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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 아닌 것 모두가 참 나인 것을 안다면

통융 2015. 2. 28.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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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융 스님) 나와 나 아닌 것 모두가 참 나인 것을 안다면
2015.03.09 13:46 입력
 

봄비가 내리니 뜰 앞 매화가지에 꽃이 핀다.

저 매화꽃 한 송이가 우주이고 나와 같은 성품임을 안다면 어찌 섬김을 아끼리요.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던 것처럼 한 송이 매화꽃 속에는 시공간을 초월한 대 자연의 모든 생명과 에너지가 시절 인연되어 만들어낸 우주의 한 소식임을 알아야 한다.

 

즉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상호관계성으로 서로 연결(緣起)되어 있으며 분리되어 독립된 개체(自我)로는 절대 존재 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으므로 이것이 있는 서로의 인연(因緣)에 의지하여 화합하고 인연이 다하면 흩어진다. 한 순간도 고정되어 머물 수 있는 실체(我相)가 없다는 말이다. 이러한 현상의 법칙을 부처님이 깨달은 연기법(緣起法)이라 한다.

 

그리고 우리 중생들이 이러한 연기의 법칙을 알아차리지 못한 무지(無明)때문에 고통과 괴로움을 격고 있다는 사실과 어떻게 하면 이러한 괴로움과 고통에서 벗어나 영원히 행복할 수 있는지를 팔만사천 법문을 통해 친절히 알려주고 있는 것이 불법이다.

 

하지만 이 법은 부처님이 깨닫기 이전에도 있었고 이후에도 있다. 또한 불교를 믿던 다른 종교를 믿던 이 도리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만고의 불변으로 만물에게 평등하게 차별 없이 고루 통하는 법이라는 사실이다.

 

종교를 떠나서 이 연기의 진리(眞如)를 바른 안목(正見)을 갖추고 자각(自覺)하는 삶이 된다면 세상은 모두가 나와 나아닌 것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참 하나인 우리 즉 무아(無我), 하나님(三位),스스로 그러한 진리(自然)이 되는 것이며 자비와 사랑으로 세상은 아름다워질 것이다. 부처님도 불법을 바로 알아차리면 이고득락(離苦得樂)하여 열반인 행복함을 얻는다고 했다.

그래서 불교를 믿는 목적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나와 나 아닌 것을 구분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아상(我相)과 분별심(分別心)으로 나와 너가 구분되고 내 민족 내 종교 우리 종교와 타종교로 서로간의 불신과 배타로 시기와 질투, 투쟁과 폭력이 난무하고 종교 간에 테러와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소중한 진리를 다른 종교(宗敎)라는 배타적 이해관계로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고 이단시하고 또한 우리들의 고정된 습관이나 인식(業識) 때문에 진리를 쉽게 이해하고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다석 유영모 선생의 제자이고 이화여자대학교 교수였던 고 김흥호 목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는 유·불·선, 동양 삼교를 꿰뚫고 동서양 철학에 막힘이 없는‘도인(道人)’, ‘철인(哲人)’이라고도 불렸을 만큼 종교의 벽을 넘나들었으며 불교의 화엄경과 법화경을 강의하기도 했다. 불교 경전을 강의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모든 종교적 체험은 깊게 들어가면 결국 하나로 통한다는 확신이 있어 가능한 말이다. 기독교보다 불교가 이론적으로 잘 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목사는 다른 종교의 경전도 소중한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타종교에 대해 배타적인 것은 무지(無明)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라며 '진리를 깨달아야 인간이 된다. 진리를 깨닫기 전에는 아직 인간이라 말할 수 없다.

성인(聖人)의 특징은 자기가 없다는 것이며 그래서 남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무아(無我)는 내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된다. 내 힘으로 무아가 되면 그것은 유아(有我)가 되는 것이다.

기독교의 죄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불교의 생로병사를 벗어나는 것이다.”

 

긴 겨울 모진 혹한에도 견디고 봄비 맞으며 저리 붉게 웃어주는 매화꽃이 김흥호 목사이고 내가 매화꽃임을 알아차린다면 어찌 고귀하지 않으며 감히 그 꽃을 꺾을 수 있으련가!

늘 법성이 성성하게 살아있는 알아차림(正念)으로 마음을 챙겨라.



대경일보 dkilb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