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연재글

'나는 누구인가?' 동안거와 참선수행

통융 2015. 12. 30. 18:34

 

'문 열면 밝은 세상'
페이스북
'나는 누구인가?' 동안거와 참선수행
2016.02.24 13:00 입력

                                                                                                             통융스님

긴 겨울이 지나고 벌써 봄꽃 소식들이 분주하다.

소승은 이번 겨울에 계룡산 국제선원 무상사에서 3개월간 동안거 한 철을 보내며 참선수행 정진을 하고 나왔다.

불교에서는 겨울과 여름에 각 3개월씩 승려들이 참선 수행하는 것을 안거(安居),혹은 결제라고도 한다. 이 기간에는 절 밖 출입을 일체 삼가며 새벽3시에 기상해서 하루에 8~10시간씩 선방에 좌선하고 앉아서 화두를 들고 묵언 참선수행 하는 것을 말한다.

 

참선(參禪)의 목적이 오직 자신의 참 모습인 '나는 누구인가?'을 깨닫기 위함이다. 이를 깨닫기 위해서 방편으로 화두(話頭)라는 문구를 의심된 마음으로 참구하는 것인데 화두는 '무(無)' '이뭤고?(是甚麽)’ '마른 똥막대기(乾尿橛)’ 등 1700여 가지 공안이 있다. 각자의 근기에 따라 하나를 선택해서 골똘히 참구하다가 보면 몰록 자신의 본래 자성인 주인공을 알게 되고 깨달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화두를 참구하는 간화선(看話禪)은  현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남아 있는 선불교 수행 중에 수승한 참선수행 법이다.

이번 을미년 동안거에도 조계종 사찰에 선원 103개에서 2200여명과 타 종단 선원 그리고 요즘 불자들에게 인기를 많이 얻고 있는 일반인 대중선원에도 수천 명의 수행자들이 함께 자신의 본래면목을 찾아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

특히 소승이 안거한 국제선원에는 세계13개국에서 온 스님들과 수행자들 60여 명이 함께 수행을 했는데 자신의 본성을 찾아가는 구도의 행각에는 국적과 시대와 사상과 나이와 남녀노소가  따로 없음을 실감했다. 

 

그런데 왜 불교수행은 부모형제를 다 버리고 오직 혼자만 깨닫겠다고 산속에 들어가서 속세와의 인연을 멀리하는가? 이는 이기적이며 반인륜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받을 때도 있다. 현실적으로 보면 그렇게 보인다. 그러나 불교 수행의 깨달음에 목적은 절대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거나 혼자만 극락을 가기 위해서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세계3대 생불로 유명한 행원 숭산스님이 한국 선불교 세계포교를 위해 미국의 대중 설법을 할 때 한 외국인이 질문을 했다.

"스님은 깨달은 선사이기 때문에 죽으면 극락에 가겠네요." 

숭산스님이 웃으며 " 나는 지옥에 갑니다." 법문을 듣던 대중들이 모두 의아해 하니까,

스님이 " 나는 지옥에 가서 지옥 중생들을 위해 설법을 해야 합니다." 라고 했다.   

 

결국 참선수행을 통해서 '내가 누구인가?'를 깨닫게 되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서로 연기(緣起)된 인연법으로 우주만물과 중생과 내가 둘이 아닌 하나이며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것과 참나의 존재를 바로 알게 된다. 모든 신과 하늘과 산과 나무와 내가 하나이며 땅 속 지렁이까지 나와 같은 동등한 존재임을 알게 된다.

일반적인 '나'라고 하는 아상을 내려놓게 되며 자신은 없어지고 생멸심(生滅心)과 몸이 나고 죽는 데에 자유로워지며 모든 생명의 소중함과 중생의 아픔이 나의 아픔임을 느껴 오직 중생만을 위한 보시 행으로 사랑과 나눔과 자비적 행만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깨달음을 갖지 못했다 해도 수행의 정도에 따라 마음과 몸이 고요해 지며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이나 이웃과의 관계는 물론 세상을 보는 안목과 인식이 달라져 탐욕과 어리석음과 화의 근원으로부터 벗어나 남을 위하는 마음이 생기고 남을 해롭게 하는 마음이 없어져 삶의 가치관이 바뀌게 된다.  

참선은 늘 ‘지금 여기서’ 깨어있는 지혜작용이기 때문에 죽어서 극락 가는 것이 아니라 오직 지금 숨 쉬는 이 순간을 극락으로 살아가는 지극히 지혜롭고 현실적인 수행이다.

그래서 최근에 와서는 이러한 명상과 참선이 세계적인 추세로 확산되고 있으며 뇌 과학 및 신경과학적인 자기공명 영상촬영(structural MRI)등 뇌영상 기법을 도입해 다양한 연구와 임상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의학적으로도 많은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혈압, 맥박 등 심혈관계기능과 혈당, 혈중지질이 안정되며,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혈중 농도가 감소된다는 사실이고, 또 신체의 일주기성 리듬과 관련된 혈장 멜라토닌이 참선 중에 수치가 급격하게 상승한 연구 결과가 있다.

임상적인 측면에서도 정서불안과 우울 공포와 두려움을 해소시키고 안심입명(安心立命)을 얻으며 뇌발달로 기억력이 증가되며 활력감이나 긍정적인 정서를 증가시켜 잠재력이나 창의력 개발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그러며 참선은 꼭 산속이나 한정된 공간에서만 해야 하느냐? 그렇지 않다. 요즘은 워낙 분주한 시대이다. 그래서 참선에 대한 긍정적인 이해와 기본적인 지식 그리고 중요한 것은 바르게 알고 지도할 수 있는 스승만 있다면 때와 장소는 상관치 않을 수 있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차를 타고 가면서도 잠을 자면서 까지도 수행을 할 수 있는 것이 참선이다. 다만 참선은 이론이나 지식으로 답을 찾는 것이 아니다. 오직 행할 뿐! 스스로 몸으로 실천하는 수행이어야 한다.

지금 당장 숨을 들이 쉬는 것을 알아차리고 내쉬는 것을 알아차리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봐라! “나는 누구인가?”

오직 모를 뿐! ............通



대경일보 dkilb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