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천태대사의 저술 | | | 천태대사의 저술로 전해지고 있는 것은 모두 46부(部)나 되는 방대한 것이다. 다만 그 내용을 음미(吟味)해 보건대 그 모두가 대사에 의해 저술된 것은 아니고 또 대사가 저술했다고 하는 것도 그 자신이 붓을 들어 완성한 것만은 아니다. 선학(先學)의 지적으로 분명해진 것처럼 대사의 저작으로 전해지고 있는 저술도 그 내용을 보면 ① 대사 자신의 손으로 된 책 ② 대사의 강술(講述)을 문인이 기록해 만든 책 ③ 대사에 가탁(假託)하여 지은 책으로 대사와는 전연 관계가 없는 책 이렇게 세 가지로 나뉘어진다. 첫째 부류의 것은 그다지 많지 못한데 가장 확실한 것으로는 만년에 진왕 광의 위촉을 받아 저술한 《정명현의(淨名玄義)》10권, 그리고 중국의 학승 준식(遵式)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대사가 30살때부터 40살 때에 걸쳐 찬술한 것으로 생각되는 저술들 곧《법화삼매참의》ㆍ《방등참법》ㆍ《각의삼매》ㆍ《법계차제초문》이 이 부류에 속하는 저술로 보아야 할 것으로 되어 있으므로 그의 지적에 따라 우리도 그렇게 보기로 한다. 또한《유마경소》는 진왕에게 세 번을 바쳤으리라 추정되는데 이른바 친찬(親撰)의《정명현의》10권은 첫 번째 헌상본(獻上本)이다. 이 책은 본래의 것은 전해지지 않으나 그것을 교학상의 주요항목에 따라 분책(分冊)하여 독립된 책으로 한 것이 남아 있어서 그 내용을 알 수 있다. 곧 《삼관의(三觀義)》ㆍ《사교의(四敎義)》가 그것인데 대사의 만년 사색의 동향을 알아보는 데 중요한 손잡이가 되고 있다. 둘째 부류인 대사의 강술을 문인이 기록하여 만든 책을 대사의 하나 하나의 저술과의 관련 정도의 농담(濃淡)에 의해 다시 분류해도 좋은 것이다. 곧 ① 문인이 기록했다 하더라도 대사의 구술을 충실하게 기록한 것으로 된 책, ② 마찬가지로 문인이 기록한 것이기는 하지마는 책으로 만들어지기는 대사가 입멸한 뒤이므로 앞의 것과 비교하여 문인의 그림자를 예상할 수 있는 책 이상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전자에 속하는 것으로는 가장 만년의 저술인 《유마경현소(維摩經玄疏)》25권, 그리고 《관심론(關心論)》1권이 있다. 이 밖에 젊었을 때의 저술인 《차제선문》도 대체로 이 부류에 속하는 저술로 보아 좋은 것이다. 후자의 것으로는《삼대부》가 있다. 또한 이 둘째 부류에 속하는 저술 중 특히 후자에 대해서는 설립된 사정이 사정인 만큼 편자인 제자 관정의 견해가 들어 있을 것이 예상되어 자료로 쓸 경우에는 그 점에 대한 깊은 고려와 비판적 자세가 요구될 것 같다. 다만《삼대부》가운데의 어떤 주장이 관정의 것인가를 분명히 지적할 수 있는 교설이나 생각을 밝혀 내지는 않았다. 이른바 직찬(直撰)이라고 생각해서 좋을《삼관의》며《사교의》가운데 여러 주장과《삼대부》가운데 그것과를 비교하여 양자 사이에 질적으로 보아 서로 용납되지 않는 주장이나 견해가 발견된다고 한다면, 《삼대부》에 대한 주의깊은 대응(對應)도 필요하겠지마는 그러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만큼 자료로서의 《삼대부》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아도 좋은 것이다. 성립 사정에 의한 이런 차이는 있지마는 이것만은 확실히 대사의 저술로 보아 좋은 것을 추정되는 성립순서에 따라 밝혀 보기로 한다. 그 가장 일찍 저술된 것으로 《방등삼매행법(方等三昧行法)》1권, 곧 바로 계속해서 《차제선문》10권이 저술되었을 것이고, 그 뒤에 《법화삼매참의》1권이 저술되었으리라 짐작된다. 이것들은 다같이 와관사(瓦官寺)에서 강술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 뒤에《육모법문(육모법문)》1권, 이어서《각의삼매(覺意三昧)》1권의 차례로 강술되었고, 이와 거의 같은 시기에 선문구결(禪門口訣) 1권도 완성된 듯하다. 또한 이것들이 완성된 곳도 와관사였는지 아니면 천태산에서 였는지 분명치 않으나 어찌되었든 《법화삼매참의》보다는 늦게 그 두 곳 중 어느 한 곳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천태산에서는 그 뒤를 이어 《법계차제초문(法界次第初門)》3권과《소지관(小止觀)》1권이 저술되었다. 