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봉스님의 법문 중에 '당나라 배휴정승의 이야기'를 듣고
예전 당唐나라에 배휴裵休라는 사람이 있었다. 쌍둥이로 등이 맞붙은 기형아로 태어나서 부모가 칼로 등을 갈라 약을 바르고 치료를 해서 키웠는데, 살이 많이 붙은 아이는 형이 되고 적게 붙은 아이는 동생이 되었다. 형의 이름은 도度라 부르고 동생도 도度라 썼는데 글자는 같지만 음이 틀린다. 형 도度는 법도를 말하는 도度라 하고 동생은 헤아릴 때 말하는 탁度이라고 불렀다. 휴休는 어릴 때 형인 배도의 장성한 후 지은 이름이다.
어려서 조실부모하고 외삼촌한테 몸을 의탁하고 있었고, 동생 탁은 어디로인지 혼자 가고 알 수가 었없다.
어느날 일행선사一行禪師라는 도덕道德이 높은 스님이 오셔서 외삼촌과 말씀을 하시는데, 배휴가 문밖에서 자기이야기하는 것을 지나치다가 잠깐 들었다. 그 스님 말씀인즉,
"저 아이는 웬 아이입니까?"
"나의 생질인데 부모가 없어 데리고 있습니다."
"저 아이를 내보내시오."
"부모도 없는 아이를 어떻게 보냅니까?"
"내가 보니 저 아이를 놓아두면 워낙 복이 없는 아이라서 얻어먹을 아이인데, 저 아이로 말미암아 삼 이웃이 가난해집니다. 저 아이가 얻어 먹으려면 우선 이 집부터 망해야 하니 당초에 그렇게 되기 전에 내 보내시오."
선사가 동아간 뒤 배휴가 말했다.
"외삼촌,저는 어디로든지 가야겠습니다."
"가기는 어디로 가느냐?"
"아까 일행선사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내가 빌어 먹으려면 일찍 빌어먹을 일이지 외삼촌까지 망해 놓고 갈 것이 있겠습니까. 지금부터 빌어먹으러 가렵니다."
자꾸만 만류하는 외삼촌을 뿌리치고 얻어먹는 거지가 되어서 사방으로 다니던 중, 하루는 어느 절 목욕탕에 부인삼대婦人三帶라는 아주 진귀한 보배가 떨어져 있는것을 보고 혼자 생각하기를 '이 좋은 보배를 누가 잃어버렸나'
하고 구걸해 먹는 처지에 주어다 팔아 먹든지 할텐데, 임자를 찾아 주려고 보배 임자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보배는 어떤 물건인가 하면, 그 고을 자사刺使, 지금의 도지사道知事한테 죽을 죄를 지은 사람이 3대독자인데, 그 어머니가 아들의 명命을 구하려고 가산家産을 모두 팔아서 멀리 촉蜀나라에까지 가서 이 부인삼대를 구해다가 자사에게 애걸을 하여 그 3대독자를 살리려는, 참으로 애절한 사연이 있는 물건이다. 그 어머님이 절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행장을 수습하여 간다는 것이 워낙 바쁘게 서두르다 보니 부인삼대가 없어져서, 허둥지둥 절 목욕탕에와 보니 웬 거지가 목욕탕 앞에 서 있기에 저 거지가 안 가져갔을까 해서 물어보니,
"내가 주워 챙겨 놓았는데 당신이 주인이면 가져가시요, 내가 그 보배를 지켜준다고 여기 있었오,"
빌어먹는 처지에 어떻게 보물을 지켜 주고 할 여유가 없을 텐데 그것을 지켜주어 그 사람이 감격하여 치하를 하고 보배를 가지고 가서 3대독자를 살렸다. 그 후 배휴가 그렇게 좋은 일을 하고 외삼촌 집에 들르니 마침 일행선사가 오셨는데 배휴를 보더니,
"얘야, 네가 정승이 되겠구나."배휴가 그 말을 듣고,
"스님이 언제는 내가 빌어 먹겠다고 하더니, 오늘은 정승이 되겠다고 하니 거짓말 마시오, 언제는 빌어 먹겠다고 하더니, 또 정승은 무슨 말씀이오."
"전날에는 너의 얼굴 상을 봤고, 오늘은 너의 마음 상을 보았다. 네가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지?" 하고 묻자 배휴가 사람 하나 살린 일을 이야기 하니, "그래서 였구나!" 하고 수긍을 하였다.
그 후 참으로 일행선사의 말씀처럼 삼공三公 영의정이 되었다.
그 후 어느 절에 가서 그 절에 조사祖師님들을 모셔놓은 영각影閣에 가서 조사의 영상影像을 보고 스님들에게 물었다
"선사先師의 영상은 저기 걸려 있는데, 선사들은 모두 어디로 갔습니까?
수백 명 되는 대중이 있어도 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배휴가 다시 물었다.
"이 절에 공부하는 사람이 없습니까?
마침 황벽선사黃檗禪師가 그 절 부근에 토굴을 묻고 있었는데, 대중들이 말하기를 아마 그분이 참선하는 분 같다고 하며 황벽스님을 모셔왔다. 배휴가 황벽스님에게 물었다.
"선사의 영상은 저기 있는데 선사들은 모두 어디로 갔습니까?"
황벽스님이 벽력같은 소리로, "배휴야!" 하고 부르자, 배휴가 "예".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황벽스님이 큰 소리로 외쳤다.
"어디에 있느냐?"
이때 배휴가 활연히 도道를 알았다.
그 후에, 배휴는 황벽스님을 도와서 불교를 많이 외호하고 불경佛經에 서문序文도 지었다.
배휴의 지위가 한 나라의 정승이 되었으니, 함께 등이 붙어 나온 그 동생을 생각하고 사방에 수소문을 해서 찾아도 동생의 행방은 묘연하였다. 어디로 갔는지 무엇을 하는지 내가 이렇게 정승 노릇을 하고 있으니 좀 도와주고 함께 잘 지내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하루는 황하강을 배를 타고 건너는데 때마침 더운 여름이라, 배휴가 뱃사공을 보니 웃옷을 벗어부치고 노를 젓는데 등허리를 살펴보니 자기 등허리와 같아서 동생이 아니가 싶어 물었다.
"자네 이름이 무엇인가?"
"배탁이올시다."
"그럼 네가 내 동생이 아닌가?"
"아, 그렇습니다."
"너는 내가 정승이 된 줄 몰랐느냐?"
"알기는 벌써 알았습니다."
"그럼 왜 찾아오지 않았나?" "아, 형님은 형님 복에 정승이 되어 잘 먹고 잘 지내지마는, 나는 형님 덕에 잘 지낼 것이 있습니까?"
하고는 형이 가자고 해도 따라가지 않았는데, 형님은 형님 복에 잘 살지만 이렇게 넒은 산과 물을 벗삼아 오가는 사람을 건네주며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형님의 삼공지위三公地位보다 낫다고 여긴 것이다.
배휴는 전생에 많은 수행을 쌓고 나온 사람이고, 동생 배탁이도 말하는 것을 보면 세상 영욕에 초월해서 부귀영화를 초개草芥처럼 아는 참으로 고매하고 세상 사는 멋을 아는 사람이다. 정말 한 고비 넘긴 사람들이다.
이에 소승이 일렀다!
梵鐘音不老 現在或千年
我軀成白髮 催命還白壽
谁說一句磨 東山水上行
범종 소리는 천년전이나 지금이나 늙지 않았는데
이 몸은 백년도 못살고 백발이 되는 구나
누가 이 도리를 안다면 일러라!
동산이 물위로 가는구나.