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엄경
[ 楞嚴經 ]
「능엄경」의 원래 경 이름은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이다. 이 경은 중인도 나란타사에서 비밀리에 전수해온 것으로 밖으로 유출되는 것을 금할 정도로 소중히 여겼던 것이라 한다. 그래서 다른 경들이 다 전래된 뒤에야 수입해올 수 있었다. 그때가 당 중종 신룡 1년(705), 측천무후가 죽은 다음해로서 반자밀제(般刺密帝)가 범본을 가져다 번역 유포하였다.
대불정(大佛頂)의 대(大)는 바탕이 크고 두루하다는 의미이고, 불정(佛頂)은 마지막 깨달음을 뜻하며, 밀인(密因)은 비밀하게 숨어 있는 원인 또는 종자를 말하는 것이다. 수증(修證)은 그 밀인을 수행하여 부처님의 대결과를 증득한다는 뜻으로 55단계 보살행을 닦아서(修) 마지막 깨달음을 성취함(證)을 말한다. 요의(了義)란 진리를 끝까지 사무쳐서 열매를 거두어 걸림없는 경지를 말하며, 제보살만행은 보살이 55단계의 과정을 통과하고 깨달음을 증득하기 위해 수억 겁의 긴 기간 동안 수많은(萬) 이타행(利他行)을 수행하여 보리를 성취한다(行)는 뜻이다. 수능엄의 수능(首楞)은 범어 원어를 음역한 것으로서, 온갖 일이나 이치를 다 통달해서 성취함을 뜻하고, 엄(嚴)은 지극히 견고함을 뜻하므로, 수능엄이란 온갖 일을 다 끝내서 견고히 성취함, 온갖 삼매의 깊고 낮은 갖가지 진리를 다 성취해서 안다는 의미가 된다. 이를 정리하면 「능엄경」의 경 이름이 뜻하는 것은, '무한히 큰 절대 깨달음을 성취한 부처님이 되기 위해 닦는 보살들의 완전무결하고 견고한 육도만행 수행법을 설한 경'이 된다.
「능엄경」은 「원각경」, 「금강경」, 「기신론」과 함께 우리나라 불교 강원의 4교과로 쓰이는 중요한 경전으로 대교과를 위해 필수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경전이다.
경의 구조
「능엄경」은 다른 경전들처럼 서론과 결론에 해당하는 서분과 유통분을 갖추고 있고, 본론에 해당하는 정종분은 5분으로 나뉘어 있다.
1. 견도분(見道分), 우리 마음을 아는 장. 이 부분은 제1권부터 제4권 중간까지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 이름처럼 '도를 보는' 내용으로 되어 있으며, 점층적인 해설을 통해 깨달음의 세계를 차근히 열어 보인다. 즉 처음에 부처님은 아난과의 문답을 통해 우리 마음이란 몸 안, 몸 밖, 감각기관, 감각기관과 대상의 중간 지점 등 어느 곳에도 있지 않음을 밝히고 있다. 나아가 물질과 나, 몸과 마음, 본질과 작용은 둘이 아니며 우리를 구성하는 오온이 모두 허망한 것임을 설하여, 깨달음의 본질을 가르친다. 즉, 모든 중생의 마음속에 감춰져 있는 부처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인 여래장이 곧 우주의 근본진리며, 영원불멸하고 없는 곳이 없는 참마음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2. 수도분(修道分), 번뇌를 끊는 수행방법의 장. 이 부분은 제4권 중간부터 제7권 중간까지를 차지하고 있는데, '도를 닦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참마음, 곧 여래장을 중생들이 알지 못하는 까닭은 눈, 귀, 코 입 등 육근으로 지은 번뇌 때문임을 밝혀, 수도과정을 통해 번뇌를 끊음으로써 참마음을 깨달아 열반의 경지에 들도록 권유하고 있다. 수도하는 방법으로서 세 가지의 무루학(無漏學)과 네 가지 율의(律儀), 다라니 암송요령과 그 공덕을 자세히 제시하고 있다. 특히 깨달음으로 들어가는 가장 쉬운 길은 관세음보살에게 의지하는 것임을 밝히고 있고, 그에 따라 능엄다라니 주문을 외어 깨달음으로 들어 갈 것을 설하고 있다.
3. 증과분(證果分), 도를 깨닫는 과정의 장. 이 부분은 제7권 말미에서 제8권 중간에 이르는데, '도를 깨닫는' 단계를 자세히 풀어내고 있다. 즉 10신(信), 10주(住), 10행(行), 10회향(廻向), 4가행(加行), 10지(地) 등의 단계를 밟아 드디어는 구경(究竟)에 이르러 성불하게 되는 것이다.
4. 결경분(結經分), 맺음의 장. 이 부분은 경의 끝맺음 부분으로 제8권 중간에 있다. 경전의 가르침을 끝내면서 이에 덧붙여 지옥과 아귀, 축생 등 7취(趣)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를 밝히고 있다.
5. 조도분(助道分), 유혹을 물리치는 장. 이 부분은 8권 중간에서 마지막 10권을 차지하고 있는데, '수행을 돕는' 내용이다. 말세인 현재 중생들이 수도과정에서 겪는 50가지 번뇌와 유혹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갖가지 마군들을 어떻게 분별해내어 퇴치할 것인가를 가르치는 변마장(辨魔章)이다.