《소지관》에는 그 뒤를 잇는 《삼대부》의 강술을 예상하게 하는 사색의 깊이를 느끼게 하는 설명이 군데군데 인정되어 대사의 사색이 더욱 더 원숙기에 돌입하게 되었음을 알겠다. 사색의 발전이 정점에 도달한 시점에서 이루어진 것이《법화문구》《법화현의》《마하지관》각 상ㆍ하 10권씩으로 된 이른바《삼대부》다. 이것은 선행(先行)하는 사색의 총결산으로 성립된 것이니 이에 이르러 대사의 사색은 활짝 꽃피었다. 대사가 중국불교의 수많은 학승 가운데서 거성으로 일컬어지는 것도 이 《삼대부》에 담겨 있는 종교사상 때문이라고 하여 좋을 것이다. 대사는 아주 만년에 《유마경》을 주석한 《유마경소》를 세상에 내어놓아 《삼대부》에서 논구(論究)된 종교사상이 더욱 더 연마되었다. 《삼관의(三觀義)》2권,《사교의》12권,《유마경현소》6권,《유마경문소(維摩經文疏)》25권이 그에 해당하는 현존하는 것인데 이것들은《삼대부》와 마찬가지로 대사의 종교적 사색의 종극(終極)을 알기 위해서는 없어서 안될 중요한 저술이다. 이 시기에는 유언적(遺言的)성격을 띤《관심론(觀心論)》1권도 저술하였다. 대사의 저술이라고 일러오는 것이 이 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극히 엄격하게 생각하여 대사의 저술로 보아 좋은 주요한 것은 여기 든 몇 가지에 국한시켜 좋을 것이다. |
① 방등삼매행법(方等三昧行法) | | | 이 책은 《마하지관》에서 반행반좌삼매(半行半坐三昧)로 규정된 방등삼매를 독립시켜서 저술한 방등삼매의 지침서다. 그 내용으로 보아 아무래도《차제선문》보다 먼저 대사의 저술활동의 초기에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이 교시하는 방등삼매란 행도(行道)ㆍ참회(懺悔)ㆍ선정(禪定) 등의 행을 총합한 행업(行業)을 말하는 것이니《대방등다라니경》에 바탕을 두고 구상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충실히 그 경의(經意)에 따라 구상된 것이 아니고 거기에는 대사 자신의 독자적인 해석이 나타나 보인다. 이 책이 가르치는 방등삼매는 《방등참법》이나《마하지관》에 소개된 그것과 비교하여 구성상 복잡한 내용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방등삼매의 체계의 고구(考究)를 둘러싸고 대사 자신의 생각에 바탕을 두어 다 정돈된 것으로 하고자 그것을 조직화(組織化)하기 위한 노력이 베풀어졌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여기 제시한 방등삼매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모든 중생이 다같이 행할 칠일행법(七日行法;總相法)과 중생 각자 사이에서 수행의 일수를 서로 달리하여 닦는 행(別相法)의 두가지로 되어 있는 것이라고 한다. 후자에 대해 말하면 대비구(大比丘)에게는 87일, 대비구니(大比丘尼)에게는 97일, 그리고 보살계를 받은 해자에게는 67일의 참회법이 예정되어 있고 또 사미ㆍ사미니ㆍ식차마나(式叉摩那)ㆍ우바새ㆍ우바이는 47일의 참회법을 행하도록 설시되어 있다. 또 이들 칠중(七衆)에게는 그 참법수행에 있어 송지(誦持)해야 하는 고유의 다라니가 정해져 있어서 그것을 외우면서 수행의 완성을 지향하도록 되어 있다. 《방등참법》이나《마하지관》에서 방등삼매는 7일을 한 기(期)로하여 행하게 정해져 있는데 이러한 구상은 방등삼매를 여기서 말하는 칠중통행(七衆通行)의 칠일행법(七日行法)으로만 규정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은 맨 먼저 저술된 것이기 때문에 복잡한 행의 체계를 구상하고 또 깨달음의 경지(實相)의 설명에 관해서도 그 뒤의 대사의 처지와 비교해보아 세련되지 못한 표현을 쓰고 있다. |
② 차제선문(次第禪門) | | | 이것은 천태대사의 초기의 저술 중 가장 방대하고 내용적으로도 그의 사상의 중심을 이루는 것이다. 대사가 와관사에 머물러 있을 때 강설한 것을 대장엄사(大莊嚴寺)의 법신(法愼)이 기록하여 만들어진 책으로 현존하는 것은 10권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이것은 법신이 사기(私記)한 원형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되어 대사의 사상형성 초기의 교학을 아는 데 극히 귀중한 책이다. 이 책은 대사의 스승인 혜사의 교학적 입장을 따르면서 자신의 불도관(佛道觀)을 표명한 것으로서 거기에는 이 시기 고유의 교학사상은 말할 것도 없고 그의 생애를 일관한 사상적 입장이 이미 표시되어 있기도 한다. 