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결

수심결

통융 2017. 5. 28. 10:25

<수심결>

 

목우자 지눌스님이 불교의 마음을 닦는 방법과 마음이 무엇인가를 밝히기 위하여 저술한 책이다. 11. 목판본. 집필 연대와 장소는 미상이나, 저자가 41세로 지리산 상무주암(上無住庵)에 있을 때 열람했던 대혜어록 大慧語錄을 인용하고 있는 점으로 보아 1198(신종 1) 이후의 저술로 추정된다.

체제는 불경의 일반적인 내용 구분방법인 서분(序分정종분(正宗分유통분(流通分)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정종분은 다시 99(九問九答)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분의 내용을 보면, 이 세계가 불타는 집과 같이 뜨거운 번뇌로 가득 채워져 있고, 인간은 그 속에서 긴 고통을 받고 있음을 상기시킨 뒤 윤회를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부처가 되는 길임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어리석어 자기의 몸이 참 부처인 줄을 알지 못하고 자기 성품이 참 법()임을 알지 못한 채 마음 밖에서 부처를 구하고 성품 밖에서 법을 구하려고 한다.

그러므로 진리를 구하려는 사람은 밖으로 향하는 눈길을 안으로 돌려 마음을 밝힐 것을 가르쳤다. 마음의 본바탕은 물듦이 없고 본래부터 원만히 이루어진 것으로, 사람들이 허망한 분별만 여의면 곧 어엿한 부처가 됨을 강조하고 있다.

유통분의 제1문답에서는 만일 불성(佛性)이 이 몸 가운데에 있다면 어찌 불성을 보지 못하는가를 질문한 데 대하여, 지눌은 불성이 몸 안에 있지만 스스로 보지 못할 뿐이며, 사람이 목마르고 배고픈 줄 알며, 차고 더운 줄 알며, 성내고 기뻐할 줄 아는 그것이 곧 불성이라고 한다. 그리고 불성이 부처님의 법인(法印)이요, 사람들은 본래 마음인 만큼 불성을 헛되이 밖에서 구하지 말고 안으로 비추어 볼 것을 강조하였다.

지눌은 이에 관하여 옛날 이견왕(異見王)과 바라제존자의 문답 등을 예로 들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2문답에서는 자기가 바로 부처임을 깨달으면 부처로서의 영원성과 무한한 능력이 나타나야 할텐데 어찌 오늘날 깨달았다는 사람들이 신통(神通)을 나타내지 못하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다. 지눌은 이러한 의심이 앞뒤를 알지 못하고 도를 배우는 헛된 견해에서 비롯된 잘못이라고 꾸짖고, 돈오(頓悟)와 점수(漸修)와 신통의 관계로 이를 설명하였다.

지눌은 여기서 도()에 들어가는 문은 결국 돈오와 점수의 이문(二門) 밖에 없다는 것과 모든 성인들이 먼저 깨닫고 뒤에 닦는 선오후수(先悟後修)를 행함으로써 부처가 된다는 해탈론(解脫論)을 제시하였다.

이를 근거로 하여 신통이란, 마음이 곧 부처임을 알아서 단박에 깨달은 뒤 다시 점차로 익히고 닦아감에 따라 나타나게 되는 부수적이고 지엽적인 한 현상이라고 하였다.

3문답에서는 돈오와 점수의 뜻을 분명히 규정지었다. 돈오는 범부가 한 생각에 본래부터 번뇌가 없고, 지혜가 저절로 갖추어져 있어서 모든 부처님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본성을 보아 단박에 깨닫는 것이라 하였다.

점수는 비록 본성이 부처와 다름이 없음을 깨달았지만, 끝없이 익혀온 버릇은 한순간에 없애기 어려우므로, 돈오에 의지하여 성인의 경지에 이를 때까지 점차로 닦아 익히는 수행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지눌은 해탈의 방법에는 돈오후점수(頓悟後漸修)라는 한 가지 길밖에 없음을 시사하여 종래의 점수후돈오(漸修後頓悟)의 입장을 거부하였다. 4문답과 제5문답은 돈오의 방법을 설명한 것이다.

4문답에서는 지눌이 돈오는 곧 그대의 마음이다. 만일 잃지 않은 줄 알면, 곧 마음을 보는 것이고, 그것이 견성(見性)이다.”라고 한 것을 더욱 자세히 풀이하였다. 지눌은 공적영지(空寂靈知)의 마음이 곧 본성이라고 강조하면서, 이 공적영지를 망념妄念은 본래 고요함(), 객관세계는 본래 공(), 모든 법()이 공한 그곳에 신령한 앎이 있음靈知등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6문답에서는 공적영지심(空寂靈知心)을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듣고 웃고 말하고 성내고 기뻐하고 옳고 그르다 하는 온갖 행위를 하는 것이 곧 범부의 마음이다. 그러나 이 마음을 되돌려 비추어 보면 어떤 소리도 분별도 얻을 수 없고, 범부와 성인, 더러움과 깨끗함, 옳고 그름을 찾을 수 없으며, 온갖 이름과 말을 붙일 수 없다.

그렇지만 모든 것이 붙을 수 없는空寂그곳에 영지가 항상 밝게 있어서, 스스로 모든 것을 분명히 분별할 줄 알기 때문에 공적영지심이라고 하였다. 이어 지눌은 이 공적영지심이 성인이라 하여 더하지 않고 범부라 해서 덜하지 않은 것이지만, 성인이 범부와 다른 점은 스스로 마음을 지키는 것이라고 하면서, 만일 믿어 의심이 단번에 없어지면 곧 돈오한다고 가르쳤다.

7문답은 돈오 후에 점수를 해야만 하는 이유와 점수하는 방법을 설명하였다. 점수하는 방법으로는 망념을 다스리고, 선정과 지혜를 고루 닦는定慧等持것으로 요약하였다. 8문답에서는 점수문(漸修門)의 선정과 지혜를 고루 가진다는 정혜등지의 뜻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였다.

지눌은 불교의 수행 방법에 84000가지 문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 요강을 간추려 보면 정혜(定慧체용(體用)으로 집약되고, 다시 정()은 체(), ()는 용()으로 묶을 수 있으며, 정과 혜는 또한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결국은 정과 혜를 함께 닦는 정혜쌍수(定慧雙修)의 길밖에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정혜수행을 지눌은 자성정혜(自性定慧)라고 이름 붙였다.

그러나 업장(業障)이 두터워서 선악의 경계에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허망한 인연을 다스리는 공부방법을 취해야만 한다. 따라서 산란한 번뇌가 성한 사람은 먼저 선정을 닦고 다음에 지혜를 닦아야 하며, 졸음이 많고 멍청한 상태에 잘 빠지는 사람은 지혜를 먼저 닦아 공의 도리를 관찰한 뒤 선정을 닦을 것을 권장하였다. 이렇게 사람의 소양에 따라 수행을 달리 하는 정혜법을 지눌은 수상정혜(隨相定慧)라고 하였다.

9문답에서는 제8문답의 자성정혜와 수상정혜를 더욱 분명하게 설명하였다. 자성정혜의 돈오문은 공() 들임이 없이 공을 닦는 무공지공(無功之功)으로 정혜쌍수하여 성불하는 법이고, 수상정혜는 원래 아직 깨닫기 전의 열등한 근기(根機)가 번뇌를 억지로 끊어서 고요한 데로 들어가는 점수문(漸修門)의 공부 방법이다.

그러나 돈오 후의 수행에 이 수상정혜법을 둔 것은 단순히 교문(敎門)에서 말하는 점수의 수상정혜법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방편상 이 방법을 말한 것 뿐이다. 깨달은 뒤에 닦는 수상정혜는 점수문의 수행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서 오염되지 않고 하는 것이 없는 무위(無爲)의 입장에서 닦는 것이므로, 비록 상을 따라 닦는다고 하여도 마침내 정혜를 함께 닦아서 천진자성(天眞自性)에 계합하게 된다고 하였다.

유통분에서는 이 책을 올바로 이해하여 부지런히 도를 닦는 것과 이러한 법문이 가지는 공덕을 누누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중심사상인 돈오점수와 정혜쌍수사상은 뒤에 지눌이 간화결의론 看話決疑論을 지어 주장한 간화경절선(看話徑截禪)의 사상과 함께 지눌의 대표적인 사상이 되었고, 이러한 사상은 한국불교선종의 수행지표가 되었다.

우리 나라 불교의 선종 뿐 아니라 교종에서도 중요한 전적으로 전수되어온 이 책은 명나라 대장경인 명장(明藏)빈가대장경 頻加大藏經·대정신수대장경 大正新修大藏經등 높은 권위를 가진 여러 나라의 대장경 안에 모두 수록되어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지눌의 생존 당시 이래 수십 차례에 걸쳐 판본이 발간되고 있는데, 현재 남아 있는 중요한 고간본(古刊本)은 다음과 같다.

비현각(丕顯閣)이 결하고 신미(信眉)가 언해한 것으로 1467(세조 13)에 간경도감에서 간행하였으며, 서울대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② ≪선종유심결 禪宗唯心訣에 합간된 것으로, 1493(성종 14) 고성 벽운사(碧雲寺)의 개판본을 1499(연산군 5) 가야산 봉서사(鳳栖寺)에서 복간하였다.

1500년 가야산 봉서사에서 개판한 것으로 해인사 사간장경에 소장되어 있다. 1799(정조 3)송광사(松廣寺)에서 개판한 것으로 장서각도서에 있다. ⑤ ≪선문촬요 禪門撮要에 수록되어 있으며, 1908년 금정산 범어사 개간본에도 수록되어 있다.

현대판으로는 1934년방한암(方漢岩)이 현토하고 이종욱(李鍾郁)이 번역한 고려보조국사법어 高麗普照國師法語와 김탄허(金呑虛)고려국보조선사어록, 한글대장경153, 이기영(李箕永) 한국의 불교사상, 심재열(沈載烈) 강설 보조법어(보조문화사, 1979) 등에 수록되어 있다.

 

1삼계의 뜨거운 번뇌가 마치 화택과 같거늘 거기에 참아 오래 머물러 긴 고통을 달게 받으랴.

윤회함을 면하고자 할진대 부처를 구함만 같지 못하고 만일 부처를 구하고자 할진대 부처는 곧 마음이니 마음을 어찌 멀리 찾으리오. 각자의 몸 가운데를 여의지 아니하였도다.

