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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제 1 장 서 품(序 品) 이와 같이 나는 들었습니다. 한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 밖에 있는 영취산 기사굴 산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조용히 앉아 계시는 부처님 곁에는 위대한 출가 수행인(대비구)들이, 일만 이천 인이나 가르침을 듣기 위해 모여 있었습니다. 이 분들은 모두가 성자(아라한)들로서, 모든 번뇌의 때를 말끔히 떨어내 버렸으므로 다시는 번뇌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기의 인격을 완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생존으로 인해 얽힌 온갖 속박을 모두 끊었기에, 마음은 언제라도 니르바나(열반)에 들 수 있는 자유자재한 심경을 얻고 있었습니다. 이 분들의 이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1)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맨 먼저 깨쳤다는 아야교진여(阿若憍陳如) (2)의식주에 대한 탐욕과 집착을 모두 떨쳐버린 두타 제일의 마하가섭(摩訶迦葉) (3)승단을 공양함에 있어 제일 가는 우루빈나가섭(優樓頻螺迦葉) (4) 마음의 모든 번뇌를 항복 받은 가야가섭(伽耶迦葉) (5)교화에 능한 나제가섭(那提迦葉) (6) 지혜가 제일 가는 사리불(舍利弗) (7)신통 제일의 대목건련(大目犍連) (8)부처님의 가르침을 알기 쉽게 설명 잘 하는 논의 제일의 마하가전연(摩訶迦旃延) (9)남의 마음속을 꿰뚫어 보는 천안 제일의 아누루타(阿누樓馱) (10)천문과 역술에 능한 겁빈나(劫賓那) (11)계율 해석 잘 하는 해율 제일의 교범바제(憍梵波提) (12)마음이 흔들리거나 뒤바뀐 생각을 일체 하지 않는 이바다(離婆多) (13)경행과 좌선을 잘 하는 필능가바차(畢陵伽婆蹉) (14)병 없고 욕심 없는 소병소욕(少病少慾)의 박구라(薄拘羅) (15)어려운 질문에 해답 잘 하는 마하구치라(摩訶拘絺羅) (16)환희심에 가득 차 설법을 듣는 난타(難陀) (17)그 용모가 거의 부처님처럼 빼어난 손타라난타(孫陀羅難陀) (18)실천적인 용기와 설득력을 가진 설법 제일의 부루나미다라니자(富樓那彌多羅尼子) (19)모든 현상이 공에 의한 것임을 잘 아는 해공 제일의 수보리(須菩提) (20)부처님의 곁을 잠시도 떠나지 않고 시중 든 다문(多聞)제일의 아난(阿難) (21)부처님의 친아들인데도 자기의 덕이 높은 것을 드러내지 않고, 언제나 겸허한 태도를 간직했던 밀행 제일의 라후라(羅睺羅) 등,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훌륭한 성자들입니다. 또, 현재 배우고 있는 중이거나 배움을 마친 사람들도 이천 인이 있었으며, 또 세존 님의 이모이시며 난타 존자의 어머니이신 마하바사바제(摩訶婆闍波提) 비구니도 육천인의 비구니를 거느리고 있었습니다. 또 세존께서 태자시절의 부인이었던 라후라 존자의 어머니인 야수다라(耶輸陀羅) 비구니도 역시 그 권속들과 함께 있었습니다. 또 위대한 뜻을 가진 구법자(보살마하살)도 팔만 인이나 있었으니, 그 분들은 모두가 최고의 바른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기 위해 수행하되, 조금치도 물러서지 아니하여, 모두가 선한 것은 영원토록 잃지 않고 보전하고 악한 것은 억눌러서 일어나지 않게 하는 굳센 정신력(다라니)를 얻었으며, 또 자진하여 기꺼이 법을 설해 중생을 바르게 인도하는 훌륭한 설득력(변재)도 갖추었으므로 마치 수레바퀴가 끝없이 앞으로 굴러가듯, 부처님의 가르침을 그칠 줄 모르게 설법하십니다. 또 이 분들은 헤아릴 수 없는 무수한 부처님을 섬기면서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하였으니, 그 많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성불(成佛)의 지름길인 갖가지의 선행을 쌓고 또 쌓았기 때문에 모든 부처님들로부터 칭찬을 받아 왔습니다. 또 모든 사람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자기 인격완성의 기본적인 길로 삼아 수행하였기 때문에 온갖 사물의 평등상을 아는, 부처님의 경지에 거의 도달하여 모든 사물의 차별상 까지도 명확하게 꿰뚫어보는 위대한 지혜를 얻었으며, 이미 번뇌를 말끔히 여의고 깨달음의 경지(피안)에 도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그 거룩한 명성은 헤아릴 수 없는 무수한 세계에 널리 알려졌으며 그로써 수많은 사람들을 제도하여 왔습니다. 이 위대한 뜻을 가진 구법자(求法者)들의 이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즉 (1)지혜와 복덕을 두루 갖춘, 가르침의 후계자인 문수사리(文殊師利) 보살 (2)지혜를 가지고 꿰뚫어 보아 중생의 고뇌를 뽑아 없애주는 관세음(觀世音) 보살 (3) 훌륭한 덕행을 고루 갖춘 득대세(得大勢) 보살 (4)세운 뜻을 굳세게 밀고 가는 상정진(常精進) 보살 (5)수억 겁을 쉬지않고 부지런히 수행하는 불휴식(不休息) 보살 (6)법보(法寶)를 손에 쥔 보장(寶掌) 보살 (7)중생의 근기에 맞춰 약을 내리는 약왕(藥王) 보살 (8)용감하게 일체를 베풀어 주는 용시(勇施) 보살 (9)깨달은 바탕이 밝고도 맑은 보월(寶月) 보살 (10)미혹의 어두움을 없애주는 월광(月光) 보살 (11)보월과 월광의 두 가지 덕을 겸비한 만월(滿月) 보살 (12)큰 법을 등에 짊어진 대력(大力) 보살 (13)사물을 대하여 조금도 마음을 움직이지 않는 무량력(無量力) 보살 (14)몸과 뜻을 전혀 나타내지 않는 월삼계(越三界) 보살 (15)바르게 보는 것(正見)을 훌륭히 지키는 발타바라(跋陀婆羅) 보살 (16)사랑(慈)을 바탕으로, 다음에 부처님이 되실 미륵(彌勒) 보살 (17)지혜를 쌓아 능히 중생을 이롭게 하는 보적(寶積) 보살 (18)그릇된 사람을 올바르게 인도하는 도사(導師) 보살 등. 이와 같은 수많은(팔만) 위대한 뜻을 가진 구법자, 즉 보살마하살(菩薩摩訶薩)이 함께 있었습니다. 이 때에, 바라문교에서 말하는 욕계(欲界) 도리천(忉利天)의 왕인 제석천(帝釋天)이라고 불리는 석제환인(釋提桓因)이 많은 부하 천자(天子)들을 거느리고 함께 왔으며, 또 도리천 궁(宮) 안에 사는 달의 천자인 명월(明月) 천자와 별의 천자인 보향(普香) 천자와 해의 천자인 보광(寶光) 천자와 도리천 밖을 지키는, 동쪽의 지국천과 남쪽의 증장천과 서쪽의 광목천과 북쪽의 다문(비사문)천 등 네(四) 곳을 지키는 큰 천왕, 즉 사대천왕(四大天王)이 각각 그 권속 일만명의 천자를 거느리고 함께 왔습니다. 또 화락천(化樂天)의 임금인 자재(自在)천자와 타화천(陀化天)의 임금인 대자재 천자가 그 권속 삼만의 천자를 거느리고 함께 왔으며, 또 색계(色界) 사선 십팔천(十八天)의 초선 삼법천에 왕이 있으되, 현세계(사바)의 임자라는 범천왕인 시기대범(尸棄大梵)과, 이선 삼광 천왕인 광명대범(光明大梵) 등이 각각 그 권속 일만 이천의 천자를 거느리고 함께 왔습니다. 또 여덟 용왕이 있으니, (1)목련존자에 의해 교화된 난타(難陀) 용왕 (2)때 맞추어 비를 내리는 어진(賢) 발난타(跋難陀) 용왕 (3)바다에 사는 사가라(娑伽羅) 용왕 (4)머리가 여러 개 달린 화수길(和修吉) 용왕 (5)혓바닥이 여러 개 달린 독사 덕차가(德叉迦) 용왕 (6)번뇌가 없어지는 연못인 아뇩다라지에 사는 아나바달다(阿那婆達多) 용왕 (7)힘이 세고 몸이 큰 마나사(摩那斯) 용왕 (8)푸른 연꽃이 피는 연못에 사는 우발라(優鉢羅) 용왕 등으로 각각 수많은 권속들을 거느리고 함께 왔으며, 또 반은 사람이고 반은 뿔이 달린 짐승으로서, 음악을 즐겨 노래 부르는 귀신인 긴나라(緊那羅) 왕이 넷이나 있었는데 (1)고(苦)집(集)멸(滅)도(道)의 사제(四諦)를 노래하는 법(法) 긴나라왕과 (2) 십 이 인연을 노래하는 묘법(妙法) 긴나라왕과 (3)육바라밀(六波羅蜜)을 노래하는 대법(大法) 긴나라왕과 (4)일승(一乘)을 노래하는 지법(持法) 긴나라왕이 각각 수많은 권속을 거느리고 함께 왔으며, 또 공중에서 향기를 맡으며 음악을 연주하는 네 가지의 건달바(乾闥婆) 왕이 있었는데, (1) 노래와 춤 등 재주에 능한 악(樂) 건달바왕 (2)북과 관현악에 능한 악음(樂音) 건달바왕 (3) 빼어난 재주를 가진 미(美) 건달바왕 (4)빼어난 음악을 연주하는 미음(美音) 건달바왕이 각각 수많은 권속들을 거느리고 함께 왔으며, 또 성 잘 내고 싸움질 잘하는 네 가지의 아수라(阿修羅) 왕이 있으니, (1)툭하면 싸움질하는 바치(婆稚) 아수라왕 (2)바닷물을 높이 치솟게 하는 거라건타(佉羅騫馱) 아수라왕 (3)바다에 풍랑을 일구는 비마질다라(毗摩質多羅) 아수라왕과 (4)해와 달을 가리는 라후(羅候) 아수라왕이, 각각 수많은 권속을 거느리고 함께 왔으며, 또 용을 잡아먹는 금빛 큰 날개가 달린 새, 즉 금시조(金翅鳥)인 네 가지의 가루라(迦樓羅) 왕이 있었는데, (1)용을 잡아서 항상 씹고 있는 대위덕(大威德) 가루라 (2)무리 중에서 몸이 빼어나게 큰 대신(大身) 가루라왕 (3)뜻대로 언제 어디서나 배불리 용을 잡아먹는 대만(大滿) 가루라왕 (4)턱 밑에 구슬을 가진 여의(如意) 가루라왕이 각각 수많은 권속을 거느리고 함께 왔습니다. 그리고 또, 이 나라인 마가다국의 빈비사라왕의 왕비였던 위제희(韋提希) 부인의 아들인, 무적의 용사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아사세(阿闍世) 왕이 수많은 신하들을 거느리고 왔었습니다. 이들은 모두가 고개 숙여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맞대고서 예배드린 후, 각기 한 쪽으로 물러나서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남녀의 출가재가 수행인들에게 에워싸여 그들로부터 정성어린 감사와 공경과 존중과 찬탄을 받고 계셨으니, 부처님께서는 모든 보살들을 위해서 인류를 제도하고 온 세상을 구제하는 가장 훌륭한 가르침인 대승경(大乘經)을 설하였는데, 그 이름이 <위대한 가르침의 기초, 또는 모든 가르침을 한량없이 생(生)해내는 기초> 즉 무량의(無量義)이며, 그 내용은 이 세상에 나타난 모든 현상은 여러 가지 한량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근본을 살피면 그 모든 것들은 오직 하나의 실상(實相)에 의해 생겨난 것이라는 진리를 파악하여 이를 확연히 깨달아서 자기의 것으로 삼으라는 가르침이며, <보살을 교화하기 위해 설해진 가르침>으로서 <부처님들께서 아득한 먼 옛날부터 마음속에 깊이 간직해온 생각>을 설하시고 난 연후, 가부좌를 하시고서 <모든 가르침을 한량없이 생해내는 위대한 가르침의 기초[無量義處]>라고 하는 제법실상의 진리의 명상[三昧]에 깊이 드셔서 몸도 마음도 움직이지 않으신 채로 조용히 앉아 계셨습니다. 그런데 이때, 하늘에서는 부처님의 거룩한 명상(삼매)에 감응되어 흰 만다라꽃큰 만다라꽃과, 붉은 만수사꽃 큰 만수사꽃을 부처님과 대중들 위에 비처럼 뿌렸으며, 땅덩이(대지)도 감동하여 동서남북상하 여섯 가지로 진동하니, 이때 이 자리에 모인 비구비구니, 남녀 재가 수행자를 비롯하여, 하늘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뱀의 신 마후라가 등, 네무리의 사람들과 여덟 무리의 불법을 수호하는 귀신뿐만 아니라, 수많은 작은 나라의 왕들로부터 전세계를 통일하는 이상적인 전륜성왕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사람들이 한결같이 이와 같은 일은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깊은 귀의심을 일으켜 환희하여 자기도 모르게 합장하고 일심으로 부처님의 거룩한 얼굴을 우러러보는 것입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중도(中道)를 표상하는 두 눈썹사이의 둥글게 말린 하얀 털(미간 백호상)에서 번쩍 하고 밝은 빛(광명)을 비추시어, 아득한 동방의 일만 팔천 세계를 빠짐없이 비추었으니, 그 빛은 아래로는 무간지옥이라는 아비지옥(阿鼻地獄)으로부터, 위로는 색계(色界)의 맨 꼭대기인 아가니타천(阿迦尼吒天)에 이르렀습니다. 그 광명에 의해서 이 세상에 있으면서도 그 세상의 모습들을 샅샅이 볼 수 있습니다. 하늘사람수라축생아귀지옥 등 여섯갈래의 미혹한 세계를 헤매 이는 중생의 모습을 남김없이 보였고, 또 현재 그 곳에 계시는 여러 부처님들의 모습도 보였으며 그 모든 부처님들께서 설하시는 가르침도 확실히 들렸습니다. 그리고 남녀 출가재가의 수행인들이 여러 가지로 불도를 수행하여 각기 그 결과를 얻고 있는 것도 보이며, 또 많은 보살들의 모습도 보이거니와 그네들이 불도에 들어오게 된 동기와 조건 등의 차이로 말미암아 가르침을 믿고 이해함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고, 또 얼굴이나 모습 등 겉모양은 각각 다르지만 그들은 모두 부처님이 되는 오직 하나의 길인, 보살도를 한결같이 행하고 있음에는 다르지 않는 것도 봅니다. 또 그 세계에 계시는 부처님들께서 수명이 다하시어 열반에 드시는 것을 보며 열반에 드신 후, 사람들이 부처님의 유골(사리)을 거두어 훌륭한 탑을 세우고 그 속에 모시고서, 부처님의 덕을 찬양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때,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미륵보살이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였습니다. ‘지금 세존께서는 매우 미묘(불가사의)한 힘을 나타내 보이셨는데, 과연 어떠한 사연이 있어 이러한 광경을 나타내 보이셨을까? 부처님께 직접 그 이유를 여쭙고 싶지만 지금 부처님께서는 깊은 명상에 들어 계시니, 이 불가사의하고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이 사실을 도대체 누구에게 물어보면 좋을까? 과연 그 누가 이 사실에 대해 정확히 대답해줄 수 있을까?’ 그리고 또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습니다. `부처님의 마음속을 마치 친아들처럼 잘 알고있는 문수사리보살에게 물어 보면 알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문수사리는 가르침의 후계자이므로 과거세에 수많은 부처님을 가까이 모시고 섬겨왔으니 기필코 이러한 광경을 본 적이 있었으리라. 그러므로 나는 이제부터 그에게 물어봐야겠다.‘ 이때, 남녀 출가재가의 수행인들을 비롯하여 이 자리에 모여 있던 무리들도 미륵보살과 똑같이 `부처님의 두 눈썹사이에서 나온 큰광명에 의해 세계의 여러 광경이 낱낱이 비추어진 이 불가사의(신비)한 진상을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나‘ 하고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미륵보살은 이들의 마음속을 알 수 있었으므로, 마침 자기의 의문도 해결하는 동시에 이 많은 사람들의 의문도 풀어주어야겠다는 결심 아래 문수사리에게 이렇게 질문하였습니다. “문수사리여, 앞서 차례차례로 나타난 불가사의하고도 상서로운 일들은 도대체 어떠한 사연이 있어 일어난 것입니까? 그리고 또 부처님께서 대광명을 놓으시사 동방의 일만 팔천 국토를 비추시자, 그 땅도 모두 아름다운 불국토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도대체 어떤 사연에서 그러했습니까?” 그리고 위대한 뜻을 가진 구법자 미륵보살은 그 뜻을 거듭 밝히고자 하여 다음의 시(詩), 즉 게송(偈頌)을 가지고 질문 하였습니다. 『문수사리여, 인간의 지도자이신 부처님께서는 무엇 때문에 두 눈썹 사이의 백호상에서 큰 광명을 놓으시사 널리 비추셨습니까? 하늘에서는 만다라화와 만수사화의 꽃비가 내리고 전단의 향기를 품은 산들바람은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게하며, 그로 말미암아 이 땅은 고상하고 청정해졌으며 그위에 이 세계는 여섯가지로 진동하니 이때, 출가재가의 남녀 수행인들은 몸과 마음이 흔쾌하여 아직 한 번도 경험치 못한 큰 기쁨을 느꼈습니다. 부처님의 두 눈썹 사이에서 나온 큰 광명이 동방의 일만 팔천 세계를 비추니, 그곳은 모두 금빛처럼 빛났습니다. 아비지옥에서부터 우주의 꼭대기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살고있는 모든 세계에서 여섯 갈래로 윤회하는 무수한 중생이, 나고 죽고 하면서 업(業)에따라 그 중의 하나에 태어나며, 선악의 행위에 좇아 행불행을 받는 것도 이 땅에 있으면서 낱낱이 봅니다. 사자(獅子)에 비유되는 거룩하신 인간의 왕자(王者) 부처님들께서 가장 으뜸가는 진리의 가르침을 설하시니, 그 목소리는 맑고 깨끗하며 부드러워 무수한 보살들을 모두 가르치시네. 그 맑은 목소리는 가슴속에 깊이 스며들어 사람들로 하여금 즐겨 듣게 하시며, 각각의 세계에서 정법을 설하시네. 여러 가지 사연과 한량없는 비유를 들어 최고의 진리를 뚜렷이 밝히시어 중생에게 깨달음을 열도록 가르치십니다. 만일 어떤 사람이 늙고 병들고 죽음의 고뇌에서 헤어나고자 하면, 그사람에겐 열반을 설하시어 모든 괴로움을 남김없이 없애 주시고, 또 어떤 사람이 복덕을 갖추어서 일찍이 부처님을 섬기고 가장 뛰어난 법을 얻겠다는 굳은 뜻을 세우면, 그 사람에겐 연각의 길(道)을 설하시며, 또 어떤 불자가 여러 가지 행을 닦으면서 위 없는 지혜를 얻겠다고 하면, 그에겐 맑고 깨끗한 보살의 길을 설하십니다. 문수사리시여, 지금 내 이곳에 있으면서 동방의 저 국토에서 불도를 수행하는 수맣은 일들을 보고 들음이 이렇거늘, 이들을 줄여 간략히 말하리다. 나는 그 세계에 있는 갠지스강(恒河)의 모래알처럼 수많은 보살들이 갖가지 사연을 가지고 불법을 구하는 모습을 봅니다. 어떤 보살이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금은산호진주주옥(마니)자거, 아름다운 옥돌(마노)과 그리고 다이아몬드 등 갖가지 보배와 남녀 노예와 사람 타는 수레와 보석으로 장식한 가마를 기꺼이 보시하고, 그 공덕을 불도에 회향하며 오직 이 가르침이 모든 부처님들께서 찬탄하시는, 삼계에 으뜸가는 가르침이기를 바라며, 또 어떤 보살은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보배로 장식된 난간을 두르고 화려한 지붕에다 처마 끝에 깃발을 매달은 수레를 보시하고, 또 어떤 보살은 자기의 손발 등 육신뿐만 아니라 부인과 자식까지도 법을 위해 바치며 불도를 구하는 것을 보며, 또 어떤 보살은 머리눈신체등을 기꺼이 보시하며 간절히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는 것을 봅니다. 문수사리시여, 나는 또 많은 국왕들이 부처님을 뵈옵고 최고의 지혜를 묻는 것을 보며, 또한 풍요로운 국토와 훌륭한 궁전, 수많은 신하, 사랑하는 아내를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는 것을 봅니다. 또 보살의 경지에 있으면서도 짐짓 비구의 몸이 되어 홀로 조용한 곳에 살면서 일심으로 경전을 독송하는 것을 보며, 또 굳은 의지를 가지고서 정진하되 깊은 산속에 들어가 부처님의 길을 골똘이 생각하는 모습을 보며, 세속적인 욕망을 깨끗이 버리고 인적 없는 조용한 숲 속에서 깊은 명상에 드는 수행을 쌓아서, 다섯가지 초능력(신통력)을 얻는 보살을 봅니다. 또 어떤 보살은 조용히 명상을 하며 두손 모아 합장을 하며, 수많은 시를 읊으면서 부처님을 찬양하는 모습을 보며, 또 지혜가 깊고 깨달음을 얻고자하는 굳은 뜻을 가진 보살이 많은 부처님께 가르침을 묻고 그 가르침을 굳게 지키는 것을 보며, 또 어떤 보살이 선정과 지혜의 두 가지 덕을 갖추고 한량없는 비유로써 대중을 위해 가르침을 설하는 모습을 보며, 또 자진하여 기꺼이 법을 설해 많은 구법자를 교화하니 불도에 장애가되는 것을 남김없이 몰아내고 정법을 넓히는 것을 봅니다. 어떤 보살은 조용히 침묵을 지켜 하늘과 인간에게 공경 받을지라도 마음이 흔들리어 기뻐하는 일이 없습니다. 또 어떤 보살은 숲속에서 숨어 살지라도 그 몸에서 빛을 발하여 지옥의 고통을 받는 중생을 건져내어 불도로 인도하는 모습을 보며, 또 어던 보살은 전혀 잠자지 않고 숲에서 경행(經行)하며 일심으로 위 없는 깨달음을 구하는 모습을 봅니다. 또 어던 보살은 계율을 모두 지켜 손색없는 품위를 몸에 갖추어서 옥처럼 맑은 생활을 하며 불도를 구하고 있음을 봅니다. 또 어떤 보살은 참고 견디는 힘을 갖추었기에 아는 체 하는 사람이 욕하고 때릴지라도 그 모든 것을 참고 견디며 불도를 구하는 모습을 보며, 또 어떤 보살은 놀이와 애욕을 떠나 어리석은 사람과는 멀리하고 지혜를 가진 사람과는 가까이 지내면서, 일심으로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고 긴 세월 동안을 조용한 곳에서 정신을 통일하며 불도를 구하는 것을 봅니다. 또 어떤 보살은 맛있는 음식과 갖가지 탕약을 부처님과 승단(僧團)에 기꺼이 보시하며, 고상하고 이름난 가사와 값을 헤아릴 수 없는 아름다운 의복을 부처님과 승단에 기꺼이 보시하고, 또 어떤 보살은 전단 향나무로 지은 정사(精舍)와 갖가지 침구들을 부처님과 승단에 기꺼이 보시하며, 맑고 깨끗한 동산에 꽃과 열매가 무성하고 샘물이 넘쳐 흘러 목욕하기 좋은 연못을 부처님과 승단에 끼꺼이 보시하며, 이러한 갖가지 훌륭한 보시를 마음속으로부터 싫어하지 아니하고 계속 환희하면서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고 있음을 봅니다. 또 어떤 보살은 실상(實相)을 깨달아 번뇌로부터 해탈하는 갖가지 가르침을 설하여 많은 중생을 인도하는 모습을 보며, 또 어떤 보살은 이 우주 않에 있는 모든 사물이 가지고 있는 성품은 본래 차별이 없고 마치 허공 같아서 어디를 붙잡아도 똑같음을 보며, 또 어떤 보살은 마음에 <나>라고 하는 집착이 없어 모든 것의 평등성을 아는 지혜를 성취함으로써 더없는 깨달음을 구하는 것을 봅니다. 문수사리시여,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후, 그 사리에 공양하는 보살들도 봅니다. 또 수많은 부처님의 탑을 세워 나라 안을 고상하고 아름답게 장식하는 보살들도 봅니다. 그 보배탑은 높고도 아름다워 오천 유순(由旬)이나 되며 가로와 세로가 똑같이 이천 유순이나 됩니다. 하나하나의 탑마다 수많은 깃발[당번=幢幡]을 세웠으며, 구슬 장막에다 보배방울이 서로 조화되어 울려 퍼지니 모든 하늘인간귀신과, 사람 같으면서도 사람 아닌 것[人非人]들이 항상 옷과 음악을 가지고서 항상 공양드리는 것을 봅니다. 문수사리시여, 수많은 보살들이 사리를 공양키 위해 아름답게 탑을 장식하니, 어느덧 나라 안이 아름다운 세계로 변하여 마치 원생수(圓生樹)라는 하늘나라의 나무에 곷이 만발한 것 같습니다. 여기에다 부처님께서 한줄기 빛을 놓으시니 나와 여기 모인 대중이, 그 세계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묘한 변화를 낱낱이 다 볼 수 있고, 모든 부처님들께선 큰 신통력과 견줄 수 없는 지혜를 갖추었음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한줄기의 맑은 빛을 놓으사 한량없는 세계를 비추시니, 저희들은 모두 이것을 보고 아직 한번도 경험치 못한 감격을 느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의 후계자이신 문수시여, 원컨데 모든 사람들의 의심을 풀어 주십시오. 여기 모인 사람들은 그 기대에 마음 조이며 당신과 저를 우러러봅니다. 세존께서 무슨 이유로 이 광명을 놓으셨을까? 하고. 부처님께서는 우리들에게 무슨 이익을 주시기 위해 이 광명을 널리 놓으셨습니까? 저 붓다가야의 보리수 아래서 깨달으신 최고의 가르침을 설하시려는 겁니까? 혹은 우리들에게 성불의 예언[授記]을 주시려는 것입니까? 많은 부처님 나라를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타내 보이시고, 또 많은 부처님들의 모습을 보이신 것은 그저 평범한 이유만은 아닐 것입니다. 문수사리시여, 당신은 당연히 알고 계시리다. 남녀 출가재가 수행인들과 용신들이 당신을 우러러보며 기대하고 있사오니, 원컨대 부처님께선 무엇을 설하실 것인지 대답하여 주십시오.』 그때, 문수보살은 위대한 뜻을 구법자 미륵보살을 비롯한 많은 보살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여러분, 내가 생각하는 것이 틀리지 않는다면 부처님께서는 지금 매우 훌륭한 큰 가르침을 설하셔서, 큰비가 내리듯 일체 중생에게 미치도록 하시며 고동소리처럼 그 가르침이 언제까지나 중생의 마음속에 간직토록 하시며, 또 북을 쳐서 군사를 진격케 하듯 그 가르침에 의해 사람들의 마음을 불러 일으켜서, 그 내용이 널리 퍼지도록 설하시고자 생각하시고 계실 것으로 짐작됩니다. 여러분, 내가 과거세에 많은 부처님들을 섬기고 있었을 적에도 이와같은 복되고 길한 일이 일어날 징조(상서)를 보았는데, 그때 부처님께서는 이와같은 광명을 놓으신 연후에 즉시 가장 위대한 가르침을 설하셨습니다. 이런 경험에 의해서 짐작컨대 마땅히 다음과 같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지금 부처님께서 광명을 놓으신 것은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매우 깊고도 믿기 어려운 가르침에 귀를 기울이게 할 수단으로, 그와 같은 기적을 나타내 보이신 것이라 생각됩니다. 여러분, 옛날 아주 그 옛날 생각조차도 미치지 않는 아득한 그 옛날에 해와 달을 등불로 삼는, 일월등명(日月燈明)이라는 이름의 부처님이 계셨는데 그 분은, (1)진리를 몸으로 나타내신 여래(如來)이시며 (2)세상의 모든 사람들로부터 공양을 받으실 수 있는 훌륭한 응공(鷹供)이시며 (3)그 지혜가 참되어 모든 것을 정확히 꿰뚫어보시는 정변지이시며 (4)지혜와 실행을 고루 갖추신 명행족(明行足)이시며 (5)일체의 미혹을 여의신 선서(善逝)이시며 (6)모든 경우를 뚜렷이 분별하시는 세간해(世間解)이시며 (7)위 없이 완전한 인격자 ,즉 무상사(無上士)이시며 (8)모든 생명체를 뜻대로 가르치시고 인도하는 힘을 가지신 조어장부(調御丈夫)이시며 (9)천상계와 인간계의 지도자이신 천인사(天人師)이시며 (10)완전히 깨달음을 여신 부처님(佛)이시며 이 세상에서 가장 거룩하신 세존(世尊)님 이셨습니다. 그 부처님께서는 세상 모든 사람들을 위해 바른 가르침을 설하셨는데, 맨처음 설법이나 중간의 설법이나 마지막 설법이나 그 설하시는 방법은 비록 달랐지만 항상 흘륭하셨습니다. 그 내용은 뜻이 매우 깊었으며 설하시는 말씀은 교묘하였습니다. 그 가르침은 티없이 순수하여 완전무결하고 청정하니, 맑고 깨끗한 인생살이를 가르치는 것이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개인적인 깨달음을 얻겠다고 원하는 성문(聲聞)들에게는 그들에게 알맞는 고(苦)집(集)멸(滅)도(道)의 네가지 진리, 즉 사제의 법문을 설하시어, 생(生)노(老)병(病)사(死)를 비롯한 갖가지 인생고(人生苦)에서 해탈(解脫)한 경지를 끝까지 파헤쳐 주셨으며, 또 인생의 여러 가지 일들이나 자연물의 여러 가지 현상을 연(緣)으로 하여 스스로 깨달음을 얻겠다고 노력하는 벽지불(辟支佛), 즉 연각(緣覺)에게는 십이인연(十二因緣)의 법문, 다시말해 인간의 육체와 정신의 성장에는, (1)무명(無明) (2)행(行) (3)식(識) (4)명색(名色) (5)육입(六入) (6)촉(觸) (7)수(受) (8)애(愛) (9)취(取) (10)유(有) (11)생(生) (12)노사(老死)의 열두 가지 단계에 걸친 원인결과의 법칙이 있음을 설하셨으며, 또 남을 구제하고 세상을 제도하겠다는 큰 뜻을 세우고서 부처님의 경지에 도달하겠다고 원하는 보살(菩薩)에게는, (1)보시(布施) (2)지계(持戒) (3)인욕(忍辱) (4)정진(精進) (5)선정(禪定) (6)지혜(智慧)의 여섯가지를 완성하는 육바라밀(六波羅蜜)을 설하여 위없는 깨달음, 즉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하시고, 또 이 세상의 모든 현상을 분석적(分析的)차별적(差別的)으로 봄과 동시에 총합적(總合的)평등적(平等的)으로도 뚜렷하게 꿰뚫어보는 커다란 지혜인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성취시켜 주셨습니다. 그런데, 이 일월등명불 다음에 또 부처님이 나오셨으나, 그 부처님의 이름도 일월등명이셨고, 또 그 다음에 나오신 부처님께서도 역시 일월등명불이라는 이름이었습니다. 이렇게 이만의 부처님께서 차례로 나오셨지만 모두가 똑같은 일월등명불이라는 이름이었고, 성씨(姓氏)도 똑같은 바라타(頗羅墮)였습니다. 미륵이시여, 이 사실을 똑바로 이해하셔야 합니다. 즉, 처음에 나오신 부처님이나 뒤에 나오신 부처님이나 모두가 똑같은 이름의 일월등명불이셨으며, 한결같이 부처님으로서의 열 가지 뛰어난 덕을 갖추신 분이셨습니다. 또 설하신 가르침도 처음이나 중간이나 맨 끝에 설하신 것이나 모두가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그 최후의 일월등명불께서 출가하시기 전에 여덟 사람의 왕자를 두셨는데 그 왕자들의 이름은 (1)미묘하게 밝고 진실한 마음에서 미묘하게 보아 살피는 뜻이 나오는 바, 그 미묘한 마음은 원래 공(空)으로서, 그 작용인 뜻은 미묘할 게 있으므로, 첫째 왕자를 유의(有意)라 하였고 (2)둘째 왕자는 미묘한 마음에서 나오는 뜻이 좋지 못할 것이 없을 것이므로 선의(善意)라 하였으며 (3)셋째 왕자는 미묘한 뜻을 헤아릴 수 없다하여 무량의(無量意)라 하였고 (4)넷째 왕자는 미묘한 마음이 사물을 대할 때에 이롭게 작용하니 보의(寶意)라 하였으며 (5)다섯째 왕자는 자기와 같은 미묘한 마음을 만나면 그것을 길러내므로 증의(增意)라 하였고 (6)여섯째 왕자는 의심을 모두 제거하고 능히 깨달았으므로 제의의(除疑意)라 하였으며 (7)일곱째 왕자는 사물을 대함이 마치 메아리와 같다하여 향의(響意)라 하였고 (8)여덟째 왕자는 미묘한 마음이 만법(萬法)을 세우므로 법의(法意)라 하였습니다. 이 왕자들은 뛰어난 감화력을 가진 덕 높은 사람들로서, 제각기 넓은 영토를 다스리고 있었는데, 아버지이신 임금님께서 출가하시어 최고 무상의 깨달음을 얻으셨다는 소식을 듣고 모두가 임금의 자리를 버리고 아버지의 뒤를 따라 출가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널리 세상을 구제하겠다는 대승(大乘)의 뜻을 일으켜, 항상 맑고 깨끗한 행을 닦아 가르침의 스승(법사)이 되었으며, 한량없는 부처님 아래서 가르침을 받고 온갖 미덕의 근본을 몸에 심었습니다. 이때, 일월등명불께서는 남을 제도하고 세상을 구제하는 훌륭한 가르침을 설하셨으니, 그 위대한 가르침은 한없이 뜻깊은 내용을 가진,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들께서 깊이 간직하신 생각이었습니다. 이 최고의 가르침을 설하신 부처님께서는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편안히 앉으신 채로, 모든 가르침을 무한하게 생하는데 그 기초가 되는 제법실상의 진리에다 온 정신을 집중하는 명상(삼매)에 드시어, 몸과 마음을 조금도 움직이지 않으시고 조용히 앉아 계셨습니다. 그때 하늘에서는 만다라꽃큰 만다라꽃만수사꽃큰 만수사꽃 등 아름다운 꽃들이 부처님과 많은 대중들 위에 흩어져 내렸으며 넓은 부처님의 세계, 즉 산과 강 그리고 대지가 이에 감동하여 동서남북상하의 여섯가지로 진동하였습니다. 이때, 이 법회에 모여 있던 출가재가의 남녀 수행인들과, 하늘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뱀의 신 마후라가 등, 네무리의 사람들과 사람이 아닌 여덟 무리의 귀신, 그리고 많은 크고 작은 국왕등, 일체의 생명체들이 아직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귀의심을 일으켜 크게 환희하여, 자기도 모르게 두 손 모아 합장하고 일심으로 부처님의 거룩한 얼굴을 우러러 보았습니다. 그때, 부처님(여래)께서는 두 눈썹 사이에 있는 둥글게 말린 하얀 털(미간 백호상)에서 번쩍 하고 광명을 놓아 멀리 동방의 일만 팔천 부처님 나라를 빠짐없이 두루 비추셨으니, 마치 지금 우리들이 본 세계와 꼭 같았습니다. 미륵이시여, 지금부터 하는 말이 중요하니 잘 듣도록 하십시오. 그때, 법회에 모인 이십억의 보살들은 모두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자 하여 가슴을 설레이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많은 보살들은 부처님의 이마에서 나온 광명이 무수한 부처님의 나라를 남김없이 비추는 것을 보고, 지금까지는 한 번도 경험치 못한 깊은 감동을 느낌과 동시에, 도대체 이 광명은 어떤 사연이 있어 이렇게 발하여졌는지 그 까닭을 알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 가운데에 팔백의 제자를 거느린 뒤어난 지혜의 광명을 가졌다는 묘광(妙光)이라는 이름의 구법자가 있었는데, 이때 마침 명상(삼매)으로부터 일어나신 일월등명불께서는 이 묘광보살에게 말씀하시는 형식을 취하여 많은 대중을 향해, 인류와 사회를 구제하는 위대한 가르침(대승경)인 <바른 가르침의 흰 연꽃>, 즉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을 설하셨으니, 그것은 보살을 가르치는 법(교보살법)이며 부처님들께서 마음속 깊이 간직해 오셨던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설법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오랜 세월인 육십소겁(六十小劫) 동안이나 계속되었건만, 단 한번도 부처님께서는 일어서지 않으셨고, 또 이 설법을 듣고 있는 사람들도 그 자리에 앉은 채로 육십소겁 동안 몸과 마음을 조금도 움직이지 아니하였으니, 말하자면, 마치 부처님의 설법이 한 차례의 밥 먹는 시간 정도로 짧게 느껴져서 수많은 청중 가운데에 단 한 사람도 몸과 마음에 권태로움을 느끼지 아니하였던 것입니다. 일월등명불께서는 이 육십 소겁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이 묘법연화경을 설하신 후, 즉시 그 자리에 모여 있던 세간의 주(主)인 범천왕과 욕계의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 주인 마왕(魔王)과 수행인인 사문(沙門)과 깨끗한 행을 하는 외도(外道)와 출가한 바라문(婆羅門)과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의 무리들에게 선언하시기를, `여러분, 나는 오늘 밤 중에 생사의 괴로움을 싫어하여 속히 이 삼계에서 벗어나고자 열반에 드는 것이 아니고, 생사를 초월하여 몸과 마음을 모두 남김없이 멸하는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들 것이니라‘ 하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그때, 그곳에 훌륭한 덕을 간직한 덕장(德藏)이라는 법 구하는 이(구법자)가 계셨는데, 일월등명불께서는 그 덕장보살에게 장차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는 예언, 즉 기별(記別)을 주시면서 여러 출가수행인 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이 덕장보살은 다음에 반드시 성불할 것이니 그 이름은 청정한 몸을 가진 정신(淨身) 여래(다타아가도),응공(아라하) ,정변지(삼먁삼불타)이시니라.‘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장차 부처님이 된다는 예언을 마치시자, 즉시 그 밤중에 무여열반에 드셨습니다. 그 후, 그 뛰어난 지혜의 광명을 가진 묘광보살이 바른 가르침의 흰 연꽃, 즉 묘법연화경을 가지고 팔십 소겁이라는 한량없이 기나긴 세월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설하셨으니, 일월등명불의 출가한 여덟 왕자들도 이 묘광보살을 스승으로 하여 배웠으며, 또 묘광보살도 그들을 잘 교화하여 부처님의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을 굳게 간직토록 맺어 주었습니다. 그 여덟 왕자들은 그 후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부처님을 섬겨 받들고 그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하였기 때문에 모두 부처님의 깨달음을 성취하였던 것입니다. 여덟 왕자 가운데 맨 끝에 성불하신 분을, 등불을 빛나게 하는 연등(燃燈) 도는 정광여래라 이름하였습니다. 이 연등불의 팔백 제자 가운데, 명성을 얻고자 원하는 <구명(求名)>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이기적인 욕망에 집착이 강하였기 때문에 여러 가지의 가르침을 배웠건만 참 뜻을 깨치지 못하고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까닭에 구명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람도 많은 선행(善行)을 쌓았기 때문에 한량없는 부처님을 섬기고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하였을 뿐만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부처님을 존경하고 숭앙하며 찬양하는 행(行)을 계속하였던 것입니다. 미륵이시여, 이사실을 꼭 알아야 합니다. 그때의 묘광보살이 다름아닌 바로 나였으며, 구명이라고 했던 사람이 바로 당신의 전생의 몸이었습니다. 지금 부처님께서 두 눈썹사이의 백호상에서 광명을 놓으사, 동방의 일만 팔천 국토를 비추신, 이 복되고 길한 일이 일어날 징조로 볼 때, 옛날 일월등명불의 경우와 조금도 다르지 않으니, 그로 미루어 보아 오늘의 부처님께서도 틀림없이 인류를 구제하고 사회를 제도하는 훌륭한 가르침인, 그 이름이 <묘법연화>요,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께서 마음속 깊이 간직해온 생각>을 설하시리라고 여겨집니다.“ 이와같이 대답한 문수사리는, 대중 가운데서 이 뜻을 다시 되풀이하여 펴기 위해 시송으로서 다음과 같이 설하였습니다. 『내가 생각건대, 멀고 먼 과거의 한량없는 그 옛날에 인간 가운데서 가장 거룩하신 일월등명이라는 부처님이 계셨으니, 그 부처님께서는 널리 법을 설하시어 한량없는 중생을 구제하고, 무수한 보살을 제도하여 부처님의 지혜로 인도하였습니다. 그 부처님이 출가하시기 전에 낳으셨던 여덟 왕자, 아버지인 대성자께서 출가하신 것을 보고 뒤를 따라 출가하여 다섯가지의 욕망을 끊는 청정한 수행길에 들었습니다. 그때, 일월등명불께서는 <한량없이 깊은 뜻의 기초(무량의)>라는 대승경을 설하셨는데,많은 대중에게 그들의 이해력에 알맞도록 교묘히 분별하여 설하셨습니다. 부처님은 이 가르침을 설해 마치시자, 법좌에 앉으신 채로 <한량없는 깊은뜻의 기초>라고 이름하는 명상에 드셨습니다. 그러자, 이에 감동한 하늘은 아름답고 향기 높은 만다라꽃을 비처럼 내렸고, 하늘의 큰 북은 저절로 미묘한 소리를 내어 울렸으며, 여러 천신용신귀신들도 부처님께 모든 정성을 바쳐 공양드렸습니다. 또, 일체의 불국토가 즉시 크게 진동하고 부처님은 두 눈썹 사이에서 광명을 놓으사 갖가지 기정을 나타내셨습니다. 그 광명이 동방의 일만 팔천 불국토를 두루 비추자, 일체의 중생이 업에 의한 과보 따라 여러 곳에 나고 죽는 모습을 보았으며, 그 불국토들은 갖가지 보석들로 아름답게 장엄되어 청보석수정처럼 빛나고 있었으니 모두가 부처님이 놓으신 광명으로 인해 이처럼 아름답게 빛났던 것입니다. 또 모든 천인용신야차들과 건달바긴나라 등이 제각기 나름대로 부처님을 공양하는 모습을 보았으며, 또 모든 여래께서는 본래 지닌 불성이 스스로 닦이어서 성불하시니, 그 몸빛은 금으로 된 산처럼 단정하고 씩씩함이 매우 미묘하였고, 흡사 맑은 유리 속에 순금으로 된 사람의 형상이 나타난 것처럼 부처님께선 대중 속에서 깊은 법의 내용을 알기 쉽게 펴서 설하십니다. 또 하나하나의 불국토에는 성문들이 무수한데 부처님이 놓으신 광명에 의해 그네들을 모두 보며, 또 많은 비구들이 산과 숲에 있으면서 계율을 지킴이, 밝은 구슬에 흠집이 생길세라 힘써 지키듯 하며, 또 많은 보살이 보시인욕 등의 육바라밀을 행함이 그 숫자가 무량하니 그것은 부처님이 놓으신 광명에 의해 보입니다. 또 많은 보살이 각기 선정에 깊이 들어 몸과 마음이 고요하여 그 경지에 의해 위 없는 깨달음을 구하고 있음을 보며, 또 많은 보살은 일체의 현상 속에는 절대적으로 조화된 실상이 있음을 알고, 각기 그 국토에서 그에 알맞는 설법을 하며 최고의 경지에 이르고자 노력하고 있음을 봅니다. 그때 출가재가의 수행인들은 일월등명불이 큰 신통력을 나타내심을 보고 그 마음이 모두 환희하여,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어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하며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하늘과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부처님은 마침내 명상을 마치시고 묘광보살을 칭찬하며 이르는 말씀이, ‘그대는 세간의 무수한 인간들의 눈이 될지니라. 그 지혜의 눈에 의해 모든 사물의 실상을 꿰뚫어 보는 사람이니, 일체의 사람들로부터 귀의되고 믿음을 받아 부처님의 가르침을 능히 간직해 나갈 사람이니라. 내가 설한 최고의 가르침은 오직 그대만이 그 진리를 깨닫고 있느니라.‘ 세존 님께 칭찬 받은 묘광보살은 너무나도 감격하여 몸둘 바를 몰랐으며,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긴 세월에 걸쳐 부처님께선 묘법연화경을 설하셨습니다. 이 긴 세월 동안 단 한번도 일어서지 않으시고 설하신 최고의 가르침을 묘광보살은 완전히 이해하고 간직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선 이 묘법연화경을 설하시어 많은 중생에게 가슴 속 깊이 환희케 하셨으나, 웬 일인지 이날, 천상계와 인간에게 말씀하시기를, `내 가르침의 맨 마지막인 제법실상의 내용도 여러분을 위해 이미 설하였으니, 나는 오늘 밤중에 마땅히 열반에 들 것이다. 여러분은 일심으로 정진하여 번뇌로 인해 마음을 어지럽히지 않도록 노력하라. 부처님은 만나기 매우 어렵나니, 억겁에 겨우 한 번 밖에 만나지 못하노라.‘ 이 말을 들은 세존 님의 여러 아들들은 슬퍼하며 하는 말이, `어찌하여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빨리 열반에 드십니까` 성인 중의 성인이시며 모든 가르침의 왕께서는 슬퍼 탄식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로하여 말씀하시기를, `내가 멸도했다 하여 근심하거나 두려워 말라. 여기 있는 덕장보살은 미혹도 번뇌도 없는 실상에 대해 이미 마음속에 통달하고 다음에 부처가 될지니, 그 이름이 정신(淨身)이요, 한량 없는 중생을 제도할 것이니라.` 그날 밤 부처님께서는 땔감이 다 타서 불이 꺼지듯, 조용히 이 세상을 떠나가시니, 사리를 나누어서 많은 탑을 세워 그 속에 모셨습니다. 갠지스강의 모래알처럼 무수한 비구비구니들은 부처님의 남기신 말씀에 따라 정진에 정진을 거듭하여 일심으로 위 없는 깨달음을 구하였습니다. 또 묘광법사는 부처님의 모든 가르침을 굳게 믿고 지키며, 오랜 세월동안 법화경을 설하여 널리 폈습니다. 일월등명불의 여덟 왕자도 이 묘광법사에 의해 불성이 개발되고 그에 교화 받아서, 무상도를 구하는 뜻을 굳게 가졌기 때문에 무수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할 수 있었으니, 이 가르침에 깊이 감사하고 그대로 지켜 보살도를 행하였기 때문에, 차례로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어 서로 성불의 약속인 기별을 주고 받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최후에 성불하신 분을 연등불이라 이름하니, 많은 성자들의 스승이 되었으며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케 하였습니다. 이 묘광보살에게 한 제자가 있었으니, 그는 본래부터 수행을 게을리 하는 마음을 품고 명예나 이익에 대한 욕망에 사로 잡혀, 명리를 구하는 마음가짐으로 인해 자주 상류계급의 집에 출입하여 놀이에 정신을 빼앗겨서, 배운 것도 잊어버릴뿐더러 가르침의 뜻마져 이해치 못하였으니, 그로 인해 <구명>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사람도 갖가지 선행을 쌓아 가는 동안에 차츰 무수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게 되어, 그 가르침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그에 따라 보살의 대도를 실행하여 왔으므로, 드디어 육바라밀을 모두 갖추었으므로 그 공덕에 의해 지금 석가세존을 뵙게 되고, 석가여래의 가르침을 받아 반드시 성불하여 그 이름도 미륵불이라 하며 한량없는 중생을 널리 구제할 것이리다. 미륵이시여, 그 일월등명불이 멸도하신 후에 게으른 생활을 보내던 구명이라는 사람은 바로 그대의 전생의 몸이며, 묘광법사라고 하던 그 사람이 바로 이 문수입니다. 그러기에 과거에도 그 연등불이 나타내신 상서로운 징조를 본 것이 이와 똑같으니 지금의 석가여래께서도 기필코 법화경을 설하실 것입니다. 현재의 모든 형편이 옛날의 그것과 똑같으니 이것은 모든 부처님께서 쓰시는 교묘한 수단으로, 현재의 부처님이 광명을 놓으신 것도 듣는 사람 모두가 실상의 참뜻을 끝까지 밝히도록 하는, 부처님의 한가지 방편이옵니다. 모든 사람들이여,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합장하고 일심으로 기다리시라. 부처님은 바야흐로 거룩한 가르침을 비처럼 내리시어 불도를 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충족시켜 주실 것이오니, 성문의 경지를 구하는 사람들이나 연각의 경지를 구하는 사람들이나 보살의 경지를 구하는 사람들이, 만일 갖가지의 의문이나 불안감을 가지고 있더라도 부처님께서는 반드시 그것들을 말끔히 쓸어 없애 주실 것입니다.』 제 2 장 방편품(方便品) 그때, 세존께서는 지금까지 들어계시던 <모든 가르침의 기초>라는 삼매[無量義處三昧]를 마치시고 조용히 눈을 뜨시더니 다음과 같이 사리불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부처님들의 지혜는 매우 깊고 한량없기 때문에 그 지혜의 가르침인 법문(法門)은 이해하기 곤란하고, 또 그 지혜의 경지에는 들어가기 어려우니, 일체의 성문들이나 벽지불들이 이해하거나 도달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부처님이란 아득한 옛날부터 수많은 부처님들을 섬기면서 친히 갖가지의 가르침을 받으시고, 그 수많은 부처님들께서 행하신 모든 수행을 그대로 몸에 익혀, 안팎(內外)에서 일어나는 온갖 장애를 용맹스런 마음을 가지고 남김없이 극복하고 일심으로 정진하니, 그 명성(名聲)이 온 세상에 널리 알려져서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게 되었으며, 또 이렇게 무한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아직까지 아무도 얻지 못한 최고의 진리를 마침내 깨달으신 분이 바로 부처님이시다. 부처님은 그 진리를 사람들의 기근(機根)에 따라 적절한 방법으로 설하시지만, 사람들은 그 속 깊이 담겨져 있는 참뜻이 어디에 있는지 좀처럼 깨닫지 못한다. 사리불이여, 내가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고서부터 지금까지 여러 가지로 과거의 사연을 들어 이야기하거나 갖가지 비유를 인용하여 이야기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널리 설하여 왔으니, 각각 그 개인의 사정과 경우에 따라서 그들에게 알맞는 방법을 가지고 인도하여, 자기중심적인 생각 때문에 이 세상의 갖가지 것들에 집착하고 그 집착 때문에 고통받고 있음을 깨우치도록 하여 그 집착을 여의도록 함으로써, 괴로움을 해결하여 주었던 것이다. 어찌하여 그렇게 할 수 있었는가 하면, 진리를 그대로 나타낸 나(여래)는 방편과 지혜를 모두 완성하여 한 몸에 갖추었기 때문이다. 사리불이여, 여래의 지혜[知見]는 매우 넓고 커서 이 우주 안의 온갖 사물(事物)을 통달하고 있으며, 또 깊고 아득하여 멀고 먼 옛날의 일들로부터 영원한 미래의 일들까지 훤히 모두 알고 있다. 즉, (1)한량없는 중생을 모두 행복하게 하여 주겠다는 마음[慈]과 (2)괴로움을 없애 주겠다는 마음[悲]과 (3)다른 사람의 기쁨을 함께 기뻐해 주는 마음[喜]과 (4)남에게 베푼 은혜나 남으로부터 받은 피해도 모두 잊어버리고 일체의 보답을 깨끗이 버리는 마음[捨]을 가지고, 한량없는 복을 짓도록 하는 덕과 가르침에 있어서 완전한 자유자재[無碍], 즉 (1)가르침의 내용이 바로 진리이므로 자유자재한 법무애(法無碍)와 (2)가르침의 뜻을 자유자재롭게 알고 있는 의무애(義無碍) (3)가르침에 있어서 적절한 말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사무애(辭無碍) (4)언제나 자진하여 가르침을 자유자재로 설하는 요설무애(樂設無碍)와, 이 세상의 모든 사물을 꿰뚫어 보는 열 가지의 힘, 즉 (1)이러한 경우에는 이러한 일을 하는 것이 적당하고, 이러이러한 일은 적당치 않음을 아는[是處非處] 지혜의 힘[智力]과 (2)과거현재미래의 삼세업보(三世業報)를 아는 지혜의 힘과 (3)갖가지 경우에 따라, 그 경우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가짐[諸禪解脫三昧]을 아는 지혜의 힘과 (4)가르침을 듣는 사람들의 기근을 분별해 보는[諸根勝劣] 지혜의 힘과 (5)같은 가르침을 듣더라도 그 사람들의 성질이나 직업이나 또는 생활의 차이에 따라 그 해석이 각기 다른 바, 그 미묘한 차이를 분별해 아는[種種解] 지혜의 힘과 (6)사람들의 경계(境界), 즉 신상을 꿰뚫어 보는 지혜의 힘과 (7)현재의 상태를 보고 이제부터 앞으로 나아갈 길을 아는 지혜의 힘과 (8)보통사람은 알 수 없는 타인의 마음, 또는 사물의 참모습을 아는[天眼無碍] 지혜의 힘과 (9)숙명적인 미혹을 제거하는 지도방법을 아는[宿命無漏] 지혜의 힘과 (10)영원히 습기(濕氣) 즉, 나쁜 버릇을 끊어 없애는[漏盡] 지혜의 힘과, 아무것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가르침을 설하는 근본적인 용기, 즉 부처님은 모든 지혜를 성취하고 계시기 때문에 (1)어떤 사람에게 어떠한 것을 설하실 지라도, 두려워하지 않음[一切智無所畏]과 (2)일체의 미혹을 여의셨기 때문에 가르침을 설함에 있어서 걱정이 없음[漏盡]과 (3)불도를 가로막는 것을 대중 앞에서 설해 밝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음[設障道]과 (4)모든 괴로움을 소멸하는 길을 알고 계시므로 조금도 거리낌이 없음[設盡苦道]과 마음의 흐트러짐을 막고, 조용히 진리에 정신을 집중하는 경지[禪定]와, 사물에 대한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 참다운 안심(安心)을 얻는 마음가짐[解脫]과, 정신을 한가지 일에 집중하여 그 일념(一念)을 바르게 유지하는 정신통일의 법[三昧]과, 이 모든 것을 갖추어 절대의 세계[無際]에 들어가서 지금까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진리를 끝까지 파헤쳐, 아직껏 아무도 이루지 못했던 법을 성취한 것이다. 사리불이여, 여래는 상대방과 경우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설하는 방법을 바꾸어 교묘하게 많은 가르침을 설하되, 항상 부드럽고 알기 쉬운 말로써 설하여 사람들의 마음에 가르침을 듣는 기쁨을 불러 일으켰다. 사리불이여,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을 요약해 말하자면, 보통사람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한량없고 끝간데가 없는, 지금까지 그 누구도 도달치 못한 최고의 진리를 나(부처님)는 완전히 깨달은 것이다. 그만두자, 사리불이여, 다시 말해 무엇하겠는가. 왜냐하면 부처님이 끝까지 파헤치신 진리는 이 세상에서 비길 바 없는 가장 높은 실상묘법(實相妙法)이므로 말로써는 설명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보통사람은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오직 부처님과 부처님 사이에서만이 이해될 수 있는 것이다. 즉, 모든 부처님들은 이 우주 안의 온갖 사물의 참모습을 꿰뚫어 보았듯이 나 또한 이것을 끝까지 파헤쳐서 꿰뚫어 보았으니, 이 세상의 만물 그 자체[諸法]가 바로 참모습[實相]인 것이다. 이른바 제법, 즉 개개의 현상(現象)이란 천연적으로 가진 그 모습[如是相], 천연적인 그 성품[性], 천연적인 그 바탕[體], 천연적인 그 힘[力], 천연적인 그 작용[作], 천연적인 그 원인[因], 천연적인 그 조건[緣], 천연적인 그 결과[果], 천연적인 그 보답[報], 이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파헤쳐 꿰뚫어보면, 모두가 평등[本末究意等]하게 똑같은 것.“ 이렇게 말씀하신 세존께서는 그 뜻을 강조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의 덕은 한량없어,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들은 물론 일체의 중생들도 부처님의 참모습을 알 수 없다. 부처님의 열가지 힘과 네가지 무외와 해탈과 여러 가지 삼매와, 그 밖의 온갖 부처님의 덕을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부처님은 본래 수많은 부처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받고 그 도법을 완전히 시행하였음이라. 이렇게 얻어진, 매우 깊어 설명할 말조차 없는 진리는 발견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것이라서, 나 역시 극히 오랜 세월동안 갖가지 수행 쌓은 후에 붓다가야의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어, 이 진리 다 궁진했네. 이와같은 묘한 과보와 갖가지 상성체력작인연본말구경 등의 제법실상을 나와 시방(十方)세계의 모든 부처님들이 능히 모두 아시지만 이러한 실상은 나타내 보일 수 없으며 말로써 설명할 수 없어, 부처님 이외의 중생들은 확실하게 이 진리를 이해할 수 없지만, 부처님을 굳게 믿고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확고한 뜻을 가진 보살만은 이해할 수 있으니, 모든 부처님 제자로서 일찍이 여러 부처님을 섬기며 가르침 받아, 일체번뇌 다 여의고 아라한의 경지에 도달한 그런 사람일지라도 도저히 그 힘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가령, 온 세상 가득히 사리불처럼 지혜있는 사람 모여, 생각 모두 기울여서 함께 헤아려 봐도 부처님의 지혜 알 수 없고, 또 시방천지에 사리불같은 사람 가득하며, 또 다른 내 제자들처럼 훌륭한 사람들이 시방국토에 가득히 모여, 모두 함께 일심으로 생각해 보더라도 역시 알 수 없노라. 총명한 지혜로 온갖 미혹 모두 끊어 다시 태어나지 않는 경지에 도달한 벽지불이, 역시 시방세계에 대숲의 대나무처럼 가득 모여, 모두 한마음 되어 한량없는 세월동안 부처님 진실한 지혜 생각해도 작은 부분조차 알 길이 없고, 새로이 뜻을 세운 보살이 무수한 부처님 섬기며, 갖가지 가르침 이해하고 훌륭한 그 가르침 설하는 사람이 벼삼대대나무갈대처럼 시방국토에 가득차서, 미묘한 지혜로써 일심으로 한없이 오랜 세월 모두 생각 기울여도 부처님 지혜 알 수 없고, 다시 범부 되지 않는, 갠지스강의 모래알 같은 보살들이 함께 모두 일심으로 구할지라도 역시 알 수 없다. 또 사리불에게 고하니, 모든 번뇌 끊어 멸하는 불가사의한 일승(一乘) 실상묘법을 나는 이미 몸에 갖추었으니 오직 나만 이 실상을 알고 시방(十方) 부처님 역시 안다. 사리불아, 꼭 알아라. 모든 부처님 말씀 다르지 않으니 부처님 설하는 가르침을 마음으로부터 믿어야 한다. 세존 오랫동안 방편 설하신 후에 기필코 진실 설하나니, 성문이나 연각의 경지를 구하는 사람, 내가 그대들의 괴로움과 집착을 여의게 하여 해탈시켜 열반을 얻게 한 것은, 부처님의 방편력을 가지고 경향이 다른 세 가지 가르침을 설하였기 때문이며, 그것은 중생이 제각기 다른 집착을 가졌기에, 우선 그 집착에서 떠나게 하였음이라.』개행 그때에 많은 사람들 가운데는 여러 단계의 성문들이 있었으니, 이미 그 번뇌를 모두 없앤 아라한인 아야교진여를 비롯한 일천 이백의 제자들과, 그 밖의 성문이나 벽지불의 경지를 구하려는 마음을 일으킨 비구와 비구니, 우바새와 우바이 등이 각기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세존께서는 무슨 이유로 방편을 거듭 찬탄하시며, 더욱이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진리는 매우 깊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므로 사람들의 기근에 따라 여러 가지 방편을 가지고 그들을 가르쳐서 인도하건만, 사람들은 그 참 뜻이 어디에 있는지 전혀 인식하지 못하여, 모든 성문이나 벽지불일지라도 그 참 뜻은 알 수 없다>고 말씀하시는 것일까? 부처님께서는 지금까지 동일한 해탈의 길을 설하였으므로 우리들도 이 가르침에 따라 번뇌를 끊고 열반의 경지에 도달하게 되었는데, 이제 와서 이러한 말씀을 하시는 의향을 알 수 없구나` 그 때에, 사리불은 남녀 출가재가 수행인[四部大衆]들의 마음에 생긴 의심을 살펴서 알았음과 동시에, 자기도 확실히 알지 못하였기 때문에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께서는 어찌하여 거듭, 부처님께서 가장 소중히 여기시는 법이라고 하여, 매우 깊고 미묘하여 이해하기 어려운 방편이라는 것을 그토록 찬탄하시나이까. 저는 예전부터 부처님을 따라 가르침을 받아 왔었는데 지금까지 이러한 설법을 들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도 저와 똑같은 의심을 품고 있사오니, 원컨대 세존께서는 이 일을 알기 쉽게 가르쳐 주십시오. 세존 님이시여, 어지하여 저희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깊고도 미묘한 가르침을 이토록 찬탄하시나이까?“ 이렇게 말씀드린 사리불은 거듭 이 뜻을 시송으로써 설명하였습니다. 『태양같은 지혜를 가지신 세존께서, 성도하신지 오래건만 오늘에야 이 가르침 설하시네. 스스로 십력(十力)과 네 가지 무소외와 삼매와 선정과 해탈 등 불가사의한 법 얻었노라고 하시네. 붓다가야의 보리수 아래서 얻은 진리에 대해 묻는 사람 없다 하시며, 내 설하는 바, 뜻 어려워 묻는 사람 없노라고. 묻는 사람 없건만, 수행하신 도법을 찬탄하며 스스로 설하시며, 지혜는 깊고 미묘하여 모든 부처님 얻으신 바와 같다 하시네. 번뇌 끊은 아라한들과 열반의 경지 구하는 사람들이 지금 모두 의혹의 그늘 속에 빠졌는데, 부처님은 무엇 때문에 이것을 설하실까? 하고. 연각의 경지 구하는 이와 비구와 비구니들과 여러 하늘과 용과 귀신들과 아울러 건달바 등이 서로 의심 풀지 못해 부처님만 우러러 뵈옵나이다. 이런 일이 무슨 까닭인지 바라옵건대 부처님이시여, 설명하여 주소서. 모든 성문 가운데서 네가 제일이라 말씀하시나 지금 저의 지혜로써는 의혹할 뿐 이해치 못하옵나니, 이것이 제가 성취한 궁극적인 것일까? 아니면 수행할 도리인지? 하고. 부처님 말씀 듣고 법신 얻은 자식들 합장하고 우러러 보며 기다리오니, 원컨대 거룩한 목소리로 마음속의 진실을 설하여 주시옵소서. 모든 하늘과 용과 귀신들 그 수가 갠지스강의 모래알처럼 있고, 깨달음 구하는 여러 보살들 그 수가 팔만이며, 또 여러 만억의 나라 전륜성왕들도 합장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최고의 가르침을 듣고자 하나이다.』 그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니 그만두자, 그만두자. 말해 무엇하랴. 만일 이 일을 말하면 일체 세간의 여러 하늘들과 사람들이 깜짝 놀라고 의혹에 빠질 것이니라.” 사리불은 거듭 부처님께 간청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말씀하여 주옵소서. 오직 원하오니 말씀하여 주옵소서. 왜냐하면 여기 모인 무수한 백천만억 아승기 중생들은 일찍이 모든 부처님을 섬기며 가르침을 받아온 사람들로서, 신(信)진(進)염(念)정(定)혜(慧)의 오근(五根)과 그 밖의 일체 선의 근본이 되는 성품이 매우 훌륭하여, 어려운 가르침도 능히 분별하여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으며, 지혜도 매우 훌륭하기 때문에 부처님의 말씀을 듣는 다면 틀림없이 공경하고 믿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때, 사리불은 거듭 이 뜻을 강조하려고 시송으로 여쭈었습니다. 『가르침의 왕이신 위 없는 세존이시여, 염려치 마시고 설하여 주옵소서. 여기모인 한량없는 중생은 기필코 공경하고 믿을 사람들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역시 그만두자고 하셨습니다. “사리불이여, 만일 이 일을 말한다면 모든 세상의 하늘과 인간과 아수라들이 반드시 놀라고 의심할 것이며, 깨닫지 못했으면서 깨달은 체하는 증상만(增上慢)의 비구들은 장차 큰 구멍(지옥) 속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시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그만두자, 그만두자. 말해 무엇하랴. 나의 가르침은 미묘하여 생각하기 어려우니, 증상의 무리들은 이 가르침을 듣더라도 공경하고 믿는 마음 일으키지 않으리라.』 그렇지만 사리불은 또다시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오직 원하옵나니 말씀하여 주옵소서, 말씀하여 주옵소서. 지금 여기 모인 저와 같은 백천만억의 대중들은 세세생생 부처님을 섬기며 교화를 받아온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이 사람들은 반드시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경하고 믿을 것이오며, 그들은 오랫동안 안락하게 생활하고 많은 이익을 얻어 행복하게 지낼 것이옵니다.“ 그때 사리불은 또다시 시송으로 여쭈었습니다. 『위 없는 세존이시여, 원컨대 그 최고의 가르침을 말씀하소서. 저는 부처님의 첫째 제자(장남)이오니, 알기 쉽게 말씀하여 주옵소서. 이곳에 모인 많은 사람들은 반드시 이 가르침을 공경하고 믿으오리다. 부처님은 이미 과거세에서도 이들을 교화하여 주셨나이다. 모두들 일심으로 합장하고 부처님의 말씀을 들으려 하나이다. 저희들 일천 이백 인뿐만 아니라 그 밖에 불도를 구하는 사람 많사오니, 원컨대 이들을 위해 알기 쉽게 말씀해 주시오소서. 이들이 그 가르침을 듣게 되면 반드시 위 없는 그 큰 기쁨 일으킬 것이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사리불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대가 거듭 세 번이나 간청하니 내 어찌 말하지 않으리. 그대들은 이제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 마음에 깊이 간직하라. 내가 그대들을 위하여 더욱 알기쉽게 말 하리라.” 그런데 웬일인지 이런 말씀을 하시자, 이 자리에 모여 있던 사람들 가은데 비구비구니우배새우바이들 오천 사람이 별안간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떠나버리니, 그 까닭은 이 무리들은 지금까지 쌓아 온 죄업이 무겁고 깊을뿐더러 증상에만 빠져 아직 얻지 못한 것을 얻은 것처럼 착각하고 아직 깨닫지 못한 것을 깨달은 체하는 까닭이었습니다. 그들은 이런 허물이 있었기 때문에 이 자리에 머물고 싶지 않아 물러갔으나 세존께서는 잠자코 계실 뿐, 말리지 아니하셨습니다. 그들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고 계시던 세존께서는 사리불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여기 남은 사람들은 나무의 잔 가지[枝]나 잎새[葉]같은 이 중대한 가르침을 고스란히 받아드릴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하나도 없고, 모두가 정실(貞實)하여 진심으로 받아드릴 실력있는 사람들만 남았으니, 사리불이여, 그러한 증상만의 사람들은 물러가는 것이 오히려 마땅하다. 그러므로 그대는 잘 들어다오. 참으로 그대를 위해 진실을 말하리라.” 사리불이 여쭙기를, “네, 세존이시여, 기꺼이 듣고자 하나이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사리불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지금부터 말하는 미묘한 법문은 삼천 년 만에 한 번 핀다는 우담바라꽃처럼 모든 부처님 여래들께서도 극히 드물게 설하시는 가르침이므로 사리불이여, 그대들은 내가 말하는 것을 반드시 믿어야만 한다. 부처님의 말씀은 결코 거짓이 없느니라. 사리불이여, 모든 부처님들은 때와 장소에 따라 법을 설하시므로 그 참 뜻은 알기 어려우니, 즉 나 또한 무수한 방편으로 여러 가지 과거의 사연과 비유와 적절한 말로써 여러 가지 가르침을 펴서 설하고 있지만, 그것은 오직 교묘한 수단(방편)일 뿐, 진실 그 자체는 말로써 표현 될 수 없는 것이기에 헤아려 보거나 분별해서 이해 될 수 없는 것이니, 완전한 깨달음에 도달한 부처님들 만이 이를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니라. 그러기에 모든 부처님 세존들께서는 이 진실이라는 오직 하나뿐인 중대사(重大事)를 인(因)과 연(緣)으로 하여 이세상에 모습을 짓고 나타나시는 것이다. 사리불이여, 무엇을 가리켜 모든 부처님 세존들께서는 오직 하나뿐인 중대사를 인과 연으로하여 이 세상에 나타나 오신다고 하는가 하면, 과거현재미래의 부처님들은 모두가 일체의 중생들의 본래 가지고 있는 부처님의 지혜를 스스로가 열어서[開] 즉, 개발하여 청정한 마음을 얻도록 하기 위하여 세상에 나타나 오시며, 또 부처님의 지혜인 실상(참모습)을 중생들에게 나타내 보이시기[示] 위하여 세상에 나타나 오시며, 또 그러한 부처님의 실상을 환히 아는 지혜를 중생들이 스스로 깨닫도록 하기 위하여 세상에 나타나 오시며, 또 부처님의 지혜에 깊이 들어[入]가서 평등상과 차별상을 모두 아는, 일체종지를 깨닫는 길[道]로 중생을 인도하기 위하여 세상에 나타나 오시는 것이다. 사리불이여, 이것을 가리켜서 모든 부처님 세존들께서는 오직 하나의 중대사(목적)를 원인(因)과 조건(緣)으로 하여 이세상에 나타나[現=如] 오신다[出=來]고 말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진리를 몸으로써 나타내신[如來] 모든 부처님들께서는 오직 보살만을 교화하시기 때문에, 하시는 바 모든 일이 항상 이 한가지의 목적, 즉 <모든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지혜로써 본[知見] 실상(참 모습)을 가르쳐서, 그것을 확실히 깨닫게 하는 것>이다. 사리불이여, 부처님이 되는 길은 오직 하나의 길[一佛乘], 즉 보살도(菩薩道)밖에는 없으므로 모든 사람들의 안락과 행복을 위하여 이 가르침을 말하니, 달리 제2나 제3의 길은 없다. 사리불이여, 모든 시방세계의 부처님들께서 말씀하시는 가르침도 역시 똑같으시니라. 사리불이여, 과거에 출현하셨던 여러 부처님들께서도 한량없는 무수한 방편으로, 가지가지의 사연과 비유와 이론적인 적절한 이야기로 중생의 안락과 행복을 위하여 여러 가지 가르침을 연설하셨으니, 이 가르침은 모두 불승, 즉 일체중생은 부처님을 섬기며 부처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듣고 그 가르침을 그대로 실천하여 마침내 모두가 사물의 평등상과 차별상을 아는 최고의 지혜인 일체종지를 얻었던 것이다. 사리불이여, 미래에도 많은 부처님들이 반드시 세상에 출현하시겠지만, 역시 한량없고 수없는 방편으로 가지가지의 과거의 사연과 비유와 이론적인 적절한 이야기로 중생들의 안락과 행복을 위하여 여러 가지 가르침을 펴서 말씀하시리니, 이 가르침도 역시 모두 불승을 위한 것이어서, 이 여러 중생들도 부처님으로부터 가르침을 배우고 익혀서 결국에는 최고의 지혜인 일체종지를 얻을 것이다. 사리불이여, 현재에도 이 우주의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불국토(佛國土)에 계시는 여러 부처님 세존들께서 중생들에게 많은 행복과 안락을 베푸시고 계시지만, 이 부처님들께서도 한량없는 무수한 방편으로 가지가지의 사연과 비유와 이론적인 적절한 이야기로 중생들을 위하여 여러 가지의 가르침을 펴서 말씀하고 계시나니, 이 가르침도 모두가 우주의 실상을 깨달아서 부처님이 되는 길, 즉 불승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중생들은 부처님을 섬기면서 그 가르침을 받아 그대로 실천하여, 필경에는 최고의 지혜인 일체종지를 얻을 것이니라. 사리불이여, 이 과거현재미래 부처님들께서는 오로지 보살(법 구하는 이)만을 교화하기 위하여 부처님의 지혜를 중생 스스로가 체험을 통해 깨닫도록 하기 위함이며, 또 중생으로 하여금 부처님의 지혜를 성취하는 길에 깊이 들어가게 하는 것이니라. 사리불이여, 지금 나 또한 이와 같아서 여러 중생들이 가지고 있는 가지가지의 탐욕과 마음속 깊이 눌러 붙어 있는 집착을 알기 때문에, 그네들이 가지고 있는 성품에 따라서 가지가지 과거의 사연과 비유와 이론적인 이야기와 교묘한 수단의 힘[方便力]을 가지고 그들을 위하여 가르침을 설하니라. 사리불이여, 이러한 것은 모두 최고의 지혜인 일체종지를 얻게 하기위한 가르침, 즉 불승(佛乘)이니라. 사리불이여, 이 우주(시방세계) 가운데는 진리가 둘이 있을 수 없을진대, 하물며 어찌 세 가지의 가르침이 있겠는가. 사리불이여, 모든 부처님들께서는 다섯 가지의 원인에 의해 세상이 흐려지고 더러움이 가득 찼을 때에[五濁惡世], 세상을 맑고 깨끗하게 하기 위하여 이 세상에 사람의 몸으로 나오시니라. 이른바, 그 다섯 가지의 흐림, 즉 오탁이란, 세상이 오래되어 낡아졌기 때문에 생기는 혼란(混亂)인 겁탁(劫濁)과 사람들의 번뇌가 차츰 치열해지기 때문에 생기는 혼란인 번뇌탁(煩惱濁)과 사람들의 성질이 서로 달라서 복잡해지기 때문에 생기는 혼란인 중생탁(衆生濁)과 사물을 보는 눈이 여러 가지로 나누어져서 삿되게 보는 견해가 세상을 뒤덮기 때문에 일어나는 혼란인 견탁(見濁)과 인간의 수명이 짧아지기 때문에 자연히 눈앞에 보이는 이익이나 즉시 효과가 나타나는 것만을 추구하기 때문에 생기는 혼란인 명탁(命濁)을 말하나니. 사리불이여, 이와같이 흐리고 혼란한 세상이 되면 사람들의 번뇌(때)가 무거워져서, 인색하고 탐내는 마음과 질투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치성하여, 그로 말미암아 갖가지의 악덕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에 부처님들께서는 단숨에 최고의 진리를 설하시지 않으시고 교묘한 수단[方便力]으로, 실제에 있서는 불승 밖에 없는 것을 각자의 능력에 따라 세가지[三乘]로 나누어서 설하시니라. 사리불이여, 만일 내 제자 가운데에 스스로가 아라한이나 벽지불이라고 생각하였을지라도, 모든 부처님들께서는 가르침을 설하심이 오로지 보살의 길을 가르치기 위한 것임을 알지 못한다면, 그들은 부처님(나)의 제자가 아니며 아라한도 벽지불도 아니니라. 또 사리불이여, 만일 여러 비구와 비구니가 자기는 이미 아라한의 경지에 도달하여 인간으로서는 다시 태어나지 않는 최후의 몸이 되었으며 이것이 궁극적인 깨달음의 경지라고 생각하여, 또다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최고 무상의 지혜)를 얻고자 하는 뜻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그들은 깨닫지도 못하였으면서 깨달았다고 착각하는 증상만의 인간이라 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참으로 아라한의 경지를 얻은 사람이라면 이 법화경의 가르침을 믿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처님이 멸도하신 후에 부처님이 출현하시지 않아, 부처님이 계시지 않을 경우는 제외되니라. 