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정신을 그대로 닮은 솔나무 향기가 포항에서 피어나다 ::
불뚝, 솟아난 / 그대 존재 일게다.
하늘길 맞닿은 땅 끝에서 / 요동치는 거대한 몸짓 / 그대 존재 일게다.
도올한 생불로 환원되는가 하면/ 대지의 혈맥을 움켜잡고
깊고 단단한 숨소리로 / 회오리치는 조선의 불꽃 / 그대 존재 일게다.
ㅡ「생불」중 -
소나무작가로 잘 알려진 통융(속명 김영섭, 56세)스님이 본보인 대경일보 초대로 12월 1일부터 4일까지 4일간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연말 불우이웃돕기 자선 전시회를 개최한다.
전국 천연기념물 소나무와 울진 소광리 금강송 등을 수묵채색과 오브제로 작업한 작품 40여 점을 ‘솔나무 예찬‘이라는 주제로 전시한다.
이번 전시회는 스님의 5번째 개인전으로 그동안 국·내외 다양한 단체전과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했고, 대한민국 환경미술대전에서는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스님은 그림 경력에 못지않게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일찍이 「시와 시인」지로 등단한 시인이고, 현공풍수사와 풍류명리학회를 운영하며 사주그림으로 포교활동을 겸하여 대전황룡사포교원에서 수행정진 중이다.
소나무를 주제로 20년 이상 그림을 그려온 스님의 작품세계를 일문일답으로 들어 보았다.
-스님은 포항제철공업고등학교 금속과를 졸업한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그림과의 인연이 되었는지요.
그림에 소질이 있었는지 초·중학교 때 사생대회에서 가끔 상을 받곤 했어요. 그런데 실업계고등학교로 진학하다보니 그림을 그릴 기회가 없었지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인천에서 회사 다니면서 취미로 화실을 다녔는데, 화실 선생님들이 소질이 아깝다며 미술대학 진학을 권유하게 되었고 뒤늦게 인하대학교 사법대학 미술교육과에서 그림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솔나무에만 천착 하는 이유와 솔나무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각자만이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를 갖게 됩니다.
저도 대학을 졸업할 때 까지만 해도 soulism(心像主義)이라는 주제를 만들어 초현실주의적 비구상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우리민족이 즐겨하는 문양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도식화된 문양들이 의도하는 정신적 상상성은 결국 민족정신이 바탕이고, 그 정신은 삶에서 배어나오는 것으로 그런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소나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소나무의 성품과 모습을 통해 나의 삶의 문제와 근원적인 본성의 문제(本性主義)를 풀 수 있는 실마리가 소나무에 있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소나무 그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소나무를 좀 더 많이 알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봉고차에서 먹고 자며 1년간 ‘솔거가 그린 솔나무를 찾아서’라는 타이틀로 전국의 소나무를 찾아 다녔지요. 기행 도중에 울산과 포항MBC에서 촬영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시간이 나면 틈틈이 소나무를 담으려고 전국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소나무의 매력은 역시 사시사철 푸른 절개와 고준한 벼랑과 척박한 땅위에서도 끈기와 도올한 기개로 당당하고 청아한 모습으로 우리 민족성을 대표하는 선비정신을 고스란히 닮은 모습이며 우리 민족정신의 스승이요, 근원이라 봅니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이지요. 각 나라의 민족성도 나무의 성품을 닮는데 유럽은 오크인 참나무 문화이고 일본은 편백나무 문화라면 우리민족의 문화는 소나무 문화라 할 만큼 소나무 밭에서 태어나고 소나무 집에서 자라고 죽어서도 소나무 관에 들어가 솔밭에 묻힐 만큼 소나무와는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스님의 작품들을 보면 한국화인 것 같은데 표현 기법이 좀 특이하게 보입니다.
