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봉 김기추거사

무상 법문, 백봉

통융 2017. 4. 11. 21:11

몸뚱이는 법 따라 변하는 가죽주머니


자체의 성품이 없으니
누구라도 쓰면 주인이라 했네
또 내가 쓰면 내가 주인이 된다
 중생 병이 색상신만 보는 것.
색신 곧 법신, 법신이 곧 색신
색상신 걷어잡으면 법성신 알아.
 이건 자체성이 없어. 태양도 하나의 모습이거든, 돌멩이도 하나의 모습, 이 꽃도 하나의 모습이지? 어떠한 거든지 모습으로서의 물건은 실다운 것이 아니에요. 물론 늘 변하지만 말이지. 지금 이 꽃도 자꾸 변하고 있어요. 변하면서 있기 때문에 실다운 것이 아니에요.
자, 그렇다면 이 사람을 머리털 눈부터, 코는 원숭이 코로 해서 눈은 개 눈으로 해서 전부 바꿔 놨는데 어머니하고 관계있는 것이 하나도 없어. 그러나 저러나 이건 뭣이냐. 모습이거든. 그렇다면 실다운 것이 아니라는 이런 결론이 나거든. 그러면 여러분의 몸뚱어리도 마찬가지여.
여러분의 눈 귀 코 혀 몸 팔 다리 이거 실다운 것 아니거든. 물론 실다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변해. 가만히 생각하면 알아져. 그러면 모습으로서 국적을 찾는다면 내 다리는 국적이 일본이요 내 팔은 국적이 중국이요 이런 식으로 나가야 돼. 그래야 말이 옳아.
그러나 우리는 모습을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거든. 모습은 쓸지언정, 내가 써. 라디오처럼 내가 써. 쓰긴 쓸지언정 모습이 실다운 나라는 생각은 없거든. 이 사람이 수술을 하고 나서 거기서 의심을 품었던 모양이라. 자, 그러면은 문제가 반이 풀렸어. 일본이니 독일이니 영국이니 불란서니 이러하지만 그건 실다운 것이 아니라 말이여. 항상 변하는 거에요. 자체의 지혜가 없는 거라 말이죠. 그러하니 우리가 이걸 붙들고 말을 할 수는 없다 말이여.
그러면 이 사실을 걷어잡고 어머니를 찾아야 되겠고 아내를 찾아야 되겠고 자식을 찾아야 된다 말이죠. 이것이 절대로 다른 사람의 일이던가요. 바로 여러분 자신의 일이에요. 여러분들이 이걸 깨닫는다면 문제가 달라져. 여기 올 때와 나갈 때와는 사람이 바뀌어서 나가게 되는 거예요. 단단히 들으세요.
단단히 들어라. 이리 저리 모이어져서 다시 이루어졌지만 몸뚱이란 본래로 성품이 없으면서도 법에 따라 줄곧 변하는 가죽주머니이니 어찌 정법이 있어서 국적을 말하고 인종을 가리랴. 다만 연에 따라서 뉘라도 쓰면 주인인지라 너의 색신인 줄로 알라.
누구라도 쓰면 주인이라 했네요. 자체의 성품이 없으니. 또 내가 쓰면 내가 주인이 되겠네. 하하하.
왜냐면 너에게는 보고 듣고 생각하는 놈이 있으니 이 바로 참 너인데 이 놈은 본래로부터 빛깔도 소리도 냄새도 없으면서 영특스리 맑고 밝으나 어떤 물건이라 일컬을 수도 없는 것이다. 이러므로 부득이 마디말을 빌어서 마음이니 성품이니 슬기이니로 부르는데 의젓하여 하늘과 땅이 나뉘기 앞의 소식으로서 부처도 얻어내지 못하나 중생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사리가 이렇듯이 분명하니 다만 너는 여자의 몸으로 바뀌어지지 않은 것만이라도 다행으로 생각하되 소중하게 맺어진 상대적인 인연을 의심하지 말고 어머니로서 존경하고 아내로서 아끼고 자식으로서 사랑함이 당연한 처사라 하겠다.
이 소식에 몸을 한 번 뛰쳐라.
자, 이 소식에 몸을 한 번 뛰쳐야 돼. 이 소식에 몸 뛰치지 못하면 공연히 서울서 여기까지 온 차비만 없애버렸어. 나도 헛말만 했고. 내 목만 타고.
목계가 홰를 치니 석인이 움직인다.
조용조용히 말 하여라 남이 들을라.
매꽃이라 피었으니 봄소식이 분명쿠나
어즈버야 이렇던가 천하사를 의심하랴
한번가고 한번옴에 무궁한뜻 잠겼기로
리리라라 장단소리 그대로가 자연일레
이 소식에 이거 여러분의 일들이에요. 이거 아는 사람도 모르는 사람도 여러분의 일들이에요. 여러분의 사고방식이 달라져야 돼. 그래서 여기 해 놓은 것이 목계가 홰를 치고 돌사람이 움직인다. 그러나 이런 말 조용조용히 해라 다른 사람이 들을라 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어. 이렇게 해 놓은 건 전부 이 문자 밖에 의미가 있어. 그러면 색신 곧 법신이요. 법신 곧 색신이라는 이런 의미도 여기에 있거든.
또 이렇게 써도 되지만 아 그렇구나 하고 지견으로 흘러버리거든. 그래서 그대로 조용조용히 말해라. 행여 거기에 뭣이나 있는 것처럼. 이거 참말로 여러분들이 이 경지에 들어서 봐야 이걸 알게 됩니다. 비로소 알게 됩니다. 아직은 모릅니다.
매꽃이라 피었으니 봄소식이 분명쿠나. 색상신 걷어잡으면 법성신 걷어잡아. 내가 봄이요 나타내지 않아도 매꽃만 봐도 봄소식이란 걸 알아. 여러분 색상신을 걷어잡아. 색상신을 걷어잡으면 법성신 그대로 알아. 그렇잖아요? 중생들의 병이 색상신만 볼 줄 알거든. 실은 참말로 색상신 볼 줄 알면 법성신 알아야 됩니다. 그래야 색상신 그 오묘한 것을 알아. 여기 코털이 하나 있어. 그것도 이 도리를 알면 재미가 있어. 콧구멍이 이상하게 생겼어. 이상해. 거기 터럭이 하나가 쏙 나왔어. 그것도 이상해.
그러나 법성신을 모르면 코털 그것이 재미가 없어. 그것 참 이상한 겁니다. 그러하니 매꽃이라 피었으니 봄소식이 분명쿠나.
봄소식 있는 데까지 가 봐서 니가 봄이더나? 이렇게 아는 분이 어디 있나요? 매꽃 피었으면 그대로 봄이로구나 이걸 알게 돼. 어즈버야 이렇던가 천하사를 의심하랴. 바로 색상신을 걷어잡으면 그대로 하나하나가 두렷한 법성신이라. 의심할 것이 하나도 없어.
나는 여러분을 향해서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여러분에게 말을 해도 이 몸뚱어리는 들을 줄도 몰라. 볼 줄도 몰라. 눈이 보는 것 아니거든. 눈에 비쳤지. 눈에 비친 걸 보는 것은 빛깔도 소리도 냄새도 없는 것이 보지 어찌 눈이 보느냐 말이여. 그래서 우리 보림선원에서 말하는 것이 보는 거로써 눈을 삼으라는 그 말이 그 말이에요. 눈알이 어디 봐 지는가? 여기 거울이 있으면 내 얼굴이 거울에 비쳐. 거울 자체는 내 얼굴이 비치는 줄 몰라.
 