왜냐하면 부처님이 멸도하신 후에 이 법화경을 믿고 간직하여[受持] 읽어 외우며[讀誦] 그 참뜻을 이해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것을 완전히 행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문 까닭이니라. 그러므로 비록 이 가르침을 믿지 않고 소승(小乘)의 경지에 머물고 있을지라도 이들을 증상만이라고 비난할 수 없으니, 그러한 사람들도 만일 다른 부처님을 만나서 이 법화경의 가르침을 듣게 되면 참다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니라. 사리불이여, 그대들은 이 법화경의 가르침을 반드시 일심으로 믿고 이해하여 마음 속에 단단히 간직하여야 한다. 모든 부처님의 말씀에는 거짓이 없나니, 오직 불승만있을 뿐 다른 가르침은 없느니라.“ 이때 세존께서는 거듭 그 뜻을 펴고자 하여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깨닫지 못했음에도 깨달았다고 착각하는, 교만한 비구비구니들과 잘난 체하는 우바새와 부처님 말씀 믿지 않는 우바이들, 이러한 네[四] 무리[衆]의 사람들이 그 수효가 오천이라. 자기 허물 보지 못하고 계율 또한 지키지 못해, 제 잘못 숨기고 싶은 어리석음 때문에 끝내 떠나갔으니 모임 가운데 찌꺼기라, 부처님 큰 덕에 눌려 갔느니라. 이런 사람 쌓은 공덕 없어 이 가르침 듣지 못하지만 남은 사람들은 잔가지와 잎새 아닌 오직 참된 열매로다. 잘 듣거라, 사리불이여, 부처님들이 얻은 이 최고의 진리를 한량없는 방편으로 중생 위해 말하노라. 중생들이 가진 여러 생각, 가지가지 그 행위와 욕망과 그 성품은 어떠하며, 과거세의 선악의 업들 부처님 모두 알아, 여러 사연 갖가지 비유, 이론적인 설명 등 방편의 힘으로 일체중생 환희토록, 어떤 때는 가르침의 참뜻[修多羅]과 시[伽陀]와 불제자의 과거사[本事]와 부처님의 전생담[本生]과 신비로운 이야기[未曾有]를 설하며, 또 과거의 사연과 비유와 설했던 바를 거듭 시로써 설하고[祇夜], 혹은 내용을 논의 해설[優婆提舍]하는 등 가르침을 설하시니라. 기근이 낮아 소승법을 즐겨, 나고 죽는 것에 사로 잡혀 한량없는 부처님 아래서도 깊고 미묘한 불도 수행치 않아 뭇 고뇌에 시달리니, 이들 위해 마음의 평안[涅槃] 설하셨도다. 나 또한 방편을 써서 부처님 지혜에 들게 하였으나 아직껏 너희들도 성불한다는 말 안 했음은, 그런 말 할 때가 아직 이른 까닭이라. 지금에야 때가되니 결단코 대승을 말하노라. 나는 중생의 근기 따라 아홉 가지 가르침 설했지만 대승에 드는 밑둥 되기 위해 이 가르침 설했노라. 마음 깨끗한 불자 중에 순수하고 명석한 지혜 가져, 한량없는 부처님 섬겨 깊이 미묘한 도법 행한다면 모든 불제자 위해 이 가장 높은 가르침 설하고서 미래세에 성불한다, 내가 증명(기별)하노라. 마음 깊이 부처님 생각하고 깨끗한 계율 지켜 수행하는 까닭에, 이들은 성불한다는 말 듣고 큰 기쁨 온몸에 가득하니, 부처님은 그의 마음과 행을 알아 가장 높은 가르침 말하노라. 성문이나 보살이 내가 말하는 이 법화경의, 한[一] 시송이라도 듣고 마음에 간직한다면 모두 성불하기 의심 없다. 시방세계 불국토 가운데는 진실한 가르침 오직 하나 뿐이며 둘이나 셋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부처님 설하시는 방편만은 제외한다. 그저 일시적 거짓 이름 빌어 중생을 인도하는 것은, 진실한 부처님 지혜 말하기 때문이다. 여러 부처님 세상에 나오심은 오직 이 하나의 진실한 목적 때문이며, 다른 두 가지는 진실한 목적 아니므로 소승 가지고는 끝내 중생 제도 못 하리라. 부처님은 대승에 머물러, 스스로 얻으신 가르침에는 선정과 지혜와 아름다운 덕이 갖추어져 모든 중생을 제도하노라. 스스로는 위없는 깨달음인, 모든 사람 성불한다는 대승의 진리 환히 알고있으면서, 만일 소승으로써 중생을 단 한사람이라도 교화한다면 나는 바로 인색하고 탐욕함에 떨어질 것이니, 그러한 일은 절대로 없다. 만일 어떤 사람이 부처님을 믿고 귀의하면 여래는 결코 속이지 않으며, 또한 가르침에 인색하지 않고 질투하지 않으며 일체의 모든 악이 끊겨있기 때문에, 부처님은 우주 어느 곳에서도 홀로 두려움 없이 모든 가르침을 설하느니라. 삼십 이(三十二) 상(相)으로 몸을 아름답게 갖춘 나는 이 세상에 널리 광명 비추니, 한량없는 중생에게 존경 받으며 그를 위해 제법실상의 가르침을 설하느니라. 사리불이여, 알라. 내 옛날에 서원을 세우기를, 모든 중생 나와 같은 경지로 인도하겠다 하였더니, 그 서원한 바, 지금 이 진리 말해 달성하게되어 일체 중생 교화하여 모두 불도에 들게 하네. 그러나 당장 이 중생들에게 이 최고 가르침 말한다면 어리석은 사람은 착각하고 이 가르침 안 받으니 이런 사람 과거세에 선행을 쌓지 않고 오관 욕망 집착하고 어리석음에 사로잡혀 번뇌 끊지 못하더니, 여러 욕망 인연되어 삼악도(三惡道)에 떨어지고 여섯 갈래 헤매면서 여러 고통 갖추어 겪고, 전생 악업 미묘한 모습 짓고, 태 속에 들었다가 날 적마다 불어나니, 박덕하고 복도 없어 뭇 고통에 시달리며, 있다없다 사악한 사상의 밀림 속을 헤매는 등 제각기 의존하는 사상이 예순 둘이나 되더라. 이런 허망한 사상에 깊이 빠져 굳게 믿고 버리지 못해, 제 말 옳다 뽐내며 아첨하고 얼버무려 진실한 마음 없으니, 천막 억겁 지내어도 부처 이름 못 들으며 정법 또한 못 들을세, 제도하기 어렵노라. 사리불이여, 그들 위해 교묘한 수단 베풀어서 여러 고통 끊는 길 말해 마음의 평안 가르쳤으나, 이것 소승 멸제일 뿐, 참 열반은 아니었네. 이 세상의 모든 존재, 본래부터 평안하고 조용한 조화된 모습이라, 수행을 완수한 부처님 제자들은 미래에 반드시 부처님이 되리라. 나는 방편력으로써 세 가지 가르침으로 나누어서 설했을 뿐, 모든 부처님들 오직 하나의 진실(일승) 설하나니, 여기있는 대중들아, 모두 의심 버릴지니라. 부처님 말씀 한결같아 서로 다르지 않나니, 진실은 하나일 뿐 둘일 순 없다. 과거 무수겁에 멸도하신 수많은 부처님들, 백천만억 그 수효를 헤아릴 수 없건마는 그와 같은 세존들도 가지가지 사연과 비유 등 무수한 방편력으로 많은 가르침 연설하나, 이 여러 세존들도 모두 일승의 가르침 설하시어 무량중생 교화하여 불도에 들게 하셨노라. 대성주이신 부처님들, 일체 세간 꿰뚫어보아 하늘인간뭇 중생들 마음속의 욕망 알고 다시 다른 방편으로 우주 실상 깨닫는 데 도움되게 하셨노라. 만일 어떤 중생들이 여러 과거 부처님 만나, 혹은 이 가르침을 들어, 보시지계인욕과 정진선정지혜 등 여러 가지 큰 덕인 복과 지혜 닦았으면, 이와 같은 모든 사람 다 이미 성불했고, 부처님 멸도 후 마음이 조화되어 부드러워진 아라한들도 남기신 가르침 실행하여 모두 불도 성취했음이라. 또 부처님들 멸도 후에 사리를 공양하려 만억 가지 탑을 세우되, 금과 은과 수정들과 자거와 마노와 매괴[火珠]와 청보석의 구슬들로 청정하게 널리 모든 탑을 엄숙하고 단정히 장식하거나, 혹은 돌로 사당 짓고 전단과 침수와 목밀 등의 향나무와 그 밖의 목재나 벽돌이나 찰흙을 써서 지으며, 혹은 넓은 들판에 흙을 쌓아 절 짓거나, 아이들이 놀이할 때에 모래 모아 탑 세우더라도 이와 같은 사람들도 모두 불도 성취했음이라. 부처님 연모하여 여러 형상 건립하되, 삼십 이 상(三十二相) 조각하면 그들 모두 성불했고, 일곱 가지 보석이나 놋쇠나 백동적동, 백납흑납주석철과 나무 또는 찰흙이나 천[布]에다 회반죽 발라 엄숙하고 단정하게 부처님 모습 지었다면, 이러한 모든 사람 이미 불도 성취했음이라. 부처님 모습 그림 그리되, 갖추신 모든 복상 아름답게 나타내면 제가 그리나 남 시켜 그리나 모두 불도 성취했고, 어린 아이 장난으로, 풀나무붓이거나 손가락손톱으로 부처님 모습 그리면, 이러한 사람들 점차로 공덕 쌓아 고통 뽑아주겠다는 큰 마음 갖추어서 모두 불도 성취하여, 보살들만 교화하여 무량중생 제도했네. 어떤 사람, 탑과 절이나 불상이나 탱화에다 꽃과 향과, 깃발해가리개 바쳐 일심으로 공양하거나 혹은 남을 시켜 풍악 하되, 북치고 뿔나팔과 소라고동 불게하며 퉁소피리거문고공후(하프)에 비파자바라징 등으로, 이와 같은 아름다운 소리로써 정성다해 공양하거나 기쁨 가득한 마음으로 부처님 덕 노래부르되, 작은 소리로 불렀더라도 모두 불도 성취했음이라. 산란한 마음으로 한 송이 꽃을 들어 부처님 탱화에 공양을 했더라도 그것이 인연되어 무수한 부처님 뵙게되며, 어떤 사람 예배하되 혹은 그저 합장하거나 단지 한 손 들었거나 살짝 머리 숙였거나 부처님 모습에 공양하면, 차츰 무수한 부처님 뵙게 되어 스스로 불도 성취하고 널리 무수한 중생제도를 하며, 섶 다하면 꺼지듯이 대승열반 들어가리. 산란한 마음으로 탑이나 절에 들어가서 <나무 불> 한 번 해도 모두 불도 성취했음이라. 여러 과거 부처님들이 세상에 계실 때나 멸도한 뒤에라도 이 법화경 들은 이는 모두 불도 성취했음이라. 미래의 여러 세존, 그 수효가 한량없되, 그 모든 여래들도 역시 방편으로 법 설하리니, 일체의 여래들은 한량없는 방편으로 모든 중생 제도하여, 모든 번뇌 끊어 없앤 부처님 지혜에 들게 하니, 만일 이 법화경 듣는 이는 성불치 않는 사람 하나 없다. 부처님들 본래 서원, 자기 걸어온 부처님에의 길을 널리 모든 중생들에게도 이 길 같이 얻게 하리. 오는 세상 나오실 부처님들도 백천만억, 무수법문 설할지라도 참으로는 일승위해 설하심이라. 모든 부처님들, 온갖 사물은 변화하고 자성 없으며 불성이 무명의 연을 만나 싹틈을 알아, 그러므로 일승을 설하시나니, 이 일승은 실상에 바탕을 두어 세상이 변하여도 변치 않는 진리라고, 부처님은 도량에서 이미 깨달으시어 여러 가지 방편으로 설하심이라. 현재 이 우주에는 하늘과 인간에게 공양 받는 부처님이 갠지스강의 모래처럼 그 수효 무수히 세간에 출현하사, 중생을 안온케 하기 위해 역시 이 법화경 설하시니, 제법실상의 으뜸가는 진리 알아 방편의 힘으로써 여러 가르침 설하지만 실제로 참 가르침 불승을 위함이며, 중생의 여러 행위나 마음속 깊이 생각함과 과거에 익힌 업과, 욕심성품정진력과 여러 근기[五根]가 총명하고 둔한 것 모두 알아, 가지가지 사연과 비유와 이론적인 이야기로 그 사람에 알맞도록 교묘히 말 하니라. 나 또한 그와 같아 중생을 안온케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법문으로 불도를 널리 펴서 가르치니, 나는 지혜의 힘으로 중생들의 욕망과 성품 분별하여 교묘한 수단으로 여러 가르침 설하여서 모든 사람들이 환희토록 하느니라. 사리불이여, 바로 알라. 내가 부처님 눈으로써 육도 중생 바라보니, 모두 그 마음이 메마르고 복덕과 지혜 모자라서 생사의 험한 길에 계속 고통 받고 있다. 오관(五官]의 욕망에 깊이 빠져 마치 물소가 제 꼬리 사랑하듯, 탐욕을 사랑하여 스스로 지혜 덮고 눈 멀어 진실 못 보니, 큰 구제력 가진 부처님이나 고통 끊는 가르침 찾지 못해, 부질없는 뭇 사견에 빠져 고통으로 고통 끊으려는 이런 중생 위하여서 대비심을 일으켰느니라. 내가 처음 붓다가야의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은 후, 그 자리에 앉아 칠 일 동안 깨달음을 되새기고, 다음 칠 일 동안은 동쪽으로 열 걸음 사이를 경행하고 또 칠 일 동안은 경행하던 동쪽에서 보리수를 지켜보며 명상을 계속하였으니, 이렇게 삼칠일 동안 그 정각의 땅에 머물면서 이러한 일을 생각하였노라. ‘내가 얻은 지혜는 이 우주에서 가장 미묘한 최고의 진리라서 말로써는 표현치 못하거늘, 중생은 여러 가지 기근이 낮아 쾌락에 사로잡히고 어리석어 장님이 되니, 이와 같은 무리들을 무엇으로 제도할까?’ 이때에, 여러 범천왕들과 여러 하늘들과 제석천과 세상을 수호하는 사천왕과 아울러 대자재천과, 그 밖의 여러 하늘의 무리들과 또 수많은 권속들이 공경하고 합장하여 예배한 후에, ‘가르침 설하소서’ 나에게 청하니라. 내 스스로 생각하니, ‘만일 불승만 찬탄하면 고통 속에 빠진 중생 진리에 눈이 멀어 이 가르침 믿지 않고, 믿지 않아, 법 깨뜨리면 삼악도에 빠지리니, 차라리 내 설법 않고 빨리 멸도할까’ 생각타가 곰곰히 생각하니, ‘과거 여러 부처님들 방편으로 행하였으니, 나 또한 얻은 지혜, 셋으로 나누어서 설하는 것 마땅하다.’ 이런 결심 하였을 때에, 시방의 부처님들 모두가 나투시사 맑은 목소리로 나를 위로하시는 말씀, ‘장하도다, 석가모니여! 세상에서 가장 높은 대도사가 위없는 진리 얻으시고 일체의 부처님들 따라 방편력을 쓰시고자 하네. 우리 또한 모두가 미묘한 최고 진리 얻었건만 모든 중생 위해서 삼승으로 분별하여 가르침을 설하였소. 지혜 적은 사람들은 소승법만 듣기 원해, 자기 성불 믿지 않아, 방편으로 분별하여 성문연각보살의 경지 여러 가지 설했으나, 이렇게 비록 삼승을 설했을지라도 결국엔 오직 보살만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었나이다’ 하심이라. 사리불이여, 바로 알라. 나는 그 거룩하신 부처님들의 깊고 맑은 미묘한 목소리 듣고, ‘나무 불(南無佛)’하고 말했노라. 이런 생각 다시 하되, 혼란한 세상에 내가 난 것은 이 세상 제도 위해 출현했으니, 부처님들 설하신 대로, 나 또한 방편 써서 중생 건지리라. 이렇게 생각한 나는 베나레스[波羅奈]로 갔지만 제법은 실상(적멸)이라는 진리를 말로써 설명치 못해, 방편력을 가지고 다섯 비구들에게 사제팔정도중도 등의 가르침을 설하니, 그 이름이 <초전법륜>이라, 곧 <열반>이라는 말과 <아라한>과 아라한의 집단인 <승가>라는 말이 생겼으니, 이로써 <불><법><승>이라는 명칭이 처음 생겼노라. <아득히 먼 옛날부터 현상에 사로잡히는 마음을 버리는 것이 안심의 경지인 열반이라>는 가르침을 찬탄하고, ‘이것이 생사의 고뇌를 영원히 소멸케 한다’고 내 항상 가르쳤노라. 사리불이여, 바로 알아라. 내가 불자들을 보니, 불도 구하는 뜻을 가진 사람 한량없는 천만억인데 모두 공경심 가지고 부처님 곁에 모이니, 지난 세상 부처님들 섬기며 방편으로 설하신 가르침 들었노라. 내가 이제 생각하니, ‘여래께서 출현함은 부처님 지혜 설하는 것,지금 바로 이때로다.’ 사리불이여, 바로 알라. 근기 낮고 지혜 없는 사람, 현상에 집착하여 교만하기 때문에 이 법화경 믿지 못하지만, 내 지금 이 가르침 설하는 기쁨만 있고 두려움 없어, 모든 보살 가운데서 정직히 방편을 버리고 위없는 깨달음만을 설하니, 보살들은 이 가르침 듣고 모든 의혹 없앴으며 일 천 이 백의 아라한들도 마땅히 모두 성불하리. 삼세의 모든 부처님들 설법하시던 의식대로 나 또한 이렇게 제법실상의 가르침 설하노라. 부처님들 나오심은 이미 드문 일이기에 부처님 만나기가 대단히 어려우며, 설령, 출현해도 이 법화경 설하심이 또한 어려웁고 한량없는 무수겁에 이 법화경 듣기 또한 어려워, 이 가르침 듣고 믿는 사람 또한 드문 일이라서, 마치 우담바라꽃이 모두에게 사랑 받아 하늘인간 기다리나, 때가 되야 한 번 피듯, 이 가르침 듣고 환희하여 찬탄의 말 한마디하면 삼세의 부처님들게 공양함이 되나니, 이런 사람 드물게 있어 우담바라꽃과 같네. 그대들은 의심 말라. 나는 가르침의 왕으로서 대중들에게 말하기를, ‘단 하나의 가르침 가지고서 보살만을 교화하니 지금의 나에게는 성문제자 없느니라.’ 사리불과 여러분들, 성문과 그리고 보살들이여, 이 미묘한 가르침은 부처님들의 소중히 여기는 비결임을 바로 알라. 오탁악세에는 애욕에만 사로잡혀 즐기기만 하는구나. 이런 중생들은 끝내 불도 구하지 않고, 오는 세상에 악한 사람 이 법화경 들을지라도 이해 못해 믿지 않아 가르침에 반항하니 삼악도에 떨어지나, 자기 잘못 참회하고 청정한 마음으로 불도 구하는 이 있다면, 마땅히 이를 위해 법화경 널리 찬탄하고 권하기를 바라노라. 사리불이여, 바로 알라. 』 제 3 장 비유품(譬喩品) 그때, 사리불은 춤추고 싶을 정도의 기쁨을 온 얼굴에 가득히 나타내면서, 곧바로 일어나 부처님의 거룩한 얼굴을 우러러보며 합장하고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부처님이시여, 대단히 감사하옵니다. 지금 부처님으로부터 친히 이와같은 말씀을 듣고 보니 너무나도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정말로 지금까지는 이런 큰 기쁨을 맛본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오래전부터 부처님 곁에서 시봉하며 부처님으로부터, ‘누구든지 수행을 쌓으면 부처님이 된다’고 하는 가르침을 들었습니다. 또 많은 보살들이 장차 성불할 것이라는 증명(수기)을 받거나, 혹은 실제로 부처님의 깨달음을 성취한 것을 직접 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저희들 성문과 연각에게는 전혀 그러한 말씀이 없었기 때문에, 저는 오랫동안 수행에 수행을 거듭하더라도 결국은 부처님처럼 한량없는 지혜를 얻을 수 없는 몸이 아닌가, 하고 매우 슬퍼하고 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항상 홀로 숲 속의 나무 아래 앉아 있기도 하고 거닐기도 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들도 저 보살들처럼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열반의 경지에 들어갔는데 어찌하여 부처님께서는 소승(小乘)의 가르침만을 우리에게 설하시어, 그것으로 제도하시려고 하셨는지.“ 이것은 오로지 저의 미흡한 탓일 뿐, 조금도 세존 님의 책임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저희들도 차츰 가르침을 듣고 있노라면, 최고의 깨달음을 성취할 커다란 원인이 될 가르침을 설하여 주실 것은 필연적인 일이기에, 조용히 기다리고 있노라면 언젠가는 틀림없이 대승(大乘)의 가르침에 의해 제도하여 주셨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사람과 때와 경우에 따라 거기 알맞게 설명을 하시는 <방편의 가르침>에 대한 참 뜻을 알지 못하고 처음 부처님의 설법을 들었을 때의 소승의 가르침을 그대로 믿고, 이리저리 생각을 깊이 한 나머지 틀림없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많은 보살들이 성불의 증명을 받는 것을 보고 ‘어찌된 일일까?’‘나는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고 밤낮으로 자신을 책망하여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 부처님으로부터 아직까지 듣지 못했던 훌륭한 가르침(법화경)을 듣게 되어 모든 의혹과 원통해 하는 마음을 송두리째 없애 버렸으므로, 마음과 몸이 느긋해져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평안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오늘 비로소, 저는 참다운 부처님의 아들이며 부처님의 입에서 태어났고, 부처님의 교화에 의해 다시 태어나서 불법(佛法)이라는 한량없는 재산을 나누어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사리불은 지금 말씀드린 것을 거듭 말씀드리고자하여 다음의 시송으로 읊었습니다. 『이 훌륭한 가르침을 듣고서 저는 아직까지 경험치 못한 큰 감격을 느꼈으니, 마음은 커다란 환희에 넘쳐 의혹의 그물은 모두가 스르르 풀렸습니다. 옛날부터 오랫동안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어 왔건만 이제 비로소 최고의 가르침이 내 것으로 되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참으로 이 세상에 비길 데 없어, 모든 괴로움을 말끔히 없애주십니다. 저는 이미 이 세상의 모든 미혹을 여의고 있었지만, 이제 또한 법에 대한 고뇌까지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혹은 산골짜기에 혹은 숲 속의 나무 아래 있었습니다. 그 곳에서 홀로 앉아 명상을 하고 있을 때나, 혹은 조용한 곳을 거닐면서 항상 이런 생각을 하며 한탄하고 슬퍼하며 자신을 깊이 책망하였습니다. `아, 지금까지 나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라고 착각에 빠져 있었구나. 나 또한 저 보살들처럼 부처님의 제자이며 함께 미혹을 없애는 가르침을 받으면서 장차 위없는 불도를 설하여 넓힐 힘 마저 얻을 것 같지 않구나. 부처님의 금빛 몸체며 서른 두 가지 거룩한 모습이며 열 가지의 빼어난 힘이며 미혹으로부터의 해탈도, 모두가 똑같은 열반이라고 하는 하나의 법에서 나온 것인데도 내 자신은 그것들을 얻을 수 없지 않은가. 부처님들께서 갖추신 팔십 가지의 복상(福相)과 또 열 여덟 가지의 뛰어난 특질(十八不共法) 등 이러한 공덕들도 얻지 못할 것이 아닌가.‘ 또 그저 혼자서 걸어다니며, 법을 수행하고 있을 적에 부처님께서는 많은 대중들 가운데 계시면서, 그 이름이 시방세계에 알려져서 널리 중생에게 행복을 주고 계심을 보고, ‘저런 뛰어난 경지는 나로서는 성취 될 수 없는데도,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는 자만심 따위의 생각은 매우 어리석은 짓으로서, 자기가 자기를 속이고 있었던 것이다’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낮이나 밤이나 항상 저는 이런 생각을 하여 왔으니, 그것은 언제이건 세존 님께, `과연 저는 최고의 깨달음에서 아주 멀어져 버린 것인지, 아니면 아직 손이 미치는 곳에 남아 있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하고 여쭈어 봐야겠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세존 님께서는 항상 보살들만을 칭찬하고 계시기 때문에 결국 저는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부처님께서 사람과 때와 경우에 따라 거기에 알맞게 가르침을 설하시게 된 그 참 뜻을 알았습니다. 참다운 열반의 경지란 생각조차 미치지 않는 깊고도 미묘한 것이지만, 부처님께서는 모든 중생을 그 경지로 이끌어 주심을 이제야 저는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저는 본래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혀 바라문교도의 스승이 되었었으나 다시 세존 님의 제자가 되었으니, 세존께서는 저의 마음을 꿰뚫어 보시고 잘못된 생각을 뽑아내고 열반의 가르침을 설하셨기 때문에, 삿되게 보는 것[邪見]을 모두 버리고 <공(空)>의 진리를 깨달았던 것입니다. 저는 그때 마음속으로, `이로써 완전한 해탈을 얻었구나‘하고 생각하였으나 이제 비로소 그것이 참다운 해탈이 아니었음을 알았습니다. 만일 부처님이 된다면, 서른 두 가지 길(吉)한 모습을 몸에 갖추고 인간 및 인간 이외의 모든 생명체로부터 존경을 받게 될 터이며, 이렇게 해야만 정작 참다운 해탈에 도달하는 것임을 확실히 알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많은 대중 앞에서 저에게 최고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증명하셨으니, 그 말씀을 듣고서는 지금까지 뒤엉켰던 온갖 의심과 억울한 마음이 모두 사라져 버렸습니다. 오늘의 설법에서, `부처님의 깨달음이란 부처님이 아니고는 알 수 없는 것으로서, 도저히 너희들은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씀하시니, 그 말씀 처음 듣고 마음속으로 크게 놀래어서, `악마가 부처님의 모습을 하고 내 마음을 괴롭히는 것이 아닌지’하는 의심조차 하였으나. 차츰 말씀을 듣고 나니 부처님께서 과거의 사연과 갖가지 비유를 들어 교묘하게 가르침을 설하심도 모두 진실에 연결되어 있음으로 항상 큰 바다와 같이 넓고 편안한 마음으로 설하셨음을 알게 되어, 모든 의혹이 말끔히 풀렸습니다. 세존께서는, `과거세의 모든 부처님들도 방편은 진실에 연결된다는 확신 아래 방편을 설하셨으니라‘ 하시고, `또 현재미래세의 많은 부처님들도 역시 갖가지 방편으로 진실한 가르침을 설하시게 되느니라’ 고 하셨습니다. 또 세존께서는, 탄생하셔서 출가한 후 갖가지 수행으로 부처님의 깨달음을 성취하심에 이르기까지의 경과와, 또 그 가르침은 어떻게 설하셨는가에 대해 말씀하여 주셨는데, 역시 세존께서도, 이 방편이라고 하는 훌륭한 수단을 사용하여 최고의 진실에의 길을 설하여 주심을 알았습니다. 세존께서는 방편에 의해, 얕은 가르침을 설하실 적에도 결국은 모든 중생을 부처님의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진실한 길을 설하시지만, 악마인 파순(波旬)이 설하는 가르침에는 진실이 있을 수 없습니다. 이런 생각에 이르게 되니, 역시 악마가 부처님의 탈을 쓰고 우리들을 괴롭힌 것이 아님을 알았으니, 악마의 소행이 아닐까 하고 의심한 것은 제가 부질없는 의혹에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누구의 마음에도 척척 파고드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너무나도 깊고 멀어 말로는 표현치 못하는 높은 뜻을 가진, 전혀 더러움에 물들지 않은 청정한 가르침을 설하시니, 저의 마음은 커다란 기쁨이 가득 차서 의혹도 뉘우침도 영영 사라져, 이제야말로 진실한 지혜 속에 있다는 실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기필코 부처님의 깨달음을 성취하여 하늘과 사람들께 존경받는 몸이 되어, 위없는 최고의 가르침을 널리 설하여 많은 보살들을 교화할 것입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사리불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지금 하늘사람스님바라문 등 많은 사람들에게 말하노라. 사리불이여, 아득한 옛날부터 지금까지 무수한 부처님 아래서 항상 나는 그대를 부처님의 깨달음으로 인도하기 위해 교화하여 왔고, 그대 또한 오랫동안 나를 따라 배워왔노라. 전생에서도 나는 처음부터 진실을 숨김없이 설하지 않고 방편에 의해 근기를 끌어올려, 차츰 가장 높은 가르침으로 이끌어들였느니라. 사리불이여, 그러한 전생의 인연에 의해 그대는 이 세상에서도 나의 가르침에 따라 살아가도록 운명지어져 있느니라. 사리불이여, 나는 전생에 있어서 그대에게 최고의 깨달음인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도록 가르쳤던 것인데, 이 세상에 와서는 그것을 말끔히 잊어버리고 내가 손쉽게 설한 가르침을 그대로 믿고 이미 완전한 열반에 도달한 것처럼 생각해 버린 것이니, 나는 그대에게 부처님의 제자로서 세운 본래의 서원(誓願)과 그 서원으로 말미암아 행하는 갖가지 수행을 다시 기억케 하기 위해서, 그대를 비롯한 많은 성문들에게 이 대승의 가르침인 묘법연화(妙法蓮花)교보살법(敎菩薩法)불소호념(佛所護念)이라는 가르침을 설하는 바이니라. 사리불이여, 그대는 생각조차 미치지 못할 만큼의 아득한 미래세에 이를 때까지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수많은 부처님을 섬기면서, 그 부처님들께서 설하시는 바른 가르침을 굳게 지켜 보살로서 해야 할 수행을 완전히 닦은 후, 기필코 부처님의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니, 그 이름은 붉은 연꽃과 같은 아름다운 빛살을 가진 화광(華光)여래응공(應供)정변지(正徧知)명행족(明行足)선서(善逝)세간해(世間解)무상사(無上士)조어장부(調御丈夫)천인사(天人師)불(佛)세존(世尊)이라 하고, 그 나라의 이름은 티끌이 없는 청정한 이구(離垢)라고 할 것이다. 이 이구라는 나라는 땅이 평평하고 반듯하며 깨끗이 정돈되어 맑고 아름다우며, 평화스럽고 부유하니 즐거움이 가득 차서, 천인과 사람들이 거기에 살며 번영할 것이니라. 그 땅은 한결같이 청보석으로 깔려 있고, 길은 사통팔달(四通八達)하며 길 양옆에는 황금 줄을 늘이어서 경계를 삼고, 그 길 따라 칠보로 꾸민 가로수가 잇대어 있는데, 그 가로수에는 항상 아름다운 꽃과 먹음직한 과일이 무성할 것이다. 그리고 화광여래께서도 역시 성문을 위한 가르침, 연각을 위한 가르침, 보살을 위한 가르침인 세가지의 가르침[三乘]으로써 중생을 교화하실 것이니라. 사리불이여, 그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실 시대[劫]는 심히 악한 세상[惡世]이 아니지만, 화광여래께서는, `일체 중생을 부처님의 경지에 도달케 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는 부처님으로서의 본원(本願)을 성취하시기 위해, 역시 삼승의 가르침을 설하실 것이니라. 그 시대의 이름은 위대한 보배로 엄숙하게 장식되었다는 대보장엄(大寶莊嚴)이라 부를진대, 그 까닭은 그 나라에서는 법 구하는 이, 즉 보살을 최대의 보배로 삼기 때문이니라. 그런데 그 보살들의 숫자는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무량무변한 것이므로 부처님이 아니고서는 알 사람이 없느니라. 그리고 그 보살들이 걸어다닐 적에는, 한 발자국마다 땅 속에서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니 보살들은 그 꽃을 밟고 걷느니라. 이 많은 보살들은 그 세상에 처음으로 부처님의 깨달음을 구하겠다는 마음을 일으킨 것이 아니고, 모두 전생에서부터 계속 선행을 거듭하여 미덕(美德)의 뿌리를 길러,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수많은 부처님 아래서 청정한 몸이 되는 수행[梵行]을 계속하였느니라. 그리고 언제나 모든 부처님들로부터 칭찬을 받았으며, 칭찬을 받은 만큼의 성과를 올려 부처님의 지혜를 배웠기 때문에, 큰 신통력을 얻어 일체의 가르침을 모두 알았으며 마음은 순박하고 곧바르며, 꾸밈없이 불도를 지향하는 굳은 결심은 쉽사리 허물어지지 않았으니, 그러한 보살들이 이 나라에 가득하니라. 사리불이여, 이 화광불의 수명은 아직 성불치 못한 왕자시절을 빼고 열 두 소겁이라고 하는 긴 세월이 될 것이며, 또 그 나라 사람들의 수명은 여덟 소겁이라는 긴 세월이 될 것이니라. 화광여래께서는, 열 두 소겁이 지난 후 수명이 다할 때에, 결심을 완전히 성취한 견만(堅滿)이라는 보살에게 위 없는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을 얻을 것이라는 기별(증명)을 주고, 많은 비구들에게 말하기를, `이 견만보살은 다음에 부처님이 되리니, 그 이름은 붉은 연꽃(홍련) 지옥을 굳세게 넘어가는 화족안행(華足安行) 다타아가도(여래)아라하(응공)삼막삼불타(정변지)라 하고, 그 국토는 화광여래의 국토인 지금의 국토와 같느니라.‘ 하고 말씀하실 것이니라. 사리불이여, 이 화광 부처님께서 멸도한 후에 바른 교법[正法]이 세상에서 행해짐이 서른 두 소겁이고, 그 뒤에는 형태만이 정법과 비슷한 교법[像法]이 또한 서른 두 소겁 동안 행해질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사리불이여, 그대는 아득한 미래세에 부처님이 되시리니, 그 이름은 화광여래, 한량없는 중생을 인도하고 구제할 것이니라. 그러나 이것도 이 다음에 무수한 부처님을 섬기며, 그 아래서 보살행을 열심히 닦아 부처님의 특질인 열가지의 아는 힘[十力]을 갖춘 후에 위없는 깨달음을 얻을 것이니라. 그러한 수행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긴 세월에 걸쳐 계속한 후에 그대는 성불하리니, 그 시대는 대보장엄이요, 나라이름은 이구이라. 그 국토는 깨끗하여 흠도 때도 없으며, 청보석으로 땅이 되고, 길 양 옆에는 황금줄로 경계를 하고, 가지가지 칠보로써 꾸며진 가로수엔 항상 꽃과 열매가 무성하게 있으리라. 그 나라의 많은 보살들은 불도 구하는 의지 굳고, 갖가지 신통력과 여섯 가지 바라밀다를 모두 다 구족하며 무수한 부처님을 섬기면서 보살의 길을 잘 배우리니, 이 훌륭한 보살들을 모두 다 화광여래께서 교화하리라. 화광불은 왕자시절에 나라와 세속의 영화 모두 버리고, 범부로서는 최후의 몸으로 출가하여 불도를 성취하리니, 화광불의 생명은 길고 긴 열 두 소겁이며 그 나라 사람들의 수명은 여덟 소겁이리니, 그 부처님 멸도 후에 서른 두 소겁 동안 바른 교법 행해져서 널리 모든 중생 제도하고, 이 바른 교법 없어진 후에는 그와 비슷한 교법(상법)이 서른 두 소겁 동안 머무르며, 부처님의 사리(유골)가 온 나라에 유포되어 하늘과 인간들에게 정중히 섬겨질 것이니라. 화광불의 업적은 이와 같으니, 물론 인간으로서는 최고의 존재이시며 견줄 수 없는 몸이시다. 사리불이여, 그 화광불이야말로 그대의 후생의 모습일지니, 마음껏 기뻐하라.』 그때, 이 설법회에 참석하고 있던 사(四)부 대중, 출가 수행자인 비구비구니와, 재가 수행자인 우바새(남신도)우바이(여신도)와, 팔부중인 하늘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 등의 귀신의 무리들도 사리불이 부처님으로부터 성불의 증명을 받는 것을 직접 보고, 춤출 듯이 기뻐하며 자기들이 입고 있던 웃옷을 벗어 부처님께 바치며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였습니다. 그때, 석제환인(제석천)과 범천왕을 비롯한 수 많은 천자(天子)들도 하늘 옷과 하늘 꽃인 만다라화와 마하만다라화를 뿌리며 부처님을 공양하니, 그 하늘 옷은 허공에 머문 채로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또 하늘에서는 백천만가지의 풍악이 일시에 울려 퍼지고, 무수한 하늘꽃이 비오듯 내리더니 부처님의 설법을 찬양하며 이런 소리가 허공에서 들려왔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옛날 바라나(波羅奈)의 사슴동산(녹야원)에서 최초의 가르침을 설하시더니, 지금 여기에서는 위없는 큰 법문을 설하셨도다” 이때 많은 천신들이 이 뜻을 거듭 펴려고 시송으로 말씀드렸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옛날 바라나에서 고집멸도, 사제(四諦)의 가르침을 설하시고, 그 후에 사람들의 기근에 알맞는 갖가지 방법으로 정신적물질적인 모든 현상과 그 현상을 만들어 내는 다섯 가지 요소들의 발생소멸의 원리를 가르쳤으며, 지금 또한 여기서 최고 무상의 가르침을 설하시니 일체중생이 모두 성불한다는 이 가르침은 그 뜻이 매우 심오하여, 이를 완전히 믿는 사람 많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들은 옛날부터 오늘에 이르도록 세존 님의 설법을 자주 들어 왔었지만, 아직 한 번도 이렇게 심오하고 위 없이 거룩한 가르침을 듣지 못했습니다. 세존께서 설하시는 이 가르침 듣고서 저희들은 모두 기뻐 감사하고 있나이다. 지혜 제일의 사리불이 성불의 증명 받았으니, 이것을 보면 우리들도 어느 때인가는 기필코 성불하여 일체 세간에서 더없이 거룩한 세존이 될 것이옵니다. 부처님의 깨달음이란 깊고 깊은 것이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기에, 각자의 근기 따라 그에 알맞는 방법으로 가르침을 설하시니, 저희들도 분수에 맞추어 과거세 또는 금세에 쌓은 선업과 부처님 만나 뵙는 이 공덕을 불도를 구하겠다는 마음, 오직 그 하나에다 모두 바쳐 더욱 매진하겠나이다.』 그때, 사리불이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다시 의심도 후회도 없어져 부처님 앞에서 친히 성불(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증명(수기)을 받았지만, 여기 있는 일천 이백의, 마음의 자유자재를 얻은 사람들은 옛날 가르침을 받아 배우고 있을 적에, 항상 부처님으로부터, ‘나의 가르침은 능히 생노병사의 인생고에서 해탈시켜 마음의 평안한 경지(열반)를 파헤치도록(구경토록)하는 것’ 이라 듣고 그 가르침에 의해 높은 경지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일천 이백의 사람들 가운데는 이미 배워야 할 것을 모두 다 배운 사람과 아직 배우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이미 나[我]에 대한 그릇된 생각을 여의고, 사물의 존재(있다)나 소멸(없다)에 대한 그릇된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어, 스스로는 이미 열반의 경지에 도달하였다고 생각하여 왔으나, 지금 세존으로부터, 전에 듣지 못하던 가르침을 듣고는 모두가 그 까닭을 생각치 못해 당혹하고 있습니다. 거룩하신 세존이시여, 원컨대 이 사부 대중을 위하여 가르침의 뜻을 자세히 설명하셔서, 현재 처해 있는 마음의 혼란을 풀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앞서, ‘모든 부처님들께서는 과거의 사연을 들어 말씀하거나 적절한 말로 이론적으로 설명하거나, 갖가지 방편으로써 가르침을 설하는 것이 모두가 다 결국에는 부처님의 깨달음으로 인도하기 위한 것이니라’ 하고 가르치지 아니하였느냐. 그러므로 내가 지금까지 설하여 온 모든 가르침은 부처님의 깨달음을 구하는 보살을 위한 가르침이었느니라. 그러나 사리불이여, 내 이제 다시 비유를 들어 이 뜻을 분명하게 밝히리니, 지혜 있는 사람들은 이 비유에 의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니라. 사리불이여, 어느 나라의 한 마을에 큰 장자[大長者]가 있었는데, 나이가 많아 늙었지만 한량없는 재산을 가지고 있었으니, 논밭과 가옥은 물론 부리는 사람(하인)도 많았느니라. 그런데 그의 집은 매우 크고 넓었으나 출입하는 대문은 오직 하나뿐이었으며 집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느니라. 그 집은 매우 낡아서 벽과 담장은 군데군데 무너지고 기둥뿌리는 썩었으며 대들보는 기울어져 위태롭게 생겼는데, 갑자기 사방에서 불길이 일어나 차츰 집 전체로 번져가고 있었느니라. 그때, 그 집안에는 장자의 귀여운 여러 아이들이 있었는데, 장자는 집 주위에서 큰 불이 난 것을 보자, 깜짝 놀라 순간적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느니라. ‘나는 비록 이 불타는 집에서 이미 나와서 안전한 곳에 있지만, 아이들은 이 불타는 집안에서 놀이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애는 불타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어떤 애는 알았건만 놀라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으며, 불이 곧 몸에 닿아서 그 고통을 한없이 받으련만, 걱정하는 마음도 없고 집 밖으로 나오려는 생각조차 않는구나.’ 사리불이여, 거기서 장자는 또 이렇게 생각하였느니라. ‘나는 큰 힘을 가지고 있으니 아이들을 모두 옷 담는 상자나 책 담는 궤짝 따위에 담아 단숨에 들고 나올까?’ 하였으나 다시 생각하기를, ‘이 집에는 문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데다 더욱이 매우 좁기 때문에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그 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데다, 놀이에만 정신이 팔려서 일방적으로 담아 오다가 혹시 떨어져 불에 타지나 않을까? 그러므로 우선 어린이들에게 이 집이 불에 타고있어 무섭다는 것을 알려주고, 지금 빨리 뛰어 나오지 아니하면 불에 타서 죽는다고 알려 주어야지.’ 이렇게 생각한 장자는 그 여러 아이들에게, ‘빨리 나오너라’고 소리쳤느니라. 아이들을 가엾게 여기는 아버지는 애가 타서 좋은 말로 타이르고 달래었지만, 그러나 그 어린 자식들은 조금도 변함없이 놀이에만 정신이 팔려, 믿지도 아니하고 놀라거나 두려워하지도 아니하거니와 나오려고 하는 마음이 전혀 없었으며, 또 불이 어떤 것이며 집이란 어떤 것이고 죽음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조차 알지 못하고, 다만 이쪽 저쪽으로 내달리고 놀면서 아버지를 힐끔힐끔 바라보며--아버지가 무어라고 말하기는 하는데--거의 문제삼지 아니하고 그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아니하였느니라. 그리하여 장자는 마지막으로 이런 생각을 또 하였느니라. ‘이 집은 이미 맹렬한 불길에 휩싸여 타고 있으니, 저 자식들을 지금 구해내지 아니하면 반드시 불에 타고 말 것이다. 그러하니 내 이제 교묘한 수단(방편)을 가지고 아이들로 하여금 이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해 주어야지 다른 방법이 없구나.’ 그러고 아버지는 아이들이 제각기 좋아하는 것이 있으리라. 진귀한 것이라든가 재미있는 것이라든가, 장난감 따위에는 반드시 마음이 끌리는 법임을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말하기를, ‘너희들이 좋아하여 가지고 싶지만 좀체로 얻기 어려운 장난감이 여기 있다. 지금 얻지 못하면 후에 반드시 후회하리라. 양(羊)이 끄는 수레, 사슴[鹿]이 끄는 수레, 소[牛]가 끄는 수레들이 지금 대문 밖에 있으니, 가지고 놀도록 하여라. 너희들은 불타는 이 집에서 빨리 나와서 너희가 가지고 싶어하는 것을 가지도록 하여라. 너희들이 달라는 대로 나누어 주겠노라.’ 그때 여러 자식들은 아버지가 말하는 진귀하고 좋아하는 장난감이 항상 마음속 어딘가에 바러고 있던 것과 꼭 들어 맞았으므로, ‘빨리 가야지’ 하고 서로 밀치며 앞을 다투어 그 불타는 집에서 뛰쳐나왔느니라. 그때, 장자는 모든 자식들이 불타는 집에서 무사히 나와 함께 네거리에 앉아 즐거워하고 있는 것을 보자, 다시 꺼리는 마음이 없이 흐뭇하여 기쁨을 억제하지 못하였느니라. 그러자 여러 자식들은 제각기 아버지에게 말하기를, ‘아버지께서 주신다던 양이끄는 수레, 사슴이 끄는 수레, 소가 끄는 수레를 빨리 주십시오.’ 하고 졸라대는 것이었느니라. 사리불이여, 그때, 장자는 여러 자식들에게 모두 똑같이 크고 훌륭한 수레를 골고루 나누어주었느니라. 그 수레는 크고 높았으며 여러 가지 보배들로 아름답게 장식되었느니라. 주위에는 난간을 두르고 사면에 풍경을 달았고 수레 위에는 아름다운 비단으로 휘장을 쳤는데 모두 진귀한 보배로 꾸몄으며, 또 보배로 된 줄을 얽어 수레의 처마 끝에서 사방으로 드리웠고 많은 화려한 영락을 매달아 두었느니라. 수레의 바닥에는 부드러운 요를 겹겹이 깔았고, 붉고 아름다운 베개가 놓여있어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서 타고 갈 수 있도록 하였으며, 수레에는 흰 소를 메웠는데 빛깔이 싱그럽고 깨끗하였으며 몸이 충실하고 큰 힘을 가지고 있어, 걸음은 침착하고 반듯했고 바람처럼 빨랐는데 수레의 전후좌우에는 많은 시종들이 호위하였느니라. 그런데 왜 이 장자가 모든 아이들에게 흰 소가 끄는 훌륭한 수레[大白牛車]를 주었을까? 그것은 이장자의 재물은 무한하여 창고마다 대백우차가 가득 차 있었으며 또 장자는 이런 생각을 하였기 때문이었느니라. ‘나의 재산은 한량없는데 보잘것없고 변변치 못한 작은 수레를 아이들에게 준다고 해서야 어디 말이나 될 법한 일이겠나. 이 어린것들은 모두 나의 자식들인데다 어느 자식이 특별하게 더 귀엽다던가 하는 마음은 추호도 없으니 차별 없이 골고루 이 칠보로 꾸민 많은 수레를 평등하게 나누어주어도 남을 정도의 많은 수레를 가지고 있는 터에, 내 귀여운 자식들에게 어찌 주지 않을 수 있으랴’ 하는 것이었노라. 이때, 아이들은 이 훌륭한 수레를 각각 타고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기쁨을 가졌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아이들은 본래 원하던 것을 얻은 것이 아니었느니라 사리불이여, 그대는 이 사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장자가 처음의 약속과는 달리 모든 아이들에게 큰 흰 소가 끄는 수레를 평등하게 나누어준 것이, 거짓말을 한 것인지 아니면 그렇지 아니하는지?“ 사리불이 이때 대답하기를,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장자가 자기 자식들로 하여금 불타는 집에서 벗어나 그 생명을 보전시킨 것만으로도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말할 수가 없나이다. 왜냐하면 목숨이 건져지는 것이 이미 좋아하는 장난감을 얻은 것과 같사온데 더욱이 이 장자가 장난감을 준다고 한 것은 아이들로 하여금 불타는 집에서 뛰쳐나오도록 하는 자비의 방편이었기 때문에 조금도 거짓말이었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비록 이 장자가 가장 작은 수레마저 주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역시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장자가 아이들에게, ‘좋아하는 수레를 주겠노라’고 말한 것은, 처음부터 방편을 가지고 아이들을 불 속에서 나오도록 해주려는 생각에서 말한 것이므로 불 속에서 실제로 나오게 하였으면, 그것으로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이 장자는 ‘나에게 한량없는 재산이 있기 때문에, 듬뿍 아이들에게 나누어서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자’고 생각하여 모든 아이들에게 값진 큰 수레를 준 것이므로, 약속이 틀렸다거나 거짓말을 하였다고 할 수 없나이다.“ 이에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시기를, “그래, 잘 말하였노라. 바로 네 말과 같다. 사리불이여, 부처님도 또한 이 장자와 같아서 일체 세간의 아버지이니라. 그러기에 부처님은 이 장자처럼 모든 두려움과 쇠약함과 번민과 근심과 미혹과 무지 등의 어려움으로부터 영원히 떠나 남음이 없으며, 헤아릴 수 없는 지혜와 그 지혜의 작용과 두려움 없이 법을 설하는 힘을 성취하였으며 큰 신통력과 큰 지혜의 힘을 모두 갖추었으니, 필경에는 방편과 지혜를 완성하여 일체중생을 괴로움으로부터 구제하여 행복을 안겨 주겟노라는, 넓고 큰 마음을 가지고 그 행을 계속하며, 조금도 태만하거나 소홀히 하지 않고 항상 그 행이 중생을 위한 것이 되도록 노력하며, 모두에게 이익을 주느니라. 그런데 이렇게 훌륭한 덕과 힘을 가진 부처님이, 왜 썩고 낡은 집에 큰 불이 일어난 것처럼 괴로움이 가득찬 이 세상에 출현하는가 하면, 중생이면 누구나가 다 가지고 있는, 나고늙고병들고죽는 괴로움과, 근심하고 슬퍼하며 번민하고, 눈에 보이는 것 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어리석음과 무지와 탐욕과 성냄과 충동적인 행동 등의 괴로운 세계로부터 건져내고 그들을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인도하여 부처님의 지혜를 깨닫도록 하기 위한 것이니라. 모든 중생들의 사정을 보면, 한결같이 삶에 대한 괴로움, 늙음에 대한 괴로움, 병에 대한 괴로움, 죽음에 대한 괴로움을 비롯하여, 한없는 근심슬픔고통번민에 시달리며,또 눈귀코 등, 다섯 가지 감각기관의 욕망과 금전과 물질에 대한 욕망 때문에 갖가지 고통을 받고 있으며, 모든 것을 깊이 탐내고 집착하여 그것을 끝까지 추구하기 때문에 현세에서는 이와같은 많은 고통을 받게 되느니라. 만일, 하늘에나 사람으로 태어난다 하더라도 변함없이 빈궁하고 가난하여 많은 고생을 하며, 사랑하는 것과 헤어지지 않으면 아니 되는 괴로움이나, 싫어하고 미워하는 것과 만나지 않을 수 없는 괴로움 등 갖가지의 괴로움을 받는 것이다. 중생은 이러한 고통 속에 빠져 있으면서도 그 고통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채, 그저 일시적인 즐거움만을 추구하여 향락에 빠져, 불이 몸에 가까이 다가올지라도 그것을 느끼지 못해 놀라거나 무서워하지도 아니하며 싫어하는 마음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해탈하고자하는 소망조차도 일으키지 않고 그저 이 삼계의 불타는 집 속을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면서 당장 큰 고통을 당할 터인데도 전혀 걱정하지 않는구나. 사리불이여, 부처님은 중생의 이와 같은 모습을 보고, ‘나는 일체 중생의 아버지이므로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저 괴로움이나 어려움을 뽑아 없애주고, 부처님의 지혜를 깨닫는 것에 의해서만 얻을 수 있는, 한량없는 즐거움을 주어 참으로 자유자재한 인생을 살도록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느니라. 사라불이여, 여래인 나는 또 이런 생각을 하였느니라. ‘만일 내가 부처님만이 갖는 신통력과 지혜의 힘만을 중요시하고 방편을 무시하여, 단번에 부처님의 지혜십력무소외 등의 높은 경지를 중생에게 찬탄한다면, 결코 이 중생들을 구제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중생들은 또 인생의 갖가지 괴로움 속에 있어, 다시 말해, 불타는 집 속에서 시달리면서도 그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는 상태에 있으므로 어찌 높고 깊은 부처님의 지혜를 이해할 수 있겠는가’하는 것이니라. 사리불이여, 마치 지금 이야기한 장자는 매우 큰 힘을 몸과 팔에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쓰지 아니하였으며 은근히 방편을 써서, 아이들을 불타는 집의 위험으로부터 구해내어 그들에게 보배로 된 큰 수레를 나누어주듯이, 여래도 또한 그와 같아서 비록 십력과 무소외 같은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쓰지 아니하고 큰 지혜에 바탕을 둔 방편에 의해, 괴로움의 세계에서 허덕이고 있는 중생들을 건져내 주려고 우선 성문에 대한 가르침(성문승), 연각에 대한 가르침(연각승),보살에 대한 가르침(보살승)의 세가지 가르침(삼승)을 설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던 것이니라. “여러분들은 언제까지나 이런 괴로움의 세계에서 살고 있어서는 아니 되니, 부질없는 다섯 가지 감각기관의 즐거움만을 탐내지 말라. 만일 그것을 탐내고 집착하여 마음에 애 타는 사랑을 일으킨다면 그 때문에 몸을 불에 태우게 될 것이니, 너희들은 이 괴로움의 세계로부터 빠져나와 성문의 가르침이나 연각의 가르침이나 보살의 가르침 중의 어느 한 가지 속에 들어야만 하느니라. 나는 여러분이 그러한 경지를 기어코 얻을 것을 보증하노니, 모두 나의 말을 믿고 힘껏 수행하고 정진하여라‘하며, 여래는 이러한 방편으로써 중생들을 인도하여 바른 길로 나아가게 하였느니라. 그리고 다시 말하기를, ’여러분, 이 삼승의 가르침은 모두 성인(聖人)들이 칭찬하는 바이니, 이 가르침에 따르면 참다운 자유자재를 얻어 괴로움과 얽매임을 끊어 버릴 수 있어 여섯 갈래(육도)의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느니라. 이 세 가지의 가르침에 의하여, 미혹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다섯 가지 요소인, 신(信)진(進)염(念)정(定)혜(慧)의 오근(五根)과 , 그 다섯 가지의 요소의 작용인 다섯 가지의 힘과, 깨달음을 얻는 일곱가지의 방법, 즉 염(念)택법(擇法)정진(精進)희(喜)경안(輕安)정(定)사(捨)의 칠각지(七覺支)와, 여덟 가지의 바른 길과, 마음이 안정되어 흐트러지지 않는 경지(선정)와 세속적인 모든 욕망에서 벗어난 심경(해탈)과, 진리에 온 정신을 집중하여 조금도 동요치 않는 능력(삼매)등 여러 가지 높은 경지를 얻음으로써, 고귀한 정신적 즐거움을 맛보며 한량없는 마음의 평안과 온전함을 얻게 된다‘고 가르쳤느니라. 사리불이여, 여기 어떤 사람이 있어 마음속 깊이 지혜를 사랑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인 사제(四諦)의 법문을 듣고 이를 믿어 간직하며, 부지런히 정진하여 미혹과 괴로움의 세계로부터 속히 벗어나고자 하는 소망에서 열반의 경지를 구한다면, 이와 같은 수행방법을 성문승이라 이름하니, 이는 마치 장자의 자식들이 양의 수레를 얻으려고 불난 집에서 뛰쳐나오는 것과 같은 경우이며, 만일 또 어떤 사람이 부처님을 섬기며, 십 이 인연의 법문을 듣고 이를 믿어 간직하며 진심으로 정진함으로써 자연히 진리를 깨치는 지혜를 구하며, 홀로 조용하게 골똘히 생각하는 것을 즐겨, 깊이 이 세상 모든 사물의 원인결과의 법칙을 연구했다고 하자, 이러한 수행방법을 벽지불승 혹은 연각승이라 이름하노라. 미치 장자의 이이들이 사슴의 수레를 얻기 위해 불타는 집에서 뛰쳐나오는 것과 같은 것이니라. 만일 어떤 사람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이를 믿고 간직하며 열심히 수행하고 정진하여 부처님의 일체지(一切智)불지(佛智)자연지(自然智)무사지(無師智) 등의 모든 지혜와, 그 지혜의 작용과 위대한 교화의 힘인 무소외를 구하며 많은 사람들을 가엾이 여겨, 그들에게 안락(安樂)을 주고, 하늘인간계의 모든 생명체를 이익케 하며 일체 중생을 구제하는 행(行)을 한다고 하자. 이러한 수행 방법을 대승이라 하며, 보살이란 이 대승을 구하는 사람들이므로 위대한 구법자, 즉 마하살이라 하나니, 마치 장자의 아이들이 소의 수레를 얻기 위해 불난 집에서 뛰쳐나오는 것과 흡사하느니라. 사리불이여, 그 장자는 이이들이 모두 불난 집에서 무사히 빠져 나와 안전한 곳에 있음을 보고, 또 자기에게는 무한한 재산이 있음을 생각하여, 모든 아이들에게 흰 소의 큰 수레를 나누어주었듯이 여래도 이 장자와 꼭 같으니라. 여래는 일체 중생의 아버지이니라.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중생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라고 하는 문(門)을 거쳐 괴로움과 공포에 가득한 삼계의 위험한 장소에서 벗어나, 마음이 평안하고 즐거운 경지에 도달한 것을 보고, 나는 한량없고 가이없는 지혜와 또 그 능력과 위대한 교화의 힘 등, 모든 부처님이 가진 보배를 무한히 간직한 창고를 가지고 있으며 이 모든 중생은 나의 자식이니, 이들에게 골고루 가장 높은 가르침을 나누어주기로 하자. 어느 특정적인 사람에게만 또는 사람에 따라 특별히 다른 열반을 주려고 하지는 않겠다. 모든 사람들에게 여래와 똑같은 열반을 깨닫도록 하자‘고 생각하느니라. 이리하여 그 괴로움의 세계로부터 벗어 나온 중생에게는, 모든 부처님께서 가지신 선정과 해탈이라는 즐거운 경지를 고루 나누어주는 바, 이 부처님이 가지신 선정과 해탈의 경지에는, 여러 가지의 단계가 있지 아니하고 오직 한 가지의 종류만 있으니, 그것은 모든 성인들로부터 칭찬 받는 가장 높은 경지이며 맑고 아름다운 최고의 즐거움을 가져오는 경지이니라. 사리불이여, 그 장자가 처음, 세 가지의 수레를 주겠다고 하며 아이들을 유혹한 뒤에, 아름다운 보배로 장식한 매우 훌륭한 수레를 준 것은 결코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닌 것과 같이, 여래도 역시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느니라. 부처님은 처음, 삼승의 가르침을 설하여 사람들을 인도한 연후에 한결같이 실대승(實大乘)을 설하여 참다운 깨달음을 열도록 하시니라. 왜냐하면 부처님은 지혜와 힘과 무소외 등의 온갖 덕을 무한히 가지고 계시므로 이것을 일체 중생에게 얼마든지 나누어줄 수 있지만, 중생들로서는 그것을 곧바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니라. 사리불이여, 이러한 이유에서 여래는 모든 부처님들처럼 방편의 힘을 가지고, 일불승(一佛乘)을 셋으로 나누어 설하는 바이니라.“ 부처님께서는 지금까지 말씀하셨던 바의 뜻을 거듭 강조하시기 위하여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개행. 『비유컨대, 한 장자가 큰 저택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집은 오래되어 낡아 무너지려고 하였다고 해두자. 건물은 높이 솟았지만 기둥뿌리는 썩었으며 대들보는 기울고 축대마저 무너지니, 담과 벽은 헐리우고 발랐던 흙은 떨어지고 지붕에 덮은 이엉도 썩어 내렸고 서까래는 부러졌으며, 골목은 꾸불꾸불한데 쓰레기와 오물만이 집안에 가득하다. 그러한 집안에는 오백이나 되는 식구가 우글우글 살았는데, 소리개올빼미부엉이독수리까마귀까치산비둘기집비둘기검은 뱀살모사전갈지네그리마도마뱀노래기, 족제비삵괭이새앙쥐쥐, 그밖에 나쁜 벌레들이 제멋대로 돌아다녔으며, 똥오줌 구린 내음 자욱한 곳에는 더러운 것이 가득 흘러 넘치는데, 말똥구리의 무리들이 날아들어 위를 덮고, 여우이리들개들이 떼지어 모여들어 서로 물어뜯고 짓밟으며 다투어 송장을 뜯어먹으며 뼈와 살을 헤적인다. 그러자, 한 무리의 개가 달려들어 앞발을 들고 서로 맞붙어 물어뜯는데, 굶주려 말랐으며 쇠약한 탓으로 흠칫흠칫하면서 먹을 것을 찾아 헤맨다. 먹을 것을 찾아내면 서로 다투어 끌어당기며 으르렁거리고 짖어대는 등, 그 집은 실로 무어라 말할 수 없이 무섭게 변해 버렸느니라. 여기저기에 산귀신물귀신과, 야차와 악다귀가 살고있어 사람의 살코기를 찢어 씹어먹고 독벌레의 무리들을 우적우적 먹기도 하며, 갖가지 악한 날짐승과 들짐승들이 집을 짓고 새끼를 기르거늘, 그것을 보면 야차들이 다투어 날아와서 잡아먹어 버리는데, 배불리 먹고 나면 악한 마음 더 치솟아서 싸우며 울부짓는 소리 무섭기 짝이 없다. 구반다의 귀신들이 흙더미 위에 걸터앉아 있었는데, 어떤 때는 한 자 두 자 땅위로 뛰어올라 이리저리 뛰면서 온 집안을 제 세상인 양 놀아나고 있었으며, 개를 보면 달겨들어 두 발을 붙들어서 땅 위에 내던져 기절케 하거나 발로 목을 조르며 위협하고 괴롭히면서 즐거워하느니라. 또 키 크고 바싹 마른, 색 검은 귀신들이 그 집안에 살았는데, 무시무시한 큰소리로 외치면서 항상 먹을 것을 찾고 있었으며, 또 다른 귀신들이 있었는데 목구멍이 바늘처럼 가늘게 생겼으며, 또 어떤 귀신은 머리가 소 대가리처럼 생겼는데 사람이나 개고기를 먹으며 머리털은 쑥대밭 같고 그 성품은 잔인하고 흉악하며, 기갈에 허덕이면서 소리내어 울부짖으면서 내달리고 있었느니라. 이와 같은 야차와 아귀, 사나운 새짐승들은 당장에 숨 넘어갈 듯 주림에 쫒기면서 창 너머로 밖을 엿보고 있었으니, 이와 같이 이 집안에 갖가지 악이 가득 차서 무서움이 한없도다. 그 집은 어느 한 사람의 소유였으나 그 사람이 집을 비운 사이에 돌연한 불이 났으니, 사방이 삽시간에 불길에 휩싸여서 대들보와 서까래, 기둥들이 소리내어 튀기며 터지고 부서져 내리며 담과 벽은 무너지니, 귀신들은 불을 보고 큰 소리로 울부짖고, 부엉이독수리와 구반다 귀신들은 놀라고 당황하여 도망치려고 퍼덕이건만 스스로 도망쳐 나올 수 없었노라. 사나운 짐승들과 독한 벌레들은 재빨리 구멍을 찾아 숨어들었으며, 살코기를 즐겨 먹는 비사사 귀신들도 구멍 속에 숨었지만 지금까지 쌓은 업이 선하지 못했기에 불길에 쫒기면서 서로 다투고 해치면서 피를 빨고 살을 씹는 등 처참한 꼴이었다. 들개의 무리들이 맨 먼저 죽었는데, 갖가지 크고 사나운 짐승들이 앞을 다투어 몰려와서 그 시체를 뜯어 먹고, 구린 내음 자욱하여 사방에 가득하니, 지네그리마독사의 무리들은 불에 데고 뜨거워서 구멍에서 나오지만, 구반다 귀신들이 나오는 대로 잡아 먹네. 또 모든 아귀들은 머리털에 불이 붙어 뜨거움과 굶주림이 일시에 괴롭히니, 당황하고 괴로워하며 뛰어다니노라. 이 집은 이렇게 무서운 곳으로서, 사람들을 잔인하게 괴롭히고 해치며 태워 죽일 것 같은 갖가지 악이 가득 차 있었는데 집주인은 때마침 밖에 나와 있었으니, 어떤 사람 하는 말이, ‘당신의 아이들은 놀이에 정신이 없어 무서움도 모르고 집안에 들어가서 어리고 무지하여 저 불 속에서 놀고 있소.’ 장자는 그 말을 듣고, 불타는 집에 뛰어 들어가 아이들이 타죽기 전에 빨리 구해주고 싶어 큰 소리로 여러 아이들에게 타이르는 바, 이 집은 무섭다고 말하기를, ‘악귀와 독벌레가 집안에 우글대고, 더욱이 불이 나서 번지고 있을뿐더러 갖가지 괴로운 일이 끊임없이 일어나리니, 독사무자치살모사와 갖가지 야차들과 구반다 귀신들과 승냥이여우개들에다, 부엉이독수리소리개올빼미와 지네의 무리들이 배고프고 목이 말라 무슨 일을 저지를 듯하며 무섭기 짝이 없다. 이런 고통만이라도 어쩌지 못할진대, 하물며 이 집에 큰불이 일어났으니. 하였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러한 것은 전혀 알지 못하므로 아버지의 가르침을 들어도 변함없이 즐거움에 사로잡혀 장난을 중지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것을 본 장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찌하여 아이들은 이 모양으로 나를 근심토록 할까. 지금 이 집에는 즐거운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아이들은 장난에 정신이 팔렸으니, 나의 가르침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데다가 잠시 후에는 불에 타려 하고 있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지혜를 발휘한 장자는 좋은 방편을 생각해 내어 아이들을 향해, ‘나는 갖가지 진귀한 장난감을 가지고 있다. 값진 보배로 꾸며진 훌륭한 수레가 있다. 그 수레란, 양의 수레와 사슴의 수레와 큰 소가 끄는 수레로서, 지금 문 밖에 있으니 너희들은 밖으로 나오너라. 나는 너희들을 위해 이 수레를 특별히 만들어 두었으니, 너희가 좋아하는 것을 골라서 갖고 그 수레로 놀도록 하여라.’ 아이들은 이와 같은 많은 수레가 있다는 장자의 가르침을 듣고, 즉시 앞을 다투어 문 밖으로 뛰어나와, 넓은 빈터까지 도달하여 많은 괴로움에서 스스로 빠져 나왔던 것이다. 장자는 아이들이 불난 집에서 빠져 나와 네거리의 광장에 있는 것을 보자, 자기도 그곳에 이르러 품격 높은 자리에 앉아 스스로 기뻐하며 말하기를, ‘나는 지금 매우 즐겁다. 이 아이들은 기르기가 매우 어려우니, 작고 어리석으며 무지하기 때문에 스스로 위험한 집안에 들어가 많은 독벌레와 악귀가 들끓어 머리털이 곤두서고 온몸이 오싹할 정도로 무서운데다, 더욱이 큰불이 일어나 사방에서 처절한 불길이 타오르건만 그런데도 아이들은 장난에 정신이 빠져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했었다. 그러나 나는 이 아이들을 구하여서 재난에서 벗어나게 하였으니, 그러므로 여러분, 나는 지금 참으로 즐겁기 짝이 없노라.‘ 그때, 아이들은 아버지가 기쁜 얼굴을 하고 앉아 있는 것을 보자, 모두 그 앞에 나아가 아버지께 말하기를, ‘저희들에게 세 가지의 수레를 주십시오. 앞서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대로라면 아버지께선 저희들이 집에서 나온다면 반드시 세 가지의 수레를 너희들이 원하는 바대로 주시겠노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참으로 지금이 그 때입니다. 오직 그 수레를 주십시오.’ 장자는 매우 큰 부자로서 창고 안에는 금은청보석마노, 그 밖의 많은 보석이 가득 차 있었다. 이러한 보물로써 많은 큰 수레를 만들었으니, 그 수레는 아름답게 장식되고 사방으로 난간을 둘렀으며 또 사면에 방울을 달고 그것을 금줄로 매달았으며, 진주로 엮은 발을 온통 둘러 쳤다. 황금의 꽃송이를 이곳저곳 매달았으며, 그밖에 갖가지 예쁜 장식품으로 주위를 에워쌌다. 부드러운 비단으로 이불을 하고, 얇고 훌륭한 담요는 그 값이 천 억이나 되었으며, 희고 깨끗하여 청결하기가 이를 데 없는 큰 흰 소는 살찌고 힘이 많을 뿐만 아니라 보배로 장식된 수레를 끌었으며, 수레의 주위에는 많은 심부름꾼들이 호위하고 있었노라. 이처럼 멋지고 훌륭한 수레를 모든 아이들에게 고루 주었으므로, 많은 아이들은 뛸 듯이 기뻐하며 제각기 이 보배의 수레를 타고 사방으로 노닐며 자유자재한 즐거움을 맛보았느니라. 사리불이여, 나도 또한 이와 같노라. 나는 많은 성자(聖者) 가운데 가장 거룩하며 세간의 아버지이니라. 일체의 생명 있는 것들은 모두 나의 아들이건만, 깊은 세간의 즐거움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지혜를 구할 생각이 없다. 이 세계는 깨치지 못한 중생에게는 조금도 편안치 못한 곳이니, 마치 불타고 있는 집과 같아서 온갖 괴로움이 가득 차있고 매우 무서울 따름이라. 항상 사는 괴로움, 늙는 괴로움, 병에 대한 근심, 죽음에 대한 걱정 등이 불길처럼 맹렬히 타올라서 그칠 줄 모른다. 여래인 나는 일찍이 이 미혹의 세계를 벗어나 세상의 번거로운 일에 영향받지 않는 경지에 홀로 머물고 있으니, 지금 이 삼계는 이것 모두가 나의 것이며 그 안에 살고있는 중생은 모두가 나의 자식인데, 오직 나 혼자만이 그들을 구하고 지켜줄 수 있노라. 그러나 그들을 구할 셈으로 가르침을 설하여도, 그것을 믿고 간직하려 않는구나. 왜냐하면 많은 욕망에 물들어 탐내고 집착하는 마음이 깊기 때문이니라. 이리하여 교화의 방법을 강구하니, 근기가 다른 세 가지의 가르침을 설하여 많은 중생들에게 삼계가 괴로움의 세계임을 알려줘서, 그 세계에서 초월하는 길을 열어 보이는 가르침을 설하느니라. 이 많은 아이들이, 만일 마음에 그 가르침을 굳게 믿어 매달리게되면 차츰 천안(天眼)숙명(宿命)누진(漏盡)의 삼명(三明)과 천안천이(天耳)신족(神足)타심(他心)숙명누진의 여섯 가지 뛰어난 힘(육신통력)을 갖추고, 연각과 물러서지 않는 보살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느니라. 그대 사리불이여, 나는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이 비유로써 오직 하나밖에 없는 진실한 깨달음으로 인도하고자 하여 이 가르침을 설하는 것이니, 그대들도 만일 이 가르침을 믿고 이해하여 변함없이 간직한다면 일체 모두가 남김없이 기필코 부처님의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으리라. 이 가르침은 매우 훌륭하여 청정함이 다른 그 무엇보다 더 높기 때문에 모든 세간에는 이것보다 더 높은 것은 없느니라. 이 가르침은 부처님께서 기꺼이 허락하시는 바이며 모든 중생이 반드시 칭찬하고 공양하며 예배하여야 할 바이니라. 이 밖에도 헤아릴 수 없는 갖가지의 능력과 괴로움이나 미혹으로부터의 해탈, 그리고 마음이 안정되어 흩어지지 않는 선정과 밝은 지혜 및 그 박에 갖가지의 부처님의 가르침이 있다. 나는 중생들로 하여금 이런 가르침으로 인도하여 항상 밤낮으로 항상 영원히 노닐도록 하게 하며, 많은 보살들과 성문들을 이 보배로운 가르침에 의해 곧바로 부처님의 깨달음에 도달토록 하는 바, 그러므로 시방세계의 구석구석을 모두 찾아 헤매도 진실한 가르침이란, 이것, 즉 법화경 밖에는 없다. 그렇지만 부처님께서 올바른 교화방법으로 방편을 설하시는 것은 예외이니라. 사리불이여, 그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모두 나의 자식이니 나는 그대들의 아버지이다. 그대들은 긴 세월에 걸쳐 갖가지 괴로움에 몸을 태우고 있었으나, 나는 그대들을 모두 구출하여 이 삼계에서 초월케 하였다. 그때, 나는 그대들에게 마음이 평안한 열반을 얻었노라고 설하였지만, 그대들은 단지, 현상의 변화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 생사를 초월했다는 것 뿐이며 실제로는 모든 번뇌를 멸하지 못하였으니, 이제 그대들이 해야할 것은 오직 진실한 열반인 부처님의 지혜를 얻는 길밖에 없다. 만일 이 자리에 참으로 부처님의 깨달음을 구하는 보살이 있다면, 능히 일심으로 모든 부처님께서 설하신 진실한 가르침 듣도록 하라. 많은 부처님께서는 방편으로써 갖가지의 가르침을 설하시지만 그 가르침에 의해 교화되는 사람들은 자기 생각과는 관계없이 모두가 보살이니라. 만일 어떤 사람이 지혜가 작아 깊이 애욕에 집착해 있으면, 이런 사람들을 위하여 부처님께서는 고통에 관한 진리[苦諦]를 설하신다. 그것을 듣고 중생들은 아직 한번도 경험치 못한 최고의 깨달음을 얻어 마음속으로 기뻐하니, 부처님께서 설하시는 괴로움에 관한 진리, 즉 고제는 진실하여 거짓은 아니다. 만일 어떤 중생이 괴로움의 본질, 즉 원인을 알지 못해 고의 원인이 되는 사물에 깊이 집착하여 잠시라도 그것을 버릴 수 없다면, 그들을 위하여 부처님께서는 그것을 뚜렷이 깨닫게 하는 적절한 가르침을 설하시니라. 즉 모든 괴로움의 원인은 탐욕이 그 근본이니, 만일 탐욕을 멸하면 괴로움이 의지할 곳이 없느니라. 모든 괴로움을 멸진(滅盡)한 것을 제 삼의 진리, 즉 멸제(滅諦)라 이름하는데, 이 멸제를 현실화하기 위해 여덟 가지의 바른 길[八正道]을 수행하는 것이며,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난 것을 해탈하였다고 우선 이름하는 바, 이런 경지의 사람은 무엇에서 해탈하였는가 하면, 다만, 실체가 없는 현상을 실체가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망상을 여읜 것을 해탈이라고 이름 붙였을 뿐, 그것은 실제에 있어서 아직 완전한 해탈을 얻은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이와 같은 사람은 아직 참다운 열반을 얻지 못했다고 설하시니라. 이 사람은 아직 가장 높은 부처님의 깨달음을 성취하지 못하였으므로, 내(부처님) 마음에도 열반의 경지에 도달하였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나는 법(가르침)의 왕이어서 어떤 가르침도 자유자재로 설할 수 있기에, 중생들을 평안케 하기 위해 이 세상에 출현한 것이니라. 그런데 사리불이여, 이 최고의 가르침인 법화경도 모든 인간을 행복되게 하겠다는 뜻에서 설하는 것이므로, 그 근본 정신을 잘 이해하여 아무렇게나 분별없이 선전해서는 아니 된다. 그 반대로 만일 이 가르침을 듣고 마음속으로부터 감사하고 정중히 믿고 간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진실로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는(아유월치지=불퇴전)보살임을 알아야 한다. 만일 이 경전의 가르침을 듣고 마음속에 깊이 이해하고 간직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은 전생에 부처님을 만나 섬겼으며, 그 부처님을 공경하고 감사의 정성을 바쳤으며 또 이 가르침을 들은 사람이니라. 사리불이여, 그대가 이 가르침을 사람들에게 설했다고 하자. 만일 어떤 사람이 그대가 설하는 바를 믿는다면, 그 사람은 바로 나(부처님)을 만난 것이요, 또 그대와 또한 나의 제자인 비구승과 여러 보살들을 만난 것과 같으니라. 이 법화경은 지혜가 깊은 사람들을 위해 설하므로, 지식이 얕아 사물의 표면만 보며 근본적인 것을 찾아낼 힘이 없는 사람은 이 가르침을 듣더라도 아무 것도 알지 못해 그저 당혹할 뿐이며, 일체의 성문이나 벽지불마저도 이 가르침을 완전히 이해하기에는 힘겨운 곳이 있느니라. 사리불이여, 그대는 항상 이 가르침을 믿었기 때문에 들어올 수 있었으니, 하물며 다른 성문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성문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믿었기 때문에 이 가르침에 순순히 따랐을 뿐, 자신의 지혜로 분별한 결과는 아니었다. 또 사라불이여, 건방지게 자만심을 갖고 게으른 사람으로서, 실체적인 자아에 사로잡힌 견해를 이것저것 세우는 사람에게는 이 가르침을 설하지 말라. 범부(凡夫)는 사물의 겉만 볼 뿐 그 근본을 캐지 못하며, 이기적인 욕망에 깊이 사로잡혀있기 때문에 비록 이 가르침을 들어도 바르게 이해할 수 없으므로 그들에게도 역시 설하지 말라. 만이 어떤 사람이 이 가르침을 믿지 못해 나쁜 말로 비방한다면, 그것은 바로 세상 사람들이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씨를 잘라 버리는 행위이며, 혹은 또 이 가르침이나, 믿는 사람을 빈정거리거나 의심을 품는다면, 그것이 어떻게 죄가 되며 그 사람이 어떤 과보를 받는지 그대들은 똑똑히 듣도록 하라. 만일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있거나 혹은 멸도한 후에도 이와 같은 경전을 비방하는 사람이 있어, 이 가르침을 읽고 외우거나 쓰고 간직하는 사람을 보고 경멸하거나 미워하여 질투하거나 원한을 맺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받는 죄의 과보를 그대 다시 똑똑히 들어 두어라. 그 사람은 명이 다하면 아비지옥에 갈 것이며, 일 겁(一劫)이라는 긴 세월을 그 곳에 살다가 그 기간이 끝나면 다시 다른 지옥에 태어나고, 이와 같이 지옥계를 빙빙 돌며 무수한 세월을 지옥 속에서 지낼 것이다. 그런 후 지옥에서 나오면 축생도에 떨어진다. 