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건강법 - 맑고 깨끗하게 디톡스로 살기
2004/08/19 오후 7:46 | 환경과 건강정보
디톡스(Detox)란 해독(解毒)을 의미하는 영어 ‘Detoxification’에서 유래한 말이다. 최근 서구 자연의학자들은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가장 치명적인 요소로 현대문명이 배출하는 오염물질을 지적, 디톡스 건강법을 주창하게 되었다. 인체 면역계의 정화력을 넘어선 각종 중금속, 미세먼지, 약품, 식품 첨가물 등을 차단하자는 디톡스 건강법은 이제 그 의미를 더해 현대문명에서 멀어져 자연주의적인 생활로 돌아가자는 생활주의법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실 이런 디톡스 생활법은 서양보다는 동양에서 그 원류를 찾아볼 수 있다. 고대 중국의 고승들은 인체를 자극하는 음식과 환경에서 벗어나 자연의 품에 묻혀 스스로를 깨끗하게 정화시키는 수행을 해왔으며, 동양철학의 공통적인 화두 중 수신(修身)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천연의 모습으로 깨끗이 돌본다는 의미에서 현대의 디톡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시 말해, 디톡스 생활주의는 현대에 불쑥 생겨난 개념이 아닌,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에게 이어져내려온 전통적인 개념이기도 하다.
런닝머신에 올라 땀을 흘리며 몇 km의 속력으로 몇 분을 뛰어야 목표 칼로리를 소모할 수 있는지 계산을 한다. 신체의 증상을 자가진단해서 그에 맞는 식이요법을 활용한다. 신문에 난 여행지를 찾아 떠나고, 맛집으로 유명한 집을 들른다. 독한 소주 대신 와인과 치즈로 부담 없는 저녁 시간을 갖는다. 이와 같이 생활하는 당신은 분명 웰빙족이다. 그 러나 좋은 헬스클럽에 다니면서도 회사나 아파트에 올라갈 때 엘리베이터를 이용한다거나, 좋은 음식을 먹으면서도 식후 흡연을 한다거나, 한적한 여행지를 찾아 떠나면서 그곳에서 심신의 평화를 누리지 못한다면 당신은 뭔가 결여된, 일종의 왜곡된 웰빙족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당신에겐 디톡스가 필요하다.
디톡스 생활법은 정신적 육체적 근본을 다지는 생활법이다. 그것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이들만의 전유물도 아니며, 절차가 복잡해 행동하기 까다로운 생활법도 아니다. 그것은 스스로를 지탱해주는 하나의 가치관이며, 행동원칙이기도 하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그 순백의 정신을 따라 사는 삶인 것이다.
의도적으로 디톡스의 종류를 나누자면 정신과 육체로 구분해도 무방할 것 같다. 우선 정신적으로 디톡스란 우리의 마음에 유해한 여러 생각, 스트레스, 감정 등을 없애는 것을 말한다. 요가나 명상, 다도 등도 디톡스 생활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정확히 말해 올바른 디톡스란 외적인, 형식적인 수행법이 아니라 그 근본되는 마음가짐이다. 평화로운 삶, 안정된 삶을 추구하려는 스스로에 대한 각오와 노력, 그것이 바로 디톡스 생활법인 것이다.
육체적으로 디톡스란 현대문명의 오염물질에 노출된 우리의 신체를 다스리는 생활법이다. 기름진 패스트푸드, 화학물질이 가득한 집, 유해한 색소와 화학물질도 만들어진 의류 등 현대문명이 배출한 이런 유해 성분들을 피해 자유로워지자는 것이 디톡스이다. 이런 디톡스 생활가이드는 어쩌면 정말 간단할 수도 있다. 우선은 욕심을 줄이고, 내게 꼭 필요한, 그것도 자연의 모습을 간직한 것들을 추구하면 된다. 그런 각오가 곧 당신의 육체를 순백의 상태로 만들어줄 것이다.