이 책이 교시하는 행(종교적 실천)에 따라야만 개오(開悟)도 바랄 수 있다는 교학적 입장은 비단 이 책에서만이 아니라 이 책의 강술 이후에도 변함 없이 견지(堅持)한, 대사의 생애를 일관하는 입장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 구상되어 있는 행은 내용적으로는 이 책의 독자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 행(行)이란 선(禪;禪波羅密)을 말하는 것으로, 보다 구체적으로는 세간선(世間禪)ㆍ역세간역출세간선(亦世間亦出世間禪)ㆍ출세간선(出世間禪)ㆍ비세간비출세간선(非世間非出世間禪)의 네가지로 분류된다. 4선으로 시작되는 수없이 많은 선법(禪法)을 이른바《차제관(次第觀)》에 바탕을 두고 차례차례 수행하면서 깨달음의 완성을 기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선의 수습(修習)에 있어서는 처음에 방편행의 실수(實修)가 빼놓을 수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방편행이란 선관(禪觀)의 보다 효과적인 수습을 위해 행하는 예비적인 행인데, 그것은 외방편(外方便)과 내방편(內方便)두 가지가 예정되어 있다. 외방편이란, ① 구오연(具五緣) ② 가오욕(訶五欲) ③ 기오개(棄五蓋) ④ 조오사(調五事) ⑤ 행오법(行五法) 합계 25항목으로 되어 있는 25방편을 말하는 것이고, 내방편이란, ① 지문(止門)을 닦고 ② 선악의 근성(根性)을 시험하고 ③ 안심법(安心法)을 닦고 ④ 병환(病患)을 고치고 ⑤ 마사(摩事)를 깨닫는 것 이다. 이 내ㆍ외 두 방편의 구상은 그 뒤 발전적으로 정비되어《마하지관》의 행의 체계인 원돈지관(圓頓止觀)의 체계로 확충되어 간다. 이른바 원숙기의 교학사상 중 중요한 부분에 발전적으로 연결되는 교설이 사상형성의 초기에 이미 사색되고 있었던 관계를 교리의 그 부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10장(章)으로 되어 있고 그 중에서 위와 같은 교학적 입장이며 견해가 여러 번 설해 있다. 10장은 곧 ① 수선바라밀대의(修禪波羅密大意) ② 석선바라밀명(釋禪波羅密名) ③ 명선바라밀문(明禪波羅密門) ④ 변선바라밀전차(辨禪波羅密詮次) ⑤ 간선바라밀법심(簡禪波羅密法心) ⑥ 분별선바라밀전방편(分別禪波羅密前方便) ⑦ 석선바라밀수증(釋禪波羅密修證) ⑧ 현시선바라밀과보(顯示禪波羅密果報) ⑨ 종선바라밀기교(從禪波羅密起敎) ⑩ 결회선바라밀귀취(結會禪波羅密歸趣) 인데 이 중에서 제8장 이하는 불설(不設)이라고 한다. 요컨대 이 책은 처음에 깨달음으로 인도해주는 직접적인 행으로서의 선의 실천적 성격을 개설(槪說)하고 (1장~5장), 이어 예비적 행인 방편의 행을(6장), 이하 정수행(正修行)인 선법을 개별적으로 들어 자세히 서술하며(7장~10장) 깨달음에의 길을 선정의 수습이라는 실천적 태도를 주축으로 해서 구체화하여 교시해 보이고자 서술한 책이다. |
③ 법화삼매참의(法華三昧懺儀) | | | 이 책은 그 뒤 이른바 반행반좌삼매라 규정되는《법화삼매》의 수행방법과, 거기서 지향(指向)해야 할 실천적 경지와를 교시한 법화삼매의 지침서다. 그런데 여기 말하는 법화삼매란 구체적으로는 엄벙도량(嚴淨道場)ㆍ정신(淨身)ㆍ삼업공양(三業供養)ㆍ청삼보(請三寶)ㆍ찬탄삼보(贊歎三寶)ㆍ예불(禮佛)ㆍ참회(懺悔)ㆍ행도(行道)ㆍ송경(誦經)ㆍ좌선(坐禪)의 10법을 3·7일 동안 일심으로 실수하는 것이다. 이 행은《법화경》의 안락행품(安樂行品)ㆍ보현보살권발품(普賢菩薩勸發品) 두 품과《보현관경》에 설시(說示)되어 있는 경지(經旨)를 이해 참작하여 구상한 것인데 내용적으로 보면 반드시 그 경의를 충실하게 이해한 위에 조직된 것은 아니다. 물론 거기에 교시되어 있는 여러 주장이 충분히 고려되었을 것이지마는 그 이해에 있어서는 대사의 독자적인 해석이 삽입되어 있다. 또 이 행이 구상됨에 있어 혜사의 법화삼매에 대한 견해도 참고 되었으리라고 짐작된다. 그렇기 때문인지 이 책이 교시하는 법화삼매는 그 내용에 따라 말한다면, 돈각(頓覺)ㆍ불차제(不次第)의 입장을 표방하고 또한 <관심(觀心)>의 태도를 행의 방법의 기본으로 삼는 구조를 가진 것으로 된다. 이러한 점에서 차제선문(次第禪門) 강술 때 의 행을 둘러싼 이해가 차차 변모항기 시작한 자취를 알아볼 수 있다. 여기에 말하는 교리의 이면에 기울여지는 그 뒤의 고구(考究)가 나중에 원돈지관(圓頓止觀)의 체계화로 결실하게 되는 것이다. 대사의 사상형성의 자취를 더듬어 볼 때는 이 책에 나타나는 차제선문의 실천관이라는 이질적인 교학사상은 주의깊게 읽어보아야 한다. |
