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연재글

당신의 똥에는 장미향내가 나요

통융 2018. 3. 27. 08:00

 

[門열면 밝은 世上]당신의 똥에는 장미향내가 나요                                    

통융스님

  • 대경일보
  • 승인 2018.10.30 21:14

 

 
 
 
'당신의 똥에는 장미향 내가나요.'

그의 아내는 암으로 죽었다.
투병 이년하고도 삼십팔일 만에
내가 문상을 갔을 때
텅 빈 빈소에는 몇 송이 국화꽃과 그의 눈물만 장맛비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오가는 생사가 뭣이 대수겠습니까! 만
우리 만남이 너무 짧아서요.
둘 다 험난한 전생을 접고 뒤늦게 재혼한지 4년 째,
이제 겨우 사랑 꽃을 피우려는데…….
절절이 울부짖는 수사슴의 곡성이 질펀한 빈소 안은
슬픈 인생 극을 보는 무대였다.

''당신 똥에는 장미 향내가 나네.''
아내가 피똥을 싸놓은 것을 치우면서 혹여 아내가 부끄러워 할까봐
어떤 날은 ''오늘은 재스민 향내가 나 여보!''
그러면 아내도 화안하게 웃으며 내 마음을 안아 줬다고
또 어떤 날은 아내가 똥을 누는 시간에 맞춰 그가 밥을 먹었다고
그런 그의 마음에 아내도 고마운지 '참 맛있겠네' 하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훔치던
그녀와 나눈 대화는 이 생에서 나눈 가장 소중한 밥상 잔치였다고
그는 내내 멈춰선 아내의 시간을 잊고 있었다.
은산철벽이라도 기어올라 아내를 마중하러 가려는 듯 …….

그런 그가
지금 포교원 참선방에서 며칠 째 자고 있다.
장례를 치루고 나니
도저히 혼자 집에 가기가 두려워서 여기 왔다고.
그의 아내는 교회 성도라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 했다고 했다. -필자의 졸시-

'당신의 똥에는 장미향 내가나요.' 한 남편이 대장암으로
죽어가는 아내의 대소변을 받아 내면서 한 말이다.
대장암은 대소변이 시도 때도 없이 나온다.
밥을 먹다가도 대변을 보는 그 아내가 늘 미안해하는 마음을 생각도 했지만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하다보니 '똥이 장미꽃으로 장미향기로 바뀌더라.'고 했다.

똥은 가장 더럽고 냄새나는 것으로 대부분 느낀다.
그런 대상이 진실한 사랑의 힘이 이렇게도 고귀하고 숭고하며
아름답게 향기 나는 의미로 바꿀 수 있구나 생각했다.
사랑과 진심을 나타내는 표현 중에 그 어떠한 미사어구나 화려한 문장이 있다 해도
이보다 더 진실하고 감동을 주는 문장이 있을까!

소설가 이외수의 글에 '생각은 마음에 비해 감동이 없다'고 했듯이 생각이나 상상은
진심을 알 수 없어 여운이나 파장이 짧다.
하지만 직접경험하고 느낀 진심은 진실이 바탕이다 보니 잔잔한 여운과 상상하게 하는
마음에 감동을 더해 준다.

우리는 자신의 몸속에 늘 담고 있다가 나온 것인데도 불결하고
더럽다고 냄새에 코를 틀어막고 난리를 친다.
하물며 남이 싸놓은 것은 더할 나위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머니들도 어린아이들 똥오줌을 가리 주고 하다가 대변에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더럽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한다.

우리 마음은 대상을 보고 느끼면서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이 나타난다고 이해한다.
즉 외부의 조건이 내 마음에 반사되어서 내 마음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지만 본질은 그렇지 않다.
우리 마음은 자신의 훈습된 경험이나 지식 즉 알음알이가 외부의 조건에 반응해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무학대사와 조선을 세운 이성계의 일화가 그렇다.
이성계가 무학대사를  보니 돼지 같이 보이는데  대사는 내가 어떻게 보이냐고 물었다.
무학대사는 부처님 같다고 하면서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고 했다. 

다시 말해서 생각이나 판단은 외부의 탓이 아니라 내 탓이다 는 말이다.
자신의 한 생각이 바뀌면 바라보는 세상이 바뀌듯이
내 스스로 세상을 보는 생각이 자비롭고 사랑스러우면 외부의 모든 것이 그렇게 보일 것이다.
나아가 너와 내가 하나라는 큰마음의 진리를 깨닫게 되면 똥이 장미로 보이는 사랑과 자비로
충만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늘 자신에게 진실한가를 질문해야 한다.

모든 중생을 내 몸같이 대자비로 사랑하고 나눔 하는 것이 본분으로 수행하는
소승에게도 큰 스승이 죽비의 내려침으로 다가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환자들과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의 똥오줌을 누군가
대신 처리해 주고 있을 천사 같은 보살들이 있다.
요즘같이 사랑과 자비의 진실성이 퇴색한 세상에 한 번 쯤 느껴볼 만한 글귀라는 생각이 들었다…….通

대경일보   webmaster@d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