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록

수암스님 ‘『경덕전등록』에 수록된 게송의 시가형식과 선사상 연구’ 논문 요지,

통융 2018. 5. 28. 22:30

수암스님 ‘『경덕전등록』에 수록된 게송의 시가형식과 선사상 연구’ 논문 요지


“선종어록, 현대인 唐·宋 언어 이해 공헌 상당”

오가 선사상, 근엄·통쾌·세밀·고고·상명함 특징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은 줄여서 『전등록(傳燈錄)』이라고 한다. 『경덕전등록』에서의 전등(傳燈)은 불타(佛陀)의 정법안장인 지혜의 광명을 등화(燈火)에 비유한 말로서 정법(正法)의 등불이 하나의 등(燈 : 스승)에서 또 다른 하나의 등(燈 : 제자)으로 끊임없이 전승(傳承)됐다는 의미이며, 책이름에 경덕(景德) 연호가 붙은 것은 이 기록이 남송의 진종 경덕원년(1004년)에 편찬자로부터 조정에 바쳐졌기 때문이다. 『경덕전등록』은 도원선사가 찬술하고 한림학사 양억(楊億) 등이 개정해 대장경에 편입됐으며 중국 선종(禪宗)의 법계를 밝히는 책으로 1701명의 계보를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은 과거 7불과 인도의 28조와 중국의 초조 보리달마(菩提達摩)와 그 후대로 면면히 이어지는 오가(五家) 52세 1701명의 선장(禪匠)들을 사자상승(師資相承)의 차례에 따라 열거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속성(俗姓), 가계(家系), 출생지, 수행경력, 주석한 곳, 입적, 세수, 시호(諡號) 등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는 선종전등사인 것이다.

일찍이 『전법보기(傳法寶紀)』·『능가사자기(楞伽師資紀)』·『역대법보기(歷代法寶記)』·『보림전(寶林傳)』·『조당집(祖堂集)』 등 종래의 등사(燈史)가 있었지만 이를 종합해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집대성했을 뿐만 아니라 제방(諸方)의 선사(禪師)들의 언론(言論) 및 찬송시가(贊頌詩歌)까지도 수록한 것이 『경덕전등록』이다. 이책은 송·원·명대에 걸쳐 크게 유행해 교계 및 문단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10세기의 중국은 당에서 오대(五代), 송나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해당한다. 이 시기는 사회 전분야에서 변동이 일어나는 시기였다. 선(禪)은 이러한 시기에 전란이 미치지 않은 양자강 이남에서 공안선(公案禪)이라는 새로운 오가(五家)의 가풍을 형성해 줄기가 힘차게 뻗어갔으며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선승(禪僧)들의 문답과 행적들이 알알이 선불교의 지침이 됐다.

그들의 어록(語錄)은 그 언어가 질박하고 사실적이며 생소하거나 이해하기 어렵지 않아서 위로는 통치자에서 아래로는 평민에까지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당시의 구어(口語)였다. 선종어록의 저술은 선학(禪學)을 널리 보급하는데 있기 때문에 이를 체득하려면 당시의 언어습관을 알아야 할 것이다.

언어학상 선종어록에 부여되는 가치는 불학(佛學)사상의 가치와는 자못 다르다. 현대인들이 만당(晩唐)·송대(宋代)의 언어를 이해하고자 할 때 선종어록의 공헌은 상당하리라고 본다.

당송(唐宋)대의 구어는 근대 한어(漢語)의 전반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선종어록이 중국의 어휘(語彙)·어법(語法)·음운학(音韻學) 연구에 중요한 대상으로 부각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게송(偈頌)과 중국시가의 형식적인 면에서 살펴보면 게송은 초기에는 고대 중국운문(中國韻文)의 정통이라고 할 수 잇는 『시경(詩經)』의 형식을 따랐겠지만, 한위조(漢魏朝)의 중고시기에는 고체시(古體詩)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으며, 당대(唐代)에는 당시 유행하던 근체시(近體詩)의 영향을 받아 그것의 형식을 따랐을 것이고, 송대(宋代)에는 당시에 유행하던 사(詞)에 이르기까지 영향·계승 관계가 성립된다고 할 수 있다.

『경덕전등록』에서는 선사들의 게송을 ‘게왈(偈曰)’ ‘송왈(頌曰)’ 또는 ‘게송왈(偈頌曰)’ 그리고 16여수에는 ‘시왈(詩曰)’이라고 구분해 기록하고 있다. 이는 당시에 유행하던 근체시의 형식을 따른 것을 ‘시왈’이라고 했을 것이며, 근체시의 형식을 벗어난 것을 게왈, 송왈, 게송왈이라고 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그러므로 오늘날 게송이 4언, 5언 및 7언으로 돼 있어 중국시가와 유사하다 해 4언, 5언 그리고 7언 등 숫자만 맞춰 게송을 짓는다면 게송이 되는 것이 아니다. 전혀 형식이나 운율이 맞지 않는다면 이미 좋은 게송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달마로부터 비롯된 중국선(中國禪)의 역사는 『능가경(楞伽經)』의 사상에 근원을 두고 시작돼 혜가·승찬·도신·홍인 등의 다섯 조사(祖師)를 거쳐 중국적인 선풍을 확립했다. 이들은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을 특색으로 해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을 종지로 삼았다. 오조 홍인(弘忍)의 뒤를 이어 신수(神秀)와 혜능(慧能)이 점수(漸修)와 돈오(頓悟)를 들고 나오면서 북종선과 남종선의 구분이 있게 된다. 이어서 사자상승을 특색으로 하는 위앙(仰)·임제(臨濟)·조동(曹洞) 등 오가칠종(五家七宗)을 비롯한 수많은 종파가 당대를 대표하며 중국선종의 전성기를 이뤘다.

송대로 들어오면서 1700공안(公案)으로 대표되는 공안선(公案禪)이 유행했으며 수많은 선어록(禪語錄)과 함께 게송시가(偈頌詩歌)가 이뤄졌다. 게송이 왕성하게 일어난 것은 석두문하(石頭文下)에서이다. 그리고 동시에 마조문하(馬祖文下)에서도 일어나기 시작해 선문게송(禪文偈頌)이 폭넓게 형성되면서 각각의 풍격을 이루게 된다. 이들 개개의 풍격으로 본다면 위앙(仰)은 근엄, 임제(臨濟)는 통쾌, 조동은 세밀, 운문(雲文)은 고고, 법안(法眼)은 상명(詳明)함을 보이고 잇는 것이 게송을 통해 본 오가 선사상의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제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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