실상 현재 우리의 삶을 가장 위협하는 것들은 모두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낸 것이다. 문명 발전의 이유로 무차별하게 배출해낸 각종 오염물질과 고도 산업사회가 만들어낸 정신적 스트레스. 조금 과장해 우리는 우리에게만 이로운 것들을 만들려고 한 나머지 우리에게 해로운 독을 같이 만들어내고 말았다. 우리의 이기적인 욕심이 만들어낸 독소들. 그리고 그 독소들이 지금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자연의 섭리를 무시한 인간이 자연에게 받는 경고와도 같다.
디톡스는 반성의 의미를 내재한다. 스스로의 욕심에 대한 반성이 근본이 된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천천히 돌아보며, 그리고 그런 자신 속에 쌓여 있는 나쁜 성질의 것들을 깨끗이 정리하는 생활법. 그렇게 스스로를 다스리고 나서야 비로소 스스로에게 유익한 것들을 쌓을 수 있다. 디톡스를 유해한 환경을 피해 살아가는 생활방식으로 쉽게 여길 수도 있지만, 실상 그 생활법에는 이렇듯 우리를 되돌아볼 수 있는 교훈이 숨어 있기도 하다.
몸과 마음을 자극하는, 일회성 쾌락의 모든 것에서 벗어나라. 우리가 너무도 쉽게 행하는 충동구매, 꼭 필요한 것이 아닌 모든 것은 기실 쓰레기와 마찬가지이고 그것들은 결국 우리에게 해가 되는 요소들을 뿜어낸다. 잘못된, 이기적인 소유욕에서 벗어나 순하게 사는 것이 스스로에게 더욱 유익한 삶이다.
바삐 돌아가는 세상에서 조금 떨어져 호흡을 고르는 생활. 그런 느림의 철학이 디톡스 생활법을 가능케 하는 요소가 된다. 조금만 천천히, 이 간단한 생활법이 스피디한 고도 산업사회가 내뿜는 각종 육체적, 정신적 유해물질에서 당신을 온전케 한다. 먼저 당신의 몸과 마음에 쌓인 독소들을 해독하는 일, 그렇게 스스로를 반성하며 극기하는 일, 그런 디톡스족인 당신은 또 다른 순백의 세상과 만나게 될 것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K씨는 직장 주변에 새로 지은 원룸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 후 K는 평소 감기 한 번 걸리지 않는 건강한 체질이었음에도 미열과 몸살에 시달렸다. 그러더니 곧 팔다리에 두드러기가 돋기까지 했다. 알레르기성 피부염이라는 진단을 받은 K씨는 그제야 그것이 ‘새 집 증후군’이라는 것을 알았다. 새로 지은 집에서 뿜어지는 독소가 그의 건강을 망가뜨린 것이다. 미세먼지, 중금속, 화학물질 등으로 가득 찬 우리의 집. 그렇다면 우린 이런 집에서 어떻게 건강을 찾을 수 있을까.
‘Sick House Syndrome’. 미국과 유럽에선 이미 일반화된 단어이다. 많은 환경학자와 환경운동가들이 현대 주거환경의 위험성을 지적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집이란 그저 평안하고 안락한 곳으로만 생각하고 있지는 않나. 진정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우선 집에 대한 시선을 바꿔야 할 때다. 알 수 없는 두통, 알러지, 무기력증 등. 어떻게 보면 집이란 우리에게 유해한 물질들도 가득 찬 공간일 수도 있다. 아파하는 집, 집에 대한 시선의 전환이 필요하다.
시멘트, 페인트, 벽지, 본드, 가구 마감재 등. 새 집일 수록 유해성분이 더욱 많이 배출된다고 한다. 특히 채 마르지 않은 시멘트와 페인트가 뿜어내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는 더욱 치명적이다. 이는 건물을 지은 후 6개월까지가 가장 많이 배출된다고 한다. 이럴 때에는 ‘베이크아웃’용법이 효과적이다. 유해물질을 데워서 없애는 것이다. 입주 전 5일동안 난방을 40℃정도로 올려놓으면 채 빠져 나가지 못한 유해가스가 함께 날아간다. 이 때에는 창문을 틈틈이 열어 환기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이 섭취하는 물질 중 음식과 음료는 전체 17%를 차지한다. 공기가 83%를 차지하며 그중 실내공기가 57%를 차지한다. 이만큼 실내공기의 청정성은 대단히 중요하다. 깨끗한 실내공기를 위해서는 관엽식물을 키우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새 집에서 나오는 가스를 없애주는 아레카야자, 악취를 줄여주는 네프로레피스, 조리할 때 나오는 가스를 없애주는 벤자민고무나무, 음이온을 뿜어 전자파를 막아주는 산세베리아 등의 관엽식물 등이 좋다.
