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

화엄경의 법계연기

통융 2018. 8. 27. 13:48

화엄경(華嚴經)》은 부처님인 여래를 설명하는 경이다. 문수와보현이 나타내는 모든 것이 다보와 석가여래인 부처라는 말이다.  

진여의 법계가 인연법으로 부터 나타나고 사라진다.

세존이 이 경의 교주(敎主)인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과 한몸이 되어 광채를 발하고 있고, 보현보살과 문수보살을 비롯한 수많은 보살들이 장엄한 비로자나불의 세계를 온갖 보살행으로 드러내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깨달음을 구하려고 발심(發心)한 중생이 곧 보살이다. 비로자나(毘盧遮那)는 ⓢvairocana를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이고, 진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 우주 그 자체를 뜻한다. 그러니까 이 비로자나불의 세계를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바로 《화엄경》의 보살행이다.

이 《화엄경》을 바탕으로 해서 당(唐)의 현수 법장(賢首法藏, 643~712)이 화엄(華嚴)학을 체계적으로 정립했다. 화엄종의 제1조는 두순(杜順, 557~640)이고, 제2조는 지엄(智儼), 제3조가 현수 법장이다. 화엄학의 핵심은 법계연기(法界緣起)이다. 즉, 모든 현상은 함께 의존하여 일어나, 걸림 없이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이고 서로가 서로를 비추면서 끊임없이 흘러가는 장엄한 세계라는 관점이다. 이 법계연기를 4법계(法界) · 10현연기(玄緣起) · 6상(相) 등으로 설명한다.

4법계

이 우주를 현상과 본체의 두 측면에서 관찰하면 네 가지로 파악된다는 것이다.

① 사법계(事法界) : 낱낱의 차별 현상을 말한다. 사(事)는 ‘현상’을 뜻한다. 낱낱 현상은 인연으로 화합된 것이므로 서로 구별된다.
② 이법계(理法界) : 모든 현상의 본체는 동일하다. 이(理)는 ‘본체’를 뜻한다.
③ 이사무애법계(理事無礙法界) : 본체와 현상은 둘이 아니라 하나이고, 걸림 없이 서로 의존하고 있다. 마치 물이 곧 물결이고, 물결이 곧 물이어서 서로 걸림 없이 융합하는 것과 같다. 일체는 평등 속에서 차별을 보이고, 차별 속에서 평등을 나타내고 있다.
④ 사사무애법계(事事無礙法界) : 모든 현상은 걸림 없이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이고, 서로가 서로를 비추면서 융합하고 있다. 이것이 곧 화엄의 무궁무진한 법계연기(法界緣起)이다. 일체의 대립을 떠난 화합과 조화의 세계이고, 걸림 없는 자재한 세계이다. 이것이 비로자나불의 세계이고, 화엄의 보살행은 이 사사무애의 세계를 드러내고 있다.

10현연기

법계연기를 열 가지 방면으로 설명한 것으로, 10현문(玄門)이라고도 한다.

① 동시구족상응문(同時具足相應門) : 낱낱의 현상은 동시에 서로 원만히 조화를 이루고 있다.
② 광협자재무애문(廣狹自在無礙門) : 모든 현상에 넓음과 좁음이 있으나 서로 자유롭고 걸림이 없다.
③ 일다상용부동문(一多相容不同門) : 하나와 많은 것이 서로 융합하면서 각각의 특징을 잃지 않는다.
④ 제법상즉자재문(諸法相卽自在門) : 모든 현상의 본체는 서로 자유롭다.
⑤ 은밀현료구성문(隱密顯了俱成門) : 숨은 것과 드러난 것이 함께 이루어져 있다. 즉, 하나가 많은 것을 포섭하면 하나가 드러나자 많은 것이 숨고, 많은 것이 하나를 포섭하면 많은 것이 드러나자 하나가 숨는다.
⑥ 미세상용안립문(微細相容安立門) : 미세한 현상이 다른 현상에 포용되고 또 다른 현상을 포용하면서 서로 질서정연하다.
⑦ 인다라망경계문(因陀羅網境界門) : 인다라(因陀羅, ⓢindra)는 제석(帝釋)을 말한다. 제석의 궁전에 걸려 있는 보배 그물의 마디마디에 있는 구슬이 끝없이 서로가 서로를 반사하고, 그 반사가 또 서로를 반사하여 무궁 무진하듯이, 모든 현상은 서로가 서로를 끝없이 포용하면서 또 포용된다.
⑧ 탁사현법생해문(託事顯法生解門) : 마치 나무를 보고 장엄한 우주를 느끼듯, 한 현상으로 무궁무진한 진리를 알게 된다.
⑨ 10세격법이성문(十世隔法異成門) : 과거 · 현재 · 미래의 각각에 3세(世)가 있어 9세가 되고, 이 9세는 한 생각에 지나지 않으므로 9세와 한 생각을 합하여 10세라고 한다. 따라서 한 생각이 한량없는 겁(劫)이고, 한량없는 겁이 한 생각이지만 10세는 또 각각 뚜렷이 구별된다.
⑩ 주반원명구덕문(主伴圓明具德門) : 모든 현상은 서로서로 주체가 되고 객체가 되어 모든 덕을 원만히 갖추고 있다.

6상

법계연기의 여섯 가지 상태이다.

① 총상(總相) : 여러 특성을 포함하고 있는 전체.
② 별상(別相) : 전체를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특성.
③ 동상(同相) : 여러 모습이 서로 어울려 이루어진 전체의 모습.
④ 이상(異相) : 여러 모습이 서로 어울려 전체를 이루면서도 잃지 않고 있는 각각의 모습.
⑤ 성상(成相) : 여러 역할이 모여 이루어진 전체의 역할.
⑥ 괴상(壞相) : 여러 역할이 모여 전체를 이루면서도 유지되고 있는 각각의 역할.

예를 들어, 얼굴의 특성을 총상이라 한다면 눈 · 귀 · 코 · 입 등의 특성은 별상, 눈 · 귀 · 코 · 입 등이 서로 어울려 얼굴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동상이라 할 수 있다. 또 눈 · 귀 · 코 · 입 등이 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이상, 눈 · 귀 · 코 · 입 등의 역할이 서로 의존하여 얼굴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성상이라 한다면 눈 · 귀 · 코 · 입 등이 각각 다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괴상이라 할 수 있다. 이 여섯 가지는 하나가 다른 다섯을 포함하면서도 여섯이 그 나름의 상태를 잃지 않고, 서로 걸림 없이 원만하게 융합되어 있다고 하여 ‘6상원융(六相圓融)’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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