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불교

까꿍! 에 대한 이해

통융 2023. 1. 4. 08:21

 

그리고 모든 경문의 글귀도 진리의 원리를

교학으로 설명하는 비유와 방편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비유와 방편이 밝은 눈으로 깨어보면

모두가 참 진리가 살아서 숨 쉬는 화두와 같은데,

 

말이나 글귀에 속아서 원리와 지식으로 논한다면

허수아비에 옷을 입혀놓고 사람이라 우기는 경우와 같다.

 

그래서 말과 글에 속지 말고

그 말 이전에 뜻을 스스로 체험하여 알아차려야 한다.

 

공성(空性)은 늘 지금 이 순간 작용성에 있는 것이지

생각을 일으키는 과거의 말이나 글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명한 계현스님과 제자 신찬스님의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어느 날 계현스님이 햇빛이 밝게 비치는 들창문 밑에서

한 쪽의 창문을 열어놓고 경전을 읽고 있었다.

 

마침 그 때 벌 한 마리가 방에서 밖을 나가려고

닫혀 있는 창문에 가서 계속하서 부딪치고 있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제자 신찬스님이

시를 한 수 읊는데

 

텅 빈 문()으로는 기꺼이 나가지 않고

창문에 가서 부딪치니 참 어리석도다.

 

공문불긍출(空門不肯出)

투창야대치(投窓也大痴)

 

백년 동안 옛 종이만 뚫은 들

어느 날에 벗어날 기약 있으리오.

 

백년찬고지(百年鑽古紙)

하일출두기(何日出頭期)

 

반야심경을 공부하는 우리들에게 아주 의미 있는 이야기다.

불자라면 대부분 반야심경 쯤은 모두 달달 왜우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반야심경이 전하고자 하는 진리의 참 뜻을

화두를 참구 하듯 스스로 골똘히 체험 해 봤는지?

 

아니면 문자나 지식으로 경문에만 매몰되어 어리석은 벌처럼

창호지만 열심히 뚫고 있는지를 스스로 반문해 봐야 한다.

 

공은 색즉공 공즉색이요.

무안이비설신의 무지역무득이라 했다.

 

말과 글로 설명도 지혜도 없다 했으니

설명을 떠나서

그 공의 도리를 말해 보시요? 라고 질문 받는다면

 

글과 말로는 AI 보다 더 잘 외우던 사람도

우물쭈물 꿀먹은 벙어리가 된다.

 

까궁! ’

정신차리십시요.

 

깨달을 각()에 내 몸 궁()이다.

내 우주를 깨달아 대자유인 주인공이 되라고

옛 어른들이 가르쳐준 화두이다.

 

경전만 외우고 시간만 뚫지말고

누가 공도리가 눠요? 하면

 

양손을 번쩍 들어서 손뼉을 한 번 쳐 보세요.

! ’

 

이렇게라도 흉내를 내다가 보면 아하! 그렇구나.

이것이 공()도리 구나! 하면서 알아차릴 때가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