1년 이상 신지 않은 구두, 5년 이상 처박아둔 대학시절 교재, 1년에 한 번 쓸까말까 한 화장품…. 사용하지 않고 그저 쌓아만 두는 물건들은 먼지와 유해가스를 가득 품고 있는 창고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햇빛 좋은 날 큰 맘 먹고 이런 물건들을 정리하라. 안 입는 옷은 재활용센터에 넘기고, 읽지 않은 책은 헌책방이나 도서관에 기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물건들은 정리한 당신은 생각보다 청정한 공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실내 환기를 습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취사 연료가 탈 때 배출되는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등은 자동차 배기가스와 별반 다르지 않다. 건강을 위한다면 음식 연기가 나지 않을 때도 레인지 후드를 열어놓아라. 또 방에 욕실이 딸려 있다면 샤워 후 수돗물에 섞인 살균 소독제가 방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도록 욕실 문을 닫고 환기팬을 틀어라. 소독제의 영향력은 뜨거운 물에서 높아지므로 가급적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무엇이든 새로운 것은 오래된 것의 수십 배에 달하는 독소를 뿜어내기 마련이다. 때문에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새로운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 좋다. 한 번 읽을 책이라면 구입하지 말고 도서관에서 대여하는 것이 현명하다. 특히 총천연색의 화보집이나 잡지 등을 사서 바로 읽은 휘발성유기화합물의 공격에 노출된다. 새 책을 구입한 경우 바람이 잘 통하는 베란다에 며칠 펼쳐두었다가 읽는 것이 좋다. 이 외의 새로운 것들 또한 마찬가지다. 바람 잘 통하는 곳에 며칠 놓아두었다가 사용하는 것이 대체적으로 좋다.
자연을 닮은 것일수록 인간에게 이롭다. 만약 당신이 새 집이나 사무실을 구상 중이라면 천연 소재로 지어진 공간을 구상하라. 화학물질로 범벅된 인테리어 소품 보다는 좀 투박하지만 자연의 색과 향과 느낌이 어우러진 자연 그대로의 소품이 더욱 몸과 마음에 이로운 것이다. 잘 말려진 목재 가구와 황토로 지어진 벽, 자연을 닮은 공간으로의 전이 그것이 바로 디톡스이다.
밥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렇듯 예전엔 잘 먹는 것이 최고의 건강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불행히도 지금은 잘 먹어서 생기는 병이 많아졌다. 비만과 당뇨, 고혈압 등 현대인의 주요 사망원인은 음식과 관계가 깊다. 요즘 급증하고 있는 아토피 피부염, 천식, 알레르기 등의 질병 또한 알고 보면 우리의 식생활과 관계가 깊다. 다시 말해, 이제 우리가 먹는 음식에도 디톡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린 어떤 식생활법을 가져야 하는가.
음식 디톡스를 희망하는 당신, 기름과 각종 화학 조미료가 범벅된 음식을 한 번에 해독시켜주는 음식은 없을까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힘주어 말해 그것은 커다란 착각이다. 진정 건강을 생각한다면 몸에 좋은 것을 찾아서 먹는 플러스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몸에 해가 되는 음식을 피하는 마이너스적인 사고를 가져야 한다. 매일 상한 음식을 먹으며 좋은 보양식을 섭취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대장암, 변비, 각종 피부염의 원인 중 하나는 육류 중심의 식단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채식이 인간의 신체엔 더욱 적합한 식생활이라고 한다. 그것도 농약이나 공해에 찌들지 않은 국산 유기농 야채와 곡식이 우리의 몸엔 가장 적합한 음식이다. 깨끗한 채소의 섬유질이 당신의 장에 쌓여 있던 노폐물들을 말끔히 청소해 줄 것이다.