 

색신은 이 거짓이라 생함도 있고 멸함도 있거니와 참 마음은 허공과 같아서 없어지지도 아니하고 변하지도 아니 하나니라.

 

그런고로 "일백 뼈는 무너지고 흩어져서 불로 돌아가고 바람으로 돌아가되 한 물건은 길이 영령하여 하늘도 덮고 땅도 덮었다."하였나니라

  {·漢文} 三界熱惱猶如火宅이어늘 其忍淹留하야 甘受長苦欲免輪廻인댄 莫若求佛이요 若欲求佛인댄 佛卽是心이니 心何遠覓不離身中이로다 色身是假有生有滅커니와 眞心如空하야 不斷不變이니라 云百骸潰散하야 歸火歸風호대 一物長靈하야 盖天盖地라하니라


2슬프다 이 세상 사람들이여 미하여 온 지가 오랜지라 자기의 마음이 이 참 부처인 줄을 알지 못하고 자기의 성품이 이 참 법인 줄을 알지 못하여 법을 구하고자 하되 멀리 모든 성현에게서 찾으며 부처를 구하고자 하되 자기의 마음을 관()하지 아니하나니,

 

만일 마음 밖에 부처가 있고 성품 밖에 법이 있다고 하여 굳게 이 뜻에 집착하여 불도를 구하고자 하는 이일진대 비록 티끌 같은 겁()을 지내도록 몸을 태우고 팔을 불사르며 뼈를 깨어 골수를 내며 피를 뽑아 경을 쓰며 길이 앉아 눕지 아니하며 일종을 행하며 내지 일대장교(一大藏敎)를 다 읽어서 가지가지의 고행을 닦는다 할지라도 마치 모래를 쪄서 밥을 지으려는 것과 같아서 다만 스스로 괴로울 뿐이니 다만 자기의 마음만 알면 항하의 모래 수와 같은 수 없는 법문과 한량없는 묘한 의지를 구하지 아니하여도 얻으리니 그런 고로 세존이 이르시되 "널리 일체 중생을 보니 모두 여래의 지혜와 덕상을 갖추어 있다"하시고 또 이르시되 "일체 중생의 가지가지 환화가 다 여래의 원각묘심에서 생한다"하시니, 이 알라 이 마음을 떠나서 부처를 가히 이루지 못할 지로다

  {·漢文} 嗟夫今之人이여 迷來久矣不識自心是眞佛하고 不識自性是眞法하야 欲求法호대 而遠推諸聖하며 欲求佛호대 而不觀其心하나니 若言心外有佛하고 性外有法이라하야 堅執此情하야 欲求佛道者인댄 縱經塵劫토록 燒身燃臂하며 敲骨出髓하며 刺血寫經하며 長坐不臥하며 一食卯齋하며 乃至轉讀一大藏敎하야 修種種苦行하야도 如烝沙作飯하야 只益自勞爾但識自心하면 恒沙法門無量妙義不求而得하리니 世尊云普觀一切衆生하니 具有如來智慧德相이라하시고 叉云一切衆生種種幻化皆生如來圓覺妙心이라하시니 是知커라 離此心外無佛可成이로다


3과거의 모든 부처님도 다만 이 마음을 밝힌 사람이며 현재의 모든 현성들도 또한 이 마음을 닦은 사람이며 미래에 공부하는 사람들도 마땅히 이 법에 의지하여 수행할 것이니 원컨대 모든 수도하는 이는 간절히 마음 밖을 향하여 구하지 말지어다. 심성이 물듦이 없어서 본래에 스스로 두렷이 이루었나니, 다만 망연만 여의면 곧 여여한 부처니라

  {·漢文} 過去諸如來只是明心底人이며 現在諸賢聖亦是修心底人이며 未來修學人當依如是法하리니 願諸修道之人切莫外求어다 心性無染하야 本自圓成하니 但離妄緣하면 卽如如佛이니라


4묻되 [만일 불성이 현재 이 몸에 있다고 할진대 이미 몸 가운데 있는지라 범부를 여의지 아니하였거늘 무엇 때문에 나는 지금 불성을 보지 못하나이까.

 

다시 분명히 해석하여 하여금 다 깨치게 하소서.] 대답하되 [네 몸 가운데 있건마는 네가 스스로 보지 못하는 도다. 네가 하루 열두시 가운데 배고픈 줄도 알고 목마른 줄도 알며 추운 줄도 알고 더운 줄도 알며 혹 진심(瞋心)도 내고 혹 기뻐하기도 하는 것이 필경에 이 어떠한 물건인고. 또 이 색신이라 하는 것은 흙과 물과 불과 바람 이 네 가지 인연의 모인 바라 그 바탕이 완특하여 정식(情識)이 없는 것이니 어찌 능히 보고 듣고 깨닫고 알리오.

 

능히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것은 반드시 너의 불성이라 그런 고로 임제대사께서 이르시되 "사대가 능히 법을 설하고 법을 듣지 못하고 허공이 능히 법을 설하고 법을 듣지 못하되 다만 너의 눈앞에 역력히 홀로 밝아서 형상할 수 없는 것이라야 비로소 법을 설할 줄도 알고 법을 들을 줄도 안다"하시니, 이른바 형상할 수 없는 것은 이 모든 부처님의 법인이며 또한 이 너의 본래심이니라

  {·漢文} - 若言佛性現在此身인댄 卽在身中이라 不離凡夫어니 因何我今不見佛性이니이꼬 更爲消釋하야 悉令開悟케하소서 - 在汝身中컨만 汝自不見이로다 汝於十二時中知飢知渴하며 知寒知熱하며 或瞋或喜竟是何物且色身- 地水火風四緣所集이라 其質頑而無情이어니 豈能見聞覺知리오 能見聞覺知者必是汝佛性이니라 臨濟- 云四大不解說法聽法이요 虛空不解說法聽法이요 只汝目前歷歷孤明하야 勿形段者라사 始解說法聽法이라하시니 所謂勿形段者是諸佛之法印이며 亦是汝本來心也니라


5곧 불성이 현재 네 몸에 있거늘 어찌 밖에서 구하리오.

네가 만일 믿지 아니할진대 옛 성현들의 입도한 인연을 대략 들어서 너로 하여금 의심을 제거하게 하리니 너는 마땅히 진실히 믿을지어다. 옛적에 이견 왕이 바라제 존자에게 물어 가로되 "어떠한 것이 이 부처이오니까." 존자 가로되 "견성을 하면 이 부처이옵나이다." 존자 가로되 "대사는 견성하셨나이까" 존자 가로되 "나는 불성을 보았나이다.

 

"왕이 가로되 "성품이 어느 곳에 있나이까."

존자 가로되 "작용하는데 있나이다." 왕이 가로되 "이 무엇이 작용이기에 나는 지금에 보지 못하나이까" 존자 가로되 "지금도 작용을 하건마는 왕이 스스로 보지 못하나이다." 왕이 가로되 "그러면 나에게도 있나이까" 존자 가로되 "왕이 만일 작용을 하시면 불성 아님이 없거니와 왕이 만일 작용하지 않으시면 체()도 또한 보기가 어렵나이다." 왕이 가로되 "작용할 때에 당해서는 몇 군데로 출현하나이까" 존자 가로되 "만일 출현할 때에는 마땅히 여덟군데가 있나이다."

 

 왕이 가로되

 "그 여덟 군데로 나타나는 것을 마땅히 나를 위하여 설하소서" 존자 가로되 "태중에 있을 때에는 몸이요 세상에 처할 때에는 사람이요 눈에 있어서는 보는 것이요 귀에 있어서는 듣는 것이요 코에 있어서는 냄새 맡는 것이요 혀에 있어서는 말하는 것이요 손에 있어서는 잡는 것이요 발에 있어서는 걸어 다니는 것으로서 펴 놓으면 항하의 모래 수효와 같은 세계에 가득 차고 거둬 들이면 한 미진 속에 들어 가나니 아는 이는 이것을 불성이라 하고 모르는 이는 정혼(精魂)이라 하나이다."

 

왕이 이 말씀을 듣고 마음이 곧 열리었나니라. 또 어떠한 중이 귀종 화상에게 묻되 "무엇이 부처이오니까." 귀종이 이르시되 "네가 지금 믿지 아니할까 염려하노라" 중이 이르되 "화상의 진실하신 말씀을 어찌 감히 믿지 아니하오리까." 대사 이르시되 "곧 네가 부처니라" 중이 이르되 "어떻게 보림 공부를 하오리까" 대사 이르시되 "한 티끌이 눈에 있으매 허공 꽃이 요란하게 떨어지나니라." 하시니, 그 중이 언하에 크게 깨달으니라.

   {·漢文} 卽佛性現在汝身이어늘 何假外求리요 汝若不信인댄 略擧古聖入道因緣하야 令汝除疑하리니 汝須諦信이어다 異見王問婆羅提尊者曰何者是佛이니꼬 尊者曰見性是佛이니이다 王曰師- 見性否이까 尊者曰我見佛性이니이다 王曰性在何處니이꼬 尊者曰性在作用이니이다 王曰是何作用이관대 我今不見이니꼬 尊者曰今現作用이언마는 王自不見이니이다 王曰於我有否이까 尊者曰王若作用인댄 無有不是어니와 王若不用인댄 體亦難見이니이다 王曰若當用時하야는 幾處出現이니이꼬 尊者曰若出現時에는 當有其八이니이다 王曰其八出現當爲我說하소서 尊者曰在胎曰身이요 處世曰人이요 在眼曰見이요 在耳曰聞이요 在鼻辨香이요 在舌談論이요 在手執捉이요 在足運奔하야 偏現하야는 俱該沙界하고 收攝하야는 在一微塵이니 識者知是佛性이요 不識者喚作精魂이니이다 하고 心卽開悟하다 叉僧問歸宗和尙호대 何者是佛이니꼬 宗云- 我今向汝道하려하나 恐汝不信일까하노라 云和尙誠言焉敢不信이리이꼬 師云卽汝是니라 云如何保任이니꼬 師云一()在眼空花亂墜니라하시니 其僧言下有省하니라


6이상에 들어 말한 바 옛 성인들의 도에 들어온 인연이 명백하고 간이하여 힘을 더는 데에 방해롭지 아니하니 이러한 공안을 인하여 만일 믿어 아는 곳이 있고 보면 곧 옛 성인으로 더불어 손을 잡고 한가지 행하리라

  {·漢文} 上來所擧古聖入道因緣明白簡易하야 不妨省力하니 因此公案하야 若有信解處卽與古聖으로 杷手共行하리라


7묻되 [그대가 말씀하는 견성이 만일 참으로 견성일진대 곧 이 성인인지라 마땅히 신통 변화를 나투어 사람으로 더불어 다름이 있을 것이어늘 어찌한 연고로 지금 시대의 마음 닦는 무리들은 한 사람도 신통 변화를 나타냄이 없나이까

  {·漢文} - 汝言見性若眞見性인댄 卽是聖人이라 應現神通變化하야 與人有殊어늘 何故今時修心之輩無有一人發現神通變化耶이까


8대답하되 [너는 함부로 망녕된 말을 하지 말라.

