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산문 보기/일반시

발표작품들외

통융 2011. 5. 19. 12:09

 

 

<주변인과 시에 신작 발표 시>

 

1 매미 (2002년 신작)

 

전지전능하신 주여

말씀으로 이루셨나니

침묵으로 거두소서.

 

*뭇 모든 존재는 살아있는 진리이며 그대 영혼의 말씀이니라.

 

2 벼랑 우에 솔 나무여!(2003 가을호 신작)

 

두려워 할 것 없단다.

벼랑 우에 솔 나무여!

폭풍이 아무리 거세도

그대 뿌리인 지구를 날려 버릴 수 없을 테니.

 

3 강 자갈(2003 가을호 신작)

 

긴 여행동안

너는 생각을

참 많이도 갈았구나.

 

4 슬픈 재회(2003 가을호 신작)

 

전주에 있는 솔나무를

두 번째 찾아갔을 때

“어서 오시게 친구여!”

“나는 봄인데도 손발이 저려 움직일 수가 없다네.”

- 전주시 완산구에 있는 천연 기념물 제355호 곰솔은 주위의 아파트 와 큰 도로에 갇혀 거의 죽어가면서-

 

5 모기에게(2002가을호 발표)

 

모기야 너는 피가

붉은 사랑이라는 걸 아니.

 

6 겨울 옷 (2003 여름호 신작 발표)

 

봄 벗들 보기 쑥스러워

어깨에서 슬금

내려온다

 

7 외도(外道) ..(2003 겨울호 신작 발표)

 

연못에 놀던 개구리 한 마리

풀쩍

담장을 넘어

 

* 새로운 세상은 관념과 상식을 벗어나야 한다.

아무리 많은 지식으로 세상을 바꾸려 해도 진리를 바꾸지

않으면 새로운 세상은 없다.

 

8 까치집(2003여름호 신작)

 

미루나무 위에

저 까치집도

번지수가 있을까.

 

9 眞如自性 (진여자성)(2003봄호 신작)

 

섬진강을 풍덩 물고 가는 왜가리

꽃 비늘 펼쳐 푸드득 날아오르는 고기들

덩달아 햇살까지 강물을 쪼아대고

산 빛은 내려와 얼굴을 씻고.

 

* 자연은 늘 있는 그대로 이나 바라보는 식견이 사물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일 뿐.

 

10 봄 들판에 누웠다.(2003여름호 신작)

 

봄 들판에 누웠다.

한 마리 개미가 내 목젖을 타고 가슴으로 기어오른다.

나는 일어설 수도 개미를 내려놓을 수도 없다.

개미에게는 내가 땅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땅은 스스로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개미도 잘 안다.

개미는 내 몸을 샅샅이 정복하고 다녔다.

한 참을 기다려

개미가 스스로 내 몸에서 내려 올 때까지

나는 땅이 되어 있었다.

 

11 겨울잠 (2003겨울호 신작)

 

어!

벽에 걸린 부채도

겨울잠을 자네.

 

 

<주변인과 시의 2003 겨울‘시의 풍경’에 발표>

 

1 객방

 

산 뻐꾸기 객방 문고리 잡는걸 보면

그 놈은 쉬어 가는 맘들을 알련 가.

 

2 허허

 

달물 들이고 가는 구름

바람이 달빛을 털고 있네.

 

3 텅

 

길에서 만난 마음 하나씩

주워 담아 무겁더니만

희양산 아래 서니

큰산 하나로 텅 비어버리네.

 

4 무(無)량(量)수(壽)전(殿)

 

봉황산 아래

달빛바다 출렁이고

三世를 넘나들며 수백 세월을 향해 해 온

배 한 척

 

5 길

 

길은

하루종일 플라타너스를 업고

해를 따라 걷는다.

 

 

6 남도 여행中에

 

내가 이렇게 큰 정원에서 살고 있다니.

 

7 선정(禪定)

 

달은 말 없이 서성이다

산을 넘어가네.

 

8 장작1

 

해 살 먹었던 장작은

아궁이 안에서

살을 뱉어낸다.

 

 

10 세월

 

저 나무는 세월이 구부정하네.

 

11 自性見 (자성견)

 

솔가지 바람에 기대어 말을 한다.

내가 들을 수 없는 만큼 가만히

 

12 눈

 

눈은 아무데나

하얗게 내려앉네

쓰레기 더미 위에도.

 

13 그리움

 

달 앞을 지나는 구름아

이 추운 밤

어딜 그리 바삐 가니.

 

14 觀音 (관음)

 

밤새 울던 핑경소리 어디로 갔나 했더니

저 댓잎 우에 앉아 있네.

 

15 跡搖(적요)

 

문 밖에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사람인 것을 안다.

 

16 歸性(귀성)

 

돌아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거

내 얼마나 좋은가.

 

17 집

 

희양산 아래

서암(西庵)집이

낡아서 이사를 할 때가 되었나.

 

- 봉암사 조실 스님이신 서암스님을 뵙고 싶었으나 노환으로 만날 수 없다 기에-

 

18 마음

 

봄을 천 번이나 맞는 저 솔나무도

봄바람에 가슴이 설레나 보다.

 

19 -관음(觀音)-

 

언뜻 희양산 위로 차 오르는 滿月

화엄의 산골을 비추이니

잠시 머물던 산 그림자들

계곡물 소리에 흩어지고

오늘 인연되어 오가던 마음은

핑경 소리에 귀를 열어주네.

 

20 雪夜

 

山中雪夜 月下白白

高岩碧松 雪下靑靑

 

<산골 눈 밤은 달 아래서 희디희고

높은 바위에 푸른 솔은 눈 아래서 더욱 푸르네.>

 

21 一體有心造(일체유심조)

 

마음은 솔이 되었는데

몸에는 송진 내음이 나지 않을까, 왜

 

22 바쇼씨

 

눈보라 치는 밤인데도

차안에서 잠을 청 할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바쇼씨!

 

 

 

 

1 벼랑 우에 솔 나무여!

 

 

두려워 할 것 없단다.

벼랑 우에 솔 나무여!

폭풍이 아무리 거세도

그대 뿌리인 지구를 날려 버릴 수 없을 테니.

 

 

 

2 강 자갈

 

 

긴 여행동안

너는 생각을

참 많이도 갈았구나.

 

 

* 떠나 보시게 친구여!

길은 걸어가는 자에게만 길이 필요한 것이니 주저하지 말고 걸음을 옮겨 놓으시게.

그 순간 그대는 本性의 길에 들 것이네.

 

3 안개

 

 

길을 감추던 안개

내 발자국 소리에 놀라

조금씩 길을 내어놓는다.

 

 

*하루를 살면서 그대는 진정한 그대를 몇 번씩이나 바라보는가.

그대 존재를 너무 의식하지 말게. 그 존재는 안개 속에서처럼 살아지나

그대 본성은 영원할 것이니까.

 

 

4 장미

 

 

저 장미는

달력도 보지 않고

오월에 꽃을 피우다니.

*오월 장미의 계절을 맞이하여*

 

 

 

 

5 봄 안개

 

 

아침이 되면 너는

늘 떠나갈 것만 생각 하는구나

안개야,

 

 

6 어!

 

 

봄이라

저 늙은 매화는 새순을 돋는데

내 머리에선 새치만 늘어나네.

 

 

 

* 그대는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는가. 그 무상함이란 분별의 변화인지

더욱 가까이 다가가 들어다 보게.

무엇이 있는가!

 

 

 

7 노란 꿈

 

 

봄바람 훔쳐온 나비

흔들어 긴 잠 깨우니

민들레 노란 꿈에서 깨어...

 

 

 

 

 

8 眞如自性 (진여자성)

 

 

섬진강을 풍덩

물고 가는 왜가리

 

꽃 비늘 펼쳐

푸드덕

날아오르는 은어들

 

덩달아 햇살까지

강물을 쪼아대고

 

지리산이 비듬

내려와

얼굴을 씻고.

 

9 모기에게

 

 

모기야 너는 피가

붉은 사랑이라는 걸 아니.

 

 

*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나눔이며 하나 되는 진실이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바라보아라.

 

10 양파

 

 

눈에 들어간 양파

눈물이 데리고 나온다.

 

 

 

 

11 갈치야

 

 

스스로 뼈를 몸밖으로

들어내지 않는다. 갈치야!

 

 

* 본성은 스스로 드러내지 않는데서 본성은 살아있음을

그대는 그대 자신을 만들고 있는 본성을 알아야 한다.

 

 

12 장례식

 

 

지렁이는 죽어서도

개미 상여꾼과

조문객들이 줄줄이 밥을 따라 나서네.

 

 

 

*나는 누구인가, 그대는 누구인가. 가만히 침묵해 보라.

 

 

13 꽃밭

 

 

마당에 붓꽃 가니

장미가 오고

접시꽃에 기대어

조는 봄

노랑나비 훔쳐가네.

 

 

14 객방

 

 

산 뻐꾸기 객방 문고리 잡는걸 보면

그 놈은 쉬어 가는 맘들을 알련 가.

 

 

15 풍경

 

 

바다를 문질러대던 햇살들이

저벅거리며 오는 어둠에게 밀려나고 있다.

 

 

16 허허

 

 

 

달물 들이고 가는 구름

바람이 달빛을 털고 있네.

 

* 그대는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가, 진정 그대는

 

 

17 매미

 

 

전지전능하신 주여

말씀으로 이루셨나니

침묵으로 거두소서.

 

 

 

 

18 그러타

 

 

어제 본 듯한 꽃은 오늘 피어 있고

내일 또 오늘 본 듯한 꽃은 피겠지.

 

 

 

19 비밀

 

얼마나 고운지

내 눈에 들어와 서성이는 찔레꽃

꿀꺽 눈 속에 감춰 둔다.

 

 

 

 

20 관(觀)

 

 

 

햇살이 뜨거워 우산을 쓰고 나서니

우리 집 딸아이 “아빠! 그건 양산이 아니에요.”라고 했다.

 

 

 

21 生불

 

 

 

有 心 不 處

 

*몸은 있되 마음이 없고, 마음은 있되 곳이 없구나.

 

 

 

22 쾌지 나 칭칭 나네

 

 

달빛 마당에 놀다

갈바람에 우루루 쏟아지고

감나무에 연시들

불그레 시를 읊네.

 

 

 

 

23 자네

 

 

사람 그리울 때

똥을 만져보고

달빛 무거우면

옷을 벗으시게.

 

 

 

 

 

24 저 소쩍새는

 

 

내는 차안이라

봄비를 피하는데

저 소쩍새는 비를 맞고

온 밤 울고 있구나.

*봄비 오는 들길에서 차안에서 잠을 자며*

25 세월

 

 

저 나무는 세월이 구부정하네.

 

 

*흐르는 저 강물을 바라보게. 누가 시키지 않아도 가장 편안하게

저렇게 낮게 엎디어 흐르고 있지 않는가.

그대는 어떤 삶으로 물길을 내고 있는가.

 

26 돌탑

 

 

저 돌탑 봄비에 젖어도

핑경 소리엔 물들지 않네.

 

 

27 어!

 

 

어슬렁거리던 산 그림자

해를 업고

산문 안으로 들어가네.

 

 

* 그대 인생은 어디로 어떻게 어슬렁거리며 걷고 있는가,

그대는 과연 회귀하는 삶의 진리를 깨닫고 있는가.

 

 

 

28 봄 싹

 

 

땅 문 열고 나온 싹들

봄 모자(字) 하나씩 머리에 쓰고

봄 싹이 되네.

 

 

29 소낙비

 

하늘에서 쏟아지는 폭포

 

 

30 텅

 

 

길에서 만난 마음 하나씩

주워 담아 무겁더니만

희양산 아래 서니

큰산 하나로 텅 비어버리네.

 

 

*길 떠나는 나그네여! 그대 여행 중에 너무 많은 것들을 탐하지 마시게.

그대 걸음이 무거워 고통스러울 테니.....

 

31 하현달

 

 

산새들 이르게 새벽을 물어 오지만

하현달은 아직 서산을 넘지 못하네.

 

 

32 처마

 

 

보름달이 봉황산을 넘어와

無量壽殿의 옷고름을 풀어 헤치네.

 

 

33 무(無)량(量)수(壽)전(殿)

 

 

봉황산 아래

달빛바다 출렁이고

三世를 넘나들며 수백 세월을 향해 해 온

배 한 척

 

 

34 숟가락

 

어쩌나

내가 떠나면

혼자서 밥을 떠먹을 수 없으니.

 

 

*내가 누구인가를 알 때 그 대는 진정 자유인이 되느리라.

 

35 소식

 

 

그 여인이

유채꽃밭에서

꽃 멀미를 했다며

옷을 벗었다.

 

 

 

 

36 벗

 

 

창문을 두드리네.

차안에 불을 보고

날벌레들이 함께 놀자며

 

 

37 길

 

 

길은

하루종일 플라타너스를 업고

해를 따라 걷는다.

 

 

 

38 일

 

 

저 개구리들

밤이 깊었는데도

지칠 줄 모르네.

 

 

39 서울

 

 

人間들이 사는 동네.

 

 

40 슬픈 재회

 

 

전주에 있는 솔나무를

두 번째 찾아갔을 때

“어서 오시게 친구여!”

“나는 봄인데도 손발이 저려 움직일 수가 없다네.”

- 전주시 완산구에 있는 천연 기념물 제355호 곰솔은 주위의 아파트 와 큰 도로에 갇혀 거의 죽어가면서-

 

 

 

41 나비의 결혼식

 

 

축! 화혼(花婚)

그대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노란 민들레꽃.

 

* 세상은 우리들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가 나의 축하객들임을 알 때

그대는 세상을 늘 축복 속에서 환희 하리라.

 

 

42 연리지(連理枝)와 비익조(比翼鳥)

 

 

어 여 오 세 요.

솔거님!

이 나무가 천년 사랑을 기다려온

솔 나 무 여 요.

- 연리지 솔나무를 찾아가는데 까마귀 두 마리<비익조(比翼鳥)>가 길을 안내하며

연리지 솔나무에 앉아서 -

-연리지(連理枝):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결이 합쳐 저서 영양을 주고받는 희귀 한 나무로 청도군 운문면에 있다.

