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반니원경(佛說大般泥洹經)

불설대반니원경 제1권

통융 2020. 6. 18. 09:29

불설대반니원경(佛說大般泥洹經)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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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대반니원경 제1

 

 

동진(東晉) 법현(法顯) 한역

한지안 번역

 

 

 

1. 서품(序品)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이성(拘夷城)의 역사(力士:종족의 이름)가 태어난 희련(凞連)강가 견고림(堅固林)의 쌍수(雙樹)에서 8백억 비구들이 앞뒤에서 에워싼 채 함께 계셨다. 이 날은 2월 보름,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려던 날이었다.

이때 여러 중생들이 제각기 기뻐하며 스스로 청정하여 의혹과 싫증이 없는 생각을 하다가 홀연히 오늘 여래(如來)응공(應供)등정각(等正覺)께서 세상을 불쌍히 여기시고 세상을 덮어 보호하시며, 세상의 귀의할 곳이 되어 주시고 평등하게 중생들을 관찰하시되 외아들을 보듯이 하는 것을 깨달았다.

조용하고 고요하며 위대하신 석가모니 세존께서 여러 중생들에게 말씀하셨다.

이제 마땅히 열반에 들겠으니 모두 의심나는 점이 있으면 마땅히 와서 물어라. 최후의 질문이 될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시자 모두 제각기 근심과 슬픔에 북받쳤다.

그때 세존께서 입[面門]으로부터 갖가지 광명을 놓으시니, 푸르고 노랗고 붉고 희며 파리(頗梨)의 붉은 빛들이었다. 밝게 빛남이 뛰어나게 달라 널리 삼천대천세계와 시방의 일체 부처님 국토와 여섯 갈래 중생들을 비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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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받은 이는 죄업의 때와 번뇌들이 모두 제거되어 없어졌다. 모두 슬픔에 북받쳐 눈물을 비 오듯이 흘리면서 서로 말했다.

괴이하도다. 그대들이여, 세상이 텅 비는구려. 괴이하도다. 그대들이여, 중생들의 복이 다하였구려. 괴이하도다. 그대들이여, 괴로운 법이 커지는구려. 여래께서 얼마 안 있어 열반에 드시려 하시니, 어찌 그리 빠른가? 세상이 텅 비는구나. 어찌 그리 빠른가? 세상의 눈이 사라지는구나. 우리들이 마땅히 함께 속히 부처님께 가서 예배 공양드리고 세존께서 열반에 드시지 마시고 1겁만이라도 아니면 1겁이 조금 모자라는 동안만이라도 더 수()를 누리시라고 청합시다. 만약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면 누가 우리들을 위하여 친히 자비로 잘 이끌어 줄 것이며 누가 우리들을 위하여 모든 액난을 구제해 주리오? 그러므로 그대들, 모르는 바가 있거든 마땅히 여래께 나아가 의심되는 바를 물어 풀어 버립시다.”

이때 대지가 여섯 가지로 진동을 하였다. 마침 8백억 비구들은 모두 아라한들이라, 마음이 자재를 얻어 할 일을 이미 다하고 모든 번뇌를 여의어 모든 근()을 항복시켰다. 비유하자면 큰 용이 공()한 이치를 아는 지혜를 성취하여 자기의 이익을 얻은 것과 같으며, 전단나무 숲으로 권속을 삼은 것과 같이 공덕을 갖추어서 부처님의 참된 제자가 되었다.

그들의 이름은 존자 가전연(迦旃延)과 존자 박구라(薄拘羅)와 존자 우파난타(優波難陀) 등이었다. 이 모든 비구들이 새벽에 버드나무 가지로 양치질을 깨끗이 하였는데 그때 미묘한 광명이 와서 그들의 몸을 비췄다. 꼭 해가 처음 돋아서 비칠 적에 푸른 나뭇잎의 붉은 잎맥이 다 나타나듯이 이 모든 비구들도 그러했다. 온몸의 사지와 마디와 털구멍에서 피가 비처럼 흘러 마음이 크게 고통스러웠으나 모든 중생을 불쌍히 여겨 안락하게 하는 까닭과 대승의 방편인 밀교(密敎)를 펴려는 까닭과 교화의 인연 때문에 빨리 양치질을 끝내고 부처님 계신 데로 와서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백천 바퀴를 돌고서 공경히 여쭙고 한쪽에 있었다.

25() 비구니들이 있었으니 모두 아라한들이었다. 마음은 자재함을 얻고 할 일을 이미 다하고 모든 번뇌를 여의어 모든 감관[]을 항복시켰다. 비유하자면 큰 용이 공()한 이치를 알아 지혜를 성취하여 자기의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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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얻은 것과 같았다.

그들의 이름은 구린녀(拘隣女)수발타라(須跋陀羅) 비구니와 우파난타 비구니와 해지(海智) 비구니 등이었다. 꼭 해가 처음 돋아서 비칠 적에 푸른 나뭇잎의 붉은 잎맥이 다 나타나듯이 이 모든 비구니들도 그러했다. 온몸의 사지와 마디와 털구멍에서 피가 비처럼 흘러 마음이 크게 고통스러웠으나 모든 중생을 불쌍히 여겨 안락하게 하는 까닭과 대승의 방편인 밀교를 펴려는 까닭과 교화의 인연 때문에 부처님 계신 데 와서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백천 바퀴를 돌고서 공경히 여쭙고 한쪽에 있었다.

또 여러 비구니들이 있었으니, 모두 보살로서 사람들 가운데 웅대하고 용맹이 있는 이들이었다. 10()의 수행을 얻어 교화하려는 인연 때문에 여자의 몸으로 나타났으나 4무량심(無量心:)에 노닐어 능히 부처님의 갖가지 변화를 나타내었다.

또 한 항하(恒河)의 모래처럼 많은 보살마하살이 있었으니, 사람들 중에 영웅처럼 용맹스럽고 일체 공덕을 모두 이미 갖추어서 방편의 몸으로써 깊이 대승을 좋아하였다. 바르게 대승을 향하고 대승에 굶주려 하며 대승을 탐구하고 대승을 목말라하면서 능히 온갖 세간을 잘 따르면서 제도되지 않은 자를 제도하고 해탈하지 못한 자를 해탈케 하였다. 수없는 겁 동안에 깨끗한 계법을 닦아 익혀 중생들을 제도하여 해탈케 하고, 수없는 겁 동안에 깨끗한 계법을 닦아 익혀 중생들을 편안하게 위로하며, 수없는 겁 동안에 깨끗한 계법을 닦아 익혀 삼보를 일으켜 융성하게 하고, 수없는 겁 동안에 깨끗한 계법을 닦아 익혀 정법의 바퀴를 굴리며, 수없는 겁 동안에 깨끗한 계법을 닦아 익혀 큰 장엄을 이루고, 수없는 겁 동안에 깨끗한 계법을 닦아 익혀 수행의 자세가 견고하였다.

이와 같은 등의 한량없는 공덕을 모두 성취하고 평등하게 중생들을 돌보되 외아들과 같이 하는 이들이니, 그 이름은 해덕(海德)보살과 무진지(無盡智)보살 등이었다. 해가 처음 돋아 비칠 적에 푸른 나무 잎의 붉은 잎맥이 나타나는 것과 같이 이 여러 보살들도 또한 그러했다. 온몸의 사지와 마디의 모든 털구멍에서 피가 비오듯 흐르고 마음이 크게 고통스러웠으나, 모든 중생들을 불쌍히 생각하여 안락하게 하는 까닭과 대승의 방편인 밀교를 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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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하는 까닭과 교화하려는 인연 때문에 부처님 계신 데로 와서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백천 바퀴를 돌고서 공경히 문안드리고 한쪽에 있었다.

또 두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5계를 받은 우바새들이 있었으니, 일체의 대치(對治)하는 법을 깊이 좋아하였다. 괴롭고 즐거운 것, 항상 하고 덧없는 것, 나라는 것과 나 아닌 것, 공한 것과 공하지 아니한 것, 의지하고 의지함이 없는 것, 중생과 중생 아닌 것, 항상 하고 항상 하지 아니한 것, ()한 것과 길하지 아니한 것, 함이 있는 것과 함이 없는 것, 열반과 열반 아닌 것 등 이와 같이 대치하는 법을 매우 좋아하여 미묘한 뜻을 듣고 큰 법을 드러내 밝혀 널리 펴려 하였다. 수없는 겁 동안에 깨끗이 범행(梵行)을 닦아 훼손하여 잃음이 없으며, 대승을 행하여 남을 위해 널리 말하고자 하며, 깨끗한 계법을 닦아 익혀 견고한 대승을 배우고자 하며, 세간을 따르는 것을 배우고자 하며, 세간을 제도하여 해탈케 함을 배우고자 하며, 삼보를 일으켜 융성히 함을 배우고자 하며, 법의 바퀴를 굴리는 것을 배우고자 하며, 큰 장엄을 배우고자 하였다.

이와 같은 한량없는 공덕을 갖추어서 평등하게 중생들을 돌보되 외아들을 보듯이 하는 이들로 그 이름은 광무구칭왕(光無垢稱王)우바새와 선덕(善德)우바새였다. 이러한 이들, 두 항하의 모래 수만큼 많은 우바새들이 이른 아침에 여래께 공양 올리기 위하여 사람마다 각각 5천 개의 전단향 나무의 상()에 휘장을 친 것과 침수향 상에 휘장을 친 것과 온갖 보배로 만든 상에 휘장을 친 것과 천향상(天香床)에 휘장을 친 것과 울금향화(鬱金香華)의 상에 휘장을 친 것 등을 만들었다. 그 여러 상과 휘장들에 모두 우두전단향을 쏘이고 갖가지 기묘한 일곱 가지 보배로 장엄하였으며 금줄의 그물을 꾸며 그 위를 덮었는데, 푸른 색깔에 푸른빛이 나며 노란 색깔에 노란빛이 나며 빨간 색깔에 빨간빛이 나며 흰 색깔에 흰빛이 나며 붉은 색깔에 붉은빛이 나며 파리(頗梨)색에 파리 빛이 나며 여의주색에 여의주 빛이 나는 이와 같은 온갖 색으로 장엄되었다.

