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누구입니까?
라마나 마하르쉬의 깨달음에 대한 가르침은 매우 분명하면서도 간단하다. 그는 우리의 습(習)이 만들어낸 거짓된 나를 버리기만 하면 된다고 말한다. 흔히 우리가 <나>라고 여기는 것은 진정한 자기(眞我)가 아닌 우리의 오랜 습(原習)이 만들어낸 거짓된 자기라고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정한 자기인가? 그의 대답은 이러하다.
뼈와 살로 이루어진 이 몸은 내가 아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의 다섯 가지 감각기관은 내가 아니다. 말하고, 움직이고, 붙잡고, 배설하고, 생식하는 다섯 가지 운동기관은 내가 아니다. 호흡 등의 다섯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프라나(Prana) 등의 다섯 가지 기운은 내가 아니다. 생각하는 마음도 내가 아니다.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무의식도 내가 아니다. 이 모든 것이 내가 아니라면 나는 누구입니까? 이 모든 것들을 <내가 아니다>라고 부정하고 나면 그것들을 지켜보는 각성(awareness)만이 남는다. 그것이 나다.
우리는 자기에 대한 오랜 원습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어서 본래의 자기를 나라고 재인식 하기가 쉽지 않은 듯 하다. 모든 스승들과 경전, 많은 수행법에서도 한결같이 최종적으로는 이 참자기를 깨달아야 함을 말하고 있다.
마하르쉬의 자기탐구법은 참자기를 깨닫는 방법으로써는 가장 직접적이며 효과적인 수행법으로 점차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자기탐구법은 어떤 수행법일까?
◇ 자기탐구(self-enquiry) 수행법이란?
라마나 마하르쉬가 깨달음에 이르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으로 제자들에게 가르친 수행법이다. 이 수행법은 우리의 무수한 의문에 대한 답변보다 의문을 일으키는 근원을 역추적하고 탐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모든 의문과 생각의 근원은 '<나>라는 생각'에 있으며, 이 '<나>라는 생각'에 대한 자기주시(self-attention) 또는 자각(自覺)의 수행법이다.
예를 들어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갖는 <나>가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방법이다. 이 수행법은 대상에 집중하거나 마음과 생각을 다소 억제해야하는 기존수행법과 달리 마음과 생각이 일어나는 그 근원을 느끼고 자각하는 깨어있음을 강조한다. <자기 아닌 것들>로부터 주의와 관심을 거두어들여 마음의 근원에 머무르면서 ’참자기‘를 자각하는 것이 자기탐구법의 방법이며 목표라고 한다.
◇ 자기탐구법의 수행 과정 및 특징
라마나 마하르쉬는 자기탐구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나>라는 내면의 느낌'에 주의를 기울이되 가능한 오래 그 느낌을 유지하라고 한다. 딴 생각에 주의가 분산될 때마다 그것을 알아차렸을 때마다 그 생각을 일으키는 '<나>라는 생각의 자각'으로 복귀하라고 말한다.
예들 들어 생각이 일어 날 때마다 <이 생각이 누구에게 일어났는가?>라고 되묻는다면 대답은 언제나 <나에게서>라는 것이 된다. 이때 다시 <그러면 나는 누구인가?>라고 물어 들어가면, 마음은 그 근원으로 되돌려지고 일어났던 생각도 가라앉을 것이라 한다. 그리고 이를 계속 반복하면 마음이 그 근원에 머무르는 힘이 증가한다고 한다.
1. 수행의 초기 단계
초기 단계에서는 '<나>라는 느낌'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하나의 생각 또는 지각의 형태를 띤 정신적 행위가 된다. '<나>라는 느낌'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의문이나 생각이 일어날 때마다 그 의문을 일으키는 <나>에 대해 탐구한다.
2. 수행의 중간 단계
수행이 진전됨에 따라 '<나>라는 생각'은 주관적으로 체험되는 '<나>라는 느낌'이 되고, 이 느낌이 다른 생각 또는 대상들과 연결되어 자신과 동일시하기를 그칠 때, 그것은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 이렇게 되면 개인성의 의식이 일시적으로 정지된, 존재의 체험만이 남게 된다. 이 체험이 처음에는 간헐적으로 나타나지만, 수행을 거듭함에 따라 점점 더 쉽게 이루어지고 오래 유지된다.
자기탐구가 이 수준에 이르면, 더 이상의 개인적인 노력이 불가능한 애씀 없이 자연스러운 존재의 자각이 있게 되며 여기서는 더 이상의 노력이 불가능해진다. 왜냐하면 노력하던 나가 일시적으로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는 '<나>라는 생각'이 주기적으로 다시 나타나기 때문에, 진아 깨달음은 아니지만 수행의 최고 단계이다.
이러한 존재의 상태를 계속 체험하게 되면 '<나>라는 생각'을 일으키던 원습들이 점차 약화되고 파괴되는데, 그것들의 힘이 충분히 약화되고 나면, 진아의 힘이 남아 있는 습들을 완전히 제거해 버림으로써 '<나>라는 생각'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된다. 이것이 최종적인 확고한 '진아(眞我)' 깨달음의 상태인 것이다.