만일 개나 승냥이로 태어나면, 그 자태는 바싹 마르고 색깔이 거무칙칙하며 부스럼 투성이로 사람들의 놀림감이 되며, 또다시 사람들의 미움받는 몸이 될 것이니라. 항상 굶주리고 목이 타서 괴로워하며 뼈와 가죽만 앙상할 것이며, 살아있는 동안은 온갖 아픔과 괴로움 받고, 죽어서는 기왓장과 돌멩이가 던져질 것이다. 어찌하여 그런고 하면, 부처님의 깨달음으로 향하는 씨앗을 잘랐기 때문에 이러한 죄 갚음을 받는 것이니, 혹은 낙타나 당나귀로 태어난다면, 항상 몸에 무거운 짐을 등에 지며 여러 지팡이로 두들겨 맞으면서 오직 물과 풀이 먹고싶다는 그것만을 마음속으로 생각할 뿐 그것 이외는 알지 못하니, 이것은 이 거룩한 가르침을 비방했기 때문에 이와 같은 죄 값을 받는 것이다. 만일 승냥이로 태어나 마을에 들어가면, 몸에는 부스럼이 진무르고 한 쪽 눈이 멀어 외눈박이가 되었으니, 장난기 많은 아이들로부터 두들겨 맞아 많은 고통을 받고 어느 때는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이렇게 죽으면 이번에는 큰 뱀으로 다시 태어나리니, 그 몸뚱이는 길고 커서 오백 유순이나 되며 귀머거리에 미련하고, 발이 없기 때문에 꿈틀꿈틀 배로 밀어 다니며 여러 가지 작은 벌레들에게 몸 전체를 빨아 먹히면서 밤낮 쉴새없이 고통받을지니, 이 법화경을 비방한 죄업의 결과이니라. 만일 사람으로 태어날지라도 눈귀코 등 육근의 기능이 둔하고, 난쟁이앉은뱅이절름발이장님귀머거리꼽추와 같은 불구자로 태어나고 무슨 말을 할지라도 사람들이 믿지 않을 것이며, 입에서는 항상 구린내가 나고 귀신이 따라붙기 쉬운 정신 이상자가 되고, 또 가난하고 천박하여 남의 심부름꾼이 되거나 잔병이 많고 몸이 깡마르며 의지할 사람도 없으며 사람을 찾아가 친하려 해도 따뜻하게 대접받지 못하고, 만일 약간의 소득이 생길지라도 금방 다시 잃어버리던가 도둑맞아 없어지며, 만일 의사가 되어 처방대로 약을 지어 병 치료를 하더라도 그 병자가 다른 병을 병발하거나 혹은 죽게 될 것이며, 만일 자기가 병에 걸리면 치료해 줄 사람 없고 설령, 좋은 약을 먹더라도 도리어 병이 더 심해질 것이며 혹은, 다른 사람의 반역죄나 약탈 또는 절도죄를 뒤집어쓰게 될 것이니, 이와 같은 죄는 마치 젖은 옷을 입는 것처럼 자꾸 반대로 재앙을 받게 되는 바, 이런 사람들은 그 죄로 말미암아 영영 부처님을 만날 수 없고 모든 성자의 왕이신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교화되지도 못하며, 이런 죄인은 항상 부처님의 설법을 듣지 못하는 삼악도 등의 험난한 곳에 태어나서 미치광이나 귀머거리로 마음이 산란하여 영원토록 바른 가르침을 듣지 못하며, 갠지스강의 모래알처럼 한량없는 세월에 걸쳐 나고 죽고 하면서 태어날 적마다 항상 귀머거리나 벙어리 등, 불구자로 탄생하며, 언제나 지옥에 있으면서 마치 아름다운 동산이나 높은 누각에서 놀고 있는 것 같은 착각된 기분이고 그밖에 수라아귀축생 등의 악한 갈래에 있으면서도 마치 자기집에 있는 기분이며, 또 낙타당나귀멧돼지개 따위의 짐승으로 태어나 살아갈 것이니, 이 가르침을 비방한 죄로 말미암아 이와 같은 무서운 과보를 받을 것이다. 만일 인간으로 태어날 적에는, 귀머거리장님벙어라에다, 가난뱅이, 쇠약한 몸 등의 보잘 것 없는 것 밖에는 몸을 치장하는 것이 없고, 물집(수종)비듬옴문둥병부스럼 따위의 병 이외는 몸에 걸치는 것이 없으며 몸은 항상 구린내가 나고 때가 누덕누덕 눌러 붙어 더러운 데다, 이기적인 생각에 사로잡혀 성내기 잘하고 음욕 또한 성하여서 짐승과 구별하기 힘들 것이니, 이것은 모두가 이 법화경의 가르침을 비방한 죄로 인해 얻어진 과보이다. 사리불이여, 이 가르침을 비방한 사람의 죄를 말한다면 언제까지 계속해도 끝이 없을 것이니, 이러한 까닭으로 나는 그대에게 무지한 사람에게는 설하지 말라고 하였던 것이다. 만일 기근이 빼어나서, 사물을 뚜렷이 분별하는 지혜를 가졌으며 많은 가르침을 기꺼이 듣고 힘껏 익혀 기억하며, 부처님의 깨달음을 성취하겠다는 뜻이 굳은 사람이 있다면, 이런 사람들에게 이 법화경의 가르침을 설해 주어야 한다. 만일 과거세에 있어서 많은 부처님을 섬기며 선행을 쌓아 훌륭한 인격을 길러 현세에서도 신심이 깊고 굳은 사람이 있다면, 이런 사람들에게 이 가르침을 설해 주어라. 만일 일심으로 불법 수행에 정진하고 항상 남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길러, 불법을 위하고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는 목숨조차 아끼지 않을 정도의 사람이 있다면, 이런 사람에게는 이 가르침을 설해주어야 한다. 만일 사람을 공경하고 딴 마음이 뒤섞이지 않으며, 어리석은 사람들의 무리에서 떠나 홀로 조용한 곳에서 수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에게는 이 가르침을 설해 주어라. 또 사리불이여, 만일 나쁜 벗들과 헤어지고 좋은 벗들만을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에게는 이 법화경을 설해 주어도 좋다. 만일 또 불법을 단단히 마음속에 간직하고 보배구슬을 소중히 여기듯이 부처님의 계율을 지켜, 깨끗하게 몸을 유지하며 많은 사람들을 행복되게 하기 위한 가르침을 구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러한 사람을 위해서 이 가르침을 설하여 주어라. 성내지 않고 성실하며 부드럽고 온화한 마음씨로 항상 일체의 생명 있는 것들을 사랑하고, 모든 부처님을 깊이 공경하는 사람에게는 그런 사람을 위해서 이 가르침을 설해 주어도 좋다. 또 많은 사람들 중에 물질이나 명예 따위를 얻으려는 마음이나 혹은 주저하는 마음도 없이, 청정한 마음으로 갖가지 사연이나 비유를 들거나 적절한 이론으로써 자유자재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에게 이 가르침을 설해 주어라. 또 어떤 스님이 부처님의 지혜를 얻기 위해 사방으로 가르침을 구하며 좋은 가르침을 만나면 합장하고 감사히 받지만, 오직 그 스님이 원하는 것은 한결같이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가르침이고, 대승경전이 아닌 낮은 단계의 가르침은 시 한 구절이라도 받지 아니한다면, 그와 같은 사람에게 이 가르침을 설해 주어도 좋다. 만일 부처님을 사모하는 정성에서 부처님의 사리를 얻고자 하는 마음과 흡사한 마음으로 이와 같이 높은 가르침을 구하되, 그러한 가르침을 만나면 감사하게 머리 숙여 받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더욱이 낮은 단계의 가르침을 원치 않으며 또 일찍이 불교 이외의 가르침에 현혹되지 않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면, 그런 사람에게 이 가르침을 설해 주어도 좋다. 사리불이여, 이렇게 불도를 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설하자면 끝이 없으나, 지금 열거한 사람들은 기필코 믿고 이해할 수 있으리라. 이와 같은 사람들에게 이 묘법연화경을 설해 주어야 하느니라.』 제 4 장 신해품(信解品) 그때, 거룩한 수행자인 수보리와 마하가전연과 마하가섭과 마하목건련의 네 사람은, 부처님으로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방편 속에 진실이 있다는 가르침과 사리불이 먼 훗날에 위없는 깨달음을 성취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몹시 감탄하여 뛸 듯이 기뻐하며, 곧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정돈한 후, 오른 쪽 어깨를 벗어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꿇고 앉아 일심으로 합장하여 몸을 굽혀 공경하고, 부처님의 거룩한 얼굴을 우러러보며 다음과 같이 말씀드렸습니다. “저희들은 승단에 있어 선배격이어서 한결같이 나이도 많이 늙었으므로, 자신은 이미 세속적인 괴로움이나 번뇌에서 벗어나 열반의 경지를 얻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노력은 필요치 않다고 생각하였으므로, 더 나아가 위없는 깨달음을 구하려 하지 아니하였습니다. 세존께서는 예부터 오랫동안 저희들을 위해 가르침을 설해 주셨지만, 저희들은 그때 설법을 듣는 그 자리에 있으면서 때로는 몸이 피곤하여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게으른 마음을 일으킨 나머지 다만,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실체가 없고 오로지 공(空)에 의해 생긴 것으로서 원래부터 형상(모습)이 없으며, 그 실상의 세계는 인연의 조작을 넘어선(무작) 상주불변(常住不變)의 존재이다’ 하는 따위의 사색에만 사로잡혀 부처님께서 지금 설하신,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불성을 갖추고 있음을 깨달은 연후에 다시금 사람들 사이에 있는 차별을 인식하고 상대방에 따라 그들에게 적합한 가르침을 자유자재로 설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모든 사람들을 인격 완성의 경지로 인도한다는, 보살의 길을 구하려 하지 아니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세존께서는 저희들로 하여금 우선 이 고통스러운 삼계에서 벗어나, 이 세상의 현상에 현혹되지 않는 평안한 경지인 열반을 깨닫게 하여 주셨으므로, 저희들은 그것으로 만족하고 늙어갔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보살들에게 위없는 깨달음을 성취하도록 교화하시는 것을 보았지만, 저희들도 그러한 경지에 도달하고 싶다는 동경과 서원하는 마음은 일으키지 아니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부처님께서 성문인 사리불에게 위없는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는 증명을 내리시는 것을 직접 듣고, 지금까지 전혀 경험치 못한 커다란 환희를 얻었으니, 오늘에 이르러 돌연히 이와 같은 가르침을 들을 줄이야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사실입니다. 저희들은 이 크고 훌륭한 이익을 얻는데 대해 깊이 기뻐하며 스스로 축하하고 있사오니, 이것은 참으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진귀한 보배가, 구하지도 아니하였는데 저절로 자기 것이 된 까닭입니다. 세존이시여, 이제부터 비유를 가지고 저희들이 이해한 내용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어렸을 적에 아버지의 집을 뛰쳐나와, 갈 곳 없이 떠돌아다니는 신세가 되었는데 오랫동안 타국에서 가난한 생활을 계속한지 어언 열, 스물 하고 오십 세가 되었습니다. 나이가 차츰 많아지자 더욱 가난해지니 이곳 저곳 떠돌아다니며 옷과 밥의 근원을 찾아 헤매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방랑하는 사이에 발길은 저절로 본국 쪽을 향해 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아버지는 아들이 없어지자, 온갖 힘을 기울여 팔방으로 아들을 찾아 헤매었지만 아무리 찾아도 간 곳을 알 수 없었으므로, 하는 수 없이 어느 도시에 머물게 되었는데 집은 매우 부유하여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재산이 있었습니다. 금은청보석산호호박수정구슬 등의 많은 보배가 창고에 가득 넘쳐흘렀으며 또 많은 남녀 노예와 고용인과 사무원들을 거느렸고, 코끼리말소양 등의 가축과 수레가 무수히 있었습니다. 그리고 널리 여러 타국과도 무역을 하고 있어, 상인과 고객이 그칠 새 없이 많이 출입하였습니다. 그때, 아주 가난하고 궁색한 몸이 된 그 아들은 여기저기의 촌락과 여러 나라의 도시를 떠돌아다니다가 마침내 아버지가 살고 있는 도시로 들어왔던 것입니다. 아버지는 한시도 아들을 잊어본 적이 없었으니, 서로 헤어진지 어언 오십 년 동안 항상 아들의 신상에 대해 계속 걱정해 왔지만, 그것을 남에게 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으며, 오직 자기 가슴속에서만 걱정하고 괴로워하였던 것입니다. 차츰 나이를 먹어 가면서는 항상 다음과 같은 생각이 마음속을 오가고 있었으니, 즉 ‘나는 이제 완연히 늙어 버렸는데, 많은 재산을 가지고있으며, 금은 등 그밖에 진귀한 보물들이 창고가 넘치도록 가득히 있다. 그런데도 나에게는 아들이 전혀 없다. 만일 내가 죽는다면 이 많은 재산을 상속케 할 자식이 없으니 허망하게 흩어져 버릴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더욱 아들 생각이 간절하여 견딜 수 없었기에, ‘만일 내 아들이 살아 있어, 이 재산을 전부 맡길 수 있다면 마음이 홀가분하여 근심과 걱정이 없어질 터인데’ 하고 애석해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한편 그 빈궁한 아들은 일용인부가 되어 정처 없이 이 사람 저 사람 집에서 품팔이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우연히 아버지의 집 앞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그는 문 앞에 잠시 멈춰 서서 멀리 집안을 살펴보니, 보기에도 고귀한 분이 좋은 의자에 걸터앉아, 두 다리를 보배로 꾸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신분이 높은 바라문 계급과 왕족 및 무사 계급인 크샤트리아 계급과 중류계급인 장자들에게 공손히 에워싸여 있었습니다. 그 고귀한 분은 몇천만에 이르는 값진 진주목걸이로 몸을 치장하고, 좌우에는 파리를 쫒는 흰 총채를 가진 사무원과 심부름꾼이 단정히 서서 시중들고 있었으며, 훌륭한 천으로 지어진 천막이 위를 덮었고 아름다운 깃발이 많이 걸렸으며, 땅바닥에는 향수가 뿌려지고 갖가지 이름난 꽃들이 흩어졌으며 곁에는 보물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분주히 들고 내고 하며 나에게 주기도 하는 것 같았으니, 모두가 말할 수 없이 너무나 훌륭하고 굉장한 광경이라서 그 고귀한 분의 모습에는 자연히 머리가 숙여지도록 위엄과 거룩함이 있었습니다. 빈궁한 아들은 이 장자의 위덕이 매우 큰 것에 대해 매우 놀람과 동시에 자못 두려워져 이런 곳에는 오지 아니하였어야 옳았었다고 후회하며,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저 분은 틀림없이 임금님이거나 혹은 임금님과 비슷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역시 내 신분에 알맞는 가난한 거리로 가는 편이 좋으리라. 그 곳에는 일할 곳도 있고 입고 먹을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일 이런 곳에서 어물어물하다가는 틀림없이 붙잡혀서 강제로 품삯도 없이 일을 하게 되고 말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그는 급히 도망치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장자는 우연히 문 밖에 서있는 사내에게 눈길이 멎자, 즉시 그가 자신의 아들임을 알았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마음이 들뜨고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습니다. 장자는 마음속으로, ‘이제야말로 내 재산을 모두 맡길 수 있게 되었구나. 지금까지 저 아들을 생각해 왔었는데 도저히 찾을 수 없었거늘, 홀연히 스스로 돌아와 주었으니 이제야 소원이 이루어졌구나. 나는 이렇게 늙었는데도 끊을 수 없는 내 아들에 대한 애정은 도저히 어쩔 도리가 없구나’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장자는 즉시 곁에 있는 사람에게, ‘저 사람을 쫓아가서 데리고 오라’ 하고 명령하니 심부름꾼은 급히 달려가 그 빈궁한 아들을 붙잡았습니다. 그러자, 그 빈궁한 아들은 크게 놀라서 하는 말이, ‘나는 아무 것도 나쁜 짓을 하지 아니하였는데 어찌하여 붙잡습니까?’ 하고 크게 소리치는 것이었습니다. 심부름꾼들은 빈궁한 아들이 반항함으로 더욱 힘껏 붙잡아 강제로 끌어가는 것입니다. 그때, 빈궁한 아들은 이런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나는 아무 죄도 없는데, 이렇게 붙잡혀서 끌려가면 필경 죽임을 당하고 말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 너무나 무서워서 정신이 아찔하여 그만 땅바닥에 쓰러져 버렸습니다. 아버지인 장자는 멀리서 그 광경을 보자, 심부름꾼을 불러, ‘이제 그만, 그 사내는 부리지 않겠으니 무리하게 데리고 올 필요가 없다. 찬물을 얼굴에 뿌려 정신을 차리게 해줘라. 그리고 제정신이 들더라도 아무 말도 하자 말라’ 하고 명령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아버지인 장자는 그 아들이 오랜 동안의 가난한 생활로 말미암아 마음이 비굴해졌으므로, 도저히 자기와 같이 신분이 높은 사람과는 가까이할 수 없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가 아들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았지만 마음속 깊이 생각한 바 있어, 남들에게는 그가 자기 아들임을 말하지 아니하였습니다. 심부름꾼들은 장자가 시킨 대로 그 아들이 제정신이 들게 한 후, ‘너를 용서해 줄 것이니 돌아가도 좋다’ 하고 말하였으므로, 빈궁한 아들은 이것이 꿈이 아닌가 하고 기뻐하며 땅바닥에서 일어서자 곧바로 빈민굴로 달려가서 거기서 입을 것과 먹을 것을 구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후에 아버지인 장자는 어떻게 해서라도 그 아들을 가까이 두고자 하여, 얼굴모양과 몸가짐이 초라한 두 사람의 심부름꾼을 은밀히 그 빈궁한 아들에게 보내면서 하는 말이, ‘너희들은 그 사내가 있는 곳을 찾아가서 눈치채지 않게 말하되, 좋은 일자리가 있는데 삯도 곱으로 받을 수 있다, 그러니 일하러 가지 않겠나? 하고 권하여 그가 좋다고 하면 데리고 오너라. 만일 어떤 일을 하게 되느냐고 묻거든, 변소나 하수구 따위를 청소한다고 하며, 우리들도 함께 일한다고 말하여라’ 하고 명령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의 심부름꾼은 즉시 그 빈궁한 아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간신히 찾아낸 두 사람은 주인이 시킨 대로 말하였더니, 그때, 빈궁한 아들은 기뻐하며 그들을 따라와서 우선 삯을 받은 후 함께 오물 청소를 시작하였습니다. 아버지인 장자는 멀리서 그 모양을 바라보며, ‘저것이 내 아들의 모습이란 말인가’ 하고 측은히 여기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생각에 잠기는 것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아버지가 창문으로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니, 깡말라 초췌하고 온몸이 오물투성이가 되어 일하고 있으므로, 이것을 본 아버지는 불쌍한 생각에 견디지 못해 자기 몸에 걸치고 있던 목걸이와 부드러운 웃옷과 그 밖의 장식품도 모두 벗어 던지고 낡고 때묻은 옷을 갈아입은 후, 몸에는 진흙과 먼지를 바르고 마치 하인 같은 태도로 일꾼들이 있는 곳에 이르러, 함께 일하고 있는 무리들에게, ‘부지런히 일해야 한다. 게으름을 피워서는 아니 된다’ 하고 말하며 차츰 빈궁한 아들의 경계심을 풀게 하여 가까이 접근해 갔습니다. 이렇게 함께 일하면서 얼마나 지난 연후에 하루는 장자가 아들을 향해 말하기를, ‘너는 불쌍한 사내로구나. 먹는 것에 곤란을 받고 있다 했지? 그러나 이제부터는 걱정할 것 없다. 계속 여기서 일하고 다른 곳에는 가지 말라. 그러면 삯도 올려 줄 것이며, 갖가지 살림도구와, 쌀국수소금식초는 물론 그 밖의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지 모두 줄 터이니 조금도 어려워하지 말라. 그리고 또 나이 먹은 하인도 있으니, 너의 심부름꾼으로 부려도 좋다. 그러니 안심하고 여기 있어라. 그리고 나를 친아버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나는 늙은 사람이라 꼭 그러한 나이에 걸맞고, 또 너는 젊기 때문에 내 아들의 나이쯤 된다. 그렇다고 이제 일 할 적에 게을리 하거나 속이거나 성내거나 남을 원망하거나 미워하는 말을 해서는 아니 된다. 보아하니 너는 다른 일꾼들처럼 그러한 나쁜 짓을 하지 않을 줄 믿는다. 만이 그런 짓을 하게 되면 나는 정말 슬퍼할 거다. 이제부터 나는 너를 내 친아들로 생각하겠다.’ 이렇게 말한 후, 그 자리에서 이름을 지어주고 아들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빈궁한 아들은 뜻밖에 그러한 대접을 받게 되어 매우 기뻐하였지만, 아직도 자신은 객지에서 온 노동자이며 비천한 인간이라고 생각하였으니, 정작 비굴한 근성은 버리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장자는 그로부터 이십 년이라 긴 세월 동안 여전히 더러운 곳을 청소하게 하였습니다. 이십 년이 지나자, 아들은 겨우 그 집에 대해 마음이 놓이게 되어 출입함에 있어,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살고 있는 곳은 여전히 최초에 주어진 그 오두막집이었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얼마 후에 장자는 병에 걸렸습니다. 장자는 자기 목숨이 얼마 남지 아니하였음을 깨달았기 때문에 빈궁한 아들을 불러 말하기를, ‘나에게는 막대한 재산이 있다. 금은 기타 갖가지 보물이 창고에 가득하다. 그것을 모두 너에게 맡길 것이니, 너는 창고를 조사하여 그 양을 알고 누구에게는 얼마만큼의 것을 받아야 하고 누구에게는 무엇을 얼마만큼 주어야 하는지 그것을 낱낱이 알아두도록 하라. 이것이 나의 본심이니 이 본심을 잘 알아다오. 왜냐하면 이미 나와 너는 남남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부디 이 보물을 굳게 지켜 헛되게 써서 없애지 말아다오’ 하고 이르는 것입니다. 빈궁한 아들은 장자가 일러준 대로 창고 안의 금은, 그 밖의 값진 보물을 모두 조사하여 그것을 간수하게 되었으나, 단 한끼의 식사 값마저도 그곳에서 충당하려하지 아니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그 움막집에서 살고 있었는데, 그것은 그가 아직도 자기는 비천한 인간이라는 열등감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던 까닭입니다. 그로부터 얼마가 지났습니다. 그동안 아들의 마음이 점점 트이고 태연해져, 이 큰집과 무한한 재산을 도맡아서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뚜렷이 생겼음을 아버지는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주저주저하던 마음도 부드럽게 바귀게 된 것도 알았습니다. 아버지는 차츰 병세가 악화되어 임종이 가까워지자, 아들에게 명하여 친족과 국왕과 대신과 무사들과 사업가 등, 전부터 교제해 왔던 사람들을 모두 모이게 하고 그 사람들에게, ‘여러분, 여기 있는 이 사람이 바로 내 아들입니다. 낳은 친자식입니다. 내가 본래 어느 성내에 살고 있을 적에, 내 곁을 떠나 도망가서 모진 고생을 거듭하며 오십 년 동안이나 방랑하고 있었습니다. 이 아들의 본 이름은 아무개이고 나의 본 이름은 이러이러하였습니다. 이 아들이 없어졌을 적에, 본디 살고 있던 성에서 나는 매우 걱정하며 찾아 헤매었지만 모두 허사로 끝나고 말았는데, 여기서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것입니다. 이는 참으로 나의 아들이며 나는 이 아들의 친아버지입니다. 그러므로 나의 모든 재산은 이 아들의 것입니다. 앞서부터 내 재산의 수입과 지출에 관해 이 아들은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하고 말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이때 빈궁한 아들은 아버지의 그 말을 듣자, 크게 환희하니 지금까지는 전혀 경험치 못한 마음의 기쁨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이렇게 되리라고 전혀 생각지도 아니하였는데 이 훌륭한 보배가 스스로 내 것이 되었으니, 진정 알 수 없는 고마운 일이다.’ 세존이시여, 이 큰 재산가인 장자는 바로 세존이십니다. 그리고 저희들은 부처님의 아들과 같습니다. 여래께서는 항상 이 장자처럼 저희들을 아들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본능적인 감각의 괴로움과, 즐거움이 깨뜨려지기 때문에 생기는 괴로움과, 사물의 변화에 따라 생기는 괴로움 등의 세 가지 괴로움[三苦] 때문에 한없이 유전하는 인생에 있어서 갖가지 격심한 번뇌를 경험하고, 그로부터 벗어나려 해도 진리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어찌하면 좋은지 그것을 알지 못해, 보잘것없는 가르침에 사로 잡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세존께서는 저희들에게 진리를 똑바로 생각하도록 가르쳐 주시고 쓸데없는 말장난의 쓰레기를 털어 없애주셨습니다. 저희들은 세존 님의 가르침을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 하고, 노력을 더 하면서 일심으로 수행하여 열반이라고 하는 그날그날의 과보를 받고 있었습니다. 저희들은 마음의 평안(열반)을 얻을 수 있었으므로 매우 기뻐하며 그로써 만족하고 있었으니, 불법(佛法)을 일심으로 배우고 수행한 까닭에 참으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세존께서도 그토록 저희들이 부질없는 욕망에 사로잡혀 보잘것없는 가르침에 매달리려는 것을 이미 아셨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저 마음의 평안을 얻은 것만으로 만족하고 있는 것을 일단 그대로 못 본 척하며, ‘너희들도 여래와 똑같은 최고무한한 지혜가 얻어지리라’ 는 것은 일부러 말씀하시지 아니하였습니다. 세존께서는 교묘한 수단으로 저희들에게 여래의 지혜를 설하신 적도 가끔 있었지만, 저희들은 세존의 가르침에 의해 마음의 평안이라는 마음의 평안이라는 그날그날의 품삯을 받음에 있어, 큰 공덕이라고 만족하며, 더욱 넓고 큰 가르침을 얻고자하는 뜻을 일으키지 아니하였던 것입니다. 또 저희들은 여래의 지혜를 빌리고, 여래의 가르침을 그대로 받아 옮기며, 깨달음을 구하는 많은 지혜가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가에 대해 설법을 하였지만, 정작 자신들이 부처님의 지혜를 얻고자하는 서원은 세운 적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세존께서는 저희들이 보잘것없는 가르침에 매달리려는 것을 보시고, 교묘한 수단(방편)으로써 우선 저희들에게 알맞는 가르침을 설하신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자신들도 어떤 때인가는 기필코 부처님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몸임을 알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지금 저희들은, 세존께서 부처님의 지혜를 저희들에게 나누어주시는 것을 조금도 애석하게 생각하지 아니함을 뚜렷이 알게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저희들도 처음부터 부처님의 자식이면서 그것을 알지 못하고 오로지 소승(小乘)의 가르침에 의해 해탈을 얻는 것만을 원했기 때문에 세존께서는 그것에 알맞는 가르침을 설하셨을 뿐이며, 만일 더 높고 큰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면 기어이 저희들에게도 대승의 가르침을 설하여 주셨음이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법화경의 가르침에 있어서, 세존께서는 가르침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을 이제 겨우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옛날 보살들 앞에서 성문이 소승의 가르침으로 만족하고 있음은 부질없는 짓이라고 말씀하셨으나, 실제에 있어서 세존께서는 항상 대승의 가르침을 설하여 주셨던 것입니다. 그러나 저희들의 힘이 모자랐기 때문에 그 가르침을 조금밖에 받아들이지 못하였지만, 이제는 그것을 완전히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이렇게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들은 별로 바라지 아니하였는데 부처님의 큰 보배가 저절로 우리들의 것이 되어버렸으니, 부처님의 아들로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이제 모두 남김없이 얻어진 것입니다.’“ 그때, 마하가섭은 지금 말씀드렸던 내용을 시송으로 거듭 찬탄하였습니다. 『저희들은 오늘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니, 난생 처음 느낀 감격입니다. 성문들도 성불한다는 부처님의 말씀, 위없는 보배더미가 안구해도 절로 얻어졌나이다. 비유컨대, 어린아이가 유치하고 무식한데, 아비 버리고 도망하여 머나먼 타향에 가서 여러 나라 떠돌면서 오십여 년 살았었네. 그 아비 걱정하여, 사방을 찾아 헤맸으나 간 곳을 알지 못해 찾다가 지친 끝에 한 성안에 머물러서, 큰 집을 지어 놓고 아무 부자유 없이 살았으니, 그 집은 큰부자라서 여러 가지 금과 은들이며, 자거마노진주청보석들이 가득 차 있고 코끼리말소염소들과 가마수레들과 전답에 종사하는 머슴과 소작인도 많이 있었으며, 주고받는 이자놀이에 타국과 널리 무역하니 거래처와 고객들이 가는 곳마다 줄 섰으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존경받고 국왕과 왕족들에게 항상 사랑 받는 바요, 여러 신하명문호족 모두 함께 중히 여기니 이런 연고로써 출입하는 사람 많고 많네. 부유하기가 이와 같고 큰 세력 또한 가졌으나 나이가 늙어가니 아들 생각이 더욱 간절, 밤낮 없이 생각타가 죽을 때가 되었는데 어리석은 그 자식은 아버지를 떠난 지 오십여 년, 창고에 가득 찬 재물 어떻게 하면 될 것인지, 그때에 빈궁한 자식, 입고 먹을 것 구하여서 이 마을에서 저 마을, 저 나라에서 이 나라로, 어느 때는 얻게 되고 어느 때는 얻지 못해 굶주려서 깡마르고 옴과 버짐 생겼으며, 점차로 헤매던 끝에 아버지 사는 마을에 이르러 품팔이로 이집저집 헤매다가 아버지 집에 이르렀네. 그때에 장자는 자기 집 문안에서 큰 보배 장막 둘러치고 훌륭한 의자에 걸터앉았는데, 권속들은 둘러싸고 많은 사람 시중드네. 어떤 사람 출납 맡고 어던 사람 장부 맡고 증서도 발행하네. 빈궁한 아들, 훌륭하고 존엄한 아버지 보며, 저 이는 국왕이거나 국왕 같은 사람이라고 놀라고 두려워서, ‘내 어찌 여기 왔나’ , 또 다시 생각하되, ‘내 여기 오래 있다가는 강제로 붙들려서 모진 노동 당하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정신없이 도망쳐서 가난한 동리 찾아들어 품 팔아서 일하였네. 이때에 장자는 그 아들 보고 무언중에 알았으니, 심부름꾼 속히 보내 붙들어 오게 하였는데 빈궁한 아들 깜짝 놀라 기절하여 엎어지며, ‘이 사람이 나를 붙드니, 나는 정녕 죽었구나. 어찌하여 입고 먹고 하는 것 때문에 이렇게 된다는 말인가’ 장자는 그 아들이 어리석고 용렬하여 자기 말도 믿지 않고 아버지인 것도 믿지 않았음을 알아, 이번에는 방편을 서서 다른 심부름꾼 보냈으니, 애꾸눈에 키가 작아 위엄도 덕도 없는 못난이에게, ‘너는 가서 말하기를, 나와 함께 일하면 거름이나 치게 하고 품삯은 곱으로 준다 하라.’ 빈궁한 아들, 그 말 듣고 기뻐하며 따라와서 거름 치고 헛간 치며 깨끗하게 청소하네. 장자는 항상 창 너머로 그 아들을 바라보며 어리석은 그 아들을 가엾게 생각하여, 그래서 그 장자는 허름한 옷 바꿔 입고 거름치는 그릇 손에 잡고 아들에게 다가가서 교묘한 꾀를 써서 경계심을 풀게 한 후, ‘부지런히 일 잘하면 품삯을 올려주고 다리에 바를 기름 주고 음식도 많이 주고 이부자리 많이 주어 따뜻하게 해주겠다’고, 부지런히 일 하라고 거듭거듭 말하고서, ‘너는 내 아들 같다’ 부드럽게 건네주네. 장자는 지혜 있어 아들을 자유롭게 출입토록 이십 년을 지내면서 집안 일을 보게 하고 금과 은, 진주파리 여러 물건 들고, 남을 보여주고 주고받는 모든 셈을 도맡아서 보게 하나, 그 아들은 변함없이 문 밖에 있는 오두막집에 기거하면서, ‘나는 본래 가난한 사람, 가진 물건 하나 없다’ 생각하네. 아버지는 아들의 마음 점점 넓어짐을 보고 그 재산을 넘겨주려고 일가붙이와 국왕과 신하들과 무사와 실업가들을 모두 불러놓고, 이 많은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 ‘ 이는 나의 아들인데 나를 떠나 타국에 가서 오십 년을 지냈는데 우연히 나를 찾아와 이십 년을 또 지냈소. 지난 날 어느 마을에서 이 자식을 내가 잃고, 이리저리 헤매면서 무진 애를 쓰다가 여기에 이르렀소. 이제 내가 가진 집이며 하인들이며 그밖에 모든 것을 아들한테 물려주어 제 뜻대로 쓰게 하리라.’ 아들이 생각건대, ‘옛날은 가난하고, 뜻 또한 용렬했지만 이제는 아버지에게서 크고도 귀한 보물, 그리고 집들이며 일체의 재물들을 모두 다 얻었노라.’ 마음 매우 환희하니 난생 처음 얻는 기쁨일세. 부처님도 이와 같이 우리들이 소승을 즐김 아시고, 너희들은 성불한다고 말씀 아직 않으셨나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모든 번뇌 다 없애고 마음의 평안 얻기 위한 성문 제자라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은 저희들에게 위없는 깨달음 설하시며 이 가르침 배우면 성불한다 하셨기에, 저희들은 말씀대로 큰 보살들을 위하여 갖가지 사연과 가지가지 비유를 들고 이론적으로 설명하여 위없는 깨달음을 설하였더니, 많은 제자들은 저희들의 설법 듣고 밤낮으로 생각하며 꾸준히 노력하여 몸에다 익혔습니다. 그때에 부처님들께서 성불 중명하시기를, ‘그대들은 미래세에 기필코 성불하리.’ 일체의 부처님들, 소중히 간직한 가르침을 오직 보살만을 위하여 참된 이치 전해주고, 내 자신은 그 참된 이치 깨닫고자 아니하니, 마치 저 빈궁한 아들, 아버지께 가까이 가서 재산 모두 알았지만 가질 생각 전혀 없듯, 저희들도 불법의 가장 소중한 가르침 설하면서 내 것으로 삼겠다는 뜻을 세우지 않은 것과 또한 같으며, 저희들은 마음속의 번뇌를 멸할 것에 흡족하고, 오직 이 것만을 자각한 채 더 이상의 지혜는 바라지 않았나이다. 부처님께서 이 세상을 청정케 하고 중생을 교화한다고 저희들은 듣지만, 남의 일만 같아서 즐거운 마음 없었습니다. 어찌하여 그러한가, 우주의 온갖 현상, 평등하고 조화되어 생하거나 멸하지 않는 영원한 존재이며, 보기에는 크고 작지만 진실로는 차별 없고 번뇌의 바탕 없고 인연 초월할 것이라, 이런 생각하고 보니 기꺼이 해야 할 맘 도무지 없나이다. 저희들은 오랜 세월, 위없는 부처님 지혜 열망도 없었으며 욕구도 없었으니, 스스로 생각하기를 구극의 깨달음 얻었다고 오랫동안 <공>의 가르침 닦아 익혀, 삼계의 고뇌에 괴롭힘을 당하지 않고 모든 번뇌 다 끊어서 맑고 깨끗한 인생 보낸다고 생각하여 왔었으며, 부처님의 교화 받아 진실한 도 성취하니 부처님의 은혜 갚았다고 했나이다. 저희들이 많은 불자들에게 보살의 가르침 설하여서 부처님의 지혜 구하도록 지도하여 왔었으나, 자신들은 그 가르침 성취소망 전혀 없었나이다. 그러나 세존께서 그냥 두어 두심은 저희 마음 아시므로 처음에는 번뇌 멸해 열반 얻기 권하시고 세상구제 참 이익은 설하시지 아니하니, 저 돈 많은 장자처럼 용렬한 아들 마음 알 듯 교묘한 수단으로써 마음 차츰 변하게 한 후, 그 다음에 모든 재산 남김없이 물려주듯 부처님도 이와 같이 어려운 일 하셨으니, 얕은 가르침에 집착함을 아시고서 교묘한 수단 사용하여 저희 마음 길들인 후에 부처님 지혜 가르치니, 오늘 저희들은 아직 한 번 경험치 못한 큰 기쁨 얻었나니 바라지도 아니하였는데 저절로 얻은 것은, 한량없는 보배 얻은 빈궁한 아들 같나이다. 세존이여, 우리들은 이제 참다운 불교 알았으며 수행의 참다운 결과 얻었으니, 제법실상 가르침에 의해 청정한 것 볼 수 있는 그 방법 깨달은 것은 저희들 오랜 세월 계율 지켜 수행한 보람. 오늘 비로소 그 큰 과보 얻을 수 있었으니 부처님의 가르침 따라 맑고 깨끗한 행 닦았기에 이제는 미혹 없는 위없는 경지 얻었사오니, 저희들은 오늘에야 참된 성문이라 부처님 되는 길을 우리들의 소리로써 모든 사람에게 들려주겠으며, 저희들은 오늘에야 참 아라한 되었으니 모든 세간, 하늘인간마왕범천, 널리 그 가운데서 존경 감사 받게 되니, 세존 님의 크신 은혜, 드물게 있는 일이옵니다. 저희를 불쌍히 여겨 가르치고 인도하여 위없는 이익 베푸시니, 한량없는 세월에도 그 은혜 뉘 갚으오리. 손과 발되어 받들고 머리 조아려 예배하며 모두 바쳐 공양해도 그 은혜 못 갚으며, 머리 위에 받들거나 양 어깨에 무등태워 항하의 모래알처럼 한량없는 세월동안 마음 다해 공경하고 맛있는 음식, 훌륭한 의복, 많은 이불, 갖가지 탕약과, 우두전단 재목과 갖가지 귀한 보물로써 탑을 세워 감사하고 보배 옷을 땅에 깔아, 그 위를 걸으시게 모든 방법 다 써서 몇천만 년 공양해도 그 은혜는 못 갚으리. 모든 부처님들 견줄 수 없는 위엄 갖고 한량없고 가이없는 신통력을 갖추시어 모든 미혹 멸하시고 최고 진리 깨달아서 온갖 가르침 자유자재. 낮은 사람 위해서는 최고 진리 숨겨 두고 낮은 가르침 설하시며, 현상에 사로잡힌 범부들에게는 걸맞는 가르침을 설하여 주시니, 모든 부처님들, 온갖 가르침을 자유자재로 설하시어 중생들의 모든 욕망의지를 알기 쉽게 설법하십니다. 중생이 전생에서 무슨 선근 쌓았으며 금생의 기근을 성숙했나, 아니 했나 모두 다 이시어서 갖가지로 헤아려서 정확히 가려내어, 단 하나밖에 없는 부처님에의 길을 적절히 셋으로 나눠 설하셨나이다.』 제 5 장 약초유품(藥草喩品) 그때, 세존께서는 마하가섭을 비롯한 많은 큰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가섭은 여래의 진실한 공덕을 잘 설명하였다. 참으로 그대가 말한 바, 그대로이다. 그러나 여래에게는 한량없고 가이없는 무수한 공덕이 있으니, 그것은 그대들이 한량없는 억겁의 세월에 걸쳐 설명하려고 하여도 다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니라. 가섭이여, 꼭 알아두어라. 여래는 모든 가르침의 지배자인 왕이므로 어떠한 가르침을 설하시더라도 그 가르침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며, 모든 가르침이 부처님의 지혜를, 방편으로 연설하시는 것이기 때문에, 그 설하시는 가르침은 모두가 중생들로 하여금 우주의 실상을 아는 최고의 경지에 도달케 하느니라. 여래는 모든 가르침이 어디로 향하는가, 즉 가르침의 목적과 행방을 살피고 알며, 또한 모든 중생들의 속마음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즉, 어떤 가르침을 따를 것인가를 모두 통달하여 거리낌이 없고, 또 이 사실을 모든 가르침에다 뚜렷이 밝혀 모든 중생들에게 부처님의 일체 지혜를 열어 보여주느니라. 가섭이여, 비유하자면, 온 세계의 산과 내와 골짜기와 땅위에 나는 초목이나 숲, 그리고 여러 약초 등은 그 종류가 많아서 이름과 모양이 제각기 다르니라. 그런데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히 몰려와서 온 세상을 두루 덮고 일시에 큰 비가 고루 내렸다고 하자, 이 은혜로운 비는 모든 초목이나 숲이나 그리고 많은 약초들의 작은 뿌리작은 줄기작은 가지작은 잎과, 중간 뿌리중간 줄기중간 가지중간 잎과, 큰 뿌리큰 줄기큰 가지큰 잎을 고루 적시어 주느니라. 그러나 여러 크고 작은 나무들과 상중하의 약초들은 그 종류에 따라서 각기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니, 하나의 구름에서 한결같이 고루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그 초목의 종류와 성질에 따라 각기 그 성장의 정도가 다르며 피는 꽃이 다르고 맺는 열매가 다른 것이다. 비록 하나의 땅에서 자랐으며, 똑같은 하나의 비의 혜택을 받은 것인데도 모든 초목에는 이러한 차별이 있느니라. 가섭이여, 잘 알아라. 여래도 이와 같아서 세상에 출현함은 큰 구름이 일어나는 것과 같으며, 위대한 가르침으로 온 세계의 하늘과 사람과 아수라에게 설하여 구제하고자 함은, 마치 큰 구름이 온 세계를 두루 덮는 것과 같느니라.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말하노니, ‘나는 진리에서 그대로 온 사람(여래)이며, 세상 사람들로부터 마땅히 존경을 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응공)이며, 지혜가 바르므로 모든 사물에 널리 미치며(정변지), 더구나 지혜와 실행을 두루 갖춘 사람(명행족)이며, 모든 경우를 뚜렷하게 분별하는 사람(세간해)이며, 더 없는 완전한 인격을 완성한 사람(무상사)이며, 모든 중생을 뜻대로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조어장부)이며 하늘과 사람들의 스승(천인사)이며, 최고의 진리를 깨달은 사람(부처)이며, 이 세상에서 가장 거룩한 존재(세존)이니, 괴로움의 세계에서 방황하고 있는 사람들을 괴로움으로부터 구출하고 번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그 번뇌로부터 해방케 하고, 아직 마음이 평안한 경지에 이르는 길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그 길을 가르쳐 주고 또 참다운 깨달음을 열지 못한 사람에게는 그것을 베풀어주는 사람이니라. 또 나는, 현세는 물론 오는 세상까지도 환히 아는 사람이니, 즉 일체를 남김없이 모두 아는 사람이며 일체를 꿰뚫어보는 사람이며, 진실한 길(도)을 알고 있어 진실한 길을 열고, 진실한 길을 말하는 사람이니라. 그러므로 너희 하늘이나 인간이나 아수라들은 모두 나의 가르침을 듣기 위하여 이곳에 모이도록 하여라.‘ 그때, 헤아릴 수 없는 천만억 가지의 중생들이 부처님 계신 데 와서 가르침을 들었느니라. 여래는 이때, 중생들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근기)이 영리한가 아니면 둔한가를, 그리고 정진하는가 게으른가를 관찰하여,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서 가르침을 설하니, 여러 가지 근기의 한량없는 중생들은 모두 환희하여 즐겁게 좋은 이익을 얻느니라. 이 중생들은 이런 가르침을 들은 결과, 번뇌를 여의고 집착을 끊어 현세에 있어서 마음이 편안하여 행복한 몸이 되며, 오는 세상에 있어서는 좋은 곳에 태어나니, 이것은 불도를 닦은 덕택으로 받는 즐거움이며 또한 지금 이 세상에서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니라. 그리고 이렇게 가르침을 들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장애로부터 벗어나 여러 가지 가르침 중에서 자기의 힘에 알맞는 것을 받아들여 몸에 익혀서 가까스로 최고의 깨달음에 도달하는 것이니라. 그것은, 마치 앞에 말한, 그 큰 구름이 모든 초목과 숲과 여러 약초들에게 비를 내리면, 그 식물들은 각기 종류와 성질에 따라 충분히 물기를 받아들여 각각 개성을 살리면서 성장함과 같느니라. 여래의 설법은, 본질에 있어서는 하나[一相]이며, 똑같은 작용[一味]을 하는 것이니 번뇌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며, 혹은 업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며 생사의 괴로움을 멸하게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모든 사물의 실상을 평등차별의 양면에서 완전히 꿰뚫어 보는 최고의 지혜에 이르게 하느니라. 중생들은 여래의 가르침을 듣고, 만일 믿고 마음에 간직하여 몇 번이고 되풀이하여 읽고 외워서 그 가르침대로 수행하여 간다면, 차츰 인간으로서의 가치가 향상되어 가는 것인데도 스스로 그러한 공덕을 얻고 있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느니라. 왜냐하면 오직 여래만이 그 중생들이 삼승 가운데 어떠한 종류에 속해 있으며, 어떠한 모습인가, 어떠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가, 어떠한 본질을 가지고 있는가, 또 무엇을 일심으로 생각하며 어떠한 것을 생각하며 무슨 수행을 하고 있는가, 또 어떻게 마음속으로 염하며 어떻게 생각하며 어떻게 수행하고, 무슨 가르침으로 염하고 무슨 가르침으로 생각하며, 무슨 가르침으로 수행하며 무슨 가르침에 의해, 어떠한 깨달음에 도달하고 있는가를 환히 알고 있노라. 중생들은 저마다 가지가지의 경지에 머물러 있으나 그것을 알지 못하지만 오직 여래만은 그것을 있는 그대로 분명히 알아서 막힘이 없으니, 마치 저 앞서 말한 초목숲약초들이 자기 성품의 상중하를 알지 못함과 같으니라. 그런데 여래는 중생들이 제각기 도달한 경지를 분별함과 동시에,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여러 가지의 가르침이 본래 본질[相]과 작용[味]이 오직 하나임을 알고 있으니, 이를테면 번뇌와 집착으로부터 해방되고[解脫相], 업[業 = 愛慾]으로부터 벗어나고[難相], 생사의 괴로움을 멸하여[滅相], 최종적으로는 모든 사물의 실상을 평등차별의 양면에서 완전히 꿰뚫어 보는, 최고의 지혜에 도달하게 가르쳐 인도하는 것이며 이 변화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스스로 모든 것과 대조화되는 생활을 할 수 있으므로 모든 중생이 평등하게 영원한 평안의 경지에 이르게 되느니라. 부처님인 나는 모든 중생이 본질에 있어서는 평등[空]하며, 결국에는 이 최고의 진리에 의해서 평등하게 구제됨을 알고 있으나, 사람들의 마음가짐이나 욕망이 가지가지임을 관찰하고 그들에 알맞도록 인도하니, 그것이 그 사람들을 참으로 돕고 지켜주는 방법이니라. 그런 까닭에 단번에 최고의 지혜를 말하지 않느니라. 가섭을 비롯한 여러분은 여래가 사람과 경우에 따라 설하는 방편의 가르침을 알며 그것을 믿고 받아들이기가 매우 어려우리니, 왜냐하면 여러 부처님세존이 설하는 가장 적절한 설법은 좀처럼 그 참 뜻을 깨닫고 본질을 알기 어렵기 때문이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거듭 그 뜻을 펴고자 하여 다음과 같은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미혹을 깨뜨리는 가르침의 왕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사, 중생들의 바람 따라 여러 가지 설하시네. 여래는 세상에서 가장 거룩하시며 지혜 또한 깊고 멀어, 중요한 가르침은 오랫동안 묵혀두고 서둘러 설하지 않으심은, 지혜 있는 사람 들으면 믿고 이해하겠지만 무지한 사람 의심하여 영영 그 길 잃게 되리. 그러기에 가섭이여, 능력 따라 설하노니 가지가지 사연으로 바른 견해 얻게 하네. 가섭이여, 바로 알라. 비유컨대 큰 구름이 세계 위에 피어올라 대지를 모두 뒤덮었다 하자. 은혜로운 구름은 비를 품고 번갯불은 번쩍이며 우레 소리 멀리서 진동하니, 중생들은 기뻐하네. 햇빛은 가려지고 무더웠던 지상은 서늘해지며 뭉게구름 얕게 가라앉아 손 끝에 닿을 듯 하네. 그 비는 널리 고르게 사방 어디에나 내리니 한량없이 퍼부어서 땅마다 흡족하네. 산천과 험한 골짝의 깊은 곳에 난, 풀과 나무와 약초들과 크고 작은 나무들과 모든 곡식과 팬 곡식, 안 팬 곡식, 감자와 포도들이 단비를 흠뻑 받아 풍족하지 않음이 없고 메마른 땅은 고루 젖어 약초와 나무가 무성하니, 그 구름에서 내리는 한 맛의 물에 풀나무, 우거진 숲이 분수 따라 비를 받네. 일체의 여러 가지 나무들은 상중하 차별 없이 크고 작은 분수대로 저마다 자라나네. 뿌리줄기가지잎과, 꽃과 열매의 빛과 모양, 한 비의 덕택으로 신선하고 윤택하네. 그 몸체모양성품 제각기 다른 것처럼 같은 비에 젖지마는, 살찌고 무성함은 각각 다르니라. 부처님 또한 이와 같이 세상에 출현하심은, 비유컨대 큰 구름이 세상을 뒤덮는 것과 같음일세. 세상에 나오시면 모든 중생 위하여서 제법의 실상을 분별하여 연설하네. 큰 성인이신 세존께선 여러 하늘인간들과 모든 중생 가운데서 이 말씀을 하시노라. ‘나는 곧 여래이니, 인간 가운데서 가장 거룩하며 세상에 출현함은 큰 구름과 같아서, 바싹 마른 일체 중생, 흡족하게 비를 주어 모두 괴로움 여의게 하여 마음 편안한 즐거움과 세속적인 즐거움과 조화이룬 최고의 경지 얻게 해 주노라. 모든 하늘인간의 무리, 일심으로 잘 듣거라. 모두 이리 와서 더없이 거룩한 이 뵈옵거라. 나는 이 세상에 가장 거룩한 분, 맞설 사람 아주 없다. 중생을 안온키 위해 세상에 출현하였으니, 인류를 위하여 지혜를 잃지 않는 묘법을 설하노라. 그 가르침 한 맛이라, 해탈이요, 열반이라는 한가지 중대사를 여러 가지 범위 넓혀 큰 가르침 위하여서 사연을 갖고 있네. 모든 것을 내가 보니, 골고루 평등하여 너나 차별 없고 곱고 미운 마음 없느니라. 나에게는 탐착 없고 장벽제한 또한 없어, 모든 중생 위하여서 평등하게 설법하네. 한 사람 위하듯이 많은 사람에게도 마찬가지, 항상 가르침 설하며 다른 일에 전혀 관심 없고 가고 오고, 앉고 서고, 피곤한 줄 모르고서 온 세상에 가득 베풀음이 단 비 내려 윤택함과 같다. 귀하거나 천하거나 높거나 낮거나 계율을 지키거나 깨뜨리거나 예의가 바르거나 바르지 않거나, 바른 소견나쁜 소견, 영리한 머리둔한 머리, 평등하게 가르침의 비 내리되, 게으르고 싫은 줄 모르나니, 내 가르침 듣는 일체 중생, 능력 따라 받아 익혀 여러 경지 머물 적에, 혹은 인간, 혹은 하늘, 전륜성왕에, 제석범천의 여러 왕에 머무니, 이는 작은 약초이고, 번뇌 여의는 가르침 배워 평안한 경지에 있고 여섯 가지 신통력에 삼명(三明)까지 얻은 뒤에 산림 속에 홀로 있어 선정을 항상 닦아 연각의 깨달음 얻은 사람, 이는 중간 약초이며 세존 경지 구하여서 나도 성불하리라 하고 선정 닦기 정진하면, 이는 상품 약초이네. 또는 여러 법 구하는 이가 불도에 전념하고 항상 자비의 행을 베풀고 자기가 성불한다는 것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 이는 작은 나무이고, 신통에 머물러 가르침을 설하되, 뒤로 물러서지 않고 한량없는 백천억 중생을 제도하는 그와 같은 보살은, 이름하여 큰 나무라 이르노라. 부처님의 평등한 가르침, 한결같은 비 맛이라. 중생의 성품 따라 받아들이는 바 같지 않음은, 비의 혜택받는 초목, 저마다 다름과 같느니라. 부처님은 이 비유로 교묘하게 가르치니 가지가지 이야기로 하나의 가르침을 설하지만, 부처님의 지혜 바다에 비유하면 한 방울의 물과 같네. 내 이제 가르침의 비 내려, 온 세상에 충만케 하니 그 한 맛의 가르침을 능력 따라 수행함이 저 우거진 숲과 약초들과 나무들처럼 그 크고 작음 따라 자라남과 같느니라. 모든 부처님들 가르침은 항상 한 맛 가지고서 모든 세간 중생에게 널리 구족하게 하여 점차로 수행하여 제 닦은 결과 얻게 하네. 성문이나 연각들이 산림 속에 있으면서 다시 나지 않는 경지 되어 가르침 듣고 결과 얻음은, 약초가 각기 자라난다고 이름하며, 어떤 보살들이 지혜가 견고하고 삼계를 꿰뚫어 보며 위없는 가르침 구한다면 그 이름, 작은 나무 점점 자란다고 말하노라. 또 선정에 머물러서 초인간적인 힘을 얻고 모든 현상은 평등(공)함을 알아 마음에 크게 환희하여, 무수한 빛을 놓아 여러 중생 구제하면 그 이름, 큰 나무가 점점 자람 같다 하네. 가섭이여, 이와 같이 부처님 설하는 가르침은, 비유컨대 큰 구름이 한 맛의 비 가지고서 성불 위해 닦는 사람 적셔서 열매 맺도록 하느니라. 가섭이여 바로 알라, 여러 가지 사연들과 가지가지 비유로써 부처님 지혜 가르침은, 이는 나의 방편이라 여러 부처님 또한 같네. 이제 여러분 위해 최종적 진리 말하노니, ‘여러 성문 대중들은 아직 참 깨달음 못 얻었으니, 그대들이 행할 바는 보살도뿐이므로 점차로 배우고 닦으면 모두 기필코 성불하리라.’』 제 6 장 수기품(授記品) 그때, 부처님께서 이 시송을 다 마치시자, 그곳에 모인 여러 대중에게 다음과 같이 높이 선언하셨습니다. “내 제자인 마하가섭은, 오는 세상에 반드시 삼백만억의 여러 부처님 세존을 친견하고 받들며 감사의 정성을 바쳐 공양하고 존중하며, 그 덕을 찬양하여 널리 여러 부처님들의 한량없는 위대한 가르침을 설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최후에는 부처님이 될 것이니, 그 이름은 밝은 빛이라는 광명(光明) 여래, 성스러운 분(응공)완전 무결하게 깨달으신 분(정변지)밝은 지혜와 실천을 두루 갖추신 분(명행족)바르게 행하시는 분(선서)세상일을 다 아시는 분(세간해)최고의 분(무상사)인간을 길들이는 분(조어장부)하늘과 인간의 스승(천인사)부처님세상에서 가장 거룩하신 분(세존)이라고 하리라. 그 나라의 이름은 밝은 빛을 얻을 세상이라는 광덕(光德)이요, 그 시대(겁)의 이름은 위대하고 훌륭한 광경이라는 대장엄(大莊嚴)이며, 부처님의 수명은 십이 소겁이요, 그 부처님 멸도 후에도 그 가르침이 바르게 남는 시간은 이십 소겁이며 그와 비슷한 가르침[像法]이 남는 기간은 또한 이십 소겁이 될 것이니라. 그 광덕이라는 나라는 국토가 장엄하게 꾸며져 있으니 여러 가지 보기 싫은 쓰레기나, 깨진 기와돌가시덤불이나 더러운 오물도 없으며, 땅은 평탄하여 높고 낮은 곳이나 웅덩이나 언덕이 없고 바닥은 청보석(유리)으로 되었으며, 길에는 보배나무가 늘어섰고 황금으로 줄을 꼬아 경계(境界)를 하며, 여러 가지 아름다운 꽃들을 흩어서 두루 맑고 깨끗하며, 그 나라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행하며 그 가르침을 설하여 넓히는 보살이 한량없는 천만억이나 있고, 또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배우는 성문들도 역시 무수히 있느니라. 그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로막는 일[魔事]도 일어나지 않으며, 만일 악마나 악마의 권속이 있다 할지라도 그 나라에서는 도리어 부처님의 가르침을 지키는 역할을 할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이 뜻을 강조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비구들에게 말하노라. 부처님의 눈으로써 가섭을 내가 보니, 무수한 세월 지나 미래세에 반드시 부처님이 되시리니, 그러나 오는 세상, 삼백만억 부처님을 정성 들여 섬기면서 친견하여 받들고, 부처님 지혜 구하여서 깨끗한 보살행 닦으면서 가장 높고 거룩한 분을 정성들여 공양하고, 더없이 높은 지혜 모두 닦고 익히어서 다시 태어나지 않는 몸 되어, 부처님 되오리라. 그 나라는 청정하여 청보석으로 땅이 되고, 여러 가지 보배나무 길가에 즐비하여 황금줄로 경계하니 보는 사람 환희하고 향기 높은 여러 꽃을 항상 흩어 뿌리나니, 갖가지 아름다운, 그런 걸로 장엄할세. 그 땅이 평탄하여 언덕구릉 하나 없고 그 수를 알 수 없는 많고 많은 보살대중, 마음도 부드럽고 큰 신통력도 얻었으며 부처님들의 대승경전 받들어 간직하고, 많은 성분들도 번뇌를 모두 끊어 최후의 몸을 받아 가르침의 왕 아들 되니, 그 수가 많고 많아 천안(天眼)으로 볼지라도 헤아릴 수 없느니라. 그 부처님 누릴 수명 십이 소겁 될 것이며 그 가르침 이십 소겁 완전히 전해지고, 그와 비슷한 가르침도 이십 소겁 남으리라. 광명세존께서 하시는 일 이렇노라.』 그때, 대목건련과 수보리와 마하가전연 등이 모두 송구스러워하면서 일심으로 합장하고, 부처님의 거룩한 얼굴을 우러러보며 눈도 깜박이지 않고 있더니, 함께 소리를 맞추어 시송으로 말하였습니다.개행 『큰 용기 가지신 세존이시여, 석씨 집안의 가르침의 왕이시여, 저희들을 불쌍히 여겨 부처님 말씀 베푸소서. 우리 마음 아시고 수기를 주신다면 감로수를 뿌려 열을 내리듯 시원할 것입니다. 굶주린 나라에서 와서 별안간 대왕의 식탁을 마주한 경우처럼, 마음에 두려움 품고 감히 바로 먹지 못하다가 만일 왕이 먹으라면 그때서야 감히 먹듯, 우리들도 또한 이와 같아 소승의 허물 생각타가 어찌하면 부처님의 위없는 지혜 얻을지 전혀 몰라, ‘우리들이 성불한다’ 부처님 말씀 들었어도 되레 마음 두려움 품으니 감히 먹지 못함과 같소. 만일 부처님의 수기 받게 되면, 즐겁고 편안 하오리다. 큰 용기 가지신 세존께서는 세상을 평안케 하시리니, 원컨대 저희들에게 수기를 내리소서. 주린 사람 그 한마디 기다림과 같소이다.』 그때, 세존께서 큰 제자들의 마음에 원하는 바를 아시고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수보리는 기필코 미래세에 삼백만억의 방대한 부처님을 찾아 뵙고 받들며, 정성껏 섬기고 공경하며 존중하고 찬양하며, 항상 바르고 깨끗한 행을 닦아 보살의 길을 완전히 실천하고 그것을 마지막의 몸으로 하여 부처님이 되리니, 그 이름은 명상(名相)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며, 그 시대의 이름은 보배구슬이 밝게 빛난다는 유보(有寶)요, 나라 이름은 보배구슬이 나는 땅이라는 보생(寶生)이리라. 그 국토는 평탄하며 수정(파리)으로 땅이 되고 보배나무로 장엄하며, 언덕이나 웅덩이나 모래나 자갈이나 가시덤불이나, 대소변 같은 더러운 오물이 없으리라. 보배꽃이 땅을 두루 덮어 청정하며 그 국토에 사는 인민들은 다 보배로운 집이나 진귀하고 아름다운 누각에 살며, 성문의 제자는 한량없고 가이없어 숫자로나 비유로도 잘 표현할 수 없으며, 또 구법자(보살)들도 무수하여 천만억의 방대한(나유타) 숫자이리라. 그 부처님의 수명은 십이 소겁이요, 그 가르침은 이십 소겁 동안 바르게 전해질 것이며, 또한 형태만 비슷한 가르침(상법)도 역시 이십 소겁 동안 남을 것이니라. 그 명상여래라는 부처님은 항상 허공에 계시면서 중생을 위하여 가르침을 설하니, 한량없는 보살과 성문들을 해탈케 하여 제도할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지금 말씀하신 것을 시송으로 거듭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여러 비구들이여, 내 이제 여러분에게 말하노니, 모두 일심으로 내 하는 말 잘 듣거라. 나의 큰 제자인 수보리는 부처님이 꼭 되리니, 그 이름 명상이라. 무수한 만억의 부처님들, 찾아 뵙고 공양하며 부처님이 행하신 바를 따라 점차로 대도 수행하고, 최후의 몸이 되어 서른 두 가지 모습 얻어 단정하고 특수하기 마치 보배로 된 산과 같네. 그 부처님 계신 국토, 엄정하기가 제일이라. 중생이 이것을 보면 즐겁고 사랑하지 않는 이 없으리라. 부처님은 그 가운데서 한량없는 중생 제도하네. 그 부처님 가르침 속에는 보살들이 많이 있어 모두 소질이 날카롭고 그지없이 설법하리. 그 나라는 보살로써 아름답게 꾸몄으며 성문들도 많고 많아 그 숫자를 셀 수 없네. 모두 다 삼명(三明) 얻고 여섯 가지 신통 갖추었고, 여덟 가지 해탈 머물러서 큰 위덕 있으리라. 그 부처님 설법에는 한량없는 신통변화, 불가사의한 일이 나타날 것이니라. 여러 하늘과 인민의 수가 갠지스강의 모래 같은데, 모두 함께 합장하고 부처님 말씀 들으리라. 그 부처님 수명은 십 이 소겁이요, 그 가르침 이십 소겁 동안 완전히 전해지며 형태만 비슷한 가르침이 또한 이십 소겁 동안 남으리라.』 그때, 세존께서는 다시 많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이제 그대들에게 말하노라. 이 대가전연은 꼭 오는 세상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팔천억 부처님을 공양하며 존중하며, 그 부처님들이 멸도하신 뒤에는 각기 탑을 세우되, 높이가 일천 유순이며 가로와 세로가 똑같이 오백 유순이리라. 그리고 그 탑은 금은청보석자거마노진주매괴 등 칠보를 모아 이룩하고, 여러 가지 꽃과 목걸이(영락)를 바치며, 바르는 향뿌리는 향사르는 향과 비단양산(증개)깃발(당번)로 그 탑과 절(묘)에 공양하고, 이 일을 마친 후에는 다시 이만억의 부처님을 공양하되, 전과 같이 하리니, 이 모든 부처님들을 공양한 뒤 보살의 길을 갖추고 기필코 부처님이 되리라. 그 부처님의 이름은 빛나는 황금이라는 염부나제금광(閻浮那提金光)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리라. 그 나라의 땅은 평탄하고 수정으로 되며 보배 나무로 장엄되고 황금으로 줄을 꼬아 길을 경계하며, 아름다운 꽃으로 땅을 덮어 두루 청정하니, 보는 사람마다 환희하며 네 가지 악한 갈래인, 지옥아귀축생아수라가 없고, 많은 하늘과 인간, 그리고 여러 성문과 한량없는 만억의 보살들이 그 나라를 장엄하며, 부처님의 수명은 십이 소겁이고 그 가르침이 바르게 십이 소겁 동안 완전히 전해지며, 그와 형태만이 비슷한 가르침이 역시 이십 소겁 동안남을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거듭 이 뜻을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여러 비구들이여, 모두 일심으로 듣거라. 내가 말하는 것은 진실하여 다르지 않다. 이 가전연은 기필코 여러 가지 아름다운 공양의 기구로써 많은 부처님들을 공양하리라. 부처님들 멸도 후에 칠보로 이룬 탑을 세우고 꽃과 향을 바쳐서 사리(舍利)에 공양하며, 최후의 몸으로 부처님의 지혜 얻어 등정각(부처님)을 성취하리. 그 나라 땅은 청정하니, 한량없는 만억 중생 해탈케 하여 제도할 새, 시(十)방의 모든 것들에게 공양을 받을지고. 부처님의 밝은 빛(광명)보다 더할 이가 있을손가. 그 부처님 이름 일러, 염부금광이라 하네. 일체의 미혹(유)을 끊은 보살성문 한량없고 무수하여 그 나라를 장엄하리라.』 그때, 세존께서 다시 대중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내 이제 그대들에게 말하노라. 이 대목건련은 기필코 가지가지 공양기구로써 팔천의 여러 부처님께 공양하며, 공경하고 존중하고, 여러 부처님들이 멸도하신 뒤에는 각각 그 탑과 절(묘)을 세우되, 높이가 일천 유순이나 되고 길이나 넓이가 똑같이 오백 유순이 되게 하리라. 금은청보석자거마노진주매괴 등 칠보를 모아서 이루고, 많은 꽃과 영락과, 바르는 향뿌리는 향사르는 향과 비단 해가리개깃발들로써 탑과 절에 공양하며, 이것을 마친 후에는 이백만억의 부처님을 그와 똑같이 공양하고 꼭 성불하리니, 그 이름은 다마라나무 잎과 전단의 향기가 있는 다마라발전단향(多摩羅跋旃檀香)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리라. 그 시대의 이름은 기쁨이 가득하여 넘친다는 희만(喜滿)이요, 나라 이름은 마음 즐겁게 하는 의락(意樂)이며, 그 나라의 땅은 평탄하여 수정으로 땅이 되고, 보배 나무로 장엄하며 진주의 꽃을 흩어 두루 청정하게 하거늘, 보는 사람마다 환희 하여 여러 천상들과 사람들도 많고 보살과 성문도 그 수가 한량없으리라. 그 부처님의 수명은 이십 소겁이요, 그 바른 가르침이 사십 소겁 동안 완전히 전해질 것이며, 형태만이 그와 비슷한 가르침이 또한 사십 소겁 동안 남을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내 제자인 이 대목건련은 이 몸을 버린 뒤에 팔천과 이백만억의 여러 부처님 세존을 찾아 뵈옵게 되니, 부처님 지혜 구하여서 공양하고 공경하며 부처님 계신 곳에서 보살도를 항상 닦고, 한량없는 세월 동안 부처님의 가르침 지키리라. 그 부처님들 멸도 후엔 칠보의 탑 세우고서, 황금 빛 깃발깃대 높이 꽂고 꽃과 향과 기악으로 여러 부처님 탑과 절에 정성들여 공양하고, 점차로 보살의 길 완성하고 결국엔 의락이라는 나라에서 부처님이 되리니, 그 부처님의 명호는 다마라발전단향이며 그 부처님의 수명은 이십 사 소겁인데 하늘인간 위하여서 가르침을 설하리라. 성문들은 한량없어 갠지스강의 모래 같되, 삼 명과 육 신통으로 큰 위덕 갖추었고, 무수한 보살들은 의지 굳고 정진하며 부처님 지혜에서 모두 물러나지 않느니라. 부처님 멸도 후에 정법이 계속하길 사십 소겁 될 것인데, 상법 또한 이와 같다. 나의 여러 제자로서 위덕을 갖춘 사람, 그 수가 오백인데 언젠가는 그들에게 수기하여 줄 것이니, 오는 세상 빠짐 없이 부처님 될 것이라. 나와 그리고 그대들의 전생의 사연들을 내 이제 말 하리니, 그대들은 잘 들으라.』 제 7 장 화성유품(化城喩品)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옛날, 아주 옛날, 한량없고 끝간 데 없는 아득한 시절에 한 분의 부처님이 계셨으니, 그 이름은 위대한 직관과 지혜에 의한 가장 높으신 분이라는 대통지승(大通智勝)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라 하였으며, 나라의 이름은 생탄(生誕) 또는 기원(起源)이라는 뜻인 호성(好成)이라 하였고, 그 세월(겁)의 이름은 위대한 모습이라는 뜻인 대상(大相)이라 하였었다. 많은 비구들이여, 이 부처님이 멸도하신 지가 매우 오래이니 과연 얼마만큼의 세월이 흘렀는지 상상조차 어렵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이 우주 전체(삼천대천 세계)의 모든 땅을 갈아 먹물로 만들어서 동방으로 날아가며 일천의 국토를 지나면, 그곳에 극히 작은 티끌만하게 그 먹물을 한 점 떨어뜨리고, 또다시 일천의 국토를 지나 한 점 떨어뜨리며, 이와 같이 계속 옮겨가면서 일천의 국토마다 한 점씩 떨어뜨려 모든 땅으로 된 먹물이 다 없어진다면, 얼마만큼의 국토를 지나왔는지 그대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이 여러 국토를, 수학 선생이나 수학을 잘 하는 제자가 익숙하게 그 끝을 알며 그 수를 알 수 있겠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러 비구들이여, 이 사람이 지나간 국토 가운데, 점이 떨어진 국토와 아니 떨어진 국토를 다 모아 티끌로 만들어서 그 한 티끌을 이 겁이라 하더라도 이 대통지승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지가 더 오래되어, 한량없고 끝간 데 없는 백천만억 아승기 겁을 지난 것이다. 그러나 나는 부처님(여래)의 지혜에 의해 보는[知見] 힘으로, 그 아득히 먼 옛날의 일을 마치 오늘의 일처럼 환히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아득히 지난 세상 생각해보니, 먼 옛날 한 시절에 세상에서 가장 높고 거룩하신 대통지승불 계셨으니, 만일 어떤 사람이 힘으로 전 우주의 국토를 갈아 부숴서 이 갈아 부순 여러 가지 땅을 모두 다 먹물로 하여, 일천 국토 지날 적마다 티끌만한 한 방울 떨어뜨려, 이렇게 옮겨 가며 떨어뜨려 그 많은 먹물 다 하였다. 먹물 떨어진 국토, 안 떨어진 국토 이를 합친 모든 국토, 다시 다 부숴 티끌 만들고 한 티끌에 한 시절(겁)이라. 이 많은 미세한 티끌보다 그 시절은 더 지났네. 그 부처님 멸도한 지 이와 같이 한량없는 시절인데, 여래의 일체를 걸림 없이 아는 지혜는 그 부처님 멸도와, 그리고 성문과 보살의 멸도를 아는 것이 지금 봄과 같노라. 비구들이여, 꼭 알아 둬라. 부처님의 지혜는 청정하고 미묘하여 번뇌 없고 걸림 없어 한량없는 시절도 환히 본다.』 부처님께서 또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대통지승불의 수명은 오백 사십만억 나유타(10의 11제곱) 겁이었는데, 그 부처님께서 처음 깨달음의 자리에 앉아 명상을 하고 계실 적에 몰려오는 악마의 군대를 남김없이 깨뜨리고, 최고의 진리(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깨달을 수 있는 경지까지 도달하였으나, 모든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바와 같은 진리가 현실에 실현되지 아니하므로 그대로 명상을 계속하였으니, 일 소겁으로부터 십 소겁 동안을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몸과 마음을 움직이지 아니하였으나, 역시 부처님들께서 깨달으신 제법실상의 진리는 마음에 나타나지 아니하였던 것이다. 이때, 욕계 육천(六天)의 두 번째인 도리(忉利)의 여러 하늘[天]은, 앞서부터 이 부처님을 위하여 보리수 아래 부처님의 자리(사자좌)를 만들어 두고 있었으니, 그 높이가 사람이 하루동안 걸어가는 거리인 이 유순이 되었는데 그 여러 하늘들은, ‘부처님께서는 이 자리에 앉으셔서 기어이 깨달음을 얻으소서’ 하고 여쭈니 비로소 그 자리에 앉으셨던 것이다. 이때, 여러 범천왕들은 그 사자좌의 주위 일백 유순에 이르는 넓은 땅에 많은 하늘의 꽃을 비처럼 뿌렸으며, 그 꽃이 시들면 향기 높은 바람을 불어 시든 꽃은 날려 보내고 다시 새로운 꽃을 내렸으니, 이렇게 끊어지지 않고 부처님께서 사자좌에 앉아 깨달음을 얻기까지 십 소겁이 다 하도록 꽃비를 내려 부처님을 공양하였던 것이다. 또 사천왕과 그 권속인 여러 하늘은 부처님을 공양하기 위하여 하늘 북을 울리며, 그 밖의 하늘들은 하늘 기악을 울려 십 소겁 동안 부처님께서 완전한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계속하였던 것이다. 여러 비구들이여, 대통지승불께서는 이렇게 십 소겁을 지나고서야 비로소 모든 부처님과 같은 실상의 깨달음이 마음에 나타나게 되어, 최고의 완전한 부처님의 지혜를 성취하신 것이다.“ 이 부처님께서 아직 출가하시기 전에 열 여섯의 왕자가 있었으니, 첫째 아들의 이름은 지혜의 광맥(鑛脈)을 가진 사람이라는, 지적(智積)이라 하였다. 모든 왕자들은 저마다 여러가지 진귀한 놀이 기구들을 가지고 있어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었으나, 아버지가 부처님이 되셨다는 말을 듣자, 자기들도 부처님 께신 곳에 가서 수행하려고 그 좋아하던 보배로운 기구들을 버리고 집을 떠나니, 그 어머니들은 이별을 서러워하여 눈물을 흘리며 전송하였던 것이다. 그들의 할아버지인 전륜성왕도 일백 대신과 백천만억의 백성들에게 둘러싸여, 대통지승불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도량에 나아가 귀의와 감사의 정성을 바치며, 공경하고 존중하며 그 덕을 찬양하고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맞대고 예배한 뒤, 부처님의 주위를 돌고서는 일심으로 합장하고 세존 님을 우러러보면서 시송으로 찬미하였던 것이다. 『큰 위덕 갖추신 세존께서 중생 제도하시려고 억만 년 수행 끝에 모든 서원 성취하사, 부처님 되셨으니 더없이 경사롭네. 세존 님은 훌륭하사 한자리에 십 소겁동안 신체수족 움직이지 않고 편안히 앉았으되, 마음 항상 조용하사 산란한 적 없었으니 구극 열반 깨달으시어 온갖 미혹 여의시고, 이제 세존 안온하게 부처님 경지 도달함을 보고, 저희들은 훌륭한 이익 얻어 경축하는 마음 가득 차서 크게 환희 하나이다. 중생 항상 괴로워해도 인도해 줄 이 없는 소경 같아, 괴로움 없애는 길 모르고, 해탈코자 하는 마음 일으키지 못해, 천상인간 타락하여 악한 갈래 늘어나며 어둠에서 어둠으로 긴 세월 헤매 돌며 부처 이름 못 듣는다. 지금 부처님은 위 없는 깨달음 얻으시어 안온한 경지 도달하사, 하늘인간 저희 모두 가장 큰 이익 얻었나니, 거룩한 부처님께 모두 함께 머리 숙여 귀의하옵니다.』 그때, 열 여섯 왕자는 이렇게 시송으로 부처님을 찬양한 뒤에, 세존 님께 가르침을 설하여 주실 것을 청하며 다함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부디 가르침을 설하여 주옵소서. 그 가르침에 의해 저희들은 평안한 마음을 얻을 것이오니, 여러 천상과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시사 풍족한 이익을 베풀어 주옵소서.” 그리고는 다시 시송으로 말씀 드렸습니다. 『세존은 견줄 이 없네. 백복으로 장엄하고 위없는 지혜 얻으셨으니, 세간 위해 설하셔서 저희들과 모든 중생 제도하여 주옵소서. 저희 기근 알맞도록 분별하여 가르쳐서 부처님의 그 지혜를 얻도록 하신다면, 만일 저희들도 부처님의 지혜 얻는 날엔 우리 역시 중생에게 그렇게 하오리다. 세존은 중생들의 깊은 마음 아시옵고 수행하는 길과 지혜의 힘도 분별하며, 소망과 닦는 복과 전생에 대한 행위들을 세존 님은 다 아시리니, 위없는 가르침 설하옵소서.』 