알려진 대로 소금과 설탕은 성인병의 원인이다.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주범이며 비만의 원인이기도 하다. 밀가루 또한 우리에겐 그리 좋지 못한 음식이다. 특히 방부제가 섞인 수입 밀가루의 경우에는 더욱 치명적이다. 소금, 설탕, 밀가루. 이 세 가지 음식물은 인간의 신체에 나쁜 요소들을 쌓아놓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너무 짠 음식, 초콜릿, 콜라와 같은 단 음식, 밀가루로 만든 빵 등은 한순간 당신에게 일회성 충족감을 줄 순 있으나 그만큼의 독소로 작용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거의 모든 패스트 푸드에는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화학 조미료와 방부제, 식품 첨가물 등은 아무리 미세한 양이라고 해도 신체를 자극하며 그릇된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초고속 산업사회에 길들여진 현대인이 만들어낸 패스트 푸드 문화. 디톡스적 관점에서 볼 때, 바쁜 아침 간편한 패스트 푸드를 섭취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한끼 거르는 것이 더욱 건강에 좋다.
한의학에서 볼 때 해독, 그러니까 음식 디톡스을 관장하는 신체기관은 소장이다. 즉 소장의 기능을 활성화 시키는 음식이 디톡스에 적합한 음식인 것이다. 소장에 좋은 음식으로는 된장, 청국장, 김치 등의 발효식품과, 콩, 마늘, 연근, 양파 등의 음식들이다. 이 음식들은 신체의 쌓여 있는 유해물질을 중성화시키는 효능을 지니고 있으며, 또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들이다. 몸에 좋은 비타민 알약보다 저녁상에 오른 구수한 된장찌개가 당신을 더욱 청정한 상태로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서구에서는 레몬 등을 이용한 주스로 유해한 성분을 빼는 디톡스 요법이 널리 알려져 있다. 국내에 태극요법으로 알려진 폴라리티 치료법에 따르면, 올리브유 3큰술, 레몬즙 7큰술, 마늘 4쪽을 넣고 갈아 마시면 청정 효과가 있다고 한다. 특히 간, 쓸개, 콩팥, 장을 깨끗이 정화하는 효과가 크다. 이런 주스가 아니라도 제철 과일과 야채를 갈아 마시면 배설을 돕고 항산화작용을 하는 등 몸의 치유력을 높이는데 효과가 좋다.
국내에서의 대표적 디톡스 건강법 중엔 관장과 단식이 있다. 우선 관장은 장운동이 활발하지 못해 대변이 체내 독소로 작용할 때에 대장을 씻어주면 만성 변비, 여드름, 복부 비만 등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세척을 자주 할 경우에는 인체의 자연스런 배출반사 기능이 저하되며, 대장내 정상적인 세균의 균형이 깨지는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단식은 가장 경제적인 해독요법이다. 하루동안 금식을 하며 2~4ℓ정도의 물을 섭취하거나, 3일간 유기농 과일과 채소주스를 충분히 섭취하며 금식하는 방법 등이 있다. 그러나 당뇨병, 섭식장애, 체중 미달의 사람은 유의해야 한다.
디톡스 실행 첫 날, K씨는 아침 일찍 일어나 모닝커피 대신 생수 한 잔을 마신다. 공복을 시원하게 훑어주는 물 한잔에 잠이 확 달아난다. 상쾌한 월요일 아침, 디톡스를 방해할 수많은 유혹을 물리칠 용기가 솟는다.
오늘 달성할 목표는 탄산음료나 커피는 입에 대지 않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다. K씨는 집을 나서기 전 물병 하나를 가방에 챙긴다. 식사 후 동료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자리에서 물병은 자신의 결심을 상기시킬 것이다. 물을 하루 2ℓ 정도 마시면 피부와 콩팥의 노폐물 배출을 도울 뿐만 아니라 대변을 보는 데에도 좋다고 한다. 신진대사의 결과물인 노폐물이 적절하게 배출되어야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물은 일주일 동안 지속적으로 많이 마실 계획이다.
