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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열면 밝은 세상으로 <무문관> 열어보기 4

통융 2019. 12. 17. 09:51

문 열면 밝은 세상으로 <무문관> 열어보기 4

<무문관 제3> 구지수지 (俱胝竪指)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봐!

 

 

 

호수에 비친 달을 보고 건지려는 원숭이가 킬! !

 

 

 

<무문관 제3> 구지수지 (俱胝竪指) 俱胝和尚, 凡有詰問, 唯舉一指. 後有童子, 因外人問, 和尚說何法要, 童子亦豎指頭. 胝聞, 遂以刃斷其指, 童子負痛號哭而去, 胝復召之. 童子迴首, 胝卻豎起指. 童子忽然領悟. 胝將順世, 謂眾曰, 吾得天龍一指頭禪, 一生受用不盡, 言訖示滅. 구지 화상은, 누가 무엇을 물을 때마다, 오직 손가락 하나만 들어보였다. 뒤에 시중드는 동자에게 한 객이 와서 화상께서는 어떤 법을 설하시느냐?라고 묻자, 동자 역시 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구지가 이를 듣고 급기야 칼로 동자의 손가락을 잘라버리니, 동자가 아파서 울며 달아나는데, 구지가 그를 불렀다. 동자가 돌아보자 다시 구지가 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동자는 홀연히 깨달았다. 구지가 세상을 떠날 때가 되어서 대중에게 말했다. 내가 얻은 천룡의 한 손가락 선을, 일생을 쓰고도 다 쓰지 못했다. 말을 마치고는 바로 입적했다.

 

<무문> 俱胝鈍置老天龍, 利刃單提勘小童. 巨靈抬手無多子, 分破華山千萬重. 구지는 늙은 천룡을 바보 취급하고, 날카로운 칼로 동자를 점검하였네. 거령신이 아무렇지 않게 손을 들어, 쪼개버린 화산이 천만 중.

 

<덧말> 손가락이 우주이다. 거울 앞에 서서 한 손가락을 들어 봐라. 거울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대로 실상의 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거울아 거울아 너는 누구니, 거울이 말을 할리는 없다. 하지만 거울은 관음(觀音)을 나타낸다. 나는 보면 본데로 나타낼 뿐, 더하지도 빼지도 않는 언어 이전의 진리 법이라며 손가락을 들어 보인다.

현재라는 것은 시간 속에 없다. 오직 과거만 존재하는 시간의 연속이다.

지금이라고 하는 순간 과거가 되어버린 현재, 다만 우리의 저장된 기억의 인식으로 지금을 알아차릴 뿐이다. 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을 알아차리는 것도 물론 과거의 내 모습이다. 눈을 통해 지금 모습을 보고 인지한 것을 뇌로 전달해서 알아차리는 것이기에 시간이 지난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다만 시간의 연속성 때문에 그러한 잔상이 연기된 실상으로 허상을 보고 있는데도 우리는 지금, 현재라는 착각으로 지금 나를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모든 것은 고정된 실체는 없고 찰나찰나 변하는 연기적 현상만 보는 허상일 뿐이다. 그래서 지금인 현재는 공()하다고 한다. 색즉시공(色卽是空)이다. 이러한 진리를 이론으로 알았다고 진리를 바로 깨달아 쓰는 자는 아니다.

 

본문에서 구지선사가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것은 달을 가리키는 이치로 공한 이치를 깨달아 온전히 공한 도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면 동자가 손가락을 들어 올리는 것이 깨달음이라고 생각하여 흉내 내는 것은 달을 보지 못하고 손가락을 보는 이치와 같다.

 

그래서 구지가 처절한 가르침을 택했다. 살인검을 들어 활인의 방편을 썼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손가락이 잘린 동자가 아야 아야! 아파서 펄쩍펄쩍 뛰면서 난리를 치는데……. 구지가 동자에게 법을 물었다. 엉겁결에 동자가 손가락을 들어 올렸는데 어! 손가락이 없네…….

그 때 동자가 법은 실체도 실상도 아닌 즉 손가락이 아니라 알아차림에 있다는 것을 활연대오(豁然大悟)하는 것이다.

만약 이 글을 읽는 그대가 손가락을 들고 흉내 내다가 잘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것을 알아차리면 구지의 마음을 관통한 것이요 공한 도리를 알아차린 것이다.

그러나 저러나, 그대 손가락은 어디로 갔나, 하늘나라로 갔나, 땅 속으로 숨었나, 그래도 손이 잘리면 아프다 그것에는 어떤 것도 더할 수도 뺄 수도 없다. 손가락은 손가락이 뿐,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문밖에 소나무를 봐라. 소나무는 그냥 서서 나타낼 뿐, ‘왜 소나무라고하지!’ 라는 말에 속지 말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