④ 육묘법문(六妙法門) | | | 수(數)ㆍ수(隨)ㆍ지(止)ㆍ관(觀)ㆍ환(還)ㆍ정(淨)의 여섯 가지 묘문(妙門)을 행의 기본으로 정하고 그것을 닦아서 깨달음의 경지에 들어가는 방법을 교시하고자 서술한 것이 이 책이다. 그러므로 우선 이들 6묘문이 모든 선법(禪法)을 낳는 관계에 있음이 분명해진다. 그리고 이러한 입장에 서서 6묘문의 가지가지 수행방법이 제시되어 그러한 길을 통한 깨달음의 완성과정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그 수행방법은 첫째 6묘문을 차례차례 닦아나가는 방법을 생각 할 수 있고 또 하나 차례로 수행하지 않고 그 중 행자가 가장 따르기에 합당한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부터 닦아 나가는 방법이 있겠다. 또 한 가지 6법의 어느 한 가지 법을 교묘하게 닦는다면 그것만으로 다른 5법도 닦은 것과 마찬가지 결과에 이를 수 있으므로 어느 한 가지 법을 교묘하게 닦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심성(心性)을 관하는>실천적 태도 그리고 한 띠끌의 세계에서 일체의 세계를 관하는 실천적 태도를 유지하기에 힘쓰는 것도 6묘문을 행하는 것에 상당하기도 한다. 이 책은 6묘문의 가지가지 수행방법을 이렇게 교시하는데 한편으로 이들 방법을 보다 합당한 것과 그렇지 않는 것으로 가치적으로 분류해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6묘문을 닦아서 얻어지는 증과(證果)의 상(相)을 밝히는 제10단의 증상육묘문(證相六妙門)의 설명을 통하여 알게 되는데 그것에 의하면 제법(諸法)의 근원인 중생의 마음을 관하는 동시에 더 나아가서 일심(一心)을 관하여 일체심(一切心)ㆍ일체법(一切法)을 보는, 이른바 일즉일체(一卽一切)를 투철하게 보는 관법의 방법이야말로 그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 한다. 장목(章目)으로 말하면 제8단의 관심육묘문(觀心六妙門)과 제9단의 원관육묘문(圓觀六妙門)에 설해있는 6묘문의 수행방법이 따르기에 합당한 방법인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앞에서 본 《법화삼매참의》에서와 같은 <관심(觀心)>의 입장을 중요시하는 방법적 태도의 확립을 본다. 뒤에《마하지관》에서 지관에는 원돈지관(圓頓止觀)ㆍ점차지관(漸次止觀)ㆍ부정지관(不定止觀) 세 가지 지관이 있는데, 그 중 부정지관은 육묘법문에 설한다고 말하게 된 것으로 보아, 육묘법문은 옅은 관법에 의해 깊은 실상을 관한다느니 반대로 깊은 데서부터 옅은 데로 향한다느니 혹은 또 처음부터 바로 한 실상을 관한다는니 하는 법규에 얽매이지 않는 부정관만을 교시하는 책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부정관은 이 책이 가르쳐주는 하나의 관법이다. 이 책이 가르쳐 주고자 하는 중심되는 행의 방법은 관심(觀心)의 방법을 바탕으로하여 성립되는 일즉일체(一卽一切)를 관하는 관법인 것이다. |
⑤ 각의삼매(覺意三昧) | | | 《대품반야경(大品般若經)》권5 마하연품(摩訶行品)에 말하는 수능엄삼매(수능엄삼매) 등 108삼매 중 제72의 각의삼매(覺意三昧)를 취하여 생사의 큰 바다를 건너 열반의 피안에 오르려고하는 행인(行人)을 인도하기 위한 행의 체계를 조직적으로 교시하고자 그 삼매를 대사 나름대로의 의미를 주어 주술한 것이 이 책이다. 이 책이 가르쳐 주는, 깨달음에의 없어서는 안되는 길이란 책이름이 암시하는 바와 같이 미혹의 근본인 <생각> 곧 <마음>의 근원을 찾아 관찰하는 것이다. 그런데<심원(心源)의 반조(返照)>의 방법은 마음을 ① 미념(未念) ② 욕념(欲念) ③ 염(念) ④ 염이(念已) 의 이른바 4운심(運心)에 분류하여 그것을 관찰하는 방법이다. 4운심이란 마음의 작용을 시간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미념은 아직 활동을 시작하지 않은 상태인 마음을 말하는 것이고, 욕념이란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상태에 있는 마음이다. 