()와 정()을 분간하지 못하는 것이 이 미하고 전도한 사람이니 금시에 수도하는 사람들이 입으로는 진리를 말하되 마음으로는 퇴굴심을 내어 도리어 대중없는 공부에 떨어진 이가 다 너의 의심하는 바이니,

 

도를 배우되 선후를 알지 못하며 이치를 설하되 본말을 가리지 못하는 이는 이 사견이라 이름할 것이요 수도라 이름하지 못할지니 오직 저만 그릇될 뿐 아니라 또한 다른 사람까지 그르쳐 주나니 어찌 가히 삼가지 아니할 바이랴

  {·漢文} - 汝不得輕發狂言하라 不分邪正是爲迷倒之人이니 今時學道之人口談眞理호대 心生退屈하야 返墮無分之失者皆汝所疑學道而不知先後하며 說理而不分本末者是名邪見이요 不名修學이니 非唯自誤兼亦誤他其可不愼歟


9대범 도에 들어오는 문이 많으나 강령으로써 말할진대 돈오와 점수의 두 문에 벗어나지 않나니,

비록 가로되 돈오 돈수는 이 최상 근기를 가진 분들의 들어가는 바라 하나 만일 과거를 미루어 볼진대 이도 이미 여러 생에 깨달음을 의지하여 닦고 닦아서 점점 훈습 해오다가 금생에 이르러 법을 들으면 곧 발오(發悟)하여 한 때에 문득 깨달아 닦아 마치나니 사실로써 말할진대 이도 또한 먼저 깨달아 뒤에 닦은 근기니 이 돈오와 점수의 두 문은 일천 성현의 밟아온 궤도라 그러므로 모든 옛 성현들도 먼저 깨닫고 뒤에 닦으며 닦음을 인하여 증득하지 아니함이 없나니 이른바 신통변화라 하는 것은 깨달음을 의지하여 닦아서 점점 훈습한 결과에 나타나는 것이요 견성하는 그 즉시에 발현하는 것이 아니니라

  {·漢文} 夫入道多門이나 以要言之컨댄 不出頓悟漸修兩門耳雖曰頓悟頓修是最上根機得入也若推過去인댄 已是多生依悟而修하야 漸薰而來라가 至於今生聞卽發悟하야 一時頓畢以實而論컨댄 是亦先悟後修之機也則而此頓漸兩門是千聖軌轍也니라 - 從上諸聖莫不先悟後修하야 因修乃證이니 所言神通變化依悟而修하야 漸薰所現이요 非謂悟時卽發現也니라


10저 경에 이르시되 "이치는 곧 문득 깨달을지라 깨달음을 따라 모든 의심이 일시에 사라지려니와 다생에 익힌 습관은 단번에 없애지 못할지라 차례로써 닦음을 인하여 다한다"하셨나니,

 

그런 고로 규봉 선사께서 깊이 먼저 깨닫고 뒤에 닦는 의지를 밝혀 가로되 "얼음 못이 온전히 이 물인 줄은 알았으나 양기를 빌려서 녹히고 범부가 곧 부처인 줄은 알았으나 법력을 의지하여 닦을지니, 얼음이 녹은즉 물 흐름이 윤활하여 곧 물 대고 씻는 공효를 나타낼 것이요 망념이 다한즉 심령이 통하여 마땅히 걸림 없는 광명을 얻어 임의로 활용하게 된다" 하시니,

 

밖으로 나타나는 신통 변화는 하룻날에 능히 이룰 바가 아니요 점점 훈습한 결과에 스스로 나타나는 것임을 이에 알겠도다. 하물며 신통 변화라 하는 것은 통달한 사람의 분상(分上)에는 오히려 요망하고 괴이한 일이며 또한 성현의 말변사라 비록 혹 나타났다 할지라도 아무 소용이 없거늘 금시에 미하고 어리석은 무리들은 망녕되이 한 생각을 깨달을 때에 곧 따라서 한량없는 묘용과 신통변화를 얻는다 하니 만일 이러한 견해를 가질진대 이른바 선후를 알지 못하며 또한 본말을 분간하지 못함이니 이미 선후 본말을 분간하지 못하고 불도를 구하고자 할진대 마치 모난 나무를 가지고 둥근 구멍에 맞추려 함이니 어찌 크게 어긋남이 아니리오

  {·漢文} 如經- 理卽頓悟乘悟倂消어니와 事非頓除因次第盡이라하시니 圭峰深明先悟後修之義曰識氷池而全水借陽氣以鎔消하고 悟凡夫而卽佛이나 資法力而薰修氷消則水流潤하야 方呈漑滌之功이요 妄盡則心靈하야 應現通光之用이라하니 是知事上神通變化非一日之能成이요 乃漸薰而發現也로다 況事上神通於達人分上에는 猶爲妖怪之事亦是聖末邊事雖或現之라도 不可要用이어늘 今時迷痴輩妄謂一念悟時卽隨現無量妙用神通變化라하나니 若作是解인댄 所謂不知先後亦不分本末也卽不知先後本末하고 欲求佛道인댄 如將方木하야 逗圓孔也豈非大錯이리오


11이미 공부하는 길을 알지 못하는 고로 어렵고 아득한 생각을 지어서 스스로 퇴굴심을 내어 부처의 종성을 끊는 이가 많지 않다 할수 없는지라 이미 스스로 밝지 못할새 또한 다른 사람의 깨친 것을 믿지 아니하여 신통이 없는 이를 보면 이에 경만심을 내어 어진 이를 속이고 성현을 속이나니 진실로 가히 불쌍한 일이로다

  {·漢文} 旣不知方便故作懸崖之想하야 自生退屈하야 斷佛種性者- 不爲不多矣旣自未明일새 亦未信他人有解悟處하야 見無神通者乃生輕慢하야 欺賢()하나니 良可悲哉로다.


12묻되 [그대가 돈오와 점수의 두 문은 일천 성인의 궤도라 하니 깨치기를 이미 문득 깨쳤을진대 점수할 필요가 무엇이며 닦기를 만일 점점 닦았을진대 어찌 돈오라고 말하리오.

 

돈오와 점수의 두 가지 뜻을 다시 펴 말씀하시와 나로 하여금 남은 의심을 제거하게 하소서.] 대답하되 [돈오라 하는 것은 범부가 미했을 때에 사대로 몸을 삼고 망상으로 마음을 삼아서 자성이 참 법신인 줄을 알지 못하며 자기 영지(靈知)가 이 참 부처인 줄을 알지 못하고 마음 밖에 부처를 구하여 물결과 물결을 따라서 허망히 돌아다니다가 홀연히 선지식의 지시를 힘입어서 정로에 찾아 들어 한 생각으로 빛을 돌이켜 자기의 본성을 보니 이 성품 자리에는 원래에 번뇌가 없고 샘이 없는 지혜가 본래 스스로 구족하여 곧 모든 부처님으로 더불어 털끝 만치도 다름이 없는 것을 알았을새 그런 고로 돈오라 하는 것이요

  {·漢文} - 汝言頓悟漸修兩門千聖軌轍也라하니 悟旣頓悟인댄 何假漸修修若漸修인댄 何言頓悟리오 頓漸二義更爲宣說하사 令絶餘疑케하소서 - 頓悟者凡夫迷時四大爲身하고 妄想으로 爲心하야 不知者性是眞法身하며 不知自己靈知是眞佛也하고 心外覓佛하야 波波浪走라가 忽被善知識指示入路하야 一念廻光하야 見自本性함이 而此性地에는 元無煩惱하고 無漏智性本自具足하야 卽與諸佛分毫不殊일세 云頓悟也


13점수라 하는 것은 비록 본성이 부처님으로 더불어 다름이 없음을 알았으나 다생 겁래로 익혀온 습기를 졸연히 다 제하기가 어려운 고로 깨달음에 의지하여 닦아서 점점 훈습하여 공을 이루어 성태(聖胎)를 장양하여 오래 오래 한 뒤에라야 성인을 이룰새 그런고로 점수라 하나니, 비컨대 어린 아이가 처음 나는 날에 육근을 갖춤이 다른 사람과 조금도 다름이 없으나 그러나 그 힘이 충실하지 못하여 오랜 세월을 지낸 뒤에라야 비로소 성인(成人)이 되는 것과 같나니라

  {·漢文} 漸修者雖悟本性與佛無殊無始習氣卒難頓除故依悟而修하야 漸薰功成하야 長養聖胎하야 久久成聖일새 云漸修也比如孩子- 初生之日諸根具足與他無異이나 其力未充하야 頗經歲月하야사 方始成人이니라


14묻되 [어떠한 방편을 지어야 한 생각으로 기틀을 돌이켜 문득 자성을 깨치게 되오리까.]

대답하되 [다만 네 마음이어늘 다시 무슨 방편을 지으리오. 만일 방편을 지어서 다시 앎을 구할진대 비컨대 한 사람이 있어 자기의 눈을 보지 못하고 써 이르되 눈이 없다고 하여 다시 구해 보고자 하는 것과 같도다. 이미 자기의 눈이어니 어떻게 다시 볼 수가 있으리오. 만일 잃지 않은 줄만 알면 그것이 곧 눈을 본 사람이라 다시 구해 볼 마음이 없거니 어찌 보지 아니하였다는 생각이 있으리오.

 

자기의 영지도 또한 이와 같아서 이미 자기의 마음이거니 어찌 다시 앎을 구하리오. 만일 앎을 구할진대 문득 얻지 못할 줄을 알 것이니 다만 알지 못할 줄을 알면 이것이 곧 견성한 것이니라.] 