점심과 저녁메뉴는 되도록 육류와 밀가루 음식, 인스턴트식품을 피한다. 절식과 생식이 도움이 되겠지만 일단 해가 되는 음식을 피하는 식습관이 우선이다. K씨는 독소 음식을 피하는 것이 의외로 힘들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동안 잘못된 식생활로 괴로웠을 자신의 몸에게 미안한 생각까지 들 정도다.
저녁에는 소금을 푼 목욕물에 반신욕을 한다. 땀과 함께 노폐물이 빠져나가 한결 몸이 가벼워지고 피로가 회복되는 느낌이다.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며 K씨는 내일의 목표를 점검한다.
둘째 날, K씨는 일어나자마자 전날 준비한 과일과 레몬을 꺼낸다. 뜨거운 물에 레몬즙을 짜 넣은 레몬수를 마시고 신선한 과일을 먹는다. 새콤한 레몬 맛에 아침마저 상큼해진다. 전날 독소음식을 피했다면, 오늘은 건강식을 먹는 것. 점심과 저녁을 해독음식과 생식 위주로 먹을 결심은 했지만 실행의 어려움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해독 음식은 독성 물질을 몰아내는 음식으로서, 이러한 해독 능력이 뛰어난 먹거리는 공통적으로 섬유질이 풍부하다고 한다. 현미밥이나 된장, 청국장 등의 발효음식, 마늘, 연근 등의 먹거리가 대표적인 해독음식이다. K씨는 점심메뉴로 된장찌개를 선택했다.
디톡스 실행 첫 번째 위기가 닥쳐왔다. 저녁에 술 약속이 잡힌 것이다. K씨는 일단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친구들은 믿지 않는 투로 자꾸 술을 권했지만 K씨는 극구 사양한다. K씨는 안주로 시킨 과일과 드레싱을 따로 요구한 샐러드를 드레싱 없이 먹는다. 처음에는 신기한 듯 K씨를 바라보던 친구들이 나중에는 분위기 망치냐고 비난을 퍼붓는다. 하지만 디톡스 실행 둘째 날에 무너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모든 유혹과 비난을 꾹 참고 견딘 K씨. 귀가 길, K씨는 오랜만에 활력은 얻은 듯 의례 늦으면 타는 택시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해 집으로 돌아간다.
K씨는 출근하자마자 자신의 책상을 둘러본다. 책꽂이에는 정리되지 않은 서류들과 누구에게 빌렸는지조차 잊어버린 책들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메모판에 붙여놓은 메모 중에는 두 달 전 것도 있다. 서랍을 열어본다. 꽉 찬 물건 때문에 서랍이 잘 열리지도 않는다. 오래 전 명함들이 수북이 쌓여있고, 사무용품이 쓸데없이 가득가득하다. 왜 이런 잡동사니와 더불어 살아왔을까? K씨는 자기가 늘 써온 공간이 이 정도로 지저분하고 쓸모 없는 물건들로 가득한 줄 미처 몰랐다. 직접 도시락을 싸온 샐러드로 점심을 해결하고, 남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본격적인 책상 정리에 들어간다. 입사하고 처음 하는 책상 정리였다. 와이셔츠를 걷어붙이고 목장갑을 낀 K씨는 휘파람까지 불며 즐겁게 작업을 한다.
꼭 필요하지 않은 서류뭉치와 책과 물건을 추려내니 한 짐이다. 욕심나 사놓고 들춰보지도 않은 책들은 후배들 책상에 올려놓고, 사무용품들은 모여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동료들에게 나눠준다.
서류들은 분류하여 정리하고, 되도록 책상 위에는 아무 것도 올려놓지 않는다. K씨는 깨끗하고 넓어진 책상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듯 후련하다. 처음에는 책상 정리가 무슨 디톡스일까 의아해했는데, K씨는 수긍이 간다.
확실히 업무 효율이 높아진다. K씨는 생활의 노폐물이라고 할 수 있는 불필요한 물건들은 나오는 즉시즉시 처리하는 습관을 가질 것을 자신과 약속한다.