염은 지금 활동하고 있는 마음, 염이는 활동을 마친 마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들 4운심을 관찰하여 그것이 공의 양상임을 알았을 때 깨달음은 성취되는 것이고 그러한 형태로서의 존재를 아는 것이 이 책의 주제이다. 또한 이 책에서는 깨달음은 일정한 행위(行位)를 거쳐 완성되는 것으로 이해되어 조직화한 행위설(行位設)이 소개되어 있다. 이것은 그 뒤 52위(位)의 행위설로 체계화하는 것이고 그 원형이 여기에 제시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이 책에는 마음 - 일체법의 존재 관찰의 방법적 태도로서, 《삼대부》에 있어서 중요시 되기에 이르는 <삼관(三觀)>의 방법을 상기시키는 관법의 태도가 소개되어 있음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점으로 보아 우리는 이 책의 저술을 통해 원숙기의 교학사상에로 접속되는 대사의 사상이 착실하게 고구(考究)되었음을 알 수 있다. |
법계차제초문(法界次第初聞) | | | 이 책은 경론(經論) 가운데 논급되는 법문의 이해에 편리하도록 교학상 중요한 항목을 당초에는 300과(科)를 골라 7권으로 하여 해설을 붙일 목적으로 저술된 것인데 실제로는 60과 3권으로 되었다. 이 책은 <명색(名色)>의 해설로부터 시작하여 번뇌ㆍ계ㆍ선법 등으로 이어져 나가는 구성으로 되어 있는데 그것은 이 책이 그저 막연하게 60항목을 골라 나열한 것이 아니라 일정한 꾸밈새를 가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계(名色)에 대하여 우선 일반적인 이해를 한 다음 <일체의 불법을 배우고자 한다면 정계(淨戒)를 지키고 선정을 힘쓰라> 하는 입장에 서서 실천적으로 불법에 정통하게 할 목적으로 저술된 것이 이 책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불교의 실천법인 여러 가지 선법의 해설에 주력하였고 완성되고 보니 마치《차제선문》의 해설서처럼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너무 방대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차제선문을 대신하여 선법의 내용을 알기 쉽게, 말하자면 입문서로 저술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이 물론 그 정도에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그 가운데는, 그 뒤《삼대부》에서 관법 중 가장 중요시되는 삼관(三觀)을 문제삼고 있고 또한 그 서문에서 삼관을 교시하는 것이 이 책 저술의 하나의 목표이기도 하다고 말하고 있다. 원숙기의 교학사상이 준비되어 가고 있는 시기의 대사의 실천에 관한 사색을 전해주고 있기도 하는 책이라는 것도 부인 할 수 없다. |
⑦ 소지관(小止觀)
| | | 이 책은 《차제선문》으로 대표되는 대사의 초기 교학사상이 서서히 변모하여 《삼대부》에 논술되어 이른바 원숙기의 그것이 형성되어가는 과정에서 후자의 사상이 성립되는 앞 단계에서 저술된 것이다. 구성상으로 보아 이 책은 차제선문의 제6장 <분별선바라밀전방편(分別禪바羅蜜前方便)>의 요략(要略)으로서의 체제를 지닌 것이기는 하지마는 내용적으로는 그 이후의 대사의 농밀(濃密)한 사색의 결과를 전하고 이미 원숙기의 중요한 사상 중의 어떤 것을 분명히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우선 주목해야 할 것은 행의 체계를 <지관>에 의해 총괄하고자 한 생각이 보이는 점이다. 실천법으로서의 지(止)ㆍ관(觀) 두 법의 실천적 특징이 정의적(定義的)으로 해설되고 게다가 그것은 수레의 양쪽 바퀴, 새의 양쪽 날개와도 같은 나눌 수 없는 것으로 수행하여야 하는 지관의 법의 구조적 성격이 강조되고 그리하여 모든 사물의 실상의 내적 구조가 분명해진다. 이러한 것은 주로 이 책의 중심점의 하나를 이루고 있는 제6단<정수행>에 자세히 논술되는데, 여기 논급되는 지관의 모든 성격을 둘러싼 이해는《삼대부》에 계승되어 원숙기의 실천관(實踐觀)의 골격을 형성하고 있다. 또 이 책에서는 지관업(止觀業)이 <관심(關心)>의 방법적 태도로서 행해져야 할 행업(行業)임이 분명히 표시되기도 한다. 행의 방법을 둘러싼 이러한 이해는 《법화삼매참의》ㆍ《육묘법문》ㆍ《각의삼매》등의 저술을 통하여 서서히 굳어져온 견해인데 그것이 여기서 보다 명확하게 주장된다. 