  {·漢文} - 作何方便하야사 一念廻機하야 便悟自性이니이꼬 - 只汝自心이어늘 更作什()方便若作方便하야 更求解會인댄 比如有人不見自眼하고 以謂無眼이라하야 更欲求見이로다 旣是自眼이어니 如何更見이리오 若知不失인댄 卽爲見眼이라 更無求見之心이어니 豈有不見之想이리오 自己靈知亦復如是하야 旣是自心이어니 何更求會리오 若欲求會인댄 便會不得이니 但知不會하면 是卽見性이니라 15묻되 [상상 근기를 가진 사람은 들으면 곧 쉽게 알려니와 중하 근기를 가진 사람은 의혹심이 없지 아니할지니 다시 방편을 말씀하사 미한 이로 하여금 깨쳐 들어가게 하옵소서.] 대답하되 [도는 알고 알지 못하는 데에 속하지 아니한 것이니 너는 미함을 가져 깨달음을 기다리는 마음을 제해 버리고 나의 말을 들으라.

 

모든 법이 꿈과 같으며 또한 환화와 같은 고로 망녕된 생각이 본래에 적적하고 티끌 경계가 본래에 공해서 모든 법이 다 공한 곳에 영령하게 아는 것이 매하지 아니하나니 이 공적한 가운데 영지하는 마음이 곧 네 본래 면목이며 또한 이 삼세 제불과 역대 조사와 천하 선지식의 밀밀히 서로 전하시는 법인이니라.

 

만일 이 마음을 깨달으면 참으로 이른 바 계단을 밟지 아니하고 지름길로 부처의 지위에 올라서 걸음 걸음이 삼계를 초월하며 집에 돌아와서 문득 모든 의심을 끊을지라 문득 인천의 스승의 되어 자비와 지혜가 서로 도와서 자리이타를 아울러 행하여 인천의 공양을 능히 받되 날로 만량 황금을 소비시키리니 네가 만일 이러할진대 참으로 대장부라 일생에 할 일을 이미 마치었다 할지니라.] 

  {·漢文} - 上上之人聞卽易會이어니와 中下之人不無疑惑하니 更說方便하사 令迷者趣入케하소서 - 道不屬知不知除却將迷待悟之心하고 聽我言說하라 諸法如夢하며 亦如幻化故妄念本寂하고 塵境本空하야 諸法皆空之處靈知不昧하나니 卽此空寂靈知之心是汝本來面目이며 亦是三世諸佛歷代祖師天下善知識密密相傳底法印也니라 若悟此心이면 眞所謂不踐階梯하고 徑登佛地하야 步步超三界하며 歸家頓絶疑便與人天爲師하야 悲智相資하야 具足二利하야 堪受人天供養호대 日消萬兩黃金하리니 汝若如是인댄 眞大丈夫一生能事已畢矣니라


16묻되 [나의 분상에 있어서는 어떠한 것이 이 공적 영지의 마음이오니까.] 대답하되 [네가 지금 나에게 묻는 것이 이 너의 공적 영지의 마음이니,

 

어찌 반조해 보지 못하고 오히려 밖으로 찾는가. 내가 지금 너의 분상에 의지하여 바로 본심을 가리켜서 너로 하여금 문득 깨치게 하리니 너는 마땅히 마음을 청정히 하여 나의 말을 들으라. 아침으로부터 저녁에 이르도록 열 두 때 가운데 혹 보며 혹 들으며 혹 웃으며 혹 말하며 혹 성내며 혹 기뻐하며 혹 옳다 혹 그르다 하여 가지가지로 베풀어 행하고 운전하나니, 말하여 보라 필경에 이 누가 능히 이렇듯 운전하고 베풀어 행하게 되는고

  {·漢文} - 據吾分上인댄 何者是空寂靈知之心耶이까 - 汝今問我者- 是汝空寂靈知之心이니 何不返照하고 猶爲外覓我今據汝分上하야 直指本心하야 令汝便悟케하리니 汝須淨心하야 聽我言說하라 從朝至暮十二時中或見或聞하며 或笑或語하며 或瞋或喜하며 或是或非하야 種種施爲運轉하니 且道하라 畢竟是誰能伊()運轉施爲耶


17만일 색신이 운전한다 할진대 어찌하여 사람이 한 생각을 끊어 명()을 마치면 시체가 아직 썩고 무너지지 아니하였으되 곧 눈이 스스로 보지 못하며 귀가 능히 듣지 못하며 코가 냄새를 맡지 못하며 혀가 말하지 못하며 몸이 움직이지 못하며 손이 잡지 못하며 발이 걷지 못하느냐.

 

능히 보고 듣고 동작하는 것이 반드시 네 본심이요 네 색신이 아님을 이에 알겠도다. 하물며 이 색신은 사대의 성품이 공하여 저 거울 속에 형상과 같으며 물 가운데 있는 달과 같나니, 어찌 능히 요요하게 항상 알며 밝고 밝아 어둡지 아니하여 드디어 항하의 모래 수와 같은 묘용을 느껴 통하리오. 그런 고로 이르시되 "신통과 아울러 묘용이 물긷고 나무 운반하는 것이라"하였나니라

  {·漢文} 若言色身運轉인댄 何故有人一念命終都未壞爛호대 卽眼不自見하며 耳不能聞하며 鼻不辨香하며 舌不談論하며 身不動搖하며 手不執捉하며 足不運奔耶是知커라 能見聞動作必是汝本心이요 不是汝色身也로다 況此色身四大性空하야 如鏡中像하며 亦如水月하니 豈能了了常知하며 明明不昧하야 感而遂通恒沙妙用也리오 云神通竝妙用運水及搬柴라 하시니라


18또한 성리에 들어가는 길이 많으나 너에게 한 문을 가리켜서 너로 하여금 본원처에 돌아가게 하리니, 네가 또한 가마귀 울고 까치 지저귀는 소리를 듣느냐] 가로되 [듣나이다] 가로되 [네가 또한 너의 듣는 성품 가운데에도 허다한 소리가 있음을 듣느냐.] 가로되 [이 속에 이르러서는 일체의 소리와 일체의 분별을 함께 가히 얻지 못하리이다.] 가로되 [기특하고 기특하다. 이것이 이 관음보살의 성리에 들어가신 문이로다.

 

내 지금 너에게 묻노니, 네가 이르되 "이 속에 이르러서는 일체의 소리와 일체의 분별을 다 가히 얻지 못한다." 하니, 이미 가히 얻지 못할진대 이러한 때를 당하여는 이 허공이 아니냐.] 가로되 [또한 형상과 얼굴이 없는지라 말로써 가히 미치지 못하리이다.] 가로되 [이것이 이 모든 부처님과 모든 조사의 수명이니 다시 의심하지 말지어다

  {·漢文} 且入理多端이나 指汝一門하야 令汝還源케하리니 - 還聞鴉鳴鵲()之聲()曰聞이니이다 曰汝- 返聞汝聞性還有許多聲()曰到這裏하야는 一切聲一切分別求不可得이니이다 曰奇哉奇哉此是觀音入理之門이로다 我更問爾하노니 爾道호대 到這裏하야는 一切聲一切分別總不可得이라하니 旣不可得인댄 當伊()하야는 莫是虛空()曰元來不空하야 明明不昧니이다 曰作()生是不空之體曰亦無相貌言之不可及이니이다 曰此是諸佛諸祖壽命이니 更莫疑也어다


19이미 형상과 모양이 없을진대 또한 크고 작음이 있겠느냐.

이미 크고 작음이 없을진대 또한 가와 즈음이 있겠느냐.

가와 즈음이 없는 고로 안과 밖이 없고, 안과 밖이 없는 고로 멀고 가까운 것이 없고, 멀고 가까운 것이 없는 고로 피차가 없나니, 피차가 없은즉 오고 가는 것이 없고, 오고 가는 것이 없은즉 나고 죽는 것이 없고, 나고 죽는 것이 없은즉 예와 이제가 없고, 예와 이제가 없은즉 미하고 깨침이 없고, 미하고 깨침이 없은즉 범부와 성인이 없고, 범부와 성인이 없은즉 물들고 조촐함이 없고, 물들고 조촐함이 없은즉 옳고 그름이 없고, 옳고 그름이 없은즉 일체의 이름과 말을 다 가히 얻지 못할지니, 이미 다 없음이 이와 같아서 일체의 근()과 경()과 일체의 망념과 내지 가지가지의 형상과 모양과 가지가지의 이름과 말을 한가지 얻지 못할진대 이 어찌 본래에 공적하며 본래에 물()없음이 아니리오

  {·漢文} 旣無相貌인댄 還有大小()旣無大小인댄 還有邊際()無邊際故無內外하고 無內外故無遠近하고 無遠近故無彼此無彼此則無往來하고 無往來則無生死하고 無生死則無古今하고 無古今則無迷悟하고 無迷悟則無凡聖하고 無凡聖則無染淨하고 無染淨則無是非하고 無是非則一切名言俱不可得이니 旣總無如是하야 一切根境一切妄念乃至種種相貌種種名言俱不可得인댄 此豈非本來空寂이며 本來無物也리오


20그러나, 모든 법이 다 공한 곳에 영지가 매하지 아니하여 무정물과 같지 아니하고 성품이 스스로 신기롭게 아나니 이것이 곧 네 공적 영지의 청정한 심체라 이 청정하고 공적한 마음이 이 삼세 모든 부처님의 가지신 밝은 마음이며 또 일체 중생의 본원 각성이니, 이것을 깨달아 지키는 이는 온전하고 한결같은 자리에 앉아 촌보도 움직이지 아니하고 해탈을 얻을 것이요 이것에 미하여 배반한 이는 육취(六趣)에 흘러 긴 겁을 윤회하나니라.