수승하고 희유하게 장막을 둘러 모두 일곱 가지 보배 그물을 펼쳐 그 위에 덮고, 사면으로 빙 돌아 온갖 보배 깃발을 달았다. 그 위를 갖가지 온갖 향으로 바르고 금실로 짠 띠를 드리우고 그 보배 장막 안에 갖가지 기이한 색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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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장엄하기를 위와 같이 하였고, 7보를 짜서 요를 만들고 부드러운 향을 쏘여 그 안을 덮었다. 하나하나 휘장 친 상을 보배수레에 실었는데 그 수레는 잘 꾸몄으니, 일곱 가지 보배로 꾸며졌으며 앞과 뒤에 모두 보배 깃대와 번기와 일산이 있었고, 낱낱의 번기와 일산에도 모두 일곱 가지 보배 그물이 푸르고 노랗고 붉고 흰 일곱 가지 보배로 꾸며졌다. 또한 네 가지 꽃인 우발라(優鉢羅:푸른 연꽃)와 발담마(鉢曇摩:붉은 연꽃)와 구모두(拘牟頭:노란 연꽃)와 분타리(分陀利:흰 연꽃)도 또한 일곱 가지 보배로 꾸며져 앞과 같이 온갖 보배를 묶어 꽃다발을 만들었다. 산뜻하고 고운 천에 여래의 본생의 모습을 모두 그렸으니, 보살이 처음 뜻을 내고부터 부처를 이룸에 이르기까지 중간에 몸으로 겪었던 갖가지 고행을 기록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늘어진 길의 양쪽에는 온갖 악기들을 만들어 놓았는데 모두 일곱 가지 보배를 사용하여 만들어져 그 소리가 온화하고 청아하면서 모두 무상하고 괴롭고 비었다는 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모두 말하였다.

괴상하도다. 세상이 텅 비는구나.”

눈물을 흘리며 슬피 울부짖는 소리가 대지를 진동시켰다.

공양을 올리기 위하여 각각 이름난 꽃들과 가는 가루로 된 온갖 향을 싸고 또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마련하였는데, 산 속의 맑은 물과 향나무를 때므로 음식은 부드럽고 향긋한 맛이 갖추어졌다. 또 견고림(堅固林) 안팎을 물을 뿌려 쓸고 일곱 가지 보배 모래를 펴고 향을 쏘인 보배 옷을 그 위에 덮고 쭉 둘러 서른두 줄로 사자좌를 펴 놓았는데, 모두 일곱 가지 보배로 꾸며졌으며 무늬를 새겨 다섯 가지 색이 밝게 빛났다. 온갖 미묘한 향으로써 그 자리에 쬐고 일곱 가지 보배의 담요로 그 위에 폈다.

이러한 여러 일들이 마련되고 나자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일체 중생들이 구하고자 하는 바가 있으면 내가 모두 베풀어 주겠다. 의복과 음식, 재물, 진기한 보배, 나라의 성, 처자, 머리와 눈, 골수, 피와 살, 피부 등을 가난한 이거나 부자이거나 귀한이거나 천한이거나 그들이 구하는 바를 따라 각각 채워 주겠다. 오직 색욕과 독약과 생명을 해치는 등 부정한 것들을 제외한 그 밖에는 모두 베풀어 주겠다.’

여러 우바새들이 보살의 마음을 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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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휘장 달린 상()과 보배수레와 온갖 공양구를 부처님과 스님에게 보시하면 이것이 마지막으로 크게 보시하는 공양이 될 것이다.’

또한 각각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부처님과 대중이 우리들의 공양을 받고 나면 오늘 여래께서 열반에 드실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그 마음이 슬퍼 어찌할 줄 몰랐다. 마치 해가 돋아 푸른 나뭇잎을 비추매 붉은 잎맥이 다 나타나듯이 여러 우바새들도 이와 같이 온몸의 털구멍에서 피가 비 오듯이 흘렀으며, 몸과 마음이 몹시도 고통스러워 슬피 울며 눈물을 흘렸다.

또 견고림 가에 큰 장막을 쳤는데 일곱 가지 보배로 꾸며 높고 넓어 아름다운 모습이 위로 허공에 닿았다. 그 장막 안에 일곱 가지 보배로 된 집을 세우고 음식을 마련해 두고 부처님 처소에 와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절을 하고 당기[]와 일산을 공양 올리니 허공에 가득하고, 향을 태우고 꽃을 흩으니 마치 구름과 비 같았다.

모두가 슬피 사모하는 마음으로 애통해 하니 하늘과 땅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가슴을 어루만지고 큰 소리를 지르며 눈물을 비 오듯이 흘리면서 서로 말하였다.

안타깝소이다. 여러분, 세상이 텅 비는구려. 어찌 그리 빨리 세상의 눈이 없어지려 한단 말이오.”

머리와 얼굴을 땅에 대고 같은 소리로 부처님께 청했다.

원하옵나니, 부처님과 스님들께서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셔서 대중과 함께 저희들의 청을 받아 주소서. 저희의 청을 받고 나서 열반에 드소서. 저희들로 하여금 부처님과 대중께 공양을 올려 최후의 보시하는 복을 얻게 하소서.”

세존께서는 때를 아시고 잠자코 받지 않으셨다. 이와 같이 세 번을 청했으나 부처님께서는 역시 잠자코 받지 않으셨다. 이때 우바새들이 모두 절망하여 근심에 싸여 괴로워하였으니, 마치 자애로운 아버지가 외아들을 두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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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는데 그 아들이 마침내 병으로 죽어 장사를 지내고 돌아오며 괴로워하는 것처럼 근심에 싸여 괴로워하면서 예배를 하고 일어나 한쪽에 머물렀다.

또 세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우바이들이 있었으니, 모두 5()를 지니고 공덕을 갖춘 이들로서 여자의 형상을 나타내어 중생들을 교화하고 제도하였다. 자기의 몸을 자책하기를 마치 네 마리 독사와 8만 벌레가 몸을 침입해 먹는 것 같이 하였고, 몸이란 더럽고 탐욕에 유혹된 것이니 죽은 시체를 하나도 좋아할 게 없는 것과 같으며, 몸이란 부정하여 아홉 구멍으로 항상 새고 피와 살과 근육과 뼈가 서로 임시로 의지하여 성()이 된 것이라 여겼다. 손과 발과 사지의 마디는 적을 물리치는 것이며, 손톱발톱과 이와 귀와 눈은 집에 난 구멍이며, 허깨비 같은 마음의 생각들은 집의 막힘이며, 방일과 버릇없는 아만은 망루가 되어 나쁜 도적인 의왕(意王)이 그 성 안에 살면서 이익을 탐하고 방탕 방일하여 여섯 가지 경계1)에 치달리니, 이와 같은 도적의 성을 부처님들은 버린 것인데 어리석은 범부들은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나찰(羅刹)들이 그 속에 살고 있으나 이란(伊蘭)2)의 떨기와 같은 것이라 애착할 것이 없고 거품 덩어리파초와 같아 견고하지 못하고 번갯불아지랑이메아리물에 비친 달그림자허깨비바다의 파도급류에 서 있는 풀과 같아 잠시도 머물지 못하고, 무덤 위의 숲과 같아 더러움이 가득한 것이다. 여우이리수리독수리까마귀올빼미주린 개온갖 악충(惡虫)의 무리들이 다투어 그 가운데 모였으니, 이와 같은 더러운 몸을 어찌 감당하겠는가? 한 털 끝의 물방울로써 큰 바다의 물을 헤아릴지언정 이 독나무[毒樹] 몸의 404()3)의 한량없는 더러움은 이루 다 계산할 수가 없다. 세존께서 비유로 말씀하셨다.

천하의 초목을 베어 산가지[]를 삼고 대지의 흙과 돌의 부스러기를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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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질의 경계, 소리의 경계, 냄새의 경계, 맛의 경계, 촉감의 경계, 기억의 경계.

2) 인도의 전설에 나오는 교목(喬木). 냄새가 고약하고 열매를 먹으면 미친다고 함. 속세의 번뇌를 비유한다.

3) 인간의 몸에서 생길 수 있는 병의 총칭. ()()()() 네 가지로 요소로 구성된 몸에 각각 101가지씩의 병이 생기게 되어 합하면 404가지가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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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먼지로 만들어 그것을 오히려 헤아릴 수 있다 하여도 이 몸의 부정과 한량없는 온갖 악은 그 수가 이를 능가하며 이 몸은 포악하고 해로워 여러 선법을 없앤다.”

이들 우바이들은 능히 이 몸을 버리기를 마치 침 뱉듯이 하고, ()을 익혀 행하고 모양 없고 지음이 없는 행을 행했다. 깊이 대승을 좋아하며 항상 남을 위하여 설법하는 이들로 그 이름은 기파시리(耆婆尸利) 우바이승만(勝鬘) 우바이비사거(毘舍佉) 우바이 등이었다. 이른 새벽 광명이 비치자 곧 상서로움을 느끼고 각각 빨리 전보다 배나 나은 온갖 공양구를 갖추어 부처님 계신 데로 와 머리를 땅에 대고 부처님과 스님들께 청하였으나 부처님께서 받지 않으시자 근심과 걱정으로 괴로워하면서 한 곳에 머물렀다.

또 네 항하의 모래 수같이 많은 이차족(離車族)의 동자들과 비사리성(毘舍離城) 안과 밖에서 온 자들과 염부제 주변국의 여러 왕과 대신들이 있었는데, 모두 바른 법을 즐겨 하고 순수히 계행을 닦아 온갖 덕을 성취하고 여러 이도(異道)들의 학설과 법을 어지럽히는 자들을 조복하고 널리 두려움이 없는 법을 베풀어 많은 사람들을 위해 다함이 없는 법장을 연설하였다. 모두들 능히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감로(甘露)와 같은 미묘한 법을 닦아 익혀 뭇 마군과 외도들의 사론(邪論)을 꺾어 항복시키고 스스로 율행을 지니어 계를 지키는 스님들로 하여금 안온한 힘을 얻게 하고, 스스로 율행을 지니어 대승법문을 즐겨 듣고 남을 위해 널리 말해 주며, 자비로 일체 중생들을 불쌍히 여기는 덕이 위와 같았다. 그들의 이름은 정리구장리차 동자(淨離垢藏離車童子)상쾌정리차(常快淨離車) 동자항수리구정리차(恒水離垢淨離車) 동자 등이었다.

