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체(空寂體)란 비어서 적적(寂寂)한 바탕인데, 실로 우리는 공적체 중에 있으며
실로 우리는 법신 속에 있다.
내가 말을 하는 것도 성품자리인 공적체가 하는 것이고, 여러분이 귀를 통해 듣는 것도 공적체가 듣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아침저녁으로 공적체를 쓰고 있다.
술을 먹고 주정을 하는 것도 공적체가 하는 것이며, 우리가 공부를 하는 것도 공적체가 하는 것이다.
이처럼 단 1초도 여의지 않고 공적체를 쓰면서도 사량분별을 하기 때문에 공적체는 흔적도 없어지고 - 원래 공적체는 흔적이 없는 자리지만 - 사량분별의 먹구름이 끼면서 공적체를 놓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 공적체가 어디로 도망가는 것이 아니다.
마치 맑은 물에 진흙을 넣는 것과 같다.
진흙을 넣으면 맑은 물은 흐려지지만그렇다고 해서 물이 아닌 것은 아니다.
따라서 공적체가 욕망과 번뇌에 끄달려 싸움을 하더라도 싸움을 하는 놈은 공적성이다.
이처럼 일체가 공적성이지만 우리가 느낄 수 없는 것이니 그 이유는 분별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 마음씀씀이를 가져야 하는가?
우리의 분별이 전부 망상이며, 이 망상도 다 공적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망상도 공적체인 것은 물거품이 물인 것과 같다.
아무리 사려분별을 한들 공적성은 그대로이다.
분별이 망심이라해도, 이 망(妄)으로써 망(妄)을 제어할 줄 알아야 한다.
마치 독으로 독을 제어하듯이 망심으로 망심을 제어할 줄 알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망심이 없어지면서 나중에는 망심이 되돌아 진객(眞客)이 되고, 진아(眞我)가 된다.
즉 망심으로 망심을 제어하면 망심이 되돌아서 망심 자체가 공(空)이 되어 버린다.
이처럼 사량분별도 공적체의 그림자라는 것을 철저히 느끼면 되는 것이지
공적체를 따로 찾을 필요는 없다.
그만 그대로 공적체인데 도대체 왜 찾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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