 

43 공우(功牛)탑

 

 

 

군자냇들 건너다 죽은 소가

3층 돌탑 되어 개울가에 서 있네.

 

-계룡산 갑사 암자 건립 시 재료를 실은 소가 냇물을 건너다 기절하여죽자 소를 매장하고 그 넋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탑-

 

 

44 남도 여행中에

 

 

내가 이렇게 큰 정원에서 살고 있다니.

 

 

*이 세상에 나투어 있는 모든 것이 내가 아닌 것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대는 가만히 숨을 쉬며 반짝이는 강물을 바라보라.

 

 

 

45 선정(禪定)

 

 

 

달은 말없이 서성이다

산을 넘어가네.

 

 

*삶은 한 순간도 존재치 않는다는 것을 알면 스스로 겸손한 그대가 되느니라.

 

 

46 겨울잠

 

 

어!

벽에 걸린 부채도

겨울잠을 자네.

 

 

*세상의 이치는 모두가 때가 있는 법 그 때라는 것은 시간의 기다림이 아니라

주어진 현실을 가만히 들어다 보며 마음에 치우침이 없음이 때이다.

 

 

47 장작1

 

 

해 살 먹었던 장작은

아궁이 안에서

살을 뱉어낸다.

 

 

 

 

48 장작2

 

 

내 생의 마지막이

저 아궁이 안에

장작처럼 따스함을 주려나...

 

 

48 눈사람

 

 

저 눈사람도 한 살을 더 먹었다.

-설날 아침에-

 

 

50 눈

 

 

눈은 아무데나

하얗게 나려 앉았네.

쓰레기 더미 위에도.

 

 

51 그리움

 

 

달 앞을 지나는 구름아

이 추운 밤

어딜 그리 바삐 가니.

 

 

 

52 虛想(허상)

 

 

저 후박나무는 바람을 피해

몸을 비틀고 있다.

 

 

 

 

 

53 觀音 (관음)

 

 

밤새 울던 핑경소리 어디로 갔나 했더니

저 댓잎 우에 앉아 있네.

 

 

 

53 跡搖(적요)

 

 

 

문 밖에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사람인 것을 안다.

 

 

 

55 사사자 삼층석탑 앞에서

 

 

 

예까지 자장(慈藏)의 장삼자락을

밟고 온 마음이

돌탑 안에 고여 저리도 따스할까.

 

*四獅子三層石塔:구례 화엄사에 있는 국보제35호로

불국사의 다보탑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아름다운 통일신라시대의 탑이다.

 

 

 

 

56 비

 

 

은 비늘 퍼덕이는 피래미들

우루루 가로등 빛으로 모여든다.

 

 

 

 

57 歸性(귀성)

 

 

돌아 갈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거

내 얼마나 좋은가.

 

*내가 온 곳을 알지 못하면 돌아갈 곳도 알지 못할 것이니...

 

58 禪食(선식)

 

 

 

발우에 햇살 하나 담고

산바람 하나

물소리 산새 소리까지 담아

아침 공양을 드네.

* 발우: 스님들이 밥을 담는 그릇

 

 

 

59 집

 

 

희양산 아래

서암(西庵)집이

낡아서 이사를 할 때가 되었나.

 

- 봉암사 조실 스님이신 서암스님을 뵙고 싶었으나 노환으로 만날 수 없다 기에-

 

 

 

60 우(愚)

 

 

 

비가 오면

우산을 쓰는 것은

사람들뿐이다.

 

 

61 농촌곡(農村曲)

 

 

 

뻐어뻐어 우욱우욱 뿌우어억

꼬오꼬오-옥

차으초윽 째째 찰짝

머엉꿩꿕 깽 꺽엉

끄르르 꾸우-우

까까까악 까악꺼꺼 치까

음음매애애에

지억찌이 찍쩍 삐익

스스사아사삭

파스삭-스시이익

 

 

 

 

62 서울 길

 

 

멀미가 난다.

 

 

 

63 시(詩)

 

구 절 초 꽃 닢 우 에 안 즌 나 비

어!

 

 

64 3번 국도(國道)

 

 

 

진주 촉석루 앞에서 서성이던 길이

문경 새재를 넘어

서울까지 와 있네.

 

 

65 마흔 셋과 사랑

 

 

마흔 셋까지 잠을 자던 사랑이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어서 와, 나는 그대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어”

사랑은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가슴에 안겨서

뜨겁게 키스를 했다.

 

 

 

 

66 생명이 뭐냐고 묻다

 

 

내가 뭘 아는 게 있어야지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뭔지도 모르는데.

 

 

67 파랑주의보

 

 

보길도 뱃길이 끊어졌다.

바다의 길은 바람이 만드나 보다.

-땅끝 마을 갈두리에서-

 

 

 

 

68 中道(중도)

 

 

 

나뭇잎은 가만히 있는데

바람이 와서 흔든다.

 

69 一體有心造(일체유심조)

 

 

 

마음은 솔이 되었는데

몸에는 송진 내음이 나지 않을까, 왜

 

 

 

70 喝(할)

 

 

 

누가 부처를 이야기하면서

자꾸 마음을 닦으라 한다.

 

 

 

71 自性見 (자성견)

 

 

 

솔가지 바람에 기대어 말을 한다.

내가 들을 수 없는 만큼 가만히

 

 

72 法口經(법구경)

 

 

龜龍솔 그대 앞에 서면

기다림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사백 년 된 龜龍松(천연 기념물 289호 경남 합천군 묘산면)을 만나면서-

 

 

 

73 차(茶)한잔 듣게

 

 

 

솔바람 핑경에 담아

달빛에 달인

茶한잔 듣게.

 

 

 

 

74 한심

 

 

봄 고양이 한 마리 마당 귀퉁이 지나는데

내 마음에 돌멩이 하나 들어앉다.

 

 

75 지식(知識)

 

 

달빛이 아무리 밝아도

밤이라 하지.

 

 

 

76 이사

 

 

 

헌 집에서 새 집으로 이사를 한다.

내 몸도 헌 몸을 버리고 새 몸으로 이사를 할 수 있을 까.

 

 

 

 

77 신발

 

 

그렇게 아껴 신던 신발

새 신발에 밀려 쓰레기 통으로 들어간다.

 

 

예술과 아름다움이란 반복된 지식가치의 경험으로 이루어진 분별력이다.

즉 미나 추는 반복된 훈련이나 경험에서 느껴지는 의식의 감정일 뿐이다.

 

 

78 정동진

 

 

시퍼런 솔나무

파도 한 그루

그리고 산 우에 큰배

 

 

 

79 발가락과 해

 

 

 

하얀 고무신 안에 빗물이 한가득 고여오면

발가락이 꼼지락거리며 커간다.

늘 그렇듯이

해 오는 날 햇살에게

발가락 보여주면

발도 해도 그저 좋아라 하며

서로 깔깔 간지럼 태운다.

 

 

80 까치집

 

미루나무 위에

저 까치집도

번지수가 있을까.

 

 

81 봄 들판에 누웠다.

 

봄 들판에 누웠다.

한 마리 개미가 내 목젖을 타고 가슴으로 기어오른다.

나는 일어설 수도 개미를 내려놓을 수도 없다.

개미에게는 내가 땅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땅은 스스로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개미도 잘 안다.

개미는 내 몸을 샅샅이 정복하고 다녔다.

한 참을 기다려

개미가 스스로 내 몸에서 내려 올 때까지

나는 땅이 되어 있었다.

 

82 삼소 굴(三笑窟)

 

 

 

큰 산 밑에

큰마음 놀다 가다나

달빛에 그림자 없어도

三笑窟*앞 늙은 매화나무에

봄빛은 여전히

붉게 喝!

타오르네.

 

*三笑窟삼소굴: 양산 통도사 극락 암에 있고 경봉 큰스님이 기거하던 곳

 

 

 

83 장마

 

 

나를 따라 다니네.

울진에서 태백

백봉령 고개를 넘어서 까지

 

 

 

84 뉴스

 

장마는

숯 굽는 사람 셋과 돼지 몇 마리까지

데리고 갔다.

 

 

85 밤바다

 

어둠을 덮고 잔다.

가끔 이불을 뒤척이며...

 

 

86 교통사고

 

어!

....

노랑선 우에 신발 하나.

 

87 이사 짐

 

 

앞집에서 이사를 한다.

트럭 두 대에 밧줄이 탱탱하게 짐을 싣고

나는 걸망 한 개면 이사를 한다.

 

 

88 심(心)

 

강 엔 달빛 내려 고요하고

바람 머물 마음 없으니 몸이 한가하구나.

 

 

 

89 바다

 

바다는 늘 푸른 마음으로 산다.

 

 

90 땅

 

이렇게 많은

들풀들을

몸 속에서 키우고 있었구나.

 

 

91 바쇼씨

 

눈보라 치는 밤인데도

차안에서 잠을 청 할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바쇼씨!

 

 

 

92 찜질방

 

 

남. 여. 노. 소 혼숙을 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93 어

 

아침에 까맣던 버들강아지들

오후가 되니 하얗게 줄을 서있네.

 

94 갈대

 

 

사람들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라 하고

갈대는 바람에 흔들리는 사람들이라 한다.

 

 

95 청량산

 

 

허허 산 속에 산 만 있는 줄 알았는데

법(法)도 있네.

 

 

 

 

96 벚꽃

 

저 여린 가지 속에

하이얀 꽃들

저리도 많이 들어 있었다니.

 

 

97 묵언(黙言)

 

 

달은 달 안에서 놀고

가을은 뜨락에서 노네.

 

 

 

98 삼월 산

 

삼월 바람에

겨울을 툭툭 털어 내고

봄 맞을 채비를 한다.

 

 

99 들 밤

 

캄캄한 들 밤

함께 하는 거

별빛과 개구리 소리

처자식을 그리워하는

생각뿐이다.

 

100 대추나무

 

 

우리 집 마당에

대추나무는 아직도

겨울잠을 자고있다.

 

*입하가 되었는데도 대추나무는 새순을 내지 않고 있는데.*

 

 

 

 

101 여의도

 

여의도 사람길 우에도

들풀들이 밟히고 있네.

 

 

 

102 松禪(솔선)

 

 

해남의 草依가 茶禪 이라면

와운(臥雲)의 천년송은 松禪일련가.

 

-. 초의선사(草依禪師):(1786-1866) 대 선사(禪師)이며 다도(茶道)의 정립자

. 천년송(千年松): 지리산 뱀사골 와운 마을에 있는 천년기념물 제424호-

 

103 우항리

 

 

이 억 2천 오백 만 년 전에 다닌

내 발자국이 여기 있네.

 

104 장작2

 

아궁이 안에서

몸을 태우는 소리

할喝!할喝!

 

 

105 눈사람1

 

저 눈사람도

햇볕이 더워서

옷을 벗는구나.

 

 

 

 

 

 

 

106 일터

 

빗으로 제단하고

가위로 자르고

기계로 밀고

불로 털고

내 머리가.

 

107 달

 

도솔산을 넘어온 滿月은

온 밤을 가더 이만

禪雲寺의 대웅보전 봉당도 넘지 못했네.

 

 

108 남대문 시장

 

 

그대가 보실 때

저리 분주히 사는 모습들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내가 땅위에

개미들 사는 모습이 사랑스럽듯.

 

 

 

109 싸우나 에서

 

 

 

거울에 비친

내 중년의 뒷모습이

어찌나 낮 설 던 지.

 

110 門(문)

 

 

탁탁 삼경을 치면

安居의 門이 하나씩 열린다.

 

 

 

 

112 空(공)

 

 

 

연못에 비친 달은 고요한데

뜰 앞 잣나무는 바람에 분주하네.

 

 

113 觀(관)

 

 

 

마당에 목단 꽃 피었는데

내가 가만히 꽃 물든다.

 

 

114 法(법)

 

 

 

사백 세월과 물소리는 하나 다는 것을

알려준다.

-龜龍솔을 만나면서(천연 기념물 289호 경남 합천군 묘산면)-

 

115 雪夜

 

 

山中雪夜 月下白白

高岩碧松 雪下靑靑

 

<산골 눈 밤은 달 아래서 희디희고

높은 바위에 푸른 솔은 눈 아래서 더욱 푸르네.>

 

116 색즉시공(色卽是空)

 

 

나무가 뿌리를 땅에 내리는 것은 지구 전체를 품는 것이요.

하늘에 가지를 내고 잎을 여는 것은 우주 전체를 품는 것이다.

 

 

 

117 공즉시색(空卽是色)

 

 

 

내 심장에 붉은 피들

저 어느 별의 강물로 흐르겠지.

 

내 몸에 붉은 강물 하늘로 흐르네.

 

 

118 씨

 

 

살생의 씨에서 자란 열매들

전쟁 죽음 공포 싸움.

 

 

119 시(詩)

모나리자의 미소가 아니라

흐르는 개울물이라네.

 

 

지식(知識)의 산물이 아니라

깨달음(本性)의 결정체라네.

 

 

120 참(眞)

 

 

 

빛은 번뇌(煩惱)요

어둠은 열반(涅槃)이다.

 

 

121 깨어라

 

 

어리석은 자여

지식(知識)을 추앙하다

노예가 되느니라.

 

 

 

122 마음

 

 

봄을 천 번이나 맞는 저 솔나무도

봄바람에 가슴이 설레나 보다.

 

 

 

123 앵두

 

 

푸른 줄기 위에도

앵두는 붉게 익네요.

 

 

124 말

 

말은 날개를 달지 않았는데도 저렇게 멀리 날아가다니.

 

 

 

125 고마운 일

 

아침 햇살이 맑은걸 보며 참 고맙다.

늘 비가 오다 하루 날씨가 맑으니

또 해만 뜨다 비가 오는 날은

모두가 고마운 일

그래서 세상일은 모두가 고마운 일이다.

 

126 나무엔 나무만 있는 걸까.

 

나무에 나무만 있는 걸까.

아침 이슬과

안개와

강물과

땅 속 힘줄까지

그리고 내 마음에

어머니 절름거리는 발자국까지.

 

 

 

 

127 죽지 않는 것

 

화분 속에 담긴 나무는

물을 주지 않아서 말라서 산다.

 

128 마음

 

살생은 사람 마음이 하는 것이지 본 마음은 하지 않는다.

