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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관의 의지

통융 2011. 2. 15. 12:18

"사람들은 어떤 대상인 누구를 믿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의지를 믿는 것입니다. 의지는 본래 진면목(眞面目)이며 신성(信性)인 자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즉 현재 내 마음에 궁핍함을 채워주는 그 것이 나에게는 신이요. 행복이요. 삶의 본질입니다."

 

 

달팽이관의 의지

 

1,

나는 팔뚝에 링거를 꽂고 수술대 위에 누워있다.

하반신 부분 마취를 하기 위해서다.

오른쪽 발목 복사뼈가 두 조각으로 골절되어 조각난 뼈를 두대의 나사못을 박아 고정하는 봉합술을 기다리기 위해서다.

 

늘 서서 걸어 다닐 때는 수평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지만

수술대 위에 누워서 수직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또 다른 착시의 지각공간으로 다가왔다.

일렁거리는 천장들, 어지럽게 오가는 전선들, 안개처럼 눈 부시는 조명등

천정에 뚫어진 숭숭한 구멍의 환기통과 구불텅 거리며 서로의 몸을 연결한 알미늄 관통들이 생경스러웠다.

공상 영화 속에서나 볼 듯한 공간의 미로들처럼  혼란스럽다.

저 미로의 공간속으로 달아나 버리면 어떨까 ?

상상이 고개를 드는 순간

천장이 금방이라도 우루루 무너져 나를 덮쳐 버릴 것 같은 중압감이 엄습해 왔다.

눈을 감았다.

   누구나가  외부의 두려운 조건에서 도피하는 몸의 반사 작용이다.

   잠시나마 도피하는 수단이 되었다.

 

   그것도 잠시  수술의 두려움과 공포감이 뒤엉킨  복잡한 의지들이 몰려왔다.

   두려움의 의지가 먼저 나타났다.

    달팽이관 깊숙히 아니면 뇌 속 그 어디쯤 두려움의 의지가 속삭이기 시작했다.

 

"주인님, 하고자 하는 수술이 어떤 위험이 따르는지 알고나 있는겁니까? 

당신의 몸 절반을 저들이 서서히 죽이려 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당신은 아무 반항도 없이 누워만 있을 거여요.

특히 하반신 마취는  당신의 하반신을 영원히 못 쓰는 불구가 되게 할 수도 있어요."

 

두려움의 의지는  몸 주위를 분주하게 오가며  공포의 의지들까지 동원하며 어름장을 놓으며 마음을 흔들고 있다.

그는 주인에게 설득과 유혹을 시도했다.

 

"당신은 저 투명한 마취의 비밀을 모를 거여요. 

당신의 등뼈사이로 마취 액이 깊숙이 숨어 들어갈 때

만약 그들이 실수라도 한다면... 생각만 해도 두렵지 않나요.

마취 액들이 주인님의 몸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당신 몸 어딘가에 숨어서 당신의 하반신을 지배하게되면 

당신은  배꼽 아래의 하반신은 영원히 마취 액의 점령으로 의식이 살아나지 못할 지도 몰라요.

 더 최악의 경우엔  당신은 영원히 지구별을 떠날 수도 있구요.

그런 끔직한 생각을 해 봤어요."

 

"물론 그런 실수는 희박하다고 그들은 말하겠지만

어떻게 알겠어요.

로또 복권이 당첨되는 것처럼 수백 만분의 확률로 당신에게 당첨 될 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주인님은 젊은 시절에 벼락을 맞았다면서요.

 비가 오는 날 우산을 쓰고 소 풀을 먹이러 산에 갔다가.

벼락을 맞는 순간  전류의 힘 때문에

우산은 수십 미터 하늘로 솟구쳐  날아가고 주인님은 뒤로 벌렁 나가 떨어 졌다면서요.

다행히 우산을 잡은 손에서 우산이 팅겨나가서 살았지 그렇지 않았다면 .....

