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당시 칠현녀(七賢女)가 있었는데 하루는 이들이 함께 시다림(屍陀林) 공원을 지나다가 공원에서 백골이 하얀 시체(屍體) 한 구를 보고는 맏현녀가 시체를 가리키면서 말했다. "아! 저기봐 시신(屍身)은 저기에 있거니와 시신의 참 주인은 어디로 갔는고?" 하니, 현녀들이 듣고는 둘째 현녀가 말하기를 "뭐라고, 아니 그게 무슨 말이지?" 셋째 현녀가 해골을 손가락으로 톡톡치면서 "글쎄,글쎄" 이 말 끝에 칠현녀들이 각각 도(道)를 깨달았다. 이 때 하늘에 제석천왕(帝釋天王)이 천안통(天眼通)과 천이통(天耳通)으로 이를 지켜보고는 크게 감동하여 합장예배하고 이르기를, "거룩하신 현녀들이여 기특하고 기특하도다. 그대들의 소원이 무엇이요? 천상에는 사사(四事)와 칠보(七寶)가 가득하여 그대들이 원하는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일생토록 공양(供養)해 드리리다." 하니, 이에 칠현녀중 한 현녀가 말하기를, "우리에게는 모든 물건과 칠보가 다 갖추어져 있어서 다시 더 구할 것이 없아오나 다만 우리에게는 세가지 삼반물(三般物)이 없아오니 주실 수 있겠는지요?" "그 세가지 삼반물(三般物)이란 도대체 무엇입니까?" "첫째는 뿌리없는 나무 한 그루요,(無根樹子 一株), 둘째는 음지 양지가 없는 땅 한 조각이며,(無陰陽地 一片), 셋째는 소리를 질러도 메아리가 울리지 않는 한 골짜기,(叫響山谷 一所 ) 랍니다." "내가 인간의 복을 마음대로 줄 수가 있고 일체 온갖 것을 다 갖고 있지만 그 세가지 삼반물(三般物)만은 공양할 능력이 없습니다." "제석천왕이시여! 그 삼반물(三般物)도 없을진데 어찌 세상 사람들을 제도할 수가 있답니까?" "나로서는 그 삼반물의 뜻을 이해 할 수가 없으니 영산회상(靈山會上)의 부처님께 여쭈어 보고 공양드리겠아오니 같이 부처님께로 함께 가십시다." 그리하여 제석천왕과 칠현녀들은 부처님께 나아가 이 사실을 사뢰니 이에 부처님께서 다 들으시고 말씀하시기를, "제석아, 그 삼반물(三般物)에 대해서는 나의 제자 대아라한들도 그 뜻을 알지 못하고 오직 대보살이라야만 대답할 수가 있나니라." 즉, 4지보살인 아라한과를 증득한 제자도 삼반물에 대해서는 알 능력이 없으며 10지보살인 문수보살 보현보살과 같은 대보살의 정안(正眼)을 갖춘 이라야 이 삼반물에 대해서 능히 대답할 수가 있다. * * * ▣ 無根樹子 一株(무근수자 일주) 뿌리 없는 나무 한 그루. ▣ 無陰陽地 一片(무음양지 일편) 음지 양지가 없는 땅 한조각. ▣ 叫響山谷 一所(규향산곡 일소) 소리 질러도 메아리가 없는 한 산골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