 

 

 

 

129 土末 가는 길

 

차가 땅 끝으로 간다.

나는...

 

130 낙서 中에

 

내 손에서 솔뿌리가 나고 가지가 크고 솔잎이 자란다.

 

 

131 땅 끝

 

 

 

 

 

132 이상한 일

 

사람 한 명만 죽어도 세상 시끄러운데

정육점에 죽어있는 고기들은

 

 

 

 

 

133 알

 

불알을 먹고산다.

 

 

 

134 뿌리

 

내 아내가 마당에 잡초를 뽑았다고 하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면 잡초가 또 무성하다.

 

135 덫

 

봄비는

나그네의 발목을

철컥.

 

136 세상 일

 

이 세상은 거짓은 없다 모두가 참일 뿐이다.

신은 긍정을 만들고 인간은 부정을 만든다.

 

 

137 진실

 

진달래는 솔나무 숲 그늘 아래에서도 붉게 피어 있네.

 

 

138 血花

 

茶山草堂에 핀

붉은 동백에 마음 주다

잔설에 넘어져 팔 굽에 동백꽃보다 더 붉은

혈화(血花)가 피었네.

 

138 안개 길

 

안개!

누워 있던 길을

조금씩 일으켜 세운다.

 

 

139 참

 

가장 완전한 언어는 생각하게 만들지 않는다.

 

140 청령포에서

 

님은 알겠나

청령포 돌아가는 남강은

아직도 푸르다는 걸

 

 

141 오월

 

우리 집 마당에

어린이날이라 감나무 석류나무 오동나무

뽕나무들까지 야단들인데

대추나무는 아직도

겨울잠을 자고있다.

 

*오월이 되었는데도 대추나무는 새순을 내지 않고 있는데.*

 

 

142 答(답)

 

 

사백년 세월을 한 장의 화선지 위에 앉히는 것은

별빛을 만지는 격이다.

 

 

 

 

143 외도(外道)

 

연못에 놀던 개구리 한 마리

풀쩍

담장을 넘어

 

 

 

 

 

144 아내 향기

 

아내

화장대 앞에서 열심히 거울을 보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몇 번 때려 본다.

아내가 외출할 때처럼

 

그리고 온 종일

아내 내음이 따라 다녔다.

 

 

145 낙상(落想)

 

나무에 가을이 떨어지네.

어!

내 몸에 생각들도 툭

 

 

146 겨울 옥

 

봄 벗들 보기 쑥스러워

어깨에서 슬금

내려온다.

 

147 태풍

 

500년을 버텨오던

저 솔나무도 매미 소리에 쓰러졌네.

-태풍 매미가 지나간 뒤에-

 

 

 

148 리치(理致)

 

저 나무도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겨울이 온다는 걸 알까.

 

149 묵언(黙言)

 

저 은행나무는

바람이 은행잎을 다 데려가도

아무 말이 없구나.

 

 

150 전생(前生)

 

손발을 저렇게 싹싹 비는걸 보면

파리는 전생에

죄를 얼마나 많이 지었길 레.

 

 

151 시인의 펜

 

시인의 펜은 따스하다.

심장의 피로 글을 쓰기에.

 

152 인생

 

숨 멎는 한 순간을 위해

수십 년을 준비한다.

 

 

153 별똥

 

어둠이 온 세상을

다 잡아먹고

배설하는 것이

별똥이라고

 

 

154

 

-관음(觀音)-

 

언뜻 희양산 위로 차 오르는 滿月

화엄의 산골을 비추이니

잠시 머물던 산 그림자들

계곡물 소리에 흩어지고

오늘 인연되어 오가던 마음은

핑경 소리에 귀를 열어주네.

155

왕거미의 하루

 

석류나무에 발을 내려놓고

왕거미는 먹이를 기다린다.

한 나절이 가고 또 하루가 가도

그 놈은 끔쩍도 하지 않고 ....

 

156

伽倻山

 

가야산빛이 개울물에 내려

천년 솔향기 산골을 감싸니

구름 우에 노는 달은 仙界가 예로구나.

157

法을 물으면

누가 나에게 法을 물으면

文巖停에 올라보라 말하고 싶네.

*文巖停: 경남 하도군 악양면 축지리에 있는 정자

 

158

섬진강의 아침

 

강물에 놀던 구름

산으로 오르면

산빛 내려와 섬진강에

얼굴을 씻고.

159

노을진 선진강가에서

 

누가 마음心을 물으며

노을진 섬진강에 흘러 보냈다고 말함세.

 

 

160

은어의 고향 섬진강

 

섬진강은 따뜻한 그리움이 흐른다.

回歸하는 은어들이 고향을 찾는걸 보면

 

 

161

景峰의 소

 

경봉 어디 한번 소를 타고 나타나 웃어봐라

내 코뚜레를 해서 끌고 다니게.

161

비歌

 

황톳길 따라

밤낮을 헤아려 달려

강물로 뛰어든 기억들

구겨진 그 기억 속에도

原生의 사발과

한 땀의 손길로 쌓아올린

흙더미로 쓸어버린 아비와 자식들까지

수 없는 자책으로 바위에 머리를 처박으며

절대 꺾일 수 없는

돌 자갈들 속에서 딩구며 깨어지던

온 몸은 닫혀진 더 이상 출구가 없다...

거센 파도가 바위에 부딪힐 때마다

몸은 깜박거리는 등대로 쓰러져 눕는다.

첨벙첨벙 걸어오는 기억들이 모이고

온 몸은 노래가 되고 시가 되어 있다.

발을 아래로 내려 뻗고

머리를 들고 하늘로 피어오른다. 강은

 

 

 

노자의 도덕경에 훌륭한 여행자는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지 않는다.

 

우리나라

 

산 너머 산

그 산 아래 개울물 따라 마을이 있고

또 그 뒤 으로 솔나무가 푸르고

그 도래에 할아비 할머니가 계시니

예가 내가 사는 터

함께 어우러 우리가 마음 내리는 곳

참 좋은 땅

 

 

 

162

泗溟庵사명암

 

간밤 한 마당 쏟아지던 별들은 어디 가고

아침에 깨어보니 무서리만 하얗게 앉았구나.

163

익산 신작리의 곰솔 앞에서

 

왜란이 한창 때 인데

망산 신작리 명당 터에

길 가던 나그네

한 그루 외솔을 심었다 하네.

오가던 길손들 쉬어가며

기다리던 오백 년의 그리움이

저리 붉은 서녘 놀이 아니런가

 

164

禪雲寺에서

 

未堂이 아직 예서 머문다면

도솔산 넘은 보름달

보다 붉은 선운사 동백꽃잎 따다 찻잔하고

대웅보전에 목탁 소리 맑게 부어 달빛에 달인

차 한잔

밤 뻐꾸기 함께 권하고 싶네.

165

白羊寺에서

 

 

靑雲堂 뜰 연못 속에 白羊을 보고도

禪旨(선지)를 깨닫지 못한다면

須彌山(수미산)을 겁(劫)으로 넘은들 무엇하리.

 

*청운당: 장수군 내장산에 있는 백양사의 禪院

*禪旨(선지): 참선의 진미를 말함

*수미산(須彌山):불교의 세계에서 가장 우뚝한 산을 의미함

*겁(劫):찰나를 의미하는 무한의 시간을 상징

167

靑雲堂에서

 

바람이 이니 연못이 있고

물이 고요하니 물이 없네.

 

바람이 일면 연못이요 고요하면 極樂이라

168

 

댓잎에 햇살이 붙어 있어도 보이는 것 댓잎 뿐 이네.

 

 

불끈불끈 머리를 뽑아 올리는 오월 보리대궁들

 

 

 

눈이 아무리 세상을 덮으려 해도

햇살에게 옷이 볏겨 진다.

169

暑(서)

저 달도 더운지 연못 안에서 옷을 입은 채 목욕을 한다.

 

170

平常心

 

추운 겨울인데도

달은 알몸으로

연못 안에서 놀고 있네.

171

눈山

 

토함산도 동짓날 긴 밤이 추운지

밤 새 하얗게 옷을 갈아입었구나.

 

 

 

강물은 아무리 많아도 강을 넘칠게 할지라도 거슬러 오르지는 않는다.

 

 

172

차 한 잔 듣게

 

 

 

여보시게,

차탁 우에 달빛 펼쳐 깔게

잘 익은 별빛 몇 개 따다가 불을 지필 테니

핑경 소리에 솔바람 담고

산 빛 품고 졸고 있는 계곡 물 깨워

차를 다리시게.

저 밤잠 못 이루는 산 벗들

뒤 안 대숲에 숨어 기웃대는

바람까지 불러와

차 한 잔 듣게.

 

 

173

꽃 그늘

 

거리에 꽃들이 쏟아져 온다.

그래 봄이 왔기 때문이야.

아무리 꽃샘추위가 '호외'라 해도

어쩔 수 없잖아.

꽃 문을 열고 터져 나오는 흰소리들을 들어봐

누구랄 것 없이 긴 겨울 동안 봄 햇살을 그리워했잖아.

그 꽃그늘에 서봐

절대 꽃 비린내 나지 않을 꺼야.

그늘도 화사한 봄이거든!

 

174

봄 달

 

성큼 담장을 넘어

삼월 보름달이 뛰어들면

놀란 목련꽃 하얀 잠을 깬다.

175

사랑

 

맘을 훔쳐 가는

큰 도둑놈

176

 

어머니 젖무덤 안에서

新羅가 숨쉬고 있다.

 

 

 

 

177

 

아침에 일어나 뭘 먹을까

생각하다 한 나절이 가고

하루종일 뭘 할까 주저하다

일년이 가네.

 

*시간은 가고 옴이 없다 늘 그 자리에 있을 뿐 그대들 스스로

때를 기다리며 기회를 바라지 말라.

오직 그대 생각이 소중한 때이니라.

178

소소영영

 

비는 마당에 내려와 노란 소국을 적시는데

방안에 앉은 내

마음이 비에 졌네.

179

역易

 

자네 어둠이 싫으면 해를 따라만 가시게

180

일상

 

새벽 전차 안은

모두들 도살장에 끌려가는 얼굴들일세.

181

꿀떡 넘어가는 한 살

 

 

마흔 다섯 해를 경주 郞山이 꿀떡 삼키는걸 보고

어찌나 한 살이 감춰둔 애인 같던지.

182

 

 

뉴스 죽이기

 

안타까운 일이지만

구역질나는 퍼포먼스로

내 동정을 유혹하는 탓에

늘 아홉시 뉴스는 처형을 당한다.

 

 

183

저리 많은 車들 덕에 길은

밤이 되었는데도 쉴 수가 없구나.

 

 

 

저리 바삐 달리던 車들도 밤이면 모두가 잠을 자겠지.

 

 

 

 

저 늙은 매화는 아무리 봄이 늦게 찾아와도

꽃을 먼저 피운다.

 

살아서 퍼덕거리는 말에다 못을 박아 버리면

피가 나는 상처가 되겠지.....

 

물도 자기 의지 데로 몸을 키운다 사각으로 둥글게

 

물컹거리며 커 가는 말은 누가 만져 주지 않아도

스스로 낮게 엎드린다.

184

 

지구별의 푸른 폭발!

 

185

비 오는 날이면 바다로 간다

 

비 오는 날이면 바다로 간다.

바다는 철렁철렁 걸어와 안기고

파도로 채워진 내 몸은

바위에 기웃둥 기대서며 또 다른 바다를 본다.

 

출렁거리는 바다를 안고 돌아 올 때면

내 안에 바다는

비틀거리는 빗길을 걸으며 휘파람도 불어보고

나무와 꽃들을 반기며 어루만지는 그 손들

이웃하는 사람들의 눈빛 속으로

어느새 갈증 나던 푸른 바다의 숲이 되어

온 내내

푸른 파도로 채워져 철렁거린다.

186

장생 포구

 

장생포 고래의 바다를 갔다.

늙은 포구는 고래들을 잡아 올리던 포경선과

전설의 시간을 밧줄로 묶어 놓고 있었다.

이방인을

반기는 구렛나루와 마도로스

파이프 담배의 연기 속으로 밧줄을 풀고 일어나는

잔설(殘設)들이 귓가로 찰랑거렸다.

 

“저 너른 바다를 내달리며

억센 생존을 낙아 채던 손아귀

바다와 별빛의 노래를 계시처럼 듣던 사나이들

작살에 뿜어대는 고래들의 붉은 피로

장생포 앞 바다를 흥건히 적시면

만선의 깃발이 들려지고 쩌렁한 뱃고동 소리에

색시들의 젖가슴을 부풀게 할 때가 최고였다“며

“그렇게 힘센 사나이들의 무딘 칼날에 베어진

고래들의 넋들로 쌓여지던 장생포,

이젠 힘센 이들이 포경선을 끌고 뭍으로 떠나고

밤낮을 쉬지 않고 굴뚝 높은 곳에선

거대한 공룡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장생포는 고래의 바다가 아니라“고

 

출렁거리는 바다를 안고 돌아 올 때

내내 몸은 늙은 마도로스의 이야기로

첨벙첨벙 고래들과 바다를 걸어 다녔다.

 

 

 

 

내 몸엔 죽은피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강한 의지로 나를 죽여가고 있지만

다시 태어나는 피들이 나를 살아 있게 한다.

오늘도 살고 내일도 그들 덕에 산다.

 

187

 

꽃은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숨어 있다가 나타나는 것이라네.

햇살의 따라서

바람의 따라서

이슬에 따라서 그 길이 만들어지고

잎이 되고 꽃이 되었다네.

꽃이 떨어져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숨을 뿐이네.

봄의 축복과

여름의 영혼 안에

가을의 진실과 겨울 대지의 품에

영원히 마르지 않는 내 사랑 안에 숨어서 속삭이며

햇살과 바람과 봄들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네.

188

나비의 외도(外道)

 

오월이 데려온 붉은 목단 꽃

함께 어우러 노닐다

한 나절 外道해 돌아오니

어디로 갔나

늘 시샘하던 고놈 바람이 훔쳐갔나.

 

 

석류꽃이 붉은 것은

시월의 석류가 붉게 익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꽃은 스스로의 의지로 석류를 키워가지 않는다.