저녁은 친구와 함께 베지테리언 뷔페를 찾는다. 예전에는 채식주의자들을 좀 유난스런 사람들이라고 핀잔하기도 했는데, 며칠 채식을 하는 동안 산뜻한 몸의 변화를 경험한다. 베지테리언이라고 풀만 먹는 건 아니다. 콩이나 두부, 버섯 등으로 만든 맛있는 난자완스, 햄버거도 맛볼 수 있다.
서둘러 퇴근을 한 K씨는 모든 창문을 활짝 연다. 목요일은 집안 대청소로 계획한 날이다. 베란다에 먼지를 뒤집어쓴 잡동사니를 분리수거하고, 옷장 속에 입지 않은 옷들은 한 데 묶어 헌옷수거함에 넣는다. 책장에서 보지 않을 책들은 가까운 헌책방에 보내고, 화장실과 거실 수납장에 한 번 이상 쓰지 않은 물건들은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박스에 따로 담는다. 소파와 침실의 먼지는 진공청소기로 꼼꼼하게 빨아들이고, 커버와 커튼을 걷어 세탁기에 돌린다.
전날 책상을 정리할 때랑은 또 다른 기분이다. 몸과 마음이 한층 가벼워진 느낌. K씨는 자신의 삶이 예전보다 간결해지고 명확해진 것만 같아 뿌듯하다. 디톡스를 결심하지 않았다면 집안 정리는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몸에 붙은 군더더기 지방질이 쏙 빠진 것처럼 집은 몰라보게 산뜻해졌다.
K씨는 자기 전에 반신욕을 한다. 마음을 고요히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라벤더 오일을 3~4방울 물에 떨어뜨리니 많이 움직여 지친 근육들이 이완되며 천천히 피로가 회복된다. 아로마 가운데 로즈마리는 간의 기능을 활성화하고, 페퍼민트는 소화에 좋다고 한다.
이제 어느 정도 디톡스가 몸에 밴 듯 하다. 커피 대신 생수를 마시고, 인스턴트 음식은 입에도 안 대며, 쓸모가 없어진 물건이 나오면 바로 바로 처리한다. 금요일, 느긋한 마음으로 퇴근을 하고, 인터넷으로 알아본 가까운 명상원을 찾는다. 최근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팃낙한의 명상 관련 서적을 구입한 적은 있지만 명상은 아무래도 어색해 선뜻 나서지지 않던 일이었다.
탁기(濁氣)를 빼는 동맥명상법, 마음을 여는 건곤일척 수련법, 틱낫한 스님이 한다는 걷기 명상 등. 두 발을 굳건히 땅에 붙이고 몸을 앞으로 기울이는 동맥명상만으로도 모든 나쁜 기운을 뺄 수 있다니 K씨는 놀랍기만 하다. 명상가의 지도에 따라 호흡에 집중해본다. 마음이 절로 차분해진다. 오랜만에 K씨는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한다.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자신의 몸의 시작과 끝을 감지하면서 몰입한다.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이것인가? 나의 욕심에 지나지 않은 건 아닐까?
그 동안 자신감을 잃고 매사에 의욕이 없던 K씨가 짧은 명상 속에서 자신에 대한 신뢰를 조금씩 되찾는다. 지나친 욕심과 자만이 오히려 자신을 그르쳤던 이유임을 깨닫는다. 하루 5~10분으로 자신의 삶을 투명하게 바라볼 수 있다면 이만한 투자가 어디 있겠는가?
주말이다. K씨는 주말 약속을 모두 취소했다. 대신 가장 가까운 친구와 함께 예전부터 가고 싶어했던 근교 한적한 곳으로 일박여행을 떠난다. 준비물은 거의 없다.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면 습관처럼
한 박스씩 사던 술이나 화투는 당연히 준비 목록에서 뺀다. 책 한권, 세면도구, 갈아입을 옷 정도면 충분하다.