◇ 마하르쉬의 자기탐구법이 일반 수행법과 다른 점은?
일반 대부분의 수행법은 몸과 마음이 그 수행의 도구로서 전제가 된다. 자기탐구법에서는 기존의 수행법에서 도구로 전제되어지는 몸과 마음이라는 에고가 수행의 단계에서 여러 가지 미묘한 형태로 계속 남아 있게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은 마지막 궁극의 깨달음을 오히려 방해한다고 가르친다.
즉, 모든 수행법에서 최후에 만나게 될 마지막 화두로서의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이 기존 대부분의 수행법에서는 끝까지 남는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비해 자기탐구법에서는 모든 수행자가 최후에 만나게 될 <나는 누구인가?> 라는 이 마지막 질문뿐이며, 처음부터 이 질문으로 시작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 하다.
자기탐구법과 가장 유사한 기존의 수행법은 선종(禪宗)의 화두선이라고 본다. 화두선의 경우 기존 선사들이 깨우쳤던 1700여 개의 화두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아니면 스승이 내린 화두, 혹은 스스로가 선택한 화두에 자나깨나 집중한다. 자기탐구법에서 '나는 누구인가?' 라는 화두를 늘상 붙잡고 있는 것과 무척 흡사하다.
◇ 자기탐구법이 기존 명상법과 다른 점은?
라마나 마하르쉬의 가르침에 따르면 명상에는 두 종류의 명상이 있다고 한다. 무성명상(無性冥想)과 유성명상(有性冥想)이 그것이다. 무성명상은 명상하는 자가 누구인지를 알려고 하는 것이고, 유성명상은 명상하는 자, 명상, 명상의 대상이 있는 것으로써, 명상하는 자가 명상의 대상(주로 절대자, 브라만)과 하나로 합일되고자 하는 것이다. 자기탐구법은 무성명상법이고 이는 보다 진보적인 구도자의 수행법이라고 한다.
※ 자기 탐구법 수행시 참고사항
수행의 초기단계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들로부터 <생각하는 자기>에게로 주의를 되돌리는 형태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나>라는 느낌의 자각'이 일단 확고하게 자리 잡고 나면, 더 이상의 노력은 오히려 역효과적이다.
이때부터는 행위의 과정이라기보다는 존재의 과정이며, 존재하려는 노력의 과정이라기보다는 노력이 필요 없는 존재의 과정이다. 본래 자기인 그대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 노력이 필요 없으니, 존재함(beingness)은 항상 현존하며, 항상 체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기 아닌 것(즉 육체와 마음)으로 존재하려는 척하는 것은, 비록 거의 언제나 무의식 수준에서이기는 하지만, 끊임없는 정신적 노력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자기탐구의 보다 높은 수준에서는 노력이 오히려 존재의 체험으로부터 주의를 분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며, 노력을 그쳐야 그 체험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진아는 무엇을 행위한 결과로서가 아니라 오직 존재함으로써 발견된다.
◇ 라마나 마하르쉬 추천도서
- 「나는 누구인가」청하 / 이호준 엮음
- 「있는 그대로」한문화 / 데이비드 가드먼 지음/정창영 옮김
- 「그대는 누구인가」슈리 크리슈나다스 아쉬람 / 슈리 푼자 지음 / 김병채 옮김
- 「무엇이 깨달음인가」슈리 크리슈나다스 아쉬람 / 슈리 푼자 지음 / 김병채 옮김
- 「공으로 춤추는 사랑」슈리 크리슈나다스 아쉬람 / 슈리 H.W.L 푼자 지음 / 김병채 옮김
- 「그대는 신이다」슈리 크리슈나다스 아쉬람 / 슈리 H.W.L 푼자 지음 / 김병채 옮김
- 「지금 여기의 신 크리슈나」슈리 크리슈나다스 아쉬람 / 오쇼 라즈니쉬 지음 / 김병채 옮김
- 「명상」슈리 크리슈나다스 아쉬람 / 스와미 묵타난다 지음 / 김병채 옮김
- 「천상의 노래」슈리 크리슈나다스 아쉬람 / 슈리 라마나 마하리쉬 지음 / 김병채 옮김
- 「아루나찰라 쉬바」슈리 크리슈나다스 아쉬람 / 슈리 라마나 마하리쉬 지음 / 김병채 옮김
◇ 슈리 크리슈나다스 아쉬람
- http://www.krishnadass.com 경남 창원에 위치하고 있으며 라마나 마하르쉬와 슈리 푼자의 가르침을 전하는 명상센터
'슈리 라마나 마하리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상하지 말고 존재하라 (0) | 2021.12.24 |
---|---|
인도의 성자들 (0) | 2021.12.24 |
나는 누구인가? (0) | 2019.01.24 |
슈리 라마나 마하리쉬,,소승의 스승 (0) | 2017.04.17 |
세속(世俗)에 관해 --슈리 라마나 마하리쉬 (0) | 2017.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