이 여러 이차들이 각각 84억 전단으로 된 상장(牀帳:휘장이 달린 평상)침수(沈水)상장울금(鬱金)상장백목(栢木)상장도루향목(兜樓香木)상장을 마련하고, 또한 각각 84억 무늬를 새긴 7보 장엄과 오색의 빛이 밝은 꾸밈들을 앞과 같이 마련하고, 84천 보배로 꾸민 말과 84천 큰 코끼리와 84천 말이 끄는 보배 수레에 신기한 구슬과 빛나는 보배를 엮어 꾸민 아름다움이 수승하고 미묘했으며 움직이는 속도가 바람과 같았다. 84천 밤낮없이 항상 밝은 명월신주(明月神珠)와 깃대덮개깃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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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막과 흰 천에 그린 도상(圖像)들을 차례로 앞과 같이 마련하였다. 보배로 된 꽃 모양의 덮개의 너비가 1유순(由旬)이나 되고, 가는 천에 채색으로 그려진 도상이 32유순, 그 장막의 높게 드러남이 각각 백 유순, 깃발의 길이가 천 유순이나 되어 7보로 아름답게 꾸민 것이 앞과 같았고, 음식 냄새가 1유순을 풍겼으며, 견고림 숲에 평상과 자리가 펴졌다. 이러한 공양구들을 준비하여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머리를 조아리고, 부처님을 청하여 얼굴로 예배드리고 한쪽에 머물렀다.

또 염부제 안의 큰 장자들이 다섯 항하의 모래 수만큼 있었다. 깊이 정법을 좋아하고 깨끗이 계행을 닦아 온갖 덕을 성취하였으며, 여러 이도(異徒)들의 학설과 법을 어지럽히는 자들을 굴복시키고 깊이 대승을 좋아하는 이들이었다. 일월광왕(日月光王)첨복화수(瞻蔔華首) 장자법수(法首) 장자, 이러한 장자의 아들과 장자의 여자들이 다섯 항하의 모래 수만큼 있었는데, 아침에 부처님의 위신력을 받들고 온갖 공양구들을 앞의 것보다 갑절로 마련하여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머리를 조아려 발에 절을 하고 한쪽에 머물렀다.

또 비사리의 왕 내외와 권속들과 염부제(閻浮提)의 임금, 크고 작은 성취락의 야인(野人)과 군주, 아사세왕을 제외한 그 나머지의 여러 왕들, 월리구장왕(月離垢藏王)과 일리구왕(日離垢王) 등 여섯 항하의 모래 수만큼 많이 있었다. 그들은 각기 일백 80만억 권속을 데리고 있었는데 모두 용감하고 건장한 힘이 용코끼리와 같았고 날래기가 바람과 같았다.

깊이 정법을 좋아하고 깨끗이 계행을 닦아 온갖 덕을 성취하였으며, 여러 이도들의 학설과 법을 어지럽히는 자들을 굴복시키고, 만든 공양구를 앞의 것보다 더욱 갑절로 많이 하여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머리를 조아려 발에 절하고 한쪽에 머물렀다.

또 염부제 임금과 크고 작은 여러 나라의 왕들의 부인과 채녀들이 일곱 항하의 모래 수만큼 있었다. 아사세왕의 부인과 채녀를 제외하고 모두 여자의 몸을 싫어하며, 공행(空行)을 수행하고 깊이 대승을 좋아하여 널리 사람들을 위하여 닦은 바 공덕을 설법하는 이들로, 앞에서 말한 우바이들과 같은 이들이었다. 그들의 이름이 삼계묘(三界妙) 부인과 염덕(念德) 부인 등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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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든 공양구는 앞의 것보다 갑절로 많았고, 아침에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머리를 조아려 발에 절을 하고 한쪽에 머물렀다.

또 여덟 항하의 모래 수만큼 많은 하늘나라 사람들이 있었다. 보명천자(普明天子) 등과 함께 모두 대승을 좋아하여 널리 사람들을 위하여 설법하며, 청정한 계율을 수행하고 대승을 갈앙(渴仰)하는 여러 중생류와 대승을 좋아하는 자에게 대승법으로써 그 갈앙을 해소하고, 청정한 계율을 수행하여 대승을 좋아하고 대승을 견고히 하고 대승을 깨닫게 하며, 대승법에 질투와 아만을 일으키지 않게 하며, 여러 이도들의 학설과 법을 어지럽히는 자들을 굴복시키고, 정법을 호지하여 청정한 계율을 수행하고 세상을 따라 제도 받지 못한 자를 제도하며 해탈하지 못한 자를 해탈케 하며, 법륜을 굴리며 삼보를 흥하고 융성하게 하여 길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며, 큰 장엄을 세우려 하였다. 이와 같은 한량없는 공덕을 모두 갖추어 평등하게 중생들을 사랑하기를 마치 외아들처럼 하였다. 이 모든 하늘나라 사람들이 아침에 광명이 비치자 이 상서로운 모습을 느끼고 모두 생각하기를 여래께서 오래지 않아 열반에 들 것이다하고, 부처님 계신 곳에 와 온갖 공양구를 보고 각기 서로 말하였다.

그대들, 저 인간 세상 사람들의 공양을 보십시오. 장엄이 뛰어나게 특별하여 하늘의 공양과 다름이 없습니다. 여래께 공양 올려 마지막 공양이 되게 하려 합니다. 여러 종류의 밥과 음식을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 올려 마지막으로 크게 베풀려 하나, 지금 세존께서는 모두 받지 않으십니다. 여러분, 우리들도 오늘 마땅히 부처님과 스님들과 여러 권속들을 위하여 마지막으로 공양을 베풀어 큰 보시도(布施度)를 이룹시다. 여래와 스님들과 여러 권속들이 우리들을 불쌍히 여겨 마지막 공양을 받으시고 열반에 드실 것입니다. 부처님 세상은 만나기 어려우며 마지막 공양 베풀기는 곱절이나 더 어렵습니다. 안타깝습니다. 여러분, 세상이 텅 비려 합니다. 어찌 그리 빨리 세상의 눈이 사라지려 합니까?”

이에 하늘나라 사람들도 모두 생각하기를 우리들도 마땅히 여래께 공양을 올리자하고, 곧 인간 세상 사람들보다 곱절로 많은 공양구를 갖추었다. 상장(床帳)수레깃대깃발꽃 덮개도상(圖像)장막을 모두 하늘 향

 

[11 / 210]

과 하늘 그림, 하늘 보배로 아름답게 꾸며 공양구를 마련하고, 부처님 계신 곳에 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절을 하고 백천 바퀴를 돌고 공경히 여쭙고 한쪽에 머물렀다.

또 아홉 항하의 모래 수만큼 많은 용왕들이 사방에서 왔다. 그들 이름은 화수길(和修吉) 용왕난두우발난타(難頭優鉢難陀) 용왕 등이었다. 온갖 덕을 갖추고 세상을 불쌍히 여겨 아침에 광명이 비치자 생각하기를 여래께서 오래지 않아 열반에 들 것이다하고 온갖 공양구를 인간 세상 사람이나 하늘나라 사람보다 곱절로 마련하여 부처님 계신 곳에 와 머리를 조아리고 백천 바퀴를 돌고 한쪽에 머물렀다.

또 열 항하의 모래 수만큼 많은 귀신왕들이 있었으니, 비사문(毘沙門) 등 일체 귀왕들이었다. 모두 앞의 것과 같은 공양구들을 만들어 부처님 계신 곳에 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께 청하고 백천 바퀴를 돌고 한쪽에 머물렀다.

또 스물 항하의 모래 수만큼의 가류라왕(伽留羅王)인 용원(龍怨) 가류라왕 등과 서른 항하 모래 수만큼의 건달바왕(揵闥婆王)인 나라달(那羅達) 건달바왕 등과 마흔 항하 모래 수만큼의 긴나라왕(緊那羅王)인 쾌견(快見) 긴나라왕 등과 쉰 항하 모래 수만큼의 마후라가왕(摩睺羅伽王)인 대쾌견(大快見) 마후라가왕 등과 예순 항하 모래 수만큼의 아수라왕(阿修羅王)인 유공(遊空)아수라왕 등과 일흔 항하 모래 수만큼의 타나바왕(陀那婆王)인 법수리구승왕(法水離垢勝王) 등과 여든 항하 모래 수만큼의 나찰왕(羅刹王)인 광포외(廣怖畏) 나찰왕 등과 아흔 항하 모래 수만큼의 총림주왕(叢林主王)인 요향(樂香) 총림주왕 등과 천 항하 모래 수만큼의 지주왕(持呪王)인 대환(大幻)지주왕 등과 1억 항하 모래 수만큼의 욕색(欲色) 무리인 선현(善現)욕색 등과 백억 항하 모래 수만큼의 천녀 무리인 남바(藍婆) 천녀 등과 천억 항하 모래 수만큼의 부다왕(負多王)인 숙군저(宿君坻) 부다왕과 백억 항하 모래 수만큼의 천자인 사천왕(四天王) 등과 백천억 항하 모래 수만큼의 풍신왕(風神王)과 일억 항하 모래 수만큼의 요운우신왕(樂雲雨神王)과 일체 세간 적정운우왕(寂靜雲雨王) 등의 모든 왕들이 아침에 광명이 비치자 이 상서로운 모습을 느끼고 각기 생각하기를 여래께서 오래지 않아 열반에 드실 것이다하고, 온갖 공양구들을 인간 세상 사람과 천상 사람들보다 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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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로 쏟으면서 부처님 계신 곳에 와 머리를 조아리고 부처님께 청하여 백천 바퀴를 돌고 한쪽에 머물렀다.

또 스물 항하 모래 수만큼의 향상왕(香象王:코끼리)들이 있었다. 금색감안(金色紺眼) 코끼리왕 등 여러 코끼리왕들이 그들의 힘을 따라 설산 속에서 온갖 향기로운 약초와 이름난 꽃인 우발라발(優鉢羅鉢)담마(曇摩)구모두(拘牟頭)분타리(分陀利) 꽃 등 수레바퀴만큼 큰 꽃과 산천과 물과 육지에서 자라는 온갖 꽃들을 사용해 상장의 공양구를 꾸미고, 슬피 울부짖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며, ‘어찌 그리 빠른가? 세상이 텅 비는구나. 어찌 그리 빠른가? 세상의 눈이 사라지려 하는구나하면서 부처님 계신 곳에 와 발에 절을 하고 한쪽에 머물렀다.