도시와 철저히 격리된 자연일수록 좋다. 현대 문명이 뿜어내는 독소에서 벗어나 자연 속을 평온한 마음으로 산책한다. 친구와 오붓한 대화, 맛깔스런 지방 고유의 자연식, 상쾌한 공기 등등. 그리고 일주일간 자신의 디톡스 체험이 어떠했는가를 점검한다. K씨는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심신의 상쾌함을 만끽해본다.
최근 ‘먹지마 건강법’을 표방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별난 한의사 손영기 씨는 가장 멀리 할 음식으로 육류, 밀가루, 인스턴트를 뽑는다. 육류 속의 항생제와 성장촉진 호르몬, 밀가루의 방부제, 인스턴트의 인공첨가물이 인체에 해롭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 몸에 유해한 음식물을 기피함으로써 건강을 유지하는 ‘먹지마 건강법’은 디톡스 요법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디톡스 식습관이 중요하게 대두되는 것은 현대인들이 즐겨 섭취하고 있는 음식물 대부분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당신의 식단을 적어보라. 어떤가? 당신이 섭취한 음식은 곧바로 당신의 몸을 나타내기도 한다. 혹시, 당신의 몸이 지나친 카페인과 방부제, 불필요한 지방 등으로 구성되어있는 것은 아닌가?
식생활 개선이야말로 디톡스의 핵심이며, 고가의 건강식을 먹는 것보다 독소 음식을 끊는 것이 더 큰 효과를 낳는다. 설탕, 소금, 밀가루, 우유, 백미 등 소위 오백(五白)식품을 피한다. 카페인, 술, 인스턴트 음식을 당장 끊고, 튀기거나 기름진 음식을 가급적 피하라.
자연식은 양질의 식품을 정제 가공하지 않고, 가능하면 조리하지 않은 채,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섭취하는 식이요법을 말한다. 기업화되고 있는 현대의 농수축산업과 가공식품산업은 인체에 해로운 각종 화학물질과 항생제를 첨가하기 때문에 자연식은 현대인의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식생활이 되고 있다.
먼저 현미와 서너 가지의 잡곡을 섞은 밥을 주식으로 해야 한다. 현미에는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은 물론 장을 청소해주는 섬유질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둘째, 제철에 나는 과일과 야채를 골라 가능하면 날것으로 섭취하여야 한다. 열을 가하면 효소는 모조리 죽고 비타민의 대부분이 파괴되며 단백질은 변성이 된다. 다채로운 색깔의 야채와 과일을 고루 섭취하되 날로 먹는 음식이 총 식사량의 80% 이상이 되어야함을 명심하라.
요즘 반신욕이 뜨고 있다. 만병의 원인인 ‘냉’을 제거하는 데 사우나나 전신욕보다 효과적인 입욕방법이기 때문이다. 체온보다 약간 높은 정도의 미지근한 물에 가슴 아래까지만 20∼30분간 담그면 몸의 중심에서부터 점점 더워져 욕조에서 나온 후에도 한기를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목욕물에 해독작용을 돕는 소금, 식초 등을 넣는다면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다.
우선 입욕 전에 차가운 물이나 아이스 그린티, 허브티 등을 마시면 땀과 노폐물이 잘 배출되도록 도와준다. 입욕물에 미네랄 소금을 넣으면 삼투압 작용을 통해 묵을 각질과 노폐물을 제거하고, 감초를 넣으면 해독작용은 물론 세포재생에도 좋다. 청주목욕은 몸의 노폐물을 빼주어 피부를 맑고 아름답게 해준다.