한 참 뒤에 휴지처럼 구겨진 우산이 하늘에서 땅에 떨어졌고  

그 우산에 전류가 파닥거리며 살아있는 것 같아서 주인님은 무서워서 엉금엉금 기어서 가급적 멀리 떨어져 피했다구요.

소는 산에 그냥 내버려두고 혼비백산 산을 내려와 집으로 달려온 적이 있다면서요.

그렇게 벼락을 맞은 것이야 말로 로또보다 더 희박한 확률에 당첨된 경험이잖아요.

이 세상 수 십억 명의 사람 중에 벼락을 맞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어요."

 

"늘 사람들은 자신은 예외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확률도 늘 함께 동반한다는 거지요.

누구나 일을 시작 할 때 성공을 전재로 하겠지만 결과는 전혀 다른 실패로 나타날 때도 있지요.

만약 주인님도 벼락을 맞았던 것 처럼 안전하다고 확신하는 마취가 실수의 확률에 당첨되어 병신이 된다면....

너무나 슬프고 원통하고 안타까운 일이잖아요."

 

두려움의 의지는 잠시 뜸을 드리면서 목소리를 다시 더 낮추어 속삭였다. 

 

"주인님 혼자서 두 다리로 대지를 밟고 세상을 활보 할 수도 없고,

푸른 숲과 산들을 바라보며 걸어 다닐 수 없고,

이 아름다운 지구별을 여행할 수 없는 신세가 된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이겠어요.

아직 주인님은 현생에서 갚아야 할 빚들이 많은 걸로 아는데요.

 하고 싶은 일은 그렇게 많이 두고 어떻게  하려고 그러세요.

남자에겐 가장 상징적인 거시기가 곳곳하게 살아나지 못한다면 삶의 의미가 어디에 있겠어요.

성기능 불구자라는 천형이 평생 따라다니잖아요.

당신을 사랑하던 여인들이 모두 주인님을 떠나 버릴지도 모를 일이고....

아! 이 비극적인 일이 당신한테서 일어난다면... "

 

두려움의 의지는 긴장된  달팽이관을 다시 한 번 어루만지며 다정스럽게 위로의  말로 소곤거렸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생을 포기한다는 것은 아니겠지만

한 순간의 실수가 앞으로 엄청난 비극을 몰고 올 수 있다는 것을 당신은 자각해야 되요.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해봐요.

그래도 한 다리는 멀쩡하잖아요.

나머지 한 다리가 이상하면 어때요.

가끔 아프겠지만 절뚝거리며 견뎌 살아 갈 수도 있잖아요."

 

두려움의 의지는 온갖 위협과 위로와 감언이설을 동원해서

주인이 마취와 수술하는 생각을  접고 포기하도록 유혹을 했다.

 

 

2,

두려움의 의지는 다시 주인에게 불안과 공포를 앞세워 겁을 주고 있었다.

 

"결국 당신은 나의 경고를 무시하면 그들의 실수에 몸을 희생시키고 말 거여요.

당신도 들어서 알겠지만 저 마취 액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식물인간이 되고 목숨까지 앗아간 일도 많다는 것을

그래놓고도 저들은 아무 죄책감도 없어요.

구렁이 담 넘듯 의료실수라고 몇 푼의 돈으로 눈과 귀를 막고 만다는 거.

그리고는 그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계획되지는 않았지만 또 다른 희생자를 물색할 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있는 주인을 한 번 처다 봤다.

그 의지는 동요하는 주인의 마음을 간파 했는지 한참의 뜸을 드렸다.

그리고는 친근하고 부드럽게  말을 시작했다.

 

"저들을 보라구요!"

 

수술을 준비하고 있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바쁘게 손을 놀리며 수술 장비를 챙기고 있는 저 백의천사들?

 

“한 사람에겐 운명이 걸린 절명의 순간이고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을 아는지.

'어제 저녁에 누구와 술을 한잔했는데 술값을 바가지 썼다 느니,

아침 출근길에 아이가 갑자기 차에 뛰어들어 큰일 날 뻔했다며

아이 부모에게 욕지거리를 했다느니, 엄숙한 순간을 위해 긴장은커녕 히히덕거리며

수술매스(칼)를 들었다 놨다하는 하는 저들의 손이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한 손들이 정말 맞는지 보라구요.

