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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열면 밝은 세상으로 <무문관> 열어보기 5

통융 2019. 12. 17. 09:52

문 열면 밝은 세상으로 <무문관> 열어보기 5

<무문관 제28> 구향용담(久響龍潭)

 

 

불경

火經

 

 

경전이 어둠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경전을 태우면 어둠을 밝힌다.

 

 

<무문관 제28> 구향용담(久響龍潭)龍潭因德山請益抵夜. 潭云, -중략- 將一炬火提起云, 窮諸玄辨, 若一毫致於太虛, 竭世樞機, 似一滴投於巨壑. 將疏抄便燒, 於是禮辭. 용담에게 덕산이 거듭 가르침을 청하다가 밤이 깊었다. 용담이 말했다. 밤이 깊었으니, 그대는 그만 내려가는 것이 어떤가? 덕산이 인사를 하고, 발을 걷고 나갔다가, 밖이 캄캄한 것을 보고 돌아와서 말했다. 밖이 캄캄합니다. 용담이 이에 종이 초에 불을 붙여 건넸다. 덕산이 막 받으려고 하는 순간, 용담이 촛불을 훅 불어 꺼버렸다.

덕산은 여기에서 홀연 깨달은 바가 있어, 곧바로 절을 했다.

용담이 말했다, 그대는 도대체 어떤 도리를 보았는가?

덕산이 말했다, 제가 오늘 이후로, 천하 노화상들의 말씀을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다음 날, 용담이 법당에 올라, 만약 이 가운데 어떤 사람이, 이빨은 칼의 숲과 같고, 입은 피를 가득 뭍은 아가리와 같아서, 한 방망이를 때려도 머리를 돌리지 않는다면, 먼 훗날, 외로운 봉우리 정상에서, 나의 도를 세울 것이다.

덕산이 소초를, 법당 앞에 모아 놓고, 손에 횃불을 치켜들고 말했다. 현묘한 도리를 모두 통달했다 하더라도, 작은 터럭 하나를 커다란 허공에 두는 것과 같고, 세상의 온갖 이치를 설파한다 하더라도, 물 한 방울을 거대한 골짜기에 던지는 것과 같다. 그리고는 소초를 불태우고, 작별 인사를 했다.

 

<무문> 聞名不如見面, 見面不如聞名. 雖然救得鼻孔, 爭奈瞎卻眼睛. 명성을 듣는 것보다 직접 만나 보는 게 좋고, 직접 보는 것보다 명성을 듣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 비록 콧구멍은 구해 얻었으나, 어찌 하겠는가 눈을 멀게 하였으니.

<덧말> 덕산 스님 남방에서는 불립 문자, 교외별전, 직지인심, 견성성불 등으로 부처가 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그들에게 금강경을 전법하고자, 바랑에 금강경소를 챙겨 메고 남쪽으로 향했다. 길을 가다가 점심때가 되어 점심을 먹기 위해 주막을 찾았갔다. 떡집 주인인 노파가 덕산스님이 메고 있는 바랑을 보고 물었다.

스님, 바랑 속에 웬 물건이 많이 들어 있어 무거워 보입니다. 대체 무엇이 들어 있습니까?”

덕산: “금강경에 내가 직접 주석을 단 금강경소입니다.”

노파: “, 그래요? 금강경에 대해 그렇게 잘 안다면, 내가 하나 묻겠습니다. 만약에 내 질문에 대답을 하면 떡을 공짜로 드리고 만약에 대답을 하지 못하면 떡을 팔지 않겠습니다.”

덕산: “, 좋습니다. 무엇이든 물어 보십시오.”

노파: “금강경에 과거심도 얻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다는 구절이 나오는데 스님께서는 지금 어느 마음에 점심(點心)을 할 것입니까?”

덕산은 말을 못하고 점심을 굶고 길을 떠난다.

 

첫 번째 질문 - 당신은 어디 마음에 점심을 찍어서 즉 어떻게 답을 해야 떡을 얻어먹을 수 있겠는가?

이리저리 머리 굴리는 어른이 아니라 어린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되면 바로 알아차린다.

노파에게 쫓겨난 덕산은 지식으로 가득한 머리는 복잡고 배는 고프고, 그래도 자존심 대결을 위해 찾아간 용담선사는 촛불하나 밝혀 건내주다가 ~ ’불어 끈 법문으로 칠흑 같은 어둠이 덕산의 머리통을 박살내고 텅 비워버리게 했으니 덕산이 고마워 할 수밖에......

 

두 번째 질문 - 용담스님이 촛불을 왜 ~’ 불어서 끄는가?

말을 해서 무엇 하리 직접 어두운 밤에 촛불을 밝히기도 해보고 또 촛불을 훅~ 입으로 불어서 꺼 봐라.

참 진리는 모두가 그대로 살아 있는 존재 그 자체인 것이니,

진리를 설명하고 말로써 아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벌써 주객이 구분되어 본질의 청정성을 잃는다. 진리는 실전이며 쓰임이다. 어둠 자체가 밝음은 밝음 자체가 진리이다.

 

세 번째 질문 - 덕산은 무엇을 깨달았기에 용담선사를 향해 절을 했는가?

어떻게 지식으로 어둠을 밝힐 수 있겠는가.덕산이 깨달은 진리다.

금강경의 이치에 통달을 해도 어둠 앞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다.

지식이 진리가 될 수 없고 어둠을 밝힐 수는 없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