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자체만 남으면 생각이 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까지 가면
모든 말은 그 이미와 의도를 상실해 버린다.
말은 의사전달 수단이라는 순순한 목적만 남게되고 말 속에 의미와 의도를 숨길 수 없게된다.
말이 청정하면 마음이 청정하여진다. 마음이 곧 부처다.
법신변사(法身邊事:시방세계가 청정淸淨하다는 견처)를 알아서 법신의 변사를 베풀어 놓은 대문도 있고,
여래선(如來禪:범성凡聖의 차별이 끊어진 견처見處)을 알아서 여래선 도리를 베풀어 놓은 것이 있고,
최초구(最初句)·말후구(末後句)를 알아서 그것을 베풀어놓은 것이 있고,
향상구(向上句)·향하구(向下句)를 베풀어놓은 것이 있고,
일구(一句)·이구(二句)·삼구(三句)를 베풀어놓은 것이 있다.
*여래선(如來禪)
삼종선은 의리선(義理禪)·조사선(祖師禪)·여래선(如來禪)으로 불경에서 밝힌 여래선과 선종에서 밝힌 여래선에는 차이가 있다. 『
능가경(楞伽經)』에서는 선을 4종으로 분류한 가운데 여래선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때의 여래선은 부처의 경지에 머물면서 중생을 위하여 불사의(不思議)한 일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선종 가운데서도 하택(荷澤) 계통에서는 “자성의 공적(空寂)을 보아 무념(無念)이 되면 곧 일념(一念)이고 일념이 곧 일체지(一切智)이며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이니, 그것이 곧 여래선”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선종의 주류를 형성한 임제종(臨濟宗) 계통에서는 말의 자취와 생각의 길이 함께 끊어져서 이치나 일에 걸림이 없는 것을 조사선이라 정의하고, 이 조사선 우위의 설에 따라 여래선을 생각과 알음알이가 아주 끊어지지 않아서 말의 자취가 있고 이치의 길이 남아 있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선종의 5파 가운데 임제종과 운문종(雲門宗)만이 조사선을 주창하고, 조동종(曹洞宗)·위앙종(潙仰宗)·법안종(法眼宗)은 여래선 계통이라고 하여 중요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여래선(如來禪)에 대하여 능가경(楞伽經)에 있는 말씀을 보겠습니다.
'무엇을 여래선이라고 하는가? 여래지(如來地)에 들어가서 성자(聖者)의 무루지(無漏智)를 깨달아서 삼종법락(三種法樂)에 머물고 또한 동시에 중생의 부사의한 일을 다 성취하는 것을 여래선이라고 이름한다' 하였습니다. 스스로 마음 깨달아 우주의 본 실상을, 성지(聖地)를 자각해서 여래지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또한 깨달으면 분명히 현법락주(現法樂住)라 하는데가 있습니다. 현법락주란 우리가 온갖 법락에 머문다는 뜻 입니다.
*의리선(義理禪)
불교의 교리에 의한 문자선(文字禪)·사구선(死句禪)이라고도 한다.
부처의 마음, 곧 진리는 언어와 문자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언어 문자를 통해서 표현하기 때문에, 과거 제불 제성의 교리나 게송 등에 의지해서 마음을 깨치려 하는 것.
초보자는 처음 의리선으로부터 출발하여 차츰 여래선·조사선의 경지로 들어가게 된다
조선 후기에 긍선(亘璇)이 저술한 『선문수경(禪門手鏡)』에서 처음 공식화되었음을 볼 수 있다. 긍선은 선을 깨침의 정도에 따라, 의리선(義理禪)·여래선(如來禪)·조사선(祖師禪)의 세 가지로 분류하였다. 임제3구(臨濟三句) 가운데 제1구는 조사선, 제2구는 여래선, 의리선은 제3구에 해당한다.
임제 제1구는 삼요(三要)이니, 이 도리를 얻으면 부처와 조사의 스승이 되므로 조사선의 근기이다. 제2구는 삼현(三玄)이니, 이는 인천(人天)의 스승이 되게 하므로 여래선의 근기이다. 제3구는 유(有)·무(無)·중(中)을 희롱하는 것이니, 이것으로는 자기 한 사람도 구할 수 없다고 보았다. 즉, 긍선은 의리선을 임제 제3구에 적용시켜 자기 구제도 어려운, 근기가 낮은 이를 위한 선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조사선(祖師禪)
불립문자(不立文字)·교외별전(敎外別傳)·직지인심(直指人心)·견성성불(見性成佛)을 표방하는 육조(六祖) 혜능(慧能) 하의 남종계의 선, 즉 남종선(南宗禪)을 말한다. 이 조사선은 일반적으로 중국선(中國禪)을 가리키는 대명사로도 쓰이고 있는데, 조사(祖師)란 선종에서 불(佛)에 대신하는 이상적인 인격자이다.