이 점에 대한 이러한 이해도《삼대부》강술(講述) 때에 기본적인 생각의 하나로 계승되어 감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 밖에 또 지관업의 수행방법, 바꾸어 말하면 관심의 수행방법으로 삼관의 방법이 분명히 소개되기도 한다. 삼관이란 종가입공관(從假入空觀)ㆍ종공입가관(從空入假觀)ㆍ중도제일의관(中道第一義觀)을 말하는 것이니《삼대부》에서 지관의 수습방법으로 중요시하게 되는 것인데 이 책에 있어서 그 구상의 바탕이 굳혀진다. 다만 이 책이 교시하는 삼관의《삼대부》에서와 같이 불차제삼관(不次第三觀)ㆍ일심삼관(一心三觀)이 아니라 격력차제(隔歷次第)의 삼관으로서 후자의 그것과 구조적으로 구조적으로 같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정관(正觀)이 아닌 종가입공ㆍ종공입가의 두 관을 방편의 관문(觀門)으로 하여 이 두 관을 완전히 수습한 다음에 중도정관(中道正觀)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가르쳐주는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은 《삼대부》성립의, 말하자면 전야(前夜)의 천태대사의 교학사상을 전하는 한 저술로 극히 중요한 것이다. |
⑧ 법화문구(法華文句) | | | 이 책은 후진(後秦) 때 구마라습(鳩摩羅什)이 번역한 《묘법연화경》을 대사 나름대로의 입장에서 주석한 책으로 모두 10권으로 되어 있다. 그 주석방법은 경문 하나하나를 인연(因緣)ㆍ약교(約敎)ㆍ본적(本迹)ㆍ관심(觀心)의 네 가지 관점에 서서 행한다는 것이니 그러한 의미를 보아 두는 것이 이 책의 성격을 아는 데 편리할 것이다. 맨처음 인연석(因緣釋)이란 부처와 중생과의 접촉면에 시점(視點)을 맞추어 경전의 뜻 해석을 추진해 나가는 해석의 입장이다. 중생에게 있어서의 진실을 구하는 마음의 확립은 구조적으로 말한다면 그것을 희구(希求)하는 중생의 편에서의 활동과 이에 응하고자 하는 부처편에서의 활동이 서로 접촉되고 서로 응하는 관계(感應道交)로 표시할 수 있을 것인데 경문의 하나하나는 이러한 관계에 비추어 보아 곧 깨달음의 경지로 중생을 인도하기 위해 무엇을 이야기해서 교시하고자 하는가를 분명히 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인연석의 목표인 것이다. 다음의 약교석(約敎釋)이란 경문의 뜻을 사교오미(四敎五味)의 교상에 비추어 명시되어 가는 경전 해석의 방법이다. 사교ㆍ오미의 교설은 앞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중생의 종교적인 성숙과정을 세존의 교도(敎導)가 깊어져가는 추이와 결부하여 구상된 교설이고 이른바 교상판석의 견해에 바탕을 두고 입언(立言)된 것인데 그것이 경문의 해석에 도입된 것은 그 경전이 설시(說示)하고자 하는 중생의 교도(敎導)를 둘러싼 진의(眞意)를 분명히 보이고자 해서였기 때문일 것이다. 셋째의 본적석(本迹釋)이란 본ㆍ적 두 문(門)에 관련지어 경의 뜻을 설하는 해석의 입장이다. 이 중 적문이란 불타편으로서 말한다면 중생구제의 면을, 중생편으로서 말한다면 개오(開悟)ㆍ성불(成佛)방법의 면을 밝히는 교리의 영역이고, 한편 본문이란 불타의 본체(本體)ㆍ내실을 밝히는 부분인데 이 두 문에 비추어 경문을 해석하는 목표는 중생으로 하여금 성불의 가능성을 알아차리게 하고 또한 그 방향으로 인도하고 그 방법을 가르쳐주려는 데 있다고 말해 좋을 것이다. 넷째의 관심석(觀心釋)이란 불도 수행이라는 실천 입장에서 경전의 뜻의 이해를 추진하는 해석이다. 앞의 3석(釋)이 경전의 뜻의 이론적 파악을 기약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 입장은 그러한 해석이 빠뜨리기 쉬운 경전의 뜻의 관념적 이해에 직접 경험의 측면을 부여시키고자 취해진 것일 것이다. 아무튼《법화문구》는 법화경의 경지(經旨)를 밝히고자 이 네 가지 관점에 따라 설시된 천태대사의 독자적인 법화경석(法華經釋)인 것이다. 또한 이 책은 대사가 진(陳)나라 정명(禎明) 1년(신라 진평왕 9년, 서기 587)에 금릉의 광택사에서 법화석(法華釋)으로 강설한 것을 제자 관정이 기록하여 완성시킨 것이다. 단 현존하는 것은 광택사에서의 강성을 그대로 전한 것이 아니고 관정의 손질이 적지 않다. 