禪.敎 같이 지대한 영향 끼쳐
무분별지〈無分別智〉로 깨달음 얻음 강조
신라 때 원효스님이 의상스님과 함께 당나라에 들어가려다 도중에 노숙을 하고 밤중에 갈증을 만나 해골물(水)를 마셨다는 설화가 있다. 이 때 원효스님이 독백을 했다는 유명한 말이 “마음이 생기니 가지가지 법이 생기고 마음이 없어지니 가지가지 법이 없어진다.(心生則種種法生 心滅則種種法滅)”이다.
그런데 이 말은 본래 <능가경>에 설해져 있는 말이다. <능가경(楞伽經)>은 대승불교의 후기에 등장한 경으로 알려져 있다. <반야경> <법화경> <화엄경> 등이 초기에 나왔고, <열반경> <승만경> <해심밀경> 등이 중기에 나왔다면 <능가경>은 그 뒤에 나와 앞에 나온 경전들의 사상을 종합적으로 융합해 있는 경이다.
특히 유식사상을 체계화하는 근거가 되었고, 여래장사상을 정리한 <대승기신론>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그리하여 <대승기신론>을 <능가경별신서>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구나발다라가 번역한 4권본과 보리유지가 번역한 10권본, 그리고 실차난타가 번역한 7권본의 세 역본이 있으나 4권본이 가장 원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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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가산(楞伽山)에서 설했다 하여 지명을 따서 경명을 붙였는데 능가산은 스리랑카의 동쪽에 있는 아담봉을 말한다고 보는 설도 있다. 경의 내용을 살펴보면 대혜(大慧)보살을 상대하여 문답식으로 경문이 전개되면서 대승의 전반적인 교의에 대한 언급이 있다.
.<대승기신론>의 내용이라 할 수 있는 여래장사상과 관계되는 일심을 의지한 진여와 생멸의 두 문에 대한 이야기와 팔식설(八識說)과 삼성설(三性說) 등 유식사상에 관계된 이야기가 나오며 또 <법화경>의 대의라 할 수 있는 일불승(一佛乘)을 강조한 이야기도 나온다. 뿐만 아니라 이 경은 한때 선경(禪經)으로 간주될 정도로 선에 관한 이야기도 설해져 있다.
네 가지 선의 이름이 나오며 성문(聲聞)이나 연각(緣覺)인 이승(二乘)과 외도들이 행하는 선을 어리석은 범부가 행하는 우부소행선(愚夫所行禪)이라 하였다. 법무아(法無我)를 관하는 선을 관찰의선(觀察義禪)이라 하였고, 망상이 일어나지 않는 진여의 경지에 입각한 선을 반연여선(攀緣如禪)이라 하였다. 그리고 여래의 지혜에 들어간 선을 여래선(如來禪)이라 하였다. 이는 달마스님이 처음 중국에 왔을 때 2조 혜가(慧可)에게 <능가경>을 전했다는 근본 뜻을 설명해 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선의 역사와 관련된 내용으로 <능가경>으로 심법을 전하고 초기선종을 능가종(楞伽宗)이라 불렀다는 말과 관계가 있다. 따라서 이 경은 선과 교에 다 같이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경이라 할 수 있다.
이 경은 부처님이 대혜보살에게 무분별지(無分別智)로 깨달음을 얻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생은 미혹하여 대상에 집착한다. 그러므로 과거로부터 쌓아온 습기(習氣)로 말미암아 모든 현상이 자신의 마음에 의하여 나타난 것임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의식의 본성에 의지하여 모든 현상이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나타난 것임을 철저히 깨닫는다면 집착하는 주체(能取)와 집착되어지는 대상(所取)의 대립을 떠나서 분별이 없는 세계에 이를 수 있다.”
결국 여래장설이나 무아설 등도 무분별의 세계에 이르는 방편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무분별지에 의한 작용이 성스러운 것이라 하면서 어느 경전보다 무분별지를 강조하고 이것을 체험해야만 부처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하였다. 이 경이 성립된 시기를 대략 4세기 초로 보며 우리나라 원효스님이 중국의 석학들보다 먼저 이 경을 중시하여 주소 등에서 많이 <능가경>을 인용하고 있다.
[불교신문2967호/2013년12월4일자]
지안스님/조계종 고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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