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가경>
부처님이 능가산에서 대혜(大慧)와 세존(世尊)이 질문하고 응답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경전으로 여래장사상(如來藏思想) 형성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불경으로
우리 나라에서 유통되고 있는 한역본(漢譯本)으로는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가 443년에 번역한 ≪능가아발타라보경 楞伽阿跋陀羅寶經≫ 4권과 보리유지(菩提留支)가 513년에 번역한 ≪입능가경 入楞伽經≫ 10권, 실차난타(實叉難陀)가 700∼704년에 걸쳐 번역한 ≪대승입능가경 大乘入楞伽經≫ 7권 등 세 가지가 있다. 신라 때에는 ≪입능가경≫이 가장 많이 유통되었고, 최근에는 7권본의 ≪대승입능가경≫이 많이 유통되고 있다.
이 경은 불교 여러 학파의 교설을 풍부하게 채택하여 혼합시켰으므로, 여러 교설들이 어떻게 종교적인 경험 속에서 결부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시되는 경전이다.
우리 나라의 불교와 관련지어 이 경전에서 특히 중요하게 지적되는 것은 중생 속에 감추어져 있는 여래가 될 수 있는 씨앗인 여래장과 아라야식(A-laya識)의 사상을 결합시켜서 만든 ≪대승기신론 大乘起信論≫의 선구적인 경전이 되었다는 점이다.
또한 선(禪)을 우부소행선(愚夫所行禪)·관찰의선(觀察義禪)·반연여선(攀緣如禪)·여래선(如來禪)의 네 가지로 구분하여 선의 역사에서 주목해야 할 자료를 제공하였으며, 우리 나라에서 채택된 후기 유식설(唯識說), 특히 호법(護法)의 유식설에 큰 영향을 준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 경에서 특히 강조되고 있는 중심사상은 무분별(無分別)에 의한 깨달음[覺]이다. 중생은 미혹(迷惑)으로 대상에 집착하기 때문에 과거로부터 쌓아온 습기(習氣)로 말미암아 모든 현상이 스스로의 마음[自心]에 의해서 나타난 것임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의식(意識)의 본성에 의지하여 모든 현상이 스스로의 마음이 나타낸 바임을 철저하게 깨닫는다면 집착하는 자[能取]와 집착하게 되는 대상[所取]의 대립을 떠나서 무분별의 세계에 이를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여래장설도 무아설(無我說)도 무분별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 방편이 된다고 한다. 또한 성스러운 지혜의 작용에 관해서 크게 강조하고 있으며, 무분별을 스스로 체험하는 철저한 깨달음에 의해서만 진리의 전개를 획득할 수 있다는 일관된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이 밖에도 오법(五法)·삼성(三性)·팔식(八識)·이무아(二無我) 등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이 경은 일찍이 선종(禪宗)에서 많이 채택되었는데, 중국 선종의 제1조인 달마(達磨)가 중요하게 여겼던 것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신라의 원효(元曉)가 중국의 많은 주석가들에 앞서서 이 경의 중요성을 발굴하여 널리 인용하였다.
이에 관한 원효의 주석서는 ≪능가경소 楞伽經疏≫ 7권과 ≪능가경요간 楞伽經料簡≫·≪능가경종요 楞伽經宗要≫ 각 1권 등이 있었으나 현존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현존하는 원효의 저술 속에는 이 경이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어 그 중요성이 입증되고 있다. 원효 이후 근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나라에서는 이 경이 크게 유통된 예는 없지만, 최근에는 그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 경전의 현존하는 판본으로는 해인사대장경 속의 것과 1636년에 경기도 용복사(龍腹寺)에서 간행한 ≪능가아발타라보경≫, 해인사에서 조선 후기에 판각한 ≪대승입능가경≫, 명나라 원가(員珂)가 회역(會譯)한 ≪능가아발타라보경회역 楞伽阿跋陀羅寶經會譯≫ 등이 있다.