그러나 대사의 교학사상의 기본을 그릇 전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고 대사의 교학사상을 충실하게 전하는 저술로서 자료로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삼대부》의 다른 두 저서에 비하여 여기 논급하는 여러 주장은 전체적으로 사색 궁구(窮究)에 결함이 있음을 느끼게 하여 원숙기 사상의 형성과정의 시초에 세상에 내어놓은 것으로서의 이 책의 위치를 추측하게 하는 만큼 아무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관정에 의한 개정작업이 대사의 교학사상의 근간에 관련되는 부분의 변경에까지 미쳤다고 보는 것은 약간 타당성을 잃은 견해 일 것이다. |
⑨ 법화현의(法華玄義) |
이 책의 정식 이름은 《묘법연화경현의(妙法蓮華經玄義)》인데 그 이름이 말하는 바와 같이 법화경의 본지(本旨)를 직접 설시하고자 저술한 책이다. 물론 앞의《법화문구》도 그런 종류의 책이지마는 그것과는 주석의 형식을 달리하고《법화경》의 경제(經題)를 해석하는 체제를 취하여 그 경의(經意)의 본지(本旨)를 설시하고자 한 것이 이 책이다. 또한 이 책은《법화문구》와 서로 어울려서 대사의 법화경관(法華經觀)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교학사상의 기본을 표시하는 것이기도 한데 내용면에서 두 저서를 비교해볼 때 이 책이 보다 중후(重厚)하게 깊어진 대사의 사색내용을《법화문구》이상으로 농밀(濃密)하게 전해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 책의 성립은 이제까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개황(開皇) 13년(서기593) 하안거(夏安居)때로부터 같은 해 연말까지의 사이로 추정되고 또한 대사 생존 중에 저술로서의 형태가 갖추어지도록 정리되어 있었던 것 같다. 다만 현존하는《법화현의》는 제자 관정에 의해 손질되고 종합된 것으로서 이것은 개황 17년 가을부터 인수(仁壽) 2년(서기602) 8월경 사이에 완성된 듯하다. 이 책은 구마라습 번역의《묘법연화경》다섯 자의 경제(經題)를 차례로 해석하는 구성으로 저술되어, 이것 또한 대사의 독자적인 구성을 가진 법화석인데 이러한 석풍(釋風)이 채용된 것은 경제가 경의 뜻을 집약적으로 응축하여 나타낸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 조직을 보건대 ① 경제의 명의(名義)를 해석하는 <석명(釋名)> ② 경의 체(體)의 본의(本意)를 변술(辯述)하는 <현체(顯體)> ③ 경의 종지(宗旨)를 밝히는 <명종(明宗)> ④ 경이 지니고 있는 공덕을 논하는 <논용(論用)> ⑤ 권(權)ㆍ실(實)ㆍ추(추)ㆍ묘(妙)의 교상을 판별하는 <교판(敎判)> 의 5장(五重玄義라고 함)으로 되어 있고 이 5장이 통석(通釋)과 별석(別釋) 두 항목에 나뉘어지고 이로 하여 경의(經意)의 총합적인 표출을 기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먼저 통석이란 앞에 말한 5장 중에서 개별적으로 자세히 논술해나간 경의의 해설 나아가서는 스스로 구상한 교학사상을 개진하기에 앞서 미리 일반적으로 그러한 해설을 해놓은 한 항목이다. 여기서는 ① 표장(標章) ② 인증(引證) ③ 생기(生起) ④ 개합(開合) ⑤ 요간(料簡) ⑥ 관심(觀心) ⑦ 회이(會異) 의 7항목을 세워서 그 개요를 설명한다. 이 부분은 <칠번공해(七番共解)>라 일컬어지는 것인데, 여기서의 설명을 통하여 법화경의 주제가 모든 사물의 <실상>을 전시(詮示)함에 있고 그리하여 그 미묘한 이치를 체득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이고 그 목표를 실현시켜주는 것은 일승(一乘)이고 또한 그 길을 지시해 주는 것이 곧《법화경》이라는 점이 간결 명료하게 논술되어 있다. 다음 별석이란, 이 항목이《법화현의》의 중심을 이루고 있고 양적으로도 가장 많다. 석명(釋名)ㆍ현체(顯體)ㆍ명종(明宗)ㆍ논용(論用)ㆍ판교(判敎)의 5장 아래 상세하게 논술된다. 특히 처음의 석명장(章)은 법ㆍ묘ㆍ연화ㆍ경의 4절로 나뉘어《묘법연화경》다섯 자의 경제(經題)해석을 주제로 삼은 장으로서 이 책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이 장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보인 부분인 <법>과 <묘(妙)>두 글자의 해설을 추진하는 각 절(節)인데 이 부분의 해설은 자그마치 이 책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는 천태대사의 교학사상의 골격이 여러 각도로 자세히 설해져 있다. 