그러자, 부처님께서 다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대통지승불께서 위없는 지혜를 성취하셨을 때, 시방(十方)의 각각 오백만억 부처님세계들이 부처님의 성불에 감동하여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으며, 그 시방 세계의 국토 중에 있는 해와 달의 위대한 빛이 비추지 못하던 어두운 골짜기까지 모두 크게 밝아지니, 그곳에 있던 많은 중생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말하기를, ‘지금까지는 나 혼자인 줄 알았는데 어찌하여 이 속에서 많은 중생들이 홀연히 태어났는가?’ 하였으며, 또 그 모든 세계에 있어서 모든 하늘의 궁전들은 범천의 궁전에 이르기까지 여섯 가지로 진동함과 동시에, 큰 광명이 널리 비쳐 온 세계에 두루 가득하니 모든 하늘들이 비추는 광명보다 더 밝았던 것이다. 그때, 동방에 있는 오백만억의 국토 가운데 수많은 범천의 궁전들에도 평상시보다 훨씬 밝은 광명이 비추었으므로 여러 범천왕들이 생각하기를, ‘지금 이 궁전을 비추는 광명은 예부터 아직 없었던 것인데 무슨 사연으로 이러한 사연이 나타나는가?’ 하였다. 이때, 여러 범천왕들은 각기 서로 찾아가 함께 이 사실을 논의하였는데, 그 가운데 일체중생을 제도하는 구일체(救一切)라는 이름을 가진 큰 범천왕이 대집단에게 시송을 설하여 말하였다. 『우리들의 여러 궁전마다 일찍이 없던 광명은, 그 사연 무엇인지 서로 함께 찾아보세. 덕 높은 하늘이 태어났나,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 하셨나, 이렇게 큰 광명이 시방에 두루 비추는가.』 그때, 오백만억 국토의 범천왕들이 각자의 궁전과 더불어 아름다운 하늘 꽃을 가득 담은 꽃그릇을 가지고 광명이 비쳐오는 서방으로 날아가서 이 상서(祥瑞)를 찾았더니, 대통지승불께서 깨달음의 장소인 보리수 아래 설법의 자리인 사자좌에 앉으셔서, 여러 하늘과 용왕들과, 건달바긴나라마후라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이 공손하게 둘러서서 있는 모습을 보며, 또한 열 여섯 왕자들이, ‘가르침을 설하옵소서’ 하고 부처님께 청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때, 이것을 본 범천왕들은 즉시 머리 숙여 부처님께 예배하고, 그 주위를 수없이 돌며 하늘의 꽃들을 부처님 위에 흩으니 그 꽃이 수미산의 높이만큼 쌓였으며, 아울러 부처님 곁에 있는 보리수에도 꽃을 흩어 공양하였으니, 그 보리수는 높이가 십 유순이었다. 꽃공양 마치자 범천왕들은 각각 가지고 온 궁전을 부처님께 바치며 이렇게 여쭈었다.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사, 이 궁전을 바치오니 많은 이익 베푸시게 부디 받아 주옵소서.’ 이때, 여러 범천왕들은 소리를 합하여 일심으로 부처님 앞에서 시송으로 여쭈었습니다. 『세존 출현 매우 드물어 만나 뵙기 매우 어려워라. 한량없는 공덕 갖추시어 일체중생 구호하니, 하늘인간의 큰 스승으로, 세간 모두 불쌍히 여겨 시방의 여러 중생 널리 모두 이익 받네. 오백만억의 국토에서 깊은 선정락(禪定樂) 버리고 이곳에 온 까닭은 부처님을 공양하기 위함이라. 전생에 쌓은 복덕으로 아름답게 꾸민 이 궁전을 지금 세존께 바치오니, 불쌍히 여기시사 이를 받아 주옵소서.』 그때, 여러 범천왕들은 시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여 마치고 각각 이렇게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부디 가르침을 설하셔서 중생들을 제도하사, 번뇌로부터 해방되어 절대 평안(열반)의 길을 열게 하소서.” 이때, 여러 범천왕들은 소리를 합하여, 일심으로 시송을 불러 거듭 여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분이시여, 부디 가르침을 설하시사 큰 자비의 힘으로써 고뇌중생 건지소서.』 이때, 이 말을 들으신 대통지승불께서는 말없이 이를 허락하셨습니다. “여러 비구들이여, 이때 동남방에 있는 오백만억 국토의 여러 범천왕들은 각기 자기들의 궁전에 옛날에 아직 없었던 밝은 광명이 비치는 것을 보고 춤을 출 듯이 기뻐하며, 이 드문 일이 무엇인가 하는 마음을 일으켜서 서로 찾아가 함께 이 일을 의논하였느니라”, 이때 이들 가운데에 매우 동정심이 깊은 대비(大悲)라는 이름의 큰 범천왕이 시송으로 모두에게 말하였습니다. 『이 일은 무슨 사연으로 이런 상서 나타낼까. 우리네 여러 궁전, 전에 없던 광명이라. 덕 높은 하늘 나심인가, 세간에 부처님 출현하심인가. 일찍이 못 본 이 상서를 일심으로 함께 찾아보세. 천만억 국토 지날지라도 광명의 근원 찾아가자. 아마도 중생 건지려고 세상에 부처님 나오셨는지?』 그때, 오백만억의 여러 범천왕들은 저마다 자기의 궁전과 더불어 갖가지 하늘꽃을 가득 담은 그릇을 가지고, 서북방으로 함께 가서 이 상서를 찾다가 대통지승 여래께서, 깨달음의 장소인 보리수 아래 설법의 자리에 앉으시고, 여러 하늘과 용왕과 건달바긴나라마후라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에게 공경 받으며, 빙 둘러 서 있는 것과 열 여섯 왕자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하시도록 청함을 보고, 여러 범천왕들은 곧 머리 숙여 예배하고 수없이 돌면서 하늘꽃을 부처님 위에 흩으니 그 흩은 꽃이 수미산처럼 높았었다. 아울러 부처님 곁에 서있는 보리수에게도 공양을 하였다. 이렇게 꽃 공양을 마치고 나서 제각기 가지고 온 궁전을 부처님께 바치며, 이런 말을 여쭈었다. ‘원컨대 부디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이익케 하기 위하여 바치는 이 궁전을 받아 주옵소서.’ 이때 여러 범천왕들은 곧 부처님 앞에 나아가서 일심으로 소리를 합하여 시송으로 여쭈었습니다. 『성인 중의 성인이시며, 하늘들의 왕이시여, 저희들은 깊이 공경하나이다. 중생을 불쌍히 여기시어 꾀꼬리(가릉빈가)의 목소리로 가르침을 설하시네. 세존은 매우 드물게 세상에 나오시니, 오랜 세월에 한 번 출현 하셨도다. 일백 팔십 겁 동안을 부처님 안 계시니, 삼악도는 가득히 늘고 하늘의 중생들은 줄었으나 이제 부처님 출현하사 중생들의 눈이 되니, 세간이 모두 귀의하는 바 되어 일체 중생 구호하며 중생의 아버지라 불쌍히 여겨 이익케 하시는 분이시니, 우리들은 전생에 쌓은 복덕 있어 오늘날 세존 님을 만나 뵙게 되었으니 기쁘기 한량없네.』 그때, 시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한 여러 범천왕들은 저마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일체 중생을 불쌍히 여기시어 가르침을 설하여서 중생을 제도하여 주옵소서.” 하고 여쭈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범천왕들은 일심으로 소리를 합하여 시송으로 여쭈었습니다. 『법을 설하옵소서, 큰 성인이시여. 모든 현상 속에 숨어 있는 참모습을 나타내 보여, 고뇌하는 중생을 제도하셔서 중생들로 하여금 환희토록 하옵소서. 중생들은 이 가르침 듣고 깨달음을 열거나 천상에 태어나며, 여러 가지 악한 갈래에 떨어짐이 줄어들고 번뇌 여읜 지혜 얻는 이 늘으오리다.』 그때, 대통지승불께서는 무언으로 허락하셨습니다. “여러 비구들이여, 또 남방에 있는 오백만억 국토의 여러 범천왕들도 각각 자기들의 궁전에 옛날에 없었던 광명이 비추는 것을 보자, 뛸 듯이 기뻐하며 이상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생겨 곧 서로 찾아가서, ‘무슨 사연으로 우리들의 궁전에 이런 광명 비치는가’ 하고 이 일을 함께 의논하였다.” 그들 가운데 좋은 법을 가졌다는 묘법(妙法)이라는 큰 범천왕이 있어, 범천의 집단을 향하여 시송으로 말하였던 것입니다. 『우리들의 궁전은 훌륭한 광명으로 매우 밝으니, 무슨 사연 없지 않으리니 상서의 실마리 찾아보세. 백천 겁을 지나도록 이런 상서 못 보았는데, 덕 높은 하늘이 태어났나, 세간에 부처님 출현 하셨나?』 그때, 오백만억의 범천왕들은 궁전과 갖가지 하늘 꽃을 담은 그릇을 가지고 북방으로 함께 가서 이 상서를 찾으니, 대통지승불께서 깨달음의 장소 보리수 아래 설법의 자리에 앉아서, 여러 하늘들과 용왕과 건달바긴나라마후라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에게 공경 받으며 둘러싸여 계심을 보며, 또한 열 여섯 왕자들이 부처님께 가르침을 설하소서하고 간청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때, 여러 범천왕들은 머리 숙여 부처님께 예배하고 그 주위를 수없이 돌고는, 곧 하늘 꽃을 부처님의 몸 위에 뿌리니, 그 뿌린 꽃이 수미산 높이만큼 쌓였으며 부처님 곁에 서있는 보리수에도 아울러 공양하였던 것입니다. 꽃 공양을 마치고 저마다 가지고 온 궁전을 부처님께 바치며 이렇게 여쭈었습니다.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이익케 하기 위해 바치는 이 궁전을 받아 주옵소서.” 그때 여러 범천왕들은 부처님께 나아가 일심으로 소리를 합하여 시송으로 여쭈었습니다. 『세존은 매우 뵙기 어려워라. 모든 번뇌를 깨뜨려 주시는 분이시여. 일백 삼십 겁을 지나고서 이제 한 번 만나 뵐 수 있어 마음이 메마른 중생에게 가르침의 비, 흡족하게 내리시는 분이시여. 예전에 보지 못했던 한량없는 지혜를 가지신 분이시여, 우담바라꽃 피듯이 오늘에야 겨우 만나 뵙네. 저희들의 궁전들은 부처님의 빛을 받아 아름답게 빛납니다. 세존이시여, 대자비를 가지고 이 궁전을 받으소서.』 그때, 여러 범천왕은 시송으로 부처님을 찬양하여 마치고 이런 말을 여쭈었습니다. “원하옵나니, 세존께서는 가르침을 설하시어 일체 세간의 여러 하늘과 악귀신과 선신과 스님과 바라문들을 다 안온을 얻게 하시고, 해탈하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이때, 여러 범천왕들은 일심으로 소리를 합하여 시송으로 말씀드렸습니다. 『원하옵나니 세존이시여, 위없는 가르침 설하시어 큰 가르침의 북을 울리시고 큰 가르침의 고동을 부시며, 큰 가르침의 비를 널리 내려 한량없는 중생 건지소서. 저희들은 다 함께 귀의하고 청하옵나니, 깊고 미묘한 가르침 들려 주소서.』 그때, 대통지승 여래께서는 무언으로 이를 허락하였습니다. 또한 서남방과 하방에도 이와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상(上)방의 오백만억 국토에 있는 여러 큰 범천왕들도,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밝은 광명이 자기들의 궁전에 비치는 것을 보고 환희하고 춤 출 듯이 기뻐하며, 이상한 생각을 마음에 일으켜, 각각 서로 찾아가 이 상서를 의논하였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어 우리들의 궁전이 이와 같이 빛나는가?” 하고. 그 범천왕들 가운데 정수리에 털송이를 가진 시기(尸棄)라고 하는 큰 범천왕이 있어 여러 범천의 집단을 향하여 시송으로 말하였습니다. 『지금 무슨 사연이 있어, 우리들의 여러 궁전마다 위엄과 덕이 있는 광명이 아름답게 빛나는 것은 예전에 없던 일이라. 이와 같은 훌륭한 서상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거늘, 큰 덕이 있는 하늘이 태어나려 하심인가, 세간에 부처님이 출현하심인가?』 그때, 오백만 억의 범천왕들은 궁전과 갖가지 하늘 꽃을 담은 그릇을 가지고 함께 하(下)방으로 내려가 이 상서의 근원을 찾았더니, 대통지승불께서 깨달음을 얻으셨던 보리수 아래 설법의 자리에 앉아서, 여러 하늘들과 용왕과 건달바긴나라마후라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에게 공경 받으며 둘러싸여 계심을 보며, 또한 열 여섯 왕자들이 부처님께 “가르침을 설하소서”하고 간청하는 것을 보자, 여러 범천왕들은 머리 숙여 부처님을 예배하고 주위를 수없이 돌며, 하늘 꽃을 부처님의 몸에 흩으니, 그 흩은 꽃이 수미산처럼 높았으며 또 부처님 곁에 있는 보리수에도 공양하였습니다. 꽃 공양을 마치자, 저마다 가지고 온 궁전을 부처님께 바치며 여쭙기를,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공덕을 내리시는 마음으로 이 궁전을 받아 주옵소서.” 하고 간청하였습니다. 이때, 여러 범천왕들은 부처님 앞으로 일심으로 소리를 같이하여 시송으로 여쭈었습니다. 『좋을시고, 세상을 제도하시는 부처님을 뵙는 것은. 삼계의 지옥으로부터 부지런히 중생을 나오게 하시네. 모든 것 다 아시는 세존께서 수많은 어린 중생 불쌍히 여겨,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하셔서 널리 일체 중생 지도하시네. 옛날의 한량없는 겁은 부처님 안 계셔서 헛되이 보내, 세존 아직 나오시지 않아 시방은 항상 어두워서 삼악도는 늘어나고 아수라 또한 성하므로, 하늘 중생 줄어들고 죽어서 많이 악도에 떨어지네. 부처님의 가르침 따르지 않고 항상 좋지 못한 일 행하여서, 몸의 힘과 지혜의 힘도 모두 다 줄어드네. 죄업의 인연으로 모든 즐거움 다 잃고서 삿된[邪] 가르침에 걸리어서 좋은 규범마저 알지 못해, 부처님의 교화 받지 못하고 나쁜 갈래로 떨어지네. 부처님은 세간의 눈이 되시려고 오랜만에 나오셨네. 모든 중생 불쌍히 여기어서 세간에 출현하사, 괴로운 세상 넘고 나와 바른 깨달음 이루었네. 저희들은 즐거워하고 일체중생 기뻐하여 예전에 없었다고 찬양하네. 우리들의 여러 궁전들 빛을 받아 장엄되어 이제 세존에게 바치오니 부디 받아 주옵소서. 원하옵나니, 이 공덕을 가지고 널리 일체에 미치게 하여 저희들 모든 중생이 다 함께 부처님의 깨달음 성취하리.』 그때, 오백만억의 여러 범천왕이 시송으로 부처님의 덕을 찬미하고 나서 이와 같이 여쭈었습니다. “원하옵나니, 세존이시여, 부디 가르침을 설하시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안온케 하시고 괴로움의 세계에서 해탈케 하옵소서.” 그때, 모든 범천왕들은 또다시 시송으로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법을 설하옵소서. 죽지 않는 생명을 가지도록 가르침의 북을 쳐서, 고뇌하는 중생을 지도하사 큰 깨달음의 길을 보여주옵소서. 부디 저희들의 간청을 받으셔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불쌍히 여겨 한량없는 과거세에 수행하여 깨달으신 진리를 알기 쉽게 설하소서.』 그때, 대통지승여래께서는 시방의 모든 범천왕들과 그리고 열 여섯 왕자의 간청을 받아들여 즉시 사제(四諦)의 가르침을 시(示)권(勸)증(證)으로 세 바퀴 돌려[三轉] 열 두 가지 수행[修行]의 가르침을 설하셨으니, 그곳은 어떤 사문(沙門)이나 바라문이거나 혹은 하늘마군이나 범천 및 그 어느 누구도 설하지 못하나니, 이른바 이것이 괴로움[苦]이며, 이것이 고(苦)의 모임이며 이것이 고의 멸이고 이것이 고의 멸하는 길[道]이다. 그리고, 십 이 인연의 가르침도 자세히 설하셨으니, “이 우주의 진리는 오직 하나의 힘(수냐 = 공)이지만, 그 자유 의지(힘)에 의하여 다른 원소인 파장(波長)이 함께 섞이면 불투명하게 흐려지기 때문에 이 (1)<흐림[無明]>으로 말미암아 갖가지의 착각을 일으키고, 그 착각에 기인(基因)한 (2)<행(行 = 생활활동)>을 오랫동안 행하여 왔다. 그러한 경험이 쌓이고 쌓여서 그 대상을 식별하는 근원적인 작용인 (3)<식(識)>이 비뚤어진 형태로 생겨났으며 그것이 발달하여 현상으로서의 자기라는 존재, 즉 명칭(名稱)과 형상(形狀 = 色)을 식별하게 되었으며, 이 <명색(名色)>이 의지하는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의 오관(五官)과 그 오관으로 느끼는 존재를 판별하여 아는, 의(意 = 뜻)가 나누어지니 이것을 <육입(六入)>이라고 한다. 또 그 육입이 있기 때문에 식과 명색과의 <접촉>(촉 = 囑)에 의해 사물을 이것저것 식별하게 되며, 이렇게 식별하게 되면 갖가지의 감정(感情), 즉 <수(受)>가 일어난다. 그런데 감정이 생기면 자연히 사물에 대한 <애(愛)>, 즉 애착이 생긴다. 애착이 일어나면 그것을 끝까지 구하는 욕망과 그것을 꼭 붙잡아 두고자 하는 마음, 즉 <취(取)>가 생긴다. 이 취가 있기 때문에 저마다 다른 감정다른 생각다른 주장, 즉 차별심인 <유(有)>가 생기며, 이러한 차별심이 있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과의 사이에 대립이 생기고 다툼이 일어나니 괴로움의 인생, 즉 <삶(생 =生)>이 생긴다. 그리고 <생>이 있기 때문에 온갖 <근심(憂)><슬픔(悲)><고뇌(苦惱)>가 일어나며 이렇게 하고 있는 사이에 <늙음[老]>이 살며시 다가와서, 결국에는 <죽음[死]>이 찾아오는 것이다. 따라서, 이것을 반대로 생각하면, <무명>을 멸하면 <행>도 멸하며, <행>이 멸하면 <식>도 멸하며, <식>이 멸하면 <명색>도 멸하고, <명색>이 멸하면 <육입>도 멸하며, <육입>이 멸하면 <촉>도 멸하고, <촉>이 멸하면 <수>가 멸하며, <수>가 멸하면 <애>가 멸하고, <애>가 멸하면 <취>가 멸하며, <취>가 멸하면 <유>가 멸하고, <유>가 멸하면 <생>도 멸하며, <생>이 멸하면 <노사><우비><고뇌>도 멸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천상과 사람의 큰 집단에게 이 가르침을 설하실 때에, 육백만억 나유타의 사람들은 일체의 잘못된 사상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므로, 모든 번뇌를 여의고 마음에 해탈을 얻었으며, 모두 깊고 미묘한 선정(禪定)과 삼(三)명(明)과 육(六) 신통(神通)을 얻고 팔(八) 해탈(解脫)을 위한 수행을 할 수 있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와 네 번째로 가르침을 설하실 때에도, 천만억 갠지스강의 모래 같은 나유타 중생들이 또한 일체 세간의 잘못된 사상을 받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갖가지 번뇌를 여의고 마음에 해탈을 얻었으니, 그 후로 여러 성문들은 한량없고 끝이 없어 그 수를 혜아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때, 열 여섯 왕자는 다 어린 동자로서, 출가하여 사미(沙彌)가 되었는데 여섯 감각 기관[六根]이 영리하고 지혜가 밝았는데, 이것은 전생에 백천만억의 여러 부처님을 섬기며, 깨끗한 행을 닦아 최고의 깨달음을 구하려 함이었으며, 함께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여기 있는 한량없는 천만억의 성문들은 모두 미혹을 여의고 높은 덕을 성취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위하시어 기필코 최고의 깨달음에 도달할 가르침을 설하여 주옵소서. 저희들이 그 가르침을 듣는다면, 모두 함께 배우고 닦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여래의 지견을 얻고 싶어하는 마음속을, 부처님은 잘 아실 것입니다.” 그때, 할아버지인 전륜성왕이 거느린 대중 가운데 팔만억의 사람들은, 열 여섯 왕자가 출가한 것을 보고 자기들도 출가하겠다고 여쭈니, 왕은 곧 이를 허락하였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사람들이 청하는 것을 받아들여 이만 겁을 지나서, 사부 대중들에게 모든 사람들을 최고의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가르침(대승경)인 <묘법연화,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요, 부처님께서 보호하고 생각하시는 바>라는 가르침을 설하셨습니다. 이 가르침을 설하여 마치시자, 열 여섯 사미는 최고의 가르침을 구하기 위하여, 모두 다 함께 믿고 받아들여 마음속에 간직하고 외우고 읽어, 깊은 뜻에 통달하였던 것입니다. 이 가르침을 설하실 때에, 열 여섯 보살 사미는 다 빠짐없이 믿고 받았으며, 많은 성문들 가운데도 역시 믿고 이해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 밖의 천만억 종류나 되는 중생들은 모두 그 가르침에 대해 의혹을 가졌던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천겁동안을 쉬지 않으시고 이 가르침을 설하셨으며, 이 가르침을 다 설하시고는 곧 조용한 방에 들어가서 팔만 사천 겁 동안을 선정에 드셨던 것입니다. 이때, 열 여섯 보살 사미는 부처님께서 고요한 방에서 선정에 드신 것을 보자, 제각기 설법의 자리에 올라 역시 팔만 사천 겁 동안 출가재가의 남녀 수행인(사부대중)을 위하여, <묘법연화>의 가르침을, 듣는 사람들의 근기에 맞추어 갖가지 방법으로 나누어서 널리 설하니, 육백만억 나유타의 갠지스강 모래 같은 중생 하나하나를 제도하고, 가르쳐 인도하고 이롭게 하여, 기쁜 마음으로 최고의 깨달음을 성취하겠다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였던 것입니다. 대통지승불께서는 팔만 사천 겁을 지나 삼매에서 일어나, 가르침의 자리에 나아가 편안히 앉으시고, 여러 대중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열 여섯의 보살 사미는 드물게 보는 훌륭한 사람들이라,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힘이 예민하고 지혜가 밝아 철저하며, 전생에 한량없는 천만억의 여러 부처님을 섬기고, 부처님 계신 데서 항상 맑은 행을 닦아 부처님의 지혜를 받아 간직하였으며, 그것을 중생들에게 가르쳐서 그 속으로 들어오게 하나니, 그대들은 자주자주 친근하고 공양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만일 성문과 벽지불과 보살들이 훌륭하게 이 열 여섯 보살이 설하는 가르침을 믿고, 마음에 간직한 그대로 깨뜨리지 않는다면, 기필코 이세상의 모든 사물의 실상을 완전히 아는 부처님의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열 여섯의 보살은 항상 자진하여 즐거이 이 <묘법연화경>을 설하여서, 각각의 보살들이 교화한 육백만억 나유타의 갠지스강 모래 같은 중생들은 세세생생 보살들과 함께 태어나서, 그들을 섬기고 가르침을 들어 모두 다 믿고 이해한 인연으로, 사만억의 여러 부처님세존을 만나볼 수 있으므로, 그것이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앞으로도 계속하라라. 여러 비구들이여, 내 지금 여러분에게 말하겠는데, 그 부처님의 제자인 열 여섯의 사미는 지금 모두 최고 무상의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어, 서방국토에서 현재 가르침을 설하고 있어, 헤아릴 수 없는 백천만억의 보살과 성문이 그들의 제자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두 사미는 동방에서 부처님이 되셨으니, 한 분의 이름은 부동(不動)이라는 뜻을 가진 (1)아축(阿閦)으로, 환희국(歡喜國)에 계시고 (2)둘째 분의 이름은 수미산이라는 뜻에서 수미정(須彌頂)이라 한다. 또 동남방에 두 분의 부처님이 계시니, 그 한 분을 (3)사자음(師子音)이라 하고 둘째 분을 (4)사자상(師子相)이라 하며, 남방에 두 분의 부처님이 계시니, 한 분을 (5)허공주(虛空柱)라 하고, 둘째 분을 (6)상멸(常滅)이라 하며, 서남방의 두 부처님은 첫째 분의 이름이 (7)제상(帝相)이요, 둘째 분의 이름은 (8)범상(梵相)이며, 서방에 계시는 두 부처님은 첫째 분의 이름이 무량수(無量壽)라는 뜻을 가진 (9)아미타(阿彌陀)요, 둘째 분의 이름은 (10)도일체세간고뇌(度一切世間苦惱)이며, 서북방의 두 부처님은 첫째 분의 이름이 (11)다마라발전단향신통(多摩羅跋旃檀香神通)이요, 둘째 분의 이름은 (12)수미상(須彌相)이며, 북방의 두 부처님은 그 첫째 분의 이름이 (13)운자재(雲自在)요, 둘째 분의 이름이 (14)운자재왕(雲自在王)이며, 동북방에 계시는 부처님의 이름은 (15)괴일체세간포외(壞一切世間怖畏)며, 열 여섯째는 나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이니, 이 사바세계에서 부처님의 깨달음을 성취하였던 것이다. 여러 비구들이여, 우리가 아직 사미로 있을 때, 각기 교화한 한량없는 백천만억 갠지스강의 모래 같은 중생이 나를 따라 가르침을 들은 것은, 최고의 깨달음을 위한 것이었으니, 이 많은 중생들은 지금 성문의 경지에 머물고 있으나 나는 항상 최고의 깨달음을 얻게 하기 위하여 교화하고 있으니, 이 사람들은 모두 이 가르침에 따름으로써 점점 부처님의 지혜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부처님(여래)의 지혜는 참으로 깊고 먼 것이므로 믿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때 내가 교화한 갠지스강의 모래 같은 한량없는 중생이란, 바로 그대들(비구)과 또 내가 멸도한 후의 미래세에 날 성문제자들이다, 내가 멸도한 후 어떤 제자가, 이 법화경의 가르침을 듣지 못하여, 보살이 해야할 행법을 알지 못하고 자신이 보살임을 깨닫지도 못하며, 다만 자신이 배운 가르침에 의해 미혹을 여의고 안심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겠지만, 나는 다른 나라에서 이름을 달리하여 성불하리니, 비록 그 사람들이 안심의 경지에 도달하였다고 생각할지라도 그것에 만족치 않고 그 국토에서 부처님의 지혜를 다시 구하는 마음을 일으켜서, 이 법화경의 가르침을 듣게 될 것이다. 완전 최고의 깨달음(멸도)이란, 모든 인간이 완전히 구제되기 위한 가르침, 즉 불승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얻지 못하는 것이므로 다른 가르침이 있을 까닭이 없다. 그러나 다만 모든 부처님께서, 방편으로 가르침을 설하는 것은 다른 가르침이 아니라, 그 오직 하나의 가르침을 사람에 따라 경우에 따라, 거기 알맞게 나누어서 설하는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제외된다. 여러 비구들이여, 만일 여래가 스스로 열반할 때에 이르렀음을 알고, 대중들도 또한 견혹(見惑)과 사혹(思惑) 끊어 청정해져서 가르침에 대하여 믿음과 이해가 견고하여, <공(空)>의 진리를 뚜렷이 깨닫고, 선정의 수행이 깊어진 것을 알게 되면, 그때 비로소 여러 보살과 성문들을 모아 놓고 그들을 위하여 이 법화경을 설하리니, 세간에는 이승(二乘)으로 멸도를 얻을 수 없고, 오직 일(一) 불승(佛乘)만으로 멸도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꼭 알아야 한다. 여래의 방편은 중생들이 가지고 있는 성질을 깊이 꿰뚫어 보고, 그들이 오관의 욕망에 사로잡혀 소승의 가르침을 원하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현상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에 의해서, 마음의 평안(열반)을 얻는 길을 설하시나니, 이런 사람들이 들으면 곧 믿고 마음에 간직하는 것이다. 비유하면, 오백 유순이나 되는 험난하고 사나운 길에 인적 마저 끊어져 무섭고 두려운 곳이 있었는데, 그 길을 진귀한 보물을 구하기 위해 지나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고 하자. 이 일행들 가운데 한 사람의 도사(導師)가 있었으니 그는 지혜가 총명하고 모든 일에 통달하여 그 험난한 길의 뚫리고 막힌 모양까지 잘 알고 있어, 많은 사람들을 거느리고 인도하여 그 험난하고 사나운 길을 통과하려고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끌려 가고 있는 사람들이 도중에 피로함과 게으름이 생겨 도사에게 말하기를, ‘우리들은 극도로 피로할뿐더러 겁이 나고 두려워서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도 없으며, 앞길은 아직도 멀기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왔던 길을 되돌아가고 싶습니다.’ 하였던 것이다. 이때, 도사는 여러 가지 많은 방편은 가지고 있으나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매우 불쌍한 사람들이로구나. 왜 많고 진귀한 보물을 버리고 되돌아가려고 하는가.’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한 도사는 곧 방편의 힘으로써, 그 험난한 길 가운데 삼백유순을 지나서 하나의 도성을 환상으로 만들고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여러분, 이제 두려워 말고 되돌아가지도 말라. 저 큰 성안에 들어가서 자기 마음대로 하라. 만일 저 성에 들어가면 몸과 마음이 즐겁고 안온할 것이니, 피곤함이 없어지며, 또한 앞에 있는 보물있는 곳에 가려고 하면 능히 갈 수 있을 것이다’ 하였다. 이때, 극도로 피곤해진 사람들은 마음에 크게 환희하며, ‘이렇게 기쁜 일은 난생 처음 있는 일이다’ 하고 찬탄하며, ‘우리들은 조금만 참으면 이 험난한 여행을 마치고 안락하게 살 수가 있다’ 고 말하였던 것이다. 그러자, 이 많은 사람들은 앞에 있는 그 환상의 성에 들어가, 이미 구제되었다는 생각 아래 안온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때, 도사는 이 사람들이 피곤함을 풀고 휴식을 얻은 것을 알고, 곧 그 환상의 성을 지워 없애고 그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그대들은 따라 오라. 보물이 있는 곳은 가까우니라. 앞에 있던 큰 성은 그대들을 휴식시키려고 내가 거짓환상으로 만들었던 것이다.’고 하였다. 여러 비구들이여, 여래는 이와 같이 이제 그대들을 위하여 큰 도사가 되어서, 나고 죽고 하는 현상의 변화에 사로잡혀 일어나는 여러 가지의 번뇌는 험난하고 길고 먼 산길처럼 험한 길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반드시 멸하여 없앨 수 있는 것임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중생들에게 최초부터 부처님의 지혜라고 하는 최고의 경지를 가르치면 도리어 부처님을 만나 뵈려 아니하며, 친근하게 가르침을 듣고자 하지 않게 되어, ‘부처님의 지혜를 성취한다는 것은 매우 멀고멀어서 오래도록 부지런히 괴로운 수행을 하지 아니하면 도달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고 생각할 것이므로, 부처님께서는 중생이 이렇듯 약하고 졸렬한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아시고, 교묘하게 인도하는 수단(방편력)으로 수행 도중의 휴식을 위해 성문과 연각에 대한 두 가지 안심의 경지(열반)를 설하시는 것이다. 만일 중생이 가르침대로 수행하여 성문연각이 갖는 안심의 경지에 도달하면, 여래는 이때 그들을 위해 설하기를, ‘그대들은 아직 자기가 하고 있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진실로 알지 못하고 있다. 그대들이 현재 머물러 있는 경지는 이미 부처님의 지혜에 가까우니, 잘 관찰하고 잘 생각하여 보아라. 그대들이 얻고있는 안심은 참 열반이 아니요, 다만 여래가 그대들을 인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오직 하나의 깨달음에 이르는 길(일불승)을 셋(삼승)으로 나누어서 설한 것이다.’ 그것은 마치, 저 도사가 휴식을 시키기 위하여 , 환상의 성을 만들었다가 그들의 피로가 풀린 것을 알고, ‘보물은 가까운 곳에 있다. 앞에 있는 이 성은 진실한 것이 아니며 내가 임시로 환상으로 만들었다.’ 하고 말한 것도 같은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대통지승불께선, 깨달음을 얻기 위해 도량에 앉아 십 소겁 동안 부처님의 깨달음 마음에 나타나지 않아 성불치 못하거늘, 여러 하늘 귀신과 용왕들과 아수라의 무리들이 하늘 꽃비 항상 내려 그 부처님을 공양하고 성도하기 도왔으며, 여러 하늘, 북을 치고 기악들을 연주하며 향기로운 바람 불어 시든 꽃은 날리고, 새로운 꽃 또 내리며, 십 소겁 지난 후에야 겨우 부처님 지혜 성취하니, 여러 하늘과 세상사람들 모두다 춤추고 싶네. 그 부처님의 열 여섯 왕자는 모두 그 권속들로, 천만억에게 둘러 싸여 부처님 계신 곳 찾아가서, 머리 숙여 예배하고 가르침 설하실 것을 간청할 새, 성스러운 이여, 법비 내려, 나 그리고 모두에게 충만케 하소서. 세존 님 만나 뵙기 매우 어려우니 오랜 세월에 한 번 출현하사, 중생을 깨우치기 위해 일체를 진동하시네. 동방의 여러 세계 오백만억의 국토마다 범천의 궁전에 비친 광명, 예전에 미처 없었던 일. 여러 범천 이 상서 보고, 부처님 계신 곳 찾아가서 꽃 뿌려서 공양하고 또한 궁전 바치면서 부처님의 가르침 청하며 시송으로 찬탄하네. 그러나 아직 때 아니라고, 청을 받고 말없이 앉아 계셔, 서남북과, 동남동북서남서북과, 위아래에도 역시 같은 일 있었으니, 꽃 뿌리고 궁전 바쳐 가르침 설하시기 청하올 새, ‘세존 님 만나 뵙기 매우 어렵나니, 본래의 자비로써 감로의 문 넓게 열어 위없는 가르침 설하옵소서.’ 한량없는 지혜 가지신 세존께서 뭇 사람들의 간청 받으시어, 그들 위해 갖가지 가르침, 사제와 십 이 인연을 설하셨네. ‘무명(無明)에서 늙고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이 결과를 낳게 하는데는 원인이 있어야만 하므로 이와 같은 모든 환난은 그 원인을 잘 알아야 한다.’ 이 가르침 널리 설하실 때에, 육백만억 수 없는 중생, 삼계의 괴로움 끝까지 다 없애고 아라한의 경지 모두 되었네. 두 번째의 설법 때도, 천만의 갠지스강 모래 같은 중생들, 모든 그릇된 사상 받아들이지 않아 또한 아라한 얻었으며, 이 후에도 깨달음 얻은 사람, 그 수가 너무 많아, 만 억 겁을 헤아려도 끝간데를 알 수 없네. 그때, 열 여섯 왕자는 출가하여 사미가 되어 다 같이 그 부처님께, ‘대승의 가르침 설하소서’ 하고 청하기를, ‘우리들과 따라온 사람들은 모두 기어코 성불하리니, 세존처럼 청정하기 으뜸가는 혜안 얻게 하옵소서.’ 부처님은 사미들의 마음과 전생에 행한 일들을 다 이시고, 한량없는 사연들과 가지가지 비유로써 육바라밀과 여러 가지 신통한 일들을 설하시어, 가장 깊은 진리와 거기 이르를 보살의 수행을 분별하여 이 법화경의 갠지스강의 모래 같은 시송을 설하셨네. 설법을 마친 그 부처님은 고요한 데서 선정에 들어 일심으로 한 자리에 앉아, 팔만 사천 겁 지나시니, 이 모든 사미들도 부처님께서 아직 선정에서 안 나오심 알고, 무량억의 중생들을 위해 위없는 부처님 지혜 설하려고 각각 저마다 법의 자리에 앉아 대승경을 설하며, 부처님 열반 후에는 가르침 널리 설하여, 중생 교화 도우느니라. 하나 하나의 사미들에게 제도된 여러 중생 육백만억의 갠지스강 모래와 같은 무리 있었으니, 그 부처님의 열반 후에 이 가르침 듣는 사람 여기저기 부처님 국토마다 항상 스승과 함께 태어나리. 이 열 여섯의 사미는 불도 수행 완수하여 지금 각기 시방에서 깨달음 모두 성취했네. 그때에 설법들은 사람, 각각 부처님 계신 곳에서 성문의 경지 얻었으니, 점차로 부처님의 깨달음 가르쳐주네. 나도 열 여섯 가운데 한 사람이라 일찍이 너를 위해 설하였으니, 이런 일로 방편을 써서 너희들을 이끌어 부처님의 지혜로 행하게 하니, 이 본래의 인연으로 지금 법화경 설하여서 불도에 너희들을 들게 하리니 놀라고 두려움 품지 말라. 비유하면, 험하고 사나운 길에 인적이 끊어지고 맹수는 많아 물도 풀도 없어서 사람들에게 무섭고 두려운 곳을, 무수한 천만의 대중들이 이 험한 길을 지나려고 하건만, 그 길은 매우 멀어 오백 유순 되었노라. 그때에 한 도사 있어 지식 많고 지혜 있고 현명하고 결단심 있어, 위태로울 적엔 구제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더라. 모든 사람 피로하여 도사에게 하는 말이, ‘우리들은 지금 지치고 괴로워서 돌아가려 하오이다.’ 그 말들은 도사는 생각하기를, ‘이 무리는 불쌍하다. 저 진귀한 보물을 두고 어찌 돌아가려 하는가.’ 따라서, 이때에 방편을 생각했네. ‘신통력을 부려야지’ 하고. 환상으로 큰 성 짓고 많은 집을 장엄하고, 빙 둘러서 동산 수풀, 맑은 시내, 연못하며, 솟을대문, 높은 누각, 남녀 모두 가득 찼네. 이런 신통 다한 후에 위로하여 하는 말이, ‘두려워하지 말라. 이 성안에 들어가서 마음껏 즐기어라.’ 모든 사람 성에 들어가서 마음 크게 환희하고 안온한 생각으로 제도되었다고 생각하거늘, 도사는 <휴식 마침>을 알고 대중 모아 하는 말이, ‘그대들이여, 전진하라. 이것은 환상의 성일 뿐, 피로 극한 그대들에게 중도에서 돌아가려는 것 알고 방편의 큰 힘으로써 임시로 이성 만들어 내었으니, 부지런히 정진하여 보물 있는 곳 함께 가자.’ 나 또한 이와 같이 일체 중생 도사가 되어 부처님의 지혜 구하는 중도에서 게으름 피우고 그만 두는 많은 사람, 생사와 번뇌와의 험난한 길 헤쳐갈 수 없음을 보고, 하나의 수단으로 마음 평안 얻도록 해탈을 설하되, ‘괴로움 멸한 그대들은 수행 이미 다 마쳤다’ 고. 이 말 들은 그 중생들 참 열반 얻어서 아라한 된 줄 알았지만, 그때에 대중 모아 진실한 가르침 설하리라. 부처님들 방편력으로 각기 다른 세 가지 가르침 설하지만 오직 하나의 가르침뿐인데, 잠깐 쉬도록 이승(二乘)을 설하네. 이제 그대들 위해 진실한 가르침 설하리라. ‘그대들이 얻은 바는 참 열반이 아니노라. 부처님의 일체 지혜 얻어서 가지려면 부지런히 정진하라. 너희들이 일체지와 십력 등을 갖추고서, 부처님 법 깨달았음을 스스로 실증하고, 삼십 이 상(三十二相) 갖춘다면, 이것이 진실한 열반 얻었다고 함이로다. 도사이신 부처님들 안심 얻게 해탈 설하나, 그 해탈 이루면 그때서야 비로소 부처님 지혜로 인도하리‘ 하고.』 제 8 장 오백제자수기품(五百弟子授記品) 그때, 부루나미다라니자(富樓那彌多羅尼子)는 방금 부처님께서, 부처님의 지혜에 의한 교묘한 수단(방편)으로 사람 따라 설하신 가르침과 또한 몇 사람의 큰 제자들에게 성불의 증명을 내리시는 것을 들었으며, 아울러 부처님과 자기들과는 지난 세상에서부터 계속 스승과 제자였다고 하는 인연에 관한 가르침을 들었으며, 또 모든 부처님들께서는 자유자재한 신통력도 갖추시고 계심을 듣고, 아직까지 경험치 못한 감사를 느껴, 밝고 깨끗한 기쁨에 가득 차서 춤출 듯이 기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 나아가서, 머리 숙여 예배하고 한쪽으로 물러나 부처님의 거룩한 얼굴을 우러러보되, 눈도 깜박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생각하기를, ‘세존 님은 매우 거룩하사,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훌륭하신 분이시라 어떠한 일이라도 무난히 해결하여 주시는, 세상에서 극히 드문 분이시다. 세간 사람들의 갖가지 종류와 성질에 따라 그들에 꼭 알맞도록 인도하시는 수단과 방법(방편)을 아시는 지혜(지견)로써 가르침을 설하시어, 중생들의 모든 탐욕과 집착을 뽑아내어 해방케 하여 주시니, 우리들은 그 부처님의 넓고 크신 공덕을 말로 다할 수가 없구나. 그러니 오직 부처님세존만이 우리들의 마음속 깊이 본래 원하고 있는 바를 아시고 계시리라’고 하였습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들은, 이 부루나미다라니자를 보라. 나는 항상 나의 가르침을 설하는 사람 가운데서 그가 으뜸이라고 칭찬했으며, 가지가지의 뛰어난 덕과 행을 찬양해왔었다. 그는 부지런히 정진하여 나의 가르침이 세상에서 바르게 행하여지도록 지켜 왔으며, 나를 도와서 가르침을 널리 전하여, 남녀 출가재가 수행인들(사부대중)에게 점차로 보이고 가르치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간직하는 마음이 깊어지도록 인도하여 주었으며,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알기 쉽게 해석하여 동행(同行)하는 수행자들에게 큰 이익을 주어왔었다. 그리고 여래를 제하고는 부루나만큼 말의 힘에 있어, 위대함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느니라. 그대들은 부루나가 다만 이 세상에 있어서만 나의 가르침을 지키고 나를 도와 널리 전한다고 생각 말라. 그도 또한 지난 세상에서 구십억의 여러 부처님 아래서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지키고 널리 전하는 데에 있어, 가르침을 설하는 사람 가운데서 그가 역시 으뜸이었다. 또한 그는 부처님께서 설하신 <공(空)>의 진리를 뚜렷이 깨닫고 통달하여, 네 가지의 자유자재한 이해와 표현의 능력[四無碍智]을 얻어, 항상 깊이 살펴 명료하고 알기 쉽게 청정한 마음으로 가르침을 설하니 사람들은 조금도 의혹을 일으키지 아니하였던 것이다. 그는 보살로서 여러 가지의 신통력도 갖추고 있었지만, 수명을 다 하도록 항상 맑고 깨끗한 행을 닦았으므로, 그 부처님의 세상 사람들은, 모두 다 그를 성문이라고 생각했다. 부루나는 그와 같은 태도를 취함으로써(방편), 한량없는 백천 중생을 이익케 하며, 헤아릴 수 없는 아승기 사람들을 교화하여 최고의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였으며, 온 세상을 맑고 아름답게 하기 위하여 부처님의 사업을 도와, 중생을 교화시켰던 것이다. 여러 비구들이여, 부루나는 과거의 비바시시기비사부구루손구나함모니석가모니 등, 일곱 부처님 아래서의 설법하는 사람 가운데 가장 으뜸이었으며, 지금 내 아라서도 설법하는 사람 가운데 제일이고, 이 현겁(賢劫) 중 앞으로 올 여러 부처님들 아래의 설법하는 사람 가운데서도 또한 제일로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지켜 유지케 하고, 부처님을 도와 가르침을 설하여 넓힐 것이며, 또 이 우주가 완성되어 주겁(住劫)에 이르기까지의 미래에도 한량없고 끝간 데 없는 무수한 부처님들 아래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지켜 유지케 하며 부처님을 도와 설해 넓혀서, 한량없는 중생을 교화하고 이익케 하여, 최고의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뜻을 세우게 할 것이니라. 그리고 부처님의 국토가 깨끗하고 아름답게 하기 위하여, 항상 부지런히 정진하여 중생들을 교화할 것이니라. 이렇게 점차로 보살의 길을 구족하여 가서, 그가 한량없는 아승기 겁을 지나 이 땅에서 최고의 깨달음을 얻을 것이니, 그 이름은 가르침이 밝게 빛나는 이라는, 법명(法明)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라 할 것이다. 그 부처님께서 갠지스강의 모래같이 많은 삼천대천의 세계를 하나의 불국토로 만들 것이니, 일곱 가지 보석으로 땅이 되고, 그 땅은 손바닥처럼 평평하여 산이나 계곡이나 구릉이 없으며 칠보로 된 누각이 그 가운데 가득하며, 많은 하늘의 궁전이 땅에서 아주 가까운 허공에 있어 인간과 하늘이 서로 볼 수 있으며, 그곳에는 분노탐욕우치투쟁심과 같은 여러 악도는 없으며, 또 여자도 없고 일체중생은 다 자연적으로 태어날 것이므로 음욕이 없느니라. 또한 큰 신통들을 얻어 몸에서 밝은 광명이 나고 공중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며, 부처님에의 길을 행하고자 하는 뜻은 견고하고, 바른 길에 일심으로 정진하여 뛰어난 지혜를 가지게 되며, 모든 사람들이 황금빛의 삼십 이 상을 스스로 갖추고 있을 것이다. 또 그 나라 중생은 항상 두 가지 것 밖에 먹지 않으니, 하나는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듣는 기쁨[法喜食]이라는 음식과, 또 하나는, 선정에 들어 바른 가르침을 온 정신에 사무치게 함으로써 느끼는 기쁨[禪喜食]이라는 음식이다. 그리고 그 나라에는 한량없는 아승기 천만억 나유타의 보살들이 있어, 모두가 큰 신통과 네 가지의 자유자재한 이해와 표현의 힘을 가지고 중생을 교화하며, 또 성문들도 숫자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있어, 모두가 여섯 가지의 신통력과 과거현재미래의 일을 뚜렷이 아는, 세가지의 밝음[三明]과 해탈을 위한 여덟 가지의 선정에 드는 능력[八解脫]을 갖추니, 그 법명 부처님의 국토는 이와 같이 한량없는 공덕이 그 나라를 장엄하고 완전한 정토로 만들어 낼 것이다. 그 시절(겁)의 이름은 보배구슬이 빛난다는, 보명(寶明)이고, 그 나라의 이름은 극히 청정하다는, 선정(善淨)이라 할 것이며, 부처님의 수명은 한량없는 아승기 겁으로서, 그 가르침도 매우 오랫동안 전하여질 것이고, 그 부처님 멸도하신 뒤에는 그 부처님의 덕을 사모하여 칠보로 만든 탑이 온 나라에 가득히 세워질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 뜻을 다시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여러 비구들이여, 분명히 듣거라. 부처님의 제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하는 것은 교묘한 수단에 의해 훌륭하게 배워진 것이므로 보통사람의 머리로는 생각할 수 없느니라. 중생들은 쉽고 편한 소승의 가르침을 좋아하고 깊고 큰 지혜를 두려워하는 것을 알아, 보살은 이 때문에 성문연각이 되어서 무수한 수단과 방법으로써 많은 대중 교화할 적에, 나는 아직 성문이라 위없는 깨달음에는 먼 사람이라고 칭하며 한량없는 중생 제도하여 깨달음 성취케 하며, 소승의 가르침 원하고 대승 구함을 게을리 해도 점차로 인도하고 부처님의 깨달음 이루게 하네. 안으로는 비밀히 보살의 행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성문이라 행세를 하며, 소승의 가르침 원하며 생사에 얽혔어도 실제로는 대승을 가지고 온 세상을 깨끗하고도 맑게 하려는 뜻, 어느 때는 탐진치의 삼독을 갖춘 범부의 몸으로 나타내 보이고, 어느 때는 그릇된 사상 가진 외도의 모습으로 나타날 때도 있네. 내 제자들은 이와 같이 방편을 가지고 중생을 제도하나니, 내가 만일 보살로서 중생 제도하기 위해 여러 가지 모습으로 바꾸어서 세상에 나온다고 말한다면, 이를 들은 모든 중생들은 틀림없이 당혹하고 의심을 품으리라. 지금 여기 있는 부루나는 옛날 천억의 부처님 아래, 행하여야 할 길을 부지런히 닦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지켜, 위없는 지혜 구하기 위해 여러 부처님 계신 곳에서 항상 제자들의 윗자리에 있으며 가르침을 많이 들어 지혜가 있었으며, 가르침 설할 때엔 두려움 없어 능히 중생으로 하여금 환희케 하네. 아직 한번도 피곤하거나 권태로움 없고 부처님의 중생교화 잘 도우며, 이미 큰 신통 얻고 네 가지 자유자재한 이해와 표현의 능력 갖추었으니, 중생 근기, 영리함과 우둔함 알고서 항상 청정한 가르침 설하고, 진리의 바른 뜻 널리 펴서 천억의 많은 중생 잘 이해토록 가르쳐서, 대승의 가르침에 머물게 하여 불국토를 아름답게 정화하여 왔노라. 미래에도 역시 한량없고 무수한 부처님을 공양하고, 바른 가르침 지켜 부처님 도와 널리 펴서, 온 세계를 정토로 바꾸어 가리. 항상 여러 가지 방편을 써서 가르침을 설함에 있어 두려움 없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중생 제도하여 모든 사물의 실상을 아는 지혜를 성취케 하리. 모든 여래님 공양하고 가르침의 보배창고 지키고 유지하여, 다음 세상 성불하리니, 그 이름 이르기를 법명이라 하리라. 그 나라를 선정이라 이름하니 칠보를 모아 이루었고, 그 시절(겁) 이름은 보명이라 하니, 보살 대중 매우 많아 그 수가 한량없는 몇억이 될 것이나 모두가 큰 신통 얻고, 덕으로써 감화시키는 힘을 갖추고 있는, 그러한 보살들이 나라 안에 충만하네. 성문 또한 무수한데 세 가지 밝은 능력과 해탈 위한 여덟 선정, 이해와 표현의 자유자재한 능력 가진 이러한 사람들이 승단(僧團)을 이루고, 그 나라 중생들은 이미 음욕 버리고서 정신적인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 사람으로, 서른 두 가지 복상으로 몸을 장엄하니, 법 듣는 기쁨과 선정에 드는 기쁨만을 먹되 다른 음식은 바라지 않아, 남녀의 구별 없고 또 모든 악덕도 존재치 않는다. 부루나 비구는 공덕을 원만하게 다 이루어서 이 정토에서 부처님 되어 많은 성현들을 거느리게 되리. 이와 같이 한량없는 부루나의 일을 내 지금 간략하게 설하였노라.』 그때, 마음이 자유로운 일천 이백의 아라한들은 이러한 생각을 가슴에 품었습니다. ‘우리들은 매우 즐겁고 기쁘다. 이러한 기쁨은 아직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하였다. 만일 세존께서 다른 큰 제자들처럼 우리들에게도 성불의 증명을 내리신다면 얼마나 기쁘겠는가’ 하였다. 그들의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아신 부처님께서는 마하가섭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여기 있는 일천 이백의 아라한들에게 나는 현실에 있어서 차례로 성불의 증명을 주리라. 우선 이 가운데 있는 나의 큰 제자인 교진여(憍陳如) 비구는 앞으로 육만 이천억의 부처님을 공양한 뒤에 성불할 것이니, 그 이름은 널리 빛나는 분이라는, 보명(普明)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라고 할 것이다. 일천 이백 인 중의 오백의 아라한인 우루빈나가섭가야가섭나제가섭가루다이(迦留陀夷)우다이(優陀夷)아루누다이바다겁빈나박구라주다(周陀)사가다(莎伽陀) 등도 모두 반드시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으리니, 그 이름은 모두가 가은 보명이라 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 뜻을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교진여 비구니는 앞으로 한량없는 부처님을 뵈옵고 아승기 겁 지나서 위없는 완전한 깨달음 얻을 것이니, 몸에서 항상 큰 광명 내시고 여러 가지 신통도 두루 갖추어, 그 이름 시방에 널리 알리어 일체 중생이 공경하나니, 항상 위없는 깨달음을 설하므로 그 이름 보명이라. 그 국토의 모든 보살, 청정하고 용맹스러워 거리낌없이 법 설하며, 아름다운 누각에 올라 수행하기도 하고 시방의 여러 국토 유행(遊行)도 하되, 더 없는 공양 기구로 여러 부처님께 공양물을 바치고, 이런 공양을 마치면 마음에 큰 기쁨 안고 순식간에 본국으로 돌아오는 그런 신통 갖추었다. 부처님 수명 육만 겁이요, 두 배의 기간 동안 바른 가르침 남게 되며 다시 그 두배의 기간, 그와 형태가 비슷한 가르침 남을 것이며, 가르침이 사라질 적에는 하늘인간 함께 괴로워하리. 오백의 비구들도 차례로 부처님 될 것이니, 보명이라는 한 가지 이름으로 차례차례 수기하며 말하기를, ‘내가 멸도한 후에는 아무개가 성불하리니, 그 부처님 교화하는 세상도 지금 내가 말한 것처럼 말할 것이며, 국토가 엄정할 것과 아울러 여러 가지 신통력에 관한 것이며, 보살과 성문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나 바른 가르침이나 그에 준하는 형태나, 수명과 겁의 많고 적은 것 등, 모두 내가 앞에 말한 것 같이 예언하리라.’ 가섭이여, 그대가 알 듯이 여기 있는 오백 인은 이미 수기(授記)되어 마음에 자유자재 얻은 몸이며 그 밖의 성문들도 역시 이와 같을지니, 지금 이 자리에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대 가섭에서부터 그 일을 전하여 주어라.』 그때, 오백의 아라한은 부처님 앞에서 성불의 증명을 받고 춤출 듯이 기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 숙여 부처님께 예배하고, 자기들의 잘못을 뉘우치고 자책하여 말씀드렸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지금까지 단지 번뇌를 제거한 것만으로써 최종적인 평안의 경지(구경멸도)에 도달하였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비로소 그것이 틀린 것임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저희들에게는 본래부터 불성(佛性)이 있었으므로, 수행에 따라 여래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데도 다만 번뇌를 제거한다는 작은 지혜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친구의 집을 찾아가 음식 대접을 받고 술에 취해 잠들어 버렸는데, 그 때 그 집 친구는 급히 공무로 출장을 가게 되어 잠들어 있는 친구를 깨운다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며, 가난하게 지내고 있는 그 친구를 위하여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의 비싼 보배구슬을 그의 저고리 안 쪽에 매달아 두고 갔는데, 술이 취해 잠들어 있는 친구는 그것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잠이 깨어 일어나자 친구가 없기 때문에 그 집에서 떠났던 것입니다. 그리고 방랑의 길에 올라 다른 나라에 이르러, 그 곳에서 먹을 것입을 것을 구하기 위해 많은 고생을 하면서 적은 돈이 생겨도 그것으로 만족하며 살았습니다. 그 후 얼마가 지난 뒤에 그 친구와 만나게 되었는데, 그 친구는 이 사람의 가련한 모습을 보고 ‘이 무능한 친구야, 훌륭한 사내가 어찌하여 먹고 입는 것 때문에 그렇게 초라해져 버렸나. 나는 자네가 안락하게 지내도록 자네가 어떤 욕망이라도 만족시키는 데 흡족한, 값을 매길 수 없는 비싼 보배 구슬을 어느 해 어느 달 어느 날 자네가 찾아왔을 때, 자네 저고리 안 쪽에 매달아 두었으니, 지금도 그대로 있을 것이야. 자네는 그것도 모르고 의식을 구하기 위해 고생하고 걱정하며 구차하게 살고 있으니, 참으로 어리석구먼. 자네는 이제 이 보물로써 소용되는 것들을 사들인다면 항상 무엇이든지 뜻대로 되어 가난하거나 부족함이 없을 것일세’ 하고 말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도 역시 이와 같아, 전생에서 부처님이 보살로 계실 때에, 저희들을 교화하시어 이 세상의 모든 현상에 대한 진실을 아는 지혜(일체지)를 얻고자 하는 뜻을 세우게 하여 주셨지만, 현세에 다시 태어나면서 그것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알지도 깨닫지도 못한 채, 온갖 번뇌를 송두리째 없앤 몸이 되어 참다운 안심의 경지를 얻었다고 스스로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생활하기 위하여 힘겨운 품팔이를 하며 적은 수입을 얻고서도 이에 만족하고 있었지만, 일체의 현상을 완전히 아는 지혜를 구하겠다는 서원은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있고 없어져 버리지는 아니하였습니다. 지금 세존께서는 저희들을 깨닫게 하시려고, ‘비구들이여, 그대들이 얻은 안심(열반)의 경지는 진실한 열반이 아니다. 내가 전생에서 오랫동안 그들로 하여금 부처님이 되기 위한 선행의 뿌리를 심도록 하였고, 현세에 와서는 그 뿌리에서 싹이 트게 하는 수단으로써 안심의 경지를 가르친 것이었으나, 그대들은 그것을 가장 진실한 평안의 경지라고 생각하여 버린 것이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이제서야 비로소 저희들이 보살이었음을 확실히 알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여기서 성불의 증명을 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사연으로 저희들은 아직 한 번도 없었던 매우 커다란 기쁨을 얻었습니다. 그때, 아야교진여 등은 이 뜻을 거듭 펴려고 시송으로 말씀드렸습니다. 『저희들은 이 위없이 안온한 수기의 말씀 듣고 일찍이 없었던 기쁨에 가득 차, 한량없는 지혜 가지신 부처님께 예배하나이다. 세존 님 앞에서 지금까지의 허물을 스스로 참회하나니, 한량없는 부처님의 보배 가운데 조그마한 안심의 경지 겨우 얻고서, 지혜 없어 어리석은 사람처럼 스스로 만족하게 생각했으니, 비유하면, 빈궁한 어떤 사람이 친구의 집 찾아서 갔던 일이라. 그 친구의 집은 매우 큰 부자로서 여러 가지 음식 차려 환대해 주고,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 구슬을 속옷 안 쪽에 매달아 주고 알리지 못한 채 여행을 떠나니, 그 사람은 잠이 들어 알지 못하고, 얼마 후에 일어난 그는 방랑하며 타국에 이르러 입고 먹는 것 해결키 위해 품 팔아 가며 고생스런 생활하며, 적은 수입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더 좋은 것 바라지 않고, 속옷 안의 값진 보배 구슬 있는 줄도 일지 못했는데, 그 구슬 준 친구가 다음에 이 가난한 사람 만나보고 친절하게 이를 책망한 뒤에 매어준 구슬을 보여주거늘, 가난한 그 사람, 그 구슬 보고 마음에 크게 환희하며 풍부한 여러 가지 재물로써 온갖 욕망 뜻대로 채운 것과 같네. 저희들 또한 이와 같아서, 세존께서 긴 세월에 걸쳐 항상 불쌍히 여겨 교화하사, 위없는 지혜 얻고자 하는 서원의 씨를 심도록 하셨으나 저희들은 무지하기 때문에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여, 작은 열반의 한 조각 얻고서도 그것으로 만족하고 더 이상의 것 구하지 않으니, 지금 부처님께서는 저희들을 깨닫게 하시려고, ‘그것은 아직 진실한 열반 아니며, 부처님의 위없는 지혜 얻어야만 참 열반에 도달했다고 한다’ 하시니, 저희들은 지금 부처님에게서 수기와 부처님이 되는 국토의 장엄하는 일과 무수한 사람들이 차례차례 성불의 기별 받음을 듣고, 몸과 마음이 두루 기쁨으로 가득 차 있사옵니다.』 제 9 장 수학무학인기품(數學無學人記品) 그때, 아난과 나후라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들도 만일 수기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기쁠까 하고 매양 생각하여 왔는데’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머리 숙여 예배하고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성불의 증명을 받을 자격을 나누어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들도 오직 여래께 귀의하고 있사오며, 또 저희들은 일체 세간의 하늘인간아수라들에게도 부처님의 제자로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아난은 항상 부처님 곁에서 시중을 들어 모든 가르침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며, 나후라는 부처님의 친아들이므로 만일 성불의 증명을 내리신다면 저희들의 소망이 성취될 뿐만 아니라 대중들도 기뻐해 줄 것입니다.” 그때, 아직 배우고 있는 성문들과 이미 배움을 다 마친 성문제자 이천 인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벗어 드러내고 부처님 앞에 나아가 합장하고 일심으로 세존 님을 우러러보며, 아난과 나후라와 같은 소원을 가슴속에 품은 채 한쪽으로 물러나 서있으니, 이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는 오는 세상에 반드시 성불할 것이니, 그 이름은 큰 바다와 같은 지혜에 통달한 분이라는, 산해혜자재통왕(山海慧自在通王)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라 하며, 앞으로 육십 이억의 많은 부처님을 공양하고, 그 가르침을 굳게 지키고 간직한 뒤에 최고의 깨달음을 얻고, 이십천만억 갠지스강의 모래같이 많은 구법자들을 교화하여 그들도 최고의 깨달음을 얻게 할 것이다. 그 나라의 이름은 내려질 줄 모르는 승리의 깃발이라는, 상립승번(常立勝幡)이라 하며, 국토는 청정하여 그 땅은 청보석으로 되었고, 그 시절(겁)의 이름은 유쾌한 목소리를 울려퍼지게 한다는 묘음변만(妙音遍滿)이라 할 것이다. 그 부처님의 수명은 한량없는 천만억 아승기 겁으로, 만일 사람이 천만억 한량없는 아승기 겁 동안에 걸쳐 그 숫자를 계산하여도 알 수 없으며, 그 가르침이 바르게 전하여지는 기간이 그 부처님 수명의 두 배이고, 다음에 그 가르침이 비슷한 형태로 전하여지는 기간이 다시 그 정법의 두 배가 될 것이니라. 아난이여, 이 산해혜자재통왕불은 시방세계의 한량없는 천만억 갠지스강(항하)의 모래 같은 많은 부처님여래에 의해 그 공덕을 찬탄 받을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내 이제 여기 모인 스님들에게 말하노라. 가르침을 지키고 간직하는 아난은 앞으로 많은 부처님 공양한 뒤에 완전한 깨달음 이룰 것이니, 그 이름 일러 산해혜자재통왕 부처님이며, 그 부처님 국토 청정하여 이름하여 상립승번, 많은 보살 교화하니 그 수가 항하의 모래 같네. 부처님에게 큰 위덕 있어 그 이름 들리기를 시방에 가득, 수명이 한량없으심은 중생을 불쌍히 여기시는 까닭이다. 바른 가르침 전해지는 기간은 수명의 두 배이요, 형태만 비슷한 바른 가르침은 다시 두 배가 될 것이며, 항하의 모래 같은 무수한 중생, 그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해 부처님 될 종자 심으리라.』 그때, 이 모임 가운데 새롭게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려는 뜻을 세운 구법자(보살) 팔천 인은, ‘우리들은, 큰 보살들도 부처님이 된다는 증명을 아직 받지 못하였는데, 무슨 사연이 있어 많은 성문들이 이런 증명(수기)을 받는 것일까’ 하고 다 같이 생각하였습니다. 이때, 세존께서는 새로 뜻을 세운 이 여러 보살들이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바를 아시고, 그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소실이 훌륭한 남자들이여, 나와 아난과는 옛날 가르침의 천공(天空)에 오른 왕이라는, 공왕불(空王佛) 아래서, 동시에 위없는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을 얻으려는 뜻을 일으켰느니라. 아난은 항상 많은 가르침을 듣고 싶어하였고, 나는 들은 가르침을 부지런히 수행하고 깨달음을 얻고자 하여 정진한 까닭으로, 나는 이미 최고의 완전한 깨달음을 얻었고, 아난은 지혜가 많음으로 훌륭히 가르침을 기억하고 외울 순 있지만, 마음을 몰아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지혜와 선정이 고르지 못해 번뇌를 모두 없애는 지혜를 일으키지 못하였다. 그러나 나의 가르침을 지키고 간직하며, 또한 장래 여러 부처님들의 가르침도 잘 지켜 그 가르침에 의해 많은 보살들을 교화하고, 부처님의 깨달음을 성취케 할 것이리니, 그것이 아난의 본래 서원이기도 하였으므로 오늘 이렇게 수기를 받게되는 것이다.” 아난은 친히 부처님으로부터 자기가 성불의 증명을 받았으며 자기가 태어날 국토가 장엄하리라는 말씀도 듣게 되자 원하던 바가 달성되었으므로, 마음은 크게 환희하여 일찍이 없었던 감사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와 동시에 과거 한량없는 천만억의 많은 부처님들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생각함에, 통달하고 자유자재함이 마치 지금들은 것과 같았으며, 또한 과거세에서 세운, 일체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서원도 역력히 생각났습니다. 그때, 아난은 시송으로 여쭈었습니다. 『세존 님은 매우 거룩하사, 보기 드무신 분이시라. 지금 저에게 지난 세상의 한량없는 많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오늘 듣는 것 같이 생각게 하시니, 내 이제 다시 의심 없어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확신 가지니, 방편으로써 시중드는 이 되어 여러 부처님의 가르침 지켜 나아가리.』 그때, 부처님께서는 나후라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는 미래의 세상에서 부처님이 될 것이니, 이름은 일곱 가지 보석으로 된 빨간 연꽃을 밟고 넘는 이라는, 도칠보화(蹈七寶華)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라 하며, 시방세계를 이루고 있는 가는 티끌, 즉 미립자(微粒子) 수 같은 많은 부처님을 앞으로 공양하고, 현재와 같이 세세에 부처님의 큰아들로 태어날 것이다. 그 도칠보화불의 국토는 아름답게 꾸며지고, 그 부처님 수명의 겁 수와 교화될 제자들과 가르침이 바르게 남을 기간과, 이 정법과 비슷한 형태로 남을 기간 등은 모두 산해혜자재통왕여래와 똑같으며, 도한 이 부처님의 맏아들로 태어나 열심히 수행한 후에 기필코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을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이 뜻을 다시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태자일 적에 나후라는 맏아들로 태어나더니, 내 이제 깨달음 얻어 성불하니, 가르침 받아 가르침의 아들 되었구나. 오는 세상 가운데 그가 뵈올 부처님들은 한량없는 억만 분이라. 그 모든 분들의 맏아들 되어 일심으로 깨달음 구하리. 나후라가 격 낮추어 은밀하게 덕 쌓은 것 오직 나만이 알고있어, 현재 나의 맏아들이면서도 그러한 밀행을 하여 중생들에게 보여주며, 한량없는 억천만의 공덕 헤아릴 수 가히 없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굳게 믿고 위없는 깨달음 구하고 있나니.』개행 그때, 세존께서는 아직 배우는 사람과 다 배운 사람들 이천만의 마음이, 부드럽고 순진하며 조용하게 가라앉아 청정하여, 일심으로 부처님을 우러러보고 있음을 보시고 아난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는 이 배우고 있는 사람과 배움을 마친 사람들 이천 인을 보느냐.” “네, 보고 있습니다.” 하고 아난은 대답하였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아난이여, 이 사람들도, 앞으로 오십의 세계를 부수어 가는 티끌로 만든 만큼의 많은 부처님여래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그 가르침을 지켜 간직하며, 그 최후의 몸이 되면 동시에 시방의 나라에서 각기 성불하리니, 그 이름은 모두 똑같은 보배구슬이 빛난다는, 보상(寶相)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라 할 것이다. 그 부처님들의 수명은 일 겁이며, 국토의 아름다움도, 성문과 보살들도, 정법과 상법이 머무는 기간도 모두 똑같을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내 앞에 머물고 있는 이천의 성문에게 한 사람 빠짐없이 오는 세상에 성불한다고 기별을 준다. 공양할 부처님들은 위에 말한 티끌 수와 같고, 그 가르침 지키고 간직한 뒤에 기필코 완전한 깨달음 이룩하리라. 각각 시방의 국토에서 다 같은 하나의 이름. 같은 시각에 각자의 도량에 앉아 위없는 지혜 깨닫고서, 모두가 보상이라는 부처님 되어, 그 국토도 제자들도 정법과 상법이 남는 기간도 모두 다 똑같으리라. 이 부처님들 모두 다 여러 가지 신통으로 시방의 중생 제도하니, 그 이름 널리 가득하고, 이와 같이 머물다가 점차 세상 떠나가리라.』 그때, 아직 배우고 있는 사람과 배움을 마친 사람 이천 인이 부처님으로부터 친히 수기를 받고, 마음이 환희하여 춤출 듯이 기뻐하며 시송으로 여쭈었습니다. 『세존께선 지혜의 등불이시니 저희들 수기 주시는 말씀을 듣자옵고, 죽지 않는 감로수 받아 마신 것 같아 마음속에 기쁨이 충만하나이다.』 제 10 장 법사품(法師品) 그때, 세존께서는 위대한 뜻을 가진 구법자 약왕보살을 비롯하여, 팔만의 구법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약왕이여, 그대는 이 대중 가운데 한량없는 여러 하늘들과, 용왕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와, 사람과 사람이 아닌 것들과,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의 성문을 구하는 사람들이나 연각의 경지(벽지불)를 구하는 사람이나, 부처님의 깨달음을 구하는 구법자들이 모두 부처님으로부터 친히 이 묘법연화경을 듣는 것을 보는가. 이들이 내가 설하는 묘법연화경의 가르침 가운데, 한 시송이나 한 구절을 듣고 한 순간이라도 실상의 진리에 대해 ‘참으로 감사하다’ 는 마음을 일으키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들에게, ‘기필코 성불하리라’ 하는 증명을 줄 것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약왕보살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현재뿐만 아니라 여래인 내가 멸도한 후일지라도, 만일 어떤 사람이 이 묘법연화경의 한 시송[一偈]이나, 한 구절[一句]을 듣고, 한 순간이라도 감사하다는 마음을 일으키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또한 이 사람에게 성불의 증명을 주겠노라. 또 만일 어떤 사람이 이 묘법연화경의 한 시송이나 한 구절이라도 마음속에[意業] 깊이 믿고 간직하여, 입으로[口業] 되풀이하여 읽고 외울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알기 쉽도록 해설하여 주며 또 손으로[身業] 글을 쓰거나 베껴서 널리 세상에 전하거나, 이 경전을 부처님같이 생각하여 가지가지의 꽃과 향영락가루 향바르는 향사르는 향비단 양산깃발의복기악(伎樂) 등으로 공양하고, 합장하여 공경하는 마음을 나타낸다면, 약왕이여, 반드시 알라. 이런 사람은 일찍이 십만억의 부처님을 공양하고 그 부처님들 아래서 많은 중생을 제도하겠다는 큰 서원을 성취한 사람들이지만,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괴로워하는 중생을 불쌍히 생각하는 마음에서 다시 이 인간세계에 태어난 것이다. 약왕이여, 만일 ‘어떤 중생이 오는 세상에 있어서 부처님이 될 수 있느냐’ 고 묻는 사람이 있거든, 지금 말한 바와 같은 사람들이 오는 세상에서 기필코 성불한다고 가르쳐 주어라. 무엇 때문인가 하면, 만일 바탕이 훌륭한 남녀 신앙인이 법화경의 한 구절만이라도 깊이 믿어 마음에 간직하고 읽고 외우고, 남에게 해설하고 세상에 넓히기 위하여 쓰거나 베끼거나 하며, 또 이 경전에 가지가지 좋은 물건을 바쳐 공양하되, 꽃향영락말향도향소향증개당번의복기악들로써 공경, 합장하는 사람은 일체 세간이 우러러보는 훌륭한 사람이니, 그런 사람은 응당 여래에 대한 공양과 똑같은 공양을 받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이런 사람은 큰 보살로서, 전생에서 부처님의 깨달음을 성취하였건만, 중생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에서 이 가르침을 설하여야겠다는 전생의 서원력에 의하여, 이 사람들 사이[人間]에 태어나 널리 묘법연화경을 분별하여 설할 뿐만 아니라, 이 가르침을 철저히 믿고 마음속 깊이 간직하여 가지가지로 공양하는 것이니, 여래와 흡사한 사람이라고 알아야 한다. 약왕이여, 꼭 알아두어야 한다. 이 사람은 스스로 쌓아 온 청정한 행위[業]에 대한 과보[報]를 버리고, 내가 멸도한 후에도 중생을 불쌍히 여기어 악세(惡世)로 태어나서 이 가르침을 널리 펼 것이다. 만일 이 바탕이 훌륭한 남녀 신앙인들이 내가 멸도한 후에 단 한사람을 위해서라도 은밀히 법화경의 한 구절을 설해 준다면, 참으로 이 사람은 여래의 심부름꾼인 줄 알아야 한다. 이 사람은 여래께서 보낸 이로서, 여래께서 행하실 것을 대신 행하는 사람일진대, 하물며 대중 가운데서 널리 이 가르침을 설하는 사람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약왕이여, 만일 나쁜 사람이 있어, 악한 마음으로 부처님 앞에서 일 겁 동안 계속 부처님을 헐뜯고 욕하더라도 그 죄는 오히려 가볍지만, 만일 어떤 사람이 단 한마디의 나쁜 말로, 법화경을 읽고 외우는 재가나 출가의 수행인에 대해 헐뜯고 비방하면, 그 죄는 대단히 무거운 것이다. 