또 세 항하 모래 수만큼의 사자왕들이 있었는데 대진후(大震吼) 사자왕 등이 모두 널리 중생에게 무외를 베풀었으며, 여러 날짐승 왕인 가란타(迦蘭陀)새와 가릉빈가(迦陵頻伽)새의 왕 등도 만든 공양구를 모두 코끼리왕과 같이 하였다. 또 소와 양들의 왕이 있어 견고림 숲 속에 나아가 좋고 향기로운 젖을 내니 모든 웅덩이못마다 젖이 흘러 넘쳤다. 또 여러 벌의 왕들이 향기로운 꿀을 가득 채웠으며, 이와 같은 등의 수효가 항하 모래 수와 같았는데, 모두 부처님 계신 곳에 와 발에 절을 하고 한쪽에 머물렀다.

또 만() 항하 모래 수만큼의 다섯 가지 신통을 갖춘 신선들이 사천하의 여러 신선 무리들과 함께 있었는데, 인욕선인(忍辱仙人) 등이 갖가지 신력으로 만든 공양구를 앞의 것보다 곱절로 많이 하여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서 머리카락을 땅에 펴고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절하고 한쪽에 머물렀다.

그때 열여섯 큰 나라의 비구비구니들이, 존자 가섭과 아난의 두 무리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1유순(由旬)이나 가득 모여 앞에서처럼 하였다. 비구비구니 무리들이 아침에 부처님 계신 곳에 와 모두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리며 백천 바퀴를 돌고 한쪽에 머물렀다. 또 만 항하 모래 수만큼 많은 여러 소산신왕(小山神王)과 대산신왕(大山神王), 세계 중간의 여러 귀신왕, 수미산신왕, 온갖 나무의 잎과 꽃과 열매와 갖가지 날것을 먹는 무리들이 모두 신력이 있어 큰 광명을 놓으며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절을 하고 한쪽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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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백천만 항하 모래 수만큼의 여덟 개의 큰 강큰 바다 그리고 대지의 여러 신과 천자와 크고 작은 여러 왕들이 모두 신력이 있어 큰 광명을 놓아 해와 달을 가리고 견고림 숲에 감로수가 나오게 하여 희련하(凞連河)를 채워 맑게 흘러내리게 하였다. 곳곳에 모두 일곱 가지 보배로 된 계단 길을 만들고 모임에 참석한 대중들로 하여금 싫증 없이 마시게 하였다.

그때 역사들이 살고 있는 북쪽의 남쪽으로 향한 곳에 자연으로 된 선법중각강당(善法重閣講堂)이 있었는데, 무늬를 아름답게 새기고 그렸으며 7()로 장엄하여 오색의 빛이 밝게 빛났고 맑은 샘과 목욕하는 못과 꽃과 열매가 있는 동산과 숲이 저절로 이루어져 도리천의 환희의 동산처럼 매우 좋았다. 여러 천상 사람들과 인간 세상 사람들과 아수라들이 다 함께 여래께서 열반하시려는 모습을 보고 모두 슬픔을 느껴 근심하고 탄식하였다.

1억 아승기 사천왕과 여러 천자들이 다 와서 모이더니 서로 말했다.

그대들은 이 천상 사람들과 인간 세상 사람들 그리고 아수라들을 보시오. 여래께 마지막 공양을 올리기 위하여 이 훌륭하고 묘한 특별한 공양거리인 온갖 음식을 만들었소이다. 부처님과 대중들이 저들이 베푼 것을 받으시고 열반에 들 것이오. 우리들도 마땅히 저들보다 곱절되는 공양구를 마련합시다.”

모두 하늘 꽃과 하늘 향과 하늘 음식을 사용하였으니, 만다라(曼陀羅), 큰 만다라꽃, 가구라(迦拘羅), 큰 가구라꽃, 만수사(曼殊沙), 큰 만수사꽃, 산다나(散多那), 큰 산다나꽃 등 이러한 갖가지 하늘 꽃과 하늘 향으로 공양구를 만들어서 부처님 계신 곳에 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께 청하고 한쪽에 머물렀다. 석제환인(釋提桓因:제석천)도 아승기 삼십삼천 대중과 함께 공양구를 만들었으며, 6천왕(타화자재천왕)도 권속과 함께 앞에 한 이들보다 곱절로 많은 공양구를 만들었다. 무색계의 사천(四天)과 색계의 무상천을 제외한 그 나머지 모든 천왕들도 앞에 한 이들보다 곱절로 많은 공양구를 마련하였다.

그때 사바세계 임금인 범천왕(梵天王)이 한량없는 권속인 여러 범천자들과 함께 몸에서 광명을 놓아 사천하에 두루 하게 하니, 욕계의 인간과 천상 사람들의 몸에 있는 광명이 모두 가려져 나타나지 않았다. 하늘나라 옷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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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나라 꽃이 비 오듯이 쏟아져 내리고 하늘나라 음식이 갖추어졌으며 낱낱이 하늘나라 깃발과 번기[]와 일산이 견고림 위로부터 범천에까지 이르렀다. 온갖 공양구들을 마련하고 부처님 계신 곳에 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께 청하고 한쪽에 머물렀다.

또 비마질다라(毘摩質多羅) 아수라왕이 한량없는 아수라 권속들과 함께 몸에서 광명을 놓아 사천하에 두루 하게 하니, 석제환인과 범왕의 몸에 있는 광명이 모두 가려져 나타나지 않았다. 이들도 또한 음식과 온갖 공양구를 마련하였는데, 여러 보개(寶蓋)가 소천세계를 덮을 정도였다. 온갖 공양구를 마련하고서 부처님 계신 곳에 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께 여쭙고 한 곳에 머물렀다.

그때 천상의 마왕인 파순(波旬)이 한량없는 마군 천녀들과 함께 신력으로써 모든 지옥의 문을 열고 저 지옥 중생들이 가지고 있는 소원을 따라 모든 것을 급여해 구제하였다. 그리고 널리 지옥 중생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마땅히 여래응공등정각만을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따라 즐거워하는[隨喜] 공양을 지어라. 이것이 너희들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수행의 복리이다. 마땅히 너희들로 하여금 길이 안락을 얻게 할 것이며 지옥의 고초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다.”

이렇게 말한 것은 여래의 위신력으로 마왕 파순의 마음을 돌려 조복시켰기 때문이다. 권속들과 함께 모두 병기인 칼, , 화살, 쇠몽둥이, 도끼, 오랏줄, 긴 갈고리, 싸움하는 온갖 도구들을 장엄하였다. 지옥의 중생들은 긴 어둠 속에 어리석어 멀리 정법을 여의고 온갖 고통을 받느라 성곽의 문마다 사나운 불길이 뜨거워지자 구름을 일으켜 큰 비를 내려 사나운 불이 꺼지게 하였다.

그때 지옥의 중생들은 고통을 여의고 안락을 얻었다. 고통을 여의고 안락을 얻고 나자 낱낱의 마군들이 그들의 권속과 함께 앞에서 한 것보다 곱절로 많은 공양구를 마련하여 부처님 계신 곳에 와 머리를 조아리고 부처님께 청하였다.

오직 원하옵나니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불쌍히 여겨 공양을 받으소서. 저희들의 공양을 받아 주소서. 그 어떤 선남자선여인으로서 대승의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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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하는 자는 진실하거나 거짓되거나 저희들이 모두 마땅히 이 사람들을 위하여 두려움 없는 보호를 하여 이러한 주문을 외웁니다.

 

 

<다라니 누락>

 

 

이 주문은 능히 마음이 어지러운 자들로 하여금 깊고 오묘한 정()을 얻게 하며, 이 주문은 능히 모든 공포를 느끼는 자들로 하여금 공포를 여의게 하며, 이 주문은 능히 법사가 된 이들로 하여금 변재가 끊어지지 않게 하며, 이 주문은 다 능히 외도들을 항복시키며, 정법을 보호하는 자가 있으면 이 주문의 보호를 받는 것이 신검(神劍)을 찬 것과 같을 것입니다. 저의 이 주술이 말한 바는 진실한 이치입니다. 그 어떤 사람이 능히 이 주문을 지니면 광야에 있어 흉해나 독한 짐승, 물이나 불의 난을 당하여도 주문을 지니고 말하면 온갖 환난이 모두 제거되는 것이 거북이가 여섯 군데를 감추는 것 같을 것입니다. 저희들이 오늘 모두 마군으로서 아첨하는 것이 아니옵니다. 오직 원하옵나니, 세존께서 저희들을 불쌍히 여겨 공양을 받으시고 아울러 말씀드린 바의 신주를 인가하소서.”

그때 세존께서 곧 마군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너의 음식 공양은 받지 않겠지만, 일체 중생들을 편안하게 하기 위하여 너의 신주(神呪)의 법시(法施)만 받겠노라.”

이와 같이 세 번을 청하였으나 부처님은 세 번을 다 잠자코 받지 않으셨다. 마왕 파순과 마군의 천녀들이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한쪽에 머물렀다.

또 대자재천왕이 한량없는 힘센 천자들과 함께 있었다. 큰 광명을 놓아 두루 삼천대천세계를 비추니 범천과 제석천 그리고 아수라들의 몸에 있는 광명이 모두 가려져 나타나지 아니하였다. 온갖 공양구를 앞에서보다 곱절로 많이 마련하였는데 꽃일산[華蓋] 광명이 두루 삼천대천세계를 비추니, 백억 일월이 모두 캄캄한 어둠덩어리처럼 광명이 나타나지 아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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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신보살품(大身菩薩品)

 

여기서 동쪽으로 수없는 아승기 항하 모래 수 불토의 미진(微塵) 불찰(佛刹)만큼 떨어진 곳에 세계가 있는데, 이름이 의락미음(意樂美音)이며 부처님 호는 허공등(虛空等) 여래(如來)응공(應供)등정각(等正覺)이었다. 세상을 가르쳐 일러주시는 제일 성문 보살이 있었으니 그 이름은 대신(大身)이었다.

선남자야, 서쪽에 세계가 있으니 이름이 사바이며 부처님 호는 석가모니 여래응공등정각이시다. 멸도에 임하여 이 국토에 향기 나는 음식이 가득하니 그 향기가 삼천대천세계에 사무쳤다. 아울러 나도 마음으로 저 대중들에 나타내었으니, 저 여래께서 나의 밥을 받으시고 나서 반드시 열반에 드실 것이다. 온갖 보배 상장(牀帳)의 공양구를 가지고 저 여래께 바쳤으니, 너희들 모두 의심나는 것을 물으라.”

