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담마

마음을 작용하게 하는 요소(마음 부수 cetasika)

통융 2018. 4. 26. 10:14

마음의 부수는 心所이며 受相行을 말한다.



마음을 작용하게 하는 요소(마음 부수 cetasika)
마음을 작용하게 하는 요소인 마음 부수는 마음에 붙어서 마음을 작용하게 한다. 마음과 함께 일어나고 함께 사라진다. 마음이 대상으로 하는 것을 같이 대상으로 하고, 마음이 일어나 진행되는 곳에 똑같이 일어나 진행된다.

마음은 스스로 작용할 수 없다. 마음은 색깔과 모양이 없는 깨끗한 공기와 같다. 먼지나 바람과 같은 탐욕, 성냄, 어리석음 등 여러 요소, 즉 ‘마음 부수’가 마음을 물들이고 움직이게 한다. 앞의 마음 설명에서 물에 비유해 설명했듯이 마음에 같이 작용하여 마음의 성질을 결정한다. 열심히 하려는 마음 부수가 작용하면 열심히 하는 마음이 되는 것이고 게으른 마음 부수가 작용하면 게으른 마음이 생겨난다.

마음을 작용하게 하는 요소인 마음 부수에는 52가지가 있다. 이것들은 다시 세 가지로 분류된다. 다른 것과 같아지는 것 13가지와 해로운 것 14가지, 아름다운 것 25가지이다. 다른 것과 같아지는 것들은 같은 것이지만 유익한 마음에서는 유익한 작용을 하고 해로운 마음에서는 해로운 작용을 한다. 또한 유익하지도 않고 해롭지도 않은 마음에서는 유익하지도 해롭지도 않은 작용을 한다. 즉 자기 고유의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않고 상황에 따라 작용의 성질이 변한다. 이것들은 다시 어떤 마음에도 항상 작용하는 7가지와 때에 따라 작용하는 6가지로 분류된다.

명상을 하려면 이 마음 부수의 요소 전부를 잘 알아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명상에 중요한 마음 부수, 즉 다른 것들과 같아지는 것 13가지 마음 부수와 아름다운 마음 부수 몇 가지만 간략히 알아본다. 마음과 마음부수의 기능과 내용을 잘 알고 명상을 통해 행복에 필요한 기능들을 활성화시켜 활용하는 것이 차명상의 특징이다.

항상 작용하고 있는 마음 부수 7가지

마음에 항상 작용하는 공통되는 7가지 마음 부수는 ‘감각 접촉’, ‘느낌’, ‘인식’, ‘의도’, ‘집중’, ‘지속 및 생명 기능’, ‘의식의 방향 선택 기능’ 등이 있다.

①감각 접촉(파사 Phasa, contact, 觸) : 대상과 여섯 감각 기관의 만남 혹은 접촉을 의미한다. 손으로 어떤 물체를 만졌을 때 물체에 닿는 작용 그 자체를 말한다. 물체에 닿아서 딱딱하다 부드럽다 차갑다 하는 느낌은 이 다음 느낌의 요소에 해당한다. 감각 접촉은 눈에 시각적인 정보가 닿는 것, 귀에 청각적인 신호가 닿는 것 등 외부 신호와 자극이 감각 신경세포에 닿아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마음은 항상 어떠한 것을 대상으로 하든 특정 대상에 닿아 있다. 정신적 사유 작용도 의식의 대상이 되는데 이때는 기억 및 생각 등의 대상이 의식이라는 기능과 닿아 있는 것이다. 뇌의 신경 세포 속에서 기억과 생각의 작용을 하는 여러 신호와 호르몬의 작용이 활발하고 그 자체를 뇌의 또 다른 부위에서 감지하고 있는 것과 같다.

②느낌(웨다나 Vedan, feeling, 受) - 내부 감각 신호 : 신호나 자극이 감각기관에 접촉되면 내부적 신호가 발생해 우리의 뇌로 전달된다. 느낌이라고 표현했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내부적 신호다. 느낌이라고 말하면 보통 부드럽다, 차갑다, 아프다는 것을 떠올리는데 이러한 상태는 이미 내부 신호를 인식하고 난 뒤 인식이 끝난 상태다. 신호가 부드러운지 차가운지 알았기 때문에 인식의 기능이 이미 작용한 것이다. 그래서 엄밀히 말해 ‘웨다나’라는 말은 말단 신경에서 뇌로 전달되는 내부 감각 신호를 말한다.