189

 

한실 마실 넘으면 고래가 바위에서 살고

 

고래를 잡으러 가던 길을 따라

고개를 넘어가면

고개만 넘으면 개 짓던 소리

갔다 온 사람은 다 안다.

 

바위에 숨어 있던

있던 고래 휘-이 지느러미 흔들며

일어나 이불 속으로 기어들고

한실 큰 못 안에

첨벙 첨벙 쏟아지던 별들과

뻘 우에 내려앉은 새벽달이

들풀 위로 누우면

또 한 지느러미 뱀처럼 고개를 처 들고

장작 불 속으로 뛰어든다.

흰 고무신에 묻어나던 검은 고래의 등살이

살아서 푸슬푸슬 바위 속으로 걸어 든다.

萬年을 걸어오던 길로

190

산은 시를 잉태하지 않는다.

 

이른 아침부터 하루 내 산을 어슬렁거리며

만나는 산 벗들에게

구애를 했지만 그 누구도

내 몸 속에 시를 잉태해 주지 않았다.

 

바위를 안아보기도 응달진 푸른 이끼한테 웃어도

모난 돌멩이 하나에 작은 들꽃들까지 사랑한다며

솔 삭정이 우에 산새들 함께 노래하며

내 속살까지 보여줬지만

산 벗들은 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건가

내 발자국에 아직 殺生의 냄새가

내 옷이 너무 무거워서

그래 맨발로 알몸으로 산을 올라야 했어

그리고 가만히 산 벗들이 받아주길 기다렸어야 했어

보라고 산은 늘 낮게 엎드려 있잖아

나는 너무 거만하게 거기에 힘을 세운 거야.

 

191

홍수

 

상처가 아물면 속살이 돋아나듯 그놈이 지나간 뒷 자리엔 다리엔 수붓한 새살이 난다.

 

그 놈이 지나간 자리엔

움펑 움펑 파먹은 웅덩이의 상처

수북이 쌓인 넘들이 쓰려가 버리고

길을 싹둑 잘라먹고도

허기지듯 농막에 돼지 서너 마리까지 훔쳐

달아나고 있네.

192

홍수2

 

아침에 일어나 보니 집 앞개울에

다리가 없어졌다고 난리다.

모두가 그놈 짓이라 하지만

손도 발도 없는 놈이 어떻게 훔쳐 갔을까.

손발이 있는 것은 다리의 길이만큼 손의 힘만큼 힘을 내지만

손도 발도 업는 것은 몸이 힘이다. 입이 힘이고 눈이 힘이다.

 

 

193

가마에서

 

장작을 가마 속에 던져 넣으면

불을 품고 있던 장작이 불의 토해내고

 

 

 

 

 

 

194

명당

 

내 육신이 좋은 터이어야

마음이 행복하지.

 

내 터는 원래 명당인데

마음이 와서 분주하지.

 

195

 

숨쉬는 그리움을 불러 모으면

벌떡 벌떡 일어나

그대 눈과 귀로 걸어 들어가 마음을 활보하는 것

그리고 영혼의 정수리에

턱 비수를 꽂아 버리는 것

그 피가 분수처럼 솟으며 本性을 적시는 것.

 

196

내 아들을 위한

 

붉은 예수의 무게로 감당하며 서 있는 저 석류나무

 

197

順理

 

하루 내 울던 저 매미들도

어둠이 찾아오면 침묵할 줄 안다.

198

하루살이

 

하루를 살다 가면서도

생의 마지막을 서슴없이 불 속에 띄어드네.

 

*삶이란 의식하여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맏기는 것이며

간다 온다는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

 

 

199

예수

 

저 강아지도 목에 멸류관을 썼다.

200

매미

 

面壁수도 칠 년에

說법 보름하고

툭 몸을 털고 脫俗을하네.

 

201

그리움

 

다가 올 미래의 희망이다.

 

202

매미에게

 

하루종일 울고있어도

내가 해 줄 것이 없구나

가만히 들어주는 것 밖에는

203

모기야!

 

왜 자꾸 내게 달려드니

내 피가 아직도 쓸 만 하니.

 

204

세월

 

벽에 걸린 시계는 멈춰 있는데

문밖에 눈은 그칠 줄 모르네.

205

여름 눈사람

 

팔월 하늘에는 눈사람이 떠다니네..

 

206

똥파리

 

내 몸에 똥이 많이 든걸 아는지

자꾸만 달려든다.

207

가을밤

 

귀뚜라미야!

이 조용한 밤에게

미안하지도 않니.

너는

*한마디로 까불지 말라. 니가 아무리 세상을 혼자 집어삼킬 듯

큰소리 쳐봐도 어둠 속에 잠재워 진다는 것을 알라는 뜻.

우리의 본성은 원래가 물들지 않음인데 그렇게 소리를 높여서

본성을 시끄럽게 하지 말라

 

 

208

부활

 

거미줄에 걸린 잠자리를 보고

기도를 올리고 있네. 거미는

 

209

뭘 보니

 

전봇대 위에 앉은 참새가

목발을 짚고 절뚝거리는

나를 빤히 처다 본다.

 

210

 

저 달도 더운지 연못 안에서 목욕을 하네.

 

 

*내가 세상을 바라 볼 때

뭇 있는 그대로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라보고 싶은 것만 골라서 세상을 보고 있지는 않은지

늘 자신을 바라보라.....

211

소낙비

 

지구를 두드리는 소리에

지렁이들 문을 열고 나온다.

 

* 지렁이는 자신을 깨우는 소낙비 소리에도 속탈을 하지만 우리 인간들은 온 세상이 소낙비 소리보다 큰 목탁 소리인데도 듣지 못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212

 

우리 집 소는 말을 귀로 먹고

니 발로 글을 쓴다.

213

대자유인

 

 

서울에 있는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지난밤에 음악회를 다녀왔다며...

나는 늘 밤마다 오케스트라의 협연을 듣는다고 했다.

 

주머니의 쌈지 돈을 내지 않아도

거추장스레 남 눈을 위해 넥타이를 하지 않아도

땀 냄새나는 사람들 틈에 끼어서 줄을 서지 않아도

숨 한번 크게 쉬지 못하고 딱딱한 의자에 몸을 고정시킨 채

기분 내키지 않는 박수를 치지 않아도

가을 달빛에 누워 별밤의 향기와 바람의 속삭임

귀뚜라미와 풀벌레들이 들려주는 거대한 오케스트라를 들을 수 있으니

나는 구름이 되고 달이 되고

 

저 까마득한 가을 들판위로 날아오르는 까마귀 등위에 앉아서

고향의 별을 지나 우주로 여행하는

그리움을 누워서도

 

숨 한번 크게 쉬고

눈 한번 끔벅 할 수 있으니.

 

 

 

 

 

 

214

경주 시장님에게 보내는 편지

 

이 가을밤

徐羅伐(서라벌)에서 귀뚜라미 소리와

달빛을 만질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시장님!

 

215

행복

 

달빛 만지는 것만도 고마운데

귀뚜라미 노래까지 불러주니.

 

 

 

고요한 가을밤도 외롭지 않네

노래를 불러주는 귀뚜라미가 있으니.

216

행복

 

온 종일 마루에 앉아

가을 햇살에 붉게 굵어 가는 석류를 본다.

가만히 다가서는 바람

그 위에 날아 앉은 고추잠자리

 

217

자유인

 

나는 아내가 보는 앞에서

저 구절초 쑥부쟁이까지 사랑할 수 있어

 

 

 

218

부자

 

 

창문사이 들어오는 햇볕이 방을 데우네

 

 

가을 햇살을 온 몸으로 넘치게 받으니

저 너른 들판이 내 정원이니

세상에나!

저 밤하늘에 별들도 다 내 것이니

누가 내 것 네 것을 구하라 했나

한 걸음에 시작과 끝인데.

 

 

저 별들도 내 것이다.

하늘에 구름과 까마귀들까지

추운 날에도 햇볕을 마음껏 입을 수 있으니

 

우주라는 큰 곡간 속에 있는 기운을 꺼내

쓰는 것은 나의 자유다.

 

219

행복

 

가을 속에 풍덩!

맘 담 궈 봐,

저 여물어 가는 석류만큼

얼마나 시리고 붉게 익는지.

 

 

이월 뜨락에 앉아서 햇볕에 몸을 데운다.

 

구월 석류나무에 매달린 붉은 나를 들여다본다.

 

구름이 달을 가리니

감나무는 혼자 외롭다 하네.

 

220

선문답

 

“스님 달빛이 무겁습니다.”

“고놈”

“스님 어디 가십니까.”

“달빛이 가볍다.”

 

*달빛이 무겁습니다. - 생사 해탈이 이렇게 힘듭니다.

고놈- 알긴 아는데 본시 업이 어디에 있느냐.

어디 가십니까.- 그럼 스님은 본성의 자리에 드셨습니까.

달빛이 가볍다.- 본래 업도 그 자리도 없느니라.

 

 

동삼아!

예!

대답하는 그놈은 누구인가?

 

 

* 하이쿠는 季語(기고)이며 5-7-5의 정형시인17자이다.

 

하이쿠 시인들......忠知(타다모토), 守武(모리다케-승려시인)

바쇼( 芭(파) 蕪-고행자, 그가 살던 스미다 강변의

후카가와의 오두막인 파초암(芭蕪庵), 부손(蕪村-화가시인)

一茶(이싸-인간주의자 2만여편의 시), 子規(시키-현대시인)

 

* 영국의 R.H 브라이스: 하이쿠를 서양에 소개하는데 큰공을 세운 사람

 

“사람들이 소크라테스를 따르지 않고 예수를 따른 것은

예수가 시인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크라테스는-무지함을 일깨워 주었다.

예수-시인이었기 때문에 사랑의 마음을 갖고 세상을

자세히 보라고 했다.

 

중세 신비주의자인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내가 신을 바라보는 그 눈을 통해 신이 나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라 했다.

 

풀벌레 울음소리로 유명한 -이마미야

시간은 불가역성(不可逆性)-반대로 거슬러 가지 못한다.

 

 

221

울어 버릴까!

 

나갈까. 기다려봐.

아니야 이 대목에서 나가야 되나.

너무 성급한 것 아니야.

그러다가 때를 노치면 어떻게

너무 냉정해 보이지 않겠어.

왜 남의 눈치만 살피지.

그냥 하고싶은 데로 해.

늘 웃는 것은 좋다 하잖아.

웃는 거나 우는 것 감정의 나타냄은 같은 거야.

오히려 눈물이 웃음보다 더 크고 순수한 감정의 모습이야.

너무 큰 기쁨이나 웃음일 때도 눈물이 쏟아지잖아.

너도 이제는 두려워하거나 주저하지마.

모든 울음으로 세상과 이야기하는

어린아이가 되어봐.

그냥 나타내란 말이야.

 

파도는 하루 종일 출렁거려도 바다는 가만히 있다.

파도는 아무리 혼자서 가만히 있으려 해도 바람이 와서 흔들면

파도가 일어난다. 파도는 출렁거리는 것이 본성이다.

 

222

각각 다른 곳에 집을 둔 주인이 머슴을 각각 두면

주인이 하나인 두 머슴은 각각 자기가 바라보는 주인이 이렇다며 싸운다.

 

 

 

223

노자는 현빈玄牝의 문을 열었고

나는 그 문으로 들어가네.

 

공자는 道의 문을 만들었고

노자는 현빈玄牝의 문을 열었고

나는 그 문을 부수고 있네.

 

 

224 生

 

 

저 매화는 눈이 내리고 있는 데도

꽃을 피우고 있구나.

 

225

나무에 옷을 벗기는 구나.

 

저 은행나무는 추워야 옷을 벗는구나.

 

가을이 토함산에 붉은 옷으로 갈아 입히고 있네.

 

 

저 토함산이 옷을 갈아입는 걸 보면

옷이 몇 벌 되나보다.

 

226 無始無終

 

내가 세상에 온지

마흔 여섯 해가 되는 아침인데도

내가 온 곳을 알지 못하니

어찌 가는 곳을 알겠는가.

 

227 참

 

내가 세상에 온지 마흔 여섯 해 아침에

겨우 沈黙할 줄 알게 되었으니.

 

228 가을

 

그대 방랑자여!

우리 마당에 며칠 묵어가시게

여름 내 그대 만남을 기다리던 국화꽃들

詩 몇 편 쓰고 싶다 하지 않는가.

 

.

 

우리마당 한바퀴 돌며

국화꽃 몇 송이 떨구고 갔다.

 

가을달이여!

담장너머서 기웃거리나

마당에 국화들 눈웃음 터지는 소리

 

어찌 그대는 혼자서 밤안개 속을 여행하시는가.

 

 

저 달도 추운지 솜이불 속으로 발을 밀어 넣는구나.

 

 

 

새벽은 슬며시 바다의 허리를 안았다.

 

하늘 문을 열고 성큼 문지방을

한발 출렁 넘어서면

바다는 길을 내어놓는다.

 

하늘에게 바다는 허리를 내어준다.

 

원래 없는 마음을 이야기 하려니 거짓말만 늘어놓는다.

없는 것을 있다고 하니 거짓말이 되고

있다고 하니 없어서 거짓이 되고.

 

 

229 유산

 

내가 이 별에 왔다가

유산하나 남기고 가는 것

구린내 나는 발자국 밖에 없구나.

 

*“나의 유산은 무엇일까,

뽐의 꽃들,

언덕의 뻐꾸기,

가을의 낙엽“

--------료오깐 대사

 

230 運(운)

 

사발

 

사발 안에 떠 있던 별이

성큼 걸어 나와

 

이 별에 왔다 가면서

참! 고맙구나.

사지 멀쩡한 그릇하나 빌려줘서.

 

내 몸뚱이에 종기가 성을 내는 걸 보니

한 철은 더 기다려야 될 것 같네 굼벵이여!

 

내 몸뚱이 굴에서 흘러나오는 것들은

어찌 구릿 내만 나는가,

아서라! 어느 세월에

 

 

저 솔나무 우에 앉은 왜가리 더욱 희게 보이네.

 

231 기다림

 

홍시여!

그대를 다시 만나려

또 한철을

살아야 하나.

 

232 봄밤

 

뻐꾸기여!

짧은 봄밤 목탁을 치지 말게

고단한 행자 승들 잠 못 들겠네.