약왕이여, 반드시 알라. 이 법화경을 믿고 간직하거나 읽고 외우는 사람은 부처님의 장엄으로써 자기도 장엄한 것과 같으며, 그와 같은 사람은 항상 여래를 어깨에 떠메고 다니므로, 그가 어디에 가더라도 그쪽을 향하여 예배하여야 할 것이니, 일심으로 합장하고 공경하며 감사의 정성을 바치고 존중하고 찬양하여야 하며, 꽃향영락말향도향증개당번의복음식과 여러 가지 기악으로 인간으로서는 최대의 정성을 바쳐 공양하지 않으면 아니 되니, 하늘의 보배를 이 사람의 주위에 뿌리고 그 보배를 하늘 높이까지 쌓아서 바쳐야만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사람이 마음속에서부터 기꺼이 가르침을 설할 때에, 잠깐만 이를 들어도 곧 바로 위없이 완전한 깨달음에 도달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의 경계 머물고 싶어, 자연히 솟아나는 위없는 지혜 원한다면, 항상 부지런히 법화경 믿고 간직한 이, 정성 들여 섬기어라. 일체의 사물 꿰뚫어 보는 위없는 지혜 얻고자 하면, 마땅히 이 가르침 믿어 간직해야 하고, 간직하는 이 공양하라. 만일 법화경을 믿고 지키는 사람 있다면, 부처님의 심부름꾼으로서, 많은 중생 불쌍히 여긴다고 알아야만 하느니라. 법화경의 가르침을 훌륭히 믿고 수지하는 사람, 청정한 땅 버리고서 중생 불쌍히 여기어서 여기 태어났음이라. 그와 같은 사람 자재로와, 제 맘대로 태어나는데, 위없는 가르침 널리 설하려고 악한 세상에 태어났음을 알라. 이와 같은 설법자에겐 하늘 꽃과 하늘의 향과, 하늘의 보배의복이며, 천상의 아름다운 보배로써 공양해야 하느니라. 내가 멸도한 후에 악한 세상에 이 가르침 간직한 이를, 합장하고 공경함은 세존 공양하듯이 하라. 여러 가지 맛있고 훌륭한 음식과 가지가지의 의복들을 바쳐, 이 부처님의 아들을 공양하고 잠시라도 듣기 원하여야 한다. 만일 후세에 있어 이 가르침 믿고 간직하는 이 있다면 내가 사람들에게 보내 여래의 일을 행하도록 함이니, 만일 일 겁 동안 항상 착하지 못한 마음 품고 얼굴 빛 변해 가며 부처님 비방하면, 한량없는 무거운 죄 짓는 것 되지만, 이 법화경 독송하고 간직하는 사람에게 잠깐만 사나운 말해도, 그 죄는 더욱 크다. 어떤 사람, 부처님의 경지 구하는 마음으로 일 겁 동안 내 앞에서 합창하고 무수한 시송으로 찬탄한다면, 부처님 찬탄함으로써 한량없는 공덕 얻으리라. 이 가르침 간직한 이 찬미하면 그 복은 더욱 크다. 팔십억 겁 동안 가장 아름다운 형식[色]과 아름다운 음성[聲]으로, 향기 높은 향[香]과 맛있는 음식[味]이며 부드러운 옷[觸]을 바쳐 이 가르침 간직하는 사람에게 공양하여야 하느니, 이런 공양 마치고 만일 잠깐 듣더라도 나는 큰 이익 얻었다고 기뻐하여야 하리로다. 약왕이여, 그대에게 말하겠노라. 내가 이미 많은 가르침 설하였지만, 이 가운데 법화경이 가장 으뜸이니라.』개행 그때, 부처님께서는 다시 위대한 구법자인 약왕보살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설하는 가르침은 한량없는 천만억으로, 이미 설했거나 현재 설하고 있거나 앞으로 설할 가르침 가운데 이 법화경이 가장 이해하기 어렵고 믿기 어려운 가르침이니라. 약왕이여, 이 가르침은 모든 부처님들께서 마음속에 숨긴 채 따로 설하신 적이 없었던, 모든 가르침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는, 깊고 오묘한 뜻이기 때문에 아무렇게나 나누어서 남에게 말해서는 아니 된다. 또 이 가르침은 모든 부처님세존께서 지극히 소중하게 지켜오신 가르침으로서, 옛날부터 지금까지 완전히 밝혀서 설하셨던 적이 없었던 것인데, 이 가르침은 여래가 살아있는 현재에 있어서도 무지한 사람들의 원한이나 질투를 초래하여 배척을 받고 있는 바, 하물며 내가 멸한 후에는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약왕이여, 여래가 멸도한 뒤에도 이 법화경을 믿어 간직하고 쓰거나 일고 외우며 공양하고, 다른 사람을 위하여 설하는 사람은 여래께서 곧 옷으로 덮어 준다고 알아야 한다. 또 타방 세계에 계신 여러 부처님으로부터 보호를 받을 것이다. 이런 사람은, 위대한 신앙의 힘과 기어코 부처님의 깨달음을 성취하고 말겠다는 의지력과, 여러 가지 훌륭한 행위의 근본이 되는 마음을 기르는 힘(선근력)을 가지고 있나니, 이들은 여래와 같은 집에 살며, 여래께서 손으로 그의 머리를 어루만지고 계심을 알아야 한다. 약왕이여, 어떠한 곳일지라도 그곳에서 법화경의 가르침이 설하여지고, 혹은 읽고 혹은 외우고 혹은 쓰며, 혹은 경전이 머물고 있는 곳이거든, 다 칠보의 탑을 세우되, 그 탑은 극히 높고 넓게 하여 아름답게 꾸며야 한다. 그런데 그 탑에는 부처님의 사리(舍利)를 봉안할 필요가 없으니, 왜냐하면 그 탑 속에는 이미 여래의 전신(全身)이 있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이 탑에는 일체의 꽃향영락증개당번기악노래 등으로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하고 찬탄할 것이니, 만일 어떤 사람이 이 탑을 보고 예배하고 공양하면, 이 사람들은 모두 부처님의 깨달음에 한 걸음 가까워진 것이라고 알아야 한다. 약왕이여, 많은 재가의 사람들이거나 출가한 사람이거나 보살의 길을 행함에 있어, 만일 이 법화경의 가르침을 보고 듣고 읽고 외우며, 쓰고 간직하며 공양하지 아니하면, 그 사람은 아직 보살의 길을 충분히 행할 수 없는 사람임을 알아야 하며, 만일 이 가르침을 얻어듣는 사람은 바로 훌륭하게 보살의 길을 행할 수 있는 사람인 것이다. 만일 중생 가운데 부처님의 깨달음을 구하는 이가 있어, 이 법화경을 혹은 보고 듣고 잘 이해하고 믿어 가진다면, 그 사람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가까이 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약왕이여,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목이 말라 물을 구하려고 높은 언덕에 우물을 판다고 하자, 자꾸 파도 마른 흙이 아직 나오는 것을 보고 물이 먼 곳에 있는 줄 알지만, 부지런히 쉬지 않고 땅을 파서 점점 젖은 흙이 나오며 진흙이 나오는 것을 보면, 그 마음은 결정코 물이 가까운 줄 아는 것과 같은 것이다. 보살과 법화경과의 관계도 이와 같아서, 이 법화경의 가르침을 아직 듣지 못했거나 혹은 이해하지 못하거나, 혹은 닦고 익히지 못한 사람은 반드시 알라. 이런 사람은 부처님의 깨달음에 아직 거리가 먼 것이요, 만일 이 법화경을 듣고 이해하며 사색하고 되풀이하여 닦고 익히는 이는 부처님의 깨달음에 가까운 줄 알 것이니, 왜냐하면 일체의 보살들이 소원하는 부처님의 깨달음은 모두 이 경 속에 설하여져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이 경전은 가지가지 방편에 의해서 가르침의 문을 열어서, 그 진실한 모습을 나타내 보이나니, 이 법화경에 담겨 있는 가르침은 그 뜻이 깊고 굳으며 아득하게 멀어서 능히 거기에 도달할 사람이 없거늘, 이제 부처님은 보살을 교화하여 부처님의 깨달음을 성취케 하려고, 그것을 방편의 문을 열어 알기 쉽게 설하여 진실을 보이는 것이다. 약왕이여, 만이 보살의 몸이면서, 이 법화경의 가르침을 듣고 놀라고 의심하며 무서워하며 두려워하면, 그 사람은 새롭게 뜻을 세운 보살[新發意]이라고 할 것이다. 만일 성문을 구하는 사람이 이 법화경을 듣고 놀라고 의심하며 무서워하고 두려워한다면, 이런 사람을 증상만[增上慢]이라고 이름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약왕이여, 만일 소질이 훌륭한 남녀 신앙인이 여래인 내가 멸도한 후에, 많은 사(四)부대중을 위하여 이 법화경을 설하려 할 때는, 과연 어떻게 설하면 좋은가 하면, 이 선남자선여인은 여래의 방에 들어가 여래의 옷을 입고 여래의 자리에 앉아, 사부대중을 위하여 이 경을 널리 설할지니, 여래의 방[室]이란 일체중생에 대한 큰 자비심이요, 여래의 옷이란 부드럽고 서로 조화하는 인욕심을 말하며, 여래의 자리는 일체의 물질적 현상은 실상이 나타내는 그림자에 지나지 않음으로, 모든 인간은 우주의 대생명력에 의해 평등하게 살리어지고 있다는 <공>의 진리를 말함이니, 이 대자대비심과 유화인욕(柔和忍辱)의 마음과 근본적인 진리를 가슴속에 굳게 간직하고, 언제나 게으른 마음이 없이 여러 보살과 사부대중을 위하여 이 법화경을 널리 설하여만 되는 것이다. 약왕이여, 나는 멸도한 후에도 다른 나라에서 인간의 모습을 한 변화인을 보내어, 그를 위해 가르침을 들을 사람들을 모이게 하며, 또 변화된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들을 보내어 그 설법을 듣도록 하겠노라. 이 여러 변화인들은 가르침을 듣고 훌륭히 믿고 간직하며, 그 가르침을 거역하지 않고 순종하여 따를 것이다. 만일 설법하는 이가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고요하고 한적한 곳에 있으면, 그때 내가 널리, 하용귀신건달바아수라 등을 보내어 그 설법을 듣게 할 것이며, 또 내가 비록 다른 나라에 가서 있을 지라도, 설법하는 이로 하여금 나의 몸을 볼 수 있도록 하고, 만일 설법을 하다가 이 경의 구절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으면, 내가 다시 그 사람을 위하여 설하여서, 그로 하여금 모두 갖추도록 하겠노라.“ 세존께서는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게으른 마음 버리려거든 응당 이 가르침 들을지니, 이 가르침 듣기 어렵고 받아 믿기도 또한 어려워, 목마른 사람 물 얻기 위해 언덕에 우물 팔 새, 마른 흙 보게 되면 물 아직 먼 줄 알지만 점차 진흙 보게 되면 결정코 물 가까운 것 앎과 같이, 약왕이여, 그대 바로 알라. 이와 같은 모든 사람들이 법화경 듣지 못하면, 부처님 지혜 아주 멀고 만일 이 깊은 가르침이 성문의 가르침을 뚜렷이 밝히니, 여러 경전 중에 왕이로다. 듣고 나서 사유하면, 이 사람들, 부처님 지혜에 가깝다고 알지어다. 어떤 사람 이 경전 설하려면, 응당 부처님 방에 들어가서 부처님의 옷을 입고 그 위에 여래의 자리에 앉아, 대중 모인 데 두려움 없이 널리 분별하여 설하거라. 큰 자비를 방으로 삼고 유화인욕으로 옷을 삼아 제법의 공(空)을 자리로 하여, 이러한 마음으로 설법하라. 만일 이 경전 설할 때에, 어떤 사람, 나쁜 말로 헐뜯고 욕하며, 칼막대기기와돌맹이 던지어도, 부처님을 생각하고 참아야 하느니라. 나는 천만억의 국토에서 깨끗하고 견고한 몸 나타내어, 한량없는 억 겁에 걸쳐 중생 위에 법 설하리. 내가 만일 멸도한 후에도 이 가르침 설하는 이 있다면, 나는 변화된 사부대중인, 비구와 비구니와, 그리고 청신사녀(女) 보내어서 법사 공양케 하여, 모든 중생 인도하여 이들 모아 법 듣게 하리. 어떤 사람 미워하여, 칼막대기기왓장돌맹이 던지려고 한다면, 곧 바로 변화된 사람 보내 그들 위해 지키게 하리. 만일 어떤 설법하는 이가 홀로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사람 소리 없어 적막한데, 이 경전을 독송하면, 나는 그때 그를 위해 청정한 광명의 몸 나타내리. 만일 한 구절 잊게 되면 그를 위해 다시 설하여 막하지 않게 통해 주리. 어떤 사람, 이 덕 갖추어 사중 위해 법 설하고, 인적 없는 곳에서 경 읽으면 모두 내면 보게 되며, 어떤 사람, 고요한 곳에 있으면 내가 하늘용왕야차귀신 등 보내어서 그를 위해 법 듣는 대중 되게 하고, 이런 사람 자진하여 법 설하고 걸림 없이 쉬게 함은, 여러 부처님 호념하기 때문이라 능히 대중들로 하여금 기쁘게 하네. 만일 법사를 친근하면 보살도 빨리 얻고, 이 스승 따라 배우면 항하사의 부처님 뵙게 되리라.』 제 11 장 견보탑품(見寶塔品) 그때, 부처님 앞에 일곱 가지 보배로 된 탑이 하나 있으니 높이가 오백 유순이요, 세로와 가로가 모두 이백 오십 유순으로, 땅으로부터 솟아 나와 공중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 탑은 여러 가지 보배로 장식되어 있으며 오천의 난간에 천만의 방이 있고, 무수한 당번으로 엄숙하게 꾸미고 보배로 된 영락을 드리우고 만억의 보배방울을 그 위에 달았으며, 사면에는 모두 다마라(多癩羅) 나뭇잎의 향과 전단의 향을 피워 그 향기가 온 세계에 가득하고, 여러 가지 번개(幡蓋)는 금은청보석자거마노진주매괴 등 일곱가지의 귀금속과 보석을 모아 이루니, 높이가 사(四)천왕궁에 이르렀습니다. 삼십 삼의 하늘은 만다라 꽃을 비 내리듯이 내리어 그 보배탑을 공양하고, 그 밖의 여러 하늘용왕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이 보배탑에 공양하고 공손하게 받들며, 존중하고 찬탄하였습니다. 이때, 보배탑 안에서 큰 음성이 울려 퍼지면서 찬탄하는 말이, “오! 훌륭하시도다, 석가모니 세존이시여. 모든 중생이 평등하게 불상을 가지고 있다는 진리에 의거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보살의 길을 가리키는 가르침이며, 모든 부처님들께서 지키고 간직하시는 그 묘법연화의 가르침을 대중을 위하여 설하시니, 이와 같이 석가모니 세존께서 설하시는 것은 모두 진실입니다.” 라고 하였습니다. 그때, 이 자리에 있던 남녀 출가재가 수행자의 사(四)부대중은 공중에 떠있는 이 큰 보배탑을 보고, 또 그 탑 안에서 울려 나오는 말소리를 들으니, 모두 감사의 기쁨을 얻고 전에 없던 일이라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하게 합장하고 한쪽에 물러나 서 있었습니다. 그때, 위대한 웅변가인 대요설(大樂說)이라 이름하는 위대한 뜻을 가진 구법자(보살)는, 일체 세간의 하늘인간아수라 등이 이 알 수 없는 신비한 일에 대해 마음에 품고 있는 의심스러운 생각을 알고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무슨 사연이 있어 이 보배탑이 땅으로부터 솟아났으며, 또 안에서 그와 같은 음성이 나오게 되었습니까?” 그때, 부처님께서 대요설 보살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보배탑 안에는 여래의 전신(全身)이 계신다. 아득한 과거에, 동방으로 한량없는 천만억 아승기 세계를 지나, 보석에 의해 청정한 국토인 보정(寶淨)이라 이름하는 나라가 있었으며, 그 나라에 많은 보배를 가진 다보(多寶)라는 부처님이 계셨는데, 그 부처님께서 아직 보살로서 수행하고 계실 적에 큰 서원을 세우기를, ‘내가 만일 부처님이 되고 나서 멸도한 후에, 시(十)방세계의 어떠한 곳에서도 법화경이 설하여지면, 나의 탑은 이 법화경을 듣기 위하여 그 앞에 솟아나 그 가르침이 진실함을 증명하고 훌륭하다고 찬양하리라’ 하셨는데, 그 부처님께서 완전한 깨달음을 이루고 나서 멸도할 때에 이르러, 하늘인간의 대중 가운데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멸도한 후 진리의 완전한 모습인 나의 전신을 공양하겠다고 생각한다면, 하나의 큰 탑을 세우라’고 하셨던 것인데 그 부처님께서는 신통한 원력을 가지고 시방세계의 어떠한 곳일지라도, 그 곳에서 법화경이 설해진다면 그 앞에서 보배탑이 솟아나게 하고 전신이 그 탑 안에 계시면서, 아! 훌륭하도다 하고 찬양하는 것이다. 대요설이여, 이러한 연고로 지금도 다보 여래의 탑이 법화경의 설법을 듣기 위하여 땅으로부터 솟아올랐으며 그 안에서, 오! 훌륭하시도다 하고 칭찬하는 것이다.“ 이때, 대요설 보살은 여래께서 가지신 신통력에 의거하여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 다보 부처님의 전신을 뵙기 원하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위대한 뜻을 가진 대요설 보살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다보 부처님께서는 깊고 중대한 서원이 있으니, ‘만일 내 보배탑이 법화경을 듣기 위하여 모든 부처님 앞에 출현할 때에 부처님이 내 전신을 사(四)부대중에게 보이려고 한다면, 그 부처님의 분신으로서, 시방세계에서 설법하고 있는 부처님들을 빠짐 없이 모두 한곳에 불러모은 뒤에야 만 나의 전신을 출현시키리라’ 하였던 것이다. 대요설이여, 시방세계에서 설법하고 있는 나의 분신인 모든 부처님들을 지금 이곳에 모이게 하겠다.“ 대요설은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세존의 분신 부처님들을 뵈옵고 예배드리며 공양하고자 합니다.” 그러자, 그때 부처님께서는 눈썹 사이의 백호로부터 한 빛을 놓으시니, 곧 동방 오백만억 나유타 갠지스강의 모래 같은 수많은 국토에 계시는 여러 부처님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여러 국토는 땅이 모두 수정[玻璃]으로 되었으며, 보배 나무와 보배 옷으로 장엄되었고, 한량없는 천만억의 보살이 가득히 있었으며, 보배장막이 널리 둘러 쳐 있고 그 위에는 보배 그물을 덮었습니다. 각가 그 국토의 부처님들께서는 아름답고 거룩한 목소리로 여러 가지의 가르침을 설하시고 계십니다. 또 한량없는 천만억의 보살이 국토마다 가득하여 중생을 위해 가르침을 설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남서북방과 사간방[四維]과 상하 어느 곳이나, 백호상의 빛이 비치는 곳은 모두 이와 똑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때, 시방의 여러 부처님들께서는 보살들에게, “바탕이 훌륭한 남자[善男子]들이여, 내 이제 사바세계의 석가모니불 계신 곳에 가서 석가모니불과 다보여래의 보배탑에 공양하겠다.”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때, 사바세계는 곧 청정하게 변하니, 땅은 청보석으로 되고 보배 나무로 장엄되며, 팔방으로 뻗은 길은 모두 황금줄로 경계를 하였고, 모든 작은 마을이나 거리나 성읍이나, 큰 바다강산수풀이 없어지며, 큰 보배와 같은 향을 피우고 만다라 꽃을 그 땅 위에 두루 덮으며, 보배 그물과 보배 장막을 그 위에 치고, 여러 가지 보배 방울을 달아 놓았으며, 다만 이 설법의 자리에 모인 사람들만을 남기고, 그 밖의 여러 하늘인간들을 다른 국토로 옮겨 버렸습니다. 이때, 여러 부처님들께서는 각각 한 사람의 큰 보살을 시자(侍者)로 거느리고 사바세계에 오셔서 보배 나무 아래 앉으시니, 그 보배 나무들의 높이는 오백 유순이나 되고, 나무 가지와 잎꽃열매가 모두 차례차례 아름답게 번성하여 갔습니다. 그 보배 나무 아래에는 모두 설법의 자리인 사자좌가 있었으며, 높이가 오 유순에 이르렀고, 또 큰 보배로 꾸미어졌습니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각각 자기 자리에 이르러 가부좌를 틀고 차례 차례로 앉으시니, 삼천대천 세계가 가득 찼지만, 석가모니불의 불신불은 아직 한쪽 방위에서도 오시지 아니하였습니다. 그때, 석가모니불께서는 자기의 분신을 맞아들이기 위하여 팔방의 이백만억 나유타 국토를 다시 청정한 국토로 변하게 하였으니, 그 국토에는 분노(지옥)탐욕(아귀)우치(축생)투쟁(아수라)등, 악한 갈래에 떨어질 사람은 모두 없어지고, 또 진리를 듣고자 하지 않는 하늘과 인간은 다른 땅으로 옮겨졌으며, 이처럼 부처님에 의하여 청정하게 변화된 나라들은 또한 땅이 청보석으로 되었고 보배 나무로 장엄되었는데 그 보배 나무의 높이가 오백 유순으로, 가지잎꽃열매가 차례로 아름답게 번성하여 갔습니다. 나무 아래에는 높이가 오 유순이 되는 보배로 된 설법의 자리가 마련되었는데 갖가지 보배로 장식되었으며, 또 큰 바다강하천과 그리고 목진린타산(目眞隣陀山)과 마하목진린타산과 철위산(鐵圍山)과 대(大)철위산과 수미산(須彌山) 등의 여러 큰 산들이 없고 온통 하나로 연결된 아름다운 불국토였습니다. 이 보배의 땅은 평탄하고 보배를 서로 교차하여 꾸민 장막이 널리 그 위에 덮였으며, 많은 번개를 달았고 큰 보배로운 향을 피우며, 여러 가지 하늘의 보배꽃이 그 땅을 두루 덮었습니다. 석가모니불께서는 그래도 아직 자기 분신의 여러 부처님들이 앉으실 자리가 모자랐기 때문에 다시 팔방으로 각각 이백만억 나유타 국토를 모두 청정한 땅으로 변하게 하였으니, 그곳에서 분노탐욕우치투쟁과 같은 악한 갈래가 없고, 또 여러 하늘과 인간을 다른 나라에 옮겨 두었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된 국토의 땅은 청보석으로 되고 보배 나무로 장엄되었으며, 이 보배 나무의 높이는 오백 유순으로, 가지잎꽃열매 순으로 차례차례 아름답게 번성해 갔습니다. 나무아래에 오백 유순에 이르는 설법의 자리가 설치되었고, 여러 가지의 보배로 장식되었습니다. 또 큰 바다강하천과 목진린타산마하목진린타산철위산대철위산수미산 등의 왕들이 없어 온통 하나로 이어진 아름다운 불국토가 되었습니다. 땅은 평탄하고, 보배 구슬을 서로 교차시켜 장식한 장막이 두루 그 위에 쳐 있고, 또 많은 번개가 세워졌으며, 큰 보배스러운 향을 피우고 여러 하늘의 보배꽃이 그 땅에 두루 깔렸습니다. 그때, 동방의 백천만억 나유타 갠지스강의 모래 같이 많은 국토에서 각각 가르침을 설하고 계시던 석가모니불의 분신인, 많은 부처님들이 이곳에 모여 왔습니다. 이렇게 하여, 차츰 시방의 여러 부처님들이 다 모여 와서 팔방에 앉으시자, 그때 하나하나의 방위에 있는 사백만억 나유타 국토에는 많은 부처님여래가 가득 찼습니다. 그런데 이 부처님들은 각기 보배 나무 아래의 사자좌에 앉아 계시면서 각자가 데리고 온 시자를 보내어 석가모니불을 방문케 하며, 각기 보배꽃을 두 손에 가득히 주어 가져가게 하고 이들에게 이르기를, “바탕이 훌륭한 남자여, 그대는 영취산에 계시는 석가모니불께 가서 내 말과 같이 전하여라. ‘세존께서는 병도 없으시고, 걱정 없으시어 기력이 안락하오시며, 아울러 보살들과 성문의 대중도 모두 안온하시나이까’ 하고 이 보배꽃을 부처님께 뿌려서 공양한 뒤에 ‘저 아무 부처님이 이 보배탑을 열어 주십사 하고 희망하나이다’ 하여라.” 또한 많은 부처님들께서도 각기 시자를 보내어 이와 같이 하였습니다. 그때, 석가모니불께서는 자기의 분신인 많은 부처님이 모두 다 모여 와서 각각 사자좌에 앉아 계시는 것을 보시고, 또 그 모든 부처님이 다 같이, “보배탑을 열어주십시오” 하고 원하는 것을 들으시사, 곧 자리에서 일어나 허공중에 오리시어 보배탑 앞에 머무시니, 일체의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의 사부대중이 일어서서 합장하고 일심으로 부처님을 우러러보았습니다. 이에 석가모니불께서는 오른 손가락으로 칠보탑의 문을 여시니, 마치 빗장을 뽑고 쇠사슬을 벗겨 큰 성의 문을 밀어젖히듯 육중한 소리가 났습니다. 그 순간 여기 모인 일체 대중들의 눈에는, 다보여래께서 보배탑 안의 사자좌에, 마치 선정에 들어 계시는 것 같이 전신이 조각조각 흩어지지 않으신 완전한 모습으로 앉아 계시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또, 그 다보여래께서, “오! 훌륭하시도다. 석가모니불께서는 시원하게 이 법화경을 설하여 주셨습니다. 저는 이 가르침을 듣기 위하여 이곳에 왔습니다.” 하고 말씀하시는 것도 들었습니다. 그때, 이 자리에 모인 사부대중들은 한량없는 천만억 겁의 오랜 과거에 멸도하신 다보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전에 없는 일이라고 감탄하여 하늘의 보배꽃을 다보불과 석가모니불의 위에 흩어 공양하였습니다. 그때, 다보불께서는 보배탑 가운데 계시다가 자리를 반으로 나누어 석가모니불께 드리면서, “석가모니불께서는 이 자리에 앉으소서.”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자 그 석가모니불께서 탑 안에 드시어, 그 반으로 나눈 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으셨습니다. 그때, 대중들은 두 분의 여래께서 칠보탑 가운데 있는 사자좌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계시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부처님들께서는 높고 먼 곳에 앉아 계시온데, 바라옵나니 여래시여, 신통력으로 저희들도 함께 허공에 있도록 하여 주옵소서’ 하니, 석가모니불께서는 이 대중들의 마음을 아시고 즉시 신통력으로 대중들을 모두 허공으로 끌어올리시고 큰 음성으로 사부대중에게 널리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들 가운데 누가 이 사바세계에서 널리 이 묘법연화경을 설하겠는가, 지금이 바로 이 가르침을 설할 때이니라. 여래는 오래지 아니하여 열반에 들것이니, 이 묘법연화경을 누군가에게 단단히 맡겨, 언제까지라도 남기고자 하노라.” 그때, 세존께서는 거듭 이 뜻을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진리의 주인이신 다보불께선 멸도하신지 오래인데 보배탑 안에 계시면서 가르침을 들으려고 오시거늘, 어찌하여 여러 사림들은 가르침을 들으려 않는 건가. 이 부처님 멸도하신 지 아승기 겁 되었건만 곳곳에 가서 법 들으시려는 것은 법화경 만나기 어렵기 때문. 그 부처님 전생의 서원, ‘내가 멸도한 후에 있어 법화경 듣기 위해 어디든지 찾아가며, 또 내 분신으로 갠지스강의 모래 같은 한량없는 많은 부처 법화경 들으러 여기 오고 아울러 멸도하신 다보여래도 뵈옵고자 하여, 각기 아름다운 국토와 그리고 제자들과 하늘인간용신들의 모든 공양 다 버리고, 이곳에 온 것은 영원토록 이 가르침 머물게 하기 위함일세. 모든 부처 앉게 하려고 신통한 힘 부리어서 무량 중생 옮기고서 국토로 하여금 청정케 하니 보배 나무 아래마다 계시는 많은 부처, 시원한 연못 위에 무수한 연꽃이 피어 있음과 같음이라. 그 보배나무 아래마다 사자의 자리 있었으니, 부처님은 그 위에 앉아 밝은 빛을 놓으심은 한밤중에 큰 횃불을 잇달아 켜는 것 같음이라. 몸에서는 묘한 향기 뿜어 시방세계에 두루 하시니, 중생들은 향기 맡고 기쁨으로 어쩔 줄 모르니 이를테면, 큰 바람 불어 작은 나무 가지 흔듦과 같이 이런 방편 가지고서 가르침 영원히 머물게 하네. 여러 대중께 이르노니, 내 멸도한 다음에 누가 이 가르침 간직하여 읽고 외우고 할 것인고. 지금 부처님 앞에 나와 스스로 서원 하여라. 그 다보불은 비록 오래 전에 멸도했지만 큰 서원 세웠기에 사자후를 하시거늘, 다보여래와 그리고 더불어 나의 몸과 여기 모인 화신불만이 이 뜻 참으로 아느니라. 많은 여러 불자들아, 누가 이 가르침 지킬 건가. 참으로 큰 서원 세우고서 오래 머물도록 하게 하라. 이것이 바로 나와 그리고 다보불을 공양함이니라. 이 다보 부처님께서 보배탑에 계시면서 시방세계 노니는 것은 이 법화경 듣기 위함이요, 또 여기 오신 여러 화신불께서 시방세계를 장엄하고 빛으로 꾸미는 것도 이런 공양하기 위함이라. 만일 이 가르침 설한다면 이것이 바로 나와 다보여래와 여러 화신불을 다함께 보는 것 같다. 소실이 훌륭한 사람들아, 이것은 매우 어려운 일, 깊이깊이 생각하여 큰 서원 세우도록 하라. 세상에는 많은 가르침 있어 갠지스강의 모래 같아, 그 수많은 가르침 다 설하여도 이보다는 어렵지 않다. 수미산을 손에 쥐고 타방의 무수한 불토에다 던져 옮겨 놓더라도 이것 역시 어렵지 않고, 만일 발가락 하나로 삼천대천 세계 움직여서 먼 타국에 던질지라도 아직 어렵다 할 수 없고, 하늘 꼭대기 올라가서 한량없는 여러 경전 중생위해 설하여도 어려울 것 없지마는, 부처님 멸도 후에 악한 세상 가운데서 이 법화경 설하는 것, 이것이 가장 어렵노라. 가령, 어떤 사람이 모든 허공 휘어잡고 자유자재로 거닐어도 어려운 일 그 아니고, 내가 멸도한 후에 있어 스스로 써서 간직하거나 다른 사람 시켜 쓰게 하면 이것이 바로 어려우며, 만일 이 큰 땅덩이를 발톱 위에 올려놓고 범천까지 오른대도 어려운 일 아니지만, 부처님 멸도 후에 악한 세상 가운데서 이 법화경 잠시 읽는 일, 이것은 어렵노라. 가령, 큰불 나서 대천세계 무너질 적에 마른 풀 등에 메고, 그 가운데 들어가고 타지 않는 것 어렵지만 내가 멸도한 후에 이 법화경 간직하고 단 한 사람 위해서도 가르침 설하는 것, 이것이 어렵노라. 팔만 사천 나의 가르침, 십 이 부경 간직하고 많은 사람들 위하기로 널리 펴 설하여서 이를 들은 여러 사람, 여섯 가지 신통 얻게 함이, 이와 같이 하는 것도 어렵다 할 것이나, 내가 멸도한 후에 이 가르침 듣고 믿어 내 뜻을 묻는 것이 더욱 더 어렵노라. 한량없고 무수한 항하사 중생에게 가르침 설하여서 여섯 가지 신통 구족하고 아라한 얻게 한, 비록 그 공덕 있다해도 이런 일 어렵지 않고, 내가 멸도한 후에 있어 이 법화경의 가르침을 우러러 받들고 굳게 간직하는 일이 보다 더 어려운 일이니라. 내 한량없는 국토에서 부처님의 깨달음 위하여서 성불한 이후 지금까지 널리 여러 가르침 설하였지만, 참으로 그 가운데서도 이 법화경이 으뜸이라. 만일 이 법화경 굳게 간직하면 곧 부처님 몸 간직하나니 훌륭한 사람들아, 내가 세상 떠난 뒤에 누가 이 법화경 믿고 간직하며 읽고 외울 손가. 지금 부처님 앞에 나와 스스로 서원 말하여라. 이 법화경 간직하기 어려우니 잠시 간직하는 이 있다면, 내 마음과 모든 부처님 다 함께 환희하리니. 이와 같은 사람은 모든 부처님께 칭찬 받으리. 이것이 바로 용맹이며 이것이 바로 정진이요, 이름하여, 지계(持戒)이며 두타를 행하는 이라 하네. 이런 사람, 위없는 깨달음 더욱 빨리 얻을지며 앞으로 오는 세상 이 법화경 믿고 간직하면 이 사람은 참된 불자, 좋은 경지에 머무르며 부처님 멸도 후에 훌륭하게 그 뜻 이해하면, 이런 사림은 하늘과 인간의 세계에서 진리의 눈 뜨게 하나니. 두려운 말세에서 잠깐만이라도 설할지면, 일체의 하늘과 인간이 모두 다 공양하리.』 제 12 장 제바달다품(提婆達多品) 그때, 부처님께서는 많은 보살과 그리고 하늘과 인간과 남녀 출가재가 수행자인 사부대중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과거 한량없는 겁 동안 완전한 진리의 가르침인 법화경을 싫증내지 아니하고 계속 구하여 왔으며, 또 많은 겁 동안 국왕으로 있었으나 만족하지 아니하고 위없는 깨달음을 구하겠다고 발원하여 마음은 조금도 물러나지 아니하였었다. 그 깨달음에 이르는 여섯 가지의 수행을 완성(육바라밀)하고자 하여, 우선 그 첫째인 보시(布施)를 부지런히 행할 적에 인색한 마음 하나 없이 국왕이 타고 다니는 코끼리와 말과 값진 일곱 가지 보배와, 살고 있던 국성(國城)과 사랑하는 처자(妻子)와 소중한 남녀의 종들과 자기의 머리눈얼굴몸손발 뿐만 아니라 목숨까지도 아끼지 아니하였던 것이다. 그 당시의 세상사람들은 수명이 한량없었는데, 나는 진리를 위하여 국왕의 자리를 버리고 정사는 태자에게 맡긴 뒤에 북을 치며 온 나라에 포고하기를, ‘누가 나를 위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제도하는 대승의 가르침을 설하여 주겠는가. 만일 그런 사람이 있으면, 나는 그의 몸종이 되어 평생토록 받들어 모시겠다’ 고 하였더니, 바로 그때에 한 선인(仙人)이 왕에게 찾아와서, ‘저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제도하는 대승의 가르침을 알고 있는데, 그 이름을 <묘법연화경>이라 합니다. 만일 대왕께서 그 약속을 어기지 않으신다면 그 가르침을 설하여 드리겠습니다’ 고 말하였다. 선인의 말을 들은 왕은 춤출 듯이 크게 기뻐하며 약속한 대로 곧 그를 따라 몸종이 되었었다. 그리하여 과일도 따고 물도 긷고 땔나무도 해오며 밥을 짓고, 때로는 몸으로 그의 앉는 자리가 되기도 하였으나, 가르침을 배우는 기쁨 때문에 몸과 마음이 권태롭지 아니하였노라. 이렇게 받들어 모시기 천년 동안 계속하였지만, 법을 구하는 마음이 간절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부지런히 시중들어 모자람이 없게 하였던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지난 과거 생각하니, 큰 가르침 얻으려고 비록 세상의 국왕 되었지만, 다섯 가지 애욕을 탐하지 않고 종을 치며 사방에 고하기를, ‘큰 가르침 아는 이 그 뉘인고. 나를 위해 해설해 주면 이 몸 그의 몸종 되리.’ 그때에 아사(阿私)라는 선인, 대왕께 와서 하는 말이, ‘세상에 다시없는 거룩한 가르침 아는 이 나 뿐이라. 훌륭히 수행하겠다면 그대 위해 설해 주리’. 이 말들은 임금님은 마음 크게 기뻐하여 곧바로 몸종 되어 선인 받들고 섬겼으니, 땔감 장만하고 나무 열매풀 열매 따서 때맞추어 공경할 새, 뛰어난 가르침 듣는 기쁨에 몸과 마음 가벼워라. 부지런히 큰 가르침 구함은 많은 중생 위함이요, 오관의 기쁨이나 자기 몸 위함이 아니럴세. 큰 나라의 왕이면서 부지런히 큰 가르침 구하여 마침내 성불하니, 이러한 사연을 지금 그대들 위해 설하노라.』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때의 왕이란 바로 지금의 내 몸이요, 그때의 선인이란 지금의 부처님 사촌으로, 처음에는 교단에 들어와 수행하다가 후에 반역한 조달(調達)이라고도 하는 제바달다(提婆達多)이다. 부처님의 연[佛緣]을 맺게 해준 제바달다로 말미암아 나는 보살로서 갖추어야 할 여섯 가지의 덕을 완성(육바라밀)하고 한량없는 중생을 사랑[慈]하여 그들의 괴로움을 없애주고[悲] 기쁨을 함께하며[喜] 일체의 은혜와 원수를 미련 없이 다 버리는 마음[捨]을 갖추었으며, 서른 두 가지의 길한 모습[三十二相]과 여든 가지의 복된 모양[八十種好]을 얻었고, 몸은 보라 빛을 띤 황금색으로 빛나며[紫磨金色], 세상의 모든 사물을 바르게 꿰뚫어보는 열 가지 지혜의 힘[十力]과, 두려워하지 않고 가르침을 설하는 네가지의 용기[四無所畏]와 중생을 따뜻하게 거두어서 교화하는 (1) 보시(布施) (2)애어(愛語) (3)이행(利行) (4)동사(同事)의 네가지 덕행[四攝法]과 부처님만이 가지고 계시는 열 여덟 가지의 특질[十八不共法]과 자유자재한 신통력[神通力]과 시방세계의 모든 인간을 구제하는 힘[道力]을 모두 갖추고, 완전한 깨달음을 이루어서 널리 중생을 제도할 수 있는 것도 모두 제바달다라고 하는 불연(佛緣)을 맺어준 좋은 벗[善知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러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의 사부대중에게 말하겠는데, 제바달다는 이 세상을 떠난 후 한량없는 겁을 지나서 기필코 부처님의 깨달음을 성취할 것이니, 그 이름은 하늘의 왕이라는, 천왕(天王)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 이라 하며 그 세계의 이름은 하늘의 계단이라는, 천도(天道)라고 할 것이다. 천왕불께서는 이십 중겁(中劫) 동안 세상에 계시면서 널리 중생을 위하여 뛰어난 가르침을 설하게 될 것이며, 그 가르침에 의하여 갠지스강의 모래 같이 수많은 중생들이 모든 미혹을 여읜 경지에 도달할 수 있고(阿羅漢果], 한량없는 중생이 혼자 스스로 사색과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겠다는[緣覺] 결심을 일으켰으며, 갠지스강의 모래 같이 많은 중생이 최고의 깨달음[無上道]을 구하려는 뜻을 세워서, 모든 사물이 본래 공(空)이므로 생(生)하고 멸하는 것이 없다는 진리[無生法忍]를 얻어, 다시는 미혹한 몸으로 되돌아가지 않는[不退轉] 경지에 머물 것이다. 그리고 이 천왕불께서 세상을 떠나신[船涅槃] 후에도 그 가르침은 이십 중겁동안 바르게[正法] 남을 것이며 전신(全身)의 유골[舍利]을 모시기 위하여 칠보탑을 세우니, 높이가 육십 유순이요, 세로와 가로가 사십 유순일 것이다. 여러 하늘과 사림들은 도두 다 갖가지의 꽃과, 가루 향[抹香]피우는 향[燒香]바르는 향[塗香]의복목걸이[瓔珞]깃발[幢幡]보배로 된 해가리개[寶蓋]을 바치고, 재주부르는 음악을 연주하며[伎樂] 노래부르고 시를 읊으며[頌] 아름답고 거룩한 칠보탑을 예배하고 공양하니, 한량없는 중생이 모든 번뇌를 여읜 아라한의 경지를 얻고, 무수한 중생이 혼자 스스로 수행하여 해탈의 깨달음인 벽지불(辟支佛)의 경지에 도달할 것이며, 생각지 못할 만큼의 많은 중생이 최고의 깨달음을 구하려는 뜻을 세웠고, 끝까지 수행을 관철하여 뒤로 되돌아가지 않는 마음의 경계에 도달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남자 출가 수행자인 비구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앞으로 오는 세상에 만일 훌륭한 신앙심을 가진 남자와 여인이 있어 묘법연화경의 이 제바달다품을 듣고 티없이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믿고 공경하여 의심치 않고 당혹하지 않는 사람은, 지옥아귀축생의 악한 갈래에 떨어지지 아니하고, 시방의 부처님 앞에 태어날 것이며 그 태어나는 곳에서 항상 이 가르침을 들을 것이다. 만일 사망이나 하늘[神]로 태어나면 매우 높고 거룩한 정신적인 즐거움이 가득 찬 생활을 할 것이며, 만일 부처님 앞에 태어날 때에는 부모의 몸을 의탁치 아니하고도 완전한 신체를 갖추어, 홀연히 연꽃에서 보살로 태어날 것이다.” 그런데 이때, 앞서 땅 아래쪽에서 솟아 나온 보배탑 속의 다보세존을 따라온, 진여의 이치와 이것을 이해하는 지혜가 산처럼 높이 쌓인, 지적(智積)이라고 이름하는 보살이 다보불께 여쭈었습니다. “지금부터 본토에 돌아갈까 합니다.” 그러자 석가모니불께서 지적보살에게 말씀하시기를, “훌륭한 남자여, 잠깐만 기다려 다오. 여기에 문수사리(文殊師利)라고 이름하는 한 보살이 있으니, 서로 만나보고 불성평등(佛性平等)이라는 최고의 진리에 관하여 여러 가지의 이야기를 나누고 나서 본토에 돌아가도록 하여라.” 그때, 문수사리가 큰 수레바퀴 같은 일천 잎의 연꽃 위에 앉고, 함께 오는 보살들도 역시 보배처럼 아름다운 연꽃 위에 앉아 큰 바다의 한가운데 있는 사가라(娑竭羅) 용궁에서 저절로 솟아올라 허공 속에 머물더니 영취산에 다다르자, 연꽃에서 내려와 부처님 앞에 이르러 머리 숙여 석가모니불과 다보여래의 두 분 세존에게 경례하고 난 후, 지적 보살이 있는 곳에 가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한쪽으로 물러가 앉았습니다. 그러자 지적보살이 문수사리에게 묻습니다. “어진 이여, 용궁에 가셔서 교화하신 그 중생의 수가 얼마만큼 됩니까” 하니 문수사리가 말하기를, “그 수가 한량없이 헤아릴 수 없으며 입으로도 말할 수 없거니와, 마음속으로 계산하여 볼 수도 없으나 잠깐 기다려 주시면 이제 그 증거가 자연히 나타날 것입니다.” 문수사리의 이 말이 아직 끝나기도 전에 무수한 보살이 보배 연꽃 위에 앉아 바다 속에서 솟아 나와 영취산에 다다라서 허공 속에 머무니, 이 여러 보살들은 모두 이 문수사리에 의해 교화된 사람들로서, 보살로서의 행을 갖추고 다함께 육바라밀에 대한 여러 가지의 이야기를 서로 나누었으며, 또 본래 성문이던 보살들은 성문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하였으나, 지금은 모두 대승의 육바라밀을 수행하며 모든 것은 공이라 하는 진리를 터득한 사람들입니다. 문수사리가 지적보살에게, “내가 바다에서 교화한 결과가 이와 같습니다” 하고 말하였습니다. 그때, 지적보살이 시송으로 찬양하였습니다. 『큰 지혜와 덕 갖추시고 참된 용기 굳은 의지로서 무량 중생 교화하심, 지금 여기 모인 사람들과 더불어 내 모두 보았나니, 모든 현상의 참 모습을 자세히 설명하여 많은 중생 인도하고, 속히 깨달음 이루게 할 진실을 열어 밝힌 그 가르침은 무엇인고.』 그러자 문수사리가 말하였습니다. “나는 바다 한가운데서 오직 <묘법연화경>만을 설하여 왔습니다.” 지적보살이 또 문수사리에게 물었습니다. “이 묘법연화경은 매우 깊고도 뛰어나게 거룩하여 모든 경전 중의 보배로서 세상에서 만나기 어려운 가르침인데, 과연 어떤 중생이 부지런히 이 가르침대로 수행하여 속히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문수사리가 대답하였습니다. “네, 있습니다. 사라가 용왕의 딸은 나이가 겨우 여덟 살이나, 지혜가 있고 영리하여 중생이 몸과 입과 뜻에 의해 짓는 행위[業]를 잘 알아 빈틈이 없고, 가르침을 잘 기억하여 선(善)은 굳게 간직하고 악(惡)은 눌러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능력인 다라니를 얻었으니, 모든 부처님께서 설하신 가르침의 깊은 뜻을 완전히 이해하고 굳게 믿어 간직하여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현상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명상도 한순간에 깊이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 용왕의 딸은 최고의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을 세워 물러서지 않는 경지를 얻었으며, 법을 설함에 있어 자유자재한 웅변력을 얻고 중생을 사랑하는 마음은 마치 자기가 낳은 갓난애를 대하듯이 변함없는 애정을 쏟는 것이었습니다. 이렇듯 공덕을 구족하니,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입으로 말하는 것은 모두가 더없이 높고 거룩하며 넓고 크며 자비스럽고 공손하며, 그 마음씨는 온화하고 우아하여, 위없는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지적 보살이 다시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내가 석가여래를 뵈옵건대, 한량없는 겁 동안 어렵고 괴로운 수행을 하시면서 많은 공덕을 쌓았으며, 항상 보살의 길을 구하여 수행하시되, 잠시도 쉬는 일이 없었으니, 넓은 삼천대천 세계를 둘러보아도 전생의 석가모니께서 보살로 계실 적에 이 보살이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목숨을 바치지 아니하였던 땅이 겨자씨만큼도 없는 바이며, 석가모니께서도 이렇게 하신 뒤에야 겨우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었거늘, 더욱이 이 작은 여자아이가 잠깐동안에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은 잘 믿어지지 않습니다.” 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왕녀(王女)가 홀연히 부처님 앞에 나타나 머리 숙여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있더니 시송으로 찬양하고 감탄하였습니다. 『깊이 죄와 복을 통달한 지혜의 광명으로 시방세계 두루 비추시는 높고 거룩한 청정법신, 삼십 이 상 구족하고, 팔십 가지 복된 모습으로 법신을 장엄하니, 하늘과 인간 우러러보고 용과 신들 공경하며 일체 중생의 무리 중에 받들지 않는 이 하나 없네. 설법 듣고 깨달음 이루는 일, 부처님만 아시리라. 내 또한 대승의 길 밝히어서 고뇌 중생 제도하리.』 그때, 사리불이 용녀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대는 오래지 않아 위없이 높은 깨달음 얻겠다고 말하지만 그런 일은 믿을 수 없다. 왜냐하면, 여자의 몸은 때 묻고 더러워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 위없는 높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가? 부처님의 깨달음에 도달하는 길은 아득히 멀기 때문에 한량없는 겁 동안 부지런히 고행을 쌓고, 육바라밀을 완전히 수행한 뒤에 겨우 성취하는 것이요, 더욱이 여자의 몸은 다섯 가지의 장애[五障]가 있으니, 그 첫째는 범천왕이 될 수 없는 것이요, 둘째는 제석(帝釋)이며, 셋째는 마왕이요, 넷째는 전륜성왕이요, 다섯째는 부처님의 몸[佛身]인데, 어떻게 여자의 몸으로 속히 성불할 수 있다고 하는가.“ 그때, 용녀에게 한 보배 구슬이 있으니, 그 값은 삼천대천 세계와 같았습니다. 그것을 부처님께 바치니, 부처님께서 곧 받으셨습니다. 그러자, 용녀가 지적보살과 사리불 존자에게 말하였습니다. “제가 지금 보배구슬을 세존께 바치니 곧 받으셨거늘, 이 일이 빠르지 않습니까?” 그들이 대답하기를, “매우 빨랐다.” 용녀가 다시 말하였습니다. “저의 성불은 그보다 더 빠릅니다. 그대들의 신통력으로써 저의 성불하는 것을 보십시오.” 그때, 여기 모인 대중이 모두 용녀를 보니 홀연지간에 남자의 몸으로 변하여 보살의 행을 완성한 거룩한 모습이 되어, 남방의 더러움이 없는 무구(無垢)세계에 가서, 아름다운 보배 연꽃 위에 앉아 완전한 깨달음을 성취하니, 삼십 이의 길상과 팔십 가지의 복된 모습을 나타내시고, 널리 시방세계의 일체중생을 위하여서 법화경의 가르침을 설하고 계셨습니다. 그때, 사바세계의 보살성문하늘용, 귀신의 여덟 무리와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들은 그 용녀가 성불하여, 그곳에 모인 사람들과 하늘에게 가르침을 설하는 것을 보고 마음에 크게 환희하여 모두 멀리 경례하였습니다. 또 한량없는 중생은 가르침을 듣고 이해하고, 이 위없이 높은 깨달음을 구하여서 물러서지 않는 의지를 가졌으며, 또 어떤 한량없는 중생은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는 증명을 받으니, 무구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사바세계의 삼천 중생은 물러서지 않는 경지에 머물렀으며, 삼천 중생은 부처님의 깨달음을 구하겠다는 마음을 일으켜서 증명을 받았습니다. 지적 보살과 사리불, 그리고 이곳에 모인 일체 대중은 아무 말 없이 이 거룩한 사실을 마음속 깊이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제 13 장 권지품(勸持品) 그때, 위대한 구법자인 약왕보살과 대요설보살은 그들이 거느리는 이만의 보살과 더불어 부처님 앞에 나와 이렇게 맹세하였습니다. “원하옵나니 세존이시여, 부디 염려하지 마옵소서. 저희들은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후에도 이 법화경전을 기필코 굳게 간직하여 읽고 외우며 설하겠나이다. 뒤에 악한 세상의 중생들은, 탐냄이 없고 성냄이 없으며 어리석음이 없는 선근이 점점 줄어들고, 아는 체 하는 증상만(增上慢)의 사람들만 늘어나며, 이익과 세간의 칭찬만을 탐내고 남을 원망하고 미워하며 시기하는 불선근의 마음이 많아져, 번뇌를 말끔히 없앤 맑은 심경인 해탈을 얻고자 하는 마음은 멀리 떠나버려, 교화하기 어려울지라도 저희들은 인욕의 힘을 크게 일으켜서, 이 가르침을 읽고 외우며 굳게 간직하고 설하며 쓰고 베껴서, 가지가지로 공양하여 목숨도 아끼지 아니하겠나이다.“ 그때, 여기 모인 대중 가운데 앞서 성불의 증명을 받은 오백의 아라한들이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역시 다른 국토에 가서 널리 이 가르침을 설할 것을 자진하여 맹세하나이다.” 또 계속하여 앞서 성불의 증명을 받은 팔천의, 배우고 있는 이와 다 배운 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이렇게 서원을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역시 다른 국토에 가서 널리 이 가르침을 설하겠나이다. 왜냐하면 이 사바 국토의 사람들은 나쁜 습관이 많아 교만한 마음을 품고 덕에 의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이 극히 적고, 성내기 잘하며 정신이 흐려서 삿된 견해에 빠지기 쉽고 아첨하고 발림말을 잘하여 정직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때, 부처님의 이모인 마하바사파제(摩訶婆闍波提) 비구니는, 아직 배우는 이와 다 배운 이 육천 인과 더불어 자리에서 일어나 일심으로 합장하고 부처님의 거룩한 얼굴을 우러러보며 눈도 깜박이지 않았습니다. 이때, 세존께서 마하바사파제 교담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어찌하여 근심스런 얼굴로 여래를 보십니까. 당신은 내가 당신을 뚜렷이 지명하여, 위없이 높은 깨달음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증명(기별)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고오타마 집안의 여자인 교담미여, 앞서 나는 일체의 성문들에게 모두 기별(증명)을 준다고 말하지 아니하였습니까. 그러나 이제 당신이 성불의 예언 받기를 원한다면 알려 주겠으니, 당신은 장차 오는 세상에서 육만 팔천억의 여러 부처님들 아래서 그 가르침을 설하는 큰 법사[大法師]가 될 것이며, 아울러 아직 배우는 이와 다 배운 육천의 비구니들도 함께 법사가 될 것입니다. 당신은 이와 같이 점점 보살의 수행을 쌓아 가서 이를 완성하여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을 것이니, 그 이름은 일체 중생의 눈에 기쁨을 준다는, 일체중생희견(一切衆生喜見)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라 할 것입니다. 교담미여, 이 일체중생희견불, 그리고 육천의 보살들은 서로 차례차례 이어가며 수기하여 각기 위없이 높은 깨달음을 얻을 것입니다.“ 그때 나후라의 어머니 야수다라(耶輸陀羅) 비구니는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세존께서는 예언을 하시면서 내 이름만 말씀하시지 아니하시는구나.’ 부처님께서는 그것을 바로 살피시어, 야수다라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는 오직 세상에 있어서 백천만억의 많은 부처님 아래서 가르침을 받고 보살의 행을 닦아 큰 법사가 돼, 점차로 부처님의 깨달음을 완성하여 축복받는 땅인 선국(善國)에서 성불할 것이니, 이름은 수많은 반짝이는 깃발을 가진 이라는, 구족천만광상(具足千萬光相)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라 하며 그 부처님의 수명은 한량없는 아승기 겁이리라.” 그때, 마하바사파제 비구니와 야수다라 비구니와 아울러 그 권속들이 모두 크게 환희하며, 전에 없는 감격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즉시 부처님 앞에 나아가 시송으로 찬탄하였습니다. 『세존께서는 일체 중생의 스승이시라, 하늘과 사람들을 안온케 하시네. 저희들, 예언의 말씀 듣고 모든 소원 성취되어 마음 평안 얻었도다.』 여러 비구니들은 이 시송을 다 설해 마치자,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역시 타국에 가서 이 가르침을 널리 설하겠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팔십만억 나유타의 많은 위대한 뜻을 가진 보살들을 굽어보시니, 그 보살들은 불퇴전의 경지인 아비발치에 머물러, 조금도 쉬거나 물러서지 않고 가르침을 설해 넓히며, 여러 가지의 선한 것을 간직하고 악은 눌러서 일어나지 않게 하는 능력인, 다라니를 얻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 나아가 일심으로 합장하고 이런 생각을 하였으니, ‘만일 세존께서 이 가르침을 굳게 간직하고 설할 것을 분부하신다면, 우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이 법을 널리 설하리라’ 하며 다시, ‘지금 부처님께서 묵연히 계시면서 분부가 없으시니, 우리들은 과연 어찌해야 좋을까’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이때, 여러 보살들은 부처님의 뜻에 경건하게 따르고, 아울러 스스로 자기 본래의 서원을 만족하려고 부처님 앞에 나와, 사자가 울부짖는 것 같은 우렁찬 목소리로 서원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여래께서 멸도하신 후에는 시방세계를 두루 돌며 몇 번이고 오가면서, 중생으로 하여금 이 법화경을 쓰고 베끼게 하며 믿고 간직하도록 하여, 읽고 외우게 하며 그 뜻을 자세히 알기 쉽게 설하게 하고, 가르침 그대로 수행케 하며 그리고 바르게 기억시키겠나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저희들의 힘이 미치는 바가 아니며, 오직 부처님의 위덕에 의해서만이 할 수 있는 일이옵니다. 오직 원하옵나니, 세존께서는 다른 국토에 계실지라도 멀리서 보시고 저희들을 지켜주옵소서.” 바로 이때, 여러 보살들이 소리를 합하여 함께 시송으로 여쭈었습니다. 『염려치 마옵소서, 세존이시여. 부처님 멸도 후에 무서운 악세 중에 저희들은 널리 가르침 설하리라. 여러 가지 무지한 사람, 욕하고 빈정대며 칼막대기 휘둘러도 저희들은 가만히 참으오리다. 악한 세상의 비구는 삿된 지혜 마음 굽어 아첨하며 못 얻고도 얻은 체 하며 아만심만 가득하며, 고요한 데 있으면서 누더기 옷 걸쳐 입고 속세를 떠났다고, 참된 길 행한다고 세상사람 아래로 보며 재물권세 탐착하여 속인 위해 설법하고, 세상에 공경 받음이 신통 얻은 아라한 같아 이런 사람 시커먼 마음, 세상일만 생각하고 아란야란 이름 빌어 남의 허물 끌어내되, 이런 말을 하느니라 ‘이 여러 비구들은 이익만을 탐내고 집착하여 외도의 이야기 설하며, 스스로 이 경전 만들어 세상사람 현혹하여, 명예를 얻기 위해 이 경 나누어서 설한다’ 고. 항상 대중 가운데 있으면서 우리를 비방하려고 하기 때문에 국왕과 여러 대신, 바라문과 거사들과 다른 비구 대중들께 비방하고 내 흠 말이여, ‘저들은 삿된 사상 가진 이라 외도의 가르침 논의한다’ 고 하나, 저희들은 부처님을 공경하니 이런 악 다 참으며, 그들이 빈정대며, ‘너희들 모두 부처님이다’ 하는 이와 같은 깔보는 말도 모두 참고 받으오리다. 시절이 오래어서 흐려서 악한 세상, 무서움 많이 있어 악한 귀신 몸에 들어 우리를 욕하고 비방해도, 부처님 믿는 우리, 인욕의 갑옷 입고, 법화경 설하기 위해 이 어려움 다 참으며, 목숨도 아끼지 않고 위없는 깨달음 구하여서, 앞으로 오는 세상 부처님 분부대로 지키고 간직하리니, 세존께선 아시리라. 흐린 세상 악한 비구, 부처님의 방편이란 근기 따라 설하는 줄 몰라 욕하고 빈축하며 자주 우리를 내몰아서, 절과 탑에서 멀게 하는 이러한 사나운 일도 부처님 분부 생각하고 모두 다 참으리라. 어떤 마을, 어떤 도시, 법 구하는 이 있으면 우리 모두 찾아가서 부촉하신 법 설하리라. 우리들은 세존이 보낸 사람, 어디 가나 두려움 없어 훌륭한 설법 하오리니, 부처님께선 안심하소서. 시방에서 오신 여러 부처님과 세존 님 앞에 나아가 이와 같이 맹세하오니, 저희 마음 아옵소서.』 제 14장 안락행품(安樂行品) 그때, 가르침의 아들인 문수사리 보살 마하살이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여러 구법자들은 참으로 보기 어려운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부처님을 존경하고 순종하기 때문에 큰 서원을 세우기를,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의 험악한 세상[後惡世]에서, 이 법화경을 수호하며 읽고 외워서 배우고, 남에게 전하여 주겠습니다.’ 고 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큰 뜻을 세운 초심의 구법자들이 뒤의 험악한 세상에서 법화경을 설할 때에 어떻게 하여야 되겠나이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대답하셨습니다. “만일, 이 큰 뜻을 가진 구법자가 뒤의 험악한 세상에서 이 법화경을 설하려면, 기필코 다음 네 가지의 수행방법을 익혀서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하느니라. 첫째, 구법자로서의 행동과 교제하는 대상, 또는 범위를 배워 익혀서 자기 것으로 만든 다음에 비로소 중생을 위하여 널리 설하여야 한다. 문수사리여, 무엇이 큰 뜻을 세운 구법자로서의 행동인가 하면, 항상 어떠한 모욕과 박해에도 성내지 않고 참고 견디며, 온순하고 고운 마음씨로 고집을 버리고 바른 이치에 따라야 하며, 침착성 있게 행동하되 놀라거나 당황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또 모든 사물은 본래 공(空 = 수냐)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임을 관찰하되, 이것에 집착하고 분별하여 사물이 있다고 생각하지 말며, 그렇지만 모든 사물은 꼭 생겨나야 하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므로 그 개별적인 특징도 인정하여야 하는 것이니, 있다없다 하는 그 어느 것에도 집착해서 행동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것이 큰 뜻을 세운 구법자로서의 행동이라고 하느니라. 그러면 어떠한 것이 큰 뜻을 세운 구법자들의 교제하는 대상이며 범위인가 하면, 우선 높은 지위나 권세가 있는 국왕왕자대신관청의 장을 가까이 해서는 아니 된다. 또 여러 가지의 이교도[外道]와 바라문교의 수행자와 자이나교를 믿는 니건자[尼健者]와 세속적인 문필가나 시와 노래를 짓는 사람과 타종교의 글을 쓰는 사람과 유물론적 쾌락주의자인 로가야타[路伽耶陀]와 무당이나 점장이 등, 주문(呪文)의 신봉자인 역로가야타(逆路伽耶陀)의 사람들과도 가까이 해서는 아니 된다. 또한, 투기꾼이나 사기꾼과 주먹을 서로 휘두르는 경기씨름 및 힘 자랑 등과 광대마술사처럼 여러 가지로 모습을 바꾸는 직업을 가진 사람과도 가까이 해서는 아니 된다. 그리고 막되어먹은 인간인 전다라(旃陀羅)와 돼지양닭개를 기르는 사람이나, 사냥꾼이나 고기잡이하는 등, 자기의 생활을 위하여 악업을 쌓지 않을 수 없는 사람들과도 가까이 해서는 아니 된다. 그러나 혹시 이와 같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법을 듣고자 하면 친절하게 설하여 주어라. 그렇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오직 큰 자비심만 가지고 설하여야 하며, 마음에 어떤 이익을 바라고 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또 오직 자기만 구제 받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구하고 있는, 성문의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들과도 가까이 해서는 아니 되며, 또 이들에게 가르침에 대해 질문하지도 말아야 하며, 또 승방이나 경행하는 장소나 강단 안에서도 그들과 대등한 교제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러나 만일 가르침을 들으려고 찾아오는 때에는, 상대방과 경우에 따라 가르침을 설하여 주되, 마음에 어떤 이익을 바라고 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문수사리여, 또 큰 뜻을 세운 구법자는 남녀간의 관계에 특히 주의하여야 하는 바, 여인에게 가르침을 설할 때에 있어 그 여인으로 하여금 음욕을 품도록 하는 태도를 취하여서는 아니 되며, 또 여인과 자주 만나기를 원하는 마음도 삼가야 한다. 만일 남의 집에 들어갔을 경우에도, 소녀와 처녀 그리고 과부와 지껄이는 것은 옳지 않으며, 또한 (1)태어날 때부터 불능인 자 (2)반 달만 불능인 자 (3)양근이 서로 투기하여 불능한 자 (4)정 불능 또는 변 불능인 자 (5)독충에게 물렸거나 잘려서 불능인 자 등, 다섯 가지 불완전한 남자[五種不男]와도 가까이 지내는 것도 피해야 한다. 그리고 혼자서 남의 집에 들어가지 말라. 만일 부득이한 경우에는 들어갈 대부터 나올 때까지 오직 부처님과 함께 있다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만일 여인에게 가르침을 설할 기회가 있을지라도, 이빨이 보이도록 웃어서는 아니 되며, 가슴이 드러나 보이는 옷차림을 하여서도 아니 된다. 비록 가르침을 설하기 위한 경우일지라도, 너무 허물없이 친해진다는 것은 옳지 않을진대, 하물며 그 밖의 다른 일이야 더욱 그러하다 할 것이다. 나이 어린 제자나 아직 득도하지 못한 사미[沙彌]나, 예쁜 아이를 신변에 가까이 두는 것은 좋지 못하며, 그런 아이들과 한 스승 아래서 함께 배우려고 하는 마음을 가져서는 아니 된다. 항상 좌선하기를 좋아하여 조용한 곳에서 정신을 통일하는 데에 마음을 두어야 한다. 문수사리여, 이것이 큰 뜻을 세운 초심의 구법자가 지켜야 할 구법자로서의 교제하는 대상, 또는 그 범위이니라. 또, 큰 뜻을 세운 구법자들이여, 이 세상의 일체의 현상에 대해 그 진실한 모습을 꿰뚫어볼 때에, 그 모든 것은 오직 하나의 공(空)에 의해서 이루어져 있음을 깨달을 수 있느니라. 그것이 일체의 현상에 있어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니라. 즉, 인간의 착각에 바탕을 두고 거꾸로 보지 않는 진실한 모습이니라. 우리들의 눈으로 보는 현상의 세계에서는, 사물이 움직이고 있다든가, 쇠퇴해 가며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의 세계에 있어서의 그와 같은 변동은 일체 없고 마치 진공과 같아 고전적인 실재성이 없는 것이니라. 이 실상은 말로써 설명되거나 표현될 수 없는 것이며, 그것은 어떤 것으로부터 생한 것도 아니고 어디로부터 나온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없는 곳에서 불쑥 솟아난 것도 아니니라. 그러므로 그 자체는 이름도 없고 그 자체의 모습도 없으며, 실재이기는 하지만 고정된 실재성을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이니라. 그리고 이 실상은 한량이 없어 헤아릴 수가 없으며 어디까지는 있고, 그밖에는 없다 하는 것처럼 끝이 있는 존재가 아니고, 어떤 것에 의해 가로막히는 일이나 방해받는다고 하는 부자유성이 전혀 없으며, 이 우주에 두루 가득하게 있는 것이니라. 그렇다면 현실에 있어 우리들의 주위에 있는 사물을 어찌 생각하여야 할 것인가 하면, 첫째로 어떤 원인이 어떤 조건을 만나서 생긴 일시적인 현상임을 깨닫는 것이요, 둘째로 그것은 인류의 오랜 역사 동안에 걸쳐 만들어진 착각의 습성에 의해, 실상을 휘어 꺾어서 보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나는, ‘항상 자진하여 그 사물 속에 있는 실상을 보아라’ 하고 설하는 것이다. 이것은 큰 뜻을 세운 구법자의 두 번째의 교제하는 대상과 범위이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그 뜻을 거듭 펴시고자 하여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어떤 구법자가 뒤의 험악한 세상에서 두려움 없는 마음으로 이 법화경 설하려면, 보살로서의 행동과 교제 범위를 알아야 한다. 권세 있는 국왕이나 국왕의 아들이며, 대신과 관청의 장, 흉한 놀음하는 이와 전다라와 이교도와 그리고 바라문의 수행자들을 멀리하고, 또한 깨닫지 않고서도 깨달은 체하는 사람들과 소승의 삼장에 탐착하는 학자들과 파계한 비구니들과 이름뿐인 아라한들, 잘 웃으며 희롱하는 그 모든 비구니를 가까이 하지 말 것이며, 깊이 오욕에 탐착하여 제 몸 열반 구하려는 이러한 우바이도 모두 친근치 말 것이니, 이런 사람일지라도 아름다운 마음으로 찾아와서 구법자한테 이르러서 부처님의 길 묻거들랑, 구법자는 반드시 거리낌 없는 마음으로 바라는 이익 품지 않고 그들 위해 설법하라. 과부와 처녀들과, 사내 아닌 여러 남자, 모두 다 친근 말고 정도 주지 말 것이며 도살하는 칼잡이와 사냥꾼과 어부들로서, 이익 위해 죽이는 이들 친근치 말 것이며, 살코기 팔아 먹고 살며, 여색 팔아 살아가는 이와 같은 사람들도 모두 다 친근 말며 위험한 힘 자랑이나 가지가지 놀음 등에 종사하는 사람이며, 음탕한 여자들과도 모두 친근치 말 것이며 남이 볼 수 없는 곳에서 홀로 여인 위해 설법 말고, 만일 피치 못할 경우, 웃고 농담 말 것이며 마을에서 탁발할 때는 비구 하나 데려가고, 만일 비구 없으면 일심으로 부처님 생각하라. 이것을 이름으로 구법자로서의 행동이며 교제 범위라 하노니, 이 두 가지 마음가짐으로 안락하게 설하여라. 또 성문연각보살의 가르침과 세간의 법, 출세간의 법, 모든 현상 있다없다 사로잡히지 말 것이며, 이건 남자 저건 여자 분별치 말 것이며 모든 현상, 깨닫고알고본 것인 체 하지 말며, 일체의 현상은 본래 공이라서 고정된 실체 아니므로 변치 않는 것 없거니와 또한 일어남도 멸함도 없나니, 지혜 있는 사람들은 이런 깨달음 가져야 한다. 사람들은 착각하여 여러 사물 있다없다, 실재이다비실재이다, 생한다생하지 않는다 분별하지만,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그 마음 잘 다스리어 수미산처럼 흔들림 없이 편안하게 머무르며 모든 사물 꿰뚫어보면, 실재하는 것 하나 없고 마치 허공 같아 고정된 것 없으며, 생하는 것 아니며 나온 것도 아니며, 변하거나 쇠퇴하는 것도 아니며 항상 존재하는 하나의 모습이니, 이것이 교제 범위이다. 만일 어떤 비구 내가 멸도한 뒤에 있어, 행동과 교제 범위 지키는 이 있다면, 이 법화경 설할 적에 비겁하게 약한 마음 하나 없으리라. 구법자는 어느 때든지 고요한 집에 들어가서 바른 기억 불러 일으켜 참 뜻을 명상하고, 명상에서 일어나면 여러 국왕과 왕자들과 신하들과 국민이며, 바라문들 위하여서, 참 뜻을 알기 쉽게 이 가르침 설한다면, 그 마음 편안하여 망설이지 않으리라. 문수사리여, 이것이 구법자로서의 지녀야 할 첫 번째의 마음가짐이니, 뒤의 세상에서 이 마음 가지고서 법화경 설하여라.』 “또 문수사리여, 여래가 멸도한 뒤의 바른 가르침이 쇠퇴하는 말법의 세상에서 이 법화경을 설하려거든, 마음의 행법을 잘 지켜 안락하게 설하여라. 입으로 가르침을 설할 때나 또는 경전을 읽을 때나, 즐겨 남의 허물을 파헤치거나 경전의 허물을 들추어내어서 말하지 말라. 또 가르침을 설하는 다른 법사들을 경멸해서는 아니 되며, 또 다른 사람의 좋고 나쁜 장단점을 비판해서도 아니 된다. 성문의 사람들이 가진 허물을 그 이름 들어 말하지 말고, 그렇다고 좋은 점도 말하지 말라. 그리고 또 그들을 혐오하거나 적대심을 가지지 말라. 이와 같이 편안한 마음으로 법을 설하는 길을 닦아 자기 것으로 한다면, 이 가르침을 듣는 모든 사람들이 그 뜻을 거역하지 않고 순수하게 들을 것이며, 혹 어려운 질문을 받더라도 소승의 가르침에 의거하여 대답하지 말고 오직 대승의 가르침에 의해 자세히 설명하여, 그들로 하여금 모든 사물이 가지고 있는 평등상과 차별상을 뚜렷이 밝히는 지혜인, 일체종지를 얻도록 인도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거듭 이 뜻을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구법자는 항상 몸과 마음을 편안한 경지에 두고 법을 설하라. 맑고 깨끗한 땅에다 앉을 자리 만들고서 먼지와 때 깨끗이 씻고 향유룰 몸에 바르며 깨끗한 새 옷 입어 안과 밖을 다 밝히고서, 가르침의 자리 편히 앉아 질문 따라 알맞게 설하여라. 만일 비구와 비구니와 우바새와 우비이와 국왕과 왕자의 많은 신하와 백성들이 모이거든, 깊고 뛰어난 뜻에 의해 온화한 얼굴로 그들에게 설하여라. 만일 어려운 질문이거든 그 뜻이 알맞도록 대답하되, 사연과 비유룰 가지고 자세히 덧붙여 설명하라. 이런 방편으로 모두 다 보리심을 일으키게 하여 점차로 수행하여 공덕을 쌓고 부처님의 깨달음 얻도록, 게으르고자 하는 마음과 싫증내는 맘 버리며, 여러 근심걱정 여의고 자비심만 가지고 법을 설하여라. 밤낮 없이 언제나 최고의 가르침을 설하되, 여러 사연과 한량없는 비유 가지고서 중생에게 알기 쉽도록 가르쳐서, 모두 다 환희케 하라. 의복이며 침구며 음식이며 의약품이며, 그 가운데 하나라도 바라는 마음 없게 하고 오직 일심으로, ‘이 설법을 인연으로 하여, 원컨대 나와 중생들이 성불케 하옵소서’ 하고 생각만 하면, 이것이 바로 공덕이며, 자기를 안락케 하는 공양이니라. 내가 멸도한 후에 만일 어떤 비구가 이런 마음 가지고서 훌륭하게 이 법화경을 많은 사람에게 설한다면, 마음에 질투나 성냄 등의 여러 가지 고뇌나 장애 없고 또한 근심이나 걱정, 그리고 욕하고 빈정대는 이 없으며, 또 협박이나 칼막대기 등으로 박해받지 않고 또 쫓겨남도 없으리니, 이것은 인욕의 경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지혜 있는 이는 이와 같이 훌륭한 마음 닦으면, 위에서 말한 대로 안락하게 보살의 길 행할 수 있다. 그런 사람 얻는 공덕 천만억 겁 오랜 동안 산수와 비유로써 다 말할 수 없느니라.』 “또 문수사리여, 부처님의 가르침이 잊혀지려는 뒤의 끝 세상에서, 큰 뜻을 세운 구법자들이 이 가르침을 믿어 간직하기 위하여 읽고 외워서 배우고자 한다면, 질투하거나 아첨하며 속이는 마음을 가져서는 아니 되며, 또 부처님의 깨달음 구하여 수행하는 사람을 경멸하거나 욕하거나 그 사람의 장단점을 논해서는 아니 된다. 만일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들이, 성문의 경지나 벽지불의 경지나 보살의 경지를 구하는 것을 보고, ‘그대들은 참다운 깨달음으로부터 매우 먼 곳에 있어 끝내 최고의 깨달음에 도달하지 못하리라. 왜냐하면 그대들은 방자하여 참다운 깨달음을 구하기를 게을리 하기 때문이니라’ 하고 말하여, 그들을 혼란케 하거나 의심과 불안을 불러일으키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또한 여러 가르침에 대해 장난으로 말하지 말며 오직 일체중생에게는 괴로움을 없애주겠다는 큰 서원을 세우고 모든 부처님에게는 사랑이 넘쳐흐르는 자상한 아버지라고 생각하며, 모든 구법자에게는 자기의 소중한 스승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시방에 있는 여러 큰 보살들에게는 항상 깊이 공경하고 예배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일체중생에게는 평등하게 법을 설하여야만 한다. 가르침에 따르기 위해서는 특히 많거나 적지 않게 설하는 것이 중요하며, 가르침을 깊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쓸 데 없는 것까지 덧붙여서 설하지 말라. 문수사리여, 이 큰 뜻을 세운 구법자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이 잊혀져 가려는 끝 세상에서 이 세 번째의 안락행인 의지적인 마음가짐을 완전히 지킬 수 있다면, 이 가르침을 설할 때에 아무것도 그를 괴롭히거나 혼란케 하는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뜻이 같고 마음이 서로 맞는 사람과 함께 이 가르침을 배울 수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이 법화경을 들으려고 모여 와서, 그들이 설하는 가르침을 들으면, 그것을 믿고 간직하며 간직하고 나서 외우며, 외우고 나서는 남에게 설하고, 설하고 나서는 잘 쓰며, 혹은 다른 사람을 시켜 쓰도록 하여 경전을 공양하고 공경하며, 존중하여 찬양하고 감탄할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이 가르침을 설하려고 한다면, 질투하고 성내고 교만한 마음과 아첨하고 속되고 삿된 마음 버리고 항상 성실하고 정직한 마음으로 행하여야 하느니라. 사람을 경멸하거나 장난으로 가르침을 논의해서는 아니 되며, ‘그대 성불 못 한다’ 고 말해, 의혹불안 주지 말고 부처님의 아들로서 가르침 설할 때는 부드럽고 상냥하고 잘 참고 견디며, 일체 중생 사랑하여 게으른 마음 내지 말고 시방에 계시는 큰 보살은 중생 사랑하기 때문에 부처님의 도 행함으로, ‘저 분들은 나의 큰 스승’ 이라 생각하고, 공경하는 마음 내어야 한다. 부처님 세존들에게는, 위없이 거룩한 아버지라 생각하여, 교만한 마음 버리고 장애 없이 설법하라. 세 번째의 행동 범위는 이와 같으니, 지혜 있는 이는 이를 굳게 지켜 몸과 마음 안락하게 가르침 설하면, 한량없는 중생에게 공경 받게 되리라.』 “그리고 문수사리여, 부처님의 가르침이 잊혀져 가는 말세에 있어서, 법화경을 믿고 간직하는 큰 뜻을 세운 구법자가 있다면, 재가거나 출가거나 그들의 행복을 원하는 큰마음을 가져야 하며, 그리고 자기 완성만을 위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울 뿐, 세상 사람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넓히려고 하지 않는, 구법자기 아닌 사람들에게는 큰 자비심을 일으켜 다음과 같이 생각하여야만 된다. ‘이런 사람들은 부처님의 방편인, 사람 따라 경우 따라 설하시는 가르침의 참뜻을 알지 못하는 큰 잘못을 저질러서, 이 법화경을 듣지 않고 알지 못하며, 깨닫지도 못하여 묻지도 못하고, 믿지도 않고 이해하지도 못하지만, 그러나 그 사람들이 비록 지금은 이 법화경을 묻지 않고 믿지 않고, 이해하지 않을지라도 내가 최고의 깨달음인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을 때에는, 그들이 가령 어디에 있을지라도 나는 신통력과 지혜의 힘을 가지고서 그들을 법화경으로 인도해 주겠다’ 하는 것이다. 