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교(금강불교)

밀교의 태장계와 금강계

통융 2019. 12. 14. 21:00

만다라(曼陀羅, maṇḍala)는 원(圓)을 뜻한다. 둥글게 두루 갖춤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상적으로는 어떤 것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요소나 부분이 단 하나라도 빠짐이 없이 완전하게 구비된 상태를 나타낸다.

밀교의 수행에서 깨달음을 얻은 부처의 내면세계 혹은 부처의 법신(法身)인 진실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하여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데 사용하는 것이 만다라이다. 원형의 단(壇)을 기본으로 하여 중앙으로부터 상하 좌우가 대칭이 되도록 여러 부처와 존상들을 질서정연하게 배치하고 진언을 외며 요가를 수행하여 이 한 몸이 곧 부처임을 깨닫는 즉신성불(卽身成佛)의 장인 것이다.

밀교는 비밀의 교의와 의례를 스승과 제자 사이의 은밀한 전달을 통해 전승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생겨났다. 그래서 주술적인 의례를 조직화하고 신비적인 요소를 갖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밀교가 대승사상을 발전시킨 것이라고 하면서도 신비주의적 수도 체계에 불과한 것이라고 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붓다 당시에 붓다는 주술을 금지하였다. 그렇지만 실제로 불교도들은 여러 주술적 관념과 의례를 실행하고 있었다. 붓다가 열반에 든 후 사람들은 불·법·승 3보에 주술적인 힘이 존재한다는 믿음을 가졌다. 부처가 가르친 법이 주술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서 경전 독송의 힘이 신봉되었다. 불교도들 사이에서 실행된 이같은 주술적 관념은 구체적으로 진실어(眞實語) 등으로 체계화되었다. 진실한 언어를 말함으로써 진실 그 자체의 내부에 있다고 믿어지는 힘에 의해서 실현이 불가능한 것을 성취시키려는 것이었다. 현실적인 바람을 갈망하는 기복적 주술이 불교 본래의 출세간적 차원의 사원(誓願)에 흡수되어 승화되어 가는 모습도 나타났다.

굽타 시대를 고비로 불교교단은 부처와 존자들의 우주를 형성하기 시작하였고 독자적인 의궤도 정비되었으며 이와 함께 주술관념도 발전했다. 이러한 배경 아래에서 7세기경에 이르러 『대일경(大日經)』과 『금강정경(金剛頂經)』이 성립되어 밀교가 명확한 모습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위의 두 경전으로 대표되는 '순수밀교'(純密)는 중관과 유식으로 대표되는 고도의 대승교리와 철학에 대하여 실천을 주체로 하는 수도 체계를 조직화한 것이다. 밀교는 대승불교 사상이 예배의례, 무드라(mudrā, 印契), 만트라(mantra, 眞言), 만다라 등의 의궤 형태로 구상화되어 깨달음을 얻기 위한 행법으로 완성된 것이다. 예를 들면 종래의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인 보리심(菩提心)은 깨달음 그 자체가 되는데, 『대일경』에서는 이 보리심을 관법(觀法) 속에서 관상(觀想)하여 그것과의 합일화를 꾀한다. 『금강정경』에서는 보리심을 설하는데 달을 보고 관법하는 행법이 발전되어 있다.

이러한 깨달음을 얻기 위한 관법과 행법으로 만트라·만다라·무드라를 사용한다. 이들은 모두 세간 차원의 관념과 의례로서 주술적 의미를 담고 있는 것들이다. 밀교는 대승불교 사상을 실천적 체계로 구상화시키면서 이들을 채용했다. 그래서 밀교에서는 현세이익적인 주술 의례가 전에 비해 더욱 강조되고 불교도들의 생활 문화 속에 정착되었다. 그러나 이는 본래 세간적인 의례였던 것들을 깨달음을 얻기 위한 행법으로 승화한 것이었다. 비록 깨달음을 얻는 방법은 종전과 다를지라도 출세간적 깨달음을 전수하였기 때문에 밀교 역시 불교의 본질을 계승·발전시킨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밀교는 순밀 이후도 몇 단계로 나뉜다. 온 우주의 곳곳에 두루 자리하여 광명으로 상징되는 비로자나불을 본존으로 삼아 이론 체계를 갖추고 주술에 의한 우주 정신과의 합치를 실현하고 자연과 인간의 진행을 지배할 수 있다는 진언승(眞言乘)이 초기 모습이다. 다음에 인간의 본능을 긍정하고 거기서 진실을 찾고자 하여 지혜와 방편을 여자와 남자에 대비시켜 이 둘의 합일을 남녀 합체를 실현하여 감각적인 환희를 이루고 최고의 이상적 경지에 이른다는 금강승(金剛乘)이 후기의 모습이다.