 

 

 

233 松影

 

눈옷 입은

저 돌부처 앞에서

사그락 사그락 은빛 춤을

밟는 그림자는 뉘 인가.

 

 

봄이여!

그대는 무얼 그이 주저 하는가

그댈 기다리는 저 나무들의 손짓을 보고

들판으로 기어오르는 아지랑이들을 보라고

 

날아가는 새들의 높이를 보시게

저 강물위로 날아오르는 안개들

 

봄이여!

그대는 누구의 적인가.

 

꽃 비늘처럼 떨어지는 별들의 전율을 즐기는가.

불꽃으로 타오르는 벚꽃들의 행진을 막을 수 있는가.

그대 살갖을 어루며 내달리는 개울물의 옷깃을 잡을 수 있단 말이가.

저 개울가에서 일어나는 물의 노래를 들어보시게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얼음 밑에서 속삭임을

겨울옷을 벗어 제치는 저 산들을 보시게

 

 

 

234 겨울 강

 

흐르는 것만 강인가.

보라!

흐르지 않고 쩡쩡 소리치는 저 강을 보라.

강문을 열어놓고 기다리는 저 마음을

황소울음으로 소용돌이치던 저 여름날을 회상하며

저렇게 속울음을 토해내고 있는 것을

눈보라 치는 칼바람에도 저항의 물갈퀴를 안으로 삼키는

.강의 인내심을 바라본 적이 있는가.

아무리 강문을 닫으려 해도 푸른 눈빛으로 승천하는 용의

강은 안으로 스스로의 강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아서라! 어찌 감히 강의 중심에 서서 깊이를 잴 수 있단 말인가.

그 중심은 세월의 깊이인 것을

어리석은 잣대로 강의 마음을 흔들어 놓지 말게나.

누가! 겨울 강문을 열어놓고 붉은 날개를 펼치며 하늘로 승천하는 용를 본적이 있는가.

강은 겨울이 온걸 알지 못하는거야.

아무리 강문을 닫아놓고 눈보라를 밀어내도

강은 안으로 스스로의 강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누가 겨울강을 쩔쩡 거리면 닫혀진 세상에 존재를 알리려 한다해도

 

아무리 눈보라가 거세도 강문을 열어놓고 쩡쩡거리며 눈발을 받아내는 저 겨울 강을 바라.

온 세상이 흰 눈으로 뒤덮혀도 오직 푸른 눈빛을 잃지 않는 저 강을

희망은 내일의 푸른빛임을 알고 있지 않는가.

 

 

235 江의 門

 

온 세상을 흰옷으로 갈아입어

雪이 아무리 많이 나려

門을 열어놓고 기다리는

저 江은 어쩌지 못하는구나.

 

세상을 탓하기 전에 자신을 바로알라.

세상이 변화되기를 기다리지 말고 내가 변해야 한다.

* 世上은 非苦요 스스로 自苦라.- 性洙스님

 

 

온 세상을 하얗게 덮어버리는 눈도

저 시푸른 강에게는 어쩌지 못하는구나.

 

 

온 들판에 흰 눈옷을 입히던 눈도

저 강에게는 푸른 옷을 얻어 입는구나.

 

보라 저 푸른 강물에 쏟아지는 눈보라들

강은 말없이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지 않는가.

유유한 저 강물을 보라.

강문을 닫지 않는 저 여유로움을 보라.

온 세상이 눈의 옷을 입어도

 

눈발이 아무리 거세게 달려와도

불평 없이 받아내는 저 강을

온 세상을 침묵으로 달궈내는 추위에도

 

 

235 겨울 江

 

온 밤새

세상은 하얗게 숨었는데

저 강만 門을 열어놓고

소리 없이 눈발을 씻어주고 있었구나.

 

 

236 전생(前生)

 

손발을 저렇게 싹싹 비는걸 보면

파리는 전생에 죄를 얼마나 많이 지었길 레.

 

237 똥파리

 

내 몸에 똥이 많이 든 걸 아는지

자꾸만 달려든다.

 

 

 

 

237

雲鯨

 

높은 바위 그 뒤으로

지느러미 휘이이

흰 귀신고래 한 마리 새쪽해로 날아간다.

 

238

雨水에 눈보라가 치니

생떽쥐 뻬리의 기다리는 행복이 생각나

 

떨고 있구나.

매화가지 끝에 어린 꽃눈이여!

약속치 안았다고

봄이 아니 오지는 않을 테니.

*雨水(우수): 24절기 중에 입춘과 경칩 사이로 날씨가 풀리고 봄의 기운이 돋아나는 때

 

봄이 아니 올까

떨고 있구나.

매화가지 끝에 어린 꽃눈이여!

 

이웃하는 저 솔나무들 보라고

겨울옷을 털어내는

 

저기 서성이는 강은 어떻고

겨우내 닫았던 문을 열고 마실 떠날 채비를 하는

 

우리 집 아이도 겨울방학 끝났다고

내일 개학 한다던 걸

 

차마 약속치 않았다고

봄이 아니 올까.

 

 

 

 

 

239 觀!

 

저리 큰 가지 흔들어 꺾어 놓는 놈

그 놈을 보지 못하는 눈 뜬 장님이

뭘 그리 세상을 다 아는 채!

 

*태풍 매미가 지나간 뒤에

 

240 궁상각치우

 

앞산 산 벚꽃들

궁상각치우

지저귀는데

댓돌위에 앉아서

졸고 있는 흰 고무신

우치각상궁

 

 

주변인의 訃告

-朝鮮 솔나무와 흙빛 展에 부쳐-

 

어! 부고장이다.

<주변인>24명의 마음이 죽었다는

기별이 없다.

 

*7日間의 전시 중에 <주변인과 詩>24명의 偏執 同人은 한명도 아니 왔다.

 

 

 

첨성대에서 화장(火葬)하는 날

 

 

육부의 고인돌이 탑으로 쌓였으니 그 가운데 큰

뜻이 거룩한 왕이기에

하늘 가까이 천지신명께 기원하오니

정釘을 든 백성들이 365개의 염원을 다듬어 27단의 도리천(忉利天)에 오르는 기단을 쌓다.

정井자석 1단은 현생에 태어난 우물의 문이요

정井자석 2단은 후생에 나가는 하늘의 문이니

온전한 하나에 드심의 방향을 잡아 정수리 위로 쏟아지는 북극성과 새별의

빛이 모이는 구나

만만파파식적 萬萬波波息笛으로 출렁거리며 넘치는 저 불기둥이 다리를 놓아

쇠벌 하늘 높이 치달아 솟을 시 거대한 황용이 다리를 밟고

천신(天神)이 호위하며 불국정토를 굽어 대왕암의 길로 인도하네.

아! 만인은 왕의 승천을 찬양하였더라.

그의 주검에서 꽃비가 쏟아지듯 영롱한 사리가 쏟아지니

하나 된 반도의 뭇 백성들은 왕의 부처됨을 거듭 찬불하였더라.

그리고 하늘로 가는 문을 영원히 남기고자 소도(蘇塗)의 영역으로

왕의 기일에는 제례를 올렸더라.

 

* 천신은 김유신 장군을 상징

*만만파파식적: 고전(古典)에 전하는 신라의 신적(神笛). 일종의 가로피리로

*왕은 신라 30대왕인 문무대왕으로 삼국통일을 달성한 왕이며 경주 양북면 봉길리 앞 바다에 대왕암이라는 곳에 수장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삼천 오백 살을 살아오면서

 

 

저기 물컹거리던 기억들이 응고되어 가는 걸!

내가 내가 내가,

불의 바다를 유영하며 함께 그리움 속으로

땅 속에서 천년쯤

물 밖에서 천년쯤

그렇게 침묵으로 떠다닌 한의 세월이 그리 짧았겠는가.

그러다가 또 어물쩡 한 오백년

나무로 서성거리다

툭툭 잘려나간 몸뚱이들

하나는 목불이 되고

하나는 십자가를 짊어지고 황야를 걷던

어느 님의 마지막 관이 되어 다시 땅으로 살아지니

불알의 댓가로 지불받는 몫이

바람이고

강물이고

말발굽 아래 뒹구는 먼지가 하늘을 비상하는 새의 부리가 되었으니

그렇게 지구별을 떠돌아

오늘 내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꿈이 다시 시작 되었으리라.

내 이웃하는 뭇 존재들에게 소리로 세상을 열고 걸어 나오는 발걸음

저 귀신 고래들의 등지느러미 위에서 놀고 있는 새우들의 붉은 뱃살이니

또 찰나의 눈물로 인디언의 가슴을 겨냥하고 있었구나.

 

오! 성령이여

이제는 이 지구별에서 떠나게 해 주세요.

 

밤하늘에 고향의 그리움을 찾아 몸을 털어버리는 매미들의 울음을 동경하다

다시 침묵하는 진리(經)의 골짜기서 허우적거리다니

아서라, 그렇게 주워 모은 세월을 고작 한줌 손아귀에 움켜잡고

주머니 속에 구겨 넣고 걷고 있음을 눈뜨지 못하니

나를 안다고도 말하지 마라,

내가 누구라고 말하지도 마라.

내 속에 또 내가 있다고 우기지도 마라.

그렇게도 가고 싶어 하는 저 별의 고향을 생각 타

그 날 문득 주머니를 털어내면 풀풀 먼지로 날아가는 3,547살의 내가

또 수 겁을 기웃거리고 있으려니

 

 

석류꽃 시위

 

온전히 푸른 날인줄 알았더니만

저 유월 가지에

성급히 붉은 깃발 두어 개

다투어 나서더니

밤 새 달빛에 술렁이던 붉은 깃발들

터져 나와 가지, 가지를

 

아! 저항 없이 무너져 내리는 푸른 날

씨알 하나씩 품어 감추고

거침없이 하늘을 향하는 깃발의 반짝임

보아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보다

지구별을 흔들던 붉은 치우(蚩尤)들의 함성보다

어느 시위가 저보다 싱싱한 붉은 도전일까.

 

어느 반항이 이보다 더 정열적일까.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드라크르와가 1830년 파리 시민자유혁명을 삼색기를 들고 군중들 앞에 나아가는 여신을 유화로 그린 그림

 

*치우(蚩尤) : 붉은 악마의 상징으로 알려진 치우는 여러가지 학설이 있으나 중국인 학자 왕동령이 저술한 中國民族史에 의하면 4천년전(?) 현재의 호북성,호남성,강서성 등지를 이미 묘족들이 점령하고 있었으며 중국의 한족(漢族)이 들어오면서 차츰 이들과 접촉하게 되었는데, 이 민족의 나라 이름은 구려(九麗)이며, 군주는 치우(蚩尤)라 기술되어 있습니다. 중국의 유명한 사서인 사기인 당나라의 장수절이 주해한 책에는 '구려의 군주는 치우이다' 라고 되어 있고, '치우는 옛 天子이다'라고 하여 동이족의 제왕이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처럼 치우천왕은 전쟁의 신, 군신으로서 그 자체로 승리를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우리가 흔히 도깨비상이라고 잘못 알고있던 치우천왕의 모습이 다양한 형태로 고구려, 백제, 신라를 비롯한 역대 왕릉 등에 조각되어있던 이유는 그가 국가를 수호하는 군신이었기 때문입니다.

서라벌에 비가

옛 都邑은 정전 중

 

백년 기와 골 타고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에

 

지구는 오르가즘을 한다.

 

 

 

저 겨울강은 달빛에 오르가즘을 느끼나 보다

저리도 끙끙 거리는걸 보면

 

저 나무도 오르가즘을 느끼나

바람에 온 몸을 흔들어 대는 걸 보면

 

 

 

 

 

 

 

마흔 다섯 골기와 이끼를 타고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

지구를 흔드는 오르가즘이다.

 

 

저리 밭뚝 위로 넘어가는 호박덩굴 속에 굵어가는 호박을 보면

이 지구별에 무게가 더해져 감당치 못하면 어쩌나.

 

 

눈에 없었던 싹이 저리 세상에 나와 지구를 덮을 기새인데

만약 이 지구별을 다 덮어버리면 어쩌나.

시간을 삼키고있는 저 황톳

물의 소용돌이를

지구를 흔들고 있는 소리를

불타고 있는 8월태양아래 대지의 거친 숨소리를

내 어린 눈에는 무시무시한 태양이 땅을 삼키고

가까이 다가와 모두를 태워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얼마나 컸던가.

 

 

 

 

 

 

 

 

 

 

 

 

 

 

 

 

 

 

 

 

 

 

석가가 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이며...

 

어!

자넨, 내가 뱉은 도깨비가 아니었나.

그래 수년간 어디를 그리 웃고 다녔나.

내 귀로 다시 돌아와 앉은 가섭존자를 듣고.

 

*석가가 마지막 대중 법회에서 꽃 한 송이를 들어 보이는데 가섭존자만 빙그레 웃었다.

 

 

말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기운이 모여서 합성변형된 것으로 마음은 알 즉 마음의 생각을 모아서(집약해서) 나타내는 알맹이인 씨로서 마음씨 즉 씨알이 되는 것이며 다석 류영모선생도 마음의 씨를 이야기 했다.

마음 알-마알-말로 변현되었다.

내가 뱉은 말들이 살아서 공중에 떠 다니다가 내 귀로 너 귀로 들어간다.

그리고 몸 속에서 살아서 움직인다. 화를 내게도 눈물을 흘리기도 웃게 하기도.

내 입으로 한 소리이나 내 말이 아니네. 너 말도 아니라네.

즉 귀가 둘인 것은 내 말도 내가 듣고 한 귀는 세상 이야기를 들으라고 있는 것 이라네.

 

내가 말을 하면서도 한귀로 내말을 경청하라 그러면 말의 소중함과 책임을 알 것이다.

말의 에너지가 우주를 진동하고 그 진동된 에너지가 내 몸으로 파장시키니 그 힘으로 세상은 움직이고 있으니

우주의 흔들림이 소리로 바뀌고 그 소리가 음성이 되고 그 음성이 하나일 때 말이 되는 것이다. 이것을 김지하는 律呂라 했고

에너지 (性)의 결합과 合 나눔(理)가 반복되면서 분별 음(音)의 성(聲)이 나타나니 두 성의 합이 될 때 觀으로 나투며 이것이 관음인 것이며 본성인 것이다.