③인식(산냐 saā, perception, 想) : 대상을 어떤 것으로 인식해 기억할 수 있는 능력, 감정 분별이 없는 단순한 기억 작용 및 기억된 내용을 말한다. 내부 신경을 통해 전달된 신호나 정보를 어떤 것이라 아는 기능이다. 빨간 사과에 대한 정보가 들어왔다고 하자. 전에 사과를 본 적이 있고 빨갛고 동그랗고 먹을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으면 사과의 신호가 들어왔을 때 사과라고 순간 알아본다.

그러나 사과를 전혀 보지 못한 아기는 사과를 봐도 색깔과 모양에 대한 인식 기능이 약해 사과라고 인식하지 못한다. 그저 보이는 어떤 것으로만 알게 된다. 요즈음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문자 인식 기능이 무척 향상됐다. 손으로 대충 어떤 문자를 쓰면 컴퓨터가 무슨 글자인지 인식하고 화면에 그 글씨를 표시해 준다. 이러한 컴퓨터의 기능과 마찬가지로 사람이 하는 인식 기능이다. 뒤의 생명 기능의 요소와 함께 기억력을 형성한다.

반도체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비메모리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이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일명 D램 반도체라고 한다. 정보의 처리 역할을 하며 전원이 꺼지면 정보가 남아 있지 않고 사라진다. 반면 메모리 반도체는 플래시 메모리라 많이 알고 있는데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식 기능 역시 다음에 나올 ⑥지속 및 생명기능 요소가 같이하지 않으면 정보의 인식과 처리에서 끝나게 되고 지속 및 생명 기능이 같이 작용하면 저장 공간에 그 정보가 저장된다. 인간이 가진 인식 기능은 메모리, 비메모리 반도체 역할을 동시에 다 한다.

④의도(쩨따나 Cetan, volition, 思, 行) : 의도, 충동, 의지, 판단을 의미한다. 외부에서 들어온 신호나 정보를 인식하면서 그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이 의도의 기능이다. 인식된 정보를 판단하고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바로 반응을 작용시키는 종합 정보처리 과정이다.
빨간 사과를 인식하면 사과를 먹을 것인지 그냥 보고 말 것인지 혹은 과거 사과에 관련된 기억을 저장 공간에서 끄집어내든지 하는 등의 과정이다. 먹고 싶다는 욕망을 만들어 내는 것도 이 기능이 주도하는 것이다. 다음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하게끔 충동하게 하는 것도 이 기능이 주도한다.

이 의도가 개입됨으로써 또 다른 조건을 발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보통 업을 발생한다고 한다. 불교의 오온에서 상카라(行)와 동의어이다. 좋은 의도를 발생하면 좋은 조건을 만들고 나쁜 의도를 일으키면 나쁜 조건과 결과를 초래한다. 의도 개입의 과정을 잘 알아서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하든가 유익한 결과를 초래하도록 하는 것이 명상의 핵심이다. 의도 개입은 자신의 과거 경험, 기억, 사유 구조에 의해 영향 받는다.

⑤집중(에까가따 Ekaggat, one-pointedness) : 지속하게 하는 힘, 한 가지에 계속해서 작용하게 하는 기능을 말한다. 우리가 삼매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바로 이 기능을 지칭한다. 일반적인 의미는 집중력을 말한다. 이 기능이 작용하면 마음이 한 대상을 향해 지속적으로 일어나도록 한다. 마음이 산란한 사람은 이 기능이 대체적으로 부족하다. 노력하면 이 기능이 계발되고 강화되는데 팔정도의 정정(正定)은 이 기능을 올바르게 계발하는 것이다.

통찰 수행을 하든지 삼매 수행을 하든지 모두 이 집중의 기능이 작용한다. 집중에는 본 집중, 순간 집중, 예비 집중 등 세 가지가 있다. 본 집중은 하나의 대상에 지속적으로 의식을 몰두하는 것이다. 순간 집중은 변하는 대상을 향해 매 순간 새로운 집중의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다. 예비 집중은 집중된 상태로 가는 과정의 마음이다.

모든 인간은 항상 이 집중의 기능이 작용한다. 그 힘에 차이만 있을 뿐이다. 비유를 들어 다시 한번 설명하자면 접착제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으킨 생각이 대상에 밀착되게 한다. 만약 공포, 분노, 욕망 따위의 해로운 마음 대상에 작용하면 오랫동안 그것들의 속박에 갇혀 있게 된다.

그러나 대상에 머무르는 시간과 힘을 자유자재로 통제할 수 있게 되면 신비한 능력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보통 인식 대상은 끊임없이 생멸을 거듭한다. 하지만 인위적으로 변하지 않는 관념적인 대상을 만들어 마음을 고정시키면 삼매가 생긴다. 이 상태를 활용해 특별한 능력을 생기게 하는 것이다.