자신을 둘러싼 공간을 한번 둘러보라. 책상, 옷장, 서랍장에 쓰지 않고 먼지만 내는 물건들이 가득하다. 이 또한 주거환경의 노폐물과 다름없다. 왜 불필요한 물건들을 버리거나 나누지 않고 쌓아놓는가. 지금 당장 집안 정리를 하라. 디톡스는 몸과 마음의 독을 제거하여 가벼워지는 것이며, 우리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거환경을 가볍게 해주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최근 새집증후군이 큰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시멘트는 물론 벽지, 바닥재로 쓰이는 실내마감재에 쓰이는 유해화학물질로 인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집에서 키우는 보이지 않는 주거환경의 적들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잦은 환기와 청결한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추운 겨울에도 하루 최소 30분은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라. 꽉 막힌 실내 공기는 외부 공기보다 더 오염이 심하다. 될 수 있으면 환기를 자주 시켜주는 것이 최고의 공기 정화법이다. 자주 환기를 시켜주기 곤란하거나 먼지에 민감하다면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습기가 많고 따뜻한 곳에서 크게 번식하는 진드기를 줄이기 위해서 실내온도는 23도 이로, 습도는 50%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침구 커버는 2주일에 한번씩 세탁하라. 50도 이상의 뜨거운 물로 세탁하거나 삶아서 깨끗하게 말려야 진드기를 제거할 수 있다.
먼지가 많은 드라이플라워, 인형 등 실내 장식품을 치우면 실내 공기 개선에 도움이 된다. 물걸레질을 자주 해야 하는데, 뜨거운 김이 나오는 스팀청소기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좀 더 넓고 깨끗한 공간을 유지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사는 집이 바로 당신을 해치는 환경의 독이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현대는 정보사회다. 매일매일 엄청난 양의 정보가 수많은 매체를 통해 쏟아진다. 하루를 되돌아보면 쓸데없는 정보를 확인하는데 소모하는 시간이 적지 않음을 발견한다. 텔레비전 시청, 인터넷 서핑, 잡지 구독 등 스팸메일을 확인하듯 자신에게 불필요한 정보에 현혹되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이 또한 우리 마음에 독을 기르는 경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필요 없는 정보는 디톡스로 제거해야할 문명의 독 중에 하나다. 자신에게 필요한 텔레비전 프로그램만을 시청하도록 노력하라. 인터넷 서핑도 시간을 제한하고, 스팸메일은 그때그때 삭제하여야 한다. 정보의 독은 의외로 치명적일 수가 있다. 현대를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정보에 대한 자신 나름의 혜안을 터득해야 한다.
화, 분노, 스트레스, 짜증. 이것은 우리의 일상적인 감정상태다. 괴로운 감정이나 생각들이 식품의 유해한 성분이나 공해만큼 우리 심신에 해롭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 불기 시작한 ‘명상’ 바람은 이 같은 마음속 ‘탁기’를 씻어내는 디톡스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
명상 수련법은 수십가지이지만 대체로 호흡을 깊고 천천히 하면서 근육을 풀어헤친 뒤 마음을 가라앉히는 식이다. 몸과 마음의 고요 속에서 호흡에 집중하며 자기 자신에게 몰입하는 것. 명상은 이렇듯 평화로운 기운을 온 몸에 퍼뜨려 자기 자신을 진실하게 살피는 중요한 행위인 것이다. 이런 집중 속에서 자신을 괴롭혔던 온갖 마음의 병이 조금씩 치유된다. 하루에 몇 분이라도 명상에 투자하라.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고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내가 진정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지며 묵상에 빠져보라. 디톡스의 가장 큰 혜택은 명상을 통해 서서히 자신의 몸과 마음이 깨끗해지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다.
도시는 무수한 요인으로 오염되어 있다. 현재 정부는 다각도로 도시의 친환경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도시환경은 지금 치명적인 수준에 다다르고 있다. 우리 몸과 마음에 진정한 휴식을 주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도시를 떠나 자연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디톡스는 문명의 이기로 인해 황폐해진 몸과 마음을 해독하는 것. 매일 한 시간 정도, 일주일에 하루 정도, 아니 적어도 한 달에 하루 정도는 도심 속 자연을 찾거나,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돌아가라.
자연을 찾았다면 휴대폰의 전원을 끄고, 업무의 스트레스를 잊어라. 자연 속에서 오직 자연만을 즐겨라. 좋은 벗과 산책을 하고 오랫동안 잡아보지 못했던 양서를 읽고, 해가 지면 일찍 잠자리에 들어보라. 오염되었던 강이 자생적으로 살아나듯 자연의 재생능력은 놀라운 것이다. 우리 몸 또한 진정한 휴식을 통해 놀라울 정도로 생활의 독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엘지그룹사보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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