문수사리여, 여래가 멸도한 뒤에 이 큰 뜻을 세운 구법자들이, 이 네 번째의 행동범위인 중생 교화의 서원에 충실하다면, 법화경을 설함에 있어 잘못을 범하지 않을 것이다. 항상 출가한 남자 수행인과 여자 수행인과 재가의 남자 수행인 우바새와, 여자 수행인 우바이와 국왕과 왕자와 대신이나 백성이나 바라문이나 신앙심이 두터운 장자들에게 공양 받고 존경받으며, 존중되고 찬탄 받을 것이며, 허공의 여러 하늘들도 가르침을 듣기 위하여 항상 그 구법자를 가까이 모시고 떠나지 않을 것이니, 만일 촌락이나 도시에 있거나, 인적 없는 고요한 숲 속에 있을 때나 사람이 찾아와서 어려운 질문을 할 적에도, 여러 하늘들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항상 가르침을 지키기 위하여 그 구법자를 수호하고, 이 가르침을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충분히 만족하고 감명 받아 기쁨을 느끼도록 그늘에서 힘을 덧붙여 줄 것이다. 왜냐하면 이 법화경은 과거현재미래의 모든 부처님의 신통력에 의해 지켜지고 있는 가르침이기 때문이니라. 문수사리여, 이 법화경은 한량없는 국토 가운데, 어느 곳에 있어서도 그 이름만이라도 듣기 어려운 가르침이니, 하물며 이 가르침을 만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우며, 나아가 그 가르침을 믿고 간직하고 읽고 외우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니라. 문수사리여, 비유하면, 힘이 센 전륜성왕이 그 큰 세력으로 주위의 여러 나라들을 항복시키려 할 때, 작은 나라의 소왕들이 그 대왕의 명령을 거역하고 복종치 않으면, 전륜성왕은 가지가지의 군사를 일으켜 그 소왕들을 토벌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대왕은 이 많은 병사들 가운데서 싸움에 공이 있는 사람을 보면, 곧 크게 환희하여 그 공적에 따라 상을 내렸으니, 어떤 사람에게는 논과 밭을, 또 어떤 사람에게는 집을,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는 촌락을, 어떤 사람에게는 도시를 주었느니라. 또 의복이나 장식품을 주었고, 금과 은, 청보석인 유리나 백산호인 자거와 짙은 초록색 보석인 마노와, 산호호박 등의 보물을 주었으며, 코끼리말수레나 가마, 그리고 남자 종과 여자 종, 백성들도 주었느니라. 그러나 오직 임금님 머리 위의 상투 속에 있는 밝은 구슬은 아무에게도 주지 않으니, 왜냐하면 이 구슬은 세상에서 오직 하나 임금님의 머리 위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만일 이것을 남에게 준다면, 받는 이나 혹은 다른 신하들이 모두 다 크게 놀라서 미심쩍게 생각할 것이니라. 문수사리여, 여래께서도 또한 이와 마찬가지로 선정과 지혜의 힘으로써 가르침의 국토를 다스리는 삼계의 왕이 되었으나. 인간의 여러 가지 번뇌인 마왕은 여래의 가르침에 순종하지 않고 거역하므로, 여래를 시봉하는 수행자인 여러 장군들은 그들 마왕을 정복하기 위해서 싸웠느니라. 여래께서는 그 싸움에 공을 세운 사람들을 보고 크게 환희하여, 사부 대중 가운데서 그들을 위하여 여러 가지의 가르침을 설하고 그들의 마음을 기쁘게 하였으니, 그 싸움에 대한 보상으로, 마음이 안정되어 흔들리지 않는 선정의 경지나 여러 가지 인생고에서 초월한 해탈의 경지와 번뇌를 없애는 데 바탕이 되는, 믿음과 정진의 힘을 얻은 무루(無漏) 근력(根力)의 경지 등, 여러 가지 가르침의 보물을 주었으며, 또 다시 온갖 괴로움을 없앤, 평안한 심경인 열반을 설해 주어, 이것이 인간의 가장 이상적인 경지인 멸도라고 말하여, 그들의 마음을 인도하여 기쁨을 얻게 하여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법화경만은 아직 설하지 아니하였느니라. 문수사리여, 그 전륜성왕이 그 많은 병사들 가운데서 다른 사람과 견줄 수 없을 만큼의 큰공을 세운 사람에게,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여, 오랫동안 상투 속에 감추어 두고 함부로 사람들에게 주지 않던 이 믿기 어려운 보배구슬을 그 사람에게 특별히 주는 것처럼, 여래께서는 이와 같아 삼계에 있어 가르침의 왕이시며, 가르침을 가지고 일체의 중생을 교화하는 분이니라. 훌륭한 부처님 제자들이, 색수상행식의 다섯 가지 악마인 오음마(五陰魔)와, 정신작용에 기인한 번뇌마(煩惱魔)와, 죽음을 가져오는 사마(死魔)와 싸워 큰 공을 세우고, 탐내고 성내며 어리석음이라는, 인간을 해치는 삼독(三毒)을 멸하고, 악마의 그물에 싸인 채로 미혹의 삼계에서 헤매이다 이 삼계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보았을 때에, 여래께서는 또한 크게 환희하고 이 법화경을 설하시어,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이 세간의 일체 사물의 실상을 완전히 아는 지혜를 주시지만, 그러나 이 법화경은 세간의 사람들에게 강한 저항감을 가지게 하는 두려움이 많으며, 또 믿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아직 한 번도 설한 적이 없었는데, 이제야 설하는 것이다. 문수사리여, 이 법화경은 모든 여래들의 가르침 가운데 가장 뛰어난 가르침이므로, 그 뜻이 매우 깊어 맨 끝에 설하는 바, 이것은 저 힘 센 대왕이 오랫동안 지켜오던 밝은 보배구슬을 최후에 주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문수사리여, 이 법화경은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가장 소중히 간직하고 계시는, 깊은 뜻을 가진 가르침이며 모든 가르침 가운데서 가장 높은 것으로서, 모든 부처님께서 오랫동안 마음속에 깊이 감추어 두고 함부로 설하시지 않는 가르침인데, 오늘에야 비로소 그대들을 위하여 알기 쉽게 펴서 설하시는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일체중생 사랑하기 때문에 항상 인욕을 행하여, 부처님께서 찬양하시는 이 법화경 연설하라. 뒤의 끝 세상에서, 이 법화경 간직한 사람, 재가출가 묻지 말고 보살 아닌 사람일지라도 자비심 일으키어, ‘참으로 이 사람들은 이 가르침 듣지 않고 믿지 않는 것 큰 허물이라. 내 성불하면, 여러 가지 방편 가지고서 그들 위해 이 가르침 설해, 그 안에 머물게 하리’ 비유하면, 힘이 센 한 사람의 전륜성왕, 병사 가운데 전공 있는 이에게 여러 물건 주는데, 코끼리말수레가마, 몸 꾸미는 도구들과 여러 논과 집과 촌락도시를 상으로 주고, 혹은 의복이며, 가지가지 값진 보배와 남종여종재물도 주되, 환희하며 상을 주며 용감하고 늠름한 병사, 어려운 일 해내면, 임금님이 상투 풀고 속에 감춘 명주 주듯이 여래도 이와 같아 모든 가르침의 왕이러니, 인욕의 큰 힘과 간직하고 있는 풍부한 지혜와 큰 자비심 가지고서 진리대로 세상을 교화하네. 모든 사람 여러 가지 고통받고 있으면서 그 고통에서 해탈코자 안팎의 마왕과 싸우는 것 보고 이런 중생 위하여서 가지가지 가르침 설하시니, 큰 방편 가지고서 이 여러 경전 설하셨네. 중생들이 깨달음에 이를 힘 갖춤 알게 되면, 맨 끝에 그를 위해 이 법화경 설하는 것이, 대왕이 상투 풀어 그 속에 있던 명주 주듯이 이 법화경 거룩하기 모든 경전 중에 으뜸이라. 내 항상 수호하고 함부로 열어 뵈지 않았으나, 지금 바로 그 때이라. 그대들에게 설하노니, 내가 멸도한 뒤에 부처님 깨달음 얻으려고 몸과 마음 편안하게 이 가르침 넓히려거든 위에 말한 네 가지 행법, 응당 몸에 갖추어라. 이 법화경 읽는 이는 항상 근심걱정 모두 없고 병과 고통 하나 없어 얼굴 빛이 아름답고, 가난하고 비천하며 누추한 집에 태어나지 않아 중생들이 보기 원하되, 어진 성인 사모하듯 하늘의 여러 동자들이 생활용품 다 바치고, 칼막대기로 치지 못하고 독약으로도 못 해치며 만일 어떤 사람, 욕하고 헐뜯으면 그 입 막힐 것이니라. 법 설하기 위해 어디로 가더라도 사자의 왕처럼 지혜의 광명은 햇빛이 비치는 것과 같으리며 만일 꿈속에서도 오직 훌륭한 것만 볼 것이니, 모든 여래께서 사자의 자리에 높이 앉으시어 많은 비구들에게 둘러싸여 설법하심을 보고, 갠지스강 모래 같은 수의 용과 귀신이며 아수라의 무리들이 공경하고 합창하는 가운데 그들 위해 설법하는 자기 몸을 볼 것이다. 또 모든 부처님께서 황금색으로 몸을 갖추시고 한량없는 빛을 놓으시사, 이 세상 모두를 비치시며 아름다운 목소리로 여러 가르침 설하시네. 부처님은 사부대중 위해 위없는 가르침 설할 적에 자기 몸이 그 가운데서 합장하고 찬양하며, 가르침 듣고 환희하고 부처님께 공양하여 많은 가르침 기억하는 힘과 물러서지 않는 지혜를 깨달으니, 그 마음 깊이 깨달음의 길에 든 것 아시고서 기어코 깨달음을 완성할 것임을 예언하시며, ‘그대 바탕이 훌륭한 남자여, 앞으로 오는 세상에서 한량없는 지혜인 부처님의 큰 깨달음 얻고, 국토는 맑고 아름다우며 비할 데 없이 넓고 크며, 또한 사부대중이 합장하며 그대의 가르침을 들으리라’ 함을 보며, 또, ‘자신이 산이나 숲 속에 있으면서 바른 가르침 수행하여 모든 사물의 실상을 깨달으며, 깊이 선정에 들어 시방에 부처님을 친견하는 것’ 도 꿈에서 보리라. 모든 부처님의 몸은 황금빛이며 온갖 복덕 장엄하셨는데, 부처님의 설법 듣고 남에게 설법하는 항상 좋은 꿈 꿀 것이며, 또 꿈에라도, ‘국왕 되어 궁정이며 권속이며, 가장 높은 쾌락 버리고서, 도를 닦는 곳에 나아가, 보리수 아래 있는 사자의 자리에 높이 앉아, 깨달음 구한 지 칠일만에 모든 부처님 지혜 얻어 위없는 깨달음 성취하고, 일어나 법 바퀴(法輪) 굴려, 천만억 겁 지나도록 사부대중 위해 설법할 새, 모든 미혹 다 버리는 묘법을 설하여서 한량없는 중생 제도하고, 열반에 들 적에는 기름 다하여 등불 꺼지는 것 같은, 그러한 꿈이리라. 만일 뒤에 험악한 세상에서 이 가장 높은 법화경 설한다면, 그 사람은 큰 이익 얻으리니, 그 공덕 또한 위와 같다.‘』 제 15 장 종지용출품(從地涌出品) 그때, 타방의 국토에서 온 팔 갠지스강의 모래 수보다 많은 여러 보살마하살들이 대중 가운데서 일어나 합장하고 예배하며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저희들에게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뒤에도 이 사바세계에 있으면서, 부지런히 정진하며 이 법화경을 지켜 간직하고, 읽고 외우며 쓰고 베껴서 공양할 것을 허락하여 주신다면, 진실로 이 국토에서 이 법화경을 널리 설할까 하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이 많은 보살마하살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만두자, 소질이 훌륭한 남자들이여, 그 뜻은 고맙지만 그대들이 이 법화경을 지켜 간직할 필요가 없나니, 왜냐하면 내가 거느리는 이 사바세계에는 육만 갠지스강의 모래 같은 큰 뜻을 세운 구법자가 있으며, 그 하나 하나의 구법자에게는 각각 육만 갠지스강의 모래 같은 제자들이 있어, 이 여러 사람들이 내가 멸도한 뒤에는 이 법화경을 지켜 간직하고, 읽고 외우며 널리 설할 것이기 때문이니라.” 그런데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그 순간 사바세계의 전체의 땅이 모두 진동하면서 벌어지더니, 그 속으로부터 한량없는 천만억의 큰 뜻을 세운 구법자가 동시에 솟아 나왔습니다. 그 구법자들의 몸은 모두 황금색으로 삼십 이 상(相을) 갖추었으며 한량없는 광명을 발하고 있었습니다. 이 구법자들은 아득한 옛날부터, 사바세계의 아래 허공 가운데 머물러 있었으나, 석가모니불께서 자기들에게 교화를 맡기신다는 음성을 듣고 아래로부터 솟아오른 것입니다. 그 하나 하나의 구법자란 모두 이 대중을 이끄는 지도자로서, 각기 육만 갠지스강의 모래 수의 제자들을 거느리고 있으며, 더욱이 오만이나 사만삼만이만일만 내지 일 갠지스강의 모래, 반 갠지스강의 모래, 사 분의 일 내지 천만억 나유타 분의 일 갠지스강의 모래 수 같은 제자들을 거느린 구법자가 더욱 많습니다. 그럴진대, 천만억 나유타의 제자들을 거느리며, 또는 천만 내지 일백만, 일만 또는 일천이나 일백에서부터 십, 또는 오사삼이일의 제자를 거느리고 있는 구법자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더욱이 번거로움을 멀리 여의고 홀몸으로 행하기를 즐기는 사람도 한량없고 끝간 데 없어, 숫자나 비유로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이 여러 구법자들이 땅으로부터 솟아 나와, 각기 허공에 있는 칠보의 아름다운 탑 안에 계시는 다보여래와 석가모니불 계신 곳에 이르러, 두 세존 님께 머리 숙여 예배하고 또한 여러 보배나무 아래 사자좌에 계시는 부처님께도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나서 합장하고 공경하며 구법자로서 부처님을 찬양하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서 찬탄한 뒤, 한 쪽으로 물러나와 기쁜 마음으로 두 분의 세존을 우러러보았습니다. 이 여러 큰 뜻을 세운 구법자들이 땅에서 솟아나서, 구법자로서의 가지가지 찬탄하는 방법으로 부처님을 찬탄할 때에, 그 시간이 무려 오십 소겁이 흘렀으나 그 동안 석가모니불께서는 아무 말 없이 잠자코 앉아 계시니, 이 자리에 모인 사부 대중들도 역시 잠자코 모두 앉아 오십 소겁을 지났지만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이 모든 대중들도 반나절과 같이 생각되었던 것입니다. 이때, 남녀 출가재가의 수행인 들은 역시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국토의 허공에 가득한, 많은 구법자들을 볼 수 있었으며 그 구법자들 가운데 네 사람의 도사가 있음도 보았습니다. 그 첫째의 이름은 뛰어난 행을 하는 상행(上行)이요, 둘째 이름은 한없는 행을 하는 무변행(無邊行)이요, 셋째 이름은 깨끗한 행을 하는 정행(淨行)이요, 넷째 이름은 확고한 행을 하는 안립행(安立行)으로, 이 네 분의 구법자는 그 대중 가운데 우두머리로서, 앞에 서서 그들을 인도해 가는 지도자입니다. 이 네 구법자들은 대중 앞에서 제각기 합장하고 석가모니불을 우러러보며 문안을 드렸습니다. “세존께서는 몸 건강하시며 심기 편안하시고 무사히 지내오시나이까? 교화하고 계시는 사람들은 이해력이 뛰어나 가르침을 순수히 받아들여 세존 님을 피로케 하지 않는지요?” 그때, 네 큰 구법자는 시송으로 말씀드렸습니다. 『세존께서는 안락하사, 병도 없고 고통 없으시며, 중생 교화하시느라고 피로권태 없으시온지. 또한 여러 중생은 교화 잘 받아서 세존으로 하여금 수고롭게 하지 않는지요?』 그때, 세존께서는 여러 구법자들의 대중 가운데 있는 네 사람의 구법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와 같도다. 여러 바탕이 훌륭한 남자들이여, 여래는 무사하여 건강도 좋고 걱정거리도 없으며, 여러 중생들도 교화하여 제도하기 쉬우므로 피로함이 없노라. 왜냐하면 이 여러 중생은, 아득한 전생에서부터 계속 나의 교화를 받아왔으며, 또한 과거의 여러 부처님들을 공양하고 존중하며, 여러 가지 미덕의 뿌리를 심어 가꾸어 왔기 때문이니라. 이리하여, 이 세상에서 나를 만나게 되었고, 나의 가르침을 듣고 즉시 그 가르침을 모두 믿고 받아들여, 여래의 지혜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직 이 세상에서 처음 소승의 가르침을 배우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제외하지만, 그러나 그와 같은 사람에게도 나는 이미 이 법화경을 듣게 하여, 부처님의 지혜에 들어오게 하느니라.” 그때, 이 말씀을 들은 큰 구법자들은 시송으로 말씀드렸습니다. 『오! 훌륭하시도다. 큰 지도자이신 세존께서 많은 중생들을 교화하고 제도하기 쉬웠노라 하심은 모든 부처님의 매우 깊은 지혜를 능히 묻고 그것을 듣자마자 믿고 이해하였다고 하니, 저희들은 감사하여 기쁘기 한량없나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윗자리의 큰 구법자들을 찬탄하셨습니다. “오! 훌륭하도다. 바탕이 훌륭한 남자들이여, 그대들은 훌륭히 여래에게 귀의하는 마음을 일으켰노라.” 그때,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미륵보살과, 팔천 갠지스강의 모래 같은 많은 보살들이 모두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우리들은 부처님을 오래 전부터 섬겨왔지만 지금껏 이렇게 많은 큰 뜻을 세운 구법자들이 땅으로부터 솟아 나와, 세존 앞에 합창하고 공양하며, 문안드리는 것을 보지도 못했고 듣지도 못하였는데... ...’ 이때, 미륵보살마하살은 팔천 갠지스강의 모래 같이 많은 보살들의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며, 아울러 자기 자신의 의심도 해결하고자 하여, 합장하고 시송으로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한량없는 천만억의 많은 구법자의 큰 집단은 예전에 미처 못 보던 일. 원하옵나니, 부처님께선 설하여 주옵소서. 이들은 어디에서 왔으며 무슨 사연이 있어 모였는지, 거대한 몸에 신통력 있고 지혜 또한 생각지 못해 그 의지력은 견고하고 큰 인내력도 가졌으니, 중생들이 뵙고 싶어 원하는 분들인데 모두 어디에서 왔나이까. 하나 하나의 구법자들이 거느린 그 제자들은 그 수 헤아릴 수 없어 갠지스강의 모래와 같고, 혹은 큰 구법자는 육만 갠지스강의 모래 같은 제자 거느렸고, 이와 같은 많은 대중, 일심으로 부처님의 길 구하는데, 여러 큰 스승은 육만 갠지스강의 모래 같은 제자와 함께 와, 부처님 공양하고 이 법화경 지켜 간직하고, 오만의 갠지스강 모래 거느린 이, 그 수는 더 많아서, 사만이나 그리고 삼만이나 이만 내지 일만이며 일천이나 일백이요, 내지 일 갠지스강의 모래이며, 반분이나 삼과 사분과 억만분의 일과 천만의 나유타와 만억의 여러 제자 있어 내지 반억에 이르며, 그 수는 다시 이보다 더 많고, 백만 내지 일만이며 일천 내지 일백과 오십과 십 내지 삼이일을 거느리며, 권속 없이 홀몸으로 다니기를 좋아하며 부처님 계신 곳에 나온 이도 그 수가 더 많으니, 이와 같이 많은 대중 산 까치로 헤아려서 갠지스강의 모래 겁 다 지나도 그 수 알지 못하며, 이 정진하고 큰 위덕 있는 많은 구법자는 그 누가 설법하여 교화 성취시켰으며, 누구 따라 발심 했고 어떤 부처님 법 찬양하며, 어떤 경전 믿고 간직하며 행하였고 어떤 부처님 길 닦았을까. 이와 같이 많은 구법자 신통력과 큰 지혜의 힘 가지고서, 사방의 땅 갈리어서 모두 그 속에서 나왔으니, 세존이시여, 이런 일은 예전에 일찍이 없었던 것. 원컨대 그들이 온 국토의 이름이나 설하소서. 내 항상 여러 국토 노닐어 왔었으나 아직 이런 일 못 보았고 이 대중 가운데서 아는 이 하나 없나니, 홀연히 땅에서 솟아 나온 그 사연을 설하소서. 지금 이곳에 모인 한량없는 백천억의 이 많은 보살들이 모두 다 이 일 알기 원하오니, 이렇게 많은 구법자들의 발심이 솟아나기까지의 그 사연을 무량한 덕 갖춘 세존께서 이 대중의 의심 풀어 주옵소서.』 그때,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타방 국토에서 오신, 석가모니불의 분신이신 여러 부처님들께서는 팔방의 많은 보리수 아래 놓인 사자좌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계셨는데, 그 분신의 시봉자들도 많은 구법자 대중이 삼천대천 세계의 땅으로부터 솟아 나와 허공에 머물고 있는 것을 보고, 저마다 섬기고 있는 부처님들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한량없고 끝간 데 없는 아승기의 구법자 대중은 어디에서 왔나이까?” 그때, 분신불이신 여러 부처님께서 그 시봉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소질이 훌륭한 남자들이여, 잠깐만 기다려라. 석가모니불께서. ‘나를 이어 다음에 성불하리라’ 하고 예언하신 미륵이라는 이름의 보살마하살이 이미 이 일에 대하여 여쭈었으니, 지금 석가모니불께서 대답하실 것이므로, 그대들도 자연히 듣게 될 것이니라.” 그때, 석가모니불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오! 훌륭하도다. 능히 이길 사람 없는 이, 아일다(阿逸多)여, 그대는 이 중대한 일을 잘 물었다. 그대들은 모두 티없는 마음으로, 진리를 끝까지 파헤치겠다는 결심 아래, 가르침을 받은 것은 기필코 믿어 의심하지 않겠다는, 굳은 각오를 하여야 한다. 나는 이제부터 모든 부처님의 지혜와 또 모든 부처님의 자유자재한 초인간적인 능력인 자재신통력과 모든 힘을 펼쳐내는 사자의 왕과 같은, 그 생명력인 사자분신지력과 일체중생을 감화시키고 마는 그 덕을 뚜렷이 나타내어, 설하여 보이도록 하겠노라.” 그때, 세존께서는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순수한 마음으로 정진하라. 그 사연을 말하리니, 부처님의 지혜는 그대들은 모르리니 의심을 품지 말며, 믿음의 힘 일으켜서 정신을 통일하여 내 말 똑바로 들을지니. 예전에 듣지 못한 진리, 이제 모두 들으리라. 이 진리 말하여서 마음 편히 해 주리니, 의심두려움 품지 말라. 부처님 말씀 진실하며 또한 헤아리지 못해 깨달으신 최고의 진리, 매우 깊어 분별하기 어려운 것, 이제 밝힐까 하노니 모두 일심으로 듣도록 하라.』 그때, 세존께서는 이 시송을 다 말씀하시고 다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내가 여기 있는 대중인, 그대들에게 선언하노라. 아일다여, 땅에서 솟아 나온 이 한량없는 무수한 아승기의 큰 뜻을 세운 구법자들을 그대들은 예전부터 지금까지 보지 못했을 것이나, 실제로 내가 이 사바세계에서 위없이 완전한 깨달음을 얻고 난 뒤에, 교화하고 지도하여 그 마음을 진리에 따르도록 조절하고, 그들로 하여금 최고의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뜻을 세우게 한 사람들이니라. 그리고 이 구법자들은, 모두 이 사바세계의 아래의 허공에 살고 있으면서,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배워 통달하였으며, 사색하고 이해하여 정확히 기억하고 있느니라. 아일다여, 이 소질이 훌륭한 여러 남자들은 많은 사람들 속에서 뒤섞여 설법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항상 고요한 곳에서 수행에 정진하는 것을 원하고 일심으로 노력하되, 쉬는 일은 잠시도 없느니라. 또 다른 인간이나 하늘에 의지하지 않고 상상 깊은 지혜를 구하되, 그것을 방해하는 행각을 일으키는 일이 없으며, 언제나 모든 부처님들과 똑같은 진리를 깨닫는 것을 원하고, 위없이 완전한 깨달음을 위하여 일심으로 정진하였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아일다여, 잘 듣거라. 이 많은 큰 구법자는 무수한 겁으로부터 부처님 지혜 닦아 익혀 왔다. 내 이들 모두 교화하고 큰 깨달음 구하는 마음 일으키게 하니, 이들은 내 아들이라 이 세상에 머물면서, 청정한 행을 하며 고요한 곳 있기를 좋아하고, 시끄러운 대중 속에서 많이 설하는 것 싫어하네. 이와 같이 많은 이들, 나의 가르침 배웠고 익히되, 부처님의 깨달음 얻기 위해 밤낮 없이 정진하며, 사바세계 아래의 허공 가운데 있느니라. 뜻 이룬다는 마음 매우 굳어 지혜 항상 구하며, 가지가지 묘한 법 설하는 데 그 마음 두려움 없다. 내가 가야성에서 보리나무 아래에 앉아,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 성취하고 위없는 가르침 설하여서, 그제야 이들을 교화하고 불도 구하는 마음 일으키게 했네. 지금 모두 물러서지 않는 경지 도달하여, 다 성불하리로다. 내 이제 진실한 말 하노니, 일심으로 믿도록 하라. 아득한 옛날부터 이 대중들을 교화하여 왔었노라.』 그때, 미륵보살마하살과 수없이 많은 보살들이 일찍이 없었던 이상한 일이라고 의심하며,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세존께서는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이 한량없고 가없이 많은 아승기의 큰 구법자들을 교화하여 위없이 완전한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는 경지로 육성하였을까?’ 그리고 곧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태자로 계실 적에 석가족의 왕궁을 나오시사, 가야성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깨달음을 구하는 곳인, 도량에 앉아 위없이 완전한 깨달음을 성취하시고 그때로부터 지금까지 겨우 사십여 년에 불과한데, 세존께서는 어떻게 이 짧은 기간에 위대한 부처님 사업을 하셨나이까. 부처님의 큰 힘 때문입니까. 혹은 부처님의 큰 덕 때문입니까. 어떻게 하여 이와 같이 한량없는 구법자들을 교화하여 위없이 완전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경지까지 인도하셨나이까. 세존이시여, 이 큰 구법자의 집단은 가령, 어떤 사람이 천만 겁을 두고 헤아릴지라도 헤아릴 수 없는 끝도 가도 없나이다. 이와 같은 구법자들이 아득한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한량없고 가없이 많은 부처님 아래서 여러 가지 선행을 하여 덕의 뿌리를 심고 가꾸면서 보살의 길을 완성하였으며, 항상 깨끗한 수행을 하여 왔노라고 말씀하시지만, 이런 일은 세상에서 믿기 어려운 바입니다. 세존이시여, 이 일을 비유하면, 얼굴이 아름답고 머리가 검은 스물 다섯 살의 한 젊은이가 백 살 된 노인을 가리켜, ‘ 이 사람은 내 아들이다’ 하고 말하니, 또한 그 백살의 노인도 역시, ‘저 분은 저의 아버지입니다. 저희들을 길러주신 분입니다’ 하고 말하면, 이런 일을 세상에서 믿겠나이까? 부처님께서도 또한 이와 같이, 깨달음을 성취하신 지 그 실은 오래지 않건만, 이 많은 구법자들은 한량없는 천만억 겁 동안 부처님의 깨달음을 구하여 부지런히 정진하며 수행을 쌓아,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명상으로부터, 나오고 머물기를 자유자재로 하며 큰 신통력도 얻고 오랫동안 맑고 깨끗하게 몸을 간직하는 수행을 차례 차례로 계속하여, 모든 좋은 가르침을 몸에 익혀서 질문에도 자유자재로 대답할 수 있어, 인간들 가운데의 보배이니, 세간에서도 극히 드문 사람이라고 밀씀하셨나이다. 그런데 오늘 세존께서,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으신 후에 처음으로 보리심을 일으키게 하여, 교화하고 인도하여 위없이 완전한 깨달음에 향하도록 하셨다고 말씀하시나, 세존께서 성불하신 지가 오래되지 않았사온데 어떻게 능히 이와 같은 큰 공덕을 실현하셨나이까. 저희들은 부처님께서, 사람과 경우에 따라 알맞게 설하시는 가르침이나, 또 부처님의 말씀은 모두 헛된 거짓말은 없다고 굳게 믿사오며 부처님의 말씀 속에는 깊은 뜻이 감추어져 있음도 잘 알고 있사옵니다. 하지만, 이제 처음으로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겠다고 발심한 구법자들은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후, 만일 이러한 말을 들으면 그것을 믿지 못할 것이며, 그 믿지 않음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뜨리는 죄를 짓는 행위의 원인이 될까 두렵습니다. 원하옵나니 세존이시여, 이 일을 자세히 설명하여 주시어 저희들의 의심을 풀어주시고, 아울러 미래의 세상에서 많은 훌륭한 제자들이 이 설명을 들으면 의혹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옵니다.“ 그때, 미륵보살이 이 뜻을 거듭 말씀드리려고 시송으로 여쭈었습니다. 『부처님은 그 옛날에 석가족에서 출가하여, 가야의 근처에 있는 보리수 아래 앉으시니, 그때부터 지금까지 아직 그리 길지 않다. 여기 있는 많은 부처님의 아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네. 오랫동안 불도 행하여 신통력과 지혜의 힘 갖추고 그 곳에 머물고 있네. 보살의 길 잘 배워서 세속의 법에 물들지 않음은, 마치 진흙탕 물 속의 연꽃과 같네. 구법자들은 땅에서 솟아 나와 모두 공경하는 마음 일으키어 세존 앞에 머물러 있네. 이런 일은 생각해도 어려워서 알 수가 없네.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부처님이 깨달음 얻으신 것은 매우 가깝고 성취하신 일 너무 많아, 원하오니 저희들 위해 많은 의문 없애 주고 진실을 자세하게 설명하여 주옵소서. 비유하면 젊은이로 나이 겨우 스물 다섯인데, 백살에 머리 희고 얼굴에는 주름살 많은 노인 가리키며, ‘이는 내가 낳은 아들이요’ 하고, 아들 또한, ‘내 아버지요’ 하고 말하더라도, 애비 젊고 아들 늙었으니 세상사람 믿지 않음과 같이, 세존도 이와 똑같아, 깨달음 얻은 때부터 지금까지 매우 가깝거늘, 이 많은 구법자들은 그 뜻이 견고하여 무서워 기죽지 않고, 한량없는 겁 동안에 보살의 길 행하면서 어려운 문제에도 교묘하여 그 마음 두려움 없고, 그들의 인내심은 굳게 결정되어 단정하고 위덕 있어, 시방의 부처님께 칭찬 받고 훌륭하게 자세히 설하고 있네. 많은 사람 모인 곳 원치 않고 항상 즐겨 선정에 있지만, 불도 구하기 때문에 아래 허공계 가운데 머물고 있네. 저희들은 부처님으로부터 이런 일 들었기에 의심은 없지만, 원컨대 부처님이시여, 미래를 위하여 이 까닭을 설하셔서 확실히 알게 하옵소서. 만일 이 법화경에 대해 의심 품고 믿지 않는 이 있으면, 그들은 곧 악한 갈래에 떨어지리니, 원하오니 그들 위해 자세히 설명하옵소서. 이 한량없는 구법자들을 어떻게 짧은 시간동안에 교화하고 발심시켜 물러서지 않는 경지에 도달케 하셨나이까.』 제 16 장 여래수량품(如來壽量品) 그때, 부처님께서는 여러 보살과 일체의 대중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소질이 훌륭한 남자들이여, 그대들은 여래의 마음속에 깊이 간직했던 진실한 깨달음의 말을 똑똑히 듣고 이해하여, 굳게 믿도록 하라.” 부처님께서는 다시 대중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들은, 여래의 마음속에 깊이 간직했던 진실한 깨달음의 말을 똑똑히 듣고 이해하여, 굳게 믿도록 하라.” 부처님께서는 또다시 많은 대중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들은, 여래의 마음속에 깊이 간직했던 진실한 깨달음의 말을 똑똑히 듣고 이해하여, 굳게 믿도록 하라.” 이때, 그 보살 대중은 미륵보살을 선두로 하여 모두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습니 다. “세존이시여, 원하고 원하옵나니, 그 진실을 설하여 주옵소서. 저희들은 기필코 부처님의 말씀을 믿고 따르겠나이다.” 이렇게 세 번이나 여쭙고 나서 또다시 여쭈었습니다. “원하고 원하옵니다, 그 진실을 설하여 주옵소서. 저희들은 기필코 부처님의 말씀을 믿고 따르겠나이다.” 그때, 세존께서 여러 보살들이 세 번이나 청하고도 그 간절한 마음이 그치지 않는 것을 아시고 이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들은 극히 깊고 오묘한 여래의 본체[秘密]와 자유자재한 그 능력[神通之力]을 자세히 들으라. 일체 세간의 하늘과 인간, 그리고 아수라들은 모두 지금 이렇게 가르침을 설하고 있는 나, 석가모니불은 석씨 집안의 왕궁을 나와, 가야성 근처의 깨달음의 장소에 앉아 위없는 완전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러나 훌륭한 남자들이여, 참으로 내가 성불한 지는 한량없고 가없는 백천만억 나유타 겁이 흘렀느니라. 비유하면, 오백천만억 나유타 아승기 삼천대천 세계를 어떤 사람이 부수어서 아주 작은 티끌로 만들었다고 하자. 그 미립자를 가지고 동방으로 날아가 오백천만억 나유타 아승기 번째의 별을 지날 때마다, 한 미립자를 떨어뜨리면서 계속 가다가 마침내 그 모두를 다 떨어뜨렸다고 하자. 소질이 훌륭한 남자들이여, 그대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과연 얼마만큼의 천체를 거쳐왔는지 그대들의 머리로 생각할 수 있겠으며, 헤아려서 그 수를 알 수 있겠는가.“ 미륵보살 등이 함께 대답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많은 세계는 한량없고 가없어 산수로도 알 수 없고 또 저희들 마음의 힘으로도 생각이 미치지 않습니다. 또 일체의 성문이나 벽지불인 연각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들이 미혹을 완전히 없앤 지혜[無漏智]를 발휘하여, 깊이 사색하더라도 그 끝없는 경계의 수를 알 수 없을 것이며, 저희들이 물러서지 않는 경지인 아비발치지에 머물러 있지만, 지금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이런 일은 도저히 생각이 미치지 않나이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세존께서 말씀하신 세계는 참으로 한량없고 가이없나이다.“ 그때, 부처님께서 큰 보살 대중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소질이 훌륭한 남자들이여, 이제 그대들에게 분명히 말해 두겠노라. 만일 앞서 말한 그 미립자를 떨어뜨린 세계와, 그저 스쳐 지나갔을 뿐 그 미립자를 떨어뜨리지 않은 세계를 합하여, 다시 부수어서 가루로 만들었다고 하자. 그리고 그 미립자 한 개를 일 겁이라고 가정한다면, 내가 성불하고부터 지금까지의 세월은 그 미립자 수와 같은 겁에다가 다시 백천만억 나유타 아승기 겁이 더 긴, 세월이 지난 것이니라. 이렇게 한량없는 과거로부터 나는 항상 이 사바세계에 있으면서 중생에게 진리를 설하여 가르쳐 인도하고 있으며, 또 이 사바세계뿐만 아니라 다른 백천만억 나유타 아승기 세계에서도 역시 중생을 인도하여 이익케 하느니라. 소질이 훌륭한 남자들이여, 지금 말한 대로 나는 한량없는 과거로부터 무한한 미래에 이르기까지 살아있지만, 이 중간에서 내가 연등불(燃燈佛 = 定光佛)이라고 하는 등, 여러 가지 이름의 부처님으로 이 세상에 출현 하셨음을 설하였고, 또 그 부처님들이 세상을 떠나시는 열반도 설하였으나, 이와 같은 것은 모두 중생을 교화하기 위한 방편으로써 그렇게 설명한 것이니라. 소질이 훌륭한 남자들이여, 여기서 부처님이란 어떤 분인가를 설명함에 있어, 내가 사용해 오던 방편을 자세히 설명해 두겠노라. 만일 어떤 중생이 나에게 찾아오면, 나는 부처님의 눈으로 그 사람의 믿음이라는 마음의 근본인 신근(信根)과 그 밖의 티없고 변치 않는 노력의 정신인 정진근(精進根)과 항상 생각하며 잊지 않는 염근(念根)과 결정하는 마음의 뿌리인 정근(定根)과 참다운 지혜의 근본인 혜근(慧根)이 날카로운가 또는 둔한가를 분별하고, 어떻게 가르치면 깨달음을 얻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수단을 생각한 후, 그들에 알맞도록 가지가지의 다른 부처님 이름을 들어 이야기 하였노라. 그러므로 부처님들의 이름이 같지 아니하며, 또 그 부처님의 수명에 대해서도 길고 짧음이 있는 것처럼 설하였으므로 그 연대가 많고 적으며, 그리고 부처님으로서의 수명이 다하여 멸하셨더라도 다시 이 세상에 나타나 가르침을 설하고 나면, 또 이 세상에서 떠나시리라는 것도 말하였으며, 또 매우 깊고 오묘한 까닭에 확실히 밝히기 어려운 진리를 상대방에게 알맞게 가지가지 방법으로 설하여, 중생으로 하여금 환희심을 일으키게 하였던 것이다. 소질이 훌륭한 남자들이여, 이런 까닭에 여래는 많은 중생들 가운데, 아직 덕이 엷고 번뇌가 많아서 작은 깨달음을 얻는 것만으로 만족코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에게 알기 쉽도록, ‘나는 젊어서 출가하여 이러한 수행을 거친 후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었노라’ 고 말해 주었노라. 그러나 실제로는 내가 성불한 지는 무한한 과거였음을 이미 말한 바와 같지만, 다만 중생을 교화하여 진리의 길에 들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와 같이 젊어서 출가하여 수행을 쌓은 연후 부처님이 되었노라고 말한 것이니라. 소질이 훌륭한 남자들이여, 여래가 설한 가르침은 각기 그 표현에는 다른 것이 있을지라도 결국에는 다 중생을 구제하고 미혹에서 해탈케 기 위한 것이므로, 어느 때는 부처님의 부처님의 본체에 대하여 설할 적도 있고, 어느 때는 특정한 모습을 가지고 출현하시는 부처님에 대해 설할 적도 있으며, 어느 때는 부처님의 몸으로서 이 세상에 출현할 적도 있고, 어느 때는 다른 여러 가지의 성인이나 훌륭한 사람으로 출현할 적도 있으며, 혹은, 부처님의 구제를 직접적인 형태로 나타내 보일 적도 있고, 혹은 간접적으로 다른 일을 사이에 끼워 넣고 구제하는 일도 있나니, 비록 그 형태는 이와 같이 여러 가지로 변하지만 그 설하는 것은 모두 진실하여 헛되고 거짓됨이 없느니라. 왜냐하면 여래는 삼계의 참 모습을 있는 그대로 꿰뚫어볼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은 나고[生] 죽고 하여 기필코 변화하는 것이나, 그것은 오직 현상 위에서만의 일에 불과하며 여래의 눈으로 그 속에 있는 실상을 보면, 모든 것은 사라지지도 않고 나타나지도 않으며 모든 생명체는 그대로 살아있을 뿐, 이 세상에 있다든가 세상을 떠난다고 하는 것은 본래 없으니, 눈앞의 사물이 실제로 있다고 보는 것도 잘못이며, 없다고 단정하는 것도 잘못이니라. 또 사물이 항상 변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생각함도 미혹이지만 그렇다고 현상면만 보고 상주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함도 얕은 소견이니라. 여래는 삼계에 살고 있는 인간들의 그와 같은 생각을 초월하여, 그 속에 있는 실상을 꿰뚫어보고 있었기 때문에 결코 잘못 보는 일은 없건만, 깨달음을 얻지 못한 중생은 저마다 각기 다른 성품을 가지고 있으며 또 제각기 다른 욕망을 가지고 있고 또 제각기 다른 행을 하고 있으며, 또 제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사물을 자기 자신의 주관에 의해 분별하여 보는 습성이 있으므로, 여래는 모든 중생에게 인간 향상의 근본이 되는 선근을 길러주고자 하여, 과거의 사연을 예로 들어 말하거나 비유를 인용하여 가르치거나 알맞는 말을 사용하여 설명하거나 하여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설하여 주는 것이며, 부처님의 교화사업을 하되, 일찍이 쉬어 본 일이 없느니라. 이와 같이 진실한 나는 성불한 지가 매우 먼 옛날부터였으며 수명도 한량없는 아승기 겁이므로, 항상 이 세상에 머물고 있어 멸하는 일은 없느니라. 소질이 훌륭한 남자들이여, 본불로서의 수명은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이 삼계에 출현하여 전생에서 보살의 길을 행한 공덕에 의해 얻은 수명도 매우 길어, 지금도 아직 다하지 못하였으며 다시 위에서 말한 수의 배나 되느니라. 나는 그대들에게 내가 잠시 후에 멸도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러나 이것은 참 멸도가 아닌 것을 중생을 교화하는 방편으로써, 모든 사람 앞에서 모습을 감춘다고 말하느니라. 왜냐하면 만일 여래가 이 세상에 오래 머물 것이라고 말하면, 덕이 두텁지 않은 보통사람은 덕의 근본이 되는 선행을 심지 않아, 마음이 빈한하고 좁고 천박해져서 오관의 욕망에 사로잡히게 되어 생각하는 것들이 자기중심이 되어, 그 참 모습을 볼 수 없기 때문에 허망한 그물 속에 빠져서 허우적거릴 것이니라. 만일 여래가 이 세상을 떠나지 않고 언제까지나 살아있음을 보면 가르침쯤이야 듣고 싶을 때에 들어도 무방하다고 하는 방자한 마음이나 싫증이 나서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마음이 생겨, 부처님을 만난다는 것은 어렵다는 생각과 부처님을 진실로 공경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아니하므로, 여래는 방편을 가지고, ‘비구들이여, 똑똑히 알라. 모든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심을 만나기는 매우 어려우니라’ 하고 설하느니라. 왜냐하면 덕이 두텁지 못한 사람 가운데는 한량없는 백천만억 겁을 지나서 겨우 부처님을 만나 뵈는 사람도 있고, 혹은 만나 뵙지 못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나는, ‘비구들이여, 여래를 만나보기가 어렵다’ 하고 설하느니라. 이러한 박덕한 중생들도, 이와 같은 말을 들으면 반드시 부처님을 만나 뵙기 어렵다는 생각을 일으키어 마음에 사모하는 생각을 품고, 부처님을 목마른 사람이 물 구하듯 간절히 그리워하여 곧 선근을 심게 될 것이니, 그러므로 여래는 비록 멸도하지 않지만 어느 기간이 지나면 멸도한다고 말하는 것이니라. 또 소질이 훌륭한 남자들이여, 모든 부처님 여래의 가르침이 다 이와 같아,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므로 모두가 진실하고 헛되지 아니하느니라. 비유하면, 어떤 훌륭한 의사가 있었는데 그 사람은 매우 총명하고 사리에 통달한 사람이었노라. 약의 처방에도 숙련되어 어떠한 병이라도 고쳐주는 것이었다. 그 의사에게는 많은 자식이 있었으니, 십, 이십 내지 일백 명이나 되었다. 그는 어떤 사연이 있어 먼 타국에 갔노라. 아버지가 안 계시는 동안에 아이들은 잘못 알고 독이 되는 약을 마시고 말았노라. 차츰 약 기운이 번져서 정신이 어지러워 땅에 굴러다니며 괴로워하였노라. 이때, 아버지가 집에 돌아오니, 아이들은 독약을 마시고 본심을 잃기도 하고, 혹은 아직 본심만은 잃지 않은 아이도 있었노라. 멀리서 아버지가 오는 것을 본 아이들은 다 크게 환희하여 무릎 꿇고 절을 하면서 말하기를, ‘안녕히 잘 다녀오셨습니까. 저희들이 어리석어 독약을 잘못 마셨사오니 부디 치료하시어 다시 살려주옵소서’ 하니, 아버지는 자식들이 고통받고 있음을 보고 여러 가지 처방에 따라, 좋은 약초에 빛과 향과 맛을 다 갖춘 것을 구하여 방아에 찧어 체로 쳐서 조합하고 아이들에게 먹이면서, ‘이것은 좋은 약이다. 빛과 향과 맛을 아주 잘 맞추었으니 너희들이 먹으면 그 고통이 빨리 낫고 다시는 다른 병에 걸리지 않으리라’ 하였다. 그 아이들 가운데 본심을 잃지 아니한 아이들은 약이 빛과 향이 갖추어 있음을 보고 좋아하면서, 곧 이 약을 먹고 병이 나았다. 그러나 본심을 잃은 아이들은 아버지가 오는 것을 보고 비록 환희하고 문안드리며 병 치료를 원했으나 그 약을 먹지 않았으니, 왜냐하면 독기가 몸 속에 깊이 들어있어 그 본심을 잃었기 때문에 이와 같이 좋은 빛과 향으로 갖춘 약을 좋지 않게 생각한 때문이니라. 그때, 아버지는 생각하였노라. ‘ 이 자식들이 참으로 불쌍하구나. 독에 맞아 마음이 다 뒤집혀 나를 보고 기뻐하며 병의 치료를 원했지만, 이렇게 좋은 약을 먹지 않으니 내가 방편을 베풀어 이 약을 먹게 하리라.’ 그리고 이렇게 말하였느니라. ‘너희들은 똑똑히 알라. 내 이제 늙고 쇠약하여 죽을 때가 되었거늘, 이 좋은 약을 여기에 남겨 두니 너희들이 찾아서 먹어야 하느니라. 그리고 차도가 없을까 걱정하지 말라.’ 이렇게 타일러 놓고 다시 타국에 이르러 심부름하는 사람을 본국의 아이들에게 보내어, ‘그대들 의 아버지는 이미 죽었다’ 고 하였느니라. 이때, 그 여러 아이들은 아버지가 세상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슬퍼서 생각하기를, ‘만일 아버지께서 계시면 우리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사랑하여 구원하고 보호하시련만, 이제 우리를 버리고 먼 타국에서 세상을 버렸으니, 다시 보호받지도 못하고 의지할 수도 없구나’ 하며 계속 슬픈 생각을 품어 오다 보니, 이윽고 마음이 깨어나 이 약이 빛과 향과 맛이 좋은 줄 알고 즉시 찾아 먹으니, 이 독병은 다 나았느니라. 그 아버지는 아들들이 이미 다 나았다는 소식을 듣고, 돌아와서 이들을 모두 보게 하였느니라. 소질이 훌륭한 남자들이여, 그대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이 훌륭한 의사가 거짓말을 하였다고 그 죄를 말하는 사람이 있겠는가, 없겠는가.“ 그러자 보살대중들이 대답하였습니다.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나도 또한 이와 같아서, ‘성불한 지가 한량없고 끝간 데 없는 백천만억 나유타 아승기 겁이건만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반드시 멸도한다’ 고 말한 것이므로, 역시 가르침과 같아 내가 거짓말을 하였다고 허물을 잡을 사람은 없을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거듭 그 뜻을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스스로 내가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은 이래 지나온 여러 겁의 수는, 한량없는 백천만억 재(10의 15제곱) 항하사의 억 배인 아승기인데, 항상 가르침을 설하여 무수억의 중생을 교화하여 부처님의 깨달음에 들게 하였노라. 성불한 이래 한량없는 겁 동안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 출현하여 열반의 경지, 방편으로 보여줄 뿐, 실제로는 열반에 들지 않고 항상 이 세상에 있으면서 진리를 설하노라. 이렇게 항상 나는 이곳에 있지만, 여러 가지의 신통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없다고 뒤바꾸어 보는 중생에게는 비록 가까이 있지만 안 보이게 한다. 중생은 내가 완전히 멸도한 줄 알고 널리 유골(사리)을 공양하며, 모두 다 사모하는 마음 품고 보고 싶어 갈망하여, 중생들은 모두 그 마음이 순수하고 부드러워져 내 가르침 믿게 되어, 일심으로 부처님 뵙고 싶어 제 목숨 아끼지 않는다면, 그때, 나는 많은 제자들과 함께 이렇게 사바세계(영취산)에 나와 중생에게 말하기를, ‘나는 항상 여기 있고 멸도한 것 아니며, 방편으로써 멸도하지 않은 것을 멸도한 것처럼 보일 뿐, 다른 국토 중생들이 공경하고 그 가르침 듣기 원한다면 그 국토에 출현하여 위없는 가르침 설하노라’. 그대들은 이것을 믿지 않고 오직 내가 멸도한 줄로만 생각한다. 여러 중생을 내가 보면 모두 고통의 바다에 빠져 있다. 그러므로 내 몸을 나타내지 않고 그들로 하여금 부처님을 뵙고자 하는 갈망을 일으키어, 그 마음 사모하는 정 가득하면 그때 출현하여, 그들 위해 설법한다. 나의 신통력이 이와 같아 아승기 겁 동안에 걸쳐 항상 영취산과 그 밖의 여러 곳에 있었느니라. 중생들은 큰 불이 나서 겁이 다한 줄로 보지만 내가 있는 이 불국토는 안온하여 하늘과 인간들이 가득하며, 동산과 수풀과 여러 건물들은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 되고, 보배나무에는 꽃과 열매가 무성하고 그곳에서 중생들은 즐겁게 노니는데, 여러 하늘들은 북을 치며 항상 여러 가지 재주와 음악을 연주하며 만다라의 꽃을 비처럼 내려 부처님과 대중들에게 흩으니라. 나의 정토는 이처럼 무너지지 않는데도 중생들은 불타 없어진다고 보며, 근심과 두려움에 많은 고뇌 가득하니, 많은 죄 짊어진 중생들은 악업의 인연으로 아승기 겁 지내도록 불법승의 삼보(三寶)의 이름도 못 듣노라. 그러나 공덕을 닦아 부드럽고 순수한 마음 가진 사람들은 모두 내 몸이 여기 있어 가르침을 설하고 있는 것 볼 수 있다. 이러한 사람 위해서는 부처님 수명 한량없다고 설할 때도 있거니와, 오랫동안 부처님을 볼 수 있는 사람에겐 부처님 뵙기 어렵다고 설하노라. 나의 지혜의 힘 이와 같아, 이 지혜의 힘 비추는 곳 한량없고, 수명이 무수한 겁에 이르는 것은 오랫동안 선업을 닦아서 얻은 것이니, 그대들이여, 지혜 있는 사람은 이 말에 의심을 내지 말라. 부처님의 말씀은 진실하여 허망하지 않으니 기필코 끊어서 영원히 없애어라. 그 의사가 방편으로 본심 잃은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진실로는 살아있으면서도 죽었다고 전한 것, 이것을 허망하다고 말하는 이 없는 것 같이, 내 또한 세상의 아버지라, 많은 괴로움과 우환을 구제하노라. 범부는 마음이 뒤바뀌어 있으므로 진실로는 살아있는데 죽었다고 말하노라. 항상 나를 보고 있어 교만하고 방자함 내어 게으르고 오관의 욕망에 집착하니 악한 갈래에 떨어지고, 나는 항상 중생들이 불도 행하고 행하지 않는 것을 알고있어 , 제도할 바에 따라 그들에게 알맞도록 가지가지의 가르침 설하니, 나는 항상 생각하기를, ‘어떻게 하면 이 중생들을 위없는 지혜에 들게 하여 속히 부처님의 몸을 성취할 수 있게 할까’ 하느니라.』 제 17 장 분별공덕품(分別功德品) 그때, 이 설법의 장소에 모인 대중은, 부처님께서 수명의 겁 수가 길고 길며, 부처님은 항상 이 세상에 계시면서 어떠한 곳에서라도 일체 중생을 인도하여 주심이 이와 같다고 말씀하심을 듣고, 한량없고 가이없는 아승기의 중생이 큰 이익을 얻었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미륵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아일다여, 내가 설하는 이 여래의 수명이 길고 길다는 것을 듣고 육백팔십만억 나유타의 갠지스강 모래와 같은 중생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생하는 것도 멸하는 것도 없다는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게 되었으며, 또 그 중생의 천 배의 큰 뜻을 세운 구법자들이 가르침을 들음으로써, 보살이 다른 사람들을 교화하기 위해 지녀야 할 기억력인 지혜의 힘을 얻었고, 또, 하나의 세계를 아주 작은 입자[微粒子]로 한 수만큼의 큰 뜻을 세운 구법자들이 자진하여 즐겨 가르침을 설하되, 어떠한 장애에도 걸림이 없이 자유자재로 법을 설하는 재능을 얻었느니라. 또 세계를 아주 작은 입자로 한 수만큼의 큰 뜻을 세운 구법자들이, 백천만억 한량없는 가르침을 원만히 갖추고 자유자재한 지혜의 능력인 선다라니(旋陀羅尼)를 얻었고, 또, 삼천대천 세계를 아주 작은 입자로 한 수만큼의 큰 뜻을 세운 구법자들이, 번뇌를 깨뜨리고 깨달음의 경지에서 물러나지 않는 가르침을 설하였으며, 또, 소천세계를 이천 개 합한 이천 중 국토를 아주 작은 입자로 한 수만큼의 큰 뜻을 세운 구법자들이 어떤 보답도 바라지 않는 깨끗한 마음으로 가르침을 설하였느니라. 또, 소천세계를 아주 작은 입자로 한 수만큼의 큰 뜻을 세운 구법자들은, 여덟 번 다시 태어나는 동안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수행하여 위없는 완전한 깨달음에 도달하였으며, 또, 네 사(四) 천하를 아주 작은 입자로 한 수만큼의 큰 뜻을 세운 구법자들은, 네 번 다시 태어나는 동안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수행하여 위없는 깨달음에 도달하였고, 또, 세 사(四) 천하를 아주 작은 입자로 한 수만큼의 큰 뜻을 세운 구법자들은, 세 번 다시 태어나는 동안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수행하여 위없는 깨달음에 도달하였으며, 또, 두 사(四) 천하를 아주 작은 입자로 한 수만큼의 큰 뜻을 세운 구법자들은, 두 번 다시 태어나는 동안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수행하여 위없는 깨달음에 도달하였고, 또, 한 사(四) 천하를 아주 작은 입자로 한 수만큼의 큰 뜻을 세운 구법자들은, 한 번 다시 태어나는 동안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수행하여 위없는 깨달음에 도달하였으며, 또, 여덟 삼천대천 세계를 아주 작은 입자로 한 수만큼의 중생들도, 이 가르침을 듣고 위없는 완전한 깨달음에 도달하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켰느니라.“ 이와 같이 부처님께서, 모든 큰 뜻을 세운 구법자들이 여래의 수명이 한량없다는 것을 믿음으로써 얻는 큰 이익에 대한 가르침을 설하시자, 그때에 허공으로부터 아름다운 하늘의 꽃인 만다라꽃과 마하만다라꽃이 비처럼 내려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보배 나무 아래 사자좌에 앉아 계시는 많은 부처님 위에 뿌리며, 아울러 칠보탑 속의 사자좌에 앉아 계시는 석가모니불과, 오랜 옛날에 멸도하셨으나 이 법화경의 설법을 증명하시려고 오신 다보여래의 위에도 뿌렸고, 또한 모든 구법자의 대중과 사(四)부 대중들에게도 뿌렸습니다. 또 전단과 침수향 등의 가는 가루가 비 내리듯 뿌려졌으며, 허공에서는 하늘의 북이 스스로 울리니, 그 소리는 깊고도 아름답게 멀리 울려 퍼졌습니다. 또 수천 가지나 되는 하늘 옷이 비오듯 내렸고, 갖가지 영락인 진주 영락과 마니주 영락과 모든 소원을 뜻대로 이루어 준다는 여의주 영락 등이 위와 팔방을 합친 구(九)방에 가득히 드리웠으며, 또 보배로 만들어진 많은 향로에는 값도 모를 좋은 향이 피어져서 스스로 돌아다니며 이 대회의 모든 사람들에게 두루 공양하였습니다. 그리고 한 분 한 분의 부처님 위에는 비단 해가리개를 든 구법자들이 줄을 지어 범천에 이르렀으며, 이 많은 구법자들은 아름다운 음성으로 한량없는 시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때, 미륵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벗어 들어내고,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시송으로 말씀드렸습니다. 『부처님은 세상에 없는 가르침을 설하시니, 지금껏 들은 적 없나이다. 세존 님은 위대한 힘 가졌으며 그 수명 헤아릴 수 없네. 무수한 여러 부처님의 제자들은 세존께서 분별하사 법의 이익 얻은 이들 이러하다 설하심 듣고 온 몸에 기쁨 가득하니, 어떤 이는 물러나지 않는 굳은 신앙 얻고, 어떤 이는 가르침을 기억하는 능력을 얻었으며, 어떤 이는 자유자재로 교묘하게 설하는 능력 얻었고, 또 만억의 가르침 간직하여 세상에 넓히는 힘 얻었으며, 대천세계를 입자로 한 수만큼의 구법자들은 각각 모두 어떤 장애 다 극복하고 큰 가르침의 수레바퀴 돌리는 데 그지 없고, 또 중천세계를 입자로 한 수만큼의 구법자는 각각 모두 무아의 경지에서 각각 청정한 가르침 설해 넓히네. 또한 소천세계를 입자로 한 수만큼의 구법자들은 여덟 번 다시 태어난 끝에 부처님의 깨달음 얻을 것이며, 또 다시 사삼이의 세계 사 천하를 입자로 한 수의 구법자들은 각기 그 세계의 수처럼 다시 태어나서 성불할 것이며, 혹은, 한 사 천하를 입자로 한 수만큼의 구법자들도 오랜 윤회 끝에 다시 한 번 태어나서 기필코 일체의 평등차별 아는 지혜 얻으리라. 이와 같은 중생들은 부처님의 수명이 영원 불멸하다는 말을 듣고 미혹이 없는 경지에 도달하고 한량없는 순수한 신앙의 공덕을 얻게 되었으며, 또 팔 세계를 입자로 한 수만큼의 구법자들도 부처님의 수명이 영원하다는 가르침을 듣고 모두 부처님의 경지에 도달하고자 하는 마음 일으켰네. 세존께선 부처님 수명 한량없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가르침 설하시어, 큰 이익 얻었음은 마치 허공처럼 끝간 데 없소이다. 하늘에서는 만다라꽃과 마하만다라꽃을 비처럼 내리며, 갠지스강의 모래와 같은 제석과 범천들이 무수한 불토에서 찾아와서 전단과 침수향 가루를 분분하게 떨어뜨리며, 새들이 하늘에서 내려앉는 듯 여러 부처님을 공양하며, 하늘 북은 허공 가운데서 절로 아름답게 울려 퍼지고 천만억의 하늘 옷은 빙글빙글 돌며 내려오며, 많은 보배 향로에는 값도 모를 향을 피워 그 향기 자연히 두루 가득하게 퍼져 여러 세존 님 공양하며, 그 많은 보살 대중들은 칠보로 된 깃발과 해 가리개를 만억 가지 손에 들고 차례로 줄지어서 범천에 이르르며, 하나하나의 부처님 앞에는 보배로 된 깃대에 승리자의 깃발 달고, 또한 천만 가지 시송으로 부처님 찬탄의 노래 부르니 이와 같은 가지가지의 일은 예부터 없었던 일로서, 부처님 수명 무량하다는 말씀 듣고 일체 중생은 모두 다 환희하리. 부처님의 이름은 시(十)방에 들려, 널리 많은 중생 이익케 하시나니, 일체 중생 선근(善根) 갖추어 위없는 깨달음 구하는 마음 돕게 되리라.』 그때, 부처님께서 미륵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아일다여, 만일 어떤 중생이 부처님의 수명이 영원하다는 이와 같은 말씀을 듣고 그저 한 생각만이라도 그 가르침을 믿고 이해한다면, 그 사람이 얻는 공덕은 한량없으리라. 만일 소질이 훌륭한 남자와 소질이 훌륭한 여인이 있어, 위없는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팔십만억 나유타 겁 동안에 걸쳐, 다섯 가지의 최고 완성의 상태인 바라밀을 일심으로 행하였다고 하자. 이 다섯 바라밀이란, 보시[檀] 바라밀지계[尸羅] 바라밀인욕 바라밀정진 바라밀선정[禪] 바라밀을 말하며, 지혜[船若] 바라밀은 제외하나니, 이 다섯 바라밀을 행한 공덕도 앞서 말한 공덕인, 부처님의 수명이 영원 불멸함을 그저 한 생각[一念]으로 나마 믿고 이해한 것에 비하면, 백분의 일천분의 일백천만억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니, 숫자로나 비유로도 비교하여 알 수 없느니라. 만일 소질이 훌륭한 남녀가 이와 같은 공덕이 있음을 알면서 부처님의 깨달음을 구하는 길에 있어, 이 부처님의 수명이 영원 불멸 하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사람이 부처님 지혜 구하려고 팔십만억 나유타 겁 동안에 다섯 가지 바라밀을 행하였다 하자. 이 많은 겁에 걸쳐, 부처님과 연각과 성문의 제자와 아울러 많은 구법자 대중에게 보시하며 공양하기를, 맛있는 음식이며 훌륭한 옷과 침구와 전단으로 지은 정사(精舍)와 동산과 숲을 아름답게 꾸미며, 가지가지 아름답고 훌륭한 이와 같은 보시를 이 많은 겁 수 다하여 불도를 넓히는 데 이바지하고, 만일 또 계율을 잘 지켜 청정하고 미혹 없이 모든 부처님 찬탄하는 위없는 깨달음 구하며, 또 다시 인욕을 행하여 항상 조화되고 부드러운 경지에 머물면, 설령 많은 나쁜 일들이 닥쳐올지라도 그 마음 움직이지 않고, 모든 가르침 얻은 체하는 교만한 마음 품고 경멸하고 괴롭히는 이 있더라도 모두 다 참으리라. 만일 또 부지런히 정진하고 세운 뜻 굳건하면, 한량없는 억 겁 동안 일심으로 수행하되 게으르지 않을 것이며, 또 무수한 겁에 걸쳐 고요한 곳에 머물면서 혹은 앉거나 경행하며 잠자지 않고 항상 마음 조절하니, 이런 인연 가졌기에 훌륭히 여러 선정의 경지 도달하여, 팔십만억 겁을 마음이 산란치 않고 평안하게 머무르며, 이 정신통일의 복덕 가지고 위없는 깨달음 구하면서, ‘나도 일체를 아는 지혜 얻고, 여러 선정의 극치에 도달하리’ 하는 이런 사람, 백천만억 겁 동안에 걸쳐서 이 많은 공덕을 행한다면 위에서 말한 것 같지만, 소질이 훌륭한 남녀들이 부처님이 내가 설한 수명 듣고 그저 한 생각이나마 그것을 믿는다면 그 복은 앞서 말한 사람 받는 복보다 더 큰 것이며, 만일 어떤 사람, 모두 일체의 여러 의심 가지지 않고 잠깐만이라도 마음속 깊이 믿는다면 누구나 이와 같은 복 받을 수 있으리라. 한량없는 겁 동안 수행을 계속한 구법자들이 내 수명 길고 길다는 가르침 듣고 곧 바로 믿는다면, 이와 같이 여러 사람들은 이 경전을 머리 숙여 믿고, ‘내 또한 미래세에 걸쳐 장수하여 중생을 제도함이, 지금의 세존처럼, 석가족의 왕으로서 태어나서 부처님의 깨달음 얻어, 사자후로 두려움 없이 가르침 설하며, 우리들도 오는 세상에서 일체 중생에게 존경받고, 도량에 앉아 깨달음 얻음과 수명이 장원함을 설하는 것 역시 이와 같이 하겠다’ 고 원하리라. 만일 마음속 깊이 청정하여 순수하고 많이 듣고 잘 기억하며, 진리 따라 부처님 말씀 이해하면, 이와 같은 많은 사람들은 이에 대해 의심함이 없으리라.』 부처님께선 거듭 말씀하셨습니다. “또 아일다여, 만일 부처님의 수명이 무한하다는 것을 듣고, 그 말이 품고 있는 넓고 큰 뜻을 이해하면, 그 사람이 얻는 공덕은 한량없어 헤아릴 수 없으며, 능히 여래와 같이 위없는 지혜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어늘, 하물며 널리 이 가르침을 듣고 혹은 많은 사람들에게도 가르쳐 듣게 하며, 자신도 굳게 마음속에 간직하고 남에게도 간직케 하며, 자신도 쓰고 다른 사람에게도 쓰도록 하며, 또 꽃과 향과 영락과 당번과 비단 해 가리개, 그리고 향유와 우유를 정제하여 만든 기름으로 밝히는 소등(蘇燈)으로, 법화경에 공양하면 그 사람이 받는 공덕은 한량없고 가이없어 결국에는 부처님의 지혜인 일체종지를 갖추게 될 것이다. 아일다여, 만일 소질이 훌륭한 남녀가 나의 수명이 무한하다는 말을 듣고 깊이 마음속에 믿고 이해하면, 그 사람들은 내가 항상 영취산(기사굴산)에 있으면서 보살대중이나 많은 성문대중에게 둘러싸여 설법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니라. 또 이 사바세계의 땅이 청보석으로 되어 탄탄하고 평정하며, 여덟 개의 길이 서로 교차되는 곳에는 염부단금으로 경계하고, 보배나무가 늘어서 있으며 많은 집들이 다 보배로 지어져 있고, 구법자 대중이 그 가운데 살고 있는 것을 볼 것이니. 이와 같은 광경을 볼 수 있게끔 된 신앙의 상태를, 깊이 믿고 이해한다는, 심신해(深信解)의 경지[相]라고 하느니라. 또다시 여래의 멸도 후에, 만일 이 가르침을 듣고 비방하지 않고 순수하게 감사하다는 마음인 수희심(隨喜心)을 일으킨다면, 그것이 참다운 신앙을 얻은 사람의 경지임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하물며, 이 법화경을 읽고 외우며 믿고 간직하는 이는 말할 것이 있겠느냐. 이런 사람은 곧 여래를 머리 위에 항상 받들어 모시고 있는 것과 같느니라. 아일다여, 이 소질이 훌륭한 남녀는 이미 나를 위하여 탐이나 절을 세울 필요가 없으며, 또 승방을 짓거나 의복음식침구탕약 의 네 가지 일[四事]로 스님들을 공양하지 아니하여도 무방하다. 왜냐하면 이 소질이 훌륭한 남녀가 이 법화경을 믿고 간직하며 읽고 외운다면, 이미 그 자체가 탑을 세우고 승방을 만들어 스님들에게 공양한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니라. 이는 부처님의 사리를 모시기 위하여 칠보탑을 세우되, 그 탑은 매우 넓고 큰 것으로서,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작아져 그 꼭대기는 마침내 범천에 이르고, 여러 가지 비단 해 가리개와 보배 방울을 달고, 꽃과 향영락가루 향바르는 향피우는 향과, 여러 가지 북과 춤과 기악과 퉁소피리, 스물 세 현금인 공후 등과, 아름다운 음성으로 부처님을 찬탄하는 노래를 불러 한량없는 백천만억 겁 동안에 걸쳐 공양한 것과 같느니라. 아일다여, 만일 내가 멸도한 후에 이 가르침을 듣고, 믿어 간직하며 스스로 쓰거나 혹은 다른 사람을 시켜 쓰게 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승방을 짓되 붉은 전단향 나무로 높이가 다라(多羅) 나무의 여덟 배나 되는 전당을 서른 두 개나 세우며, 그 전당은 높고 넓으며 좋고 아름답게 꾸며지고, 그 안에는 많은 비구들이 살며, 동산과 숲과 목욕하는 연못과 거닐면서 사색하는 길과 명상을 하기 위한 동굴과 그 밖의 의복음식침구탕약일체의 오락기구가 완전히 갖추어진, 승방과 당각을 무수히 세워 그곳에서 현재의 나와 비구들을 공양함과 같느니라. 그러기 때문에 내가 말하기를, ‘여래의 멸도 후에 만일 이 가르침을 믿어 간직하고 읽고 외우며, 다른 사람을 위하여 설하고, 혹은 자신이 쓰거나 다른 사람을 시켜 쓰거나 하며 이 경전에 공양하면, 탑과 절을 세우거나 승방을 세워 스님들께 공양하지 아니하여도 무방하다’ 고 하는 것이어늘, 하물며 이 가르침을 간직하고 겸하여,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의 여섯 가지 바라밀을 일심으로 행하면, 그 덕은 가장 훌륭하여 한량없고 가이 없어 마치 비유하면, 허공이 동서남북과 그 간방인 사유(四維)와 상하로 한량없고 가이없는 것과 같이, 그 사람의 공덕도 또한 이와 같으니, 한량없고 가이없고 곧 바로 최고의 지혜인 일체종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니라. 만일 어떤 사람이 이 가르침을 읽고 외우며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나아가 다른 사람에게 설하며, 또 자기도 쓰고 남에게 쓰도록 시킨다고 하면, 다시 탑을 일으키고 승방을 지어 성문의 가르침을 구하는 많은 스님들을 찬탄하고 공양하고, 또한 백천만억의 방법으로 구법자의 공덕을 찬탄하며, 또 다른 사람을 위하여 가지가지 과거의 사연을 들어 법화경의 깊은 뜻을 해설하고, 또 자신의 몸은 청정하게 간직하며 부처님의 계율을 굳게 지키고 부드럽고 온화한 마음을 가진 이들과 함께 하며, 어떠한 박해에나 고난에도 잘 참고 성내지 아니하고, 뜻이 굳건하여 항상 조용히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각하며, 여러 가지 깊은 정신통일의 경지에 도달하고 일심으로 정진하며, 많은 훌륭한 가르침을 배워 두뇌가 명석하여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되, 깊이 그 속에 들어가 다른 사람들로부터 어려운 질문을 받을지라도 바르게 대답할 수 있으리라. 아일다여, 만일 내가 멸도한 뒤에 소질이 훌륭한 여러 남녀가 이 법화경을 믿어 간직하고 읽고 외우면, 또 이와 같이 훌륭한 여러 가지 공덕이 있으리라. 그리고 그 사람은 이미 내가 깨달음의 도량인 붓다가야의 보리수 아래 앉아 있었을 때와 같은 상태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니, 부처님의 깨달음은 가까운 곳에 있음을 알아야 하느니라. 아일다여, 이 소질이 훌륭한 남녀가 혹은 앉아 있거나 서 있거나 걸어다니면서, 수행하고 있는 장소에는 탑을 세워 일으켜 세울지니, 일체의 하늘이나 인간이 모두 부처님과 탑과 마찬가지로 공양하여야 할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내가 멸도한 후에 훌륭히 이 경전 받들어 간직하면, 이런 사람의 복덕이 한량없는 것은 위에 말한 바와 같다. 이 복덕은 바로 일체의 많은 공양 갖추고 사리로 탑 세우고 칠보로 장엄하며, 탑 위의 당간(幢竿)은 높고 넓으며 차츰차츰 좁아져 범천에 이르며, 보배 방울 천만억이라 바람 불면 미묘한 소리 내리. 또 한량없는 겁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이 탑에 꽃과 향과 많은 영락과 하늘 옷과 많은 음악 공양하고, 향유 소등 태우며 널리 빙 둘러 탑을 비추며 악한 세상 말법 시에 훌륭히 이 경전 믿어 간직하는 이는, 바로 이미 말했듯이 많은 공양 갖춘 셈이니라. 만일 이 경전 간직하면 바로 부처님 계실 때에 우두 전단 향나무로 승방 지어 공양하고, 그 당각은 서른 둘 있어 높이는 팔(八) 다라수며 좋은 음식훌륭한 의복침구들을 다 갖추고, 백천의 많은 집과 동산 숲과 연못들과 거니는 곳과 참선 굴은 아름답게 가지가지로 장엄 되었네. 만일 믿고 이해하여 이 경전 간직하여 독송하고 쓰며, 혹은 다시 남에게 쓰게 하여 경전을 공양하고, 꽃과 향과 밀향을 뿌리고, 수만나와 찬바카(첨복)와 아티묵타카(아제목다가)에서 짠 기름으로 불을 밝혀, 이와 같이 공양하는 이는 한량없는 공덕을 얻으리라. 허공이 가이없는 것처럼 그 복덕도 이와 같으리니, 하물며 이 경전 믿어 간직하고 겸하여 보시하고 계 지키며, 인내 깊고 선정을 즐겨 성내지 않고 남의 험담 아니 하고, 탑묘를 공경하고 많은 비구들에게도 겸손하며 스스로 교만한 마음 멀리하고 항상 지혜를 깊이 생각하며, 어려운 질문 하더라도 성내지 않고 뜻에 따라 해설하는, 이런 행 잘 행한다면 그 공덕은 한량없으리라. 만일 이런 공덕 성취한 법사를 보게되면, 하늘 꽃을 흩어주고 하늘 옷을 입혀주며 머리 숙여 예배하되 부처님 생각하는 마음으로 하여라. 또 생각하기를 ‘멀지 않아 깨달음의 경지에 들어 번뇌 없고 집착 없는 경지를 얻어, 널리 많은 하늘인간에게 이익을 주리라’ 고. 그가 머무는 곳, 혹 경행하며 혹 앉거나 누워 단 한 시송만 설하여도, 이 가운데 탑을 세워 아름답고 고상하게 장엄하여 가지가지 방법으로 공경하라.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어 간직하는 사람들이 머무는 곳은 부처님께서도 그곳을 주소로 삼을지니, 항상 그곳에 계시면서 경행하고 앉기도 하며 잠드시기도 하리로다.』 제 18 장 수희공덕품(隨喜功德品) 그때, 미륵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훌륭한 소질을 가진 남녀가 이 법화경의 가르침을 듣고, 마음속 깊이 귀의하고 감사하다는 마음을 일으킨다면, 그 복이 얼마나 되나이까.” 그리고 다시 시송으로 여쭈었습니다. 『세존께서 멸도하신 후 이 법화경 들을 수 있어, 만이 깊이 감격하면 얼마만큼의 복을 얻을 수 있나이까?』 그때, 부처님께서 미륵보살마하살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아일다여, 여래가 멸도한 후에 만일 비구비구니, 재가의 남녀 수행인, 그리고 아직 계는 받지 아니하였지만 훌륭한 판단력을 가진 이나 혹은 나이 든 어른이나 혹은 어린아이이거나, 이 가르침을 듣고 ‘감사하다’ 는 뜨거운 가슴속에 기쁨을 간직한 채, 그 설법하는 장소에서 나와 다른 곳에 이르렀다고 하면, 그곳이 혹은 승방이거나 혹은 한적한 곳이거나 혹은 도회지나 번화한 거리거나 시골의 마을이거나 들 가운데 촌락이거나, 어떤 곳에 가서라도 방금 들은 가르침을 들은 바 그대로 부모나 친척이나 좋은 식구나 자식이 있는 이를 위하여, 자기의 힘이 미치는 한 열심히 이야기하여 주었다고 하자. 그것을 들은 사람들도 또한 감사하다는 뜨거운 가슴속의 기쁨을 느껴, 또 여기저기 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 가르침을 전하고, 또 그것을 들은 사람이 귀의하는 마음을 일으켜 다시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였다고 하자. 이리하여 가르침이 여기저기 차례로 옮겨가며, 널리 펼쳐져 전하여서, 그것이 오십에 이르렀다고 하자. 아일다여, 그 오십 번째에 해당하는, 소질이 훌륭한 남녀가 이 가르침을 듣고 감사하다는 감격을 가슴속에 느꼈다면, 그 공덕이 참으로 클 것이라, 내가 지금 말하리니 잘 듣도록 하여라. 만일 이 우주 안에 존재하는 사백만억 아승기 세계의 모든 생물, 즉 하늘인간아수라축생아귀지옥의 육취(六趣)나 네 가지의 태어나는 방법에 따른, 알에서 생겨난 난생(卵生)이건, 태에서 생겨나는 태생(胎生)이건, 습한 곳에서 생겨나는 습생(濕生)이건, 자연히 생겨나는 화생(化生)이건, 혹은 형태가 있는 것이건, 형태가 없는 것이건, 확실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유상(有想)이건, 확실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는 무상(無想)이건, 무색계에서 번뇌가 완전히 없어진 경지의 비유상(非有想)이건, 아직 세밀한 생각이 없지 않는 경지의 비무상(非無想)이건, 발이 없는 것이건, 두 발을 가진 것이건, 네 발을 가진 것이건, 많은 발을 가진 것 등, 많은 수의 생명체에게, 어떤 사람이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그들 각자가 원하고 있는 오락의 도구를 모두 나누어주었다고 하자. 이를테면, 그 하나하나의 중생에게 이 세계가 가득할 정도의 금은청보석자거마노산호호박 등의 여러 가지 진귀한 보배와, 그리고 코끼리말수레칠보로 이룩한 궁전과 누각 등을 나누어주었다고 하자. 그런데 이 큰 시주가 팔십 년 동안에 계속 보시를 하고 나서 생각하기를, ‘나는 중생이 원하는 대로 생활을 즐기기 위한 온갖 물질을 베풀어 왔다. 그러나 이 중생들은 점점 나이가 들어 이미 늙었으며, 나이는 팔십에, 머리는 희고 얼굴은 주름이 많으니 멀지 않아 죽을 때가 되었다. 