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산문 보기/일반시

박헌목 헌시

통융 2022. 8. 14. 09:34

생 불 28

-직녀성(織女星)-

 

직녀성 칠월에

남도에서 나뭇잎 하나 가져왔다는 신부(新婦)

나뭇잎 갈아 만든 색감으로

남도 바람 그리라 하더이

 

밤새워 파도와 이야기 나누며

소주 몇 잔 건넸다는 그

하얀 파도무늬 달고 있는 조개비도 몇 개

바지 주머니에서 건져내더라.

 

늘 마르지 않는 시를 삼키던 신부는

서성거리는 사람들 눈빛이 싫어

마실 떠나고 싶다며

이자도 없는 만원돈 빌려 떠나가더라.

 

퍼덕퍼덕 소리내는 나뭇잎들

송정리 백사장에 쏟아내는 별을 주우러 간다고

소금 내음새 배어난 아이들 웃음 있는

남도땅이 그립다며

 

깜깜한 절벽을 쪼아대는 까치들과

붉은 입술 위 떠밀려 가는 직녀성에

떠난다고 하더이.

 

<덧말> 박 시인이 98주변인과 시송정리를 발표할 때 함께 발표한 졸시다.

그해 여름 시에 취한 신부는 송정리에서 택시를 타고 통도사 차밭고을 찻집까지 왔다.

동쌈이 형! 택시비, 그라고 한 잔 값 만원까지....

그 어느 별에서 온 나뭇잎 하나 던져 놓고 주먹만 한 별을 따러 간다며 떠나가는 뒤 그리움이 아직도 걷고 있다.

생사의 벽은 훤히 보이는 공()한 시간이기에…….

박 시인이 떠나기 두 달 전쯤 정 시인으로부터 이생에 머물 날이 얼마 남지 않는 것 같다는 소식을 듣고, 꼭 찾아가 봐야지 했던 것이 고부(告訃)로 남도땅(密陽)에서 그를 만났다.

박시인! 이 생에 시우로 함께한 시절인연에 반가웠고 잘 가라고 마지막 손 한 번 잡지 못한 아쉬움이...

이 지면을 빌려 참말로 미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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