경의 내용
「능엄경」은 우리나라 선종의 소의경전으로서, 참선을 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갖가지 마군의 유혹을 분별하고 퇴치하는 법을 자세하고도 엄밀하게 밝히고 있어서 수행의 길잡이로서 가장 좋은 경전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래장사상을 적시하고 여래장을 덮고 있는 미혹됨을 벗는 구체적인 수행방법을 명확히 한 경전이기에 그 유용성은 더하다 하겠다.
(1) 여래장
모든 중생의 번뇌 속에 내재해 있는 본래 청정한 여래의 법신을 말하는 여래장은 번뇌 속에 있어도 번뇌에 더럽혀지지 않고 절대청정하며 영원히 변함이 없는 깨달음의 본성이다. 따라서 중생들의 미망 그대로가 여래장을 가리우고 나타나는 현상이며 삼세 여래가 모두 이 여래장을 구현한 이들임을 이 경은 설파하고 있다.
그러나 미혹으로 가득한 현상을 꿰뚫고 여래장을 파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능엄경」 제2권에는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진실로 생멸거래(生滅去來)가, 상주하고 묘명하며 동하지 않고 두루 원만한 묘한 진여, 본래 여래장의 성품인 줄을 알지 못하는구나."
그렇다면 어떻게 여래장을 찾아야 할까?
「능엄경」은 이에 대한 답으로 「원각경」에 이어 사마타 관법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마음인 영대(靈臺), 곧 대원경(大圓鏡)에 끼인 때, 번뇌를 지(止)의 수행으로 정화하는 것이다. 사마타 관법을 통하여 환심(幻心)인 일상의 망념을 떨치고 참마음이며 진리로서 영원한 주체인 불성 곧 여래장을 찾아나가야 함을 설하고 있는 것이다. 즉, 미망의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부루나야, 너는 색과 공으로써 여래장에서 밀고 당기기 때문에 여래장도 따라서 색과 공이 되거니와…… 나는 (깨어나) 묘명하고 생멸하지 않으므로 여래장에 합한다. 여래장은 오직 묘각명(妙覺明)이어서 법계에 두루하느니라."
다음으로는 자신의 여래장을 발견하여 열반의 경지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으로서, 마음을 한곳에 집중하여 흐트러짐이 없게 함으로써 번뇌를 떨치고 18계가 두루 원통하여 대승 일심(一心)으로 돌아가게 하는 삼마지(三摩地)를 설하고 있다. 관세음보살은 원통법문(圓通法門)을 설하여 삼마지에 들어 여래장에 합하는 것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처음 듣는 가운데서 흐름에 들어 대상(所)을 벗어나고, 대상과 들어갔다는 것마저 고요해져서 시끄러움과 고요함, 두 모습이 전혀 생기지 않게 되었으며, 더욱 깊이 들어가 듣는 주체와 그 대상이 다하고, 듣는 주체가 없어졌음 자체에도 머물지 않아…… 적멸이 앞에 나타나게 되었다."
(2) 수행, 5가지 마군을 깨는 법
「능엄경」에서는 수행할 때에 나타나는 마군의 정체와 판별방법, 마군을 없애는 방법을 자세하게 일러준다. 마군은 특별히 다른 게 아니다. 수행하지 않는 이에겐 그 삶 자체가 마군의 세계이므로 마군이 무엇인가를 모르지만, 수행하고자 하는 발심을 내고 수행에 들어가면 그제야 마군의 존재를 보게 된다. 이 마군의 세계는 그 자체로 공한 것이지만 진정한 깨달음을 알지 못하는 한 엄연히 존재하면서 사람들을 미혹의 세계에 얽어맨다.
마군의 반대에 있는 것은 바로 여래장묘진여성(如來藏妙眞如性)이다. 마장이 미혹을 만드는 어둠이라면, 여래장묘진여성은 광명 그 자체라 할 것이다. 광명이 비추면 어둠이 물러가듯 여래장묘진여성을 깨닫게 되면 망상에 의해서만 존재하는 마군의 세계는 절로 스러질 것이다.
마군의 세계, 5음(五陰)의 마구니는 색수상행식의 다섯 가지로 분류된다. 색음(色陰)의 마구니는 견고한 망상이 빚어내는 것이고, 수음(受陰)의 마구니는 허명(虛明)한 망상이 빚어내는 것이며, 상음(想陰)의 마구니는 융통(融通)한 망상이 빚어내는 것이요, 행음(行陰)의 마구니는 유은(幽隱)한 망상이 빚어내는 것이고, 식음(識陰)의 마구니는 허무한 전도(顚倒) 망상이 빚어내는 것이다.
이 오음의 마구니가 일어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원인은 바로 미혹됨에 있다. 미혹됨에도 세 가지가 있는데, 수도하여 끊어야 할 견사혹(見思惑), 습기(習氣)에 의해 먼지나 모래처럼 많은 진사혹(塵沙惑), 여래장묘진여성을 알지 못해 생기는 무명혹(無明惑)이 그것이다. 이 미혹됨이 만드는 탁(濁)한 세계가 바로 우리 현실인 것이다.
오음의 갖가지 망상이 만드는 마구니들을 수행을 통해 모조리 퇴치하여 그에서 해방될 때, 수행자는 해탈하여 대자유인이 된다. 이것이 바로 수행자의 목표임을 「능엄경」은 설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능엄경 [楞嚴經] (한 권으로 읽는 팔만대장경, 2007. 6. 10., 영담, 진현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