이때 대신보살이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오른쪽으로 돌고 나서 합장하여 가르침을 받고 수없는 아승기 보살마하살들과 함께 이 사바세계를 향해 왔다. 이에 삼천대천세계의 땅이 크게 움직이니 모여 있던 대중들 제석범천사천왕마왕아수라 및 힘센 천상 사람들이 땅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으며, 각각 몸을 보니 광명이 나타나지 않고 모두 캄캄한 어둠과 같았다.

그때 대중들이 모두 놀라 일어나자 문수사리(文殊師利)동자가 제석범천세상을 보호하는 마왕들과 여러 천왕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두려워하지 말라. 그대들은 두려워하지 말라. 여기서 동쪽으로 수없는 아승기 항하의 모래 수 같은 국토의 미진 불찰만큼 떨어진 곳에 세계가 있으니, 이름이 의락미음이며 부처님 호는 허공등 여래응공등정각이시다. 제일 성문과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사바세계에 가면 부처님이 계시니 이름이 석가모니 여래응공등정각이시다. 멸도에 임하려 하니 저 부처님과 비구스님들께 밥을 공양올리고 너희들 스스로 의심나는 것을 여쭈어라. 바로 그때 대신보살이 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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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오른쪽으로 돌고 나서 합장하여 가르침을 받고 무앙수(無央數) 아승기 보살마하살들과 함께 이 사바세계에 와서 몸에서 광명을 놓으니, 이 때문에 그대들의 광명이 모두 가려져 나타나지 아니하였으며, 저 허공등 여래응공등정각께서 세존께 공양하려고 보살을 보내왔다.’

너희들 모두 따라 기뻐하라.”

그때 제석천왕과 범천왕 그리고 여러 대중들이 다시 탄식하며 말했다.

어찌 그리 괴이한가? 세상이 텅 비는구나. 여래께서 오래지 않아 열반에 들려 하시니 어찌 이리 빠른가? 세상의 눈이 사라지려 하는구나.”

모두 다 소리를 지르며 슬피 울부짖고 통곡하였다.

그때 저 대신보살마하살이 한량없는 아승기 보살들과 함께 의락미음 불토로부터 각각 온몸에 큰 광명을 놓으며 사바세계로 왔다. 그러자 대신보살의 온몸의 털구멍 광명이 변하여 갖가지 온갖 종류의 연꽃이 되고 낱낱의 연꽃 위에 780만의 성이 있었다. 높고 넓게 꾸민 성이 일곱 겹이며, 성이 각각 7보의 염부단금(閻浮檀金)으로 적을 물리치는 것을 만들었다. 그 적을 물리치는 것 위에 보배나무를 나열해 심었고, 그 나무들이 모두 보배연꽃 열매를 자라게 했다. 나무 사이에는 금으로 된 줄이 비단처럼 이어졌으며, 7보의 그물이 나무 밖에 겹으로 쳐졌고 미풍이 불 때 5()의 소리가 났다. 그 소리는 마치 천상의 음악처럼 부드럽고 청아하였다. 백성들은 안온하고 즐거웠으며 자유로웠다. 성 밖으로 7보의 못이 빙 둘러 에워쌌는데 8공덕수가 맑게 가득 찼었다. 차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은 깨끗한 물에 네 가지 7보 연꽃이 자라니 크기가 수레바퀴와 같았다. 푸르고 노랗고 붉고 흰 오색의 빛이 눈부셨고, 7보의 배를 타고 그 가운데를 놀며 다녔다. 또 성 안에도 목욕하는 못이 있었다. 네 가지 연꽃이 크기가 수레바퀴 같았으며, 못 가의 사방으로 오색이 아름다웠고, 그 못 사방은 황금과 백은, 유리와 파리(頗梨)로 각각 한 면씩 보배 빛이 서로 비치었다. 옥으로 된 바닥에 금모래가 깔렸으며 못마다 열여덟 개의 황금 사다리가 있고, 온갖 보배로 아름답게 사다리가 꾸며졌다. 계단 중간은 모두 염부단금으로 되었고, 길가에는 파초나무가 줄지어 심어져 있었다. 천상의 꽃인 우발라와 발담마와 구모두와 분다리꽃이 수레바퀴처럼 크게 피어 못 위를 덮고 있고 온갖 종류의 새들이 그 속에 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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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다. 그 못의 위쪽엔 갖가지 천상 향화수(香華樹)들이 있어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 못 위에 흩어지면 그 물의 맑은 향기가 천상의 전단(栴檀)과 같았다.

그 성 안팎으로 84천 대왕이 있었는데 왕들마다 각기 한량없는 부인과 채녀들을 거느리고 5욕을 스스로 즐겼다. 백성들의 집은 각기 4유순이며 일곱 겹으로 된 담장이 모두 7보였고 또한 각각 원관(園觀)과 못이 있어 5욕의 쾌락을 마음대로 즐기지 않는 왕이 없었다.

그곳의 땅은 부드럽고 오색의 꽃들이 여기저기에 피었으며 천상의 향기가 풍겼다. 또 그곳에는 성문이나 연각의 이름이 없고 순전히 대승(大乘) 하나뿐이었다. 꽃마다 위에 대왕이 사자좌에 앉아 있었는데 보배 책상이 발을 받치고 있었고, 온갖 보배 장막이 위를 덮고 있었다. 대승법으로써 중생들을 교화하고 제도하니 중생들이 모두 꽃 위에서 대승을 들었으며 써서 지니고 외워 생각하며 말한 대로 수행하였다. 대신보살의 털구멍 광명이 신통변화를 일으킨 것처럼 나머지 보살들도 그러하였다.

그때 여러 중생들이 아무런 즐거움이 없이 다만 근심과 괴로움으로 슬피 울면서 길을 따라 점차로 구이(拘夷) 대성으로 가며 서로서로 말했다.

그대들은 이 천상 사람들이 공양 올리는 특수한 일을 보았는가? 여러 곳에서 온 보살들도 공양구를 갖추니 온갖 맛있는 음식이 싱싱하고 깨끗해 향기롭고 아름다움은 비유할 수 없도다.”

대신보살이 여러 권속들과 더불어 몸의 털구멍에서 보배 연꽃을 내어 음식을 싸서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드리니, 그 음식의 향기가 널리 삼천대천세계에 풍겼고 향기를 맡은 중생들은 번뇌가 모두 없어졌다. 연꽃 보배 장막과 번기와 꽃 일산의 일체 공양구들을 비유할 수 없었다. 본래 있던 나라로부터 이 땅으로 오매 허공을 타고 이르는 것이 마치 높은 누대와 같아 일체 중생이 보지 못하는 이가 없었다.

대신보살과 여러 권속들이 천상의 공양보다 배나 능가하는 많은 공양구를 베푸니 여래의 광명을 제외한 범천과 제석의 천상 광명이 가려져 나타나지 않았다. 여러 보살들의 몸의 털구멍에서 모두 연꽃이 비 내리듯 쏟아져 내리고 그 꽃의 향기가 널리 삼천대천세계에 풍겼으며 그 향기를 맡은 이들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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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죄업의 때가 소멸되고 보리심을 내었다. 대신보살의 몸이 크고 한량없어 온 허공에 꽉 차니 부처님을 제외한 누구도 헤아릴 수 없었다. 머리를 조아리며 음식과 온갖 공양구를 받들어 바치고 한쪽에 머물렀다.

남쪽 세계에서 온 여러 보살들도 그들의 몸 털구멍에서 보배 연꽃을 내었다. 염부제에서와 같이 연꽃 위로부터 7보의 성이 일어났는데 앞의 동쪽 세계의 보살들이 한 것보다 곱절로 뛰어났다. 동쪽과 서쪽 세계에서 온 보살들도 털구멍에서 나온 연꽃이 사천하와 같았다. () 등 온갖 공양구는 앞의 것보다 곱절로 뛰어났다. 북쪽 세계에서 온 보살들의 털구멍에서 나온 연꽃은 소천세계와 같았으며 성곽, 못 또한 앞의 것보다 곱절로 뛰어났다. 나아가 시방세계에서 온 한량없는 아승기 보살들도 모두 대신보살처럼 몸이 허공에 가득하였고 털구멍의 연꽃이 삼천대천세계와 같았으며 갖가지 꽃과 온갖 공양구를 비 내리듯 쏟아 내려 여래를 제외한 그 몸의 광명이 모인 대중을 모두 가렸다. 머리를 조아려 받들어 바치고 한쪽에 머물렀다.

그때 견고림 주위가 큰 길상(吉祥)이 넘치는 땅이 되어 빙 둘러 서른두 줄의 자리가 펴졌다. 장소는 협소하였으나 여러 보살들의 큰 몸과 한량없는 천상과 세상의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도 비좁지 않았다. 바늘 끝같이 자리해 있었으며 털끝같이 자리해 있었으며 가는 털끝같이 자리해 있었으며, 가는 티끌같이 자리해 있으면서 몸의 크고 작음을 따라 각기 자리하여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다. 이에 시방의 미진수 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을 하고 신통변화가 희유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각기 힘대로 앞에 한 것과 같이 공양을 베풀었는데 그때 염부제의 대가섭존자의 권속과 아난존자의 권속과 아사세왕의 권속을 제외한 그 나머지 중생들이 모두 와 모였다.

그때 독사와 독을 쏘는 여러 나쁜 곤충류들과 악귀나찰잡된 주문을 하는 벌레들이 다 자비로운 마음을 내어 서로 해치지 아니하고 외아들을 보듯이 하였다. 오직 일천제(一闡提)의 무리들만 제외되었다.

그때 부처님의 위신력 때문에 이 삼천대천세계의 땅이 모두 부드러워져 언덕과 구렁과 모래와 자갈과 가시밭과 독한 풀들이 없어졌으며, 온갖 보배로 장엄한 것이 마치 서방의 극락국토와 같았다. 이때 천인과 인간 아수라들이 시방의 티끌 같은 수의 부처님 세계를 다 보니, 그 가운데 있는 것들이

 

[20 / 210]

모두 눈앞에 거울 속의 물상을 보는 것 같았다. 그때 여래께서 입으로부터 갖가지 광명을 놓으니 휘황하게 밝고 빼어나 와 모인 자들의 몸의 광명이 가려져 나타나지 아니하였다. 일체 중생들이 머리를 조아려 은근히 청하자 광명이 일을 마치고 도로 입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천인과 아수라들이 크게 두려워 몸의 털이 서자 서로 말했다.