중국 선종의 선구자인 달마대사가 2조 혜가 (慧可) 스님에게 전수했다는 경으로서 과 함께 선종에서 매우 존중되고 있다. 특히 다른 불교사상의 관련에 있어서 중요한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여래장(如來藏 ; 如來가 될 씨앗)사상과 아뢰야식(마음작용의 하나)사상을 결합시킨 후에 성립되는 사상의 선구를 이루고 있다. 둘째 8가지 마음의 작용(八識 ; 눈. 귀. 코. 혀. 몸. 뜻. 말나. 아뢰야)을 설하고, 세 가지 자성(自性) 즉 변계소집성(망상된 것, 妄有). 의타기성(인연이 만나 일어나는 것, 假有). 원성실성(완성된 것, 實有) 등을 밝히고 있는 점은 등 유식계통의 사상을 계승하면서 후기의 유식학설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셋째 깨달음으로 이끌기 위한 여러 가지 교법은 모두가 오직 일불승(一佛乘)을 위한 것이라고 설해 의 회삼귀일사상(會三歸一思想)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넷째 선(禪)을 어리석은 범부가 행하는 선, 뜻을 관찰하는 선, 진여를 생각하는 선, 여래의 선 등 네 가지로 구분하여 선에 있어서의 역사적인 자료를 제공해 주고 있다. 다섯째 특히 이 경이 강조하는 것은, 중생의 어리석음의 근원은 무한한 과거로부터 쌓아 온 습기(習氣)로 인해 모든 것이 오직 자기 마음의 드러난 바를 알지 못하고 일체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들 의식의 본성이며, 이것을 철저하게 안다면 주객관의 모든 대립을 벗어나 무분별의 경게에 이를 수가 있다는 것이다. 한역본으로는 담무참(曇無讖)의 (4권),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의 (4권, 일명 宋譯), 보리류지(菩提流支)의 (10권, 일명 魏譯), 실차난타(實叉難陀)의 (7권, 일명 唐譯) 등 4본이 있다. 이 중 담무참본은 현존하지 않는다. 이밖에 법성(法成)에 의해 번역된 티벳본 두 종류가 전해 온다. [다른설명] 스리랑카의 능가산을 배경으로 대혜보살을 상대로 설한 대승경전으로 반야 ·법화 ·화엄 등 대승경전에 나오는 여러 가지 사상을 종합하여 정리되어 있는데, 특히 오법(五法) ·삼성(三性) ·팔식(八識) ·이무아(二無我)이며 여래장 계통의 논서인 《대승기신론》은 이 경전의 내용에 주로 근거하였다. 이 경전은 여래장사상과 아뢰라식(阿賴耶識)과의 관계를 밝히고 있어 후기의 유식학설 중 호법(護法)의 학설에 영향을 주며 중생을 깨닫게 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불승(一佛乘)에 의지함이 최상이라고 하였다. 특히 번뇌의 근원은 무한한 과거로부터의 습관에서 오는 것으로, 모든 법은 오직 자기 마음의 비춤이라고 한다. 능가경의 중국 번역본은 3종류가 있는데 4권으로 된 구나발타라 역본, 10권 18품으로 된 보리유지 역본, 7권 10품으로 된 실차난타역이 전하며 산스크리트본도 남아 있다.
< 능가경 >
선종은 대승경전의 대승사상을 널리 흡수해서 시시때때로 적재적소에서 활용하였으며, 대승 경전 중 <능가경> <능엄경> <금강경> <화엄경> <기신론> <유마경> <법화경> <원각경> <열반경> 등은 선종에서 추앙하는 경전들이다. 비록 선종이 경전 문자를 의지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실 도처에서 경전을 근거로 선법을 펼치고 있으며 공안화두 역시 경전문구를 의지하거나 뜻을 변용 사용해왔다.
진정한 선법은 유식 중관반야 불성 여래장 화엄 등 사상을 여의지 않을 뿐더러, 이 사상들을 채용해서 사용하였기 때문에 선종은 어떤 의미에서 중국 기타 종파에 비해서 더 많은 경학 내용을 습득해야만 제대로 선법을 파악 할 수 있다. 이런 연유로 선종사상은 불교종합백과사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 예로서 법상종은 유식에 관해서만 연구를 하면 그만이지만, 선종은 상대적으로 고정적인 소의경전을 바탕으로 사상을 펼친 것이 아니다. 순간 기지를 발휘한 임기응변식 선법을 전개한 경향이 많다보니 방대한 사상을 산출하게 되었고, 송대를 주름 잡은 문자선의 기기묘묘한 선어(禪語) 출시는 더욱더 풍부한 선사상을 생산하였다. 아울러 송대를 기점으로 유행한 유불도 일치사상, 송-원-명으로 이어지는 선정일치(禪淨一致)도 역시 선법사상을 풍성하게 하는데 일조하였다.
