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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열면 밝은 세상으로 <무문관> 열어보기 2

통융 2019. 12. 17. 09:50

문 열면 밝은 세상으로 <무문관> 열어보기 2

<무문관 제6> 세존념화(世尊拈花)

봤소! 홍매소식

매화나무 어깨위로

봄 햇살이 내리치는 죽비

한 마디 일러라,

허공꽃을 펼칩니다.

붉은 파문이 번지는 소식

봤소! 지금

 

 

매화꽃은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주는 전령사다. 움츠려 있던 겨울 기운들을 새로운 희망의 에너지들로 파문이 일어 온 동네 온 나라 온  우주로 소식에 소식을 타고 번져간다.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 불쑥! 붉은 꽃망울을 터트리면 꽃 핀 한 소식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본 그 꽃은 벌써 지나가 버린 전생의 꽃이 되어 서성이다 꽃 떨어진 허공은 언제 꽃이 있었냐는 듯 텅 빈 허공(虛空)만 깨어 있다.

 

<무문관 제6> 세존념화(世尊拈花) 世尊昔在靈山會上, 拈花示眾. 是時眾皆默然. 惟迦葉尊者, 破顏微笑. 世尊云, 吾有正法眼藏, 涅槃妙心, 實相無相, 微妙法門, 不立文字, 教外別傳, 付囑摩訶迦葉. 세존이 영산회상에서, 꽃을 들어 대중에게 보이셨다. 그때 대중들은 모두 침묵하고 있었다. 오직 가섭 존자만, 빙그레 미소 지었다. 세존이 말씀하셨다. 내게 정법안장, 열반묘심, 실상무상, 미묘한 법문, 불입문자,교외별전을, 마하가섭에게 부촉하노라.  

<무문>黃面瞿曇, 傍若無人, 壓良為賤, 懸羊頭賣狗肉. 將謂多少奇特, 只如當時大眾都笑, 正法眼藏作麼生傳. 設使迦葉不笑, 正法眼藏又作麼生傳. 若道正法眼藏有傳授, 黃面老子, 誑謼閭閻, 若道無傳授, 為甚麼獨許迦葉. 무문은 말한다. 누런 얼굴의 석가는 주위에 아무도 없는 듯 양민(良民)을 억눌러 천민(賤民)으로 만들고, () 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파는구나! 제법 기특하다 할 수 있으나, 만약 그때 대중들이 모두 웃었다면 정법안장을 어떻게 전했을까? 만일 가섭이 웃지 않았더라면 정법안장은 또 어떻게 전했을까? 만약 정법안장이 전해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누런 얼굴의 늙은이가 세상 사람들을 속이는 것이고, 만약 정법안장이 전해 줄 수 없는 것이라면 어째서 가섭 한 사람에게만 허락하였는가?

<무문> 拈起花來, 尾巴已露. 迦葉破顏, 人天罔措. 꽃을 들어 올렸을 때, 이미 끝이 드러났도다. 가섭은 미소 짓는데, 인천이 어쩔 줄 모르네.

<덧말> 꽃 한 송이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네. 달은 휘영청 밝아 곳 간데없이 두루 한데 어찌 달을 보지 않고 손을 보려 하는가. 부처가 꽃든 소식도 가섭이 웃는 소식도 그렇지. 부처가 꽃 한 송이 들면 나도 꽃을 들고, 가섭이 웃으면 나도 웃는다. 오가는 것이 없는데 무엇을 주고받는가! 부처도 정법안장도 가섭도 두루 하여 밝은데 어디에 무엇이 있다고 전하느니 마느니 하겠는가? 글자에 속지 말고 뜻에도 속지마라. 꽃은 꽃이다. 우주가 한 송이 꽃인 법화의 세계요. 대방광불 화엄인 세존이 꽃이요 꽃이 세존이다. 그 한 소식이 찰나에 공한 소식이니 금강의 반야지혜인 공함이요. 여실지견(如悉知見)한 무상정득정각(無上正等正覺)이리니. 가섭은 그 한 소식을 알았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까? 그렇다고 허공 꽃인 정법안장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안다면 가섭도 세존도 죽이는 것이라네. 그래서 지금 내가 빙그레 웃을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