그러므로 나는 마땅히 부처님의 가르침으로써 이들을 가르쳐 인도하여야겠다’ 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였으므로 즉시 이 중생들을 모아 법을 설하여 교화하니, 그들은 기꺼이 가르침을 배우고 실행하려는 마음을 가지게 되니, 그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는 사람이 얻을 수 있는 사 단계의 경지, 즉 가르침의 흐름에 들어간 경지인 수다원도(須陀洹道)와, 다시 한 번 이 세상에 돌아오는 경지인 사다함도(斯陀含道)와, 다시는 이 세상에 돌아오지 않는 경지인 아나함도(阿那含道)와, 깨달음을 완성하여 생사의 윤회에 빠지지 않는 경지인 아라한도(阿羅漢道)를 일시에 얻어, 모든 미혹을 완전히 여의고 어떠한 경우에도 정신이 깊이 안정되어 마음을 흐트리지 않고 자유자재한 심경을 얻어, 미혹에서 해탈하는 여덟 가지의 선정을 완전히 갖춘 경지에 이르렀다면,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큰 시주가 받는 공덕은 과연 많다고 생각하는가, 적다고 생각하는가.“ 이에 미륵(보살)이 부처님께 대답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사람의 공덕은 매우 많아 한량없고 가이없나이다. 만일 이 시주가 다만 중생의 생활을 돕는 모든 물질을 베풀었더라도 그 공덕이 한량없을 것인데, 하물며 일체의 미혹을 없앤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게 하였으니, 말해 무엇하겠나이까.” 그러자 부처님께서 미륵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면 내가 이제 그대들에게 분명히 말해두겠노라. 이 사람이 이 사백만억 아승기 세계의 여섯 갈래 중생에게 모든 물질적 보시를 베풀고, 또 아라한과를 얻게 하여 모든 번뇌까지 없애 주었다고 하더라도, 그가 얻는 공덕은 앞서 말한 오십 번째의 사람이 법화경의 한 시송을 듣고 가슴속에 뜨거운 기쁨을 느낀 그 공덕에 비하면, 백 분천 분 내지 백천만억 분의 일만도 못하니, 산수나 비유로도 비교하여 알 수 없느니라. 아일다여, 법화경의 가르침을 오십 번이나 이리저리 펼쳐진 후에, 듣고 가슴속에 뜨거운 기쁨을 느낀 공덕이 이와 같거늘, 하물며 최초에 법회에서 듣고 감사의 기쁨을 느낀 사람이 받는 공덕은 참으로 한량없고 가이없는 아승기로서, 가히 비교할 것이 없느니라. 또 아일다여, 어떤 사람이 이 법화경의 가르침을 듣기 위하여 승방에 가서 혹은 앉거나 서서, 잠깐만 들을지라도 그 공덕을 인연으로 하여 매우 좋은 곳에 몸을 바꾸어 다시 태어나며, 아주 훌륭한 코끼리말수레와 진귀한 보물로 만든 연이나 가마를 타고 하늘의 궁전에 오를 것이니라. 또 어떤 사람이 이 가르침을 설하는 자리에 앉아 있다가 뒤에 다른 사람이 오면, ‘여기 앉아 들으세요’ 하고 자리를 내어주며 권하거나, 혹은 자기 자리의 반쪽을 나누어서 앉게 하면, 이 사람의 공덕은 다음에 다시 태어날 때에 제석천이나 범천왕이 앉는 자리에 앉거나, 혹은 전륜성왕이 앉는 자리에 앉게 될 것이니라. 아일다여, 만일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법화경이라는 가르침을 설하는 이가 있으니 우리 함께 가서 듣기로 합시다’ 하고 권유하여, 그 말을 듣고 그 사람이 잠깐 동안만이라도 듣게 하면, 이 사람의 공덕은 몸을 바꾸어 다시 태어날 때에, 다라니를 얻은 보살과 같은 곳에 태어나 진리를 받아들이는 기근이 영리하고, 참다운 지혜를 갖춘 사람이 될 것이며, 다음의 백천만세에 벙어리가 되지 않고 입에서 추한 냄새가 나지 아니하며, 혀는 항상 병이 없고 입도 역시 병이 없으며, 이빨에 때가 끼거나 검지 아니하고 혹은 누렇게 되지 아니하며, 사이가 벌어져 성글지도 아니하고 빠지지도 않고 굽거나 덧니가 없으며, 입술이 아래로 쳐지지도 않고 위로 걷어올리지도 아니하며 거칠거나 부스럼이 나지 않으며, 또는 언청이나 비뚤어지지도 아니하고 두텁거나 너무 크지도 아니하며, 또한 검지도 아니하고 여러 가지 좋지 않은 모습을 가지지 아니하며, 코는 납작하지도 않고 비뚤어지거나 굽지 아니하며, 얼굴은 색이 검지 않고, 좁고 길지도 아니하며 푹 들어가거나 비뚤어지지도 아니하며, 일체 바람직하지 않는 인상이 하나 없으며, 입술이나 혀나 이빨이 모두 바르고 아름다운 모습이며, 코는 곧아서 얼굴모양이 원만하며 눈썹은 높고 길며, 이마는 넓고 평정하여 인상이 모두 훌륭하게 갖추어지며,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날지라도 세세생생 부처님을 만나 뵙고 가르침을 등을 수 있으며, 그 가르침을 믿어 간직할 것이니라. 아일다여, 잠시동안 마음을 가다듬고 이 진실을 조용히 살펴보아라. 단 한 사람에게 권하여 가르침을 듣게 한 공덕도 이 정도이거늘, 하물며 자진하여 일심으로 가르침을 듣고 설하고 읽고 외우며, 많은 사람을 위해 여러 가지로 분별하여 그 가르침을 전하고 그들로 하여금 가르침대로 실행하도록 하였다면, 그 공덕은 말해 무엇하겠느냐.“ 그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어떤 이가 설법하는 모임에서 법화경을 듣고 나서 단 한 시송이라도 가슴속에 기쁨 느껴 다른 사람 위해 설하기를, 이와 같이 차례차례로 가르침이 옮겨가서 오십 번째 이르렀다 하자. 맨 나중 사람 얻는 복을 이제 내가 분별하리. 어떤 큰 시주가 한량없는 중생에게 생활물자 보시하되, 팔십 년에 걸쳐 각자 원하는 대로 나누어주나, 그들은 노쇠하여 백발이 되고 얼굴에는 주름 잡혀, 이빨 빠져 성글었고 몸은 바싹 마른 것 보고, 멀지 않아 죽을 것이라. ‘내 그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 설해주어 좋은 과보 얻게 하리’. 여러 가지 방편으로 미혹 제거하는 진리의 가르침 설하니, ‘이 세상은 견고치 않고 물거품과 타오르는 불꽃이라. 그대들은 빨리 이런 것이 집착치 않는 마음 내어야 한다’ 고. 여러 사람 이 가르침 듣고 미혹을 완전히 버린 아라한 되어 여섯 가지 신통력과 삼명(三明)과 여덟 가지 해탈 성취해도 맨 마지막 오십 번째의 사람, 법화경 한 시송 듣고 마음속으로 기뻐하면, 그 사람이 받는 복이 큰 시주 공덕보다 비교할 수 없이 크니, 이와 같이 차례차례 권하여듣는 복도 한량없거늘, 하물며 법회에서 처음 듣고 귀의감사하는 이는 다시 말해 무엇하랴. 만일 한 사람 권하여 법화경 들으러 가자고 이끌되, ‘이 법화경은 깊고 미묘하여 천만겁에도 만나기 어렵다’ 고 말하였는데, 곧 그 말 따라 설법회에 가서 잠시만이라도 듣는다면, 권유한 사람 받는 복을 내가 이제 말하리라. 세세생생 입병 없고, 이빨은 성글거나 누렇거나 검지 않으며, 입술은 두텁거나 위로 걷어올리거나 찢어지지도 않아 미운 모습 전혀 없고, 혀가 마르거나 검거나 짧지 않고, 코는 높고 곧으며, 이마는 넓고 평정하여 얼굴 모양 단정하고 위엄 있어, 많은 사람 그 얼굴 보기 좋아하며, 입에서는 추한 냄새 없고, 푸른 연꽃 향기 항상 그 입에서 나리. 어떤 사람 승방에 가서 법화경 설법 듣기 원해, 잠깐이라도 그 가르침 듣고 깊이 감사하면 그 사람 받는 공덕 내가 설하리니, 다음 세상 하늘이나 인간으로 태어나서 아름다운 코끼리말수레, 진귀한 보배 연을 탈 것이며, 하늘의 궁전에 오르리라. 만일 법화경 강의하는 곳에서 다른 이를 권하여 앉아 듣게 하면, 그 선행의 인연으로 제석이나 범천왕전륜성왕의 자리에 앉으리니, 하물며 일심으로 듣고 그 뜻을 다른 이 위해 해설하고 가르침대로 수행한다면, 그 공덕이 어찌 한량없지 않겠느냐.』 제 19 장 법사공덕품(法師功德品) 그때, 부처님께서 항상 게으르지 않고 정진하는 상정진(常精進)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소질이 훌륭한 남녀가 법화경을 믿어 간직하여 읽고 외우며 다른 사람을 위해 해설하고 옮겨 쓰면, 그 사람은 팔백 가지의 눈의 공덕과 일천 이백 가지의 귀의 공덕과 팔백 가지의 코의 공덕과 일천 이백 가지의 혀의 공덕과 팔백 가지의 몸의 공덕과 일천 이백 가지의 뜻의 공덕을 얻을 것이니, 이 공덕을 가지고 눈귀코혀몸뜻의 여섯 가지 감각이나 지각기관의 작용을 아름답고 깨끗하게 꾸밀 것이니라. 이 소질이 훌륭한 남녀는 부모 소생의 육안(肉眼)이 매우 맑아져서 삼천대천 세계 안팎에 있는 산과 숲과 강과 바다를 다 볼 수 있고, 아래로는 아비지옥으로부터 위로는 유정천까지 꿰뚫어볼 수 있을 것이며, 또 그 가운데 살고 있는 일체의 생명들이 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뿐더러, 그들의 행위에 대한 원인과 결과 및 그 영향까지의 모든 것을 낱낱이 보고 알 수 있을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대중가운데서, 두려움 없는 마음으로 이 법화경 설한다면 그 공덕 잘 들으라. 이 사람은 팔백 공덕, 뛰어난 눈 얻으리니, 그 공덕에 의해 눈은 청정하여 모든 것 다 볼 수 있을 것이니라. 부모에게서 타고난 육안으로 삼천 세계 안팎의 미루산과 수미산과 그리고 철위산과 그 박의 여러 산과 수풀과 큰 바다와 강과 작은 시냇물 보며, 아래로는 아비지옥에서 위로는 유정천까지 그 가운데 여러 중생 일체를 다 볼 것이니, 아직 하늘 눈은 얻지 못했어도 육안으로 이런 능력 갖추리라.』 “또 다시 상정진이여, 만일 소질이 훌륭한 남녀가 이 법화경을 믿고 간직하여 읽고 외우며 다른 사람 위해 해설하고 옮겨 쓰면, 이런 사람은 일천 이백의 귀의 공덕을 얻을 것이니, 이 티없이 맑은 귀를 가지고 삼천대천 세계의 아래로는 아비지옥에서부터 위로는 유정천에 이르기까지 그 안팎에 있는 가지가지의 음향과 음성을 분별하여 들을 수 있을 것이니, 즉 이야기하는 말의 내용과, 코끼리말소 등의 우는 소리의 뜻과 수레가 진동하는 그 상황과 울부짖는 소리와 슬퍼 탄식하는 소리에 내포된 그 마음이며, 고동북종방울 소리에 담긴 정, 웃는 소리이야기 소리, 남자의 소리와 여자의 소리, 사내아이와 계집아이의 목소리에 나타나는 각자의 마음과 법을 설하는 소리와 도리에 맞지 않는 사실을 설하는 소리며, 괴로워하는 소리와 즐거운 소리며, 범부의 소리와 성인의 소리며, 기뻐하는 소리와 기쁘지 않을 소리며, 하늘에서 나는 소리와 용의 소리며, 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 등 귀신의 소리며 불타는 소리와 물 흐르는 소리, 바람 부는 소리며, 지옥축생아귀도에서 고통받는 소리며, 비구비구니성문연각들이 불도를 수행하고 있는 소리며, 보살과 부처님께서 법을 설하고 계시는 소리 등을 있는 그대로 분별하여 다 들을 수 있을 것이니라. 다시 요약해서 말하자면, 삼천대천 세계의 안팎에 있는 일체의 소리를 비록 하늘 귀를 얻지 못하고 부모로부터 받은 보통의 귀일지라도 그 귀가 청정하기 때문에 다 들어 알 수 있나니, 이렇게 가지가지의 소리를 분별하여 들을지라도 귀의 근본의 능력을 손상시켜 혼란을 일으키지 아니하리라.“ 그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부모에게 받은 귀일지라도 법화경 믿은 이는 청정하여 흐리지 않아, 그 보통 귀로 삼천세계의 모든 소리 들을 수 있어, 코끼리말수레소의 소리와, 종방울고동북 소리며, 소금(小琴)대금수금(竪琴)과, 퉁소 피리 소리며 청정하고 아름다운 노래 소리 듣더라도 집착하지 아니하며, 무수한 사람 소리 다 듣고 잘 이해하며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와 아름다운 노래 소리 다 듣고, 남녀의 소리와 사내아이계집아이의 소리 들으며, 산천 험한 계곡에서 가릉빈가 우는 소리며 명명조 등의 여러 새들 소리 다 듣고, 지옥의 많은 중생 고통의 울부짖음, 가지가지 벌받는 소리, 굶주리고 목이 마른 아귀도에 빠진 무리 음식을 찾는 소리, 많은 아수라들이 큰 바닷가에서 살며 스스로 함께 말할 때에 큰 소리 치는 것도, 이런 설법하는 이는 이곳에 편히 머물면서 이와 같은 어지러운 소리 뒤섞여 들릴지라도 청각은 완전하며, 시방세계 가운데의 금수들의 울며 서로 부르는 소리, 그 설법자는 그 자리에서 낱낱이 들을 수 있고, 그 여러 범천 위의 광음천과 변정천과 유정천에 이르기까지 모든 하늘의 말도 여기 머문 법사는 모두 다 들을 수 있다. 일체의 비구들과 그리고 여러 비구니들이 혹은 경전 읽고 외우고, 혹은 다른 사람 위해 설하는 것도 법사는 이곳에 머물면서 모두 다 들을 수 있고, 또 여러 보살들이 경전을 읽고 외우며 남을 위해 설하거나 가르침 골라 모아 그 뜻을 해설하는, 이와 같은 여러 음성 모두 다 들을 수 있고, 중생 교화하옵시는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 여기저기 큰 법회에서 깊고 묘한 가르침 설하실 적에 이 법화경 간직하는 이는 모두 다 들을 수 있고, 삼천대천 세계 안팎의 여러 가지 음성, 아래로는 아비지옥, 위로는 유정천에 이르기까지 모두 그 음성 들을지라도 귀의 기능 상하지 않네. 그 귀의 기능은 총명하여 모두 다 분별하여 알며, 이 법화경 간직하는 이는 아직 하늘 귀 못 얻었더라도, 태어날 적에 가진 귀로도 위에 말한 것과 같이 큰 공덕 얻었느니라.』 “또 다시 상정진이여, 만일 소질이 훌륭한 남녀가 이 법화경을 믿어 간직하고 읽고 외우며, 다른 사람 위해 해설하고 옮겨 쓰면, 팔백 가지의 코의 공덕을 성취하리니, 그 청정한 코의 기능을 가지고 삼천대천 세계의 위와 아래 그이고 안팎의 여러 가지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니라. 수만나꽃의 향기사제꽃의 향기말리꽃의 향기첨복꽃의 향기바라라꽃의 향기붉은 연꽃의 향기푸른 연꽃의 향기흰 연꽃의 향기, 모든 꽃피는 나무의 향기며 과일 나무의 향기며, 전단향침수향다마라 나무 잎의 향기, 다가라의 향기와 천만 가지의 향을 조합한 향기며, 혹은 가루 향과 둥글게 만든 향과 바르는 향의 향기들을 이 법화경 간직하는 이는 한 곳에 머물면서도 다 맡고 분별할 수 있을 것이며, 또 모든 생명체[衆生]의 냄새, 즉 코끼리말소양의 냄새며, 남자여자사내아이계집아이의 냄새, 그리고 풀나무덩쿨숲 등의 냄새와 혹은 가까이, 혹은 멀리 있는 모든 것들의 냄새를 낱낱이 분별하여 맡되 착오가 없을 것이니라. 이 법화경 간직하는 이가 비록 이 세계에 머물러 있지만, 또한 천상의 여러 하늘 냄새를 맡을 수 있나니, 제석천의 뜰에 있는 피리질다라와 구비다라나무의 향기와 만다라꽃마하만다라꽃만수사꽃마하만수사꽃의 향기며, 전단과 침수의 여러 가지 가루 향이며 여러 가지 꽃들의 향기 등, 이러한 하늘의 향기가 화합하여 풍겨내는 향기를 맡아서 알지 못하는 것이 없느니라. 또 모든 하늘사람의 몸에서 나는 냄새도 맡을 것이니, 제석천이 훌륭한 궁전에 있으면서 다섯 가지 감각기관의 욕망을 즐기고 있을 때의 냄새며, 혹은 묘법당에 있으면서 도리천의 천인들을 위해 설법할 때의 향기, 여러 동산을 거닐 때의 향기 및 그 밖의 남녀 천인들의 몸에서 나는 향기 등을 모두 다 아득히 멀리서 맡아 알 수 있을 것이며, 이와 같이 점차로 위로 올라가 범천에서부터 유정천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하늘사람의 몸에서 나는 향기를 맡을 것이며, 또한 하늘사람들이 태우는 향의 향기도 다 맡아 알 수 있을 것이니라. 그리고 성문과 벽지불과 보살과 부처님의 몸에서 나는 향기를 멀리서도 맡을 수 있어, 어디에 계시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니라. 이와 같이 모든 냄새를 맡을지라도 코의 기능은 파괴되지도 않거니와 착오도 없을 것이며, 또 그것들을 분별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할 때에도 잘 기억하고 있어, 틀리는 일이 없을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이 사람 코는 청정하여 이 세계 가운데의 혹은 향기롭고 혹은 추한 냄새를 모두 맡아 알 수 있고, 수만나사제꽃다마라와 전단이며, 참수 그리고 계향과 그 밖의 가지가지 꽃과 열매의 향기, 아울러 중생의 냄새, 남자여자의 향기들을 설법하는 이는 멀리 있으면서도 그 처소 알 수 있고, 큰 세력 있는 전륜성왕소전륜성왕과 그 아들과 많은 군신여러 궁인들 냄새 맡아 그 있는 곳 알며, 그들의 몸에 지닌 귀한 보배와 땅 속에 묻어 둔 보물이나 전륜성왕의 궁전에 있는 아름다운 궁녀들도, 냄새 맡아 있는 곳 알며, 여러 가지 바르는 향 냄새맡아 알아내며, 여러 하늘 혹은 걷거나 앉거나 놀거나 신통 변화하는 모습, 이 법화경 간직하는 이는 향기 맡아 다 잘 알며, 여러 나무 꽃과 열매, 그리고 소유(蘇油) 향기, 이 법화경 간직하는 이, 여기서도 그 있는 곳 다 알며, 산 깊은 험한 계곡, 전단 나무 꽃이 피면 중생 가운데 있으면서도 냄새맡고 알아내며, 철위산과 큰 바다와 땅 속에 사는 여러 중생 법화경 간직한 이, 냄새맡고 있는 곳 알아내며, 아수라의 남녀와 그 여러 권속들이 싸우고 장난치는 것도 냄새맡고 다 잘 알며, 거칠고 넓은 들판, 험하고 좁은 곳의 사자코끼리호랑이이리들소물소들도 냄새맡아 그 있는 곳 알며, 혹은 임신한 여인의 몸 속 아이가 남아인가 여아인가, 성별이 애매한가, 사람 아닌 귀신인가, 분별할 수 없지만, 냄새맡아 다 잘 알며, 향기 맡는 힘 가졌기에 처음 임신하였는지, 성공할지 못 할는지, 안락하게 좋은 아들 낳을런지 알며, 향기 맡는 힘 가졌기에 남녀가 생각하는 것과 번뇌욕망, 어리석은 마음성내는 마음 알며, 또 선행 닦는 이 알며, 땅 속에 묻혀있는 금과 은과 여러 가지 귀한 보배를 구리 그릇에 가득 담아둔 것도 냄새 맡아 다 알며, 가지가지 많은 영락, 그 값 알 수 없지만 냄새 맡아 비싸고 싸며, 출처와 소재다 잘 알며, 천상의 여러 가지 꽃들 만다라와 만수사와 파리질다나무들도 냄새 맡아 모두 알며, 천상의 여러 궁전 상중하의 차별 있어 많은 보배꽃으로 장엄하였으되, 냄새 맡아 분별하며, 하늘의 동산수풀, 훌륭한 궁전, 여러 누각, 묘법당 그 가운데 천인들이 즐겁게 지내는 것, 냄새 맡아 모두 알고, 여러 하늘이 법을 듣고 혹은 오관의 욕망 즐기거나, 오고 가며 행하며 앉고 눕는 것을 냄새 맡아 모두 알며, 천녀들이 꽃과 향으로 아름답게 장엄한 옷을 입고 빙글빙글 돌며 유희하는 것도 냄새 맡고 모두 알며, 이와 같이 차츰 올라가 범천에 이르러서 그곳에서 선정에 들고 남은 냄새 맡아 알아내며, 더 올라가 광음천과 변정천과 가장 높은 유정천까지 처음 태어난 것이나 생명을 마치는 것도 냄새 맡아 알아내며, 많은 비구 대중들의 법의 수행 정진하되, 혹은 좌선으로 혹은 거닐면서 사색하며 혹은 경전 읽고 외우며, 숲 속의 나무 아래에서 마음을 맑게 하고 일심으로 좌선하는 것과 법화경 간직하는 이 냄새 맡아 있는 곳 알아내며, 굳은 뜻 가진 보살 좌선하고 독송하며, 남을 위해 설법하고 있는 것 냄새 맡아 알아내고, 시방세계 계시는 세존, 일체중생에게 존경받으면서 중생을 사랑하며 법을 설하는 것, 냄새 맡아 모두 알며, 중생들이 부처님 앞에서 법화경 듣고 환희하며 가르침대로 수행한 것, 냄새 맡고 모두 아니, 이 법화경 간직하는 이는 이와 같은 위대한 능력 발휘할 수 있으리라.』 “또 상정진이여, 만일 소질이 훌륭한 남녀가 이 법화경을 믿어 간직하고 읽고 외우며, 다른 사람 위해 해설하고 옮겨 쓰면, 일천 이백 가지의 혀의 공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니, 보기에 좋은 음식이나 보기 사나운 음식이거나 맛 좋은 음식이거나 맛이 좋지 않은 음식이거나 쓴 것이거나 떫은 것이거나, 그 사람의 혀에 닿으면 모두 변하여 좋은 맛이 되나니, 하늘의 감로수처럼 맛있게 느낄 것이니라. 만일 그 혀의 기능을 가지고 대중 가운데서 법을 설한다면, 감명 깊은 소리를 내어 듣는 이의 마음이 다 환희하고 유쾌한 감동을 느끼게 하여 가슴에 뜨거운 기쁨을 안겨줄 것이니라. 또 여러 하늘의 천자나 천녀가 제석천과 범천의 여러 하늘이, 그 사람이 깊고 미묘한 음성으로 법을 설하되, 그 설하는 것이 순서와 이론이 정연하므로 다 와서 들으며, 도 여러 용과 용녀야차야차녀건달바건달바녀아수라아수라녀가루라가루라녀긴나라긴나라녀마후라가마후라가녀가 법을 듣기 위해 모여와서, 그 사람에게 친근하고 공경하며 귀의와 감사의 정성을 바칠 것이다. 그리고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국왕왕자와 많은 대신들과 그 권속이며, 소전륜왕과 대전륜왕과 칠보를 갖춘 전륜성왕의 안팎의 권속이 그들의 궁전에 올라 법을 들으려고 올 것이니라. 또 이 구법자는 교묘하게 설법을 하기 때문에 바라문과 거사와 나라 안의 인민들이 그 수명이 다하도록 모시고 따르며 공양하리라. 또 여러 성문과 벽지불과 보살들과 여러 부처님들도 항상 그 사람을 만날 것을 바랄 것이며, 또 모든 부처님들께서는 그 사람이 있는 곳을 향하여 법을 설하실 것이니, 그 사람은 일체의 부처님의 법을 빠짐없이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깊고 미묘한 목소리로 그 법을 설할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이 사람의 혀는 청정하니 일생동안 나쁜 맛 받지 않고, 먹고 씹는 모든 것이 감로의 맛으로 변하리라. 맑고 묘한 목소리로 대중 위해 설법하되, 혹은 과거 사연들과 교묘한 비유로써 중생 마음 인도하니, 듣는 이는 모두 환희하여 좋은 공양 바치리라. 여러 하늘용과 야차, 그리고 아수라 등이 모두 공경하는 마음 가지고서 함께 와서 법을 듣고, 이 설법하는 이가 만일 묘한 음성으로 삼천대천 세계에 가득 채우고자 원한다면 그 뜻에 따라 원하는 대로 곧 이루게 될 것이며, 크고 작은 전륜성왕과 그리고 천자의 권속들은 합장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항상 와서 법을 듣고, 여러 하늘용과 야차, 나찰이나 비사사도 역시 환희심 가지고서 항상 와서 공양하며, 범천왕과 마왕들과 자재천과 대자재천 등, 이와 같은 여러 하늘대중 항상 그 이 있는 곳에 올 것이니라. 여러 부처님과 제자들은 그 설법소리 듣고서 항상 수호하며 때에 따라 그를 위해 몸을 나타내 보이리라.』 “다시 상정진이여, 만일 신앙이 깊은 남녀들이 이 법화경을 믿어 간직하고 읽고 외우며, 다른 사람 위해 해설하고 옮겨 쓰면, 팔백 가지 몸의 공덕을 얻을 것이니, 이런 사람은 티없이 맑고 유리 같은 몸이 되어 중생들이 그 사람을 만나기 원할 것이며, 또한 그 몸이 청정하기 때문에 삼천대천 세계의 중생들이 생할 때와 죽을 때, 그 성품의 높고 낮음이며 그 모습의 예쁘고 미움과 그 태어나는 장소의 좋고 사나움 등이 낱낱이 그 몸에 비치어 나타날 것이니라. 또 철위산과 대철위산과 미루산과 마하미루산 등 여러 산과 그 가운데 살고있는 모든 생물의 모습도 낱낱이 그 몸에 비칠 것이며, 아래로는 아비지옥에서 위로는 유정천까지 맑은 생물들의 모습이 그 몸에 비치어 나타날 것이니라. 또 성문이나 벽지불보살부처님께서 가르침을 설하는 것이 다 그 몸에 역력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법화경을 간직하는 이는 그 몸이 청정하여 마치 청보석 같아 중생은 모두 보고자 원하리니, 맑고 깨끗한 거울에 온갖 모습 비치듯이 그 보살의 청정한 몸에는 세상 모든 것 다 나타나건만, 오직 홀로 알뿐이며 다른 사람 볼 수 없다. 삼천세계 가운데의 일체 여러 생물이며, 하늘안간아수라지옥아귀축생들의 이러한 온갖 모습 그 몸에 나타나며, 유정천에 이르기까지 모든 하늘 궁전이나 철위산과 미루산과 마하미루산의 모습이나 여러 큰 바다의 모습들도 모두 그 사람의 몸에 나타나며, 여러 부처님을 비롯하여 성문과 부처님 아들인 보살들이 혹은 홀로, 혹은 대중 가운데서 설법하는 것 다 나타나며, 아직 진여의 미묘한 몸 성취하지 못했을지라도 청정한 몸 가졌으니 그 모든 것 나타나리라.』 “다시 상정진이여, 만일 소질이 훌륭한 남녀가 여래가 멸도한 후의 세상에서, 이 법화경을 굳게 믿고 간직하며, 읽고 외우며 해설하고 옮겨 쓰면, 일천 이백 가지의 뜻의 공덕 얻으리니, 이런 사람은 마음속 깊이 청정해 있으므로 이 법화경의 단지 한 시송이나 한 구절만 듣고서도 그 가운데 포함되어 있는 한량없고 가이없는 뜻을 완전히 통달하여 알 것이며, 또 이 한 시송한 구절에 대해 한 달 내지 넉 달 또는 일년 동안 걸쳐 설법을 계속하더라도 그 설하는 가르침은 항상 바른 뜻에 꼭 맞는 것이어서 진리에 벗어나는 일이 없느니라. 만일 그 사람이 일상생활에 대한 가르침이나 세상을 다스리기 위한 언론이나 산업에 대한 지도 등을 행하더라도 그것은 모두가 정법에 따른 것이 될 것이니라. 또 삼천대천 세계의 여섯 가지 갈래에 있는 중생이 마음속에 어떤 생각을 하고있으며, 또 마음이 어떤 작용을 하고 있는가, 혹은 어떤 부질없는 생각을 하고있는가를 낱낱이 알 수 있으니, 왜냐하면 비록 아직은 미혹을 완전히 제거하여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지혜를 얻지 못했지만, 그 마음의 깊은 속이 청정하게 되어 있으므로 그와 같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니라. 그리고 그 사람이 어떤 것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고 이것은 이렇게 하여야만 된다고 생각하여, 그것을 말로 설할 때에는 그것이 그대로 부처님의 가르침에 꼭 들어맞아서 진실에서 벗어나지 아니하며, 또 모든 부처님께서 일찍이 설하신 것과 일치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이 사람의 뜻은 청정하여 밝고 영리하며 흐리지 않아, 이런 뛰어난 마음의 기능으로 상중하의 가르침 알아, 단 한 시송만 듣더라도 한량없는 뜻 통달하며, 차례차례 법의 뜻에 따라 한 달, 넉 달, 일년 동안 설법하니, 이 세계 안팎에 살고 있는 일체 여러 중생, 혹은 하늘용이며, 그리고 인간과 야차귀신들이며, 여섯 갈래 가운데에 있는 것들의 갖가지 생각 가진 것도 이 법화경 간직하는 공덕으로 일시에 다 알 수 있고, 백 가지 복으로 장엄하신 시방에 계시는 부처님들께서 중생 위해 설법하심을 다 듣고 간직하리. 한량없는 깊은 뜻을 깊이깊이 생각하고 자유자재로 설법함에 있어, 근본적인 뜻 잊지 않으니 법화경 간직한 때문이라. 가르침의 근본적인 뜻을 알아 그 순서도 낱낱이 알며, 어떤 말을 사용하고 어떤 방법으로 설할 것 인가도 통달하여 아는 바를 그대로 남에게 설해 주니, 이런 사람 하는 설법, 모두 과거의 부처님 설하셨던 법이라. 이런 진리 설하므로 대중 가운데 두려움 없다. 법화경을 간직한 이는 마음의 근본 청정하기 때문에, 아직 미혹을 완전히 여읜 경지 못 얻었지만 이런 모습 되느니라. 이런 사람, 법화경 간직하니 쉽게 도달치 못하는 높은 경지에 머물러 일체 중생에게 친근 되고 공경 받게 될 것이니, 바르고 교묘한 말씨로 천만 가지 사용하여 기근 따라 분별하여 설할지니, 이것은 오직 법화경 간직한 까닭이니라.』 제 20 장 상불경보살품(常不輕菩薩品) 그때, 부처님께서, 큰 세력을 얻은(대세지) 이, 득대세(得大勢)보살 마하살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는 이제 똑똑히 알아야 하느니라. 만일 법화경을 믿고 간직하는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 등의 수행자들을 헐뜯어 말하거나 꾸짖고 욕하거나 빈정거리고 비방하면, 그 큰 죄의 과보를 받을 것임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고, 그 반대로 법화경을 믿어 간직하여 읽고 외우며, 해석하고 옮겨 쓰는 사람이 얻는 공덕은 방금 설한 바와 같이 눈귀코혀몸뜻의 여섯 가지 기능이 다 청정할 것이니라. 득대세여, 한량없고 가이없는 생각조차 미치지 않는 아승기 겁을 지난, 아주 먼 옛날에 무섭게 울려 퍼지는 음성을 가진 위음왕(威音王)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라는 부처님이 계셨으니, 그 시절(겁)의 이름을 쾌락이 가득히 넘쳐흐른다는 이쇠(離衰)라고 하였으며, 그 나라의 이름은 위대한 탄생이라는 대성(大成)이라 하였느니라. 그 위음왕불께서는 그 세상에서 하늘과 인간과 아수라들에게 가르침을 설하시되, 성문의 경지를 구하는 이에게는 사제(四諦)의 법문을 설하여, 생노병사의 인생고로부터 벗어나게 하여 마음의 평안의 경지인 열반을 구경(究竟)토록 하였으며, 연각의 경지를 구하는 벽지불에게는 십 이 인연의 가르침을 설하셨고, 여러 보살을 위해서는 최고의 완전한 깨달음인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 길인 육바라밀을 설하시어 부처님의 지혜를 끝까지 밝히도록 인도하였느니라. 득대세여, 이 위음왕불의 수명은 사십만억 나유타 갠지스강의 모래 수와 같은 겁이었고 부처님의 가르침이 바르게 행하여진 시절은[正法], 마치 이 세계를 가루로 한 입자의 수만큼 계속하였고, 또 그 형태만 가르침이 바르게 전하여진 시절[像法]은 사(四) 천하를 가루로 한 입자의 수만큼 계속하였느니라. 그 부처님께서는 중생들에게 풍족한 이익을 주신 후에 멸도하였으나, 정법과 상법시절도 끝나, 진리가 완전히 사라지려고 하는 시절이 오자, 다시 또 그 나라에 부처님이 나시니, 또한 이름이 위음왕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었으니, 이와 같이 하여 차례차례로 이만억의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셨으나 모두 똑같은 이름이었느니라. 그 최초의 위음왕 여래께서 멸도하시고 정법이 멸한 후, 형태만의 법인, 상법이 세상에 행하여지고 있을 무렵, 참다운 깨달음을 얻지 못하였으면서도 깨달음을 얻은 체하는 증상만(增上慢)의 비구들이 득실거리며 큰 세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때 한 구법자인 비구가 있었으니 그 이름이 항상 경멸받는 사람이라는, 상불경(常不輕)이었노라. 득대세여, 무슨 사연이 있어 상불경이라고 이름하였냐 하면, 이 비구는, 비구이건 비구니이건 우바새건 우바이건, 불도를 수행하는 사람만 보면, 그 사람들을 공손하게 예배하여, ‘나는 당신들을 존경하오며 결코 경멸하거나 얕잡아보지 않나니, 왜냐하면 당신들은 모두 보살의 길을 행하여 반드시 부처님이 되실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하고 말하며 찬탄하는 것이었느니라. 이 비구는 경전을 읽거나 외우지도 아니하며, 그저 출가재가의 불도 수행자만 보면 예배할 뿐이었고, 더욱이 멀리서라도 출가재가의 사부 대중을 보게 되면, 가까이 쫓아가서 예배하고, ‘나는 결코 당신들을 경멸치 않습니다. 당신들은 모두 부처님이 되실 분이기 때문입니다’ 하고 말하며 찬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부 대중 가운데는 마음이 흐리고 비뚤어져 있어 그러한 말을 듣고 성내는 사람들 있었으니, ‘이 어리석은 비구야, 너는 어디에서 왔기에 우리들을 경멸치 않는 다고 하며, 더욱이 우리들에게 반드시 부처님이 될 것이라는 예언까지 하느냐. 우리들은 그러한 헛된 예언은 소용이 없다’ 하고 헐뜯고 꾸짖고 욕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여러 해 동안을 항상 비웃음과 욕을 들었지만 그는 결코 성내지 아니하고 사람만 보면, ‘당신은 반드시 부처님이 되실 분입니다’ 하고 말하니, 그 말의 참 뜻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화를 내며, 지팡이나 몽둥이로 때리거나 기왓장이나 돌멩이를 던지기도 하였으니, 그 보살비구는 뛰어 도망친 후, 멀리서 더욱, ‘나는 당신들을 경멸치 않습니다. 당신들은 모두 부처님이 되실 분입니다’ 하고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었노라. 이처럼 항상 ‘당신들을 경멸치 않습니다’ 하고 똑같은 말을 하고 다녔기에 증상만의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들은 이 비구를 <상불경(常不輕)>이라는 이름을 붙여 불렀느니라. 오직 이러한 행만을 일생동안 계속하여 온 이 비구가 임종하려고 할 때에, 앞서 위음왕불께서 설하셨던 이 법화경의 이십 천만억의 시송을 마치 허공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듯이 스스로 깨닫고 그것을 다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였으므로, 그 공덕에 의해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눈귀코혀몸뜻의 여섯 가지 기능이 청정하여졌으며, 이와 같이 여섯 기능이 청정하여졌기 때문에 그 수명이 연장되어, 다시금 이백만억 나유타 세 동안이나 삶을 계속하면서, 널리 사람들을 위해 이 진리의 가르침인 <법화경>을 설하였느니라. 이때, 깨닫지도 못하면서도 깨달은 체하는 교만한 마음을 가진 출가재가의 남녀 수행인들로서 이 사람을 천대하고 경멸하여, 상불경이라고 부르던 사람들도, 이 상불경이 큰 신통력과 법을 설하되, 모든 사람들을 설득하는 능력과 선을 닦아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는 큰 선적력(善寂力)을 얻은 것을 보고, 그가 설하는 바를 들으면 그 가르침에 완전히 심취하여 믿고 순종하게 되었으며, 그 밖에도 이 보살은 천만억의 대중을 교화하여 그들로 하여금 부처님의 깨달음에 도달코자 하는 굳은 마음을 가지도록 인도하였느니라. 그가 수명을 다한 뒤에는 또 이천억의 부처님을 친견할 수 있었는데, 그 부처님은 모두 일월등명불(日月燈明佛)이라는 이름이었고, 그 부처님 아래서 상불경은 이 법화경을 듣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설하였으므로, 그 공덕에 의해 또 차례로 이천억의 부처님을 친견할 수 있었으니, 그 부처님들의 이름은 뇌성의 왕인 운자재등왕불(雲自在燈王佛)이라 하였느니라. 그는 이천억의 운자재등왕불께서 설하신 법화경의 진리를 진심으로 믿고 간직하여 읽고 외워서 많은 사람들에게 설하였기 때문에, 그 공덕에 의해 평범한 눈이면서도 매우 청정한 시각(視覺)을 얻었으며, 청각과 후각과 미각과 촉각과 그리고 뜻의 기능도 청정해졌으므로 사부 대중 가운데서 법을 설할 때에도 조금도 두려워하는 일이 없었느니라. 득대세여, 이 상불경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이 많은 부처님을 섬기며 마음으로부터 공경하고 존중하며 찬탄하고, 여러 가지 선을 행하여 인격완성의 근본을 가꾸었으며, 후에 또 천만억의 부처님을 친견하여 그 각각의 부처님들로부터 묘법연화의 가르침을 듣고 그 가르침에 따라 많은 사람들에게 설하였기 때문에, 그러한 공덕이 원만히 성취되어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게 되었느니라. 득대세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때의 상불경보살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그 사람이 바로 나, 즉 이 몸이었노라. 만일 내가 전생에서 이 법화경의 가르침을 믿어 간직하여 읽고 외우며 다른 사람들을 위해 설하지 아니하였다면, 빨리 부처님의 깨달음에 도달하지 못하였을 것이니, 나는 앞서 계셨던 많은 부처님 아래서 이 가르침을 믿어 간직하고 읽고 외우며, 다른 사람들을 위해 그 가르침을 설하였기 때문에 곧 바로 부처님의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이니라. 득대세여, 그때 사부의 대중인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들은 성내는 마음을 가지고 나를 대하였으며, 나를 경멸하고 천대하였기 때문에, 그 악한 생각은 자기 자신에게 죄의 과보를 주어 이백억 겁 동안에도 부처님을 만나지 못하였으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지도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는 스님들도 만날 기회도 없었으니, 인생의 고뇌로부터 구제 받을 기연과 만날 수 없었기 때문에 천 겁 동안을 아비지옥 속에서 큰 고통을 받게 되었으나, 간신히 그 숙업이 다하여 죄가 다한 뒤에는 그 사람들은 또 다시 상불경보살이 사람들을 깨달음으로 인도하고자 하여 교화하고 있는 것과 만나게 된 것이니라. 득대세여, 그대는 어찌 생각하는가. 그 옛날 상불경보살을 경멸한 사부대중들이 어찌 다른 사람이랴. 지금 이 설법회 가운데 있는 발타바라(跋陀婆羅) 등 오백여 구법자와 사자월(師子月) 등의 오백의 비구니와, 부처님을 생각하는 사불(思佛) 등의 오백의 우바새들로서 지금은 부처님의 깨달음에 도달하고자 하는 뜻이 견고하여 뒤로 물러서지 않는 훌륭한 경지의 사람들이니라. 득대세여, 꼭 이 사실을 알아야 하느니라. 이 법화경은 모든 보살마하살에게 큰 공덕을 주어, 부처님의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가르침이기 때문에, 모든 보살마하살은 내가 멸도한 후에는 항상 이 법화경을 굳게 믿어 간직하며 읽고 외우며 해설하고 옮겨 쓰는 것에 노력하기 바라노라.“ 그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지난 세상에 위음왕이라는 부처님이 계셨으니, 한량없는 신통지혜 가지고서 일체 중생 인도할 새, 하늘인간용과 귀신이 함께 정성스런 공양을 드렸노라. 이 부처님 멸도한 후에 그 가르침 또한 다 하려고 할 때에 보살 한 분 계셨으니, 상불경이라 불렀노라. 그 때의 사부대중, 가르침 저마다 해석하고 또 그것에 집착하니, 상불경 보살은 그런 사람 찾아가서 그들에게 말하기를, ‘내 그대 경멸치 않나니, 그대들은 불도 행하여 모두 다 부처님 되리’ 하니, 여러 사람 이 말 듣고 경멸하고 비방하며 꾸짖고 욕을 해도, 상불경 그 보살은 훌륭히 참고 받아 넘겼으니 속세의 죄 다 마친 후 이 세상을 떠날 즈음, 이 법화경의 진리 들을 수 있어, 여섯 가지 기능이 청정하여 신통력을 얻었으므로 수명 또한 연장되어, 많은 사람 위하여서 널리 이 법화경 설했노라. 얕은 가르침에 사로잡힌 많은 사람들은 모두 이 보살의 힘을 입어, 교화되어 성취하니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큰 뜻을 세웠노라. 상불경보살은 수명 다하여, 몇 번이고 태어나서 무수한 부처님 만나 뵙고, 이 법화경 설한 인연 한량없는 복을 받아 차츰 공덕 갖추어서 빨리 불도 성취했네. 그 때의 상불경이 바로 지금의 내 몸이고, 당시의 사부대중으로서 얕은 법에 사로잡혔던 이들로서, 상불경이, ‘그대는 반드시 성불한다’ 고 하는 말 들은 이는 이러한 인연으로 무수한 부처님 친견하고, 이 자리에 있는 오백의 보살 대중들과, 그리고 비구비구니청신사청신녀들이, 지금 내 앞에서 가르침을 듣는 이, 바로 그들일세. 내 지난 세상에서 이 여러 사람들 권하여서 최고의 가르침인 이 법화경 듣고 믿게 하였으니, 보이고 가르쳐서 마음의 평안 얻게 하였으니, 세세생생 이와 같은 가르침 믿고 간직할 것이니라. 억억만 겁이라는 생각할 수 없는 세월에 이르기까지 때가 되어야 이 법화경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니, 억억만 겁이라는 생각할 수 없는 세월에 이르기까지 여러 부처님 세존께서 때가 되어야 이 법화경 설하노라. 이런 까닭에 내가 멸도한 후에 있어 행자들은, 이와 같은 거룩한 가르침 듣고 의혹된 맘 내지 말며 부디 일심으로 이 법화경을 설하여서, 세세생생 부처님 만나 뵙고 빨리 성불할지어다.』 제 21 장 여래신력품(如來神力品) 그때, 땅 속에서 솟아 나온 천 세계를 가루로 한 입자 수 같은 큰 뜻을 세운 구법자들이, 모두 부처님 앞에서 일심으로 합장하고 부처님의 거룩한 얼굴을 우러러보며 다음과 같이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후에는 세존의 분신들이 계시는 모든 국토의 그 분신불께서 멸도하신 곳에 가서, 반드시 이 가르침을 설하여 넓히겠나이다. 왜냐하면 저희들도 이 진실되고 청정한 위대한 법화경을 얻은 바에는, 굳게 믿어 간직하고 읽고 외우며, 다른 사람에게 해설하고 옮겨 쓰며, 이 가르침에 대한 은혜에 보답코자 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세존께서 문수사리를 비롯한, 오래 전부터 이 사바세계에 머물러 있던 백천만억의 보살마하살과 여러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와, 하늘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 등의 온갖 중생들 앞에서 큰 신통력을 나타내시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넓고 긴 큰 혀를 내시니 위로는 범천까지 이르렀으며, 일체의 털구멍에서는 한량없이 많은 광명을 발하시어, 시방세계를 두루 비추었습니다. 그러자, 많은 보배 나무 아래의 사자좌에 앉아 계시는 여러 부처님들께서도 넓고 긴 혀를 내시고 몸에서는 한량없는 광명을 놓으셨습니다. 이렇게 석가모니불과 보배 나무 아래에 앉으신 많은 부처님들께서 이와 같은 신통력을 나타내신 상태가 백천 년 동안 계속한 연후에 다시 이 넓고 긴 혀의 모습을 거두시자, 이번에는 일시에 큰 헛기침을 하시고 또 손가락을 함께 튕기시니, 이 두 가지의 소리가 시방의 부처님 세계에 두루 울려 퍼지며, 땅은 감격하여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습니다. 이 우주 안에 있는 중생인, 하늘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이 부처님의 신통력에 의해, 이 사바세계의 한량없고 가이없는 백천만억의 많은 보배 나무 아래의 사자좌에 앉아 계시는 많은 부처님들의 모습과, 석가모니불께서 다보여래와 함께 보배탑 안의 사자좌에 앉아 계시는 것을 확실히 볼 수 있었으며, 또 한량없고 가이없는 백천만억의 큰 뜻을 세운 구법자들과, 여러 사부대중들이 석가모니불을 둘러싸고 공경하고 있는 광경을 볼 수 있으며, 이 거룩한 광경을 본 이 우주 안의 모든 생명체들은 지금까지 경험치 못한 뜨거운 기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마침 그때, 하늘의 허공 중에서 큰 소리가 났습니다. “이 한량없고 가이없는 백천만억 아승기의 세계를 지나서 한 세계가 또 있으니, 그 이름을 사바라고 하며 그 국토에 한 분의 부처님이 계시니, 그 이름을 석가모니라고 하느니라. 지금 그 부처님께서는 큰 뜻을 세운 구법자들을 위하여 묘법연화라는, 보살을 가르치는 법이며, 부처님들께서 수호하시는 대승의 가르침을 설하고 계시니, 그대들은 모두 마음속으로부터 감사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아니 되며, 또 석가모니불을 예배하고 공양하지 않으면 아니 되느니라.” 그때, 허공중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를 들은 모든 중생들은 일제히 합장하고 사바세계를 향하여, ‘나무 석가모니불, 나무 석가모니불’ 하고 부르며, 가지가지의 꽃과 향과 영락과 번개와 그리고 부처님의 곁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여러 가지의 진귀한 보배와 귀중품들이 아득한 허공에서 이 사바세계에 흩어져 내렸으니, 이 모든 것들이 사바에서 흩어져 내리는 광경은 마치 구름이 모여서 내려오는 것 같았으나, 그것이 땅 위에 이르는 순간, 망사처럼 환하게 비치는 아름다운 장막으로 변하여서 모든 부처님의 위를 덮으니, 이때 시방세계는 차별이 없어져 어디라도 자유자재로 갈 수 있게 되었으며, 이 우주 전체가 하나로 이어진 불국토로 되어버렸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상행(上行) 등의 많은 구법자 대중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부처님들께서 갖추고 계신 신통력은 이와 같이 한량없고 가이없으며 또한 생각조차 미치지 않는 것이니라. 그러나, 후 세상에 이 법화경을 설해 넓혀줄 그대들에게 부촉하기 위하여, 이러한 여래의 신력을 가지고 한량없고 가이없는 백천만억 아승기 겁에 걸쳐 법화경의 공덕을 설해 밝히려 해도 도저히 다 설할 수 없으니, 그만큼이나 법화경의 공덕은 위대한 것이니라. 그러므로 중요한 것을 요약해서 말하면, 여래가 깨달은 일체의 진리와 여래가 지닌 자유자재한 일체의 능력과 여래의 가슴속에 넘칠 듯이 가득한 일체의 중요한 가르침과 여래의 일신, 즉 이 한 몸이 지내 온 일체의 내력 또는 외적인 깊은 온갖 경험들을 모두 이 법화경 속에 펴 보이며 설하여 밝혔느니라. 그렇기 때문에 내가 멸도한 뒤에는 이 가르침을 일심으로 믿어 잘 간직하여 읽고 외우며, 해설하고 옮겨 쓰며, 이 법화경에 설하여진 대로 수행하여야 할지니, 여러 국토 가운데에 만일 이 법화경을 믿어 간직하고 읽고 외우며, 해설하고 옮겨 쓰며 가르침대로 수행되고, 혹은 이 가르침이 바르게 행하여지고 있는 곳이 있다면, 그곳이 동산이거나 숲 속이거나 나무아래거나 승방이거나 재가 신도의 집이거나 혹은 전당이거나 산골짜기거나 거친 들판의 한가운데거나, 그 곳에 탑을 세워 그 가르침을 공양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왜냐하면 그 곳이야말로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으신 장소와 같기 때문이니라. 다시 말해 법화경이 마음속으로부터 수지되고 수행되어 생활상으로 실행되는 장소야말로 참으로 모든 부처님들께서 위없는 지혜를 깨달으신 장소이며, 모든 부처님들께서 영원히 가르침을 설하시는 장소이며, 모든 부처님들께서 이곳으로 멸도하시는 장도이기 때문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펴시려고 시송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을 구제하시는 모든 부처님들께서는 큰 신통력을 가지시사, 중생의 가슴 깊이 기쁨을 주기 위해 한량없는 신력을 나타내니, 범천에 이르기까지 혀를 내시고, 몸에서는 무수한 광명을 놓으시어, 불도를 구하는 이를 위해 신비한 일 나타내며, 여러 부처님 기침소리와 손가락 튕기는 소리는 널리 시방국토에 울려 퍼지니, 대지는 모두 여섯 가지로 진동하네. 부처님 멸도 후에 이 법화경 간직하고 있으므로 여러 부처님 기뻐하사, 한량없는 신통력을 발휘하느니라. 이 경전을 부탁하노니, 만일 뒤 세상에 믿어 간직하는 이 있다면, 한량없는 겁 다하여서 그 사람 찬미하여도 다 할 수 없으리니, 이런 사람의 공덕은 가이없고 무궁하여 시방의 허공에서 그 끝간데를 찾을 수 없는 것과 같으니라. 훌륭히 이 법화경을 간직하는 이는 바로 내 몸을 보는 것 같고, 멸도하신 다보불과 여러 분신불을 보며, 또 내가 지금 교화하는 많은 보살을 볼 것이다. 능히 이 경전 간직하는 이는 나와 그리고 나의 분신불과 멸도하신 다보불에 이르기까지 일체의 부처님을 환희케 하며, 현재과거미래를 통한 시방의 부처님들을 또한 보고, 또한 공양하며 환희토록 하게 하네. 모든 부처님들 도량에 앉아 깨달음 얻은 깊은 진리, 이 경전 간직하는 이는 멀지 않아 얻을 것이며 이 가르침 간직하는 이는 여러 가르침의 으뜸 된 뜻이나 말의 의미도 잘 알게 되어, 다른 사람에게 설할 적에 허공 가운데의 바람 같이 걸림 하나 없느니라. 여래가 멸도한 후에, 부처님께서 설하신 가르침의 사연 차례 다 알고서, 내가 설한 대로 뜻에 따라 그 참 뜻 설한다면, 해와 달의 광명이 모든 어두움 소멸시키는 것 같이 이 사람은 널리 세간에 행하는 일, 중생의 어두움 멸해주고 한량없는 보살 가르치어 일승에 머물게 하니, 이런 까닭에 지혜 있는 이는 이 공덕의 이익 듣고서, 내가 멸도한 후에 있어 마땅히 이 가르침 간직할지니, 이런 사람 불도에 있어 의심 없이 들리라.』 제 22 장 촉루품(囑累品) 그때, 석가모니불께서 서서히 설법의 자리에서 일어나시어 큰 신통력을 나타내시었으니, 오른 손으로 한량없는 큰 뜻을 세운 구법자들의 머리를 어루만지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한량없는 백천만억 아승기 겁에 걸쳐 매우 하기 힘든 수행을 거듭하여 얻기 어려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깨달을 수 있었는 바, 이 거룩한 깨달음을 후세에 전한다는 중대한 일을 지금 그대들에게 맡기노니, 그대들은 아무쪼록 일심으로 이 가르침을 설해 넓히어서, 널리 모든 중생들의 이익을 증진시켜 다오” 하고 이르시는 것입니다.세존께서는 이와 같이 세 번이나 여러 큰 뜻을 세운 구법자들의 머리를 어루만지시고 다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한량없는 백천만억 아승기 겁에 걸쳐 이 얻기 어려운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었지만, 지금 이 가르침의 모든 것을 그대들에게 맡기고자 하노니, 그대들은 꼭 이 가르침을 믿고 간직하여 읽고 외우며, 널리 이 가르침을 펴서 전하여서 두루 일체중생에게 알리도록 노력하기 바라노라. 왜냐하면 여래는 큰 자비의 마음을 가지고 있을 뿐이어서 어떠한 것에도 아끼는 마음은 조금도 없으며, 또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아 충분히 중생에게 진리의 지혜와 자비의 지혜와 스스로 생한 지혜, 즉 신앙의 지혜를 수여하는 사람이며, 여래는 이 일체중생에 대한 최대의 보시자이니, 그대들은 또한 여래의 마음에 따르고 여래가 이룩해 온 것을 배워야 하며 결코 법에 인색하여서는 아니 되노라. 만일 미래세에 있어서 나의 자비의 지혜를 믿는 소질이 훌륭한 남녀가 있다면, 그들을 위하여 이 법화경의 가르침을 충분히 설하여 들려주어야 하노니, 그것은 다름 아닌 그 사람으로 하여금 부처님과 똑같은 지혜를 얻도록 하기 위한 것이니라. 만일 이 가르침을 믿어 간직하지 않는 중생이 있다면, 내가 설한 다른 깊은 가르침 가운데서 그 사람의 기근에 알맞는 것을 골라 서서히 이 법화경으로 인도하도록 하여라. 그대들이 이와 같이 하여 훌륭히 사람들을 바른 가르침으로 인도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모든 부처님들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이 되느니라.“ 그때, 여러 큰 뜻을 세운 구법자들이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온 몸에 큰 기쁨이 가득 차 세존 님을 공경하는 생각이 한층 깊어져서,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숙여 예배하며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다 같이 이렇게 여쭈었습니다. “세존께서 분부하신 바와 같이 모든 것을 빠짐 없이 실행하겠사오니, 원컨대 세존이시여, 걱정하지 마옵소서.” 여러 큰 뜻을 세운 구법자 대중들이 이와 같은 말을 세 번이나 반복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분부하신 바와 같이 모든 것을 틀림없이 실행하겠나이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걱정하지 마옵소서.” 그때, 석가모니불께서 시방에서 오신 여러 분신 부처님들을 각각 본국에 돌아가도록 하시며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여러 부처님께서 편안히 돌아가시고, 또한 다보불탑도 다시 전과 같이 돌아가소서.” 석가모니불께서 이렇게 말씀하실 때에 보배 나무 아래의 사자좌에 앉아 계시던 시방세계의 한량없는 많은 분신불과, 그리고 다보불과 아울러 상행 등의 가이없는 아승기 보살 대중과 사리불 등, 성문의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들과 일체 세간의 하늘인간아수라 등이 부처님께서 설하신 것이 확실히 이해되었으므로, 더없는 기쁨을 느낀 것이었습니다. 제 23 장 약왕보살본사품(藥王菩薩本事品) 그때, 별들의 왕으로서 신통력을 발휘하는 이, 숙왕화(宿王華) 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약의 왕인 약왕(藥王) 보살은 사바세계에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자유자재로 활동하고 계시온데, 어찌 그러한 활동을 하실 수 있나이까. 이 약왕보살은 백천만억 나유타의 어려운 고행을 쌓아 오신 때문이라고 생각되오나 거룩하신 세존이시여, 원컨대 간략하게 설하여 주옵소서. 그것을 듣자오면, 여러 하늘용귀신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이나 또 다른 국토에서 온 여러 보살들과 여기 있는 성문 대중들이 모두 다 크게 환희할 것이옵니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숙왕화보살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먼 엤날 한량없는 갠지스강의 모래 수 같은 겁에 해와 달의 깨끗한 빛에 의해 상서로운 이, 일월정명덕(日月淨明德)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이라는 이름의 부처님이 계셨는데, 그 부처님의 제자 가운데는 팔십억의 보살마하살과 칠십 이 갠지스강의 모래 같은 수의 성문 대중이 있었으며, 그 부처님의 수명은 사만 이천 겁이요, 보살들의 수명도 부처님의 수명과 같았느니라. 그 국토에는 깨달음의 방해가 되는 여자가 없으며, 지옥아귀축생과, 아수라 등과 여러 가지 고난도 없었느니라. 땅은 손바닥처럼 평평하여 청보석(유리)으로 이루어졌고 보배 나무로 아름답게 장식되었으며, 보배 장막이 그 위를 덮었고 하늘에서는 훌륭한 보배 깃발이 아래로 드리웠고, 보석으로 만든 병과 향로가 온 나라 안에 가득 차 있었느니라. 일곱가지 보배로 만든 좌대가 한 나무에 하나씩 있었는데, 그 나무와 나무 사이의 거리는 화살 한 개가 미칠 만한 거리였고, 이 보배 나무 아래에는 보살과 성문들이 앉아 있으며, 그 보배의 좌대 위에는 각각 백억이나 되는 여러 하늘이 음악을 연주하며 부처님을 찬탄하는 노래를 불러 공양드리는 것이었느니라. 그때, 그 일월정명덕 부처님께서는 모든 중생이 좋아하는 모습을 가진, 일체중생희견(一切衆生喜見) 보살을 비롯한 많은 보살 대중과 여러 성문의 대중들을 위하여 법화경을 설하셨느니라. 이것을 들은 일체중생희견보살은 자진하여 고행을 익히고 일월정명덕불의 가르침을 깊이 연구하고 사색하는 경행(經行)에 정진하며, 부처님의 깨달음을 구하기를 일만 이천 년 동안이나 일심으로 수행한 결과, 상대방의 근기에 따라 그에게 알맞도록 몸을 나투시고, 그에 적합한 가르침을 설하는 자유자재한 힘을 몸에 갖춘 경지인, 현일체색신삼매(現一切色身三昧)를 얻었느니라. 이 삼매를 얻은 일체중생희견보살은 마음이 크게 환희하여, ‘내가 이 현일체색신삼매를 얻은 것은 다 이 법화경의 가르침을 들은 덕택이므로 이제부터 나는 일월정명덕불과 법화경을 공양하리라’ 하고 생각하였으니, 즉시 공양을 위한 삼매에 들어가자, 홀연히 허공으로부터 만다라꽃과 마하만다라꽃과 고운 가루로 된 검은 전단향이 하늘을 가득히 덮고 있는 구름처럼 내렸으며, 또 저울 여섯 눈금[六銖]의 값이 사바세계와 맞먹는 염부제 남쪽 끝 바닷가에서 자란[海此岸] 전단나무의 향을 비오듯 내려서, 부처님께 귀의와 감사의 정성을 바쳤느니라. 이 공양을 마치고 삼매에서 일어난 그는 다시 고쳐 생각하기를, ‘이렇게 신통력을 가지고 공양하기보다는 내 몸을 가지고 공양하는 편이 좋으리라’ 하고, 즉시 여러 가지 향인 전단훈육도루바 필력가[丁香]침수교향 등을 먹고, 도 첨복 등 여러 가지 꽃의 향유를 일천 이백 년 동안이나 마시고 향유를 몸에 바른 후,그 위에 하늘의 보배 옥을 감고 거기에다 향유룰 부어 적신 뒤에, 일월정명덕불 앞에 나아가 자기의 몸에다 불을 붙였으니, 그것은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한 큰 신통력을 얻고자 하는 소원 때문이었노라. 이렇게 일체중생희견보살이 자기의 몸을 태우자, 그 광명은 팔십억 갠지스강의 모래 같은 수의 세계에 미치어서 두루 비추었느니라. 그때, 그 광명에 의해 비추어진 세계의 부처님들께서 동시에 찬탄하기를,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이것이야말로 참된 정진이며, 이 행위야말로 진실한 방법으로 여래를 공양하는 것이니라. 설령, 아름다운 꽃이나 향이나 목걸이, 태우는 향뿌리는 향바르는 향이나, 하늘 비단으로 된 번개와 최고의 전단향인 해차안의 전단향 등, 이와 같은 귀중한 물건들을 바쳐 공양하더라도 이에 미치지 못할 것이며, 가령 나라의 성(城)을 모두 부처님께 바치고, 혹은 처자까지도 바쳐서 시중들게 하더라도 이에 미치지 못하느니라. 소질이 훌륭한 남자여, 이것을 제일의 보시, 즉 최고의 보시라 하나니 여러 가지 보시 중에서 가장 거룩하고 가장 가치 있는 보시이니라. 왜냐하면 그것은 가르침인 법을 가지고 부처님을 공양하기 위한 때문이니라’. 이런 말씀을 하신 모든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일체중생희견보살의 몸이 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 몸은 일천 이백년 동안이나 계속 타다가 가까스로 꺼졌느니라. 일체중생희견보살은 이와 같이 가르침에 대한 공야을 마치고 일단은 수명을 다하였던 것이지만, 그 후 다시 일월정명덕불의 국토 중의 정덕왕(淨德王) 집에 가부좌를 틀고 홀연히 부모의 인연을 받지 않고 태어났으며[化生], 이 세상에 나오자마자, 즉시 아버지를 위하여 다음과 같은 시송을 말하였느니라. 『대왕이시여, 아옵소서. 저는 일월정명덕불 아래에서 수행하여 곧바로 일체현제신삼매(一體現諸身三昧)를 얻었지만, 부지런히 크게 정진하여 사랑하는 내 몸마저 버렸나이다.』 이 시송을 설하여 마치고 다시 아버지께 여쭈었느니라. 일월정명덕불께서는 지금도 여전히 계시옵나니, 저는 앞서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행을 하였던 결과, 일체 중생의 말을 듣고서 그 마음속을 꿰뚫어보며, 그 것에 적합한 가르침을 설하는 능력인 해일체중생어언다라니(解一切衆生語言陀羅尼)를 얻었으나, 다음에 또 이 법화경의 팔백 천만억 나유타, 10의 15배인 견가라(甄迦羅), 10의 17배인 빈바라(頻婆羅), 10의 19배인 아축바(阿閦婆) 등의 시송을 듣게 되었으니, 거듭 감사할 따름입니다. 대왕이시여, 그러므로 저는 다시 부처님께 돌아가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나이다.‘ 이렇게 말한 후, 왕자는 칠보로 된 좌대에 앉아 허공으로 오르니 그 높이가 칠 다라수나 되었느니라.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머리 숙여 예배하고 열 손가락을 모아 합장하며, 시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느니라. 『부처님의 얼굴은 아름답고 거룩하사, 광명은 시방을 비추시나이다. 저는 옛날에도 공양을 하였지만, 지금 다시 기꺼이 모시게 되었나이다.』 이와 같이 시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고 나서 일체중생희견보살은 다시 여쭙기를,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아직도 이 세상에 계셨나이까’ 하니, 그때, 일월정명덕불께서는 일체중생희견보살에게 말씀하셨느니라. ‘소질이 훌륭한 남자여, 잘 와 주었도다. 참으로 나는 열반할 때가 이르렀노라. 내가 멸도할 시기가 왔노라. 그대는 나의 마지막 자리를 편안하게 펴다오. 오늘 밤에는 반드시 열반에 들 것이니라.’ 하시고 또 일체중생희견불에게 분부하시기를, ‘소질이 훌륭한 남자여, 이후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넓히는 것을 그대에게 맡기노라. 그리고 모든 구법자와 큰 제자들과, 아울러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는 가르침과 삼천대천 세계의 칠보로 된 국토와 여러 보배 나무 아래의 거룩한 도량과, 나를 시봉하는 여러 하늘을 다 그대에게 맡기노니, 널리 세간에 나누어서 세상사람들이 공양하도록 몇천 개의 탑을 세울지니라’ 하고 말씀하셨느니라. 이월정명덕불께서는 일체중생희견보살에게 이와 같이 말씀하신 후, 그날 밤 중에 열반에 드셨느니라. 그때, 일체중생희견보살은 부처님께서 멸도하심을 보고 깊은 슬픔에 잠겨 울며 괴로워하였으며, 부처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만 갔느니라. 그는 염부제 가장자리의 바닷가에 있는 해차안의 전단나무를 쌓아 올린 뒤, 그 위에 부처님을 모시고 공손히 화장(火葬)을 하였으며, 불이 다 꺼진 뒤에 팔만 사천의 보배항아리를 만들어 부처님의 사리를 거두어 담고, 팔만 사천의 탑을 세워 그 속에 모셨느니라. 그 탑은 삼(三) 세계보다 높은 범천의 세계에 이르렀고, 꼭대기의 뾰족한 기둥인 표찰은 아름답게 빛났으며, 처마 끝에는 여러 가지 번개도 늘이고, 가지가지 보배방울이 달려 있었느니라. 그때, 일체중생희견보살은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내가 비록 이와 같이 공양을 행하였으나 마음에 아직 흡족하지 않으니, 다시 부처님의 사리를 공양하리라’ 하고 다짐하여, 곧 여러 구법자와 큰 제자들과, 하늘용야차 등의 일체 대중에게 말하기를, ‘그대들은 마음을 가다듬어 일심으로 생각하라. 나는 지금부터 일월정명덕불의 사리를 공양하겠노라!’ 하고. 이 말을 마치자, 곧 팔만 사천의 탑 앞에서 백 가지 복덕으로 장엄된 자기의 팔에 불을 댕겨 태웠으니, 그 불은 부처님께서 남기신 덕에 감사드리는 정성을 광명으로 나타내며 칠만 이천 년 동안이나 탔으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워 번뇌를 없애겠다고 원하는 무수한 성문 대중들은 그 광명에 의해 마음의 어두움이 밝혀지자, 위없이 완전한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뜻을 세웠으며, 또 한량없이 많은 아승기의 보살들은 인도할 상대방에 맞추어 자유자재한 모습을 나타낼 수 있는 힘인, 현일체색신삼매를 몸에 갖추게 되었느니라. 그러나 그때, 여러 보살과 하늘인간아수라 등은 일체중생희견보살의 팔이 불에 타서 없어진 것을 보고 매우 걱정하고 슬퍼하며 말하기를, ‘이 일체중생희견보살은 우리들의 스승으로 우리들을 교화하여 주시는 소중한 분이신데, 이제 두 팔을 불태워서 불구의 몸이 되셨으니 어찌하면 좋을까?’ 하고 한탄하였느니라. 이때, 일체중생희견보살은 대중 가운데서 그들을 위로하며 다음과 같이 맹세하였으니, ‘나는 두 팔을 버렸지만 그 대신 이제 반드시 금색의 영원불멸한 부처님의 몸을 얻을 것이리라. 만일 이런 일이 참되고 헛되지 아니하면, 이 없어진 나의 두 팔이 다시 원래대로 회복될 것이 분명하리라’ 하고 말하였느니라. 이렇게 맹세의 말을 마치자, 즉시 두 팔이 옛날처럼 회복되었으니, 이것은 이 보살이 쌓은 공덕과 얻은 지혜가 참으로 순수하고 심오하였기 때문에 그와 같은 기적이 일어난 것이니라. 그때, 이에 감격한 삼천대천 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하늘에서는 아름다운 보배꽃이 비오듯 내렸으며, 일체의 하늘과 인간들은 아직 한 번도 경험치 못한 가슴속 깊이 뜨거운 기쁨을 느꼈던 것이었느니라.“ 이야기를 끝마치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다시 숙왕화보살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는 어찌 생각하느냐? 이 일체중생희견보살은 다른 사람 아닌, 지금의 약왕보살의 전생의 몸이니라. 약왕보살은 일찍이 이처럼 자기의 몸을 버려 한량없는 백천만억 나유타 수의 보시를 행하였던 것이니라. 숙왕화여, 만일 뜻을 세워 부처님의 지혜를 얻고자 원하는 사람은 자기의 손가락 하나, 발가락 하나라도 좋으니 그것을 등불로서 밝혀 부처님의 탑에 공양하여야 하느니라. 그것은 나라의 성이나, 자기의 처자나 삼천대천 세계의 모든 산과 숲과 강과 연못과 가지가지 귀중한 보물을 바쳐 공양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殊勝] 공양이기 때문이니라. 또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 세계에 가득할 정도의 금은청보석자거마노진주매괴 등의 일곱 가지 보배를 바쳐 부처님괴 큰 보살과 벽지불과 아라한들에게 공양할지라도, 그것에의해 이 사람이 얻는 공덕은 법화경의 네 구절의 한 시송만을 믿고 굳게 마음속에 간직하는 공덕(복)만 못하느니라. 숙왕화여, 비유하면, 시냇물에서 큰 강에 이르기까지 일체의 물이라 이름하는 것 중에서, 무어라 해도 바다가 가장 큰 것처럼, 여래가 설하신 여러 가르침 중에서도 법화경이 가장 깊고 가장 위대한 가르침이기 때문이니라. 또 토산(土山)흑산(黑山)소철위산대철위산으로부터 열 개의 보배산에 이르기까지 산이라고 이름하는 것은 많지만, 그 가운데서도 수미산이 제일인 것처럼, 이 법화경은 또한 마찬가지로 모든 경전 중에서 가장 높은 것이니라. 또 뭇 별 가운데 달이 가장 밝은 것처럼, 이 법화경도 천만억 가지의 경전 가운데 가장 밝게 세상을 비추는 것이니라. 또 태양이 빛을 비추는 곳은 모든 어두움이 즉시 사라지듯이 이 법화경의 가르침도 일체의 착하지 못한 어두움을 제거해 버리느니라. 또 여러 왕들 가운데서 전륜성왕이 가장 으뜸인 것처럼, 이 법화경은 많은 경전 가운데서 가장 거룩하느니라. 또 제석천이 삼십 삼 천(天) 가운데서 왕인 것처럼, 이 법화경도 모든 경전 중에서 왕이니라. 또 대범천왕이 일체 중생의 아버지라고 하듯이, 이 법화경도 일체의 현인(賢人)과 성자(聖者)와, 아직 배우는 이와 다 배운 이, 그리고 보살의 마음을 일으켰을 때에, 그 사람들의 아버지로서 그들을 가르쳐 인도하느니라. 또 일체의 범부 가운데 수다원사다함아라한벽지불이 제일이듯이, 이 법화경도 마찬가지로 여래가 설하신 일체의 경전과 보살과 성문들이 설한 여러 가르침 중에서 가장 으뜸이니라. 따라서, 이 법화경을 잘 믿고 굳게 마음속 깊이 간직하는 사람은 이와 같아서, 일체 중생 가운데 제일가는 사람이니라. 또 일체의 성문과 연각인 벽지불 등, 부처님 제자 가운데 보살이 제일이듯이, 이 법화경은 일체의 가르침 가운데 가장 으뜸이니라. 부처님께서 모든 법의 왕이듯이, 이 법화경도 모든 경전 가운데 왕이 되느니라. 숙왕화여, 이 법화경은 훌륭히 일체중생을 구제하나니,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모든 번뇌에서 벗어나게 하고, 또 일체중생에게 풍부한 이익을 주며 일체 중생의 소원을 충만케 하느니라. 맑고 시원한 물이 가득한 연못이, 목이 마른 사람 모두가 그 물을 마시고 만족하는 것처럼, 또 추위에 떨고 있던 사람이 따스한 불을 얻어, 되살아난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것처럼, 벗은 이가 옷을 얻은 것처럼, 타국에 여행하는 장사꾼이 좋은 안내인을 얻은 것처럼, 깜깜한 밤에 등불을 얻은 것처럼, 아이들이 어머니를 만난 것처럼, 나루터에서 배를 만난 것처럼, 앓고 있을 때에 의사가 와 준 것처럼, 가난한 사람이 보배를 얻은 것처럼, 국민이 좋은 통치자를 얻은 것처럼, 무역하는 이가 평온한 바닷길을 발견한 것처럼, 횃불이 어두움을 비추어 주는 것처럼, 이 법화경도 이와 같은 힘을 가졌기 때문에 중생들의 일체 고통과 일체의 질병을 여의게 하여, 일체 현상의 변화(생사)에 사로잡혀 자유를 잃어버린, 마음의 속박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켜 주느니라. 그러므로 만일 어떤 사람이 이 법화경을 들을 수 있어서 자기도 옮겨 쓰고 남에게도 옮겨 쓰게 하였다면, 그 사람의 공덕은 부처님의 지혜를 가지고서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니라. 또 이 법화경을 옮겨 써서 그것에다 꽃향영락태우는 향가루향바르는 향과, 번개의복과, 유지로 켠 등불이나 식물의 기름으로 켠 등불이나, 또 첨복유수만나유바라라유바리사가유나마바리유와 같은 꽃의 향유로 밝힌 등불을 바쳐 공양한다면, 이로 말미암아 얻는 공덕은 또한 한량없느니라. 숙왕화여, 만일 어떤 사람이 이 약왕보살본사품을 들을 수 있다면, 들은 것만으로도 한량없고 가이없는 공덕을 얻을 것이니, 만이 여자가 이 약왕보살본사품을 듣고 마음으로부터 굳게 믿고 간직한다면 그가 여자로서의 생을 마친 뒤에는 다시 여자의 몸으로 태어나지 않을 것이니라. 만일 여래가 멸도한 후의 다섯 번째의 오백 년에 이르러, 어떤 여인이 이 가르침을 듣고 그 설한 바와 같이 충실하게 수행한다면, 그 수명을 마친 뒤에 한량없는 수명을 가지신 아미타불께서 많은 큰 보살 대중들에게 둘러싸여 계시는 극락세계에 가서 연꽃 가운데의 보배자리 위에 태어날 것이니라. 그리하여 다시는 탐욕에 의해 괴로움을 받지 않을 것이며 또 성냄이나 어리석음 때문에 괴로워하는 일도 없으며, 또 교만한 마음이나 질투하는 마음 등, 여러 가지의 미혹 때문에 몸을 괴롭히는 일도 없을 것이니라. 또 그 사람은 보살로서 알맞는 신통력을 몸에 갖추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생하지도 멸하지도 않는다는 진리인,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체득하여 현상 세계의 변화에 조금도 동요치 않는 경지에 도달할 것이며, 그 경지에 도달함에 의하여 매우 맑고 깨끗한 눈을 가질 수 있어, 그 눈으로 칠백만 이천억 나유타 갠지스강의 모래 같은 여러 부처님 여래를 볼 수 있을 것이니라. 이때, 여러 부처님들께서 멀리서 함께 칭찬하시기를, ‘훌륭하도다, 훌륭하도다. 소질이 훌륭한 남자여. 그대는 석가모니불의 가르침 가운데 있는 묘법연화경을 잘 믿고 마음에 굳게 간직하여 읽고 외우며, 사색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설하여 주었느니라. 그대가 얻는 복덕은 한량없고 가이없어, 불도 능히 태울 수 없고 물도 떠내려 보내지 못할 것이니라. 그대의 공덕은 일천의 부처님들이다 함께 설한다 할지라도 다 할 수 없으며, 그대는 이미 훌륭하게 모든 악마를 물리치고, 현상의 변화라고 하는 어려운 적인 생사를 극복하였으며, 그 밖의 모든 마음의 적도 완전히 꺾어 멸하여 버렸느니라. 소질이 훌륭한 남자여, 백천의 여러 부처님께서는 신통력을 가지고 항상 그대들을 지켜주고 계시노니, 일체 세간의 하늘인간 가운데 그대 만한 사람이 없느니라. 그리고 여래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성문이나 벽지불이나 보살들도 그 지혜와 선정에 있어, 그대와 견줄만한 사람은 없으리라‘ 고 하셨느니라. 숙왕화여, 이 보살은 이런 공덕과 지혜의 힘을 성취한 셈이므로, 만일 어떤 사람이 이 약왕보살의 본사품을 듣고 마음으로부터 감사하다고 생각하며 매우 거룩한 가르침이라고 찬탄한다면, 그 사람은 현세에서 항상 입으로부터 푸른 연꽃의 향기를 뿜듯, 좋은 말로 주위의 사람들을 감화하고 또 온몸의 털구멍에서 항상 우두전단의 향기가 나듯, 높은 덕을 가지고서 사람들을 선으로 인도할 것이니, 그 사람이 얻는 공덕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느니라. 숙왕화여, 그렇기 때문에 이 약왕보살의 본사품에 대한 앞으로의 일들을 그대에게 모두 맡기노니, 아무쪼록 내가 멸도한 후의 오백 년에 이르러, 이 인류사회에 설해 넓혀주기 바라노라. 만일 이 가르침이 세상에서 끊어지는 일이 있어서는, 악마나 그 악마의 부하들이나 여러 하늘용야차구반다 등이 인간에게 들러붙어서 세력을 얻게 될 것이므로 그러한 일이 없도록 부탁하는 바이니라. 숙왕화여, 그대는 모든 힘을 다하여 이 법화경을 수호할지니, 왜냐하면 이 법화경은 바로 세계인류의 마음의 병에 잘 듣는 좋은 약이기 때문이니라. 만일 마음의 병에 걸린 사람이 이 가르침을 들을 수 있다면, 그 병은 즉시 소멸하여 영원한 생명을 깨달은 인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니라. 숙왕화여, 만일 이 가르침을 믿고 간직하는 사람을 보거든, 푸른 연꽃과 가루 향을 가득 채워 그 사람 위에 뿌리며 공양하면서 다음과 같이 생각하여야 하느니라. ‘이 사람은 멀지않아 길상초를 깔고 깨달음의 자리에 앉아 여러 마군을 항복시키고 부처님의 지혜에 도달할 것이니라. 그리고 고동을 불고 북을 울리듯, 먼 곳까지 가르침을 설해 넓혀, 일체중생으로 하여금 모든 인생고로부터 해탈토록 할 것이니라’고. 그런 까닭에 부처님의 깨달음을 구하는 사람은, 만일 이 법화경을 믿고 간직하는 사람을 보거든,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존경하는 마음을 일으켜야 하느니라. 이처럼 약왕보살의 본사품을 설하시자, 이를 듣고 있던 팔만 사천의 보살들은 일체 중생의 언어를 알아듣고, 그들에게 알맞는 가르침을 설할 수 있는 힘인, 일체중생어언다라니를 얻었느니라.“ 그때, 다보여래께서는 보배탑 안에 계시면서 숙왕화보살을 칭찬하셨으니, “오! 훌륭하도다, 숙왕화여. 그대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큰 공덕을 성취하였으니, 그것은 석가모니불께 그와 같은 소중한 질문을 하였으므로 그로 말미암아 일체 중생이 한량없는 이익을 얻게되었기 때문이니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제 24 장 묘음보살품(妙音菩薩品) 그때, 석가모니불께서 약왕보살의 전생에 대한 설법을 마치시자, 부처님만이 가지신 인상[大人相]인 머리의 정수리가 상투처럼 솟아있는 육계(肉髻)에서 광명을 놓으시고, 또 두 눈썹 사이의 하얀 털이 둥글게 말린 백호상(白毫相)에서도 광명을 놓아 동방으로 일백 팔만억 나유타 갠지스강의 모래 같은 수많은 부처님 세계를 두루 비추었습니다. 