여래의 광명이 두루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를 비추더니 할 일을 마치고 도로 입으로 들어가 더 이상 일이 없네. 이는 반드시 마지막 열반에 드실 모습이리라. 천인들이 받들어 공양을 바쳐도 받으시지 아니하네. 어찌 이리 괴이한가? 네 가지 공덕의 싹이 하루아침에 시드는구나. 거룩한 지혜의 햇빛이 이제 길이 사라지고 자비의 보배 배가 이에 침몰하는구나. , 통탄스럽도다. 중생의 희망이 끊어지도다.”

슬피 소리치며 통곡을 하고 피눈물을 비 오듯이 흘렸는데, 마치 큰 구름이 널리 세계에 비를 내리는 듯하였다. 다른 여러 대중들도 슬피 울며 통곡하면서 이와 같이 눈물을 흘렸다.

 

 

3. 장자순타품(長者純陀品)

 

그때 모인 대중 가운데 구이성의 장자가 있었다. 이름이 순타(純陀)5백 장자의 아들과 함께 위의를 가지런히 하고 모임의 대중들이 다 이미 와 모인 것을 관찰하고 다시 의복을 정돈하여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마음에 근심과 슬픔을 품었다. 해가 처음 돋아서 비칠 적에 푸른 나뭇잎의 붉은 잎맥이 다 나타나듯이 저 장자도 그러했다. 온몸에 피가 나도록 눈물을 비 내리듯 흘리고 백천 바퀴를 돌고 합장하여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하옵나니 세존이시여, 여러 대중들과 함께 저희들의 마지막 공양을 받으소서. 마땅히 저와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모두 해탈을 입게 하소서. 비유하면 밭에 곡식 심는 가난한 사람이 봄날에 밭을 갈고 씨를 뿌리며 하늘의 비를 바라는 것처럼 이제 저희도 그와 같아 몸과 입과 뜻으로 번뇌의 때를 걱정하여 비로소 싫어 여의려는 생각을 하니, 원하옵건대 세존께서 여러 대

 

[21 / 210]

중들에게 법의 비[法雨]를 베풀어 주시고 저희들의 청을 받으셔서 가뭄으로 마른 밭에 자비의 비를 입게 하소서.”

그때 세존께서 일체의 것을 아는 지혜로 일체의 때를 알고 순타에게 말씀하셨다.

여래응공등정각이 여러 대중들과 더불어 마땅히 네가 청하는 마지막 공양을 받으리라.”

그때 천상 사람과 인간세상 사람과 아수라들이 여래응공등정각께서 장자 순타의 마지막 공양을 받으신다는 말을 듣고 모든 대중들이 속으로 기뻐하면서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일찍이 없었던 일을 찬탄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순타 장자여, ()과 원()이 가득하여 매우 기특하도다. 순타여, 인도(人道) 중에 태어나는 것이 얻기 어려운 이익이거늘 네가 이미 얻었으니, 우담발화와 같이 세상에 희유하도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함도 이에 만나기 어려우며 믿는 마음 얻기도 어려우며 법을 듣기도 또한 어려우며 부처님 열반에 임하여 마지막 공양을 올림은 다시 저것들보다 어려우니라. 또 순타여, 비유하자면 봄의 보름밤에 한 점 구름 없이 맑고 깨끗한 둥근 달을 모든 중생들이 우러러보지 않음이 없는 것처럼 너도 또한 이와 같으니, 여래응공등정각께서 여러 대중과 더불어 너의 마지막 보시바라밀을 받으려 하시니, 훌륭하도다. 순타여, 이런 까닭으로 너를 달이 차 보름달이 되어 모든 중생들이 우러러보지 않음이 없는 것과 같다고 하겠구나. 기특하도다. 순타여, 부처님의 참된 제자가 되었도다. 비록 인간에 태어났으나 이제 모두들 너를 하늘 가운데 하늘이라 할 만하다. 이런 까닭으로 우리들이 마땅히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다 같이 소리를 돋우어 찬탄하여 게송으로 말하노라.”

 

비록 인간에 태어났으나

하늘의 모습을 모두 갖추었네.

나와 모든 대중이

이제 마땅히 머리 조아려 청하노라.

 

 

 

[22 / 210]

만약 불쌍히 여겨 허락하려면

마땅히 마음의 원을 펴소서.

만약 중생들을 제도하려 한다면

응당 권청하소서.

 

오늘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고

사람 가운데 조어사(調御士)

뚜렷이 응하는 신통의 눈

한량없는 공덕의 모양이시네.

 

중생들을 위하여 애청하노니

열반의 방편 버리시고

하늘 가운데 하늘께서는 세상에 머무셔서

널리 감로법(甘露法)을 말씀하소서.

 

오랜 세월 나고 죽는 괴로움

이제는 안온을 얻게 하옵소서.

 

이때 순타 장자가 뛸 듯이 기뻐하였다. 마치 어떤 사람이 부모가 죽어 슬퍼 근심하며 묘 쓸 곳에 보내려 할 적에 홀연히 도로 살아난 듯하여 우러러 받들어 슬픔과 기쁨이 배로 커져 공경하는 마음이 되었다. 순타 장자와 여러 권속들이 이렇듯 뛸 듯이 기뻐하며 오체(五體)를 땅에 던져 손을 모아 합장하고 게송으로 말했다.

 

좋을시고. 나 지금 큰 이익 얻어

사람 가운데 묘과(妙果)를 다 이미 얻었거니.

좋을시고. 나 지금 큰 이익 얻어

길이 지옥의 악취문(惡趣門)을 닫아 버렸네.

 

 

 

[23 / 210]

좋을시고. 나 지금 큰 이익 얻어

세상에 태어나 무상과(無上果)를 만났거니.

마치 모래 속에서 오묘한 보배 구한 듯이

홀연히 금강의 큰 기쁨을 만났도다.

 

좋을시고. 나 지금 잘도 여의었네.

있는 곳곳마다 축생취(畜生趣)를 모두 여의었네.

좋을시고. 나 지금 큰 이익 얻어

우담발화와 같은 굳은 믿음 얻었네.

 

좋을시고. 나 지금 잘도 여의었네.

아귀간탐기갈고통 모두 여의었네.

좋을시고. 나 지금 큰 이익 얻어

저 언덕에 이르는 보시도(布施度)를 얻었네.

 

이제부터 길이 악취(惡趣)를 닫아

아수라왕마저 끝내 여의었네.

좋을시고. 나 지금 큰 이익 얻었으니

여래께서 세상에 나심은 만나기 어렵다네.

 

우담발화 만나듯 지금 만나니

겨자씨가 바늘 끝에 맞힌 것 같네.

좋을시고. 나 지금 잘도 여의었으니

사천왕의 상견(常見) 생각으로 헤아리네.

 

좋을시고. 나 지금 큰 이익 얻어

법왕의 큰 보배를 지금 모두 보았네.

욕천(欲天)의 열 군데 태어나는 곳도

분명히 알아 물들지 않네.

 

 

[24 / 210]

좋을시고. 나 지금 큰 이익 얻어

만나기 어려운 세상 영웅 받들어 뵈오니

겨자씨를 바늘 끝에 맞힌 것처럼

부처님 만나기 이보다 더 어렵다네.

 

삼계(三界)를 다하고 25()를 다해도

바늘 끝의 비유가 역시 그렇네.

좋을시고. 나 지금 큰 이익 얻어

여래를 만나 원을 만족하네.

 

일체의 흉악한 것 꺾어 없애고

한량없는 어리석음과 무지의 도적을 모두 없앴네.

좋을시고. 나 지금 큰 이익 얻어

태어나 때를 여읜 연꽃 같은 높은 이를 만났네.

 

좋을시고. 나 지금 길이 여의었네.

파도가 넘쳐대는 나고 죽는 바다를

좋을시고. 세상에 태어나 여래 만나니

바다에 눈먼 거북이 뜬 나무 만난 것 같네.

 

좋을시고. 나 지금 길이 여의었네.

나고 죽는 큰 바다 눈먼 거북 같은 의혹을

좋을시고. 나 지금 큰 이익 얻어

세상에 있지 않던 견줄 데 없는 것 얻었네.

 

천인(天人)들이 애청해도 모두 받지 않으신 것,

청하기 어려운 보배 나 지금 얻었네.

좋을시고. 나 지금 큰 이익 얻어

천인 아수라가 받드는 바이네.

 

 

[25 / 210]

좋을시고. 이제야 법과(法果) 얻었네.

부처님[大仙]께서 나의 마지막 청을 받으셨네.

좋을시고. 나 지금 큰 이익 얻었네.

여러 천인들과 함께 권청했다네.

 

저 천인들의 좋은 음식 마다하시고

나의 거친 공양 애민하여 받으셨네.

좋을시고. 나 지금 큰 이익 얻어

천인들이 바치려는 공양 원() 못 이루었네.

 

이란(伊蘭)같이 거친 나의 공양을

여래께서 큰 자비로 애민하여 받으셨네.

여러 천상의 인민들과 아수라들이

근심하고 소리 내어 울며 머리 조아려 청하였다네.

 

여래께서 대비로 널리 애민하사

평등하게 중생 보기를 외아들과 같이하네.

가령 온갖 음식 공양 받지 않으셔도

원컨대 천인들을 불쌍히 여겨 멸도하지 마소서.

 

저 여러 천인들이 달리 구하는 것 없으니

오직 원하오니 여래께서 길이 세상에 머무소서.

수미산이 큰 바다에 있을 때

금강륜(金剛輪)이 안정되어 움직이지 않사옵고

 

산수(山水)가 비치어

장엄한 모습이 나타나듯이

여래께서 그렇게 큰 모임에 계셔서

법왕의 위광(威光)이 네 대중을 비추옵니다.

 

 

[26 / 210]

마치 짙은 구름이 온 세상을 어둡게 하였다가

햇빛이 나와서 어둠을 제거하듯

이제 천인들도 그러하오니

오랜 근심 슬픔 어리석음으로 캄캄합니다.

 

오직 원하노니 여래께서 오래 세상에 머무소서.

성인의 지혜 햇빛 모두 없어진대도

원하노니 큰 지혜 높은 이여, 길이 세상에 머무소서.

원하노니 길이 세상에 머무소서. 큰 영웅 선비시여.

 

저희들로 하여금 근심과 두려움을 여의게 하소서.