존재함은 존재함을 마음의 말로써(생각) 말할 때 의미즉 이름이 생겨나는 것이며 그 생각이 입을 통해서 소리즉 말이 되어나오면 그 소리 씨는 우주에 탄생되는 태초의 말씀이고

그 태초의 말씀이 곧 창조되는 것이다. 즉 창조된 그 말은 우주 속에서 영원히 존재함이니 그 존재하는 힘들이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는 것이다.

한국의 소리문자는 인간의 오감을 통한 떨림(진동,율려) 음이며 서구의 글자들은 표현되는 나타내는 표상음이다.

말이란 소리로 나타나는 말이 있고 눈으로 보는 말이 있고 귀로 듣는 말이 있다.

생각의 말과 마음의 말이 있다. 이러한 말씨가 인간 창조의 근원이며 태초의 씨알이 되는 것이다.

마음씨가 말을 만들고 그 말이 율려를 일으켜 태초에 세상은 빛과 소리로써 창조가 시작 되리니 그 시작된 뭇 생명은 마음씨를 갖고 있다. 그 마음씨는 곧 생명의 기운인 떨림이며 그 떨림이 빛과 소리를 만들고 그 떨림이 다시 말로써 나투인다.

 

슬금슬금 목줄을 타고 기어 나오는 저놈을 보라고

입 속에서 살아나는 그 놈들은 망무가네로 세상을 흔들고 있으니

마음에 씨가 자란다.

 

 

누구나 어께에 도하나 들고 산다

 

 

우리 집 처마 밑 제비들이 살다 간 집에

참새들이 들어와 새끼를 낳았다.

감꼭지 가게노헤따

 

 

 

 

불의 노래

 

붉은 양수에서 출렁 솟아나는 빛

태초에 불이 있으니

그 불은 알의 둥근 씨앗이라

모든 만물은 알의 시작이고 그 알은 생명의 시작이며 어미의 뱃속이라

 

지구가 둥근 것이요

씨의 알이 둥근 것이요.

어미의 뱃속도 둥근 알집인 태이니라.

알은 출발과 곳이 있으나 끝이 없음이니

이는 존재하나 머물지 않는 존재이며

머물지 않음은 곧 움직임인 회전이며 이는 불의 생성이며 이는 太極이고

불은 힘으로 나타나 소리가 되는 것이 곳 律呂이다. 율려는 곧 말씀의 근본으로

불은 생명의 시초인 불알이 불씨이며 씨알이 됨이다.

모든 존재는 불의 노래이며 그 노래는 소리로 우주는 곳 소리로 만들어진 에너지일 뿐이다. 즉 불은 빛이며 소리이며 움직임이 있을 때 에너지기 됨으로 나타남은 따로 이나 본래의 근본은 하나이여서 모든 존재는 원래의 본성으로 돌아가려는 回歸本性이 존재함이다.

알의 힘(갱)이 들이 모여서 만나니 소리가 되고 그 소리는 알의 춤이고 알의 노래가 생명의 시작이나 알은 시작이 없다.

감히 누가 알을 태초라 할 수 없으며 태초에 알이 있었다 함은 존재와 불 존재를 함께 인지하는 것으로

이는 태초라는 의미의 모순을 나타내는 것이다.

원래가 시작과 끝이 없었으니 이는 모든 근원을 알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태어난다는 것은 변화의 이동일 뿐 새로운 창조는 아닌 것이며

창조라는 의미 또한 같은 맥락으로 공간적 시간적 변화의 이동일 뿐 시작이 없는 것이며

끝 또한 없는 것이다.

시작과 끝을 상징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시간의 변화를 인식하기 위한 방편이며 수단일 뿐이다.

사간이란 것도 변화하는 공간적 이동일 뿐 내포된 공간적변화의 사이존재는 없는 것이다.

 

 

 

 

 

시집의 序文

 

옴.

 

 

해 돋는 지구별 언덕에서

지구별에 온 나이 3,548살이 되던 봄날

 

 

 

 

 

 

저기 어둠을 밝히고 있는 불씨들을 보라고

알집 안에서 살고 있는 저들을 보라고.

별처럼 반짝거리는 저 불알 속에서 생명이 잉태하고

자라고 변하는 모습을 보라고

 

 

눈이 저리도 많이 내려서

솔가지들이 찢어지고 사람집이 내려앉고

온 동네가 난리인데

지구별이 무거워 힘들면 어쩌하나.

저 산은 끔적도 없이 버팅기고 있네.

 

 

 

길을 걷다보면 부다 치는 모든 것들

눈으로 들어오는 거

살갗으로 다가오는 거

지구를 밟고 있는 땅의 감촉

이런 모두가 살아있는 확인이다.

살아있음에 마음으로 다시 흘러나와

세상을 어우르고 있으니

 

어슬렁 걸ㅇ가는 길 우에서 돌부리에 채어 넘어지면

 

 

지구별 떠나기

 

오늘 내가 보는

이 生 사람들 모두가

때 지나면

이 지구별을 떠난다.

누구는 소풍 왔다 갔던

누구는 소를 몰고 왔다가던

어물쩡 거리며 빈 의자 덕에 온 세상살이를 파이프 담배 태우다 가던

어디서 온지도 모르면서 또, 어디로 가야할 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떠난다.

저 生에 갔다 온 사람은 없어도 모도들

저 세상으로 떠났다고,

그리고

또 떠난다.

사람들 모두가!

 

 

 

 

 

죽은 아이 앞에서 슬퍼하는 어미여!

 

슬퍼하지 마라 어미여!

그대 아이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서 그렇게 슬피 우는가.

잠시 그대 품에서 머문 자리가

아님 그대 씨앗이라 올곧게 거두지 못한 아쉬움인가.

올 때는 저리도 축복을 받으며 왔다

모도들 떠날 때 슬퍼 우는가.

어디서 오는지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서

무작정 왔다 가면서도 저리 슬퍼할까.

그 누구하나 오가는 것을 막을 수 없으면서

다 아는 채 하면서 우는 것은

보지 못하고 함께 숨결을 나눌 없다고만 시간을 기억하지 말게나.

미련은 그대 아둔한 욕심일 뿐 자신을 슬픔으로 채우지 말게나.

진정 그대 아이는 어미의 슬픔을 속상해 할 것이라네.

차라리 그대 몸에서 탯줄을 자르고 이별할 때처럼 기뻐하고 환희하게나.

떠난 아이는 축복과 찬양으로 그대 오길 기다리는 어미가 되리니

저 세상에 먼저 태어남을 경배하게나.

슬퍼하는 어리석은 어미여!

그대 눈물로 신성의 땅을 더럽히지 말게나.

그대 아이가 끔뻑 왔다가는 永生의 길인 것을

얼마나 고귀한 이 생에 고향

지구별에서 因緣인 것을.

 

 

 

 

 

 

모도들 떠난 지구별은 텅 비어 있어야 하건만

오늘도 사람들의 울음으로 가득 채워져 있으니

 

 

내가 기억 했던 사람들 모두가 지구별을 떠났는데

 

 

 

 

절망 속에도 희망은 있다.

희망은 오는 것이 아니라 다가가는 것이다.

 

이 지구별에서 세상을 떠돌며 그 어느 언저리 곳을 기웃거리던 기억들을 더듬어 보면

한 여인의 몸을 빌려 사람으로 세상을 보고

내 눈으로 들어오는 것

내 귀로 들어오는 것

내 모든 존재자로 다가와 노니는 것

그 모든 것이 나 아니더냐.

 

나는 지금 무엇인가.

어디로 가고

어디로 갈 것인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나는 존재치 않을 것이며 다만 나는 존재할 뿐이다.

지금 당신은 어디에서 오십니까?

절망의 길에서 희망의 길손을 만나

함께 동행 하며 오는 길입니다.

오시면서 어떤 유혹도 받지 않으셨나요.

왜 아니 받았겠습니까.

슬픔과 고통 그리고 기억의 집요한 구애를 받았지요.

쓰라린 기억의 애절한 고백을 들으면서

한 때는 발길을 다시 돌릴까도 생각을 했습니다만

이해와 용서로 무장한 희망의 위로가 발길을 재촉하게 했고

눈먼 슬픔들의 절규를 들으면서 다시 용기를 얻었지요.

 

저녁노을을 머리에 이고 누이가 온다.

도회지 바람에 載를 뒤돌지 않고 넘더니만

개울가에 모난 돌맹이들 둥글져

봄바람들이 춤을 춘다.

 

 

잠자던 추억의 꿈

 

 

 

 

 

 

 

 

 

 

바람이거든

 

봄바람이 춤을 춘다.

바람이 났다.

바람처럼...

 

기억할 수 있겠어

긴 한숨이 난다.

누가 막겠다고

 

무두가 떠난다.

모두가 떠난다.

모두 떠난다.

 

바람이거든

 

 

꽃이 진다.

함께 기다리던 봄빛에 나란히 서성이다가

꽃이 진다.

영원히 꽃으로만 지고마는

그가 영그는 열매로 다가가는

 

봄봄 봄은

 

어둠의 막이 걷히고 머리서 밀려오는 안개들의 오버랩

푸른 스크린 위로 재비가 자막을 긋고 가면서

시작되는 映畵

수직으로 해의 뼈들이 숲 속을 걷고 있다.

나무의 어깨를 잡고 흔드는 바람들이 잘잘거리는 나뭇잎들의 이야기와

깨금발 딛고 기웃거리는 들풀들을 데리고 거리에 나선다.

그 틈을 비집고 긴 겨울옷들을 벗고 있는 바위와 막 깨어난 개울들

여행갈 채비를 한다.

 

필름의를 가로 질러 새들이 날아가면

저 나무의 가지 끝에서 맨 먼저 봄을 틔우고 있지 않느냐.

몸의 피돌기고

길게 금을 긋는 강이 바람을 타고 휘어진다.

 

기어이 겨울을 터지고 마는

 

아궁이 안에서 몸을 태우는 나무

魂불이 靈氣되어 굴뚝으로 피어오르네.

 

 

 

 

 

꽃도 밤이면 꽃문 잠구고 잠을 자고 아침이면 문을 열고

벌 나비 불러 모아 사랑을 한다네

창문 틈 사이로 햇귀 비치면

어린아이는 눈높이로 창문을 내야한다

 

 

夢幻

 

한 마리 나비가 봄 방으로 날아든다.

침대에 누워있는 내 입술위에 내려앉는다.

나는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난다.

꽃은 나비를 품고 한 마리 꽃번데기가 된다.

침대위엔 연꽃 같은 연등이 밝혀지고

봄방 가득 화안한 축제

석잠을 잔다.

나는 번데기 껍질을 벗고 나비가 된다.

하늘로 날아오른다.

 

 

 

 

양파

 

껍질을 벗겨내도 벗겨도

알맹이만 있는 바다

철석거리는 땅들이 파도를 만들고

바닷물처럼 짠 맛으로

 

시인이자 화가인 장꼭도의 시‘ 내 귀는 소라껍질/ 바다소리를 그리워 한다.’짧은시

 

빌브란트(1904-1985 영국) 사진작가 비가 퍼붓는 날과 무거운 어둠이 내리는 날 바람이 휘몰아 치는날을 택해서 사진을 찍었다.

 

 

문 열면 밝은 세상

경계를 나누는 분별

 

*카프카의 산문(거리를 향한 창) 中에 --결국 함께 사는 인가의 세계로 이끄는 것이다.

카메라의 작은 파인더를 통해 넓은 세상이 읽혀지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이 세상은 훔쳐보는 일상

*보이어리즘voyenurism,-관음주의

보들레르의 ‘창문틀‘의 시에서 열린창문과 닫힌창문 빛나는 구멍 속에서....

 

 

하루종일 허리를 내어준 길도

밤이면 쉬고 싶다

텅 비어있어야 할 길 위에

집을 찾아가는 니그네 발이 되어주고

마지막 길 떠나는 손수레의 주름이 길 위에 눕는다

심장을 돌리고 식솔들에게 밥이 되어 주었던 저 붉은피가

손등으로 흘러

길을 덥는다

열린 창문 틈 사이로 흘러드는 저녁의 노래들

나비의 날개가 힘없이 부러져 딩구는

적막에 길은 두려워진다

돌각담을 돌아 전신주에 매달린 기웃거리는 가로등 껌뻑껌뻑 졸고 있는 숨을 몰아쉬고 있다

뜨거운 피가 길을 식히고 있다

비틀거리는 바퀴가 그림자를 지우며 꽁무니를 자른다

길은 하늘 길 떠나는 주검을 지킨다

누구하나 주인 되어줄 수없는 야심한 밤의

 

 

늘 비어있는 길

‘길도 길로서 살아 있으려면 가끔 텅 비어있어야 하지 않을까’.---신현림의 산문중에

 

봄 마당에

나비 한 마리 날아와 제비꽃에 앉았는데

저 나비 어디서 오는가 생각다

나비는 오간데 없고 텅 비인 하늘

꽃잎 한 송이 떨어지네.

 

헤밍웨이는 “가장 훌율한 글은 사랑할 때 나온다.“고 했다.

김수영의 풀

 

 

 

 

아침마다 거울 앞에 선다.

말고 투명하던 거울이 세월에 닦이어 희뿌연 먼지가 퇴색된

두 눈을 마주치는 짐승

오늘도 용케 살아남았다는 듯 퍼석한 눈빛

저 동굴 너머 바다를 응시한다.

길손이 이방인에게 보내는 경계境界처럼

망망한 바다 위에 외롭게 떠 있는 배 한 척과

양 날개를 펼처 힘차게 하늘로 솟구쳐 날아오르는 갈매기

거친 파도를 향해 돌진하는 세상을 눈아래 밟고 섰던 젊은 선장

끝없는 수평선을 날다가 날다가

날개에 힘이 빠진다

짐승은 멍한 눈빛으로 샤터를 눌러댄다.

무성영화가 끝난 필름을 되감기하듯 스크린에 얼룩지는 금간 자국들

경계

울음을 운다.

冥府典을 읽고 가는 使者의 그늘이

저 바다 속에 휘몰아치는 폭풍우와 거센 파도가 숨어서 웅크리고 앉아 있다.