선종에서 흔히 말하는 명심견성(明心見性)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유식에서 말하는 심식작용을 제대로 파악해야 확실하게 밝힐 수 있다고 한다. 본래청정한 심성이 어떻게 염오가 되고 어떻게 본래청정한 마음으로 회귀할 수 있는지, 번뇌 근원은 무엇이며 왜 생기는지 등등에 대해 설명하려면 원시 부파 대·소승불교 사상 등을 활용하지 않고는 선법을 전개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대소승 전체 사상은 선종과는 불가분의 관계가 성립될 수밖에 없다. 심성일여(心性一如) 시공원융(時空圓融) 범성동일성(凡聖同一性) 및 선종 종지를 요달하려면 불이법문을 이해하거나 화엄 원융사상 및 상즉(相即)관계 상호(相互) 연관성을 깊이 요지해서 터득하지 않고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때문에 선종에서 불이법문의 위치를 쉽게 간과해서도 안 될 것이다.
노자가 무위(無爲)를 말하지만, 사실은 유위(有爲)를 말하기 위한 무위를 말했듯이(無爲而無不爲), 선종의 불립문자는 모든 문자 및 사상을 파악하고 나서 그러한 사상에 얽매이거나 집착하지 않는 것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선종은 중생이 본래청정 보리각성을 구비하고 있지만, 번뇌에 오염되었기 때문에 드러나지 못한다고 하면서, 오염된 번뇌를 제거하면 청정본성이 드러나 정각을 이룰 수 있다고 했는데, 이러한 관점은 모두 <능가경> <기신론> 등 여래장사상에 의거해 계승 발전된 사상들이라고 하겠다. 여래장사상은 모든 사람이 본래 초월적 청정본성을 구비하고 있음을 강조하는 것으로, <열반경> 종지인 불성사상의 선명한 기치인 일체중생실유불성(一切衆生悉有佛性)과도 일맥상통하며 선종화두인 “이것이 무엇인가”의 원조 격이 된다고도 하겠다.
선종은 “왜 본래청정한 진아를 미해서 삼계를 유전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방법 및 수단으로 화두 공안을 제시해 왔는데, <능가경>에서 설한 “어리석은 중생들의 욕망은 누에고치와 같아서 본인 스스로를 속박하고 환(幻)에 집착해 진을 삼아서, 생멸유전에서 휴식하지 못한다”고 하는 것으로 선종의 지속적 질의에 대한 해답을 했다고 할 수 있겠다.
신수의 점수설, 혜능의 돈오설 등은 모두 <능가경> 사점사돈(四漸四頓, 漸修頓悟)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으며, 또 <화엄경>의 인과교철(因果交徹) 일지섭십지(一地攝十地) 등은 남종선 특징인 돈오성불론의 근거를 제공하였다고 하겠다.
육식 기본에 여래장·유심 통합
선종이 복잡한 유식 흡수 ‘단순화’
<능가경(楞伽經)>은 초조달마의 전등심인(傳燈心印) 무상보전(無上寶典)이 되기도 하지만 여래선 명심견성(明心見性)의 중요한 전거가 되고 성상(性相)원융하며 역대 경전 중 주해(注解)가 가장 적을 뿐만 아니라, 초기선종 소의경전으로 달마에서 오조홍인까지 지속적으로 전승되어 오다가 혜능에 이르러서 <금강경>으로 대치되었다. <능가사자기(楞伽師資記)>에 의하면 <능가경>은 8대까지 전승되었다고 한다.
오조 홍인에 이르러서 육조에게 전법할 때에 비로소 <금강경>으로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선종 지침서를 <능가경>에서 <금강경>으로 바꾼 것은 곧 여래장사상불성사상에서 반야공사상으로 대치되는 과정이기도 하며, <능가경>과 <금강경>의 대립을 나타내는 분기점이라고도 하겠다.