 

그런고로 이르되 "한 마음이 미하여 육취에 가는 이는 자성을 떠나는 것이요 동()하는 것이며 법계를 깨쳐 한 마음을 회복한 이는 자성에 돌아오는 것이요 정()하는 것이라"하시니, 비록 미하고 깨침이 다를지언정 그 본원인즉 하나라 그러므로 이르시되 "말한 바 법이란 것은 중생의 마음을 이름이라"하시니라. 이 공적한 마음은 성인에게 있어 더하지 아니하고 범부에게 있어 덜하지 아니한지라 그런고로 이르시되 "성인의 지혜 가운데 있어서도 빛나지 아니하고 범부의 마음 가 운데 숨어서도 매하지 아니한다." 하시니, 이미 성인에게 더하지도 아니하고 범부에게 덜하지 아니할진대 부처님과 조사가 무엇이 사람에 다름이 있으리오. 써 사람에 다르다 하는 것은 능히 스스로 마음을 잘 두호해 가지시는 것 뿐이니라

  {·漢文} 이나 諸法皆空之處靈知不昧하야 不同無情하고 性自神解하니 此是汝空寂靈知淸淨心體而此淸淨空寂之心是三世諸佛勝淨明心이며 亦是衆生本源覺性이니 悟此而守之者坐一如而不動解脫하고 迷此而背之者往六趣而長劫輪廻하나니라 하사대 迷一心而往六趣者去也動也悟法界而復一心者來也靜也라하시니 雖迷悟之有殊乃本源則一也니라 所以하사대 言法者謂衆生心이라하시니라 而此空寂之心在聖而不增하고 在凡而不減이라 하사대 在聖智而不耀하고 隱凡心而不昧라하시니 旣不增於聖하고 不少於凡인댄 佛祖奚以異於人이리오 而所以異於人者能自護心念耳니라


21네가 만일 신심을 얻으면 모든 의심이 문득 쉬리니 장부의 뜻을 내며 진정한 견해를 발하여 친히 그 맛을 보아 스스로 긍정하는 땅에 이른즉 이것이 마음 닦는 사람의 깨친 곳이라 다시 계급과 차제가 없을새 그런고로 돈오라 한 것이니, 저 이르되 "믿는 인()의 가운데 모든 부처님의 과덕(果德)에 계합하여 털끝만치도 다르지 아니하여야 바야흐로 참 신심을 이룬다." 하니라.] 

  {·漢文} - 若信得及하면 疑情頓息하리니 出丈夫之志하면 發眞正見解하야 親嘗其味하야 自到自肯之地則是爲修心人解悟處也更無階級次第일새 云頓也如云於信因中契諸佛果德하야 分毫不殊하야사 方成信也라 하니라.


22묻되 [이미 이 이치를 깨쳤을진대 다시 계급이 없거늘 어찌 뒤에 닦아서 점점 훈습하여 점점 이룬다 하리이까.] 대답하되 [깨친 뒤에 점점 닦는 뜻을 앞에 이미 갖추어 말하였거늘 아직도 의심을 놓지 못하니 한 번 더 말하여 주는 것도 무방할지라 너는 마땅히 마음을 청정히 하여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으라. 범부가 비롯이 없는 광대의 겁으로 부터 금일에 이르기까지 오도(五道)에 윤회하여 생을 받아 올 때나 죽어 갈 때나 나라 하는 것에 굳게 집착하여 망상 전도와 무명습기로 오래 오래 습관이 되었을새 금생에 이르러서 문득 자성이 본래에 공적하여 부처님으로 더불어 다름이 없음을 알았으나 이 옛 습관을 졸연히 제거하기가 어려운 고로 역경과 순경을 만나매 성내고 기뻐하는 마음과 옳으니 그르니 하는 마음이 성하게 일어나서 객진 번뇌가 전과 더불어 다름이 없나니 만일 반야로써 공을 더하고 힘을 들이지 아니하면 어찌 능히 무명을 대치하여 크게 쉬고 크게 쉬는 땅에 이르게 되리오.

 

저 이르시되 "깨친 바가 비록 부처님과 같으나 다생에 습기가 깊은지라 바람은 잤건마는 물결은 오히려 출렁거리고 성리는 나타났건마는 망념은 오히려 침노한다." 하며, 또 종고 선사께서 이르시되 "왕왕히 재주있는 무리들이 많은 힘을 들이지 아니하고 견성을 하면 문득 용이한 생각을 내어 다시 닦고 다스리지 아니하다가 날이 오래고 달이 깊으면 전과 같이 유랑하여 악도 윤회를 면하지 못한다." 하시니, 어찌 가히 한 때에 깨친 바로써 문득 뒤에 닦는 것을 저버리리오.

 

그런 고로 깨친 뒤에 항상 마땅히 비추고 살펴서 망념이 홀연히 일어나거든 도무지 따르지 말고 덜고 또 덜어서 덜 것이 없는 지경에 이르러야 비로소 구경처에 도달할 것이니, 천하 선지식들의 깨친 뒤에 목우행이 이것이니라

  {·漢文} - 旣悟此理인댄 更無階級이어늘 何假後修하야 漸薰漸成耶이까 - 悟後漸修之義前已俱說이어늘 而復疑情未釋하니 不妨重說이라 汝須淨心하야 諦聽諦聽하라 凡夫- 無始曠大劫來至於今日流轉五道호대 生來死去堅執我相하야 妄想顚倒無明種習으로 久與成性일새 雖到今生頓悟自性本來空寂하야 與佛無殊而此舊習卒難除斷故逢逆順境瞋喜是非熾然起滅하야 客塵煩惱與前無異하나니 若不以般若加功着力이면 焉能對治無明하야 得到大休大歇之地리오 如云頓悟雖同佛이나 多生習氣深이라 風停波尙湧하고 理現念猶侵이라하며 ()禪師- 云往往利根之輩不費多力하고 打發此事하면 便生容易之心하야 更不修致라가 日久月深하면 依前流浪하야 未免輪廻라하시니 則豈可以一期所悟便撥置後修耶悟後長須照()하야 妄念忽起어든 都不隨之하고 損之叉損하야 以至無爲하여야 方始究竟이니 天下善知識悟後牧牛行是也니라


23비록 뒤에 닦음이 있다 하나 이미 먼저 망념이 본래에 공하고 심성이 본래에 청정함을 깨쳤을새 악을 끊되 끊음이 끊는 바가 없고 선을 닦되 닦음이 닦는 바가 없나니 이것이 이에 참으로 닦고 참으로 끊는 것이라 그런고로 이르시되 "비록 만행을 갖추어 닦으나 오직 무념으로써 종()을 삼는다" 하시고 규봉 선사께서 먼저 깨치고 뒤에 닦는 뜻을 총괄적으로 판단해 가로되 "이 성품이 원래 번뇌가 없고 샘이 없는 지혜 성품이 본래 스스로 구족함이 부처님으로 더불어 다름이 없음을 문득 깨쳐서 이에 의지하여 닦는 이는 이 최상승선이라 이름하며 또한 여래의 청정선이라 이름하나니라.

 

만일 능히 생각 생각을 닦아 익히면 자연히 점점 백천삼매를 얻으리니 달마 문하에 전전히 서로 전하여 온 것이 곧 이 선이라" 하나니, 곧 돈오와 점수의 두 뜻이 수레의 두 바퀴와 같아서 하나만 빠져도 옳지 못하나니라

  {·漢文} 雖有後修已先頓悟妄念本空하고 心性本淨일새 於惡호대 斷而無斷하고 於善호대 修而無修하나니 此乃眞修眞斷矣云雖備修萬行이나 唯以無念으로 爲宗이라하시고 圭峰總判先悟後修之義云호대 頓悟此性元無煩惱하고 無漏智性本自具足함이 與佛無殊하야 依此而修者是名最上乘禪이며 亦名如來淸淨禪也若能念念修習하면 自然漸得百千三昧하리니 達摩門下展轉相傳者- 是此禪也라하니 則頓悟漸修之義如車二輪하야 闕一不可니라    


24어떤 이는 선악의 성품이 공함을 알지 못하고 굳이 앉아 움직이지 아니하여 몸과 마음을 억지로 눌러 항복 받기를 마치 돌로써 풀을 누르는 것과 같이 하면서 써 마음을 닦는다 하니 이것이 크게 미혹함이로다. 그런 고로 이르시되 "성문은 마음 마음이 미혹을 끊되 능히 끊는 마음이 이 도둑이라" 하시니,

 

다만 살생과 도적과 간음과 망어가 성품으로 좇아 일어남을 자세히 관하면, 일어나되 곧 일어남이 없는지라 당처가 문득 고요하나니 어찌 반드시 다시 끊으리오. 그런고로 이르시되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고 오직 깨침이 더딤을 두려워하라" 하며 또 이르시되 "생각이 일어나면 곧 깨치라. 깨치면 곧 없어진다" 하시니, 그런고로 깨친 사람의 분상에는 비록 객진 번뇌가 있으나 한 가지로 제호를 이루나니 다만 미혹된 마음이 근본이 없는 자리를 비추어 보면 허공 꽃과 같은 삼계가 바람에 연기 같이 걷어지고 육진 번뇌가 끓는 물에 얼음 녹듯 하리라

  {·漢文} 或者不知善惡性空하고 堅坐不動하야 捺伏身心如石壓草하야 以爲修心하나니 是大惑矣로다 하사대 聲聞心心斷惑호대 能斷之心是賊이라하시니 但諦觀殺盜()從性而起하면 起卽無起當處便寂이니 何須更斷이리오 所以하사대 ()念起하고 唯恐覺遲라하며 叉云念起卽覺이라 覺之卽無라하시니 悟人分上에는 雖有客塵煩惱俱成醍()但照惑無本하면 空華三界如風券煙하고 幻化六塵如湯消氷하리라


25만일 능히 이와 같이 생각 생각이 닦고 익혀서 본래 면목을 비추어 봄을 잊지 아니하여 정()과 혜()를 평등하게 가지면 곧 사랑하고 미워하는 것이 자연히 담박해지고 자비와 지혜가 자연히 더하고 밝으며 모든 죄업이 자연히 없어지고 공부가 자연히 더 진보되어 모든 번뇌가 다하는 때에 생사가 끊어질 것이요 만일 미세한 번뇌까지라도 영원히 끊어 버리고 원각대지가 훤하게 홀로 나타나면 곧 천 백억 화신을 나투어 시방세계 어느 국토에든지 느낌에 다다르고 기틀에 응하되 마치 저 한 바퀴 둥근 달이 중천에 나타나매 그 그림자가 천강 만수에 비침과 같아서 응용함이 한량 없어서 유연중생을 제도하되 쾌락하여 근심이 없으리니 이름을 대각 세존이라 하나니라