거친 바다의 숨소리가 들려온다.

뜨거운 정오 갈매기도 날지 못하고

동굴 안에 순간을 가둬버린 까마득한 별의 나라 내가 있다.

깊숙이 빨려 들어가는 날개가 있다.

날개 위엔 눈물도 서리고

폭풍우로 쏟아져 내리는 장대비가 서로의 어깨를 비비대며 날개를 적시기도 한다.

날개가 날개를 낳고 또 날개를 낳고

박쥐처럼 동굴 속에 다닥다닥 달라붙은 날개들이 바람에

우루루 날아간다.

동굴 속은 적막의 정오

응고된 시간을 깨부수는

세상은 죽여서 가둬놓은

죽어서 살아있는 동굴

곳곳에 어슬렁 살아있는 필름들이 동굴 밖으로 튀어 나온다.

 

다른 노래하는 곳곳엔 살아있는

살아 있는 나는 죽어있고

죽어있는 어머니는 살아있다.

 

먼지로 흐리게 된 것은 겉만 침식할 뿐 거울의 맑은 바탕을 없어지게 하지는 않는 것이니, 만일 잘생기고 예쁜 사람을 만난 뒤에 닦고 갈아도 늦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나라에는 말을 거둬들이는 블랙홀이 있나보다.

 

하루 수십만 톤의 폐기물이 쏘다져 나온다.

폐기물들이 공중에 떠돌다가 어디로 가는 걸까

그 어느 거대한 블렉홀의 창고에 들어가겠지

그 속을 헤집고 다니는 묘술이라니

더러는 그 폐기물에 걸려 넘어지고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것 같은 미로 속을 여행하다가

결국 회귀하는 본능이라니

짐승들도 죽음이 다가오면 태어나던 곳으로 돌아간다는데

 

口業을 짖지 마라시던 할머니도 거기로 가셨지만

이라 짐승의 머리에는

공룡의 입에서 백악기와 중생대를 거쳐

크로마뇽인 까지 다려나온다.

 

물건이 골을 낸다.

 

佛座연 금가람백련

黃毛단연 落花영설 杏花春雨

小精靈

小翠仙

金辨玉

小舞妃

 

 

짝뚱. 쌍춘절

 

봄봄 봄을 두 번이나

 

 

 

1프로 부족한 소주까지 덤으로 생각났다.

영원을 살리기 위한 부활인데

춘태, 추태, 동태, 생태, 황태, 북어.... 명태로 불러지는 이름도 여렷 이듯

 

천전리

 

 

이만년 동안 잠자던 바위에서

물렁물렁한 말이 걸어 나온다

바람이 해살을 정에 찍어 바위에 말을 쓰고 있다

강물이 말을 다듬고 세겨 넣었던 그 얼굴위에

바람은 기억을 잊었나 보다

혀가 있는 눈과 침묵하는 입

출렁출렁 글을 써내려가는 손들

말을 건내는 물의 옷을 벗기고 있는 바람

가로 굽은 무늬

겹동 무늬 얼골 사슴 새 우렁이무늬 가지위에 해가 떠있고

개미가 기어가고

강이 있고 산이 있고

뱀의 꼬리치는 지느러미의 고기들

말달리는 무사와 춤추는 무희

겹겹이 스크린 되어 지나가는 바람

누구에게나 말을 걸고 무엇을 이야기고 있는

침묵하고 있던 입이 열린다.

입 속에 말이 있고 말은 문을 나선다.

살이 있는 것들 하나씩 바위에서 기어서 걸어서

춤추며 살아온다

길을 간다.

 

흔적을 통해 마음의 인연인 것이다.

그 어는 곳에서 만난듯 사람들의 손들

 

 

 

본느뽀아 바슐라르

 

 

올챙이는 스스로 꼬리를 자르는 것은

개구리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뭍으로 나가기 위해서다.

그래서 개구리는 올챙이 시절을 모른다.

 

천식을 하듯 쿨룩거리는 나무들이

 

꽃사돈

 

 

가슴에 돌멩이 하나씩 키워라

 

 

 

 

 

은하철도 999

- 천당으로 가는 전철-

 

 

뱀은 입을 열고 먹이를 채워 넣고있다

원죄의 벌을 기다리는 사람들

하루 내 먹고 뱉어도

허기진 배 채울 수 없는 식탐

뱀의 위 속에 매달려 있는 먹이들

구불텅 거릴 때마다 먹이들이 출렁거린다

몸통을 흔들고 꼬리를 늘어보지만

찔레꽃 붉게 피는...놀래가 들릴라 치면

뱀은 비쳐 환장하며 굴속을 헤집는다

뱀은 가시덤불 속을 헤집던 직선의 힘을 접어 똬리 틀고 깊은 잠을 베고 싶을 때도 있다

사람의 발길이 닫지 못하는 섬으로 달려가고 싶어서 끄덕끄덕 창문을 열어봅니다.

 

지구별 위로

우주선이 멈춰 선다.

정거장엔 짐승들이 줄을 섰다

몇 광년쯤

그 어느 별에서 만났던 기억으로 서로를 눈 껌벅이며 바라보는

팽팽한 시선들로 무덤 안은 우굴거리는 우리다.

알 수 없는 서로의 부호와 벽에 기대선 채 강간을 당하고 싶어하는 광고판

유혹하는 퍼석한 눈빛의 사인으로 간음을 하고

자유로운 상상의 채위로 교미를 하고 체워지는 인욕

소리의 뱀이 목줄을 감고 귀에 걸린 텔레파시

서로를 보고도 몇 광년 전에 만난 기억들로만 껌벅거리는 우멍한 시선들

타고 내리는 기억시간을 채집하며

먹이 사냥을 나서는 우주선이 터널 속으로 질주한다.

레일 위로 미끄러지며 바퀴에 깔려 살해당하는 바람들 몸이 갈기갈기 찢겨 나딩군다.

속도에 살해당하는 시간의 비명소리와의 불협화음

찰나의 순환과 연속성이라는 지식으로 변을 한다

무한 공간 속으로 실려 가는 짐승들은 죽어가고 있는 자신의 얼굴이

섬뜻 섬뜻 창박에 스치면서 목을 잘라먹고 있는 사람의전생의 환영으로 보는 걸까.

꿈으로 만들어진 우주선을 타고 가는 걸까.

생지옥행 은 오금을 묶고 모난 사각의 멸류관를 벗지 못하는 개줄에 질질 끌려가듯

끌려가는 굴레의 끈을 잘라내지 못하는 순한 짐승들

몸과 넋이 따로인 듯 가벼워 보이는 퍼석한 눈빛들

하루는 수 억년의 기억들이 살고 죽는데

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영원한 우주의 미아로 블록 홀에 빨려드는

모도들 자신들의 가는 곳을 알까

다음 정거장이 기다리고 있는 듯

바람의 저항을 뿌리치고 달아나는 뱀은

땅굴을 헤집으며 굉음속으로 빠져 달려 나간다

 

 

 

 

 

 

물떼

 

갯벌이 배가 불러온다

마니산에 걸린 흰 달만 처다 봐도

바다에 외뿌리 둔 물떼가 큰다

 

한물 두 물 사리물 걸어

기별도 없이 왔다 가는겨

한나절 먼 바다 다녀 오시는겨

나그네 잰 걸음에

“거 누구시겨”

칠게

옆 눈질하던 엄지발로 깨금발 세우며

까르르 별처럼 몰려가고

흰잇발참갯지렁이도 덩달아 잠수를 한다.

달이 산에서 어슬렁 내려와 아랫도리 둥둥 걷고

물길 따라

슬쩌기 한 송이 연꽃 피워놓고 가는

 

 

 

 

 

 

 

 

 

 

 

저물녘,夏

 

 

하루내 몸 단 천년과부 西山댁

기둥서방 들여 품고 감탕질

홑이불에 낙화홍연洛花紅蓮 수놓아

퍼질러 널어놓으니

 

굿 뒤에 날장구 친다고

온 동네 집집마다

문 닫고 불 끄는 소리

 

용두질하는 案山댁만

꾸물쭈물 어둠을 덮고

 

*감탕질-잠자리 할 때 여자의 교태

*용두질-자위행위

 

 

 

 

 

 

 

 

 

 

 

 

 

탑스빌

 

살기눈빛 우글거리는 무덤

네 살점과 내 갈비뼈들

아우성치는 肉食의 칼날에

내 꼬리까지 동강 팔려온

펄떡거리는 심장엔 햇빛과 땅의 온기가 채 식지도 안은

저항 할 수 없는 힘 앞에 쌓여진 주검들

미군탱크 바퀴에 깔린 여린 아이들과 뭐 다를 게 있나

힘 센 놈 앞에서 육보시布施하는 거라고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라고

하 하 하

오늘도 시체들 앞에서 입맛 다시고 있는 광기와

피의 날개 입은 천사들이

일용할 양식을 준 여호와 말씀 전도하고 있다

 

내 몸에 피와 살이 된 넋들을 위해

 

 

연못 돌기

 

연못 길을 돌다

거미줄에 몸이 감긴다

한바퀴 돌아오니 거미줄

한바퀴 돌아 거미줄

돌아 한바퀴

거미줄 끌고 이순을 연못 길 돌았으니

몸은 거미줄로 감긴 고치

속 번데기

 

언제 햇귀 드는 날

껍질 훌 벗고 나방으로 날지

스윽 손으로 치마 깃을 걷어낸다

으악새 머리가 하얗게 쉬었다

 

허리 안개 눈썹안개, 안개고동, 안개치마

 

 

극간

 

반딧불 하나가 어둠을 깨고

고요에 금을 내는 귀뚜라미 염불소리

 

 

 

 

 

절벽 아래 휘둘러 가는 몰운沒蕓을

 

박무, 농무, 심무

영감, 농부

 

진백

 

세월에 일그러진 몸이

 

굴뚝

 

안에 새가 든다

굴 속은 미로같은 초고속 인터넷

광속기

속다르고 겉다른

 

 

적적해서 혼자서 중얼거리다 묻고 답 한다

 

 

 

 

 

 

온 동네가 강 건너 불구경에 정신이 없을 때

경계가 경계를 허물고

동북아공정과 대포동 미사일 독도가

탈을 쓰고 꼭두각시 장단에 춤추고 있다

 

 

 

패가

 

늙은 노인의 悲歌

 

 

 

 

 

 

굴비와 북

 

뜰 앞 햇살기대 졸고 있는 굴비

속 비워내고 비워내 말린 까칠한 세월이

너른 바다를 유영하며

간지(干支)로 노래하던

다섯 구비의 파도를 엮어 만들 북

저 굴비의 앙상한 손등에

날아든 나비가 북을 치고 있다

 

 

 

한 가락 했다던 칼칼하던 맴도 파도의 지느러미

돌진하던 고래의 목덜미를 낙아채던 기운도

얼렁 뚱단 세월에 엮어 말린 굴비

 

소식을 아는 듯 능청스레 담쟁이 넝쿨만

담장을 기어올라 집안을 기웃거리고

날은 문창살 사이로 햇살은 드문드문

굴비의 듬성한 이발 사이로 가락국수의 기억을 잘라놓고 있다

벚꽃들이 마당에 수런거린다

 

산골 새벽 비는 가을을 재촉하고

온 밤새 비를 맞고 울고 있는 풀벌레 소리

골 안을 적시네

홀로 집 떠난 개 한마리

눈이 벌겋게 앉아 섧다

가을 새벽 종소리 마디마디에 단풍이 번진다

 

 

 

돌아올 것에 대하여

 

동북아공영

 

아,고구려의 땅

 

 

웃음이 번진다

 

산이 바람이 났다 붉은 바람이 山을 흔든다

능線위에 내여 앉는 고추잠자리

하늘이 수평을 놓치고 기웃둥 거리며 웃는다

구부렁 구부렁 線이 강물처럼 웃는다

처다보던 코스모스 잇발 사이로 햇살이 웃는다

直의 경계가 허물어지면 선명해지는 曲

외줄 타는 날개, 性이다

명상에든 부처

제 몸의 무게를 잊어버린 듯 空이다

잠자리 바람을 툭 걷어차며 차르르 웃는다

웃음이 번진다

마당을 한바퀴 돌아 안부를 묻고 담을 너머 하늘로 낮달의 기억처럼

 

빨랫줄이 웃는다

性이 묽다

 

독도

 

백두대간 베고 누운 마고할미

까만 젖꼭지

새쪽 푸른 옷고름 풀어헤쳐

 

 

 

웃음이 번진다

 

붉은 바람이 山을 흔든다

능線위에 내여 앉는 잠자리

하늘이 수평을 놓치고 기웃둥 거리며 웃는다

구부렁 구부렁 線이 강물처럼 웃는다

처다보던 코스모스 잇발 사이로 햇살이 웃는다

直의 경계가 허물어지면 선명해지는 曲

외줄 타는 날개, 性이다

명상에든 돌부처

제 몸의 무게를 잊어버린 듯 空이다

잠자리 바람을 툭 걷어차며 차르르 웃는다

웃음이 번진다

마당을 한바퀴 돌아 안부를 묻고 담을 너머 하늘로 낮달의 기억처럼

 

빨랫줄이 웃는다

性이 묽다

 

꽃의 무게에 지구가 기웃둥 거린다.