인연관계란 엄숙한 것이다
모습은 인연관계로 굴리어져
하나의 용서도 없어
용서 빌 사람도 없고
용서 받을 사람도 없어요.
나사못 하나만 틀려도
비행기가 떨어져
그거 무섭습니다.
거짓말이든 참말이든
법성계 안의 소식
 
북소리
[시] (홑첨지) 달바위 너에게 묻노라. 이제로부터 이천년 전에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이 북을 쳐서 호병 십만을 살수에서 무찌른 사실을 아느냐.
(달바위) 압니다.
(홑첨지) 그때 두둥 울렸던 북소리는 어디로 쫓아왔느냐.
(달바위) 북으로부터 쫓아왔습니다.
(홑첨지) 아니다.
(달바위) 채로부터 쫓아왔습니다.
(홑첨지) 아니다.
(달바위) 북과 채가 마주친 데로부터 쫓아왔습니다.
(홑첨지) 어찌 소견머리가 그 따위냐. 아니다.
다 아니라고 했습니다. 이천 년 전에 을지문덕 장군이 호병 십만 명을 살수에서 몰살시켰습니다. 말 들어 보니 어디에 동상 세워진다고 합니다. 동상 세워 드릴만 합니다. 그런데 그때 걸 내가 비유를 했습니다. 이천 년 전에 니 북소리 들었느냐. 이거 내가 비유로 해 놓은 겁니다. 공부하는 사람이라 말입니다. 들었습니다. 그러면 그 북소리가 어디서 나왔느냐. 북에서 나왔습니다. 아니다. 채에서 나왔습니다. 아니다.
채하고 북하고 마주쳐서 인연이 돼서 나온 건 사실이거든요. 그걸 내가 거부하는 건 아니에요. 그 앞 소식이에요. 소리는. 그 말입니다. 마주친 데서 나왔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은 어디서 나왔습니까? 여러분의 머리가 날카롭다면 이 자리에서 답 나옵니다. 선재 보살, 어디 갔노? 거?? 알아들었나? 그 목소리 어디서 나왔노? 채와 북이 인연은 되어 있다. 인연. 그렇지? 만약 인연이 되어 있다면 바로 인연이게? 어디서 나왔노? 좋다.
 