저런 저들에게 주인님의 몸을 맞길 수 있겠어요."

 

흥분된 불만의 목소리로 의지는 투덜거렸다. .

내몸 주위에서 우왕좌왕하면서 헛기침까지 하는 두려움의 의지가 서릿발처럼 살갗을 파고들며 나의 몸을 떨게 했다.

수술대 위에 반듯하게 누워있던 주인은  긴장의 의지가  메아리처럼 귓전을 맴돌고 있었다.

두 귀 속으로 걸어 들어오는 

     불안과 공포의 의지가 더욱 기세를 내고 우뇌를 자극했다.

 그들의 의지가 주인의 마음을 정복하려는  순간  어디선가 뚜벅뚜벅 발자국 소리가 점점 커졌다.

수술실 안이 술렁거렸다.

이리저리 분주한 움직임이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 같았다.

살기운을 감지하는 순간 학습된 앵무새처럼 여러명의 건조한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옆으로 누우세요."

" 허리를 새우등처럼 꾸부리세요."

" 척추마취를 하려면 등뼈가 잘 보여야 주사바늘이 잘 들어가거든요."

 

그들의 목소리는 바싹 마른 갈대가 겨울바람에 서걱이는 소리처럼 차갑게 귓가를 맴돌았다.

주인은 그렇게 수술을 포기하라며 유혹하던 두려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들의 명령에 순응했다.

소가 고삐 잡흰 것 같이 순순히 따라주고 있는 주인의 몸을 의지는 안타까운 듯 바라보았다.

커다란 주사기가 주인의 눈에 들어왔다.

굶주린 이리의 이빨처럼 빳빳한 주사바늘 끝에서는 질질 마취의 타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빨은 서슴없이 주인의 몸을 향해 공격을 시도하고 있었다.

돌진하는 그들을 향해 긴장과 두려움이 순간에 달려와

최후의 방어진지를 치며 주인의 몸을 경직시켰다.

하지만 방어진지는 거침없이 허물어지고 척추4번과 5번 사이 연골의 등뼈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이빨이 깊숙이 꽂히고 있었다......

 

 

 

3,

이빨에서 뿜어져 나온 마취의 비릿한 냄새와 타액들이 서서히

주인의 아랫도리인 허리하반신의 신경을 점령하고 있었다.

신경은 찌릿찌릿한 자극으로 스며드는 마취 액과의 혼합을 저항 해 보지만

무기력하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의식을 잃어 가는 하반신에 신경은 주인의 몸에서 빠져 달아나고 있었다.

 

그들이 주인의 다리 일부를 만지면서

 

" 감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예, 아니오,

그들은 어떤 대답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마취의 자신감의 질문이며

형식적인 것을 알면서도 혹시 마취의

주인은 의식을 깨워 양다리를 들어 보라고 명령을 했다.

벌써 하반신은 주인의 의지로 움직일 수 없는 몸이 되어 있었다.

모든 긴장과 의식들은 하반신에서 배꼽과 가슴과 심장을 가로질러

주인의 머리 안으로 다시 우루루 몰려왔다.

의지는 칼을 든 그들의 행동을 상기시켜 주인의 눈치를 살핀다.

상상의 날개가 공간의 적막을 가르며 날아오르는 순간

먹이를 앞에 놓고 빙 둘러서서 수군거리는 식인종들처럼 그들의 웅성거림이

한 여름 낮 소낙비를 맞는 것처럼 소름이 좌-악 돋았다.

주인의 몸에서 빠져나온 상상은 그들 주위를 날아다니면서 소리쳤다.

 

"날카로운 매스를 들고 그들은 자기 살이 아니라며 거침없이 주인님의 살을 자르고

붉은 피의 속살을 파헤쳐 흰 뼈의 고지를 찾고 있어요."

 

그렇게 소리치던 상상은 머리 속에서 펄떡거리는 의식 속으로 떨어져

더 이상 날개를 펴지 못했다.