바다가 햇살을 잘근잘근 씹고 있다

품었던 해를 되새김질 하며

 

안경에 먼지가 낀다

뿌연 먼지가 낀다

 

 

당신은 피의 맛도

흐르는 푸른 강물에 검은 피가 당신의 희망

희망은 오직 승리의 구호 속에 쓰러지는 당신의 왼족 빰

반쪽은 살이있고 반쪽은 앙상한 해골

 

 

 

 

 

 

 

 

訃告

 

밤길이다

까막한 불빛 두어개 산골에 인불처럼 날리고

달빛도 무서워 구름 뒤에 숨어 고개밀지 못한 밤

꼬부랑길을 승용차 한 대가 지나자

비린 바람이 산골 동네를 훝고 지난다

고양이 울음이 고요에 금을 낸다

산골이 訃告를 哭한다

 

못나 놈 그렇게 쉽게 갈 꺼면 뭣하러 왔당가

상여집 담장에 기댄 늙은 당산나무가 문상객을 불러 모으고

객사한 고양이 주검 가에 모였다

속도의 바퀴에 찢겨져 너브러진 살점 하나씩

하나씩 물고 채비로 물고 간다

산골이 수런거린다

계곡을 타고 처렁처렁 들리는 곡소리

서걱서걱 억새들이 칼 가는 소리

상여집 문이 삐거덕거리고

너와 넘자 너와 넘자

상두꾼들 핑경 소리가 떨렁떨렁 흐른다

바람이 풍장을 친다

 

 

 

 

 

이뭐꼬

 

양사 사문 앞에 이르니 돌에 새겨진 이뭐꼬, 턱

가슴에 걸어와 앉는데 신주단지 모시듯 바랑에 넣고

공양간 지나는데 늙은 스님 햇볕에 기대앉아 양파 껍질 벗기고 있어

스님께 이뭐꼬, 하니 지금 양파 다듬고 있지,

양파는 껍질 볏겨도 또 껍질 양파는 어디에 있습니까,

스님 주먹을 쥐고 내 얼굴에 들이대며 이거나 처먹어 하길레

주먹을 입안에 넣고 콱 깨무니

스님 아야 하더라

 

 

 

Page

 

오늘도 한 페이지 유서를 접는다.

차곡히 쌓여가는 흔적의 책장들

오늘 임종을 맞고

내일은 늘 덤의 시간

3천5백년전 까마득한 고향의 별에서

천간지지의 운행을 따라

지구별로 떠나온 걸

다섯 개의 발가락과 손가락을 빌려 쓰던

기억이 별이다.

 

누구나 한권의 유고집을 쓰고 간다.

 

 

風葬

 

넘실거리던 초원을

움켜잡았던 발톱과

식욕을 썰던 어금니사이로 흘러내리는

쾅쾅거리며 돈맛을 챙기며 야금야금 파먹어 들던 굴속

낡은 바람이 흘러 들는 폐광이다

 

 

폭풍우치는 들판을 휘갈겨 쓰던 붉은 피의 파도

 

햇살이 빠져나간 저 가슴뼈 사이

밤마다 별빛 드나들며 고향 이야기 들려주었을

우우 칼바람이 살을 쪼아놓고 가면

검은 까마귀 떼들 몰려와 배불리 먹고 갔을

먹다 남은 살은 밤눈의 승강이와 작은 입들이 와서

거뜬히 일용할 영식을 챙겼으니

이제 남은 꿈은 뼈의 시간을 부수고 모래 바람에 쌓여

작은 집을 짓는 것

마지막 성부성자성신의 안식을 뱀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바람이 설ㅂ게 사막을 울리고 있다.

붉은 파도 출렁 산이 생긴다

 

 

허공에 풍장 치는 여자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듯

땅의 정령들이 거둬 가버린 집

살아서 땅을 안고 기어다니던 배가 하늘을 안고있다.

흙을 밟고 중심을 세월T을 다리는 허공중에 바람을 거머잡고

 

 

 

눈밭에 발자국

살아온 무게만큼 찍히는 발자국

한나절 생인 듯 누워있더니

햇살이 자국을 거두어 갔다.

 

꽃상여가 마을 앞을 지난다

뒤 따르던 흰 까마귀와 검은 까마귀

상여는 학처럼 너울거리고

너와 넘자 너와 넘자

상두꾼들이

출렁거리는 길이 바다가 산고개 넘어

구름이 새를 삼킨 지 오래다

새의 영혼들이 하나, 하나씩 흩날리고 있다

 

 

 

꽃상여

 

눈밭에 꽃상여

붉은 꽃상여

 

 

꽃불 흔날리며

눈길을

간다

 

까마귀 어깨위서

휘청휘청

춤추는 날개

 

生마음 떼어준 무게만큼

검은 꼬리 달고서

 

곡하는 솔밭길 지나

 

꽃신신고 넘던 고개

꽃등 타고 넘어 가네

 

꽃잎 나풀

눈꽃 나풀

이승눈밭 사라지네

 

 

 

쏟아지는 장대비에 견디지 못한 산이 눕는다.

번쩍 내리치는 흰 칼날에 산은 목이 잘리고

 

산이 흰 날개를 달았다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산아래 마을 개들이 일시에 짓는다

산은 마을을 염하고 들을 염하고 산을 너머 바다로 떠난다

푸른 파도위에다 날개를 접는다

아랫도리를 바다에 담그고

산은 명상에 든다

 

여자가 입고 있던

속치마를 바람이 한 겹씩 걷어낸다

아랫도리는 바다에 담그고

비에 젖은 흰치마 저고리 벗어놓고 호수에 첨벙 첨벙 씻어

산허리에다 걸어 널어놓고

알몸을 쉬고있다 속살 문질러 대는 파도가

훤히 비친 속살 속에는 잉어 몇 마리 심장처럼 펄떡 거린다

바람이

토함산 허리를 걸터앉아

산을 염하고 있다.

하얀 무명포로 몸을 감고

동해 앞바다에 헹군 아미포를 솔나무에 걸어 널어놓고 호수가에 앉아서 쉬고 있다.

늙은 개가 컹컹거린다.

멀리 이승을 떠나는 산을 보며

조문객들이 뒤 따르며

세월은 늙어도 시간은 늙지 않는다.

 

 

 

 

씨없는과일-종무과실

영그는 열매들은 모두가 껍질을 벗는다 문을 연다

 

고구마 순이 웃자라지 못하게 순을 잘라준다

 

 

 

 

 

석류

 

세월을 견디다

견디다 터져 나온

떫고 시린 웃음들

 

 

나는 피리 부는 사나이

 

 

나는 피리 부는 사나이 바람 따라가는 떠돌이

멋진 피리하나 들고 다닌다.

모진비바람이 불어도

거센 눈보라가 닥쳐도

은빛 피리하나 물고서

언제나 웃고 다닌다.

 

고기도 아닌 것이 바다에 살며 심해 깊은 곳에서

뼈도 없이 흐느적 거리지만

온몸이 발이고 머리고 입인 8개 피리 불고 다니는

다리 배에 붙은 깔대기 항문

발(교접완)이 머리위에 나있고 입발 밑에 입을 달고 항문은을 달고있는 것이

바다를 떠도는 피리부는 뇸이라고

아직도 손이 되지 못하고 날개가 되지못한 다리가 바다위를 날아다닌다고

출렁거리는 바다의 노래를 부른다고

울릉도의 거리에서 건포로 말려지는 바람과 햇살에

바다의 노래를 닮아 있은 악사이고 시인이라고

불등걸 위에서 갈퀴질 하며 마지막 피리를 부는 파도가

푸른 시간이 빠져나간 나뭇잎처럼

넌출 넌출 바다가 붉게 익어간다.

몸은 딱딱한 화석으로

날 저문 포구어귀에 비껴선 가로등

반쯤 허리끈을 풀고 전신주에 어깨기대며 흔들거린다.

술잔 안이 출렁거리며 바다가 들어 않고

저 심해 깊은 곳으로 피리를 불며 유영하는 오적어烏賊漁

철석 파도가 입안으로 밀려온다.

바다가 된 입안에서 출렁거리는 파도 타며

생에서의 마지막 피리를 불며

그렇게 노래 한 곡씩 가슴에 묻는다

 

사람들 가슴에 탑 하나씩 쌓고 산다.

누구나 한번쯤은 무영탑 하나씩 안고 살겠지요.

그림자 없이 가슴에만 오돗이 세워두고 싶은

세월에 비바람에 일그러졌지만

중심을 잃지 않고 버티는 탑

누구나 한번쯤은 탑을 세우고 싶어 합니다.

꼿곳하게

 

 

 

 

 

 

 

토담위에 아이 주먹만한 푸른달

감나무에 걸린달

삼칠 지나도 기울지 둥근달

세상 닮아서 누렇게 익는달

아, 달도 익으면 몸안에 씨를 품는 씨달

간무에 달이 밤마다 지키고 서서

지 닮은 모슴으로 키우는달

 

달들이 둥근건

 

 

씨알

 

돌담위에 푸른 달

누렇게 익으면

한 움큼 씨알 품는데

감나무에 걸린 저 달

이칠 마다 차고 기울면서

속 씨 품고 익으려나

 

 

시는 한편의 드라마이고 소설이며 삶이다.

시는 젊은 힘으로 세상을 받치는 추춧돌이다.

시는 우주의 이치를 꿰뚤어야 하며 이치의 법을 설하는 것이다.

시는 늘 샘물같은 맑은 청량수요

어두운 길을 안내하는 등불이다.

시는 천간지주로 받치는 오행의 길이다.

 

쌀 씨게

 

 

창작 체험 감정 구체성 서정 상황

 

씨가 달라도 알몸이면 불알 두 쪽 닮은 걸로

하나 되는 웃음이 있다고.

 

 

여보게 자네는 아직도 상중인가

이젠 수의를 벗으시게

아랫 마실에 벗들은 봄 벗들 보기 쑥스러워 어깨에서 슬금 내려왔다 구먼

 

 

 

 

열녀전 끼고 서방질 한다더니

음뭉한 두꺼비 옛말한다. 흉한 두꺼비 남의 속엣말 한다

염초청 굴뚝같다.

얼굴에 모닥불 담아 붓듯

오뉴월 겉 불도 쬐다나면 서운하다.

왜가리 여울목 건너보듯

오뉴월 댑싸리 밑의 개 팔자

떫기는 오뉴월 살구같다

단칸방에서 이붓시애비 노는 꼴 보기 싫어 못살겠다

쫒기는 개가 요란히 짖는다.

가는 년이 보리방아 찧어 놓고 갈까.

굿 뒤에 날장구 친다고

과부 머슴 처다 보듯

햇귀-새 햇빛

 

 

 

질주하던 속도가 죽는다

느림이 빠름을 죽인다

속도와 속도가 부딪쳐 일어나는 속도가 살생을 한다

강철을 찢고 뼈를 부수고 물렁한 힘들은

몰랑한 힘들은 가랑이 사이로 바라보던 힘들은 바퀴의 힘으로 바뀐다.

 

누구나 달 하나씩 품고 산다

호박이 씨앗품듯

꼭지가 젖줄이고 샘일줄이야

아이들 불고노는 비누방울같은 내

내안ㅇ에 달이 불어 키울수 있다면

달이 나를 품고 산등(재)을 넘어가겠지

 

 

 

 

환전한 하나의 살생으로 곧 생의 질서이다.

살생의 속도는 시간에 비례한다.

 

 

와뜰- 놀라다

 

 

 

 

빈방-텅빈충만

비워있는 마음 眞空妙有

외톨박이

 

修行-흐르는 물에 발 담그기

낡은 것 묶은 것

 

빈 들녘도 풍성한 계절을 비워내고 있는 것

허허로움으로 받아내는

부드러움이 단단함을 이겨내듯

 

저 작은 콩알보다 작은 순한 개미한마리가

부드러움의 힘을 눈으로 키우더니

눈이 순한 짐승 한 마리 몸을 키우고 날개를 달고

대지 위를 포효하더니

 

부드러운 뱀의 舌이 날름거리며 삼켜버리는 강함들

속살강철 뼈기둥으로 땅을 움켜잡고 버티고선 콘크리트다리

부드러움이 모이면 강해진다는 것을

또 부드러운 손길에 거뜬히 다리가 세워지겠지.

 

 

바다가 깊게 침묵하는 것은 말씀을 다듬는 중이다

말은 부드럽지만 강하다

침묵이 깊을수록 마이 둥글고

 

녹은 그 그릇을 먹는다.

먹이 종이에 스며드는 이치는 먹이 종이를 지배하는 것이며

종이가 먹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191

홍수

 

상처가 아물면 속살이 돋아나듯 그놈이 지나간 뒷 자리엔 수붓한 새살이 난다.

 

192

홍수2

 

아침에 일어나니 집 앞개울에

다리가 없어졌다고 난리다

길을 싹둑 잘라먹고도

허기지듯 농막에 돼지 서너 마리까지 훔쳐갔다고

모두가 그놈 짓이라 하지만

손도 발도 없는 놈이 어떻게

 

매미소리에 감잎이 흔들린다

 

매미소리에 귀멍 든 감이 떫다

 

달이 파도를 끌어와 포구를 덮어준다

 

독도

마고할미 배꼽위에 까만 낮달

 

 

 

 

야간공사---동시

 

히 백촉등 감나무에 걸어 놓고 야간공사를 한다

해마다 오월이면 누이는 꽃집을 짓는다

찾아와 봄 처녀들 가슴 부풀게 하던 바람난 아저씨 뚝닥뚝닥 망치소리 분주히 오가는 바람아저씨 발걸음들

사각사각 지붕위에 이슬을 덥고

개미들이 모난 모서리다듬고 톱질을 한다

벽돌을 나른던

거미 목수가 귀밑에 꽂아둔 연필을 빼 줄줄 선을 긋고

 

 

사각사각 지붕 위에 이슬을 깔고 길게 먹줄을 팅겨 거미들이 출근하는 별들

지붕을 덮고있다.

먹줄을 팅겨 거리를 재고 기고 기초를 세우고 거미목수는 귀밑에다 연필을 빼

줄줄 선을긋고 벽돌을 나르능개미드응

 

밤에 별들이 내려와 꽃집을 짓고 가는 풍경을 묘사해 본다.

출근하는모습 작업하는모습 의견다툼 새벽이찾아와 서두르는모습

퇴근하는모습

앞니 들어낸 화안花顔이 웃고

 

 

꽃이 피어나는 과정이 깨달음을 가는 부처님의 아침 풍경

 

 

누가 산 앞을 지나면서 산을 보았다고 말하지 말라

산은 없고 숲만 무성할 뿐 산을 보고 산이라 하는 자는

산을 보지 못하고 어둠의 그림자만 볼뿐 진정 산을 보는자는

 

봄밤 뻐꾹새가 외딴집 불을 밝히네

 

 

 

입이 힘이고 눈이 힘이다.

 

 

 

뜰앞 잣나무에 걸린 月白

찻잔 안에 담긴 月白

朋白이 차를 마시니

배(船)가 훤한 月白

 

 

기러기 산허리 자르며 먹 일획으로 지워내는 山法은 墨빛

 

아버지 주머니가 가난하다 배고파하는 주머니가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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