이 책을 통해 설시되는 대사가 이해한 《법화경》의 경지(經旨), 나아가서는 그의 교학사상의 근간을 이 법ㆍ묘를 해석한 각 절의 설명에 따라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법>을 해석한 1절부터 보건대, 여기서는 모든 사물의 <실상>을 교시하는 것으로서《법화경》을 규정하고 그러한 인정 위에 서서 대사의 독자적인 방법으로 실상의 내적 구조의 개진(개진)에 최대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 설명방법은 남악ㆍ혜사가 시도했다는 마음ㆍ부처ㆍ중생 3법에 따라 일체법을 해석하는 방법을 따른 것으로서 이 3법에 의거하여 <법> 한 자를 해석하고, 그리하여 일체법의 존재하는 상(相;實相)을 밝히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그 논술의 과정에서 《묘법연화경》방편품에 말하는 <십여시(十如是)>의 설이 주목되고 또한 그것이 대사에게 그의 독자적인 방법으로 이해되어, 모든 사물의 존재가 독특한 방법으로 논술된다. 이 방면의 대사의 목표나 설명방법은 이미 말한 바와 같다. 아무튼<법>한 자를 해석하여 <실상(實相)>을 교시하는 것으로서의《법화경》의 성격 그리고 스스로 해석한 실상의 내적 구조가 이론적으로 논술되어 있는 것이다. 다음 <묘>자의 해석을 통해 명시(明示)되는 바를 일별한다. 통ㆍ별 두 가지의 해석이 시도되는데 처음 통석(通釋)에서는《법화경》의 유래없는 절묘한 성격과 거기에 설시되는 절대의 경계의 내적 양상이 개설된다. 다시 계속되는 별석에서는 <적문의 십묘> <본문의 십묘>양면으로 <묘>의 뜻이 자세히 논구(論究)된다. 먼저 적문 십묘의 항목에서는 묘란 구체적으로는 경(境)ㆍ행(行)ㆍ위(位)ㆍ삼법(三法)ㆍ감응(感應)ㆍ신통ㆍ설법ㆍ권속ㆍ이익의 10묘로서 나타나는 의취(意趣)를 포함하는 것이라 하고 그들 10묘의 의미의 명확화(明確化)를 통하여 <묘> 한 자가 나타내는 바가 총괄적으로 제시된다. 그러므로 묘의 뜻의 논구(論究)는 대사가 이해한 실상의 경지의 내적 구조(境妙), 그것의 득지(得知)를 실현하는 방법(智妙ㆍ行妙), 그리고 실상의 경의 득지가 깊어지는 과정(位妙), 거기에다 이들 4묘에 의해 얻어지는 과덕(果德;三妙法)을 밝혀 주게 된다. 또한 그러한 것은 다시 중생의 교화를 둘러싼 이론적 문제를 분명하게 하기도 한다. 우선 중생에 있어서의 깨달음에의 길의 성립관계(感應妙), 이어서 불타에게 갖추어져 있는 중생구원을 위한 모든 능력(神通妙), 중생제도를 위해 주어지는 불타의 설법의 내적 성격(說法妙), 그리고 교익(敎益)을 입은 중생의 여러 가지 양태(眷屬妙)또한 부처의 교화로 얻는 중생들의 갖가지 공덕(利益妙), 이러한 것들을 밝히게도 된다. 아무튼 적문의 10묘(十妙)를 통하여 교시되는 교법(敎法)의 세계는 모든 사물의 실상의 존재의 구체상과, 그것이 중생에게 있어서 득지(得知)되는 이론적 관계와 그 실현의 경위 그리고 실상을 관득(觀得)하여 획득하는 종교적 경지 등 이러한 점들이다. 적문의 10묘에 이어 본문의 10묘가 논술되는데 이 항목에서 주되는 관심은 적문의 10묘를 통하여 자세히 설해온 실상의 구극(究極)에의 길의 배후에 실은 그 전체의 진실성을 완전히 보장하는 부동(不動)의 진리의 당체가 엄연히 가로놓여 있음을 명시하는 점이다. 깨달음에의 길을 배후에서 지탱해 주고 실상에의 길임을 확실하게 보장을 주어 포착될 것으로서 말하자면 우리들의 경험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진리를 보이고자 하는 것이 본문 10묘를 논술하는 주제인 것이다. 《법화현의》의 내용의 중심을 차지하는 오중현의, 별석의 석명의 항목 중의 법ㆍ묘의 해석에 있어서 주제로 논술되어 있는 것을 극히 간단히 소개하였는데 그것으로도 알 수 있듯이 대사가 이 책의 강설을 통해 의도(意圖)한 바는 바로 <모든 사물의 실상>을 둘러싼 교학적 여러 문제를 이론적으로 정리ㆍ논술해 보이는 데 있었다고 하여 무방할 것이다. 이 책은 다음에 말하는 《마하지관》과 함께 대사의 실상론(實相論)의 골격을 아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