주인은 두려움에 의지해 공포에게 물어보았다.

살 속에 나타난 뼈가 정말 두 조각으로 깨어졌으며.

거기에다 사정없이 쇠못을 박아 넣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내 몸 속에 숨어서 나를 지탱하던  뼈들은 쇠못의 공격에도 괜찮을 것 같은지.

분주하게 주위를  맴돌던 두려움과 공포가 주인에게 말했다.

 

"주인님 저희에게 구원을 요청해도 이젠 어쩔 수 없어요.

어떤 도움도 위로의 말도 할 수가 없어요.

그들은 벌써 양손에 피 뭍은 칼과 핀셋 등으로 살을 헤집고 그들의 목적을 향해

쉼 없이 분주한 손놀림을 하고 있는데 이제 와서 무슨 소용이겠어요.

우리들도 그냥 보고만 있는 걸요."

 

두려움도 이젠 돌이킬 수없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논리의 친구를 불러내고 있었다.

논리는 그래도 합리적인 결과를 갖고 이론을 정리해 나가는 친구라서 그런지

 

"그들에게 맡겨 두세요. 아마 그들도 돈과 생명을 담보로  진실이든 거짓이든

성공을 위해서 일을 시작했을 테니까요.

그리고 그 성공 뒤에는 주인님은 돈으로 대가를 지불해야 되고 대신에 다리를 옛날처럼 

완전하게 되돌려 받는 것이 그들과 주인님이 서로의 계약이 아니겠어요."

물론 결과가 성공적이라는 것은 우리도 장담 못하지만 요.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여기에 머물 이유가 없어요.

주인님이 그렇게 힘들면 희망과 위로의 친구들을 불러 보세요."

"그것도 부족하면 또 다른 주인을 불러 보시 던 지요.

안녕...."

 

두려움과 공포는 의지의 문을 열고나서면서도

주인을 설득시키지 못한 아쉬움에 미련이 남는지 뒷걸음질치며 의지의 문을 나갔다.

 

4,

주인도 그들과 더는 함께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되었다.

그래도 칼자루를 쥔 이들을 믿어야 되는 거야.

이런 수술쯤이야 여러 번 해 봤을 테니까 실수 없을 꺼야.

그래 이젠 생각의 의지를 바꿔 보는 거야.

나의 두려움과 공포를 대신할 또 다른 주인이 있을까..

아니면 희망과 위로의 친구들이 나와 함께 해줄까.

주인은 의지에게 그들을 불러보라고 했다.

의지는 주인님 마음이 모든 생각들을 선택하는 것이지만 변덕이 심하다며 투덜거렸다.

잠시 뒤 의지는 위로의 친구를 불러주었다.

 

주인은 위로에게 물었다.

 

"더러 사람들은 신의 이름으로 자신을 맡기는 이들도 있다는데.

그렇다면 그 신들은 나를 대신해서 살고 죽을 수 있다는 말인지?"

 

위로의 친구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야기했다.

 

"먼저 신의 존재 여부를 인정해야 할 것이며

다음은 그 신을 바라보는 각자의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봐야 한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먼저 신을 인정하는 사람들은 신의 존재를 유일한 한 님으로 존재하느냐는

아니면 따로 따로 다양한 님으로 존재하느냐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모든 신은 절대의 힘으로 모든 만물을 관장하며 지배의 자리에

있으며 절대 복종과 순종하는 의지로 따라야만 한다는 것을 믿는다"고 했다.

 

"그래서 신은 늘 자신을 인정하고 믿는 자들을 따라 다니며 그들이 구원을 요구 할

때는 언제든지 희망과 지혜, 희생과 사랑, 순리와 예지 등의 친구들을 함께 대동하면서

그들 주위를 서성이다 나를 통해 다가가길 원한다"고 했다.

 

"저도 주인님이 없으면 존재하질 못하듯이

그들도 신이 없으면 자신들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믿는 신본주의(神本主義) 자들이며

모든 것은 주인인 신이 해 주기 때문에 맹목적이라"고 했다.