이와 같이 동방의 수많은 세계를 지난 저편에, 맑은 햇빛으로 장엄된 땅이라는, 정광장엄(淨光莊嚴)이라는 세계가 있고, 그 나라에 부처님이 한 분 계시니 연꽃의 잎새처럼 깨끗한 별들에 의해 다섯 가지의 신통력을 가진 왕이라는 정화숙왕지(淨華宿王智) 여래응공정변지명행족선서세간해무상사조어장부천인사불세존으로서, 한량없고 가이없는 보살대중들이 그 부처님을 공경하며 둘러섰고, 부처님께서는 그 보살들을 위하여 가르침을 설하고 계셨으며, 석가모니불의 백호에서 나온 광명이 그 국토를 구석구석까지 두루 비추었습니다. 그때, 일체정광장엄국에 이름을 묘음(妙音)이라고 하는 한 보살이 있으니, 오랜 옛날부터 선행을 계속하여 많은 덕의 근본을 심어서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부처님을 가까이서 시봉하며 공양하였으므로, 매우 깊은 지혜도 성취하여 일체의 삼매 가운데서 가장 거룩하고 높다는 묘당상삼매(妙幢相三昧)와, 일체의 법을 가두어 하나의 실상으로 합한다는 법화삼매(法華三昧)와, 맑고 깨끗한 덕을 몸에 갖춘 정덕삼매(淨德三昧)와 옛날부터 갖춘 덕에 의해 자유자재로 사람들을 인도하는 숙왕희삼매(宿王戱三昧)와, 연이 없는 사람까지도 구제하는 무연삼매(無緣三昧)와, 깊은 지혜로 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감화케 하는 지인삼매(智印三昧)와, 일체 중생의 말을 잘 이해하여그들에게 알맞는 가르침을 설하는 해일체중생어언삼매(解一切衆生語言三昧)와, 일체의 공덕은 오직 하나, 즉 나와 남이 함께 성불한다는 집일체공덕삼매(集一切功德三昧)와, 번뇌를 모두 여의고 청정한 몸을 유지하는 청정삼매(淸淨三昧)와, 어떠한 것에도 사로잡히지 않고 자유자재로 마음을 유지하는 신통유희삼매(神通遊戱三昧)와, 지혜의 광명으로 사람들을 인도하는 혜거삼매(慧炬三昧)와, 훌륭한 덕을 몸에 갖추어서 자연히 사람들을 감화시키는 장엄왕삼매(莊嚴王三昧)와, 몸에서 맑고 깨끗한 광명을 놓아 세상을 정화하는 정광명삼매(淨光明三昧)와, 마음을 온통 깨끗함으로 가득 채우고 싶은 것에 정신을 집중한 정장삼매(淨藏三昧)와 부처님의 경지에 도달하고자 정신을 집중하는 불공삼매(不共三昧)와, 태양이 쉬지 않고 돌고 돌며 지상의 만물을 비추듯이, 모든 것을 살릴 수 있는 일선삼매(日旋三昧) 등의 백천만억 갠지스강의 모래 같은 여러 가지 큰 삼매를 얻고 있었습니다. 석가모니불께서 놓으신 광명이 그 묘음보살의 몸을 비추니, 묘음보살은 곧 정화숙왕지불에게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부터 사바세계에 가서 석가모니불께 예배하고 가까이 섬기며 공양하고, 문수사리 법왕자 보살과 약왕보살용시보살숙왕보살상행의(上行意)보살장엄왕보살약상(藥上)보살을 만나 뵙고자 하나이다.” 이 말을 들으신 정화숙왕지불께서 묘음보살에게 말씀하시기를, “그대는 저 국토를 얕잡아 보거나 천하고 비열한 곳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소질이 훌륭한 남자여, 그 사바세계는 높은 곳과 낮은 곳이 있어 평탄치 아니하며, 흙과 돌과 여러 산과, 더러운 것들로 가득 차 있으며, 부처님은 매우 몸이 작고, 많은 보살들도 역시 그 형상이 작으니라. 그런데 그대의 몸은 사만 이천 유순이나 되고 나의 몸은 육백 팔십만 유순이나 되는 데다, 더욱이 그대의 몸은 매우 단정하여 아름다우며 백천만의 복덕을 구족하였고, 특히 훌륭한 광명을 발하고 있으므로 그대가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를 업신여기는 마음을 일으키거나 그 나라의 부처님과 보살들을 얕잡아 볼 염려가 없지 않으니, 조심하지 않으면 아니 되노라.”하고 이르셨습니다. 그러자, 묘음 보살이 그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사바세계에 가는 것도 모두가 여래의 큰 힘이며 여래의 자유자재한 신통력 덕택이며, 여래의 위대한 공덕과 더 없이 높은 지혜와 위없는 거룩하심 때문이므로 모든 것을 부처님 뜻에 맡기겠나이다. 묘음보살은 자리에서도 일어나지도 아니하고 몸을 움직이지도 아니하며, 삼매에 들어 그 정신통일의 힘에 의해 영취산의 법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팔만 사천의 여러 가지 아름다운 보배 연꽃을 홀연히 돋아나게 하였으니, 줄기는 염부단금, 잎은 백은, 꽃은 다이아몬드(금강), 꽃받침은 루비(견숙가보)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때, 문수사리 법왕자가 이 연꽃을 보고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경사롭고 길한 징조가 갑자기 나타난 것입니까. 줄기는 염부단금이고 잎은 백은이며 꽃술은 다이아몬드이고 꽃받침은 루비로 된 천만가지 연꽃이 홀연히 나타났나이까.” 그때, 석가모니불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은 묘음보살마하살이 멀리 동방의 정화숙왕지불의 국토에서 육만 사천의 보살들에게 둘러 싸여 이 사바세계에 와서, 나를 공양하고 친근하며 예배하고 또 법화경을 공양하고 듣고자 하여, 이와 같은 징조를 나타낸 것이니라.” 문수사리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보살은 어떠한 선행을 하였고 어떠한 공덕을 쌓았기에 이와 같은 큰 신통력을 얻을 수 있었으며, 또 어떤 삼매를 수행하였나이까. 원컨대 저희들에게 이 삼매의 이름을 가르쳐 주옵소서. 저희들도 이런 삼매를 부지런히 행하여 보고 싶나이다. 그리고 또 그 보살의 인물이 얼마나 위대하며 그 풍채와 그 행동에 나타나는 덕이 얼마나 높은지 속히 보고 싶사오니, 세존이시여, 그 보살이 오거든 세존 님의 신통력으로써 저희들도 그 보살을 볼 수 있도록 하여 주옵소서.” 그때, 석가모니불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여기 오래 전에 멸도하신 다보여래께서 그대들을 위하여 묘음보살의 모습을 나타내어 보여주실 것이니라.” 그러자, 다보불께서 저 묘음보살에게, “소질이 훌륭한 남자여, 이리 오라. 문수사리 법왕자가 그대를 만나고 싶어하느니라.”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묘음보살은 저 정광장엄국에서 모습을 감추어 팔만 사천의 보살을 거느리고 사바세계에 오니, 지나는 여러 나라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칠보로 된 연꽃이 비오듯 내리며, 백천 가지 하늘의 음악이 아무도 연주하지 않는데 자연히 울려 퍼졌습니다. 이 보살의 눈은 푸른 연꽃잎과 같이 넓고 크며, 그 얼굴모양은 백천만 개의 달을 합친 것보다 더 단정하고 그 몸은 순금 빛깔을 하고 있으며, 한량없는 백천의 공덕에 의해 아름답게 빛나고 있으니, 그 누구도 존경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는 위대한 덕이 광명으로 되어 그 몸에서 발하고, 여러 가지의 길한 모습을 갖추어, 마치 그 힘의 세기가 코끼리의 백만 배가 넘는다는 하늘의 역사(力士)인 나라연(那羅延)같이 늠름한 몸을 하고 있었습니다. 묘음보살은 칠보로 된 좌대에 앉은 채로 허공에 오르니, 그 높이가 칠 다라수며, 여러 보살대중이 공경하여 둘러싸서 이 사바세계의 영취산에 이르러, 칠보의 좌대에서 내려서 석가모니불게 머리 숙여 예배하고, 백천만 냥이나 되는 영락을 받들어 올리며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정화숙왕지불께서 세존께 문안드리기를, ‘조그만 병이나 마음이 언짢은 일은 없으시며, 기거도 가벼워서 자유로우시고 안락하게 지내시며, 지수화풍의 사(四)대가 잘 조화되어 건강하시고, 세상일이 마음에 드시지 않는 것은 없으시나이까. 중생들은 교화에 잘 따르며, 탐내는 마음이나 성내는 버릇이나 눈앞의 것 밖에 못 보는 어리석음이나 남을 질투하고 원망하여 인색하고 교만한 마음 등이 널리 퍼져 있지 않나이까. 그리고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며 수행인을 공경하지 아니하고, 삿된 견해나 그릇된 마음으로 눈귀코혀피부의 다섯 가지 감각기관을 즐겁게 하고 싶은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는 일은 없나이까. 그리고 중생들은 모든 악마들의 악한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있나이까. 또 오래전에 멸도하신 다보여래께서 칠보탑 안에 계시면서 법화경을 들으시려고 오시나이까‘ 하시며, 또한 다보여래께도 문안드리되, ’조금도 마음에 언짢음이 없으시고 안락하게 지내시며, 오랫동안 탑 속에 계시온데 심기(心氣)는 어떠하오신지요‘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다보불의 몸을 뵙고자 하나이다. 원하옵나니, 세존께서는 그 부처님을 뵙도록 하여 주옵소서.“ 그때, 석가모니불께서 다보불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묘음보살이 뵙고자 하나이다.” 다보불께서 묘음보살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오! 훌륭하도다. 그대가 석가모니불을 공양하고 법화경을 들으며, 문수사리 등을 만나려고 여기 온 것은 매우 잘한 일이로다.” 그때, 연꽃처럼 아름다운 덕을 가진 화덕(華德)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묘음보살은 과거에 어떠한 선행을 하였으며, 무슨 공덕을 쌓았기에 이와 같은 신통력을 몸에 갖추게 되었나이까.” 그러자,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화덕보살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옛날에 구름의 북소리, 즉 우레 소리의 왕이신 운뢰음왕(雲雷音王) 여래(다타아가도)응공(아라하)정변지(삼먁삼불타)라는 이름의 부처님이 계셨는데, 그 국토의 이름은 일체 세간의 모습을 나타내 보인다는 현일체세간(現一切世間)이라 하고, 그 시절의 겁을, 바라보면 기쁘다는, 희견(喜見)이라 불렀느니라. 그 국토에 묘음이라는 보살이 있었는데 운뢰음왕불을 공양하기 위하여 일만 이천 년 동안을 십만 가지의 음악을 연주하고 아울러 일만 사천이나 되는 칠보 바리를 바쳤으니, 그 공덕으로 말미암아 지금 정화숙왕지불의 국토에 태어나 이런 신통력을 얻었느니라. 화덕이여, 그대는 어찌 생각하는가. 그때 운뢰음왕불 아래서 음악을 가지고 부처님을 공양하고, 보배 그릇을 바친 묘음보살이 어찌 다른 사람이랴. 바로 지금의 이 묘음보살마하살이었느니라. 화덕이여, 이 묘음보살은 이와 같이 먼 옛날부터 한량없는 여러 부처님을 가까이서 시봉하고 공양하면서 오래도록 덕의 근본인 선행을 쌓았으므로, 그 과보로서 갠지스강의 모래 같이 많은 백천만억 나유타 부처님을 만나 뵈올 수 있었느니라. 화덕이여, 그대는 묘음보살이라고 하는 보살이 여기 있는 오직 한 사람인 줄로 보지만, 그렇지 않고 이 보살은 가지가지의 몸으로 곳곳에서 나타나 여러 중생을 위하여 이 법화경의 가르침을 설하느니라. 즉, 때로는 범천왕의 몸으로 나타나거나 혹은 제석천의 모습으로 나타나거나, 혹은 대자재천의 모습으로 나타나거나 혹은 하늘의 대장군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혹은 비사문천(毘沙門天)왕으로 나타날 때도 있느니라. 혹은 덕 높은 전륜성왕의 모습이 되어 나타날 때도 있으며, 혹은 여러 소왕의 몸으로, 혹은 부자(장자), 혹은 거사, 혹은 대신, 혹은 바라문의 몸이 되어 나타나는 일도 있느니라. 혹은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의 몸이 되어 나타날 때도 있으며, 혹은 거사나 부자의 부인, 혹은 대신의 부인, 혹은 바라문의 부인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또 남자아이나 여자아이 의 몸이 되기도 하며, 혹은 하늘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人非人] 등으로 나타나 이 법화경을 설하느니라. 여러 지옥아귀축생계를 비롯한 많은 고난의 세계에서 허덕이고 있는 중생들을 모두 다 구제하며, 또 왕의 후궁에 있는 사람까지도 여자의 몸으로 변하여서 이 법화경을 설하느니라. 화덕이여, 이 묘음보살은 사바세계의 모든 중생을 능히 구제하고 수호하는 사람이니라. 이 묘음보살은 이와 같이 가지가지 모습으로 몸을 변화시켜가며, 이 사바세계에 있으면서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이 법화경을 설하지만, 그 신통변화의 힘이나 지혜는 조금도 손상되거나 감소되지 않느니라. 이 보살은 큰 지혜를 가지고 사바세계를 두루 밝게 비춰,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그들 스스로가 가야할 길을 깨닫도록 하며, 시(十)방의 갠지스강의 모래 같은 무수한 세계에 있어서도 역시 이와 똑같이 행하느니라. 만일 성분의 모습으로서 제도하는 것이 적당한 사람에게는 성문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법을 설하고, 벽지불의 모습으로서 제도하는 것이 적당한 사람에게는 벽지불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법을 설하며, 보살의 형상으로서 구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되는 사람을 위해서는 보살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법을 설하고, 부처님의 모습을 가지고 깨치도록 함이 적절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부처님의 모습으로 나투어 가르침을 설하느니라. 이와 같이, 교화하여야 할 상대방에 따라 가지가지의 모습이 되어 나타나며, 만일 멸도를 가지고 교화함이 적절하다고 생각되면, 자신이 죽는 광경까지도 나타내 보이는 경우가 있느니라. 화덕이여, 묘음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은 큰 신통력과 지혜의 힘을 성취하고 있느니라.“ 그때, 화덕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묘음보살은 깊이 선행을 쌓아서 현재 이와 같은 덕을 성취하였다고 알았으나, 그렇다면 어떤 삼매를 몸에 갖추었기에 말씀하신 것처럼 가지가지의 몸으로 변해 모든 곳에 나타나 중생을 교화하고 구제할 수 있는 것입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 화덕보살에게 대답하시기를, “소질이 훌륭한 남자여, 그 삼매의 이름은 교화할 상대방에 따라 그에게 알맞는 모습을 나타내, 그것에 알맞는 가르침을 설하는 자유자재한 힘을 성취한 경지라는, 현일체색신삼매(現一切色身三昧)라고 하며, 묘음보살은 이 삼매를 몸에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이 한량없는 중생에게 많은 이익을 줄 수 있는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이 묘음보살에 관한 가르침을 설하시자, 묘음보살과 함께 왔던 팔만 사천의 보살이 다 현일체색신삼매의 경지를 얻었으며, 또한 이 사바세계에 있던 한량없는 구법자들도 역시 이 삼매와 그리고, 모든 선을 권장하고 악을 멈추게 하는 힘인 다라니를 얻었습니다. 그때, 묘음보살마하살은 석가모니불과 다보불탑에 공양한다는 목적을 달성하였으므로 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그가 지나가는 여러 나라들은 이에 감격하여 국토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아름다운 보배 연꽃을 비오듯 뿌리며 백천만억 가지가지 기악을 울렸습니다. 본국에 도착하자 묘음보살은 팔만 사천의 보살들에게 둘러싸여 그들과 함께 정화숙왕지불이 계신 곳에 나아가, 다음과 같이 보고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사바세계에 가서 중생들에게 넉넉한 이익을 주고 석가모니불을 뵈옵고, 또 다보불탑을 예배공양한 뒤, 문수사리 법왕자보살약왕보살득근정진력(得勤精進力)보살용시보살 등과도 만났으며, 또한 저와 함께 간, 이 팔만 사천의 보살들로 하여금 현일체색신삼매를 얻게 하였나이다.” 이 묘음보살이 사바세계에 왕복한 경우가 설해질 때에, 사만 이천의 보살들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생하는 것도 없고 멸하는 것도 없다는 진리인 무생법인을 확고히 몸에 갖추었고, 또 화덕보살은 법화경의 가르침을 깊이 믿고 몸으로 행하여 마음이 산란치 않는 경지인, 법화삼매(法華三昧)를 얻었던 것입니다. 제 25 장 관세음보살보문품(觀世音菩薩普門品) 그때, 끊이지 않는 뜻을 가진, 무진의(無盡意)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벗어 드러내어 존경의 뜻을 나타내며,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다음과 같이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관세음(觀世音)보살은 무슨 사연으로 관세음이라는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나이까.” 부처님께서 무진의 보살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소질이 훌륭한 남자여, 만일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중생이, 여러 가지 고뇌(苦惱)를 받을지라도, 이 관세음보살의 공덕이 위대함을 듣고 일심으로 그이름을 일컫는다면, 관세음보살은 곧 그 음성을 듣고 그 실상을 뚜렷이 꿰뚫어보아, 그들을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주기 때문에 관세음이라 이름하였느니라. 만일 어떤 이가 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마음에 굳게 간직한다면, 가령 큰 불 속에 들어가더라도 불이 그를 태우지 못할 것이니, 그것은 이 관세음보살이 가지고 있는 높고 큰 감화력과 신통력 때문이니라. 또 큰 물에 떠내려갈지라도 이 보살의 이름을 부르면, 자연히 얕은 곳으로 흘러가 닿을 것이며, 혹은 백천만억의 중생이 금은청보석자거마노산호호박진주 등의 보배를 구하기 위하여, 큰 바다에 들어갔을 때 갑자기 폭풍이 불어, 배가 악귀인 나찰들의 나라에 표류하였다고 하자. 이와 같은 위기의 순간에 만일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른다면, 이 사람들은 나찰에게 속아넘어가는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니, 이러한 이유에서 관세음이라 이름지어졌느니라. 만일, 또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칼이나 막대기로 해를 당하게 되었을지라도,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른다면, 그들이 가진 칼이나 막대기가 조각조각 부러져, 그 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며, 혹은 이 삼천대천 국토에 가득한 야차와 나찰 등의 악귀들이 사람들을 괴롭히려고 오더라도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면, 들러붙어 보자는 사악한 생각을 가지고 사람들을 대할 수 없을뿐더러, 더욱이 실제로 해칠 수 없을 것이니라. 또 어떤 사람이 죄를 지었거나, 혹은 무고한 죄로 말미암아 손발에 쇠고랑이 채워지고 몸이 사슬로 묶였을지라도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면, 몸을 구속하고 있는 그러한 것들은 모두 산산이 부서지고 끊어져, 즉시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느니라. 만일 삼천대천 국토에 흉악한 도적 떼가 들끓고 있는데, 한 상인의 우두머리가 여러 상인을 이끌고 귀중한 보물을 가진 채 험한 길을 지나간다고 하자. 그때 그 중의 한 사람이 일행을 향하여, ‘여러 소질이 훌륭한 남자들이여, 무서워 말고 두려워하지 말라. 그대들은 모두 일심으로 관세음 보살의 이름을 부를지니라. 이 보살은 두려움 모르는 마음을 중생에게 베풀어주는 분이므로 그대들도 이 보살의 이름을 부르면, 기필코 도적의 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니라’ 고 말하니, 그 말에 따라 모든 상인들은 소리를 합하여, ‘나무관세음보살’ 하고 부르면, 그것은 일편단심 진리에 마음을 향하도록 하는 것이므로, 그들은 기필코 그 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니라. 무진의여, 관세음보살의 높고 큰 감화력은 이외 같이 훌륭하느니라. 만일 음욕으로 말미암아 번민하고 있는 중생이 있다면, 항상 관세음보살인 진리의 지혜를 생각[念]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자연히 그 음욕은 마음으로부터 멀리 떠나가 번민하는 것이 없어질 것이며, 또 무언가에 분함을 느껴 그 때문에 자기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면, 항상 관세음보살을 생각하고 항상 공경하는 마음을 가지면, 기필코 그 성내는 버릇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며, 또 인간다운 지혜가 모자라서 어리석음이 가득 차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나 관세음보살의 지혜를 생각하고 공경하는 마음을 가지면, 기필코 그 어리석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니라. 무진의여, 관세음보살은 이와 같이 위대한 감화력과 신통력을 가지고 모든 중생에게 큰 이익을 주느니라. 그런 까닭에 중생은 항상 관세음보살을 마음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아니 되느니라. 만일 아들을 낳기 원하는 여인이 일심으로 관세음보살을 예배하고 공양한다면, 기필코 지혜와 복덕을 두루 갖춘 아들을 낳을 것이며, 만일 딸 낳기를 원한다면, 얼굴이 예쁜, 그리고 전생에 덕을 쌓은 과보에 의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존경받는 관세음보살같이 훌륭한 딸을 낳을 것이니라. 무진의여, 관세음보살에게는 이와 같은 힘이 있어, 만일 중생이 관세음보살을 예배하고 공경한다면, 이익은 틀림없이 있을지니, 중생은 모두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항상 마음속에 간직해야 하느니라. 무진의여, 만일 어떤 사람이 육십 이억 갠지스강의 모래 같은 보살을 목숨이 다하도록 공경하는 생각을 간직한 채, 음식과 의복침구와 의약 등을 바쳐 공양하였다면,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이렇게 공양한, 소질이 훌륭한 남녀가 받는 공덕은 과연 많겠는가, 적겠는가?“ 무진의 보살이 대답하였습니다. “매우 많다고 생각하옵나이다. 세존이시여.” 그러자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시기를, “그러나, 여기 어떤 사람이 있어 관세음보살에 대한 공경하는 마음을 마음에 굳게 간직하고, 잠깐만이라도 예배하고 공양하였다면, 이 두 사람이 받는 공덕은 완전히 서로 같아 조금도 다르지 아니하여, 그 공덕은 백천만억 겁에 걸쳐 설하더라도 다할 수 없을 만큼 넓고 큰 것이니라. 무진의여, 관세음보살에 대한 공경하는 생각을 굳게 간직하면, 이와 같이 한량없고 가이없는 복덕을 이익으로 받을 것이니라. 그러자, 무진의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관세음보살은 어떠한 모습으로 이 사바세계에 자유자재로 출현하시고, 또 어떤 모양으로 중생을 위하여 법을 설하시며, 그 교묘한 수단인 방편의 힘을 어떻게 표현하시나이까.” 부처님께서 무진의보살의 물음에 대하여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소질이 훌륭한 남자여, 그 나라의 중생가운데에, 부처님의 몸이 되어 깨달음을 얻게 함이 알맞는 사람에게는 관세음보살이 곧 부처님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법을 설하며, 연각(벽지불)의 몸을 가지고 깨달음을 얻게 함이 적당한 사람에게는 연각의 몸으로 나타나서 법을 설하고, 성문의 몸을 가지고 깨달음을 얻도록 함이 좋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는 성문의 몸이 되어 나타나서 법을 설하느니라. 또 범천왕의 몸이 되어 구제할 이에게는 범천왕의 모습으로 나타나 법을 설하고, 제석천의 몸이 되어 구제하여야 할 이에게는 제석천의 몸으로 출현하여 법을 설하며, 자재천의 몸이 되어 구제함이 마땅한 이에게는 자재천의 모습으로 출현하여 법을 설하며, 대자재천의 몸으로서 제도함이 적당한 이에게는 대자재천의 몸으로 나타나서 법을 설하며, 천대장군(天大將軍)의 몸을 가지고 구제함이 좋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는 천대장군의 몸으로 나타나서 법을 설하고, 비사문천(毘沙門天)의 몸으로서 제도할 이에게는 비사문천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느니라. 또 소왕(小王)의 몸을 가지고 구제함이 알맞는 사람에게는 소왕의 몸으로 나타나 법을 설하고, 부자인 장자의 몸의 모습을 취해 구제함이 적당한 이에게는 장자의 모습으로 나타나 법을 설하며, 속가(俗家)의 지식인(知識人)인 거사의 몸으로 구제함이 적합한 상대에게는 곧 거사의 몸으로 나타나 법을 설하고, 관리의 몸으로 제도할 이에게는 곧 관리의 모습으로 나타나 법을 설하며, 바라문의 모습을 취해 구제함이 알맞는 이에게는 바라문의 모습으로 나타나 법을 설하고, 출가 수행자인 비구와 비구니, 그리고 재가 수행자인 우바새우바이의 몸이 되어 제도함이 적합한 이에게는 각각 그들에게 알맞는 모습으로 나타나서 법을 설하느니라. 장자나 거사관리, 바라문의 부녀의 몸이 되어 구제함이 알맞는 상대에게는 각각 그 부녀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기도 하며, 사내아이나 여자아이의 모습으로서 구제할 상대에게는 각각 그들에게 알맞는 사내아이와 여자아이의 모습이 되어 법을 설하고, 하늘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의 몸을 가지고 제도할 상대방에게는, 각각 그 몸으로 나타나 법을 설하며, 불법의 수호자인 금강역사, 즉 집금강신(執金剛神)의 몸이 되어 구제할 이에게는 곧 집금강신의 몸을 나타내어 법을 설하느니라. 무진의여, 관세음보살은 이러한 공덕을 성취하고 있기 때문에 가지가지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어떠한 곳에도 자유자재로 출현하사 중생을 해탈로 인도하나니, 그대들은 일심으로 관세음보살을 공양하지 않으면 아니 되느니라. 이 관세음보살마하살은 두려운 위기나 곤란에 처한 중생에게 동요치 않는 정신력을 베풀어주시기 때문에 이 사바세계에서는 모두 관세음보살을 두려움을 없게 해주는 이[施無畏者]라고 부르느니라.“ 이 말씀을 듣고 감격한 무진의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관세음보살을 공양하겠나이다.” 하고 목에 걸었던 백천 냥이나 되는, 많은 보석을 꿴 목걸이를 풀러 관세음보살에게 바치며, “어지신 이여, 법에 대한 보시로서 드리는 이 진귀한 보배 목걸이를 받아 주십시오.” 하고 여쭈었습니다. 그러나 관세음보살은 그것을 받으려 하지 않으니, 무진의보살이 거듭 관세음보살에게 여쭈었습니다. “어지신 이여,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이 목걸이를 받아주십시오.” 그때, 부처님께서 관세음보살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무진의보살과 출가재가의 사부 대중을 비롯하여, 하늘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을 불쌍히 여겨 그 영락을 받도록 하라.” 이 말씀을 들은 관세음보살이 곧, 사부대중과 하늘용 그리고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의 마음을 헤아려서 그 목걸이를 받았지만, 받는 즉시 바로 그 목걸이를 둘로 나누어, 반쪽은 석가모니불에게 또 반은 다보불에게 바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무진의보살에게 말씀하시기를, “무진의여, 이로써 관세음보살이 어찌하여 그와 같은 신통력을 가지고 자유자재로 사바세계에 나타나서 많은 중생을 구제하는가 하는 그 까닭을 알았을 것이니라.” 하셨습니다. 그때, 무진의보살이 시송으로 여쭈었습니다. 『절묘한 모습을 갖추신 세존이시여, 거듭 그 일을 묻자옵니다. 그 불자는 무슨 사연이 있어 관세음이라고 이름 붙여졌나이까.』 서른 두 모습[三十二相] 구족하신 세존께서 시송으로 무진의에게 말씀하시되, 『곳곳마다 알맞게 나타나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의 서원과 실행력을 들으라. 그 서원은 큰 바다와 같아, 오랜 겁 지나도 헤아리지 못하노라. 몇 천억의 부처님 섬겨 가르침 받고, 그 청정한 서원 세웠으니 내 그대 위해 간략히 말하라니, 이름을 듣거나 그 몸을 보고, 항상 마음에 간직하고 잊지 아니하면, 인생의 여러 괴로움 면할 수 있으리라. 가령, 해치려 하는 마음 일으켜 큰 불구덩이에 떠밀려 떨어진다 해도 관세음의 구제력을 일심으로 생각하면, 불구덩이 변하여 연못이 될 것이며, 큰 바다에 표류되어서 용물고기, 여러 귀신에게 잡혀 먹는 난을 만나도 저 관세음의 힘을 생각한다면, 사나운 큰 물결도 삼킬 수 없을 것이며, 수미산 봉우리에서 사람에게 떠밀려 떨어질지라도 저 관세음의 힘을 염한다면 태양처럼 허공에 머물 것이며, 악인에게 쫒기어 금강산에서 굴러 떨어진다 해도 관세음 염하는 그 힘으로 털 끝 하나 다치지 않으며, 흉악한 도적 떼가 둘러싸고 칼을 뽑아 해치려고 해도 관세음 염하는 그 힘으로 도적들은 마음 돌려 자비로운 마음 다시 일으키며, 포악한 임금에게 핍박받아 형벌로 목숨 잃으려 할 때에도 관세음 염하는 그 힘으로 내리치려는 그 칼도 조각조각 동강나고, 감옥 속에 갇혀서 손발이 형틀에 묶였더라도 관세음 염하는 그 힘으로 그 속박에서 자연히 풀려나며, 저주나 여러 독약으로 몸을 해치려고 할 때도 관세음 염하는 그 힘으로 도리어 그 본인에게 그 화가 돌아가며, 흉악한 나찰이나 독을 가진 용이며, 여러 귀신 만날지라도 관세음 염하는 그 힘으로 그들로부터 해를 받지 않을 것이며, 사나운 짐승이 둘러싸, 칼날 같은 이빨과 발톱으로 무섭게 달려들어도 관세음 염하는 그 힘으로 속히 저 멀리 뿔뿔이 달아나며, 뱀살모사전갈 등이 연기 같은 독기를 뿜더라도 관세음 염하는 그 힘으로 그 소리 듣자마자 스스로 돌아가며, 구름이 몰려와 천둥 번개 치고 우박과 큰 비 쏟아져도 관세음 염하는 힘으로 곧 사라져 버릴 것이니라. 뭇 중생이 많은 고난 만나 한량없는 괴로움 받을지라도 관세음의 미묘한 지혜의 힘이 능히 세상 고통 구제할 것이니라. 신통한 힘 구족하고 어떤 경우에도 꼭 맞는 지혜의 힘 몸에 익혀 시방의 여러 국토 몸을 나타내지 않는 곳 없나니, 가지가지 악한 갈래, 지옥아귀축생계에 있는 이의 생노병사, 모든 고통 점차로 없애 준다. 진실로 꿰뚫어 보는 눈과 미혹이 없는 맑고 깨끗한 눈이며, 우주 만물을 자기와 일체로 보는 넓고 큰 지혜의 눈을 가지고, 온갖 괴로움에서 몸부림치는 중생을 구제해야겠다는 아름다운 눈을 가지고 있으며, 일체 중생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자비에 가득찬 눈을 가지고 있으므로, 항상 우러러보아야 하느니라. 때 없이 청정한 빛을 발하니, 그 지혜 햇빛처럼 모든 미혹 깨뜨리며 바람과 불의 재앙 모두 다 쳐부수어 널리 온 세상을 밝게 비추느니라. 그가 설하는 계율은 자비에 바탕을 두어 천둥소리 진동하는 듯 하고, 자비의 마음은 큰 구름이라 감로처럼 더 없는 맛이 담긴 가르침의 비 뿌려서 번뇌의 불길 멸해주며, 다툼 벌여 관청에 가서 재판 받거나 두려운 진중(陣中)에 있을지라도 관세음 염하는 그 힘으로 그 꺼림찍한 일 다 물러가고 말리라. 더 없이 묘한 소리와 세상의 소원 분별하고 듣는 분이며, 맑은 소리 파도소리처럼 스며드는 가르침, 저 미혹과 괴로움을 정복하는 것이므로 항상 마음에 간직하여야 하느니, 관세음은 청정하고 성스러운 분이니 잠깐만이라도 의심하지 말아라. 고뇌와 죽음의 곤액을 만나더라도 능히 믿고 의지할 대상이니라. 일체의 공덕을 두루 갖추고 자비의 눈으로 중생을 굽어보며 그 복이 바다처럼 한량없으니, 그러므로 마음으로부터 예배하여야 하느니라.』개행 그때, 이 설법을 듣고 감동한 지지보살(持地菩薩), 즉 지장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 나아가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어떤 중생일지라도 이 관세음보살의 중생 제도를 위한 자유자재한 활동과 상대에 따라 여러 가지의 모습으로 변하며 모든 곳에 출현하는 신통력을 듣고 알게 된 사람은 적지 않은 공덕을 얻을 수 있겠나이다.” 부처님께서 이 보문품을 설하실 때, 듣고 있던 대중 가운데 팔만 사천의 중생이 모두 비할 바 없이 거룩한, 그리고 그 누구에게도 평등한 길이 열려 있는 부처님의 지혜를 얻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켰습니다. 제 26 장 다라니품(陀羅尼品) 그때, 약왕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벗어 드러내어 존경과 시봉의 뜻을 나타내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소질이 훌륭한 남녀가 이 법화경을 믿고 마음에 간직하며 혹은 읽고 혹은 외우며 그 뜻에 통달하고 혹은 이 법화경을 옮겨 쓰면 얼마만한 공덕을 얻을 수 있나이까.” 부처님께서 약왕보살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소질이 훌륭한 남녀가 팔백만억 나유타 갠지스강 모래 같이 많은 부처님을 공양하였다면, 그대의 생각은 어떠한가. 그 사람이 얻는 공덕은 많겠는가, 적겠는가?” 약왕보살이 대답하였습니다. “매우 많겠나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소질이 훌륭한 남녀가 만일 이 법화경의 네 글귀로 된 시송 하나라도 믿고 마음에 간직하여 읽고 외우며, 그 뜻을 이해하며 가르침대로 수행한다면, 그 공덕이 앞에서 말한 것보다 훨씬 많느니라.” 이 말씀을 들은 약왕보살이 감격하여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 법화경을 설법하는 사람을 수호하기 위하여, 총지 진언인 다라니주(陀羅尼呪)를 주겠나이다.” 그리고 곧 주문을 말하였습니다. “『아니(부사의여)마니(사유여)마녜(의염이여)마마녜(무심이여)지례(영원이여)자리제(수행이여)샤마(적연이여)사리다위(담백이여)선제(현묵이여)목제(해탈이여)목다리(제도여)사리(평등이여)아위사리(무사심이여)상리(마음의 평화여)사리(평등이여)사예(미혹의 멸진이여)악사예(무진한 선이여)아기니(철저한 해탈이여)선제(조용히 동요치 않는 마음이여)사리(담백한 마음이여)다라니(총지여)아로가바사(관찰이여)바자빅사니(관찰이여)녀비제(광명이여)아변다라녜리제(스스로를 의지하는 마음이여)아단다바례수지(궁극의 청정이여)구구레(요철 없는 평탄이여)모구레(높낮음 없는 평탄이여)아라례(회전치 않는 마음이여)바라례(방황치 않는 마음이여)수가차(청정한 눈이여)아삼마삼리(차별 곧 평등이여)못다비기리구제(깨달음의 절대경지여)달마바리차제(법의 완전한 관찰이여)싱가열구사네(교단의 완전한 화합이여)바사바사수지(명쾌한 설법이여)만다라(만덕의 구족이여)만다락샤야다(만덕의 구족에 안주하는 마음이여)우루다(무진한 작용이여)우루다(울려 퍼지는 소리여)교사라(대중의 소리에 대한 밝은 관찰이여)악사라(가르침의 이해여)악사야다야(무진한 가르침이여)아바로아마야나다야(고려하지 않고 법에 따르는 자재한 경지여)스바하(영원하여라)』 세존이시여, 이 총지 진언은 육십 이억 갠지스강의 모래 수와 같은 부처님께서 설하셨던 바이니, 만일 이 가르침을 설하는 법사에게 박해를 가하는 이가 있다면, 그것은 곧 이 여러 부처님을 침해하고 훼방하는 것이 되나이다.“ 이때, 석가모니불께서 약왕보살을 칭찬하시며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오 훌륭하도다, 약왕이여. 그대가 법화경을 설해 넓히는 법사의 몸을 염려하여 그들을 지켜주기 위해, 모든 악은 물리치고 한량없이 좋은 것을 유지케 하는 비밀의 말인, 총지 진언을 설했으니, 많은 중생들이 풍부한 이익을 얻을 것이니라.” 그때, 용시 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도 법화경을 읽고 외우며 믿어 간직하는 이를 수호하기 위하여 총지 진언을 설하리니, 만일 이 법사가 이 총지 진언을 얻는다면, 야차나 나찰, 썩는 냄새를 풍기는 부단나(富單那), 죽은 송장을 먹는 길자(吉蔗), 동물의 피와 살코기를 먹는 구반다, 아귀 등이 그 법사의 허물을 찾아내어 들러붙고자 하지만, 그 틈을 찾아내지 못할 것입니다.” 하고 부처님 앞에 나아가 주문을 설하였습니다. 『자레(광염이여)마하자레(대광염이여)우기(지혜의 광명이여)우기(불꽃이여)모기(광명의 넓힘이여)아례(순조로운 성취여)아라바제(부유여)네례제(환희여)녜레다바제(흔연함이여)니지니(안주여)위니지(질서를 세우는 것이여)지지니(영주여)네례제니(영합함이 없음이여)녜례제바니(무의미하게 모이지 않음이여)스바하(찬양하여라).』 세존이시여, 이 총지 진언은 갠지스강의 모래 수와 같은 부처님께서 설하신 것이며 그것에 커다란 기쁨을 느끼셨던 바이므로, 만일 이 진언을 간직한 법사에게 박해를 가하는 이가 있으면, 그것은 이 여러 부처님에게 박해를 가하는 것이 되오리다“ 그때, 이 세상을 지키는 비사문천(毘沙門天) 왕이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중생을 불쌍히 여겨 법화경을 설하는 법사를 수호하기 위해 이 총지 진언을 설하겠나이다.” 하고 곧 다음과 같은 주문을 설하였습니다. “『아리(부유여)나리(춤추는 이여)노나리(찬탄의 노래에 의해 춤추는 이여)아나로(무량이여)나리(가난한 이여)구나리(어찌 부유하지 않겠는가)스바하(찬양하여라).』 세존이시여, 이 총지진언의 위력에 의해서 법화경을 설하는 사람들을 수호하고, 또 저 자신도 이 가르침을 가진 이를 수호하여 그가 살고 있는 곳에서 일백 유순 이내에는 온갖 장애가 없도록 하겠나이다.“ 그때, 사천왕 중의 동방을 지키는 지국천왕(持國天王)도 이 법회 가운데 있다가, 천만억 나유타의 건달바들에게 둘러싸여 부처님 앞에 나아가 합장하고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도 또한 총지 진언에 의해 법화경을 간직하는 이를 수호하겠나이다.” 하고 즉시 주문을 설하였습니다. “『아가네(무수한)가네(유수복여신이여)구리(백광여신이여)건다리(향을 가진 여신이여)전다리(요흑여신이여)마등기(마둥기 여신이여)상구리(몸이 큰 독여신이여)부루사니(순서를 따라 설함이여)알지(진리여)스바하(영원하여라).』 세존이시여, 이 총지 진언은 사십 이억의 많은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이니, 만일 이 총지진언을 간직한 법사를 박해하는 이가 있다면 이는 바로 이 많은 부처님을 박해함이 될 것입니다.“ 그때에, 이 법회 가운데 또 사람을 잡아먹는 귀신인 나찰녀(羅刹女)들이 있었으니, 첫째 이름은 세상을 떠돌아 다니는 귀녀인 남바(藍婆)요, 둘째의 이름은 온통 떠돌아 다니는 비남바(毘藍婆)요, 셋째의 이름은 비뚤어진 이빨을 가진 곡치(曲齒)요, 넷째의 이름은 꽃 같은 이빨을 가진 화치(華齒)요, 다섯째의 이름은 검은 이빨을 가진 흑치(黑齒)요, 여섯째의 이름은 머리털이 많은 다발(多髮)이요, 일곱째의 이름은 싫증내거나 만족할 줄 모르는 무염족(無厭足)이요, 여덟째의 이름은 목걸이를 가진 지영락(持瓔珞)이요, 아홉째의 이름은 지붕 위에서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불러들이는 소리를 가진 고제(皐諦)요, 열째의 이름은 모든 생물의 정기를 빨아먹어 버리는 탈일체중생정기(奪一切衆生精氣)였습니다. 이 열 명의 나찰녀는 아이들을 잡아먹는 귀자모(鬼子母)와 아울러 그 아들과 그리고 권속들과 함께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다같이 소리를 합하여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또한 법화경을 읽고 외우며 믿어 간직하는 이를 수호하여, 가지기지의 환난이 없도록 해 주겠사오며, 만일 어떤 이가 이 법사의 허물을 찾아내려 하여도 그것을 막아버리겠나이다.” 하고 곧 주문을 설하였습니다. “『이제리(여기에 있어서)이제미이제리아제리이제리니리(무아여)니리니리니리니리루혜(이미 일어난)루혜루혜루혜루혜다혜(잘 간직하는)다혜다혜도혜스바하(영원하여라).』 차라리 내 머리 위에 오를지언정, 법사를 괴롭히는 것만은 절대로 용서치 않겠노라. 야차(夜叉)나 나찰아귀부단나길자, 붉은색 귀신인 비다라(毘陀羅), 노랑색 귀신인 건타(犍馱), 검은색 귀신인 오마륵가(烏摩勒伽), 파랑색 귀신인 아발마라(阿跋摩羅), 야차의 모습을 하고 송장을 먹는 귀신 야차길자(夜叉吉蔗), 사람의 모습을 하고 송장을 먹는 인길자(人吉蔗)거나, 혹은 열병에 걸려 하루이틀사흘나흘 내지 칠일 동안 앓는 열병이거나 항상 앓는 열병으로써 괴롭히지 못하도록 하겠으며, 또 남자의 모습이나 여자의 모습이나, 혹은 남자아이의 모습이나 여자아이의 모습이 되어 방해하거나 혹은 꿈속에 나타나 괴롭히지 못하도록 하겠노라.“ 그리고 곧 부처님 앞에서 시송으로 말하였습니다. 『만일 나의 주문에 순종치 않고 설법하는 이를 괴롭게 하면, 아리수 나무의 가지처럼 머리통을 일곱 조각으로 쪼개버리며, 부모를 죽인 원수 같이 기름을 짜듯이 주리를 틀며, 말이나 저울눈을 속인 사람과 제바달다가 화합승을 깨뜨림 같이 큰 죄가 될 것이니, 누구라도 이 법사를 해치는 이는 마땅히 이런 재앙 얻으리라.』 여러 나찰녀가 이 시송을 마치고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또한 이 법화경을 믿어 간직하고 읽고 외우며 수행하는 이를 수호하여 항상 안온케 지낼 수 있도록 온갖 환난을 제거하겠사오며, 가령 그를 독살코자 하더라도 그 독을 없애 버리겠나이다.” 부처님께서 여러 나찰녀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오! 훌륭하도다. 그대들이 다만 이 법화경의 이름만을 믿고 간직하는 사람들을 수호할지라도 그 복이 헤아릴 수 없거늘, 하물며 그 가르침을 믿고 간직하며 그 경전에 꽃과 향영락가루 향바르는 향태우는 향깃발천개 등과 음악을 연주하며 감사의 정성을 바치며, 가지가지 등불을 켜되, 우유로 만든 기름으로 켠 소등(蘇燈)과 식물의 기름으로 켠 유둥(油燈)과 여러 가지 향유로 켠 등인, 소마나화유둥(蘇摩那華油燈)첨포화유둥(瞻葡華油燈)바사가화유둥(婆師迦華油燈) 같은 백천 가지의 등불을 켜서 공양하는 이를 수호함이야 말해 무엇하겠느냐. 고제여, 너희 나찰녀들과 그리고 권속들은 응당 이와 같은 법사를 수호하여야 하느니라.“ 이 다라니품을 설할 때에, 육만 팔천의 사람들이 제법은 모두 평등한 진리를 가지고 있어 생하지도 멸하지도 않는다는 진리인, 무생법인(無生法忍)을 깨달아, 다시는 미혹에 빠지지 않는 경지에 도달하였던 것입니다. 제 27 장 묘장엄왕본사품(妙莊嚴王本事品) 그때, 부처님께서 모든 대중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득한 옛날, 한량없고 가이없어 헤아릴 수도 없는 아승기 겁에 한 부처님이 계셨으니, 구름에서 나는 우레 소리처럼 우렁찬 음성을 가진 별들의 왕에 의해, 신통력을 발휘한 운뢰음숙왕화지(雲雷音宿王華智) 여래(다타아가도)응공(아라타)정변지(삼먁삼불타)라는 이름이셨느니라. 그 나라의 이름은 태양의 광명에 의해 장식된 땅이라는 광명장엄(光明莊嚴)이라 하였고, 그 시절(겁)의 이름은 바라보면 기쁜, 희견(喜見)이라 하였느니라. 그 부처님의 세계에 한 임금이 있었는데, 맑고 깨끗함으로써 장엄된 이라는, 묘장엄(妙莊嚴)이라 이름하였으며, 그 왕의 부인 이름은 타고난 성품이 깨끗하다는, 정덕(淨德)이라 하였고, 또 그 왕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으니, 하나는 맑고 깨끗한 태(胎)를 가졌다 하여 정장(淨藏)이라 하고, 또 다른 하나는 맑고 깨끗한 눈을 가졌다하여 정안(淨眼)이라 이름하였느니라. 이 두 아들은 모두 큰 신통력을 가졌으며 뛰어난 복덕과 지혜를 갖추고, 오랜 세월에 걸쳐 보살로서 마땅히 행하여야 할 길을 닦아 왔으니, 이른바 보시(단)지계(시라)인욕(찬제)정진(비리야)선정(선)지혜(반야) 등 여섯 가지의 덕을 완성하였으며, 또 이 여섯 가지를 실천하는 올바른 방법(방편)까지도 완성하고 남을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며, 남과 함께 기뻐하고 은혜와 원수를 버리고 그것에 집착하지 않는 마음을 성취하였을뿐더러, 그 밖에도 부처님의 깨달음에 도달하는 서른 일곱 가지의 수행의 길도 모두 다 뚜렷이 이해하여 통달하고 있었느니라. 또 이 두 아들은 보살이 갖추어야 할, 번뇌를 철저히 없애려고 하는 정(淨) 삼매(三昧)와 태양과 별처럼 밝은 지혜를 갖추려는 일성수(日星宿) 삼매와, 자기자신이 가진 청정한 덕의 광명에 의해 주위를 밝게 하자는 정광(淨光) 삼매와, 신체거동표정의 온갖 것에 덕을 갖추고 싶어하는 정색(淨色) 삼매와, 자기의 덕으로써 주위를 정화하자는 정조명(淨照明) 삼매와, 덕을 성취하여 오랫동안 장엄하는 몸이 되겠다는 장장엄(長莊嚴) 삼매와 모든 인간에게 무한한 감화력이 있는 덕을 갖추고 싶어 하는 대위덕(大威德) 삼매 등, 이러한 모든 삼매에 또한 다 통달하고 있었느니라. 그때, 운뢰음숙왕화지 부처님께서 묘장엄왕을 깨달음으로 인도하려는 생각과, 아울러 중생들의 행복을 염려하시는 마음에서 이 법화경을 설하셨던 것이니라. 그러자, 정장과 정안 두 왕자는 어머니한테 나아가 열 손가락을 모아 합장하고 말하기를, ‘원컨대 어머님이시여, 운뢰음숙왕화지불 계신 곳에 가시옵소서. 저희들도 함께 모시고 따라가서 부처님을 뵈옵고 공양하며 예배하겠나이다. 왜냐하면 그 부처님께서 지금 일체의 하늘과 인간들에게 법화경이라는 거룩한 가르침을 설하고 계시니 꼭 듣고자 하나이다.’ 하니, 어머니가 아들에게 말하기를, ‘너희들의 아버지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닌 외도(外道)를 믿고, 바라문의 가르침에 깊이 사로잡혀 계시므로 너희들은 응당 아버지께 말씀드려 함께 가도록 하여라.’ 하였느니라. 이에 정장과 정안은 열 손가락을 모아 합장하고 그들의 어머니께 여쭙기를, ‘저희들은 가르침의 왕이신 부처님의 아들이거늘 어찌하여 이렇게 잘못된 가르침을 믿는 집에 태어났나이까.’ 하니, 어머니가 아들에게, ‘너희들이 그렇게 아버지의 일을 걱정한다면, 응당 아버지가 깜짝 놀랄 신통 변화를 나타내 보이도록 하여라. 만일 아버지께서 그것을 보시면, 마음이 반드시 맑고 깨끗해져서, 혹 우리들을 부처님 계신 데에 가도록 허락하실는지 모르겠구나.’ 하고 대답하였느니라. 그러자, 두 아들은 즉시 아버지 곁에 가서 아버지를 생각하여, 높이가 칠 다라수에 이르는 허공으로 솟아올라 가지가지 신통변화를 나타내니, 허공 중에서 걷고 머무르며 앉고 눕기도 하고, 상반신에서는 물을 뿜어내며 하반신에서는 불을 뿜어내고, 반대로 하반신에서는 물을 뿜어내며 상반신에서는 불을 뿜어내기도 하고, 혹은 몸을 크게 하여 허공에 가득 차게 했는가 하면, 다시 그 몸을 작게 하였다가 작아진 몸을 또 다시 크게도 하며 공중에서 모습을 감추었는가 하면, 땅속에서 불쑥 나타나기도 하고, 혹은 물이 스며들 듯이 땅속으로 들어가는가 하면, 또 땅 위를 걷듯이 물 위를 걸어 다니는 등 이러한 가지가지의 신통변화를 나타내 보였으므로, 그 아버지인 왕의 마음은 완전히 <나[我]>를 잊어버리고, 마음이 청정해져서 아들의 신통력을 그대로 인정하게 되었느니라. 그때, 아버지는 아들의 이러한 신통력이 위대함을 보고 마음이 크게 환희하여,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감동을 느꼈으므로 자기도 모르게 아들을 향해 합장하고 말하기를, ‘너희들의 스승은 누구이시며, 누구의 제자이냐’ 하고 물으니, 두 아들이 대답하기를, ‘대왕이시여, 운뢰음숙왕화지불이라는, 저 칠보로 된 보리수 아래의 법좌에 앉아 계시면서 지금 일체 세간의 하늘과 인간을 위하여 법화경이라는 가르침을 설하시는 이가 곧 저희들의 스승이시며, 저희들은 그 분의 제자이옵니다.’ 하므로, 아버지가 다시 아들에게 말하기를, ‘나도 너희들의 스승을 만나 뵙고자 하니 나와 함께 가자’ 하였느니라. 그때, 두 아들은 공중에서 내려와 그들의 어머니에게 이르러 합장하고 여쭙기를, ‘부왕께서 이제 부처님의 가르침이 위대함을 이해하시고 믿어, 위없이 완전한 깨달음을 구함에 있어 참고 견딜 만큼의 심경에 도달하셨으니, 저희들이 아버지를 위하여 중생 제도라는 이런 부처님의 일을 하였으니, 원컨대 어머니께서는 저희들이 저 부처님 계신 데에 가서 출가하여 수도하도록 허락하여 주옵소서’ 하였느니라. 그때, 두 아들은 거듭 그 뜻을 펴려고 시송으로 말하였느니라. 『원컨대 어머님이시여, 저희들이 출가하여 스님이 됨을 허락하소서. 부처님 만나 뵙기 매우 어렵나니, 저희들은 부처님 모시고 따라 배우렵니다. 우담바라꽃 보듯이 부처님 만나 뵙기 또한 어렵고, 여러 장애 벗어나기 또한 어려웁나니 이런 기회 놓치지 말게 저희들의 출가를 허락하여 주옵소서.』 그러자, 어머니는 두 아들에게 말하기를, ‘너희들의 출가를 허락하노라. 왜냐하면 부처님을 만나 뵙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니라’ 하니, 이에 두 아들이 부모님께 여쭙기를, ‘오, 훌륭하시도다. 부모님이시여, 원하옵나니, 운뢰음숙왕화지불 계신 데에 가시어서 친히 뵈옵고 공양하여 주옵소서. 왜냐하면 우담바라꽃이 피는 것을 보기 어려운 것처럼, 또 외눈박이 거북이가 바다에 떠다니는 나무의 구멍을 찾아내기 어려운 것 같이, 부처님을 만나 뵙는 기회도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저희들은 전생에서 선업을 많이 쌓았음인지, 부처님의 법이 행하여지는 나라에 태어날 수 있었나이다. 그러므로 부모님께서는 저희들의 출가를 허락하여 주옵소서. 여러 부처님을 만나 뵙기가 매우 어렵나이다.’ 하였느니라. 그러므로 그때 묘장엄왕의 후궁에서 팔만 사천 인의 여인들이 모두 법화경의 가르침을 믿어 간직하게 되었으며, 정안보살은 오래 전부터 법화경을 완전히 체득하고 그 신심이 견고하고 흔들리지 않는 경지인 법화(法華) 삼매에 머물러 통달하였고, 정장보살은 이미 한량없는 백천만억 겁이라는 세월 동안 이 세상의 모든 악도(惡道)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청정한 마음이 되는, 이제악취(離諸惡趣) 삼매에 통달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결코 자신들의 해탈을 위한 것이 아니고 오직 일체 중생을 불쌍히 여겨, 그들로 하여금 모든 악한 갈래에서 벗어나게 해주겠다는 보살심에서 그러하였던 것이었으며, 그 왕의 부인도 예전부터 바른 신앙에 정진하여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경지인 제불집(諸佛集) 삼매를 얻어 모든 부처님의 마음속에 있는 깊고 오묘한 가르침을 알 수 있었느니라. 두 아들은 이와 같은 방편력을 가지고 아버지를 잘 교화하여, 아버지로 하여금 부처님의 가르침을 마음으로 믿고 이해하게 하였을 뿐더러, 기꺼이 그 가르침을 구하려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였던 것이니라. 이에 묘장엄왕은 여러 대신들과 그 권속들을, 그리고 정덕부인은 후궁의 채녀(采女)들과 그 권속들을, 두 왕자는 사만 이천 인을 거느리고 다 함께 부처님 계신 데에 나아가, 머리 숙여 예배하고 그 주위를 세 번 돌며 부처님의 덕을 찬양한 후, 한 쪽에 물러나 있었느니라. 그러자, 운뢰음숙왕화지불께서 묘장엄왕을 위하여 알기 쉬운 가르침부터 차례차례 순서를 따라 진리를 설하여 들려주시니, 왕은 처음 마주하는 진리의 가르침에 크게 환희 하였느니라. 그때, 묘장엄왕과 그 부인이 부처님께 감사의 정성을 바치려고 목에 걸고 있던 백천만 냥이나 되는 진주 목걸이의 구슬을 낱낱이 풀어서 부처님 위에 흩으니, 그 구슬은 허공 중에서 네 기둥의 보배 집으로 변하고, 그 집 속에는 보배 평상이 있는데 그 평상 위에는 백천만의 하늘 옷이 깔려 있으며, 그 위에 부처님이 가부좌를 틀고 앉으시어 큰 광명을 놓고 계셨느니라. 그때, 묘장엄왕이 그것을 보고 생각하기를, ‘부처님께서는 매우 보기 드문 모습을 하고 계시니, 즉 단정하고 엄숙하여 다른 사람에게는 볼 수 없는 거룩함이 넘쳐흘러,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을 성취하셨구나’ 하고 감탄하였느니라. 그때, 운뢰음숙왕화지불께서 사부 대중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느니라. ‘그대들은 이 묘장엄왕이 내 앞에서 합장하고 서 있는 것을 어떻게 보는가? 이 왕은 내 가르침에 따라 비구가 되어, 부처님이 되기 위해 모든 길을 일심으로 익히고 닦아, 부지런히 노력한 뒤에 기필코 부처님의 깨달음에 도달하리니, 그 이름을 유지하게하는 사라수왕(娑羅樹王) 부처님이요, 그 나라의 이름은 큰 광명이라는 대광(大光)이라 하고, 그 시절의 겁을 가리켜 이름이 널리 알려진 왕이라는, 대고왕(大高王)이라고 할 것이니라. 그 사라수왕불 아래는 한량없는 보살 대중과 또한 한량없는 성문들이 있으며, 그 나라의 땅은 평평하리니, 그가 이룩한 불도 수행의 공덕은 이와 같이 넓고 큰 것이니라.‘ 이 묘장엄왕은 즉시 나라를 동생에게 맡기고 부인과 두 아들, 그리고 많은 권속들과 함께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하고 출가하여 불도를 수행하기로 하였으니, 출가해서는 팔만 사천년 동안 항상 일심으로 정진하여 법화경의 가르침을 그대로 수행하였으므로, 마침내 많은 사람들을 구제하고도 아무런 보답도 바라지 않는 깨끗한 마음이 확고하여 전혀 흔들리지 않는 아름다운 경지인 정공덕장엄(淨功德莊嚴) 삼매에 도달하였으며, 이 삼매를 얻자, 왕은 즉시 허공 높이 칠 다라수를 솟아올라 그곳에서 부처님께 여쭈었느니라. ‘세존이시여, 저를 불도로 인도한 것은 저의 두 아들이었나이다. 그들은 여러 가지의 신통 변화를 펴 보이며, 저의 잘못된 신앙을 바로잡아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 편히 머물게 하여 주었으며, 또한 세존을 만나 뵙게 했으니, 이 두 아들은 저의 좋은 벗으로서, 전생에 쌓은 선의 근본이 있었기 때문에 부처님을 만나 뵈올 수 있었겠지만, 이 두 아들은 그 선근에 싹을 트게 하여, 저에게 풍족한 이익을 주려고 내 집에 태어났나이다.’ 그때, 운뢰음숙왕화지불께서 묘장엄왕에게 말씀하시기를, ‘그대가 말한 것과 똑같느니라. 소질이 훌륭한 남녀가 전생에 훌륭한 선근을 심었다면, 태어날 때마다 좋은 벗좋은 지도자를 만날 수 있고, 그 좋은 벗좋은 지도자는 훌륭하게 사람을 인도하여 불도에 들게 하며, 가지가지로 가르치고 인도하여 부처님의 깨달음에 도달케 하느니라. 대왕이여, 좋은 벗좋은 지도자를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거룩한 인연이니라. 그의 교화와 지도가 있었기 때문에 부처님을 뵈올 수 있고, 부처님의 지혜를 얻으려고 발심도 하게 되느니라. 대왕이여, 그대는 두 아들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두 아들은 일찍이 육십 오 백천만억 나유타 갠지스강의 모래 수 같은 많은 부처님을 시봉하며, 친히 가르침을 받고 항상 공경하며, 법화경의 진리를 굳게 마음에 간직하여 삿된 견해에 빠진 중생을 불쌍히 여겨, 바르게 사물을 보는 경지인 정견에 머물도록 하였느니라.‘ 고 하였다. 그러자 그때, 묘장엄왕은 즉시 허공 가운데서 내려와 부처님께 여쭙기를,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참으로 이 세상에서 보기 드문 분이시니, 모든 중생을 건지시는 공덕과 지혜를 가지신 까닭으로 정수리 위의 살상투[肉髻]에서는 광명이 발하여져서 빛나며, 눈은 길고 넓으시며 짙고 산뜻한 남색이고, 두 눈썹 사이의 둥글게 말린 털은 희기가 마치 백마노로 된 달과 같으며, 이[齒]는 희고 틈새가 없이 고르게 갖추어져 항상 빛나고, 입술 색은 흡사 빈바수의 열매[頻婆果]처럼 아름다운 붉은 색을 가지셨나이다’ 하며,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공덕을 찬탄하고 나서, 부처님 앞에 나아가 일심으로 합장하며 다시 여쭙기를, ‘세존의 덕은 비할 데 없이 위대하시어 아직까지 한 번도 듣거나 보지도 못하였나이다. 여래의 가르침은 헤아릴 수 없는 훌륭한 구제의 힘이 갖추어져 있고, 그 가르침이나 계율을 실행함에는 아무런 고통이 없어 마음 편히 즐겁게 행할 수 있나이다. 부처님이시여, 저는 이제부터 다시는 자신의 미혹한 마음에 끌려 다니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며, 또한 삿된 견해와 교만한 마음과 성내고 미워하는 생각과 그밖에 여러 가지 나쁜 생각을 일으키지 않겠나이다’ 하고 말씀을 드린 후 부처님께 예배하며 물러났느니라.“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대중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묘장엄왕은 다른 사람이 아닌 지금의 화덕보살이며, 그 정덕부인은 지금 내 앞에서 빛을 비추고 있는 아름답고 엄숙한 모습을 가진 광조장엄상(光照莊嚴相) 보살이니, 그는 묘장엄왕과 그 권속들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나 묘장엄왕의 부인이 되었던 것이니라. 그리고 또 두 아들은 지금의 약왕보살과 약상보살이 바로 그들이니라. 이 약왕과 약상보살은 이와 같이 큰 공덕을 성취하고, 한량없는 백천만억의 부처님 아래서 사람들을 제도하고 세상을 구제하는 덕행을 거듭 쌓았으므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좋은 공덕을 성취하였으니, 이 두 보살의 이름만 들어도 일체 세간의 여러 하늘과 인간이 모두 이 거룩한 공덕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예배하여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묘장엄왕의 전생에 대한 이야기로써 비유한 이 본사품을 설하실 때에, 팔만 사천 인이 번뇌와 죄악으로부터 벗어나, 모든 사물의 생명과 직접 통할 수 있는 맑은 마음을 얻었습니다. 제 28 장. 보현보살권발품(普賢菩薩勸發品) 그때 많은 사람들을 구제하는 자유자재한 능력인 신통력과 많은 사람들을 감화시키는 위대한 덕의 힘을 가져, 그 이름이 널리 알려진 보현(普賢) 보살이 한량없고 가이없어 헤아릴 수도 없는 큰 보살들과 함께, 동방에서 이 사바세계로 오는데, 그가 지나는 국토마다 한결같이 그 위엄과 덕망에 감동하여 모두가 진동하였으며, 아름다운 보배 연꽃이 비오듯 내리고, 한량없는 백천만억 가지가지 기악이 울렸습니다. 또 무수한 여러 하늘용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의 대중에게 둘러싸인 채 각각 위대한 덕과 신통력을 나타내며, 사바세계의 영취산에 도착하자, 곧 바로 석가모니불께 머리 숙여 예배하고 그 주위를 오른쪽으로 일곱 번 돌며, 부처님의 덕을 찬탄하고 이렇게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보배 같이 그 위엄과 덕망이 널리 알려진 왕이라는, 보위덕상왕불(寶威德上王佛)의 국토에 있었으나, 이 사바세계에서 법화경을 설하시는 것을 멀리서 듣고, 이처럼 한량없고 가이없는 백천만억의 여러 보살과 함께 그 가르침을 직접 들으려고 왔나이다. 원컨대,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위하여 그 법화경을 설하여 주옵소서. 소질이 훌륭한 남녀가 부처님께서 멸도하신 후에는 어떻게 해야 이 법화경을 얻을 수 있겠나이까.” 부처님께서 보현보살에게 대답하였습니다. “만일 소질이 훌륭한 남녀가 다음의 네 가지 사항(법)을 성취하면, 여래의 멸도 후에 있어서도 이 법화경의 진리를 파악한 것이 되며, 이 법화경의 참다운 공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니라. 첫째는 자기가 모든 부처님으로부터 보호되고 소중히 생각되고 있다는 굳은 신념을 가질 것. 둘째는, 덕을 갖추게 되는 근본인 선행을 많이 쌓을 것. 셋째는, 바른 사람, 성불이 결성된 사람들의 모임에 들 것. 넷째는, 일체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마음을 일으킬 것이니라. 만일 소질이 훌륭한 남녀가 이 네 가지 사항을 원만하게 행한다면, 여래가 멸도한 후에도 이 법화경을 자기의 것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니라.“ 그때, 보현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맹세코 훗날 다섯 번째의 오백 세에 이르러, 흐리고 험악한 세상에서 이 법화경을 믿고 간직하는 이가 있다면, 제가 그 사람을 굳게 수호하여 온갖 장애를 제거하여 항상 안온하게 법을 행하도록 할 것이며, 혹 그 누가 그의 잘못을 찾으려 해도 그 흠을 찾지 못하게 하겠나이다. 악마나 악마의 아들, 마녀나 마녀의 부하들이나, 혹은 악마가 들린 사람이나, 야차나찰, 구반다, 사람의 정기를 빨아먹는 비사사, 길자부단나, 빨강색 귀신인 위다라 등, 사람을 괴롭히는 것들이 그 흠을 찾아내어 들러붙지 못하도록 하오리다. 이 법화경을 믿어 간직하는 사람이 혹은 걷거나, 서서 이 법화경을 읽고 외우면, 저는 이 때에 여섯 개의 이빨을 가진 희고 큰 코끼리를 타고, 큰 보살들과 함께 그가 있는 곳에 찾아가 스스로 몸을 나타내어, 그 사람의 수행에 감사하고 그 수행이 훌륭하게 행하여지도록 지켜주며, 그 사람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겠으니, 이것은 또한 법화경에 감사하기 때문입니다. 또 이 사람이 조용히 앉아서 이 법화경을 곰곰이 생각할 때에도, 제가 희고 큰 코끼리를 타고 그 사람 앞에 나타날 것이며, 만일 그 사람이 법화경의 한 구절이나 한 시송을 잊어버린 경우에는 제가 응당 가르쳐 주고 함께 읽고 외워서, 그 뜻에 통달하도록 하겠나이다. 그리고 법화경을 믿고 간직하여 읽고 외우는 이가 나를 생각하기만 한다면, 바른 길을 발견할 수가 있기 때문에 크게 환희하여, 다시 더 한층 정진할 것이며, 나를 생각함으로써 항상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되고, 또 모든 선한 일은 행하고 모든 악은 멈추게 하는 힘인, 다라니를 얻을 것이니, 그 이름은 일체의 불보살의 설하신 바를 알아 기억하고 간직하는, 선다라니(旋陀羅尼)며, 백천만억 선다라니며, 모든 부처님의 설법하는 방편의 문을 자유자재로 설하는 법음방편타라니(法音方便陀羅尼) 등의 다라니를 몸에 갖추게 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훗날 다섯 번째의 오백세의 흐리고 험악한 세상에서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 이 법화경을 수행하고 익히기 위하여, 마음으로부터 구하는 이나 믿고 간직하는 이나 읽고 외우는 이나 옮겨 쓰는 이는, 삼 칠 일 동안 일심으로 정진할 것이며, 그 삼 칠 일 간의 정진이 끝나면 제가 여섯 이빨을 가진 흰 코끼리를 타고, 한량없는 보살에게 둘러싸여 일체 중생이 기뻐할 모습이 되어 그 앞에 나타나 그를 위하여 가르침을 설하고, 그들로 하여금 점차로 신앙이 깊어지도록 하며, 또한 그에게 총지 진언을 주겠으니, 그 총지 진언에 의해 인간이 아닌 것들에게 도심(都心)이 파괴되지 않을 것이며, 또한 이성(異性)에 의해 유혹되어 머리 속이 산란치 않을 것이고, 또 제가 항상 그를 보호하겠사오니, 원컨대 세존이시여, 제가 이 총지 진언(다라니)을 설하도록 허락하여 주옵소서.“ 그리고 부처님 앞에 나아가 곧 주문을 설하였습니다. 아단지 단다바지 단다바제 단다구사례 단다수다례 수다례 수다라바지 못다바선녜 살바다라니아바다니 살바바사아바다니 수아바다니 싱가바릭사니 싱가녈라 다니 아승지 싱가바가지 제례아타싱가도략 아라제 바라제 살바싱가지삼마지가란지 살바달마수바릭찰제 살바살타루다교사락 아로가지 싱아비기리지제 “세존이시여, 만일 대승의 가르침을 실행하고 세상에 넓히며 남을 구제하려는 보살이 이 총지 진언을 들을 수 있다면, 그는 이것이 보현의 신통력에 의해 수호되고 있기 때문임을 알아야 하며, 만일 이 사바세계에서 널리 행해져야 할 법화경을 믿어 간직하는 이가 있다면, 그것도 보현의 불가사의한 힘 때문이라고 생각하여야 할 것입니다. 만일 이 법화경을 믿어 간직하여 읽고 외우며 바르게 기억하고 그 뜻을 잘 이해하여, 그 가르침대로 수행하는 이가 있다면, 그 사람은 보현과 똑같은 행을 하고 있는 사람일지니, 그 사람은 전생에서 한량없고 가없는 수많은 부처님을 섬기며 여러 가지의 선근을 깊이 심은 사람일 것이니, 이는 많은 여래께서 자비로운 손으로 그의 머리를 어루만져주심을 받을 상당한 가치가 있사옵고, 또 이 법화경을 다만 옮겨 쓰기만 하여도 그 사람은 죽어서 도리천(忉利天)에 태어나게 되고, 그곳에 태어날 때는 육만 사천의 천녀들이 많은 음악을 연주하며 영접하고, 그 사람은 칠보로 만든 관을 머리에 쓴 채, 도리천의 시봉하는 아름다운 여인들에게 시중을 받으며 안락하게 지낼 것일진대, 하물며 이 법화경을 믿어 간직하여 읽고 외우며, 바르게 기억하고 그 뜻을 잘 이해하며 가르침대로 수행하는 사람, 그 공덕은 더 말할 것이 있겠나이까. 만일 어떤 사람이 이 법화경을 믿어 간직하여 읽고 외우며 그 뜻을 잘 이해하면, 그 사람이 죽으려할 때, 일천의 부처님께서 손을 내미시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시고, 또 악한 갈래에 떨어지지 않게 해 주시며, 즉시 도솔천의 미륵보살 계신 곳에 태어날 것입니다. 미륵보살은 부처님과 똑같은 서른 두 가지의 거룩한 모습을 갖추고, 큰 보살들에게 둘러싸여 백천만억의 많은 천녀들과 그 권속들로부터 시중을 받고 계시는데, 그 법화경을 수지독송하고 그 뜻을 잘 이해한 사람은 그 가운데 태어나는 큰 덕과 이익을 얻을지니, 지혜 있는 이는 응당 이 법화경을 일심으로 스스로 쓰거나 다른 이를 시켜 쓰며, 이 법화경을 믿어 간직하여 읽고 외우며 바르게 기억하고, 가르침대로 수행하여야 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신통력을 가지고 이 법화경을 수호하여, 여래께서 멸도하신 후 이 사바세계에 이 법화경을 설해 넓혀, 끊어지지 않게 하겠나이다.“ 그때, 석가모니불께서 보현보살을 칭찬하시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오! 훌륭하도다, 보현이여. 그대는 능히 이 법화경을 수호하여 세상에 넓히도록 도와, 많은 중생들의 행복을 권유하고 이익을 주리라고 생각하노라. 그대는 이미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공덕을 성취하고 깊은 큰 자비의 행을 하여 왔으니, 그것은 오랜 옛날부터 부처님의 깨달음을 얻으려는 뜻을 세웠으며, 그로 말미암아 우선 법화경을 수호하는 자유자재한 신통력을 얻으려는 서원을 세워 이 법화경을 수호하여 왔노라. 나는 부처님의 신통력으로써 보현보살과 똑같은 마음을 가지고 똑같은 행을 하는 이가 있으면 기필코 수호해 주겠노라. 보현이여, 만일 이 법화경의 가르침을 믿어 간직하거나 읽거나 외우거나 바르게 기억하거나, 수행하고 배우거나 옮기려는 이가 있다면, 이는 바로 석가모니불을 만나 뵙고, 그로부터 직접 설법을 듣는 실감을 느낄 것이니라. 그리고 이 사람은 말할 것 없이 석가모니불을 공양하는 사람임을 알아야 하며, 또 이 사람은 부처님으로부터 훌륭하다고 칭찬받는 사람이며, 또한 석가모니불의 손에 머리를 어루만지우며 마음으로부터 신뢰받는 사람일 것이며, 또 이 사람을 석가모니불의 자비에 의하여 감싸여지고 있는 사람임을 알아야 하느니라. 이런 사람은 세속적인 다섯 가지 감각기관에 의한 즐거움을 탐내거나 집착하는 일도 없고, 불교 이외의 가르침에는 말려드는 일도 없으며, 가치 없고 흥미 본위인 글에 마음을 빼앗기지도 않을 것이며, 또한 여러 가지 바람직하지 못한 사람들, 혹은 살생을 직업으로 삼는 백정이나, 혹은 돼지양닭개 등을 길러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나, 혹은 사냥꾼이나 여색을 파는 직업을 가진 이들과 가까이 하지 않고, 또 이런 사람은 마음에 꾸밈이 없고 정직하며 스스로 진리에 맞는 생활을 할 것이며, 또 사물을 생각함에 있어 올바르고 항상 진리에 일치하며, 나아가 스스로의 덕으로써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힘을 가질 것이니라. 또 복덕이 있어 인간을 해치는 세 가지의 큰 독[三毒]에 고통을 받지 않으며, 또 질투나 아만이나 증상만에 의해 마음을 괴롭히지 않을 것이며, 이 사람은 세속적인 욕심이 적고 모든 것에 만족할 줄 알아, 보현보살처럼 법화경의 가르침을 철저히 행할 것이니라. 보현이여, 만일 여래가 멸도한 후 오백 세에 법화경을 믿어 간직하여 읽고 외우는 사람을 보면, 다음과 같이 생각하여도 무방하리니, 즉 ‘이 사람은 멀지 않아 최고의 깨달음을 구하여 수행하는 장소에 가서 많은 마구니의 대군을 쳐부수고 부처님의 지혜를 얻을 것이며, 그 도량을 떠나 힘차게 가르침을 설하여 넓힐 것이니, 그 법을 설하는 모습은 마치 수레바퀴가 돌고 돌아 멈추지 않는 것과 같고, 북이나 소라고동 소리가 산에 울려 퍼지듯 할 것이며, 큰 구름에서 내리는 비가 땅 위의 온갖 초목을 축축하게 적셔주듯이 하며, 마땅히 하늘과 인간 가운데서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을 것이니라.’ 보현이여, 후 세상에 있어 이 법화경을 믿어 간직하여 읽고 외우는 이가 있으면, 이 사람은 의복침구음식 등의 생활용품을 탐내지 않더라도 그 소원은 헛되지 않아 현세에서 그 복의 과보를 받아 이루어질 것이니라. 만일 법화경을 믿고 행하는 이에게 ‘너는 미친놈이다. 이런 수행을 하더라도 헛되어 마침내는 얻는 것이 없으리라’ 하며 경멸하거나 비방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몇 번 다시 태어날지라도 눈이 먼 소경의 몸으로 태어날 것이며, 반대로 만일 법화경을 믿고 수행하는 사람을 공양하고 찬탄하는 이는 참으로 이 세상에서 좋은 보답을 받을 것이니라. 또 이 법화경을 믿고 간직하는 이를 보고, 그 사람의 허물을 찾아내어 세상에 퍼뜨리는 경우에는 그것이 사실이거나 아니거나 이런 사람은 현세에서 백라(白癩)라는 문둥병에 걸릴 것이며, 만일 법화경을 믿고 행하는 이를 경멸하여 비웃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몇 번 다시 태어나도 태어날 적마다 이빨 사이가 성글어 벌어지고, 입술 모양이 밉고 코는 납작하며, 손과 다리가 비뚤어지고 눈은 사팔뜨기가 되며, 몸에서는 추악한 냄새가 나고 부스럼과 종기가 나서 피고름이 나며, 배에 물이 차는 곱창병과 숨가쁜 병 등, 여러 가지 나쁜 병이나 중병을 앓는 몸으로 태어날 것이니라. 그러므로 보현이여, 만일 이 법화경을 믿어 간직하는 이가 있으면, 멀리서 그 사람의 모습을 보아도 일어서서 맞이하여야 하느니, 마치 부처님을 공경하는 것과 똑같이 공경하여야 하느니라.“ 이 보현보살의 권발품을 설하실 때, 갠지스강의 모래 수 같은 한량없고 가이없는 보살이 백천만억의 사람들에게 차례차례로 넓혀가는, 선은 행하고 악은 버리는 큰 교화의 힘인, 선다라니를 얻었으며, 또 삼천대천 세계를 가루로 한 입자와 같은 수의 보살이 보현보살과 똑같은 철저한 실행력을 몸에 갖추었습니다. 이와 같이 부처님께서 법화경을 설해 마치시자, 보현보살을 비롯한 모든 보살과 사리불을 비롯한 모든 성문 및 이 법회에 모인 여러 하늘용과,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 등, 일체의 생명체들이 감사한 생각에 정신이 황홀해졌으며, 또 부처님의 말씀을 낱낱이 가슴속에 새기면서 세존 님을 향해 엎드려 예배하고, 그 자리를 떠나갔던 것입니다. 불기 2542년 10월11일 발행 대한불교 천태종 관문사 법공양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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