  {·漢文} 若能如是念念修習하야 不忘照顧하야 定慧等持하면 則愛惡自然淡薄하고 悲智自然增明하며 辜業自然斷除하고 功行自然增進하야 煩惱盡時生死卽絶이요 若微細流注永斷하고 圓覺大智朗然獨存하면 卽現千百億化身하야 於十方國中赴感應機호대 似月現九()影分萬水하야 應用無窮하야 度有緣衆生호대 快樂無憂하리니 名之爲大覺世尊이니라


26묻되 [깨친 뒤 닦는 문 가운데 정과 혜를 평등하게 가진다는 뜻을 실로 밝게 알지 못하오니 다시 베풀어 말씀하시와 자세히 보이어 미한 소견을 열으사 하여금 해탈의 문에 들게 하소서.] 대답하되 [만일 법의를 베풀어 말할진대 성리에 드는 문이 많으나 정과 혜 아님이 없고 그 강요를 취하건대 다만 자성상의 체와 용 두 가지 뿐이니 앞에 말한 공적 영지가 이것이라 정은 이 체요 혜는 이 용이니 체에 나아가 용이 있는 고로 혜가 정을 여의지 아니하고 용에 나아가 체가 있는 고로 정이 혜를 여의지 아니하며 정이 곧 혜인 고로 고요한 가운데에도 항상 신령하게 아는 지혜가 있고 혜가 곧 정인 고로 신령하게 알면서도 항상 고요한지라 그러므로 육조 대사께서 이르시되 "심지가 요란하지 아니함이 자성의 정이요 심지가 어리석지 아니함이 자성의 혜라" 하시니, 만일 이와 같음을 깨쳐서 공적 영지를 임의로 운전하며 막히고 밝음이 둘이 아닌즉 이것이 곧 돈오 문에 정과 혜를 쌍으로 닦는 것이니라

  {·漢文} - 後修門中定慧等持之義實未明了하오니 更爲宣說하사 委示開迷하야 引入解脫之門하소서 - 若說法義인댄 入理千門이나 莫非定慧取其綱要컨댄 則但自性上體用二義前所謂空寂靈知是也定是體慧是用也卽體之用故慧不離定하고 卽用之體故定不離慧하며 定則慧故寂而常知하고 慧卽定故知而常寂이라 如曹溪云心地無亂自性定이요 心地無癡自性慧라하시니 若悟如是하야 任運寂知하며 遮照無二則是爲頓門個者雙修定慧也니라


27만일 말하되 "먼저 적적함으로써 분별 망상을 다스리고 뒤에 성성함으로써 혼침에 떨어짐을 다스린다" 하여 선후로 대치하여 혼침과 산란을 고르게 골라서 써 정()에 드는 이는 이 점수문 중에 하열한 근기의 행하는 바라 비록 성성하고 적적함을 평등하게 갖는다 하나 고요함을 취하여 수행을 삼음을 면하지 못할지니 어찌 성품을 요달한 사람들의 본래 고요하고 본래 아는 자리를 여의지 아니하고 정과 혜를 임의로 운전하여 쌍으로 닦는 이가 되리오. 그런고로 육조대사께서 이르시되 "스스로 깨쳐 수행함은 다툼에 있지 아니하나니 만일 선후를 다투면 곧 이 미한 사람이라" 하시니라

  {·漢文} 若言先以寂寂으로 治於緣慮하고 後以惺惺으로 治於昏住라하야 先後對治하야 均調昏亂하야 以入於靜者是爲漸門劣機所行也雖云惺寂等持未免取靜爲行則豈爲了事人不離本寂本知하고 任運雙修者也曹溪云自悟修行不在於諍이니 若諍先後하면 卽是迷人이라하시니


28곧 통달한 사람의 분상에 정과 혜를 평등하게 가지는 뜻은 공부하는 데 별로 딴 공력을 쓰지 아니하는지라 원래에 스스로 함이 없어서 다시 특별한 처소와 시절이 없을새 빛을 볼 때와 소리를 들을 때에도 다만 이러하며 옷 입고 밥 먹을 때에도 다만 이러하며 대소변 볼 때에도 다만 이러하며 사람을 대하여 말할 때에도 다만 이러하며 행하고 머물고 앉고 누울 때와 혹 말하고 혹 묵묵하고 혹 기뻐하고 혹 성내는 데에 이르기까지 일체 시중에 낱낱이 이와 같이 하되 마치 빈배를 물결에 멍에하매 높은 것을 따르고 낮은 것을 따르는 것과 같으며 물이 산을 끼고 돌매 굽은 곳을 만나면 굽은대로 가고 곧은 곳을 만나면 곧은대로 가는 것과 같아서 마음 마음이 분별이 없나니 오늘에도 헌거롭게 임의로 운전하고 내일에도 헌거롭게 임의로 운전하여 모든 인연을 따라 순하되 막히고 걸림이 없으며 선을 닦되 닦는 상이 없고 악을 끊되 끊는 상이 없어서 순박하고 곧아서 거짓됨이 없고 보고 듣는 것이 심상한지라 한 티끌도 상대되는 것이 없거니 어찌 방탕한 생각을 보내려고 하는 공력을 수고로이 하며 한 생각의 정욕도 내지 않는지라 망녕된 인연을 잊으려고 하는 힘을 빌릴 것이 없나니라

  {·漢文} 則達人分上定慧等持之義不落功用이라 元自無爲하야 更無特地時節일새 見色聞聲時但伊()하며 着依喫飯時但伊()하며 ()屎送尿時但伊()하며 對人接話時但伊()하며 乃至行住坐臥或語或默或喜或怒一切時中一一如是호대 似虛舟駕浪隨高隨下하며 如流水轉山遇曲遇直하야 而心心無知今日騰騰任運하고 明日任運騰騰하야 隨順衆緣호대 無障無碍하며 於善於惡不斷不修하야 質直無僞하고 視聽尋常이라 卽絶一塵而作對어니 何勞遺蕩之功이며 無一念而生情이라 不假忘緣之力이니라


29그러나, 업장이 두텁고 습관이 무거우며 법을 관하는 힘이 약하고 마음이 떠서 무명의 힘은 크고 반야의 힘은 작으므로 선악 경계에 동정이 서로 번갈아 번뇌를 일어냄을 면치 못하여 마음이 편하고 담담하지 못한 이는 인연을 잊고 방탕을 없애는 공부가 없지 못할지니 저 이르되 "육근이 경계를 대하되 마음이 경계에 끌리지 아니하는 것을 정이라 하고 마음과 경계가 한가지로 공하여 비추어 보는 것이 미혹됨이 없는 것을 혜라"하니 이 비록 수상문 정혜라 점수문 가운데 하열한 근기의 행하는 바이나 망연을 대치하는 문 가운데에는 가히 없지 못할지니라.

 

만일 산란심이 불같이 일어난즉 먼저 정으로써 자성 본리에 맞추어 흩어진 마음을 거두어 들여 마음이 망녕된 인연을 따르지 아니하여 본래 고요한 자리에 계합하게 하고 만일 혼침이 많은즉 혜로써 법을 택하고 공을 관하여, 비추어 보는 것이 미혹됨이 없어서 근본 지혜에 계합하게 할지니 정으로써 난상을 다스리고 혜로써 무기를 다스려 동정의 상이 없어지고 대치하는 공이 다한즉 경계를 대하여도 생각 생각이 근본에 돌아오고 인연을 만나도 마음 마음이 도에 계합하여 자유로이 운전하고 쌍으로 닦아 곧 일 없는 사람이 될 것이니 만일 이와 같이 하면 참으로 정과 혜를 평등하게 가져 밝게 불성을 본 이라 할 것이니라

  {·漢文} 이나 障濃習重하고 觀劣心浮하야 無明之力하고 般若之力하므로 於善惡境界未免被動靜互換하야 心不恬淡者不無忘緣遣蕩功夫矣如云六根攝境心不隨緣謂之定이요 心境俱空하야 照鑑無惑謂之慧라하니 此雖隨相門定慧漸門劣機所行也對治門中不可無也니라 若掉擧熾盛則先以定門으로 稱理攝散하야 心不隨緣하야 契乎本寂케하고 若昏沈尤多則次以慧門으로 擇法觀空하야 照鑑無惑하야 契乎本知케할지니 以定으로 治乎亂想하고 以慧治乎無記하야 動靜相하고 對治功하면 則對境而念念歸宗하고 遇緣而心心契道하야 任運雙修하야 方爲無事人이니 若如是則眞可謂定慧等持하야 明見佛性者也니라


30묻되 [그대의 판단한 바에 의지할진대 깨친 후에 닦는 문 가운데에 정과 혜를 평등하게 가지는 뜻이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자성 정혜요 둘은 수상 정혜라 자성문 정혜는 가로되 "본래 고요하고 본래 아는 것을 임의로 운전하여 원래에 스스로 함이 없어서 한 티끌도 상대되는 것이 없거니 어찌 방탕한 생각을 보내려고 하는 공력을 수고로이 하며 일념의 정욕도 내지 아니하는지라 망녕된 인연을 잊으려 할 것이 없다." 하여, 판단해 말하되 "이것이 돈오문 가운데 자성을 떠나지 아니하고 정과 혜를 평등하게 가지는 것이라" 하고, 수상문 정혜는 가로되 "자성에 맞추어 흩어진 마음을 거두며 법을 택하고 공을 관하되 혼침과 산란을 고르게 골라 써 함이 없는 데에 들어 간다." 하여, 판단해 말하되 "이것이 점수문 가운데 하열한 근기의 행하는 바라" 하니 이 정 혜 두 문에 나아가 의심이 없지 아니하옵니다

  {·漢文} - 據汝所判컨댄 悟後修門中定慧等持之義有二種하니 自性定慧隨相定慧自性門則曰任運寂知하야 元自無爲하야 絶一塵而作對어니 何勞遣蕩之功이며 無一念而生情이라 不假忘緣之力이라하야 判云此是頓門箇者不離自性하고 定慧等持也라하고 隨相門則曰稱理攝散하며 擇法觀空호대 均調昏亂하야 以入無爲라하야 判云此是漸門劣機所行也라하니 就此兩門定慧하야 不無疑焉이로소이다


