

그럴 때 사랑하라고 행복하다는 그 어떤 단어를 붙일 필요가 없어진다네.

그냥 존재로 그냥 일 뿐!....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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