 

위로는 몸의 주인인 나에게도 어떤 신을 믿는지, 만약 믿는다면

지금 그 신에게 매달려 보라고 했다.

모든 것이 잘 될 수 있게 빌어 보면 혹시 모를 일이라며...

그러면서 위로는 다시 말을 시작했다.

 

" 나는 신의 마음을 인간들에게 전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늘 느끼는 일이지만

신은 절대 인간들 위에 군림하며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는 인간들뿐만 아니라 뭇 모든 것들을 위해 아래에 존재한다고 믿어요.

그대도  한번 생각해 보라구요.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발을 보호하는 신발을 신이라고 하지 않느냐 구요.

내가 필요할 때는 언제나 나의 발아래에서 함께 하지만 필요 없을 때는

늘 신은 따로 이지요.

신을 주인인 내가 찾아가서 신어야지 신이 나에게 와서 신기지는 않거든요...."

 

주인은 위로에게 그런 억지같은 비유가 어디 있냐며 지금 농담할 때가 아니라 하면서도

만약 신이 믿는 자를 대신하는 구원의 믿음인 '자기체면'의 의지로 믿는 자가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에는 약간의 갈등을 느꼈다.

 

"나도 사실은 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믿는 쪽이지.

그렇다고 위에서 그대가 말한 그런 지식의 맹목적인 편견의 믿음으로

신에게 귀의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참 나의 신성을 찾아 궁극적인 신의 성품에 듬을 목적으로

마음의 숲을 해치며 걸어가는 삶을 그리워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도 주인은 유혹의 의지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급한 상황인데 여러 신에게 매달려 보면 치료해야할

내 몸의 고통을 대신해 줄까,

여러 신들에게 구원을 요청했다가 서로 시기하면 어떻게 하지,

그러다가는 아무것도 안 될 꺼야,

오직 한 신에게만 매달려봐,

아니야 그것도 시간이 많을 때 이야기야.

당장 내가 목마른데 누구에게 갈증을 대신해줄 것을 구애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야, 직접 내가 물을 마셔야 갈증이 해결되는 것이 아닐까.

지금 나에겐 당장 필요한 것은 믿음과 희망의 친구들이잖아.

그들이 나의 의식과 함께 동행하기를 바랄 뿐이며

어떻게 하면 그들을 빨리 가까이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거야.'

주인의 이러한 복잡한 심경을 알아차렸는지

위로는 주인의 눈치를 살피다가 다시 말을 이어 갔다.

 

5,

"신을 유일한 한 님의 존재로 이야기 하지만 

그 유일한 유아독존(唯我獨尊)은 각각의 유일함이 모여서 전체의 한 신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의 위대함과 유일함이란 모든 것들에게 공평하게 존재하며 또한 평등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존재를 인정해 주고 필요할 때는 늘 함께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모든 것은 외부의 특정 신이 이루어 주는 것 같지만

자신이 주인공이 된 주체가 되어 스스로 신에게 다가가 신성(自神의 性)화 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어떤 대상인 누구를 믿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의지를 믿는 것입니다.

의지는 본래 진면목(眞面目)이며 신성(信性)인 자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즉 현재 내 마음에 궁핍함을 채워주는 그 것이 나에게는 신이요. 행복이요. 삶의 본질입니다.

그 주체는 신성이 가득한 자기중심으로 도올한 전부일 때를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인은 위로의 이야기가 자신의 생각과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모든 감촉의 신경이 수술을 하고 있는 그들의 손놀림에 가 있는 상황이라

위로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선명하게 분별의식 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위로는 주인이 아직도 뜻의 깊이를 헤매고 있다고 봤는지

그의 부탁이나 갈등에는 아량 곳 없이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위로는 주인님이 좋아하는 목백일홍을 생각 해 보라고 했다.

여름에 100일 동안 붉은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지는 나무로 배롱나무라고도 한다. 