⑥지속 및 생명 기능(지위띤드리야 Jivitindriya, psychic life) : 이 기능은 우리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작용을 한다. 어떤 생각과 기능이 일관되게 작용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구체적으로 몸에서는 세포분열이 계속되게 하고 마음으로는 생각이 이어지게 하는 작용을 한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은 육체적인 신진대사 활동이 아무 무리 없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신진대사가 계속 이어지게 작용하는 역할을 바로 이 생명 기능 요소가 담당한다. 마음과 몸은 순간순간 생겨났다 사라진다. 마음은 일어났다 사라지는 순간이 극히 짧지만 육체의 세포는 종류에 따라 오랜 시간 머물다 사라지는 것들도 있다. 세포 수준에서 봐서 그렇지 그 안에 더 들어가 원자, 중성자, 전자 수준까지 혹은 그 이전의 상태까지 접근하면 물질도 또한 빠르게 생겼다 사라지며 어떤 흐름을 만들어 간다. 이렇게 정신적, 물질적 현상들이 한순간 생겼다 다음 순간에 자리를 내주고 사라지게 될 때 다음 순간이 생기도록 조건과 힘을 발휘하는 것이 이 지속 및 생명기능이 하는 주요 역할이다.

이 기능이 없어지면 죽게 되며 부족할 경우 방금 전에 한 말을 잊어버리거나, 해야 할 일을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식사를 하다가 물을 가지러 식탁에서 일어났다고 가정해 보자. 아무 문제가 없다면 물을 가지러 간다는 생각과 의도가 지속돼 냉장고에 가서 문을 열고 물을 가지고 온다. 그러나 이 기능이 약하거나 없다면 일어났다가 본인이 왜 일어났는지 그 이유를 모르게 된다.

몇 년 전 영화 중에 ‘모멘토’라는 것이 있다. 아내의 살인사건 때문에 10분 정도밖에 기억을 못해 항상 어딘가에 메모를 하는 주인공이 살인범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영화에서 이 주인공은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지만 엄밀히 따지고 보면 이 생명 기능이 약해 기억이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경우다. 우리 주변에서도 가끔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행위 직전에 망각하거나 소지품을 잘 놓고 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 기능이 약해서 그런 것이다. ③번 인식(산냐)과 연관돼 기억 능력을 유지하며 계발하면 이 또한 기능이 향상된다.

⑦의식의 방향 선택 기능(마나시까라 Manasikra, attention) : 텔레비전의 채널을 바꾸듯 의식할 대상으로 방향을 바꾸어주는 기능이다. 길을 걸어갈 때 생각을 골똘히 하게 되면 길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간혹 생각에 빠져 걷다가 무언가에 부딪히기도 하고 흙탕물에 빠지기도 한다. 개똥을 밟기도 한다. 혹은 아는 사람이 지나가는데도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마음이 생각하는 데에 방향 설정이 돼 있고 집중이 작용하고 있는 상태다.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나 귀로 들어오는 정보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홀해지고 인식에 큰 충격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걷는 중이라도 눈에 보이는 것으로 의식을 돌려 주의를 기울이거나 귀에 들리는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면 무엇을 보고 왔는지, 어떤 소리를 들었는지 걷고 난 후 알게 된다. 이럴 때는 마음이 눈에 가 있거나 귀에 많이 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에 있을 때 이 기능이 한 곳에 작용하고 있어 생각만 하고 있다면 시끄러운 소리를 듣지 못한다.

이 기능은 빠르게 대상을 바꿀 수 있다. 눈과 귀, 생각 등의 감각기관 등으로 빠르게 전환해 동시에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한순간 반드시 하나의 대상으로만 이 기능이 작용한다. 이 기능이 현재 순간에 머물러 있지 못하고 자주 다른 곳으로 향해 작용하게 되면 주위에서 ‘사오정’ 소리를 듣게 된다.

외부에서 강한 자극과 신호가 발생하면 즉각 이 기능을 통해 마음은 그 대상을 향하게 된다. 대상으로 방향을 돌린 후 집중력의 작용으로 그곳에 머무르거나 아니면 다른 강한 자극에 의해 또다시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려 버린다. 명상을 통해 이 기능을 잘 단속해 쓸데없이 여기저기 대상에 마음이 한눈팔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실질적으로는 집중력을 키워 마음이 다른 곳으로 도망가지 않도록 붙들어 매놓는 것이다.

자료출처 : 아비담마 길라잡이 (대림, 각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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