조사선이라는 호칭이 정착하게 된 것은, 조사선의 계보라고 할 수 있는 『보림전(寶林傳)』(801)이 등장한 뒤의 일이다. 조사선이라는 말을 최초로 사용한 이는 혜적(慧寂)으로 추정되고 있다. 혜적은 동문인 지한(智閑)에게 “자네는 다만 여래선을 얻었을 뿐, 아직 조사선을 체득하지는 못했다(汝兄得如來禪, 未得祖師禪).”(景德傳燈錄 11, 仰山慧寂)고 하였다.
종밀(宗密)은 선을 오종으로 나누어 외도선(外道禪)·범부선(凡夫禪)·소승선(小乘禪)·대승선(大乘禪)·여래청정선(如來淸淨禪, 如來禪)이라 하고, 이 중 여래청정선이 달마가 전한 것으로 최상선(最上禪)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후세의 선자(禪者)는 종밀의 여래선도 또한 이(理)에 매달려서 참된 선을 보인 것은 아니라 하고, 진선(眞禪)을 전한 남종선을 조사선이라고 이름하며 이를 여래선의 위에 놓은 것이다.
마조(馬祖)의 즉심시불(卽心是佛)과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는 조사선의 기본 사상이 되며, 임제(臨濟)에 이르러 조사선의 전성시대를 이루었다.
이러한 조사선은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융성하였다. 신라 말 고려 초에 개산된 구산선문(九山禪門)도 거의 남돈선(南頓禪) 계통이다. 조사인 진귀(眞歸)가 석존의 스승이라는 진귀조사설(眞歸祖師說)까지 있으며, 천책(天頙)의 『선문보장록(禪門寶藏錄)』은 조사선사상을 크게 부각시키는 데 공헌하였다. 그 뒤 선교양종 속에서 격외선(格外禪) 중심의 조사선풍이 차츰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조선 후기에는 선을 의리선(義理禪)·여래선(如來禪)·조사선(祖師禪)의 삼종선으로 구분하고 선문의 시비가 일기도 하여, 조사선이 한국의 선풍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돈오(頓悟)란 것은 이런 도리를 알아야 하겠지요. 이런 도리를 이치로 알면 해오(解悟)인 것이고, 증명헤서 깨달아 알면 증오(證悟)인 것입니다. 증오와 해오의 차이는 있다 하더라도 돈오는 돈오인 것입니다. 돈오도 두 가지로 구분해야 하는 것입니다. 꼭 견성만이 돈오라고 못박을 수는 없습니다. 전통적인 해석이 돈오는 증오만의 돈오가 아니라 해오의 경계도 돈오라 해왔습니다. 다만 그 깊고 옅은 관계가 있을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범부지에서 우선 도리로 '이 마음 본래 청정하고 원래 번뇌가 없고, 때묻지 않은 지성(智性)이 본래 갖추어 있으니까 이 마음이 바로 부처고 이 마음이 범부나 또는 석가모니나 일반 성자나 다름이 없다' 이렇게 알면 해오(解悟)인 돈오인 것입니다. 그러나 알기만 알면 해오이고, 닦아서 번뇌를 여의고서 금강불심(金剛佛心)을 증명해서 깨달을 때는 증오입니다. 그런 차이만 있을 뿐인 것이지 이치로 아는 해오도돈오라 하여 왔습니다. 불교적 논의는 꼭 일반적이고 전통적인 관행(慣行)술어를 알아야지 자기 식으로 해석하면 곤란한 것입니다.
'이러한 돈오에 의지해서 닦는 수행을 최상승선(最上乘禪)이요 또한 여래청정선(如來淸淨禪)이요, 역명 일행삼매(一行三昧)라 하며 일체삼매(一切三昧)의 근본이니 만약 능히 생각 생각에, 다른 생각을 끼지 않게 지속적으로 닦고 익힐 때에 자연히 점차로 백천삼매(百千三昧)를 얻는다. 달마 문하(達磨門下)에 구르고 굴러서 서로서로 전하는 선(禪)은 바로 이 선이다'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깨달은 경계가 각기 조금씩 차이가 있듯이 각종의 수행 법 또한 조금씩 다르다.
조동종은 조용히 그 호흡을 관찰하며 일체 것을 끊어 버리고 오직 그 호흡 하나로 정신통일을 해 나가기 때문에 지관타좌(只管打坐) 타성일편(打成一片)을 이룬다.
지관타좌란 오로지 한 숨결에 맡겨서 일어나는 번념(煩念)을 주저앉힌다는 말이며 타성일편은 모든 것을 똘똘 뭉쳐 하나를 형성한다는 말이다.
임제종은 간화선으로 성성적적(惺惺寂寂), 풍파를 가라앉혀 맑은 바다를 형성한다.
삼라만상이 그 안에 소소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계종은 그것을 관하는 놈, 숨결을 헤아리는 놈이 누군가 철저히 의심하여 간다.
그래서 '단지 모른다는 것을 알 뿐'의 시심마선(是甚禪- 이 뭣고 선)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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