네, 잘 보셨습니다. 저는 본래 서양화를 전공했습니다. 그래서 초기작품들은 주로 서양화 작품입니다만 소나무를 주제로 작업을 하면서부터는 동양화의 수묵농담과 채색, 서양화 음영기법과 수채화의 표현방법 등을 함께 병행하여 작업을 하면서 나만의 기법이 생겼지요. 우리나라 최고의 인터넷 그림 경매 사이트인 포털아트에서 제 작품들을 경매하는데, 소나무를 그리는 작가들 중에도 제 작품의 특징이 소나무의 껍질의 느낌이나 생동감과 힘찬 기운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솔나무 작업을 통해 느끼거나 배울점과 추구하는 이상이나 목표가 있다면. 또 대중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소나무는 나의 정체성(正體性)을 찾아가는 화두(話頭)이며 그리는 행위는 구도행(求道行)인 수행(修行)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소나무의 성품은 늘 푸르고 당당한 외형적인 모습은 물론, 씨알을 내릴 수 있는 곳이면 그 어떤 여건이든 개의치 않고 뿌리를 깊게 내리고, 한 곳에서 묵묵히 수 백 세월의 풍상을 견디며 버티고선 존재는 분명 나에게 가장 큰 스승으로 다가왔습니다. 또한 소나무의 생태가 우리 인간의 삶과 너무나 흡사하다고 생각되었으며, 그런 소나무를 통해서 내가 추구하는 ‘門열면 밝은世上’을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행위의 방편인 흔적 즉 門열어 보임을 통해 이웃과 더불어 밝은世上(조화와 즐거움)을 나누고자 합니다.
또한 우리 솔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일은 곧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세우는 일이며 민족정신을 바르게 가꾸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과거나 현재나 미래에도 이 지구별에서 나의 숨소리이고, 나의 부분이며 우리와 함께 할 소중한 친구이며 이웃인 소나무가 오늘날 문화형태의 변화로 우리 곁에서 멀어져 가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 줄 것은 경제적 부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환경을 사랑하고 휴머니즘을 일깨워주는 정신을 바로 알게 하는 것입니다. 조선 솔에서 그런 성품과 철학을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 산하에 늘 푸른 솔이 넉넉하게 있고 그 솔밭에서 동화되는 민족이 된다면 한국 미래의 정신은 푸를 것입니다. 소나무는 우리가 살아갈 삶의 지혜의 등불을 밝혀주는 스승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에 풍류명리를 접목하기도 하는데, 그림과 풍류명리의 관계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시길.
제가 동양철학인 명리학을 공부하면서 우리민족의 현묘지도한 정신인 풍류와 명리학을 접목시킨 것이 풍류명리학입니다. 즉 각자의 사주팔자를 바로 알아서 참살이하는 지혜를 공부하는 학문입니다.
우리는 각 개인들이 타고난 사주팔자를 어떻게 하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좀 더 나은 운명으로 바꾸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사주그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사주팔자를 보면 기본적으로 음양(陰陽)오행(五行)인 木火土金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오행 기운들이 골고루 분포하지 못하고 나무(木)는 많은데 물(水)이 없다든지 땅(土)은 많은데 나무(木)가 없다든지 등의 불균형적인 사주가 많습니다. 이러한 태과불급(太過不及)한 기운들을 본인 사주에 맞게 구성하여 풍류명리도를 그려주는데 일종의 평생의 그림부적이기도 하지만 미술심리치료 작용을 하게 되는 그림입니다.
특히 사주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갑목(甲)인 소나무를 상징하는데 이는 생명적 기운이고 농사로 비유한다면 종자인 씨앗에 해당되기 때문에 소나무가 중심이 되어 그림이 구성됩니다. 일반적으로 가정이나 사무실에 그림이나 사진이 어떤 것이 걸려 있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심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그림은 미술심리학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이번 전시회를 열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문화의 보급과 소비가 열악한 군소 도시에서 귀 신문사의 우성대 사장님의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불우 이웃을 돕는 자선 행사를 구상하는 따스한 마음이 귀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러한 뜻에 소승 또한 부족한 재주를 보태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면 뜻있는 일이라 생각했고, 이렇게 귀한 행사를 하게 되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많은 사람들이 함께 동참하고 마음 내어서 좋은 성과가 있었으면 합니다.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라고 봅니다. 생활 속에서 자기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불교는 상구보리하화중생[上求菩提下化衆生]이라 했습니다. 위로는 참법을 바로알고 수행하여 그 법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이 불교의 핵심입니다.
불교는 신앙(信仰)이 아니라 신행(信行)입니다. 즉 법을 내가 바로 깨달아 믿고 실천하는 종교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 주인공은 자신임을 자각(自覺)하고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본인이 심어놓은 인과법(因果法)에 의해서 일어남을 알아야 합니다. 늘 밖을 보지 말고 내안을 참구하면 깨어있는 본성으로 창조적인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요즘 많은 종교들이 물질우상숭배와 지식과 언설(言說)로만 분주하여 바른 법이 퇴색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나 또한 부처님법을 포교하는 수행자로서 혹세무민(惑世誣民)하고 있지는 않는지, 늘 정검하고 살피면서 깨어 있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윤경 기자 rulluralla3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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