31만일 한 사람이 행할 바라 할진대 먼저 자성문에 의지하여 정과 혜를 쌍으로 닦은 연후에 다시 수상문 대치의 공을 쓰나이까. 그렇지 아니하면 먼저 수상문에 의지하여 혼침과 산란을 고르게 고른 연후에 자성문에 들어가나이까. 만일 먼저 자성문 정혜에 의지한즉 공적 영지를 임의로 운전하여 다시 대치하는 공력이 없거니 어찌 모름지기 다시 수상문 정혜를 취하리오. 결백한 옥을 가져 문채를 아로새겨 덕을 상함과 같고, 만일 먼저 수상문 정혜로써 대치의 공을 이룬 연후에 자성문에 나아간즉 완연히 이 점수문 중에 하열한 근기의 깨치기 전에 점점 훈습하여 닦는 것이니 어찌 돈오문 가운데 먼저 깨치고 뒤에 닦아 공 없는 공을 쓰는 것이라 할 것이며

  {·漢文} 若言一人所行也인댄 爲復先依自性門하야 定慧雙修然後更用隨相門對治之功耶이까 爲復先依隨相門하야 均調昏亂然後以入自性門耶이까 若先依自性定慧則任運寂知하야 更無對治之功이어니 何須更取隨相門定慧耶리오 如將皓玉하야 彫文喪德이요 若先以隨相門定慧對治功成然後趣於自性門則宛是漸門中劣機悟前漸薰也豈云頓門箇者先悟後修하야 用無功之功也


32만일 한 때라 전후가 없은 즉 두 문의 정혜에 돈과 점이 다름이 있나니

어찌 한 때에 아울러 행하리오. 곧 돈오문에는 자성문을 의지하여 공적 영지를 임의로 운전하여 공용이 없는 것이요 점수문에 하열한 근기는 수상문에 나아가 대치하는 공력을 수고롭게 하는 것이니 두문의 근기가 돈점이 다르고 우열이 명백하거늘 어찌 먼저 깨치고 뒤에 닦는 문 가운데에 두가지를 같이 해석하나이까. 청컨대 나를 위하여 알려 주시와 하여금 의심을 끊게 하소서.]

 

대답하되 [해석이 명백하거늘 네가 스스로 의심을 내는도다. 말을 따라 사량을 내면 점점 의혹이 날 것이요 뜻을 얻고 말을 잊으면 힐난할 것이 없나니라. 만일 돈오와 점수 두 문에 나아가 각각 행하는 바를 판단할진대 자성문 정혜를 닦는 이는 이것이 이 돈오문에 공 없는 공을 닦아 아울러 운전하고 쌍으로 고요하여 스스로 자성을 닦아 스스로 불도를 이루는 것이요

  {·漢文} 若一時無前後則二門定慧頓漸有異하니 如何一時竝行也리오 則頓門箇者依自性門하야 任運亡功하고 漸門劣機趣隨相門하야 對治勞功이니 二門之機-頓漸不同하고 優劣皎然이어늘 云何先悟後修門中竝釋二種耶이까 請爲通會하사 令絶疑情케하소서 - 所釋皎然커늘 汝自生疑로다 隨言生解하면 轉生疑惑이요 得意忘言하면 不勞致詰이니라 若就兩門하야 各判所行則修自性定慧者此是頓門用無功之功하야 竝運雙寂하며 自修自性하야 自成佛道者也


33수상문 정혜를 닦는 이는 이 깨치기 전 점수문의 하열한 근기가 대치하는 공력을 써서 마음 마음이 미혹을 끊어 고요함을 취하여 수행을 삼는 것이니 이 두문의 행하는 바가 돈과 점이 각각 다른지라 가히 섞어 어지럽게 말지어다.

 

그러나 깨친 뒤에 닦는 문 가운데 수상문 대치를 겸해 말하는 것은 온전히 점수문 가운데 하열한 근기의 행하는 바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그 방편을 취하여 길을 빌려서 익힐 따름이니, 어찌한 연고인고 이 돈오문 중에서도 또한 근기가 승한 이도 있고 근기가 하열한 이도 있어서 가히 한 예로 그 행리(行李)를 판단하지 못할지니

  {·漢文} 修隨相門定慧者此是未悟前漸門劣機用對治之功하야 心心斷惑하야 取靜爲行者而此二門所行頓漸各異不可參亂也어다 이나 悟後修門中兼論隨相門中對治者非全取漸機所行也取其方便하야 假道托宿而已何故於此頓門에도 亦有機勝者하며 亦有機劣者하야 不可一例判其行李也


34만일 번뇌가 담박하고 몸과 마음이 가볍고 편안하여 선을 닦되 상을 떠나고 악을 끊되 끊는 상을 떠나서 팔풍(八風=.......)에 동하지 아니하고 삼수(三受=苦受.樂受.捨受)가 고요한 이는 자성의 정혜를 의지하여 공적 영지를 임의로 운전하고 쌍으로 닦아서 천진하여 짓는 바가 없고 동과 정이 항상 선()인지라 자연의 이치를 성취하거니 어찌 수상문의 대치하는 법을 빌리리오.

 

병이 없으면 약을 구하지 않나니라. 비록 먼저 문득 깨쳤으나 번뇌가 농후하고 습기가 굳고 무거워서 경계를 대하매 생각 생각이 망정(妄情)을 내고 모든 인연을 만나매 마음 마음이 상대를 지어서 혼침과 산란의 부림을 입어 공적 영지의 떳떳함을 매각한 이는 곧 수상문 정혜를 빌려 대치하는 공부를 잊지 말고 혼침과 산란을 고르게 골라 써 함이 없는 데에 들어가는 것이 곧 마땅한 일이니 비록 대치하는 공부를 빌려 잠간 동안 습기를 조복받으나 먼저 문득 심성이 본래 청정하고 번뇌가 원래 공한 자리를 깨쳤는 고로 곧 점수문 가운데 하열한 근기의 오염수에 떨어지지 아니하나니

  {·漢文} 若煩惱淡薄하고 身心輕安하야 於善離善하고 於惡離惡하야 不動八風하고 寂然三受者依自性定慧하야 任運雙修하야 天眞無作하고 動靜常禪이라 成就自然之理어니 何假隨相門對治之義也리오 無病不求藥이니라 雖先頓悟煩惱濃厚하고 習氣堅重하야 對境而念念生情하고 遇緣而心心作對하야 被他昏亂使殺하야 昧却寂知常然者卽借隨相門定慧하야 不忘對治하야 均調昏亂하야 以入無爲卽其宜雖借對治功夫하야 暫調習氣以先頓悟心性本淨하고 煩惱本空故卽不落漸門劣機汚染修也


35왜냐 하면 깨지 못하고 닦는 것은 비록 공력을 써서 잊지 아니하여 생각 생각이 훈습해 닦으나 닿는 곳 마다 의심을 내어 마음 가운데 걸려 있음이 마치 한 물건이 가슴 가운데 걸려 있음과 같아서 편안하지 못한 모양이 항상 앞에 나타나 있다가 일구 월심하여 대치하는 공력이 순숙한즉 신심 객진이 가볍고 편안해짐과 흡사하리니 비록 또한 가볍고 편안하다 하나 의심 뿌리를 끊지 못함이 돌로 풀을 누르는 것과 같아서 오히려 생사 경계에 자유함을 얻지 못할새 그런 고로 이르시되 "깨지 못하고 닦는 것은 참으로 닦는 것이 아니라" 하시니라.

 

깨친 사람의 분상에는 비록 대치하는 방편이 있으나 생각 생각이 의심이 없어서 오염수에 떨어지지 아니하나니 일구 월심하면 자연히 천진 묘성에 계합하여 공적 영지를 임의로 운전하여 생각 생각이 일체 경계를 반연하되 마음 마음이 길이 모든 번뇌를 끊으며 자성을 여의지 아니하고 정과 혜를 평등히 가져 무상 보리를 성취하되 앞에 근기가 승한 이로 더불어 다시 차별이 없나니 곧 수상문 정혜가 비록 이 점수문에 하열한 근기의 행하는 바나 통달한 사람의 분상에는 가히 이르되 쇠를 단련하여 금을 이룸이라 만일 이와 같음을 안즉 어찌 두 문 정혜로써 선후 차제의 두 가지 소견을 내는 의심이 있으리오

  {·漢文} 何者修在悟前則雖用功不忘하야 念念薰修着着生疑하야 未能無碍함이 如有一物碍在胸中하야 不安之相常現在前이라가 日久月深하야 對治功熟則身心客塵恰似輕安하리니 雖復輕安이나 疑根未斷함이 如石壓草하야 猶於生死界不得自在일새 云修在悟前非眞修也라하니라 悟人分上에는 雖有對治方便이나 念念無疑하야 不落汚染이니 日久月深하면 自然契合天眞妙性하야 任運寂知하야 念念攀緣一切境호대 心心永斷諸煩惱하며 不離自性하고 定慧等持하야 成就無上菩提호대 與前機勝者更無差別하나니 則隨相門定慧雖是漸機所行이나 於悟人分上에는 可謂點鐵成金이라 若知如是則豈以二門定慧有先後次第二見之疑乎



36원컨대 모든 도 닦는 사람은 이 말을 잘 연구하고 맛을 붙여 다시 의심하여 스스로 퇴굴심을 내지 말지어다. 만일 장부의 뜻을 갖추어 무상 보리를 구하는 이 일진대 이것을 놓고 무엇을 하리오. 간절히 문자에만 집착하지 말고 바로 진실한 자리를 요달하여 낱낱이 자기의 본성에 나아가 본 종지에 계합하면 곧 스승없는 지혜가 자연히 앞에 나타나고 천진의 성리가 뚜렷이 매하지 아니하여 혜신(慧身)을 성취하되 다른 사람의 깨침을 말미암지 아니하리라.

