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늙은 수행자는 / 한 평생 하늘을 모르고 살아도
온전한 神 !" (소승의 졸시 ‘신’)
새 신발에 밀려나 버려진 헌 신짝이 쓰레기 덤 위에 웅크리고 앉아 비를 맞고 있다. 한 때는 주인을 만나 묵묵히 한 평생을 헌신하던, 가시밭길이나 오물의 더러운 곳을 온 몸 바쳐 주님을 보호해 주고 감싸주던 늙은 부처(菩薩) 그가 신이다.
누구의 삶에서 불평 없이 동행하며 보살행을 실천하다가 낡고 헤져 버려진 신발을 보고 그의 한 생을 한 번이라도 우러러 신앙하며 추앙하는 신(神)처럼 느끼며 생각 해 본 적인 있는가!
대부분 알고 있는 신(神)은 세상에서 유일한 창조주, 가장 성스럽고 모든 조건과 능력을 갖춘 불가사의한 존재, 늘 하늘과 이상세계에서 우리 삶을 지배하며 인간이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신비한 우상으로 이해한다.
그렇게 신의 존재를 신앙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찌 사람이 신고 다니는 신과 전지전능한 신이 같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참 신은 늘 우러러 하늘에 있는 것만 아니다. 가장 낮게 엎디어 침묵 할 줄 알고 조건과 분별없이 늘 우리와 함께 나투어 우리 삶 속에 실재 한다.
“신은 어디에 계십니까?”
모든 종교의 본질은 동일하다고 말한 인도의 라마 크리슈나(Rama krishna)가 그의 제자
에게 받은 질문이다. 그는 "신이 계시지 않는 곳이 있다면 내게 가르쳐주시오. 나는 신이
계시지 않는 곳을 찾아왔는데 아직 찾지 못했소.
지금까지도 신이 안 계신 곳을 찾지 못하고 있소.”라고 대답을 했다.
부처님이 신을 믿는 바라문 사제에게 묻기를 "그대는 그대들의 신앙하며 행하는
주문(범신)을 보았는가?"
" 아닙니다. 보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대의 스승은 보았다 하던가?"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대의 스승의 스승 그렇게 7대 스승들은 보았다 하던가?"
"아닙니다,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렇다는 말을 전해 듣고 믿을 뿐입니다."
"그렇다, 누구도 보았다는 사람은 없고 그렇다는 말만 전해 듣고 주문을 욀 뿐이다."
"나는 다 보고 다 안다.실지실견(悉知悉見)" 고 했다.
부처님이 깨닫고 전해 준 연기(緣起)법의 이치를 이해하기만 해도
신에 대한 실상을 바로 알게 된다는 말이다.
이 우주 속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은 홀로 독립되어 나타날 수 없으며
서로서로 인연되어 만들어지는 창조와 소멸의 이치를 밝힌 것이 연기법이다.
모든 물질(物質)은 이루어지고 머물다 무너져 공(空)하는 성주괴공(成住壞空)과
생명 있는 모든 것은 태어나서 늙고 병들고 죽는 생로병사(生老病死)와
생각과 의식(心)들은 생주이멸(生住離滅)하여 고정된 실체가 없이 항상 순환 변환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치를 참되게 깨닫게(悉知悉見)되면 우리의 모든 삶이 성스럽고 신비한 순간순간이
기적이며 신성이고 불성임을 알게 된다.
절집에 가면 스님들이 공부하는 방 앞 신발을 놓는 댓돌위에
조고각하(照顧脚下)라는 글귀를 써 놓는다.
‘지금 그 자리를 잘 돌아보고 살펴라’는 말이다.
신발을 신고 벗을 때 마다 발밑을 살펴 내가 어떻게 처신하고 있는지 진리를 밖에서 찾으려 하지
말고 자신의 행동을 바로보고 본래면목(本來面目)을 깨달아 라는 뜻이다.
땅을 밟고 서서 살면서 늘 하늘에 신만 찾지 말고
그대 지금 발아래 신을 보고 ‘조고각하’하고 있는가…….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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