<능가경>이 담고 있는 내용을 살펴보면 대략 유식사상계통을 기본 골자로 하면서 여래장사상과 유심사상을 통합체계로 형성된 경전으로, 선종이 흡수 선양해서 발전시켰다.
한자가 지니고 있는 함축된 의미의 특성상 <능가경>에 나타난 지리멸렬한 유식 명상개념은 중국 사람들 사유방식에 부적합했을 뿐만 아니라 선사들 사유체계와도 상당 부분 거리가 있었다. 따라서 선종은 이러한 복잡한 유식사상을 흡수 발휘해서 간단명료하게 그 의미를 전달하면서, 때로는 선시로서 혹은 은유법으로 <능가경>을 이해하고 분석해서 새로운 선어를 창작해서 선리(禪理)를 표현하곤 했다.
<고존숙어록(古尊宿語錄)>에 보면, <능가경>에서 만법은 본래 공한 것을 만약에 실유(實有)하다고 집착한다고 설하는 것에 대해서(譬如破瓶, 不作瓶事. 亦如焦種, 不作芽事) “깨진 병으로 다시 병을 만들 수 없고, 건조한 종자는 다시 싹을 틔울 수 없다”(破瓶豈複作瓶事, 焦種不應生孽芽)고 하며, <능엄경>에서 허망 부실한 만법을 집착하면 없는 토끼 뿔을 있다고 하는 것과 같다고 설하는 것에 대해서(如虛空兔角, 及與槃大子. 無而有言說, 如是性妄想, 於彼起妄想, 陰行如垂發) “석녀가 아이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하는 것과 같다”(如彼虛空槃大子)고 하며, 또 <능엄경>에서 자심에 나타난 망상인 환(幻)에 집착해서 진(眞)으로 삼는다고 설하는 것에 대해서는 “마치 눈병난 사람이 허공의 모발모양을 보고 마치 머리가 늘어진 것과 같다고”(毛輪垂發翳開花)평하고 있는데, 실제는 모두 마음에 표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해서 내외경계 실존성을 선어로서 타파하고 있다고 하겠다.
하남성 협부철우(陝府鐵牛)와 사천성 가주대상(嘉州大像:樂山大佛)이 교전을 해서 가주대상이 실패하자 하나의 연근 구멍으로 숨었다고(陝府鐵牛吞大像, 嘉州佛向藕絲藏)도 하며, 또 다른 선어 중에는 희주대상(嘉州大像)이 도리어 협부철우(陝府鐵牛)를 삼켰다고 하기도 한다. 사실 협부철우와 가주대상은 본래 서로 전혀 상관관계가 없지만, 선경(禪悟之境)에서는 도리어 직접적인 관계가 발생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어떤 선사는 선시에서 협부철우가 병을 얻고 가주대상이 재난을 당했다고 하면서, 양자가 서로 심심 상응(心心相應)해서 혼연일체가 되는 것이, 마치 회주소가 벼를 먹자, 익주 말의 배가 부른 것과 같다(懷州牛吃禾, 益州馬腹脹)고 읊었고, <임간록(林間錄)>에서는 남산에서 구름을 일으키니 북산에서 비가 내린다(南山起雲北山下雨)다고 했으며, 장공이 술을 마셨는데 이공이 취했다 (張公吃酒李公)라고 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들은 모두 선사들이 <능가경> 핵심 주제인 삼계유심 만법유식(萬法唯識)사상을 선관으로 체달한 경계를 선어로 풀어 쓴 내용이라고 할 수 있으며, <능가경>의 복잡 난해한 명상개념을 간결하게 통찰한 선경(禪境)의 표현이라고 하겠다.
한편 협부철우는 고사는, 협부(陝府) 성 밖에 큰 철소가 있는데(大鐵牛) 전설에 의하면 우왕(禹王)이 항하에 물이 범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주조해서 황하의 수호신을 삼았다고 한다. 가주대상고사는 <잡아함경(雜阿含經)>속 이야기로 아수라와 천제(天帝) 교전을 하였는데 아수라가 크게 패하자 모든 군대를 데리고 연근 구멍 속으로 숨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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