 

"나무가 자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은 혼자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씨앗이 땅에 심기고 땅 속에 거름이 있고 물과 햇살과 바람과 벌과 나비들

그 모든 조건들이 맞아서 함께 인연될 때 나무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그 속에는 인연된 모든 존재들이 모여서 나무로 인식될 뿐이다. 

 

이렇듯 우리가 보고 있는 그 나무는 이름이 나무 일 뿐이지 우주 전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입니다..

만약 그 중에 어느 것 하나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나무는 물론 꽃도 열배도 없을 것입니다.

즉 이 세상의 모든 존재는 홀로 존재하는 하는 것은 절대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존재들은 서로서로 조건된 작용으로 나투면서도 한 순간도 멈춤 없이 변해 간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나투며 작용하는 순간이 신의 창조라 하고 기적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위로는 주인이 그 꽃나무의 추억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를 챘는지

눈망울을 들여다 보면서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다시 말해서 우리는 우주의 성령 속에서 각자의 주인공이며

개체인 신성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입니다.

작은 주인공인 하나하나가 모여 큰 하나인 우주 전체를 만드는 것으로

인연된 모든 것들이 참 자아(自我)인 나(本性)이며 혹은 자신(自神인 신성 입니다.

 

즉 모든 존재들의 어우러짐이 신성의 기운이 깃들어 있기에 

모두 각자의 주체가 된 신성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인님의 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도 내 몸에서 꼭 있어야 할 것들이기에 일어나는

것입니다. 

병과 치료의 능력도 자신 안에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뭘 버리고 의지하고 소원할 것이 아니라 내가 그것이 되는 것입니다. 

온전히 받아들이고 알아차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위로는 주인의 기억된 지식과 분별의 벽을 허물려고 애를 썼지만

집중하지 못하는 주인을 보고는 다시 질문을 던지며 말을 이어갔다.

 

6,

"주인님은 지금 무엇이 주인님을 두렵게 한다고 생각하세요?

죽음, 아니면 의사들의 실수,

현재 당신에게 일어나는 아픔의 고통,

그렇지 안다면 앞으로 닥쳐올 미래의 상황들....

이 모든 것들은 당신이 아무리 벗어날려 해도 떨쳐 버릴 수 없는 당신의 몫입니다.

그리고 그 것들 하나하나가  모여서 당신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당신의 일부를 누구에게  맏겨 의지하여 버릴 수 있습니까?

아닐 것입니다.

주인님을 통해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 소중한 당신이기에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것을 인정하고 믿으면서 의지가 가고자하는 길로 믿고 따라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주인님 스스로 신성인 희망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당신이 주체 자이며 주인공이기 때문에 당신만이 당신의 문제를 결정하고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로는 다시 주인의 마음을 읽으며 말을 이어갔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사람이 혼자서 사막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유일신을 믿는 사람 이였습니다.

그 신은 힘들고 어려울 때 늘 함께 하신다는 이야기를  열심히 믿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험한 사막 길을 걸으면서 신에게 소원을 했습니다.

“ 신이시여 이 험한 사막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는 간절히 빌면서 걸어온 길을 뒤돌아 봤습니다.

신기하게도 거기에는 자기의 발자국과 그 옆에 또 다른 발자국이 선명하게 있었습니다.

그는 신이 함께 하신다는 것을 체험하면서 용기를 내어 걸었습니다.

사막을 하루 종일 걷다 보니 목도 마르고 힘이 들어 기진맥진 했습니다.

그는 다시 유일신을 불렀습니다.

괴롭고 힘들어 지쳐 있을 때 샘물이 있는 오아시스을 발견하는 기적을 원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뒤를 돌아봤습니다.

순간, 자기 눈을 의심했습니다.

분명히 있어야 할 발자국 하나가 없었습니다.

비틀거린 하나의 발자국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그만 실망을 했습니다.

그렇게 믿었던 신도 힘이 드니까 나를 버렸다는 생각에 

더 이상 사막을 걸어갈 기운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는 사막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신을 원망하며 기도를 올렸습니다.

“‘신이여! 당신은 왜 끝가지 저와 함께 하지 못하고 나를 버리시나이까”

기도를 올리던 그 사람의 귀에는 이런 말이 들렸습니다.