 

이 묘한 의지가 비록 모든 사람에게 다 있으나 만일 일찌기 반야 종지를 심은 대승 근기가 아니면 능히 한 생각에 정신을 내지 못하리니, 어찌 한갓 믿지만 아니하리오 또한 이에 비방하여 도리어 무간 지옥을 부르는 이가 종종 있나니라. 비록 믿어 받지는 아니할지라도 한 번 귀에 지내어 잠시라도 인연을 맺으면 그 공과 그 덕을 가히 칭량하지 못할지니 그러므로 저 유심결에 이르되 "듣고 믿지 아니할지라도 오히려 불성 종자의 인을 맺고 배워서 이루지 못할지라도 오히려 인천의 복이 덮인다" 하였나니 성불할 정인(正因)을 잃지 않거든 하물며 들어 믿으며 배워 이루어서 항상 수호하여 잊지 아니하는 이야 그 공덕을 어찌 능히 헤아리리오

  {·漢文} 願諸修道之人硏味此語하야 更莫狐疑하야 自生退屈이어다. 若具丈夫之志하 야 求無上菩提者인댄 捨此奚以哉리오 切莫執文하고 直須了義하야 一一歸就自己 하야 契合本宗則無師之智自然現前하고 天眞之理了然不昧하야 成就慧身호되 不由他悟하리라 而此妙旨雖是諸人分上이나 若非夙植般若種智大乘根器者不能一念而生正信하리니 豈徒不信이리오 亦乃謗讀하야 返招無間者-比比有之하니라 雖不信受一經於耳하야 暫時結緣하면 其功厥德不可稱量이니 如唯心訣云聞而不信이라도 尙結佛種之人하고 學而不成이라도 猶盖人天之福이라하니 不失成佛之正因이온 況聞而信하고 學而成하야 守護不忘者其功德豈能度量이리오



37과거의 윤회하던 업을 미루어 생각할진대 그 몇천겁을 흑암 지옥에 떨어지고 무간 지옥에 들어가 가지 가지의 고통을 받은지를 알지 못하겠으며 또한 그 얼마나 불도를 구하고자 하되 착한 벗을 만나지 못하고 긴 겁을 윤회에 빠져 어둡고 어두워 깨지 못하여 모든 악업을 지었는지 알지 못하겠도다.

 

이런 일을 생각하면 부지 불각에 한숨이 나오나니 어찌 가히 방심을 하여 두 번이나 전일의 재앙을 받으리오. 또한 누가 다시 나로 하여금 이제 사람으로 태어나 만물의 영장이 되어 참을 닦는 길에 매하지 않게 하였는지 진실로 눈 먼 거북이 나무를 만나고 작은 겨자에 바늘을 던짐이라 그 경사롭고 다행함을 어찌 다 말하리오. 내가 이제 만일 스스로 퇴굴심을 내거나 혹 해태심을 내어 항상 뒷날을 바라다가 잠간 사이에 목숨을 잃고 악도에 떨어져 모든 고통을 받을 때에 비록 한 마디 불법을 들어서 신해 수지하여 괴로움을 면하고자 한들 어찌 가히 얻으리오.

 

위태한데 이르러서는 뉘우쳐도 아무 이익이 없나니 원컨대 모든 수도하는 사람들은 방일심을 내지 말며 탐욕과 음욕에 착하지 말고 머리에 타는 불을 끄듯하여 자성 본리를 비추어 봄을 잊지 말지어다. 무상이 신속하여 몸은 아침 이슬과 같고 목숨은 서산에 걸린 해와 같은지라 금일에는 비록 있으나 명일을 또한 안보하기 어렵나니 간절히 뜻에 두며 간절히 뜻에 둘지어다

  {·漢文} 追念過去輪廻之業컨댄 不知其幾千劫墮黑闇入無間하야 受種種苦하며 又不知幾何而欲求佛道호되 不逢善友하고 長劫沈淪하야 冥冥無覺하야 造諸惡業이런고 時或一思不覺長旴로소니 其可放緩하야 再受前殃又不知誰復使我今値人生하야 爲萬物之靈하야 不昧修眞之路런고 實謂盲龜遇木이요 纖芥投鍼이라 其爲慶幸曷勝道哉我今若自生退屈커나 或生懈怠하야 而恒常望後라가 須臾失命하고 退墮惡趣하야 受諸苦痛之時雖欲願聞一句佛法하야 信解受持하 야 欲免辛酸인들 豈可復得乎及到臨危하야는 悔無所益이니 願諸修道之人莫生放逸하며 莫着貪()하고 如救頭燃하야 不忘照顧어다 無常迅速하야 身如朝露하고 命若西光이라 今日雖存이나 明亦難保切須在意하며 切須在意어다



38또한 세간에 함이 있는 선을 의지할지라도 또한 가히 삼도의 고륜을 면하고 천상 인간에 수승한 과보를 얻어 모든 쾌락을 받거든 하물며 이 최상승 심심 법문은 잠시 동안 믿음을 낼지라도 이루는 공덕을 가히 비유로써 그 조금도 말할 수가 없나니,

 

그러므로 저 경에 이르시되 "만일 사람이 삼천 대천 세계 칠보로써 그 곳 세계 중생에게 보시하여 다 충만함을 얻게 하며 또 그곳 일체 중생을 교화하여 저로 하여금 사과(四果)를 얻게 하면 그 공덕이 한량없고 가 없으나 한 차례 밥 먹을 사이에 정히 이 법을 생각하여 얻는 공덕만 같지 못하다" 하시니, 나의 이 법문은 가장 높고 가장 귀하여 저 모든 공덕에 비하여 미치지 못함을 이에 알겠도다.

 

그런 고로 또 경에 이르시되 "한 생각 청정한 마음이 이 도량이라, 항사의 칠보 탑을 짓는 것보다 승하도다. 보탑은 필경에 부서져 티끌이 되려니와 한 생각 청정한 마음은 정각을 이룬다." 하시니, 원컨대 모든 수도하는 사람들은 이 말을 잘 연구하고 맛을 붙여 간절히 뜻에 둘지어다.

 

이 몸을 금생에 제도하지 아니하면 다시 어느 생을 기다려 이 몸을 제도하리오. 이제 만일 닦지 아니하면 만겁에 어그러질 것이요 이제 만일 강연히 닦으면 닦기 어려운 행이라도 점점 어렵지 아니함을 얻어 공부가 스스로 진보되리라. 슬프다 지금 사람들이 주림에 좋은 음식을 만나되 먹을 줄을 알지 못하며 중병에 명의를 만나되 약 먹을 줄을 알지 못하나니, 가로되 "어찌할꼬 어찌할꼬 하지 않는 이는 나도 어찌할 도리가 없을 뿐"이로다 

 {·漢文} 且憑世間有爲之善하야도 亦可免三塗苦輪하고 於天上人間得殊勝果報하야 受諸快樂이온 況此最上乘甚深法門暫時生信이라도 所成功德不可以比喩說其小分이니 如經云若人以三天大天世界七寶布施供養爾所世界衆生하야 皆得充滿하며 又敎化爾所世界一切衆生하야 令得四果하면 其功德無量無邊이나 不如一食頃正思此法所獲功德이라하시니 是知我此法門最尊最貴하야 於諸功德比況不及이로다. 하사대 一念正心是道場이라 勝造恒沙七寶塔이로다. 寶塔畢竟碎爲塵이어니와 一念正心成正覺이라하시니 願諸修道之人硏味此語하야 切須在意어다. 此身不向今生度하면 更待何生度此身이리오 今若不修하면 萬劫差違今若强修하면 難修之行漸得不難하야 功行自進하리라 嗟夫今時人飢逢王饍호되 不知下口하고 病遇醫王호되 不知服藥하나니 不曰如之何如之何者吾末如之何也已矣로다.



39또한 세간에 함이 있는 일은 그 형상을 가히 보며 그 공을 가히 증험할 수 있을새 사람이 한 일만 얻을지라도 그 희유함을 찬탄하거니와 나의 마음 종지는 형을 가히 볼 수 없으며 상을 가히 볼 수 없어서 언어도가 끊어지고 심행처가 멸한 고로 천마 외도가 훼방하려 하여도 문이 없고 석범 제천이 칭찬하려 하여도 미치지 못하거든 하물며 범부 천식의 무리가 어찌 능히 방불하리오. 슬프다 우물 개구리가 어찌 창해의 넓은 것을 알며 여우가 어찌 능히 사자의 소리를 하리오.

 

그런 고로 알라. 말법세 가운데에 법을 듣고 희유한 생각을 내어 신해 수지하는 이는 이미 무량겁 중에 모든 성현을 받들어 모든 선근을 심어 깊이 반야의 정인(正因)을 맺은 최상 근성이로다. 그런 고로 금강경에 이르시되 "이 장귀에 능히 신심을 내는 이는 마땅히 알라 이 사람은 이미 무량불소에 모든 선근을 심었음이라" 하시고, 또 이르시되, "대승심을 발한 이를 위하여 설하며 최상승심을 발한 이를 위하여 설한다" 하셨나니라

  {·漢文} 且世間有爲之事其狀可見이며 其功可驗일새 人得一事라도 歎其希有어니와 我此心宗無形可觀이며 無狀可見하야 言語道斷하고 心行處滅故天魔外道毁謗無門이요 釋梵諸天稱讚不及이온 況凡夫淺識之流其能(방불)이리오 悲夫井蛙焉知滄海之闊이며 野干何能獅子之吼리오 故知하라 末法世中聞此法門하고 生希有想하야 信解受持者已於無量劫中承事諸聖하야 植諸善根하야 深結般若正因最上根性也로다. 金剛經하사대 於此章句能生信心者當知是人已於無量佛所種諸善根이라하시고 又云하사대 爲發大乘者說이며 爲發最上乘者說이라하시니라.



40원컨대 모든 도를 구하는 사람은 겁약한 마음을 내지 말고 마땅히 용맹심을 발하라.

숙겁의 선인을 가히 알지 못할지니라. 만일 자기의 수승한 것을 믿지 아니하고 하열한 것을 달게 여겨 어렵고 막힌 생각을 내어 지금에 닦지 아니한즉 비록 숙세의 선근이 있다할지라도 지금에 끊어버리는 고로 더욱 그 어려운데에 처하여, 갈수록 멀어지리라.

 

이제 이미 보소에 왔을진대 가히 빈 손으로 돌아가지 말 것이니 한 번 사람의 몸을 잃어버리면 만겁에 회복하기 어려울지라 청컨대 마땅히 삼갈지어다. 어찌 지혜 있는 이가 그 보소를 알고 도리어 구하지 아니하고 길게 외롭고 빈한함을 원망하리오. 만일 보배를 얻고자 할진대 가죽주머니를 놓아 버릴지니라

  {·漢文} 願諸求道之人莫生怯弱하고 須發勇猛之心하라 宿劫善因未可知也니라 若不信殊勝하고 甘爲下劣하야 生艱阻之想하야 今不修之則縱有宿世善根이라도 今斷之故彌在其難하야 展轉遠矣리라 今旣到寶所인댄 不可空手而還이니 一失人身하면 萬劫難復이라 請須愼之어다. 豈有智者知其寶所하고 反不求之하야 長怨孤貧이리오 若欲獲寶인댄 放下皮囊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