수미산이 안정되어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이때 세존께서 순타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느니라. 순타야, 부처가 세상에 나는 것을 만나기는 매우 어려우니라. 마치 바닷가 모래 속에 한 금강알[金剛粟]과 같으니라. 인간의 몸을 얻는 것도 어려우며 또 이보다 어려운 것이 부처를 만나는 것이며, 신심을 갖추기도 또한 다시 어려우니, 마치 눈먼 거북이 뜬 나무 구멍 만나는 것과 같으니라. 여래께서 열반에 들려 할 때에 마지막 공양을 올리는 보시바라밀을 만나기는 다시 저것들보다 어려우니, 우담발화가 한 번 나타나는 때와 같으니라. 이제 너 순타야, 근심하지 말고 괴로워하지 말고 마땅히 크게 기뻐하여라. 왜냐하면 반드시 이렇게 생각하여라. 오늘 여래께서 여러 대중과 더불어 내가 마지막 크게 베푸는 공양을 받으셨으니, 이것이 좋은 이익인 까닭에 당연히 기뻐할 것이니라. 이제 너 순타야, 여래가 길이 이 세상에 머물기를 청하지 말고 마땅히 세상이 모두 다 무상한 줄 관하여라. 일체 행의 성질도 무상할 뿐이니라.”

이때 세존께서 순타를 위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바로 세상에 오래 있다 하여도

 

 

[27 / 210]

마침내 돌아가 없어지고 마는 것

비록 장수천(長壽天)에 태어난다 하여도

목숨이란 또한 다하고 마는 것이니라.

 

일이 이루어졌다가는 모두 패하는 것이요

있던 것은 모두 마멸되나니

장사(壯士)도 늙어지면 부서지는 것이요

강한 자도 병들면 곤란 당하느니라.

 

인생은 모두 죽음 있으니

무상한 것들이 어찌 오래 가리오.

()도 없어지고 굳센 힘도 없어지며

또한 수명도 없어지느니라.

 

처자와 코끼리와 말과

돈과 재산도 모두 그러한 것

세상의 여러 친척과

권속 모두 헤어져 떠나가느니라.

 

삼계(三界)의 큰 공포와

더 나아가 악도의 고통뿐

이러한 것들 모두 돌아가 없어지나니

어찌 싫어하지 아니하리오.

 

태어나 죽는 모습 있다는 것은

이른바 부끄럽고 수치스런 법

항상하다 계교함에 속임을 당해

길이 존재한다 여기느니라.

 

 

 

[28 / 210]

시원하고 수승한 법이라야

멀리 공포를 여의며

또한 생사의

큰 근심을 여의느니라.

 

어지러운 마음의 어리석은 때

이것을 모두 없애버리면

한량없고 남음이 없는

미묘하고 수승한 적멸이니라.

 

그 뜻이 진실로 무상하여

5()으로 보호될 법이 아니며

다만 온갖 괴로움의 덩어리일 뿐

헛되고 거짓되어 견고하지 못하느니라.

 

견디지 못하고 참지 못하며

또한 항상 보존될 수 없는 것

이것들은 누에가 고치를 만들어

스스로 묶이는 것과 같으니라.

 

삼계 가운데를 윤회해

하나도 즐거운 곳 없어

오직 나고 늙는 고통과

병들어 죽는 큰 걱정뿐이니라.

 

뜻을 아는 자는 능히 보나니

수명은 밤낮으로 흘러

쇠멸하여 속이는 법이라

두렵기만 하여 잠깐도 즐거울 것 없느니라.

 

 

[29 / 210]

질병의 근심과 슬픔과 괴로움

이치가 아닌 것만 가득하나니

욕망의 불 바퀴 치연(熾然)히 돌고

온갖 환란 다투어 와 모이느니라.

 

지혜로운 자라도 길이 머물지 못해

이 큰 고통을 받고 마나니

5욕의 환란을 밝게 알지니

공덕의 이익이 아님이로다.

 

욕망을 여의어 탐하는 바 없으면

분명히 진실을 보게 되리니

이것이 해탈관이라

나고 죽음 버리는 것이니라.

 

해치고 원수 맺음 꾸짖다 보면

구경에 모든 유()를 버리는 것을.

이제부터 빨리 일체 것을 여의니

마치 땔나무가 다하여 치성한 불길이 꺼지는 것 같으니라.

 

묘색이 담연하여 항상 안온함이여,

쇠해 늙어 닳아 없어지지 아니하니

한량없는 병고가 핍박하지 못하고

수명이 길고 길어 마침이 없느니라.

 

가없는 고해를 다 이미 건너

시절과 겁수(劫數) 따라 옮기지 않네.

좋을시고. 여래는 삼계를 뛰어넘어

생사윤회에 다시 미혹하지 않느니라.

 

 

[30 / 210]

너희는 내가 길이 멸도한다고 보지 말라.

수미산이 큰 바다에 박힌 것 같으니라.

순타야, 내가 이제 마땅히 열반에 들면

평등한 정법에 길이 안락하리라.

 

지혜에 밝은 자가 이 뜻을 들으면

분명히 알아 슬퍼하지 않느니라.

나고 죽는 위태한 몸

미천한 지혜로 부처님을 추측해 헤아리지 말라.

 

내 몸은 진실로 안온에 처했으니

오직 천존(天尊)만이 능히 알리라.

 

이때 순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거룩하고 거룩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 못난 범부들이 여래 열반의 불가사의함을 알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저 대인(大人)들인 여러 보살들과 아라한들과 차이가 없습니다. 문수사리 동자와 아라한처럼 이들 가운데에 만약 최초로 계를 받으려는 이에게 계를 주어 스님 축에 들었다 하는 것처럼 저도 이제 못난 범부지만 그러합니다. 부처님의 위신력을 입어 한가지로 이들 크게 어진 대중 축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오래도록 세상에 계시기를 원하며 열반에 들지 마시기를 애타게 바랍니다.”

문수사리가 순타에게 말하였다.

그렇게 원하지 말라. 왜냐하면 마땅히 이렇게 관찰하라. 유위(有爲) 행법의 성품이 스스로 이러하나니, 이와 같이 관찰하는 자는 공한 지혜를 갖추리라. 정법을 구하고자 하려면 마땅히 이렇게 깨달아야 하느니라.”

순타가 대답하였다.

문수사리시여, 여래는 사람 가운데 가장 높고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며 이름이 응공(應供)이시니 어찌 행법(行法)이라 하겠나이까? 만약 행법이라면 났다 없어졌다 하는 법이니 마치 물거품이 금방 일어났다 금방 없어지는 것

 

[31 / 210]

과 같으며, 왔다갔다 유전하는 것이 수레바퀴와 같을 것입니다. 만약 여래께서 행법의 수에 든다면 마침내 인간과 천상의 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하늘 가운데 하늘도 아닐 것이며 응공도 아닐 것입니다. 문수사리시여, 그대는 어찌하여 듣지 못했습니까? 장수를 누리는 하늘이 있다는데 지금 여래께서는 백 살도 채우지 못하셨으니 무엇을 나고 죽는 법이라 하며, 인간과 천상의 위라 하며, 하늘 가운데 하늘이라 하며, 응공이라 하겠나이까? 문수사리시여, 비유하건대 어떤 사람이 고을의 주인이 되어 그 공훈을 따라서 점점 높은 지위에 옮겨가 뭇 사람이 공경하고 재력이 자재하다가 복을 누림이 이미 다하면 도로 빈천한 사람이 되는 것이 수없이 많듯이 만약 여래께서 행법의 수에 든다면 이와 같을 것이니, 사람 가운데 위도 아닐 것이며 하늘 가운데 하늘도 아니며, 또한 응공도 아니라 바뀌어 하열한 신분이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일어났다 없어지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까닭에 문수사리시여, 여래응공등정각께서 행법의 수에 든다 하지 마십시오. 또 문수사리시여, 알고 하는 말입니까, 모르고 하는 말입니까? 어떻게 망령된 생각으로 여래를 행법의 수에 든다고 하시겠습니까? 만약 여래께서 행법의 수에 든다면 삼계에 자재한 법왕이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어떤 왕이 용맹스럽고 힘이 세어 한 사람이 천 명을 당해내므로 사람들이 천 명의 힘센 장사를 당해내는 왕이라 부르니, 능히 천 명의 힘센 장사를 항복시키는 까닭입니다. 여래응공등정각도 또한 그러하나이다. 번뇌마(煩惱魔)와 음마(陰魔)와 사마(死魔)와 자재천마(自在天魔)를 항복시켜 이러한 여러 마군의 역사(力士)들의 교만을 모두 항복시키셨으니, 이런 까닭에 여래응공등정각을 삼계에 자재한 법왕이라 합니다. 만약 여래가 죽는 법이라 한다면 천 명의 역사를 대적하는 왕과 같은 실제 공덕이 없다 할 것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문수사리시여, 여래께서 행법의 수에 든다는 망령된 생각을 일으키지 마십시오.

또 문수사리시여, 비유하건대 어떤 거부 장자가 외아들을 낳았는데, 점쟁이가 점을 쳐 그 아들이 명()이 짧다 하자 부모가 듣고 마음에 크게 근심하고 슬퍼하면서 우리가 박복한 상을 집안에 두면 불길하다하여 명이 짧게 태어난 아들을 다시 사랑하여 소중히 여기지 않나니, 왜냐하면 천상 사람이

 

 

[32 / 210]

나 바라문 가운데 명이 짧은 자가 있으면 이들 같은 무리들이 스스로 명이 짧은 이를 사랑하지도 공경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문수사리시여, 만약 여래께서 세상 사람들의 수명과 같을진대 또한 세상 사람이 부모의 사랑과 공경을 받지 못하는 것처럼 여래응공등정각께서 행법의 수에 든다면, 또한 인간과 천상과 아수라들의 사랑하고 공경하는 바가 되지 못할 것이니, 바뀌어 변해짐을 보이는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일체 법이 쇠퇴하여 부서진다고 알고 보는 탓입니다. 중생들을 위하여 해탈의 가르침을 말씀하는 이가 이와 같은 뜻이라면 어떻게 바른 깨달음이라 하리오. 그러므로 문수사리시여, 여래께서 행법의 수에 든다는 망령된 생각을 일으키지 마십시오. 또 문수사리시여, 가난한 여인이 거처할 집도 없고 게다가 병까지 들어 거지로 구걸하러 다니다가 타지의 객사에서 아기를 낳자 그 객사의 주인이 쫓아내어 아기를 안고 길을 따라 풍요롭고 즐거운 나라로 가다가 도중의 길에서 피곤하고 궁핍한데 모기와 독충에게 몸을 뜯어 물렸으며, 항하수를 지나게 되자 아기를 안고 물을 건너다 물살이 급하여 아기를 놓치지 않으려 애썼으나 마침내 모자가 함께 빠져 죽었는데, 자애로운 마음으로 아기를 구하려 한 공덕으로 몸이 죽어 정묘천(淨妙天)에 태어난 것과 같습니다. 왜냐하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아기를 구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문수사리시여, 보살도 이와 같이 정법을 보호하려는 이는 여래에 대해 행법이라고 보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행법이라고 보는 이는 지혜의 눈이 멀어 세존에 대해 바르게 관찰하기가 불가능할 것입니다. 마땅히 여래께서 함이 있는 법으로 화현하여 중생들을 안락케 하는 것이 아닌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저 가난한 여인이 그 아기를 구하매 목숨을 아끼지 아니했기 때문에 정묘천에 태어났듯이 법을 보호하는 보살도 그러할 것입니다. 능히 여래는 함이 있는 법이 아니라 오래 있는 법이며, 오래 머무르는 법인 줄 알면 이로 인해 법을 보호하여 현재의 법의 열매를 얻어 속히 해탈을 이룰 것입니다.