이처럼 우주와 내가 합일하는 신비적 체험을 추구하므로 진실한 말이라는 짧은 주문인 진언(眞言, mantra)과 정신을 집중하여 부처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간직한다는 뜻을 갖는 긴 주문인 다라니(陀羅尼, 總持, dhārāṇī)나 만다라와 같은 여러 가지 상징을 수단으로 동원하는 것이다.

금강석 가루를 오색으로 물들여 단을 만들고 완성되면 흩어버리는 것이 금강석만다라인데 이런 구조를 건물과 불보살의 형상으로 여러 가지 세계와 존상들을 배치한 조형도 있다. 이들 다양한 존상들을 그림으로 표현하여 일정한 틀에 자리잡게 한 것이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만다라이며 내용에 따라 태장계(胎藏界)와 금강계(金剛界)로 구분한다. 태장계만다라는 『대일경대(大日經)』의 세계를 형상으로 그려낸 것이며 금강계만다라는 『금강정경(金剛頂經)』의 세계를 나타낸 것이다.

태장계만다라 구성도(신수대장경)

중앙의 연화팔엽원을 중심으로 12원(사대호원을 합치면 13원)으로 이루어진 태장계 만다라. 등장하는 제존은 수백에 이른다.

금강계만다라 구성도(신수대장경)

9종의 세부 모임으로 구성된 금강계 만다라. 1461에 이르는 제존으로 구성된다.

태장계만다라는 중대팔엽원(中臺八葉院)을 비롯한 13대원(大院)에 모두 414존상을 배치한다. 동방에 배치하므로 동방을 위쪽으로 한다. 중대팔엽원은 대일여래를 중앙에 두고 동방에 보당여래(寶幢如來), 남방에 개부화왕여래(開敷華王如來), 서방에 무량수여래(無量壽如來), 북방에 천고뢰음여래(天鼓雷音如來)를 배치하며 그 사이 간방(間方)에 보현·문수·관음·미륵보살을 차례로 두어 구성한다. 중대팔엽원의 바깥에는 편지원·금강수원·지명원·연화부원, 다시 그 바깥에 석가원과 문수원·제개장원·허공장원과 소실지원·지장원을 두고 상하 외곽에 외금강부원을 둔다.

금강계만다라는 성신회를 비롯한 9회로 구분하여 9회만다라라고도 한다. 서방에 배치하므로 서방을 위쪽으로 한다. 성신회(成身會)는 대일여래를 중심으로 동방 아촉불(阿閦佛), 남방 보생불(寶生佛), 서방 무량수불, 북방 불공성취불(不空成就佛)을 배치한다. 성신회 주위로 위쪽 서방으로부터 차례로 일인회·이취회·항삼세갈마회·항삼세삼매야회·삼매야회·미세회·공양회·사인회로 구성되어 모두 1,461존을 배치한다.

티벳 만다라

티벳 만다라는 오색의 모래로 만다라 단을 만들고 의식을 행하고 나서는 단을 허물어뜨려 형체가 남지 않게 한다.

만다라

구성대로 법구를 배치하여 법상을 차린 일본 진언종의 법당. 금강저와 금강령을 앞줄 가운데 배치하며 단 앞으로 왼편에 자루 달린 향로, 오른편에 정수를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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