[시] (달바위) 마음으로부터 쫓아왔습니다.
(홑첨지) 남의 말을 도적질하지 말라.
마음으로부터 쫓아왔습니다 하는 것은 무슨 말이냐 할 테면 육조 혜능 대사가 삭발을 하려고, 다시 말하자면 중이 되려고 법성사로 가는데 문 앞에 세워 놓은 깃발이 펄럭거려. 두 중이 있다가 하는 말이 기가 펄럭거린다 아니다 바람이 펄럭거린다 기가 펄럭거린다고 해도 맞는 말이고 바람이 펄럭거린다고 해도 맞는 말이에요. 틀린 말은 아니에요. 육조 혜능이 하는 말이, 두 스님 그거 아닙니다. 당신네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겁니다. 이랬거든요. 그래서 놀랐습니다. 이 말을 빌어서 하는 거 아니냐.
이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여러분. 기가 펄럭거리는 거다 바람이 펄럭거린다고 하면 마음이 움직인다고 해도 돼. 마음도 아니라고 하면 여러분들 어떻게 할 겁니까? 이건 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도 아니라고 하면 여러분 뭐라고 대답할 겁니까? 물론 이것도 남의 일이 아니라. 여러분 자신들의 일이에요. 이런 일은 하루에도 수십 번 여러분들이 당하고 있어. 꼭 기만 움직거려야 펄럭거리는 건가요? 주장자도 펄럭거리고 있거든. 바람에 나무도 흔들흔들하고 있거든. 하루에 수십 번 여러분들이 당해. 당해도 여러분들이 모를 따름이여.
그러하니 여러분은 어떻게 해야 되겠느냐. 금시 그 말입니다. 마음에서 나왔습니다 하니 니가 남의 말 도둑질 하지 마라. 육조 대사의 기를 보고 얘기한 그걸 본 따지 마라. 니 살림살이를 내 놓아라 그 말입니다.
 
[시] (달바위) 모르겠습니다.
(홑첨지) 힌트를 줄 터이니 자세히 들어라. 눈보라치는 산기슭에 개구리가 개골개골 하구나.
(달바위) 알았습니다.
이거 말해도 몰라. 그러니 천상 그 경계를 한 번 인도를 해 줘야 돼. 물길을 조금 뚫어줘야 돼. 조금만 뚫어주면 나중에 가서는 줄줄 나오다가 홍수가 되는 법이에요. 둑마저 확 날려버려. 그래서 힌트를 준 것이거든. 눈보라치는 산기슭에 개구리가 개골개골 한다. 아니, 겨울에 개구리 있습디까? 겨울에 개구리가 없거든. 그러나 나는 있어. 나는 있기 때문에 힌트를 줬어. 눈보라 치는 산기슭에 개구리가 개굴개굴하는 이 말마디에 얼붙어서는 이 답이 안 나와. 다른 거도 다 그래요. 답은 말마디 밖에 있거든. 참 그야말로 누리의 바탕을 알아. 알아서 허공중에 이루어진 춘하추동 사시 이것까지라도 전부 명자거든.
허공중에 이루어진 모든 명자가 전부가 실답지 않은 하나의 환상계에 지나지 못하다 말이여. 다시 말하자면 법성계에 이루어진 모든 법이, 법성계 중에서 굴리어지는 일체법이 환상에 지나지 못하다. 사실로 환상이거든. 이 도리를 뼈저리게 느껴야 이 답이 나옵니다. 그만 아는 것만 가지고서 어디서 들은 대로 생각한 대로 이건 안 됩니다. 솔직한 말로 들은 대로 생각한 대로 말하다간 이거 죄 범합니다.
왜 그러느냐. 인연관계라는 것이 엄숙하거든. 모습은 인연관계로 굴리어지는 것이거든. 하나의 용서도 없어요. 용서 빌 사람도 없고 용서받을 사람도 없지만 그대로 비행기가 허공에 뜨는 거예요. 나사못 하나만 틀려도 비행기가 떨어져. 그거 무섭습니다.
그러하니 자, 눈보라치는 산기슭에 개구리가 개굴개굴 해. 거짓말이든 참말이든 법성계 안의 소식이라 말이여. 법의 성품의 세계, 법성계. 법성계 내의 소식이에요. 무슨 말을 했든지 법성계 안의 소식 아니에요? 이렇다면 내가 이 글을 쓰는데 있어서 눈보라치는 산기슭에 개구리가 개골개골 이 말 하고도 남아요. 물론 그만 이것만이 전부라고 해서 어쩌고 어쩐다면 택도 없는 소리라고 거부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