‘ 너가 너무 힘들어 할 때  내가 너를 업고 걸었기에 발자국이 하나밖에 없는 것이다. ‘

그는 서서히 죽어가면서 끝까지 자신을 믿지 못한 믿음의 의지를 원망했습니다."

 

이야기를 마친 위로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나갔다.

“주인님!

사람들은 어떤 대상인 누구를 믿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의지를 믿는 것입니다."

"의지는 본래 진면목(眞面目)인 오직 지금 이 순간을 깨어 있는 것입니다.

그 어떠한 외부의 조건도 아닌 온전히 자신(自神)을 믿는 신성(神性)인 것입니다.

이것이 자기를 사랑하는 최고의 조건의지입니다.

즉 현재 내 마음에 궁핍함을 외부에 어떤 힘이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알아차리는 그 것이 나에게는 구원의 신이요. 행복이요.

삶의 본질입니다."

 

"사막에 그 사람처럼 자기 내면에 있는 신성을 믿지 못하고 외부에 힘에 의지하려는 것 때문에

좌절과 두려움에 지배당했고 결국은 자신을 포기하고 마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믿던 외부의 유일한 신의 구원이 아니라

자신에게 있는 자신을 바로 믿는 것이 구원이며

희망이며 사랑인 것을 알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주인님도 지금의 상황에서 누굴 믿어야겠습니까?

누구의 위로가 아닙니다.

바로 주인님의 신성인 희망과 사랑의 의지를 믿으십시오."..

 

7,

위로의 목소리가 점점 가슴의 심장 속으로 달려드는가 싶더니

평상심(平常心)이 달려와 주인에게 충고의 한 마디를 하겠다고 했다.

주인도 이젠 누구의 충고도 가볍게 들을 만큼 안정을 찾고 있었다.

“주인님은 당신을 담고 있는 몸을 너무 돌보지 않는 것이 아닙니까.

이렇게 수술대 위에 누운 것만 해도 몇 번 되는 것으로 아는데.

몸도 자기를 사랑하고 보호해 주지 않으면 이렇게 심술을 부리며 주인한테

겁을 주는 겁니다.

주인님이 안거(安居)한다고 해서 몸이 주인님 것처럼 한 부로 해서는 안 되지요.

단지 주인님이 이 생에서 잠시 머물 때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것 뿐 이여요.

그러니 주인님이 받은 몸을 소중하게 쓰며 안거하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려 줘야지요.

주인님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누가 그렇게 하겠어요.“

평상심의 충고에 주인도 동의를 했다.

 

그래 나도 몇 번이나 나 자신을 후회했지

성격을 탓하며 부주의한 마음가짐도 늘 좋아하지 않았지

하지만 늘 상황이 어려울 때면 후회하고 다짐을 해 보지만

상황이 달라지고 몸이 좀 편할 때는 몸의 소중함을 잊는단 말이야.

어려운 고난의 경험이 사람들에게는 늘 귀한 교훈이고 스승인데 말이야.

주인은 자기와 함께 하는 또 다른 자신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저 멀리 석양의 노을빛 잔잔한 파도가 밀려들 듯 

주인의 귓가에 들려오는 평상심의 목소리가 주인의 넋두리를 밀쳐 내며 찰랑거렸다.

 

“수술 잘 됐습니다.”

“이젠 살만 집으면 됩니다.“

뚜벅뚜벅 크고 작은 발자국 소리들이 멀어지면서

맑은 눈빛 하나가 멀뚱하게 뜬 주인의 두 눈 속으로 들어왔다.

“기분이 어떠세요“

몇 시간동안 시험을 치르면서 마지막 어려운 한 문제를 풀고 나서 듣는

마침 종소리 같은 기분이었다.  

 

주인은 내 안에 자유의지들과 싸우는 영화를 관람하다 현싱로 돌아오듯  

언제 달려왔는지 희망과 안도의 의지들이 간호사의 목소리에 매달려

수술실 안을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