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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고의 어른 1,000년 용(龍松)솔을 만나고

통융 2014. 12. 9. 16:50

 

 

 

2,우리나라 최고의 어른 1,000년 용(龍松)솔을 만나고

 

 


저 나무는 세월이 구부정하네.
                                 -세월-



두려워 할 것 없단다.
벼랑 우에 솔 나무여!
폭풍이 아무리 거세도
그대 뿌리인 지구를 날려 버릴 수 없을 테니.
                 -벼랑우에 솔나무여/주변인과시03 가을-



솔가지 바람에 기대어 말을 한다.
내가 들을 수 없는 만큼 가만히.
                         - 自性見 (자성견)-

 

 

 

 

 

 

 

 

 

 

 

 

  <울산 방어진의 1000년 용솔 지방보호수>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 중에 가장 오래된 나무는 울릉도에 있는 향나무로 2,000살이며 솔나무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1,000살로 울산광역시 동구 방어진에 있는 곰솔로 알려져 있다.
작년 10월1일 부터 일년을 계획하고 시작한 '솔거가 그린 솔을 찾아 떠나는 길'을 이번에는 울산 방어진으로 길을 잡고 천

 년 솔을 만나보기로 했다.
천년 동안 한자리에 버티고 서서 온갖 풍상을 겪어온 존재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우리 인간들의 삶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세월을 한 그루의 솔나무가 우리 민족의 천년 역사를 당당히 지켜보며

푸르게 버티고 서서 살아오고 있다니.

전국에 솔나무를 찾아다니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새로운 만남의 솔나무를 찾아간다는 것은 늘 마음 설레면서 기대와

긴장을 하게 만든다.
울산 방어진, 조선정조 18c부터 방어진 지명의 기록이 있는 곳이며 일제 시대에는 어업전진기지로 사용되면서 청어,

정어리, 고래 등의 수산자원을 바탕으로 크게 번성하였던 포구로 알려진 곳이다. 지금은 우리나라 자동차산업과

조선산업의 모태인 현대자동차와 대우조선소를 인근에 둔 산업 항구이면서 동해의 중요 수산어항으로 인구 약

3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바닷가의 큰 마을이기도 하다.

천년 솔을 찾아가는 길은 존재의 세월만큼이나 길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오래된 나무라면 지역 사람이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여느 곳과는 달리 주소 하나만 들고 찾아 나섰던 것이 실수였다. 몇 번을 묻고 복잡한

길을 몇 바퀴 돌아서야 겨우 마을 한 귀퉁이에서 봄볕에 묻어나 천년의 숨소리를 만날 수 있었다.
나지막한 언덕 위 예전에는 바닷가였을 것 같은 곳에 뿌리를 내리고 이었지만, 지금은 바다 앞을 막고 있는 공장과

주위에 집들이 솔나무를 에워싸고 있었고, 특히 솔나무를 지붕 할 만큼 가까이에 횟집들이 늘어서 있었어 늙은 노옹의

심기가 무척 불편해 보였다. 천년세월! 그렇게 상상하던 만큼 크기나 위용이 웅장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자그마한 체구에

세월의 연륜만큼 옹골찬 거북 등 같은 껍질이나, 또아리를 틀며 비상하는 용의 모습을 연상하는 가지들, 그 변화무쌍함

속에 노옹의 기운은 신령스럽고 날카로워 보였다.

              <100년솔 연필 스켓치30*50>


봄을 천 번이나 맞는 저 솔나무도
봄바람에 가슴이 설레나 보다.
                              -마음-

마음은 솔이 되었는데
몸에는 송진 내음이 나지 않을까, 왜
            一體惟心造(일체유심조)-

그래도 노옹은 봄을 천 번이나 맞으면서도 봄바람에 가슴 설레는지 푸른 동해바다를 수줍은 듯 멀리 굽어보고

 섰다가 찾아온 길손을 맞아 손을 흔들며 반겨 주었다.
이런 성스러운 님들을 만날 때는 늘 가만히 다가가 가슴으로 한 몸이 되어 인사를 나눈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나에게 본래의 성품을 찾아 삶의 진리를 일깨워주는 고귀한 스승이 되어준다. 인간들이

부족한 식견(識見)으로 자연을 파괴하고 굴복시키려는 어리석음은 결국 자연에게서 굴복 당하고 파괴된다는

것을, 현상에 존재하는 뭇 모든 것들은 나와

인연된 또 다른 나임을 알고 분별과 복종이 아니라 조화와 어우름으로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고 나눔의

자비로 본래의 성품을 바라보라며 충고를 해준다

노옹은 주로 해안 가에 많이 자라고 있는 해송(黑松,곰솔)으로 키는7m에 가슴둘레는4m 수관 폭은 13m로 기록되어 있었다. 용이 하늘을 비천하며 날아오르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해서 용(龍)나무라고 도 한다. 94년에 지방 보호수인 당산목( 堂山木)으로 지정되어 있다.
나무의 전설은 일 천년 전에 어린 솔나무가 하늘에서 떨어져 자랐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1000년솔 주위의 전경과 모습>


방어동 사람들 대부분 동해 바다에서 고기를 잡으며 살아가고 있는 어촌인 만큼 솔잎이 푸르고 생기가 있으면

풍어가 들고 마을에 질병이 없으며 나라가 평안하다고 여기고, 잎이 마르면 흉어가 되고 나라가 어지럽다고

전해 오기도 한다. 그런 신령스런 솔나무 앞에는 용왕각(龍王閣)이라는 조그마한 누각이 있고 그 오른 편에는

토신(土神)이라는 비석이 세워져 있었다. 왼편 위쪽으로는 솔나무를 내려다보며 솔나무를 지키고 있는 용왕사

(龍王寺)사라는 암자가 있었다. 이 절은 일제시대에는 신사가 있던 자리로 징용을 끌려가는 사람들이 신사참배를

하던 곳이었으며 해방과 함께 신사를 허물고 지금의 절을 세웠다고 한다. 다행히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솔나무가

보존 관리될 수 있었던 것은 암자가 가까이에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해마다 마을사람들과 절에서 풍어제와

용왕제를 지내고 있다.
비릿한 포구에서 불어주는 바다 바람과 가까운 어판장의 소음들에 실려 간간이 들려오는 뱃소리와 파도소리를

 애써 들으면서 묵언(默言)하는 노옹의 눈빛들을 커메라와 스켓치북에 담고 옆에 세워져 있는 토신(土神)에게

노옹이 오래 오래 건재하게 지켜주길 빌었다.
아쉬웠지만 노옹의 눈빛을 뒤로한 채 또 다른 행선지를 향해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