또 문수사리시여, 비유컨대 어떤 장부가 먼 길을 가 남의 집에 들려 몹시 피곤하여 누웠는데 갑자기 큰 불이 일어나 이 집을 태우자 깜짝 놀라 불이 타 그 몸에 붙어 오는 것을 보고 불길을 벗어나려 하나 옷이 다 타버려 알몸이 부끄러워 불난 집을 나가지 못하고 마침내 타 죽고 말았으나 부끄러워한

 

 

[33 / 210]

공덕으로 몸이 부서져 목숨을 마치고 8만 번을 삼십삼천왕으로 태어나고 다시 십만 번을 범천왕으로 태어나고서 인간에 와 태어나서 항상 전륜성왕이 되어 악취에 떨어지지 않고 길이 안락에 처했으니 부끄러워한 까닭에 이와 같이 되었습니다.

문수사리시여, 여래의 방편행도 저 장부가 부끄러워하다 죽은 것과 같은 줄 알아야 할 것이니, 어찌 외도가 사견(邪見)을 익힌 것과 같겠습니까? 계를 지키는 비구가 함이 없는 여래에 대해 함이 있다는 생각의 알음알이를 지어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여래에 대해 함이 있다는 생각을 하는 이는 아비지옥을 항상 자기 집으로 삼는 이인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때문에 여래에 대해 함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능히 여래에 대해 함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 이라야 이로부터 지혜의 큰 바다를 건너 죽음의 미혹한 바가 되지 않을 것이니, 이것이 매우 깊은 지혜로 건너감을 성취하는 것입니다. 이 지혜의 열매는 빨리 여래의 상호를 구족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때 문수사리가 순타에게 말했다.

훌륭합니다. 선남자여, 마땅히 그렇게 알아야 하겠습니다. 여래께서는 항상 머물러 함이 없으며 변하여 바꿔지는 법이 아니니, 그대 선남자여, 이런 지혜가 있는 이는 또한 능히 부처님께서 함이 있음을 덮어 가리고 방편으로 시현하는 것처럼 그대가 이제 오래지 않아 마땅히 불도를 이루리니, 이러한 수승하고 미묘하며 기특한 공덕은 오직 부처님세존만이 찬탄해 말할 수 있습니다. 또 순타여, 보시와 법보시를 때를 맞춰 해야 하나니, 일체 보시를 넘어 으뜸이 되는 것은 때를 맞춰 보시하는 것입니다. 만약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가 먼 길을 가고 오다가 길에 있을 적에 힘을 따라 필요로 하는 것을 빨리 갖게 할 것이니, 이것은 보시바라밀의 종자가 큰 과보를 내는 것입니다. 순타여, 그대가 지금 힘대로 능히 부처님과 스님들께 마지막 공양을 베풀려거든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세존께서 열반에 드실 때가 이르고 있습니다.”

순타가 대답했다.

문수사리시여, 어찌 번거롭게 이 보잘것없는 음식을 재촉하십니까? 여래께서 어떻게 이런 음식을 기다리겠습니까? 여래께서 6년 동안 도수(道樹)

 

 

[34 / 210]

아래에 계시면서 시행하기 어려운 고행을 하실 적에 날마다 마미(麻米)를 먹어 몸을 지탱하셨거늘 하물며 이제 잠깐을 어찌 능히 견디지 못하겠습니까? 그대는 여래께서 이 음식을 받으시리라 여기십니까? 여래의 법신은 더러운 음식을 드시는 몸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때 세존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순타가 한 말이 진실한 말이니라.”

또 순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큰 지혜를 이루어 대승을 밝게 알았느니라.”

문수사리가 순타에게 말했다.

그대가 이제 여래를 칭송하니 여래께서 생각하실 것입니다.”

순타가 답했다.

여래께서 어찌 치우친 생각을 하시겠습니까? 일체 중생들을 모두 평등하게 생각하시나니, 그대는 뒤바뀐 생각으로 말하지 마십시오. 생각나는 것을 생각한다는 것은 이 둘이 모두 행법이라 할 것입니다. 무릇 사랑하여 생각한다는 것은 마치 젖소가 비록 배고프고 목이 말라 물과 풀을 찾아다니다가 찾거나 찾지 못하거나 홀연히 새끼가 생각나면 빨리 돌아오는 것과 같습니다.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는 이러한 생각이 없으시므로 일체 중생들을 보기를 외아들과 같이 하십니다. 이것이 지혜로 부처님의 경계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또 문수사리시여, 비유하건대 코끼리와 말이 끄는 보배수레가 빠르고 더딤이 같지 않듯이 이처럼 우리들의 아홉 부류의 승()이 능히 똑같이 여래의 지혜를 묻지 못합니다.

또 문수사리시여, 비유하건대 금시조(金翅鳥)가 하늘 높이 날아 큰 바다를 지나면서 그림자가 물 가운데 장대하게 나타나지만 물은 그림자의 크고 작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과 같으며, 영아(嬰兒)의 병은 큰 약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순타여, 말대로 그러합니다. 내가 여러 보살들을 위하여 매우 깊은 부처님의 공덕에 대해 말을 그렇게 했을 뿐입니다.”

 

 

[35 / 210]

그때 세존께서 입으로 갖가지 색깔의 광명을 놓으니, 문수사리동자가 이 광명을 보고 여래께서 열반에 드실 때가 이른 것을 알고 장자 순타에게 말했다.

그대가 여래께서 열반에 임하면 마지막 공양을 올리려 했으니, 때가 이미 이르렀습니다. 반드시 어서 베푸심이 마땅합니다. 순타여, 여래께서 광명을 놓으시는 것은 일 없이 그러시는 게 아니라 뜻이 있는 줄 아십시오. 속히 하여 때를 놓쳐 따버린 꽃이 되게 하지 마십시오.”

장자 순타는 잠자코 있었다.

부처님께서 순타에게 말씀하셨다.

여래가 잠시 후 열반에 들 것이다. 네가 스님들께 공양 올리려는 것은 지금이 바로 때이다.”

이와 같이 두 번 세 번을 말하자 순타는 슬퍼서 소리를 높여 탄식하며 말했다.

어찌 이리 괴이합니까? 세상이 텅 비려 합니다. 여래께서 가시다니.”

슬피 울부짖으며 눈물을 흘리면서 다시 여쭈어 오래 머무시기를 애원하고 청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순타야, 너는 울지 말고 스스로 마음을 어지럽게 하지 말라. 마땅히 바르게 사유하여 아지랑이와 같으며 파초와 꿈허깨비번갯불굽지 않은 그릇과 같아 견실하지 않음을 관찰하여라. 함이 있는 것들은 재앙과 환난의 집인 줄 알아야 하느니라.”

순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께서 세상에 계시지 않으려 하시니 세상이 텅 비는 것 같습니다. 저희들이 어찌 울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순타여, 이제 내가 너와 모든 중생들을 불쌍히 여기면서 열반에 들려 하니 부처님들이 으레 이러하고 함이 있는 법의 성품도 또한 그러하니라. 너는 모든 함이 있는 행법에 대해 마땅히 내가 옛적에 말한 무상하다는 게송과 괴롭다는 게송과 공하다는 게송과 내가 아니라는 게송을 생각하여라. 나는 이 몸이 재앙과 환난이라는 게송을 말했으며 물 위에 거품이 생겼다 없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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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 같다는 게송을 말했느니라. 평범한 사람의 법과 같이 슬퍼하지 말라.”

순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진실로 여래께서 방편으로 열반하심을 알겠습니다. 저는 짐짓 슬퍼하거나 괴로워하지 않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순타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선남자야, 여래가 방편으로 열반함을 아는구나. 부처가 가는 길은 큰 바다를 건너는 것과 같아서 오래 살며 오래 살지 못하며 일어나는 법이며 소멸하는 법이며 허깨비 같은 법이며 방편법이며 때와 때 아니며 성()이며 성 아닌 이러한 것들을 모두 건너버린 줄 알아야 하느니라. 순타야, 네가 빨리 3()의 바다를 건너려거든 어서 천상과 인간아수라들이 싼 공양구를 베풀어 공양 올려라. 이제 마땅히 최후의 공양을 하여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나로부터 움직이지 않는 기쁨을 얻게 하리라. 너와 나머지 사람들이 좋은 복전을 만났으니 네가 여래등정각에게 베푼 보시바라밀은 어려움에 머물지 않게 할 것이며, 또한 마땅히 스스로 여래의 복전(福田)을 이루리라.”

그때 순타 장자가 일체 중생을 제도하고자 머리를 숙여 울면서 눈물을 흘리니, 마치 비가 내리는 것과 같았으며 해가 돋아 비출 적에 푸른 나무 잎의 붉은 잎맥이 다 나타나듯이 순타 장자도 그러했다. 피눈물을 함께 흘리며 부처님께 아뢰었다.

, 세존이시여, 이제 가르치신 대로 하겠습니다. 그러나 여래께서 열반에 드시는 깊은 뜻을 저희 범부의 가는 소견으로는 헤아리지 못하겠사오며 또한 성문이나 연각도 모르는 바이니, 오직 부처님세존의 지혜 경계이기 때문입니다.”

그때 순타와 그의 권속들이 일체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부처님 발에 절하고 오른쪽으로 돌고 나서 향을 사르고 꽃을 흩어 부처님께 공양올리고 아울러 문수보살에게 공양드렸다. 음식을 마련하여 공양하고 그의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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