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보살 반가사유상 ]
지난 90년대 중반 통도사 시절에
소승이 표충사에서 성수어른스님과 함께 차담을 나누면서 스님 일화를 들은 적이 있었다.
스님이 한일 불교대회가 있어
한국 대표로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었던 이야기라고 했다.
그 때 일본 대표스님들과 함께 대담을 나누던 중에
그들 조각품 국보1호인 목조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에 대한 이야기다.
일본 스님들이 미륵반가사유상을 자랑하며
조각 작품으로서 우수성을 설명하는 일본스님들께 질문을 하나 했다고 한다.
당신들 신주처럼 모시는 반가사유상에 하품하생 수인을 하면서
손가락이 볼에 닿지 않고 닿을듯 하는 그 이유를 알겠습니까?
스님이 질문을 하면서
직접 일본스님들 앞에서 불상과 같은 모습을 해 보이셨다고 한다.
역시 스님이 우리들과 차담 도중에도
미륵반가 사유상의 모습을 직접 오른 손가락을 빰 가까이에 가져가 그 모습을 해 보이셨다.
그러자 일본스님들이 각기 나름데로 설명을 했다고 했다.
삼매에 든 모습이니.
보살로서 중생들을 구원하기 위한 선정에 들었다느니
미래에 오실 부처님의 번뇌를 내려놓고 대기하는 중이라는니
우아하고 기품있는 미소와 깊은 사유의 모습은 최고의 걸작품라느니
인간의 모든 번뇌를 내려놓은 순간이라는 등 등
각자의 사유한 생각으로 장황하게 설명들을 했다고 한다.
한 참 설명을 듣고 있던 스님이
호통을 치며 일본 스님들의 수준이 이정도 밖에 되지 않느냐고 했다고 한다.
그래도 알기로는 일본에서는 아직까지 간화선의 임제종과 묵조선의 조동종이 선불교인데
어찌 바른 답을 하는 스님들이 하나 없느냐며....
그러면서 스님이 멋지게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이 되어 대자비의 광명을
있는 그대로 한 소식을 펼쳐 보여 줬다고 했다.
스님의 무용담을 들을 때는 우와!
스님이 신통을 보여줬구나 생각 했다.
활성 성수라고 대선객인 큰스님이 과연 어떤 깨달음을 한 소식 전했을까?
궁금했다. 그것이 나에게는 화두가 되었다.
한국에 국보78,83호로 지정된 금동미륵 반가사유상은 장지 손가락을 볼에 살짝 대어 있다면
일본 목조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은 왜 손가락을 완전히 빰에 닿지도 않게 명상에 잠겨 있는 것일까?
유럽에서는 로뎅의 작품인 생각하는 사람을 반가사유상과 비교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날 문듯
반가사유상을 보면서
아이고 성수 큰스님이 일본 스님들께 보인 신통함이 별 것 아니었네.
본래 있는 그대로 여기에 있는데.
불상을 만들 때나 스님이 일본에서 호통을 칠 때나
지금 내가 이렇게 보고 있는 이 순간에도
있는 그자리에서 여실지견하게 보살은 웃고 앉아 있는데 말이다..
내가 반가사유상이 되어보며
그래도 수 십년 동안
스님이 보이신 깨달음이 소승에겐 화두가 되어서 궁금했으니 감사한 거지.
내가 미륵반가사유의 보살이 될 수 있으니
어째튼 스님인연에 감사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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